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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 제주 봄날의 녹차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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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서광다원.

[한겨레 esc]여행

연간 110만명 방문하는 제주 내륙 명물 서광다원 
오설록 티뮤지엄 이어 티스톤·이니스프리제주하우스 열며 녹차 테마파크 변신

녹찻잎 가장 예쁜 5월 중순까지 축제중
차 사랑했던 추사 유배길도 걸어볼 만

5월의 제주 남쪽 내륙에는 연둣빛 바다가 펼쳐진다. 쌉싸름한 겨울 추위를 이기고 새순을 돋운 녹차나무의 어린잎들이 일렁이는 여린 녹색의 파도를 만든다. 제주 올레길 가운데 유일하게 해안을 끼지 않은 14-1 코스인 저지~무릉 올레의 중간 기착지인 서광다원의 따사로운 봄 장관이다. 녹차밭이 가장 아름다운 빛깔을 낸다는 요즘 ‘오설록 햇차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의 서광다원과 주변의 볼거리들을 돌아봤다.

2. 한 해의 첫 어린잎이 자라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까지가 녹차밭이 가장 아름다운 때다.
녹차밭에서 찻잎 따고 덖어보기 동, 남, 북쪽으로 각각 산방산, 송악산, 한라산이 보이는 제주 서남부 지역, 92만㎡ 규모의 너른 평야지대에 펼쳐진 서광다원은 아모레퍼시픽이 1981년 만든 차밭이다. 1979년 전통차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에서 도순다원에 이어 두번째로 일군 곳인데, 도순다원이나 94년에 만든 한남다원과 달리 여행자들이 차밭을 산책하고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 놓았다. 길도 닦이지 않았던 거대한 황무지의 돌무더기를 일일이 손으로 치워가며 개간했다는 이곳이 지금은 연간 11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의 명소가 됐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해차 축제가 시작된 지난 3일, 오전부터 주차장이 빼곡히 찼다. 교복 입고 수학여행 온 고등학생들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가족단위 여행자들이 차밭에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밭으로 가까이 가 들여다보니 아래쪽의 짙고 빳빳한 잎과 굵은 가지들 위에 살포시 연둣빛 담요를 덮은 듯 자라난 찻잎들은 크기도 보드라운 느낌도 어린아이의 통통한 손가락 같다.

해차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해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30분 정도 잎을 땄다. 찻잎은 1년에 네번 수확하는데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잎을 따는 첫물차가 가장 단맛이 좋다고 한다. 찻잎 색도 이때가 가장 아름다운 건 물론이다. 다음 수확을 위해 여린 잎의 가장 아래쪽 것을 남겨 두고 채엽한 윗부분을 모아서 덖음 체험과 유념 체험까지 해본다. 270도의 뜨거운 솥에 찻잎들을 굴려서(볶아서) 말리는 것을 ‘덖는다’고 하고, 덖은 찻잎을 주무르고 비벼 연하게 만드는 것을 ‘유념’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찻잎의 알싸한 향이 줄면서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구수한 맛의 덖음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체험은 두 겹의 목장갑을 끼고 하지만 숙련된 일꾼들은 장갑의 냄새가 찻잎에 배지 않도록 맨손으로 뜨거운 솥에서 덖는다고 한다.

