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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0개월 아기도 남의 곤경에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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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플로스 원(http://goo.gl/GlUwn)

[사이언스온] 뉴스

‘네모는 피하는데 동그라미는 쫓아다니며 성가시게 군다. 툭툭 치고 몸으로 눌러 찌부러뜨리기도 한다.’ 도형들이 등장하는 단순한 상황극 애니메이션이다(그림 위). 말 못하는 갓난아기들은 이런 장면을 본 뒤에 같은 꼴의 장난감을 앞에 두고서 괴롭히는 동그라미보다 당하기만 하는 네모를 선호했다.

일본 교토대학 등 연구팀은 갓난아기 4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험에서 얻은 이런 결과를 분석해 “말 배우기 전 생후 10개월의 아기들도 남을 생각하는 공감 감정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론 옆의 아기가 울면 따라 우는 ‘동조’ 감정이야 이미 알려졌으나, 생후 18개월은 돼야 공감 감정을 지닌다는 대체적인 기존 학설과 달리 더 이른 시기에도 공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학술저널 <플로스 원>에 발표됐다.

단순한 실험 상황이 아기의 공감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까? 연구팀은 비교 분석을 위해 동그라미와 네모의 공격자-피해자 역할을 바꾸기도 했고, 네모·동그라미가 떨어진 채 돌아다니는 상황도 보여주었다. 중립인 제3자로 원통을 등장시키기도 했다(아래).

여러 조건을 통제한 실험에서, 아기들은 괴롭히는 도형보다 당하는 도형을 선호하는 경향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도형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상황에선 네모와 동그라미를 절반씩 선호했다. 괴롭히는 도형보다는 제3자인 원통을, 또 원통보다는 당하는 도형을 선호했다. 이 연구는 갓난아기의 공감 능력을 ‘입증’했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공감이 생각보다 이른 시기부터 형성됨을 보여주는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6월 19일자)



“집안의 러닝머신, 어린이 사고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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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0세 이하 어린이 사고가 51.6%

가정의 러닝머신 사용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발생 안전사고가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더 몰려 있어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2010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수집된 러닝머신 관련 위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248건 가운데 만 10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가 128건으로 과반(51.6%)을 넘었다고 18일 밝혔다. 11세 이상부터 어른까지 사고 건수는 모두 120건으로 48.4%였다. 특히 10세 이하 어린이 안전사고 가운데에서도 만 2~4세 사이의 영유아가 절반 이상(51.6%·66건)을 차지하고 있어 영유아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안전사고 유형을 보면, 러닝머신에 눌리거나 끼이는 사고가 60건(46.9%)으로 가장 많았다. 넘어지는 사고가 35건(27.3%), 부딪히는 사고가 16건(12.5%)으로 그 뒤를 이었다.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 러닝머신 이용 중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사고가 대부분(72.5%·87건)을 차지했다. 또 위해 발생장소 역시 청소년이나 성인은 54.2%(65건)가 ‘휘트니스시설’이었지만, 어린이의 다수(65.6%)는 가정에 설치된 러닝머신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소비자원은 “어린이 안전사고가 많은 것은 러닝머신에 매달려 놀다가 미끄러지거나 호기심으로 벨트 아래에 손을 넣는 등의 행위가 주 원인으로 부모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6/25 서천석 선생님 북 콘서트 안내

여름철 소화기를 보하는 들깨채소보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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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이면 늘어나는 식중독 사고의 원인은 높아진 온도와 습도 때문에 음식물이 평소보다 빨리 상하는 데 있다. 음식물만 탈이 나는 게 아니다. 우리 몸도 달라지는 기후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소화기가 허약한 사람들은 배에서 소리가 나면서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변이 무르면서, 심한 경우에는 며칠 동안 계속 설사가 나기도 한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깊이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위액과 담즙이 역류하여 식도가 쓰리거나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체기가 가시지 않아 조금만 과식을 해도 복통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소화기능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현대인들이, 더위로 지친 심신을 보양하기 위해 먹는 고단백 고칼로리 영양탕들은 과연 도움이 될까? 체질과 기후를 고려하고 자신의 병증에 맞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보양식이라고 볼 수 있다.  끈적끈적한 열기와 후덥지근한 습기로 인해 손상된 위와 장의 기능을 도우면서도 소화에 부담이 적고 영양많은 재료들로 몸을 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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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채식레시피] 

여름철 소화기를 보하는 들깨채소보양탕 

 

재료 감자양파방울토마토브로콜리캐슈넛대추소금

국물재료 들깨가루현미가루콩가루통계피, 마른다시마2마른 표고버섯3통생강생강가루

 

1. 감자양파방울토마토브로콜리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탕기에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생강가루를 넣어 향을 낸다.

