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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통하고 싶나요? 아빠도 함께 게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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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506207501_20140610.JPG» 지난 7일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열린 ‘2014 이(e)스포츠 가족 페스티벌’에 참가한 박대복씨가 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람&디지털] 자녀와의 게임 갈등 어떻게 풀까


초여름의 더위가 거리를 달군 지난 7일 정오, 서울 용산역 앞은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한국이(e)스포츠협회가 주최하는 ‘2014 가족 페스티벌’의 개막날이다. 회사원 박선진(42)씨는 아들 철민이(초등3)와 파라솔 아래 앉아 사회자가 재담을 하는 무대를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다함께붕붕붕’이라는 게임의 가족대항전 참가자다. 자동차를 운전해 승부를 가리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아들과 게임을 하는 이유를 묻자 박씨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와 공감대를 가진다는 것이죠.” 스마트폰으로 몸을 풀고 있던 철민이는 “아빠랑 게임해서 어때?”라는 질문에 고개를 들어 잠깐 생각하더니 “좋아요”라고 말하고 다시 게임에 빠졌다. 박씨는 “함께 게임하고 나면 더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은 디지털 시대의 놀이다. 인간이 하는 여러 유희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게임은 디지털시대 어른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11년 낸 ‘청소년 온라인게임 중독 실태와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15~24살 청소년의 컴퓨터게임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46분으로 영국의 8배, 미국의 2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변에서 게임에 빠진 자녀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날로그 어른에겐 골칫거리지만 

게임은 디지털 시대의 대표 놀이 

한국 청소년 게임 시간, 미국 2배


바른 활용 원하면 부모도 공부를 

롤, 서든어택, 리니지쯤은 알아야 

아이가 즐겨 하는 게임 이해하면 

대립관계가 협력으로 바뀔 수도


게임에 집착을 보이는 청소년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게임 과몰입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약 1.9%의 아이들이 그런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의 경우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현명할까? 아이들마다 개성이 다른 만큼 그에 맞춘 지도가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선 부모가 게임에 대해 아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전직 게임개발자로 <게임을 알아야 아이와 통한다>의 저자 차무진씨는 “우리가 아이들과 정말 소통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게임은 공부에 방해’라는 생각에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면 아무리 아이와 대화한들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 ‘관철’에 불과합니다. 아이는 알죠.”


게임의 올바른 활용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입장, 아이가 즐겨 하는 게임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을 끄면 아이가 왜 난리를 피우는지 알려면 내용을 알아야 한다. 내용상 중요한 시점에 강압적인 처방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멀어지게 할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유행하는 게임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는 큰 이유는 또래로부터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다. 즉, 몇몇 유행하는 게임을 중심으로 뭉치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를 끄는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다. 2년 가까이 국내 온라인게임 1위를 지키고 있다. 줄여서 ‘롤’이라고도 한다. 이 게임은 보통 농구처럼 5 대 5 팀전으로 진행된다. 게임 도중에 한명이 갑자기 빠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는 형태다. 그만큼 게임 안에서 평판을 지키는 게 중요한 요소인 게임이다.


역시 인기 게임으로 ‘서든어택’이 있다. 이 게임은 1인칭 슈팅(FPS) 게임이라고 불리는데 보통 게임 화면에서 상대를 향해 ‘총질’을 해대는 게임을 뜻한다. 폭력성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만 15살 이상 제한이 있다. 만 15살 미만의 자녀가 이 게임을 하고 있다면 누군가의 주민번호를 빌려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종류로 ‘스페셜포스’, ‘카운터스트라이크’ 등이 있다. ‘리니지’는 여러 이유로 뉴스 등에도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유명해졌다. 이런 종류의 게임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고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전투 등 고유의 사회활동을 하면서 각자 캐릭터를 키우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런 게임은 보통 끝없는 강함을 추구하는 구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중독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이중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게임을 즐기는 나라이면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이는 지난날 급속한 산업 중흥의 이데올로기 속에 놀이는 나태하고 불온한 일로 취급되어 온 탓이 크다. 이날 가족 페스티벌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아들딸과 함께하는 축제를 즐겁게 즐기면서도 “직장이나 주변에 누가 알까봐 두렵다”는 이유로 한사코 실명 공개를 꺼리기도 했다.


아이가 즐기는 게임에 대해 이해하는 일은 규율하고 명령하는 부모와, 따르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아이라는 대립적인 관계를 협력적인 관계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페스티벌을 찾은 박대복(46·초등교사)씨는 게임이 관계를 바꾸는 징검다리 구실을 했다고 한다. “게임을 하면서 꼭 게임을 둘러싸고 부모와 아이가 적대적인 관계일 필요는 없다고 느끼게 되었죠. 게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차 다른 이야기도 나누고 이해의 폭을 넓힌 게 좋은 점이에요.”


글·사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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