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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빠 개구리의 혀 내두를 ‘혀 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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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509152101_20140721.JPG» 그림 책읽는곰 제공 

1405851897_00509151901_20140721.JPG» <꿈에서 맛본 똥파리>꿈에서 맛본 똥파리 
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1만1000원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의 신작 그림책. 이 작가의 상상력은 어딘가 서늘한 데가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 자체의 감동에 한발짝 거리를 두려는 태도에서 비롯한 듯싶다. 그의 그림책은 끓어오른 스토리의 열기를 한소끔 식힌 뒤 과장법의 유머로 나아간다.

신작 <꿈에서 맛본 똥파리>에선 그림을 그려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이를 카메라로 찍는 기법으로 나타난다.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올챙이 동생들을 돌보는 큰오빠 개구리의 활약상을 그린 영웅담이다. 등장하는 동식물과 연못 배경을 반투명 종이(트레이싱페이퍼)에 색연필로 그려 오려낸 뒤, 밑에서 빛이 올라오는 작업대(라이트박스)에 원하는 구도대로 쌓은 뒤 한장 한장 촬영해 그림책을 만들었다. 개구리와 올챙이, 연못 식물 그림들이 동식물도감 사진처럼 반들반들 차갑게 매끈거리는 이유다.

여기 큰오빠 개구리가 있다. 딴 올챙이보다 조금 일찍 알에서 깬 탓에 ‘큰오빠’가 되었다. 어른 개구리들이 일 나가고 나면 올챙이 동생들을 돌봐줬다. 어느 날, 이 오빠가 혀를 날름, 날아가는 똥파리를 잡아먹으려던 찰나, 들리는 목소리. “오빠!” 이에 고만 똥파리를 놓치고 마는데, 동생이 말한다. “나 배고파!” 오빠는 혀를 힘껏, 닷발쯤 솟구쳐 올렸다. “척!” 똥파리를 낚아채 건넨다. 동생 올챙이가 “와아” 맛나게 먹는다. 이를 본, 연못의 올챙이들 오글오글 몰려든다. “형아, 나도!” “오빠, 나도!”

큰오빠 바쁘다. 휘~익, 휘~익. 혀가 열 개라도 모자라겠다. 혀를 쭉 내밀었다가 날쌔게 뺀다. 척! 척! 신기에 가까운 혀놀림이다. “나도! 나도!” 목소리는 늘어만 간다. 휘익~ 척! 휘익~ 척!

동생들이 다들 냠냠 똥파리를 입에 물었다. 오빠는 기진맥진, 혀가 열닷발이나 늘어졌다. 올챙이들을 위해 휘익, 날름날름 ‘혀 신공’을 펼치느라 똥파리 한마리도 먹지 못했다. 연못에 둥둥 뜬 말라버린 수련잎 위에 축 늘어져 잠이 들었다. 꿈에서 정말이지 끈적끈적 맛좋은 커다란 똥파리를 통째로 먹는다. 떡볶이맛, 치킨맛, 꿀떡맛!

다음날 큰오빠 개구리 다시 기운이 펄펄. 이렇게 외친다. “자, 나를 따르라!” 올챙이들 따라간다. “오빠, 최고!” “형아, 최고!” 3살부터.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그림 책읽는곰 제공

(*한겨레 신문 2014년 7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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