3. 여기에 썰어진 채소들을 담아 볶는다.

4. 적당히 볶아지면 약불로 줄인 후뚜껑을 닫아 은근하게 익힌다

5. 들깨가루현미가루 콩가루를 2: 1: 1비율로 섞는다.

6. 채수를 만든다마른 다시마2장 마른 표고3개와 통생강통계피를 넣고 10분간 끓인다.

    마른표고 대신 생표고나 표고가루를 넣어도 된다.

7. 채수의 건더기와 국물을 분리한 후여기에 들깨가루현미가루콩가루 섞어 놓은 것을 잘 풀어준다.

8. 적당히 채소가 익으면 7을 붓고견과류(캐슈넛대추)를 넣어 은근하게 끓인다.

9. 그릇에 담아 낼 때대추는 돌려깍기 하여 장식하고잣을 올리면 좋다취향에 따라 통후추가루나 월계수 잎을 넣어도 좋다.

 

장염이나 설사변이 무른 분들은 채소를 들기름 대신 물에 볶고들깨가루와 콩가루 대신 현미찹쌀가루에 말린 생강가루를 넣어 죽을 묽게 끓여 먹으면 좋다.

설사가 계속된다면 한 두끼 정도 굶은 후다른 채소와 견과류를 빼고 생강현미찹쌀미음을 먹는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은 생강과 계피를 빼고 들깨채소탕을 요리한다.

계피는 너무 오래 끓이면 향이 강해서 다른 재료들의 맛을 가려버린다. 10분간 끓인 후 건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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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나면서 감기를 다스리며, 구토와 기침을 멈추게 하는 작용이 뛰어나다. 생강을 말린 것을 한방에서는 건강(乾薑)이라고 부르는데, 건강은 성질이 뜨거우면서 매운맛을 가지고 있어 비위의 점막을 따뜻하게 온열하여 기 순환을 도우면서 구토를 멈추고, 복통을 다스리게 한다. 특히, 장염으로 인해 설사하거나 배가 차서 복통이 있는 경우에 좋다. 또한 냉증을 다스리고 추위를 타면서 기침이 멈추지 않는 증상에도 좋다. 에어컨 등으로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날 경우 생길 수 있는 냉방병에도 좋다. 계피는 성질을 뜨거우면서 방향성 정유성분인 시나몬 성분이 특유의 향미를 내게 한다. 하체가 허약한 사람들에게 좋으며 특히 몸이 냉하고 소화기가 허한 사람들의 설사와 냉증에 좋다. 생강과 계피만 달여서 따뜻한 차로 음용해도 좋고, 여기에 곶감과 잣을 띄워 시원한 음료인 수정과로 마셔도 좋다. 식재료와 약재에는 특별한 구분이 없다. 다만, 용량과 쓰임새, 그리고 서로간의 궁합이 맞게 사용되면 약()이 되는 것이요, 체질과 용법을 무시하고 성질에 맞지 않게 조리되면 독()이 되는 이치가 있을 뿐이다.

 

 

 

 

[여행] 경남 고성 숲길과 고찰 옥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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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에 지친 마음 내려놓고 가세요

등록 : 2013.06.19 20:16수정 : 2013.06.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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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스님이 소나무숲길을 걸어내려오고 있다. 경남 고성 연화산 자락의 고찰 옥천사 뒷산이다.

[한겨레 esc]

경남 고성 숲길과 고찰 옥천사 

‘마음챙김’ 템플스테이

산세가 연꽃을 닮아
이름지어진 연화산
잘 보존된 편백나무 숲
공룡발자국 화석지도 있다

“숲으로 치면 이래 울창한 곳도 드물기라. 뙤약볕도 부슬비도 다 가려주이까네.”

