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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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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키즈카페로 변신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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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 생협육아모임을 몇 년째 꾸리고 있다.

일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라 주말 하루를 정해서 하는데

이번 달은 집들이를 겸해 우리집에서 모였다.

이사 전부터 나는 새집에서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키즈카페의 요소들을 집에서 즐겨보는 것.

 

사실 아이 둘 셋 정도가 있는 가정집은

아주 크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 자체로 훌륭한 놀이 공간이다.

자기 집에는 없는 장난감이 있거나(똑같은 장난감이라도 공간이

달라지면 다르게 느끼는 걸까, 잘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다)

엄마를 비롯한 평소에 익숙한 어른들이 있는 안정된 분위기에,

소박하더라도 편하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챙겨 먹을 수도 있고,

아직 낮잠이 필요한 아이들은 놀다 지치면 칭얼대다 잠도 잘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집은

자기 집 이상으로 매력적이고 흥분되는 공간이다.

키즈카페만큼 다이나믹하진 않지만

집은 좀 더 안전하고 실내도 너무 시끄럽거나 답답하지 않으니

집들이를 시작으로 가끔은 우리집을 그런 공간으로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개방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집은 딸과 아들 하나씩이니, 장난감도

여자 아이 장난감과 남자 아이 장난감이 골고루 있다.

또 내가 하는 일이 어린이책 관련 일이라

한국과 일본의 그림책과 동화책도 무척 많다.

거실 한 가운데에 그림책을 모은 작은 책장을 마련해 두고

인형/부엌놀이/장난감 집/동물 장난감 /

자동차,기차/울트라맨 등의 싸움?계열 장난감/퍼즐/블럭/등의

다양한 장나감을 분류한 수납장을 마련해 두었다.

실내에서 지겨워지면 작지만 마당에 나가 스쿠터를 타고 놀거나

거북이(딸이 키우는)랑 놀아도 되고.

 

딩동!

드디어 언제 만나도 반가운 생협 친구들이 하나둘 벨을 누른다.

한 살 아기부터, 서너 살 아이들, 초등 아이들, 임산부까지 북적북적.

오늘 1일 키즈카페의 안내는 큰아이가 맡았는데

아이들이 장난감 찾는 걸 도와주거나 점심 메뉴판을 만들어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걸 도왔다.

 

DSCN1376.JPG

 

예전에 여행을 한참 많이 할 때,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음식을 나르는 걸 보면서

집에 손님이 많이 왔을 때 바퀴가 달린 이런 이동선반이 있으면

편하겠다 싶어 우리집에선 자주 이용한다.

그래서 오늘 키즈카페 점심은 기내식 컨셉!

카레라이스와 샐러드. 밥은 흰밥/현미밥 2종류에

친구들이 준비해 온 과일들.

카페에서 보던 것처럼 초딩 누나가 주문받고 이런 데 음식을 가져오는 게

신기한지 어린 친구들은 초얌전모드^^

누나는 이 실감나는 카페놀이 재미에 또 푹 빠지고 말았다.

카레를 남기지 않고 다 먹은 사람에게만

누나가 특별히 <디저트 쿠폰>을 발행한다 하니

어찌나 진지하게 열심히들 먹는지ㅋㅋ

때론 엄마들 말보다 언니나 형아의 한마디가 더 잘 먹힌다.

 

DSCN1381.JPG

 

디저트는 엄마들이 사 온 미니케잌들.

쿠폰을 받은 아이들은 이 케잌 중에 하나를 골라먹는 재미에 또 한번 흥분 모드.

밥도 한 그릇씩 먹고 과일에 케잌까지 먹고 배부른 아이들은

다시 각자 놀이로 돌아가고

엄마들은 커피와 함께 남은 케잌으로 힐링타임^^

 

 

DSCN1387.JPG

 

한 엄마가 만들어 온 <실 전화놀이> 재미에 빠진 둘째 아이.

나랑 둘이서 하다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귀가 아팠는데

<연애시대>였나?

그 드라마에서 감우성이랑 옆집 아이가 실전화로 놀던 장면이 문득 떠올랐는데

실 전화로 듣는 아이의 목소리는 너무 사랑스럽다.

아날로그스러운 장난감치고는 소리가 너무 웅장?해 깜짝 놀라기도 하고.

 

DSCN1385.JPG

 

 

주말은, 아이들이 주중에 채 풀지못한 놀이욕구를

부모곁에서 다 발산하고자 하는 때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주말은

일주일의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잔뜩 쌓인 때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라도 아이들을 위해 나간 바깥은 밀리는 도로와

많은 사람들에 치여 아이들도 어른도 뭔가 다 풀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때가 많다.

그렇게 저무는 일요일 저녁은 어쩐지 더 쓸쓸하다.

 

놀러오는 친구와 아이들을 위해

음식과 집을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고 몸이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몸이 피곤하고 귀찮을 때일수록

'제대로 잘'놀아야 정신적인 피로만큼은 풀 수 있다는 사실이다.

 

1일 키즈카페를 연 오늘도 하루종일 바빴지만

아이들도 실컷 논 탓인지 기분이 너무 좋고

나도 엄마들과 나눈 폭풍수다로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래서 다시 시작될 일주일을 자심감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놀고싶어 울고 떼쓰는 아이들을 겨우 신발신겨 집으로 돌아간

친구들은 오늘 하루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 한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현미는 입에도 안대던 아이가

저녁에도 현미밥에 카레 만들어달라는 거 있지..

다 같이 먹고 놀았던 오늘 하루가 너무 좋았나봐."

 

거칠고 까끌까끌한 현미밥도 함께 어울려 먹으면 꿀맛같아지는가 보다.

이 다음 1일키즈카페 메뉴는 뭘로 할까.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만 잔뜩 넣어볼까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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