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어린이나무생각 제공
거인 아빠는 비를 만들어주지만
딸의 소원은 바다에서 노는 것
슬퍼진 아빠가 짠 눈물 흘리니
그토록 가고 싶던 바다가 짠~
아빠의 커다란 눈물방울
후안 비요로 글, 파트리시아 메톨라 그림
구광렬 옮김/어린이나무생각·1만1000원
누운 모양새가 소인국에 간 걸리버 같다. 경주 남산의 부처님 같기도 하다. 막시무스는 마을에 한 명뿐인 거인. 그 투실투실한 얼굴 콧잔등에선 어린 딸 마리아가 논다. 막시무스는 비를 만드는 일을 한다. 구름을 꼭 짜서 비가 오게 하고, 구름을 훅 불어 멀리 보내기도 한다. 아빠 뒤를 마리아는 만날 졸졸 따라다닌다. 키는 아빠 발목 복사뼈에 닿을락 말락.
막시무스는 먼바다도 볼 수 있다. 마리아의 소원은 바다에 가보는 것. 쉼없이 바다에 관해 캐묻고 조른다. “바다에 데려갈 거죠?”
비 만드는 일로는 생활비가 빠듯해서 딸과 함께 바다로 놀러 가진 못하지만, 막시무스는 대체로 행복했다. 한 가지만 빼고는.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면 얼굴에 커다란 물방울이 흘렀다. 땀이다. 막시무스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
땀이 나지 않아도, 거인이어도, 자기도 남들처럼 때로 힘들고 걱정도 하는 보통사람임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했다.
그런 아빠의 마음도 모르는 걸까? 마리아는 바다에서 수영을 하겠단다. 바다에 갈 돈이 없대도, 구름을 짜서 빗물을 만들어준대도, 한사코 고집이다. “구름은 짠맛이 나지 않아. 난 짠 물방울이 좋아요!” 아빠는 조금 슬퍼진다. “땀방울? 난 땀방울은 줄 수 없어.”
마리아는 작정이라도 한 듯, 이상한 질문을 계속한다. “내가 길을 잃는다면?” “물에 빠진다면?” “그런데도 그런 나를 아빠가 도와줄 수 없다면?” 그 순간, 아빠 눈에 눈물이 그득해진다. 위험에 빠진 딸을 돕지 못한다 생각하니 정말 슬펐다. “뚝뚝.” 바다처럼 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아빠의 물방울은 커다란 물줄기, 마리아는 기다렸다는 듯 팔을 활짝 벌려 물을 맞는다.
“야, 바다다!”
그랬다. 아빠는 땀을 흘리진 않지만,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보통사람이었던 거다. 딸의 마음을 알아챈 아빠와, 아빠가 만든 바닷물에서 노는 딸. 두 사람의 소망이 한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 종내는 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림책. 멕시코 작가의 글에 스페인 화가가 그린 수채물감 그림이 싱그럽다. 5살부터.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그림 어린이나무생각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