경남 고성군 개천면과 영현면에 걸쳐 솟은 연화산(528m). ‘연화산 지킴이’로 알려진 김영환(58)씨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옥같이 맑은 샘물이 솟는 고찰 옥천사 뒤 연화산 자락 숲길은, 청련암 오솔길도, 황새고개 너른 길에도 소나무·참나무들 빽빽하게 우거져, 빛줄기도 빗줄기도 새어들어올 틈이 별로 없어 보였다. 하늘을 찌를 듯이 솟고 솟은 편백나무 숲 나무의자에 앉아 김씨가 덧붙였다. “연화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가 있어요. 경남에서 자연생태가 지리산 다음으로 잘 보존된 산입니다.”

옥천사에서 부속 암자인 청련암과 연화산 정상, 적멸보궁을 거쳐 황새고개 옆 편백나무 숲으로 들어온 60대 중반 부부 두 쌍의 말은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좌우간 산에 들어와가 하늘 구경 한번 제대로 몬한기라.” 거의 주말마다 전국 산을 찾아 함께 숲길을 걷는다는 두 부부는 “이렇게 울창한 숲길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며 “험하지는 않은데 오르내림이 심해 운동이 많이 되는 산”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이 운동 삼아 걷기에 좋은 조건이란다. 물론 흠도 있다. “숲이 너무 우거져 훤히 트인 전망이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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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웅전·자방루와 좌우 요사채 사이에 놓인 아늑한 옥천사 안마당.
여러 봉우리들 포개진 산세가 반쯤 피어난 연꽃을 닮았다 해서 연화산이다. 2곳뿐인 경남도립공원 중 한곳이다. 산은 높지 않으나 산세가 아기자기한데다, 적송·상수리나무·전나무·편백나무 군락지 등 식생이 다양하고 잘 보전돼 있어, 한국의 100대 명산에도 이름을 올렸다. 짙푸른 이 숲길에서 중장년 부부는 별말도 없이 열심히 걷고, 젊은 연인 짝은 쉴새없이 재잘대며 느긋하게 걷는다. 암자를 오가는 옥천사 스님들은 헛기침 두어 번에 장삼자락 휘날리며 바람처럼 넘나든다.

이 꽃다운 숲길을 품은 연화산의 산행 코스는 대체로 다섯 가지다. 어느 코스를 가든 출발지·도착지는 공룡발자국 화석지가 있는 연화산 집단위락시설지구 주차장이다. 연화1봉(489m)과 황새고개·적멸보궁·연화산·남산·청련암·옥천사 거쳐 내려오는 4시간30분짜리 코스(7.3㎞)가 가장 길다. 대부분 산행객들은 연화1봉~황새고개~옥천사 거쳐 내려오는 3시간짜리 코스(5.3㎞)를 걷지만, 바로 옥천사로 올라가 청련암과 남산·편백숲·황새고개를 거쳐 옥천사로 내려오는 2시간짜리 숲길 탐방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연화산을 더욱 꽃답게 하는 곳이, ‘반쯤 핀 연꽃’ 한가운데 자리잡았다는 천년 고찰 옥천사다. 쌍계사의 말사로 그리 큰 사찰은 아니지만, 자방루, 대웅전 등 자못 웅장한 당우들이 짜임새 있게 들어앉은 모습이 감상할 만하다. 대웅전과 앞의 자방루 그리고 좌우로 자리잡은 요사채인 적묵당·탐진당(종무소)이 구성해내는 마당은 건물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작아 보이지만, 그래서 더 아늑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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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옥천사 절 이름이 유래한 샘 옥천.
먼저 마주치게 되는 자방루는 옥천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멋진 건물이다. 영조 때 처음 짓고 고종 때 중수한 건물인데, 흔히 2층 누각 밑을 통과해 대웅전으로 오르는 형식인 여느 절과 달리 단층 누각으로 지어져, 누각 옆문을 통해 대웅전 앞마당으로 오르게 돼 있다. 왜군 침입에 대비한 승군 교육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옥천사는 경남지역의 대표적인 승군사찰·호국사찰이었다. 자방루 앞면 처마 밑엔 ‘옥천사’ 현판이, 뒷면엔 ‘연화옥천’과 ‘자방루’ 현판이 걸려 있다. 내부 대들보와 기둥머리 등에 그려진 비천상·비룡·새·꽃 단청이 고색창연한 빛을 내뿜는다. 조선말 단청장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팔상전 뒤쪽 옥천각엔 이 절집 이름의 유래가 됐다는 샘 ‘옥천’이 있다. 옛날엔 공양미도 흘러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다. 대웅전도 아름답지만, 대웅전 뒤 나한전 옆으로 앙증맞게 들어선, 각각 한평도 채 안 돼 보이는 두 건물, 산령각과 독성각도 눈길을 끈다.