3. 전통 차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티스톤.
제주의 다양한 맛과 향 즐기는 테마파크차밭을 돌아본 다음에는 맞은편의 오설록 티뮤지엄으로 향한다. 이곳에 놀러 온 사람들뿐 아니라 땀 흘리며 곶자왈을 걸어온 올레꾼들이 쉬면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는 곳이다. 카페에서 긴 줄을 만드는 사람들의 반 이상이 녹차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달지 않으면서 적당히 씁쓰름한 뒷맛이 혀끝을 개운하게 얼린다. 아이스크림으로 땀을 식힌 다음 박물관으로 간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전통 찻잔들과, 전세계의 차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찻잔들이 정갈하게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다. 전남 보성의 차밭이 계단식의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는 반면, 제주의 차밭은 탁 트인 너른 평지라 멀리의 오름과 산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4.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는 유기농 식재료로 만드는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티뮤지엄 옆에 지난 3월 두 개의 건물을 더 오픈했다. 전통 차문화 체험 공간인 오설록 티스톤과 제주의 맛과 향을 오감 체험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다. 녹차밭과 함께 세 개의 서로 다른 공간들이 어우러져 녹차와 제주를 모티브로 테마파크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근처에 있는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서 영감받아 벼루 모양으로 지어진 티스톤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티 소믈리에의 지도로 차의 역사와 종류 등을 배우며 서너 가지의 전통차를 직접 우리고 마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박유진 티 소믈리에는 “하루 20~30명의 방문객이 체험신청을 한다”며 “젊은 여성들이나 가족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사방의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곶자왈과 너른 차밭은 입의 즐거움에 눈의 호사를 보탠다. 건물 지하에는 후발효차인 ‘오설록 삼다연’ 숙성고가 있다. 녹차는 발효를 억제한 불발효차인데 완성된 차에 발효균을 넣어 오랜 기간 숙성시킨 것이 후발효차로 중국의 보이차가 대표적이다. 와인을 숙성시키는 오크통처럼 차를 숙성시키는 삼나무통이 가득한 숙성고에는 그윽한 삼나무 향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100일가량 숙성 과정을 거쳐 녹차보다 떫은맛이 적고 구수한 맛이 더 강한 후발효차가 완성된다.

5. 제철은 지났지만 아직 곳곳에 동백꽃이 피어 있다.
인연의 길 이어진 추사 유배지 및 남원읍 신흥리 동백마을 차를 사랑했던 추사와 서광다원의 인연은 ‘추사 유배길’이라는 걷기 코스로 이어진다. 추사 유배길의 2코스인 ‘인연의 길’은 추사 유배지에서 출발해 수월이못, 제주옹기박물관과 매화마을을 거쳐 오설록 다원에서 마무리되는 8㎞ 길이다. 오설록에서 출발해 거꾸로 같은 길을 내려가면 추사 유배지에 당도한다. 걸어서 3시간.

이곳에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전시관인 추사관은 세한도에 등장하는 소박한 집 모양을 연상시킨다. 중간에 비스듬히 합판을 깔아놓은 듯 예사롭지 않은 계단을 내려가면 추사의 귀한 글씨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을 나오면 추사가 머물던 당시 모습대로 다시 만들어놓은 초가집 세 채가 서 있다. 추사가 기거하던 한 채(모거리) 안에는 차를 마시는 추사와 초의선사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현돼 있다. 추사는 초의선사가 갖다 준 차나무를 집 앞에 심어 녹차를 즐겼다고 한다. 이 덕에 제주에 녹차가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서광다원에서 한시간 정도 오른쪽으로 차를 달려 서귀포시 남원읍의 동백마을로 향했다. 다원 옆에 아담하게 조성된 동백나무밭에 아직 꽃들이 달려 있는 걸 보고, 혹시나 동백꽃을 더 즐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보통 3월에서 4월 초에 절정을 이루는 제주 동백은 5월이면 꽃이 다 지지만 유난히 꽃이 많이 핀데다 비교적 봄날씨가 쌀쌀했던 탓인지 아직 곳곳에서 동백꽃을 볼 수 있었다. 제주 곳곳에 동백나무 조성지가 있긴 하지만 이 마을의 동백마을 숲은 수령 300년 가까운 동백나무들이 빼곡하다. 숲이 우거진 군락지의 동백꽃은 다 졌지만 방풍림으로 마을을 둘러싼 나무들에서는 아직 붉은 동백꽃이 남아 있어 여행자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이 마을은 올해 초 농식품부가 지정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선정되면서 동백철이 지난 뒤에도 동백숲 생태체험교실과 동백유 짜기, 비누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제주=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사진제공 아모레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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