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동 평화그림책
병사들의 비통함 담아내
군화가 간다
와카야마 시즈코 글·그림, 황진희 옮김
사계절·1만500원
두 그림책은 모두 12권으로 기획된 한·중·일 공동 평화그림책의 여섯째, 일곱째 권이다. 평화그림책은 어린이들이 전쟁 없는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작가들이 2005년 한·중 작가들에게 제안하며 시작됐다. <군화가 간다>와 <사쿠라>의 두 작가가 바로 그 제안자들이다.
“척, 척, 척, 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책을 펼치면 뭔가가 지나간 뒤 남은 어지러운 자국. 곧이어 나타나는 건 군화를 신고 일렬로 행진하는 얼굴 없는 군인들. “척, 척, 척!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군화다. “우리는 전쟁을 하러 간다./ 철벅, 철벅, 철벅./ 바다를 건너 이웃나라로/ 이웃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버렸다.”
<군화가 간다>는 군화를 화자 삼아 전쟁의 참혹함과 그 전쟁으로 죽어간 어린 생명들과 병사들의 비통함을 아주 단순화시킨 굵은 선과 너덜너덜해진 군화에 담아내고자 한다. 표지와 마지막 장에 그려진 소녀는 작가 자신이다. 와카야마 시즈코는 여섯살 무렵 일본의 패전을 맞아 올해로 예순넷이 된 작가다. 표지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던 소녀는 마지막 장에서 골목에서 뛰노는 여느 해맑은 소녀로 바뀐다.
사쿠라
다바타 세이치 글·그림, 박종진 옮김
사계절·1만500원
역시 부동자세를 한 소년이 표지를 장식한 <사쿠라>는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던 1931년 “사쿠라꽃(벚꽃) 피는” 봄에 태어난 작가 다바타 세이치(83)의 자전적 이야기다. 일본 정부는 전쟁을 일으키며 “사쿠라꽃처럼 아름답게 지라”고, 누구나 좋아하는 꽃을 전쟁을 부추기는 군가에 담아 선동했다. 동네이발사 아저씨가 징집되어 전쟁터로 떠날 때 사쿠라꽃 아래서 국기를 흔들며 만세를 외치던 소년이 전쟁통에 아버지를 잃고 전후 가난 속에서 전쟁의 잔혹함을 깨닫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두 그림책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작가가 보내오는 미안한 마음이다.
이 마음이 너무 컸던 걸까. 거리를 두려 한 번역 탓일까. 전쟁 반대의 메시지가 그림책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기보다는 직설로 뿜어나오는 느낌이 있다. <사쿠라>에선 ‘사쿠라’라는 말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불편한 마음, 이질감이 큰 탓인지, 벚꽃의 아름다움과 슬픔 속으로 선뜻 독자가 들어가질 못한다. 사쿠라를 벚꽃으로 옮겼으면 어땠을까? 한·일 사이의 국민감정의 골이 깊은 요즘, 그렇게 옮기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초등 1학년부터.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그림 사계절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