옥천사는 한때 스님(승군)이 300명을 넘고, 부속 암자가 12개에 이르는 큰절이었다. 절 소유 땅을 농민들에게 소작을 주어 거둬들이는 곡식이 1000석이나 됐다고 한다. 절 위세는 조선 후기에 쇠퇴하게 되는데, 왕실에서 쓸 ‘어람지’(임금이 보는 문서 등에 쓰던 한지)를 생산해 진상하는 사찰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닥종이 만드는 고된 노역에 시달리다 하나둘 절을 떠났다고 한다. 당시 옥천사엔 닥종이 생산을 위한 물레방아가 12개나 있었다고 전한다. 한때 머무는 스님이 10여명까지 줄었다가, 철종 때 닥종이 부역이 면제되면서 다시 위세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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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천사 템플스테이의 숲길 명상. 옥천사 제공
이 사찰은 정유재란 때 왜병들에 의해 불태워지는 등 숱한 수난을 겪었다. 진주목 관아의 지원을 받고 권력자들의 시주가 잇따랐던 절이어서, 진주농민항쟁이나 동학농민항쟁 때 성난 농민들에 의해 파괴되거나 불태워지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요즘은 사자개들이 절을 지켜요. 경방(밤에 도는 순찰)도 돌고.” 50년간 절 관리를 맡아왔다는 보명 스님이 사자처럼 생긴 커다란 개 2마리를 가리켰다. “밥도 엄청 먹고, 코를 무지하게 곤다”는 중국에서 들여온 개들이다.

경내의 또다른 볼거리가 옥천사 유물 전시관 보장각이다. 고려 때 만들어진 청동북(임자명 반자·보물), 조선 후기 향로와 탱화, 옥천사에서 출가한 고승 청담 스님의 글씨들, 절 소유 땅문서, 중수기, 주지 인감도장 들이 전시돼 있다. 절 들머리 집단위락시설지구 주차장 옆 등산로 입구 바위엔 중생대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남아 있다. 초식성 용각류 공룡 발자국이라고 한다.

그윽한 숲길 걷기와 더불어 체험할 만한 것이 이 절 템플스테이다. ‘마음 챙김’이란 주제 아래 연화산 숲길에서 진행되는 아침고요 명상, 편백숲길 걷기 명상, 숲길 따라 암자 순례 등 명상 프로그램들이 돋보인다. 옥천사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 원각 스님은 “마음 챙김이란 울창한 숲에 들어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행복한 마음만 챙겨 가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고성(경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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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산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나 중부고속도로 타고 가다 대전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직진, 연화산나들목에서 나간다. 오서교차로~영오사거리~옥천사삼거리~연화산도립공원.

먹을 곳 옥천사 들머리 주차장 주변에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들어 쓰는 옛날손두부집(055-673-4900, 손두부·산채비빔밥·도토리묵), 사골을 직접 고아내는 이황가(055-673-1405, 가마솥곰탕·연잎냉면) 등 식당이 있다.

묵을 곳 연화산도립공원 집단위락시설단지에 숙박시설(객실 48개, 취사 가능)이 있다. 1박 4만원부터. (055)673-8400. 옥천사 템플스테이(055-672-0100) 1인 5만원. 옥천사에서 40분 거리 당항포관광지 주변에 모텔이 많다.


영어 조기 교육의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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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9_3.jpg» 한겨레 자료 사진.“선생님! 저는 영어가 지긋지긋해요. 이런 노래는 정말 시시하구요! 내가 ‘영어 때문에 돈을 얼마나 축내고 깨먹었는지’ 선생님은 모르시죠! 다섯 살 때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엄마가 영어 과외까지 시켰어요. 그런데 지금은 과외 끊었어요.”
“지선아! 그래도 선생님 설명에 주목해야지? 수업시간이니까 딴 짓하지 말고 영어노래를 친구들과 함께 불러보자!”

