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지 않는다는 한 가정의 엄마 요청에 의해 집을 방문하여 크리닉을 진행했다.
아내는 3살, 6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이며 남편은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남편의 퇴근 후 일상을 살펴보면, 늦은 귀가가 많으며 저녁 역시 밖에서 해결한다. 가끔 일찍 오는 날이면 거실에서 TV로 야구나 축구를 본다. 아내가 아이와 놀아주라고 채근을 하면 놀기는 하지만 5분을 넘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들 역시 아빠와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엄마 애착이 심한 편이다. 그 속내를 알려고 사전에 개별 인터뷰를 했는데 비밀코드를 발견했다. 바로 이 부부는 현재 각 방을 쓰고 있으며, 벌써 3년이 넘었다. 남편은 주로 거실에서 TV로 좋아하는 스포츠를 시청하다가 잠을 잔다. 아니, 매일 거실에서 잠을 잔다. 소파는 남편의 전용침대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고 말미에는 무엇보다 부부의 동의를 얻어서 ‘부부 각방 금지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
그 내용은 ‘남편 ***와 아내 ***는 연월일부터 한방에서 잠을 잔다. 또한 잠을 자는 순서는 남편-아내-아이 순으로 한다’ 그리고 증인으로 2~3명이 기명날인을 했으며, 동의를 한다는 의미로 부부에게 포옹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즉시 그것을 안방에 붙여 놓도록 했으며 코팅을 해야 한다는 약속도 받았다. 아내는 다소 당혹한 얼굴 빛이 었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니 환하고 밝은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 권규리 단국대 시각디자인과
각 방을 쓰는 부부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10가정을 크리닉을 했는데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5가족의 부부가 각 방을 사용한다. 물론 그 사연도 다양하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1)아내는 직장을 다니다가 출산 전,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면서 남편의 귀가가 점점 늦어진다. 아내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와 함께 잠을 자게 되면서 남편은 거실에서 잠을 자는 횟수가 늘어나다가 각 방을 쓰게 된다. 2)남편이 코를 골거나 이를 가는데 아내가 민감해서 밤에 자주 깬다. 남편은 아내를 배려해서 다른 방에서 자다가 각 방을 쓰게 된다. 3)부부싸움 후 감정대립으로 각 방에서 자다가 고착화가 된다. 4)아이가 2명인데 남편은 술을 좋아해서 늦게 귀가한다. 그러면 아내는 좌우에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잔다. 남편은 아내가 술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각 방 신세다. 결국 다양한 원인으로 부부가 각방을 사용하는데 공통점은 가정의 행복을 저해하는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각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의 원인은 매우 사소하다. 하지만 그 결말은 쉽게 고착화가 되는 특징이 있다. 한 번 각 방을 사용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각 방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특징이 있다. 부부싸움을 한 후에 각 방을 쓰면 개선되리라고 생각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부부의 대화가 줄어들면서 점점 멀어진다. 남편이 늦게 귀가를 했는데 아내가 아이 둘을 좌우에 두고 잠을 자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자신의 방으로 가라고 하기가 어렵다. 아빠가 한 두 번 양보를 하다보면 어느새 설 자리는 사라지고 소파에서 잠을 자게 되며 이는 관성으로 계속된다. 그 결과 부부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 자녀양육에서 문제의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
부부의 각 방 사용은 가정의 행복을 가로막는 일종의 현대병이다. 한 세대 전, 대가족시대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우선 방의 숫자가 적었기에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자야 했으며, 부모가 있는데 결혼한 아들이 거실에서 잠을 자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고 또한 불호령을 각오해야 했다. 그런데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심플한 상황에서 두 사람만의 행복한 신혼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엄마에게는 어느덧 아이가 1순위가 되어가고, 남편은 2순위로 밀려난다. 아이가 둘이라면 상황은 더욱 꼬인다. 남편이 없으면 아내는 아이를 좌우에 두고 잠기 일쑤다. 그러면 엄마는 매우 편하다. 엄마에게 아이들이란 뱃속에서 10달 동안 한 몸으로 살았던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핵가족에서 부부를 통제할 수 있는 자동안전장치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본인들이 해결하기는 백년하청이다.
