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걷지는 못해도 구를 수 있어 행복해요

$
0
0

 00500995101_20140414.JPG» 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1397386140_00500995001_20140414.JPG도토리 사용 설명서 
공진하 글, 김유대 그림 
한겨레아이들·9000원

<도토리 사용 설명서>는 언뜻 신제품을 소개하는 매뉴얼 같지만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장애아에 관한 이야기를 발표해 온 공진하 작가의 중학년용 동화다. 이 작품 역시 장애를 소재로 삼았지만 이런 이야기에 종종 등장하는 눈물이나 한숨, 혹은 독자가 볼 때 존경스럽지만 불편하기도 한 주인공의 강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명랑하면서도 담담한 작가 특유의 시선이 돋보인다.

특수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유진이는 혼자서는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의사소통도 힘든 중증 장애 소년이다. 그러나 예쁜 여자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나길 꿈꾸고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며 신나는 여름 캠프를 생각하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개구쟁이이기도 하다. 여덟 살 아이가 세상과 만날 때 일어나는 왕성한 호기심은 몸이 불편하다고 절대 비켜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유진이는 물리치료 시간에 지겨운 치료를 받는 대신 담임선생님과 놀며 사방팔방 굴러다니는 즐거운 기술을 터득한다. 걷거나 뛰지는 못하지만 구를 수는 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도토리다. 또 엄마가 구입한 스마트폰의 사용설명서를 보고 엄마와 함께 자신만의 사용설명서를 만든다. 그것은 유진이가 새로 만날 자원봉사자나 낯선 이를 위한 매뉴얼이다. 이처럼 주인공의 장애 극복은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는 안간힘이 아닌 자신이 가진 것을 긍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특수학교 교사가 쓴 동화 
중증 장애소년의 일상 통해 
긍정적 삶의 태도 일깨워

어떤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 아동이 유진이처럼 명랑하고 유진 엄마처럼 밝을 수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가령 유진이가 배변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우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장애인과 그 가족을 지치게 할 수 있는 힘든 사건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런 상황을 보태거나 빼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전달한다. 즉 작가는 장애인의 삶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그려 독자들을 감정의 과잉 상태로 이끄는 서술을 경계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 동화는 단순히 장애아를 이야기하려는 의도만은 아닌 듯도 싶다. 우리 아이들도 작품 속 주인공처럼 조금은 부족하지만 각자 특별한 존재다. 어른들은 아이의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모자란 부분을 지적하고 채워나가야 할지 항상 갈등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고민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이 이 작품이 전하려는 또 하나의 메시지가 아닐까.

오세란 어린이문학평론가, 그림 한겨레아이들 제공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4145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