초등 3학년생 지선이는 영어시간이 되면 주의 산만한 아이로 돌변하는 증세를 보입니다. 선생님과의 대화 장면에서 아이는 엄마가 평소 자기에게 말한 것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영어유치원을 보내면서 취학 전 이미 영어 과외를 시키느라 부모는 사교육비에 과도한 지출을 한 것입니다. 투자에 비해 아이가 공부에 몰두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평소에 던진 푸념조의 표현이 아이의 뇌리에 새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 보면 지선이는 누구보다 영어교육을 위해 유아기부터 뒷받침을 잘 받은 것 같지만, 학교생활에서 그 부작용을 겪고 있는 사례입니다. 흔히 외국어 교육은 어릴수록 효과적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부모는 자녀교육을 위해 때 이른 “교육투자”를 감행하거나 유아교육 현장에서 조차 바람직하지 않은 시도를 합니다. 예컨대 어떤 학부모는 원어민 영어유치원을 선택하기도하고, 일반 유아현장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추어 영어프로그램을 특별활동 시간에 배치합니다. 또한 ‘유능한’ 엄마들은 집에서 소위 “엄마 표 영어” 학습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취학 전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아이의 영어 능력을 쌓아 가는데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조기교육 또는 선행학습은 아이에게 학습 면에서 동기유발 능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지선이의 딴청 부리기 역시 조기 영어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 셈입니다. 

우리 사회의 조기 영어교육 열풍에서 벗어나려면, 학부모님들이 외국어 실력의 중요성보다 언어의 본질 자체를 파악하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입니다. 즉, 영유아기 자녀에게 영어 습득을 강요하기보다 모국어의 습득이 우선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지적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논리와 함께 정확한 발음을 위해 어려서 영어를 시작하면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모국어의 발달은 옹알이부터 만 6-7세 사이에 그 토대를 마련합니다. 사람에게 언어는 의사소통의 기본 수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게 하며 감정의 움직임을 표현합니다. 그 뿐 아니라 언어를 통해 사고 구조가 만들어지며 사람의 자의식이 생겨납니다. 다시 말해 사람은 자의식을 지니게 된 다음에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의식이 싹트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는 사람이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합니다. 결국 언어는 그 사람의 근본 존재의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의 정체성은 외국어가 아니라 모국어를 통해서 건강하게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자녀의 사교육비 지출을 줄여서 노후 대책을 하고 있는 ‘현명한’ 부모들이 늘고 있다지만, 아이의 외국어 교육에서 ‘현명한’ 부모의 교육적 처사는 취학 전까지 이런 시작을 아예 안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모국어의 토대가 단단해지기도 전에 외국어 학습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아이의 내면 발달 - 정체감과 자의식의 형성과정에 유익하게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아이가 만2,5세입니다. 저는 직업상 거의 모국어 수준으로 영어를 잘 구사합니다. 엄마로서 제 능력을 교육적으로 조금이라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질문합니다. 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엄마와 영어로 소통하도록 유도하면 안 되나요? 집에서 단순한 생활영어라도 쓰면 안 되나요? “엄마 표 영어”는 무조건 안 좋다는 뜻인가요?     

A. 엄마의 순수한 생각은 잘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입장에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모국어의 습득은 아이를 둘러싼 일상 생활환경에서 이루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특히 엄마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면 아이는 커다란 혼란을 겪게 됩니다. 

혹시라도 엄마가 마치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처럼! - 아주 “철저하게” 영어로만 말한다면 아이는 서서히 “이중 언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즉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하게 됩니다. 정말 이것을 원하시나요? 또한 만6세 정도까지 이런 언어 환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빠도 영어실력이 그 정도가 되면, 역할을 바꾸어 시도해보셔도 좋습니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가장 좋은 것은 엄마는 모국어(= 엄마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모국어가 안착되어 하나의 언어 구조가 잘 만들어진 다음, 외국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순서입니다.           




우리 아이 똑소리 나는 치아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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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닦기_한겨레.jpg» 한겨레 자료 사진.사랑의 시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하였습니다.
관심이란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것부터 시작하지 않듯이, 사랑스러운 자녀들의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은 사실 아주 작은 습관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자녀의 현재 구강상태에 평소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매년 한번씩은 학교 구강검진이며 어린이집 기초건강상태조사를 위해 의무적으로 치과를 방문하게 됩니다. 이렇게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주도하여 치과를 방문하여 시행하는 검사는 다소 귀찮고 형식적일 수도 있겠지만, 여러가지 사정들로 아이들의 건강에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가정에서는 예방과 조기치료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맞벌이로 너무 바쁜 어머니들,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과를 방문하기 어려운 어머니들이 뒤늦게 자녀들의 충치를 발견하고 하나같이 스스로를 자책하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치과의사인 저로서도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치아건강을 위한 좋은 방법이 어떤건지도 잘 모르고, 또 대부분은 자녀들을 한두명만 두어서 시행착오 경험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구강관리 습관이 평생의 치아건강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번거로움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똑소리나게 아이들의 구강관리를 해줄 수 있을까요?