부부가 각 방을 사용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 무엇보다 한 번 시작하면 다시 합쳐지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저절로 상호간에 관심과 공통분모는 점점 줄어든다. 여기에는 신체기억력에 비밀이 있다. 사람의 기억력은 두뇌의 기억력과 신체 기억력이 있다. 우리가 운전을 할 때, 대충 보고 악셀을 밟아도 자동차가 똑바로 직진한다. 그 이유는 이미 저장된 신체의 기억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처럼 신체의 기억력은 두뇌의 기억력보다 훨씬 오래 남으며 감성적이다. 심지어 30년 전에 탔던 자전거를 보고 즉시 탈 수 있는 것, 바로 신체 기억력의 위대함이다.
여기서 신체접촉의 사회심리학적인 의미를 살펴보자. 사랑하는 사람과는 늘, 언제나, 자주 가능하지만 싫어하는 사람과는 전혀 하고 싶지 않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는 늘 자주 접촉을 하면서 그 사랑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런데 각 방을 쓰게 되었을 경우, 아내에게 아이와 함께 있다면 인지능력이 발달한 아내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 아이는 남편의 대체재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은 매우 불편하다. 공간지각능력이 발달한 남편에게는 몸만 떨어져 있지 마음은 늘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방을 쓰게 되면 남편이 심리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된다. 또한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양육에서 다양한 문제의 발생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따라하면서 성장한다. 만일, 소파에서 매일 잠을 자는 아빠를 보고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가족이란 엄마와 자신뿐이고 아빠란 거실에서 자는 사람인데 가끔 자신과 놀아주는 사람으로 여기기 쉽다. 때문에 이런 경우, 아빠와의 신체접촉을 피하는 아이들도 많으며 사회성과 자존감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행복하려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는데 한 지붕 2가정이 되면서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바로 각 방 금지를 약속했다. 그리고 거의 지금도 그 약속은 유효하다. 그런데 20여년을 함께 살아보니 이득이 많다. 아주 가끔, 서로 의견충돌이 있어서 화가 나더라도 서로 등을 돌리고 함께 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면 나도 모르게 밤 사이에 서로의 신체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랬다. 서로의 감정대립이 있는 것은 단지, 두뇌가 기억하는 기억력의 차원이다. 하지만 서로의 신체가 기억하는 것은 매우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었으며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관계가 훨씬 많다. 초심리학에서는 잠을 잘 때, 의식과 무의식이 바뀌어진다고 한다. 무의식은 항상 실천에 있어서 최종 결정권자다. 내가 길을 가다가 멋진 구두를 보고 구입을 하려고 해도 무의식이 동의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 것처럼 잠을 자는 동안 서로의 긍정관계인 무의식이 왕성한 활동을 한 것이다. 마치, 감정싸움은 빙산의 일각이었으며 좋은 감정은 빙산 자체 인 것처럼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부의 각 방 사용은 금지해야 한다. 순간, 욱하는 마음, 자존심을 지키려는 마음은 폐기처분해야 하며 늘 결혼 당시의 초심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므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함께 잠을 자라고 권하고 싶다. 가장 큰 이득은 공동양육과 일관성양육을 실천하기가 쉽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에게 사회성이나 자존감 등 인성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자살이나 왕따, 청소년 범죄, ADHD 등으로 연결된다. 그러면 그 것은 모두 부모의 몫으로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그 고통이 너무 장기간이며 심리적, 경제적으로 강한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한 아빠가 참여함으로써 저절로 얻어지는 사회성, 자신감, 도전정신, 등은 형성되기 어렵다. 또한 부부의 각 방 사용은 이혼의 전주곡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대부분 핵가족 시대에 살기에 부부갈등을 스스로 해결하기도 어렵고, 또한 관여할 중재자도 별로 없다. 서로의 마음을 강하게 주장하고 부딪힌다면,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이 누구도 멈추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쉽게 각 방을 쓰게 되지만, 별거를 하게 되면서 이혼으로 변하기 쉽다. 물론 성격이 맞지 않아서 이혼을 한다고 하지만, 누구도 나의 성격과 같은 사람은 없으며 또한 내가 내 성격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부부란 2인 3각 경주와 같다. 누구도 나만을 고집해서도 안되며, 상대방을 탓해서도 안된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호흡조절을 하면서 강약과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면 다소 힘은 들더라도 리듬이 생겨서 힘차게 달려갈 수 있다.
결국 부부의 사랑이란 건강한 가정의 초석이며 훌륭한 자녀를 키우기 위한 원천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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