1. 구강관리의 대원칙 : 입안의 잔류음식을 없애라
    
구강관리의 가장 중요한 첫번째 대원칙은 입 안에 남아있는 잔류 음식물을 없애는 것입니다.
결국 철저한 구강관리라고 하는 것은, 입안의 잔류 음식을 없애는 것을 지키기 위한 나머지 행동수칙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식사후에 칫솔질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것은 이런 대원칙을 지킨다는 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2. 부모님들의 행동방식 점검
    
입안의 잔류음식을 없앤다는 구강관리의 대원칙 이외에, 아이들의 치아건강을 위해 먼저 살펴보아야할 점은 부모님들의 행동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1) 자녀들의 간식 습관을 살펴보아 너무 자주 간식을 먹이고 있지는 않은지요?

2) 자녀들의 학습 동기유발을 위해서 사탕이나 초콜릿같은 회유책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요?

3) 아이들의 배움은 부모님을 흉내내는데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이, 부모님들의 칫솔질 습관은 가장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합니다.

4) 치실을 사용하고 있는지요?    

치실.jpg» 치실. 사진 류성용 원장.

제가 아이들을 검진할때마다 늘 강조하는 것이 사실 치실 사용인데, 솔직히 부모님들조차 치실을 쓰지 않아 사용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5) 아이들의 칫솔질 동기유발을 일으키고 있는지요?

이를 위해서는 비싼 캐릭터 칫솔이나 치약이 아니라 칫솔질 관련 그림책을 사준다거나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칫솔질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어린이에게서는 회전법이라고 하여 칫솔을 치아면에 대고 동글동글 돌리면서 하되, 그 위치가 상하좌우 치아에 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아이들의 심리상태를 파악하여 졸리기 전이라든지 스스로 칫솔질을 할 수 있게 유도하여 칭찬의 기회로 삼으세요.

7) 어린이라고 하여 너무 약한 칫솔모를 사용하면 치태제거 효과가 떨어지므로 수시로 칫솔의 강도를 확인하고 칫솔모가 벌어지지 않았는지 신경을 써서 칫솔을 교체해주세요.

8) 만 6세 전후에는 첫영구치 어금니(6세구치, 제1대구치)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 4개의 첫영구치 어금니들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실란트를 받도록 해주세요.

충치 발생 여부는 가정에서는 확인이 매우 어려우므로 영구치의 씹는 면이 아이의 구강내로 보이기 시작하면 반드시 치과를 방문하여 치아표면을 면밀히 검사하고 실란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 사랑의 작은 실천, 가정에서의 구강관리 습관 형성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며 전적으로 부모님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뽀뇨, 어린이집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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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지나기 전에는 절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 우리 부부의 육아수칙이었는데 나름 잘 지켜왔다. 지난 5월이 36개월차였는데 그때부터 어린이집을 보낼까 말까를 고민하다 결국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했다. 

내년 2월 이사를 앞두고 어린이집을 옮겨야 되는 일도 있어서 왠만하면 우리 부부가 아이를 보기로 했지만 마을 일이 점점 바빠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서두르게 된 것이다. 아직 기저귀도 못 떼고 있는 아이를 보내는 것이 맞을까 한참을 고민하긴 했지만 ‘지금 나이에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배우야 한다’는 주위 많은 선배들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다. 

‘뽀뇨가 떼를 쓰면서 어린이집 안간다고 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는데 둘째날 1시간 정도 버틴 것을 빼고는 곧잘 다니고 있다. 이 1시간 버티기 때문에 아내는 관심 있어 하던 일자리를 포기하긴 했지만. 3일째는 아빠와 엄마, 뽀뇨가 함께 어린이집을 갔다. 어린이집에 함께 온 아빠를 보고 원장 선생님을 포함한 선생님 일동이 다소 긴장한 눈치였지만 부담주지 않으려고 휘익 둘러보고 나왔다. 

5분 정도 눈으로 스캔하면서 ‘선생님이 조금 사납게 생기셨는데’, ‘3,4살 반이라 아이들이 너무 어려보이네. 뽀뇨가 심심해 하지는 않을까’, ‘또래 아이 두 명이 모두 남자네. 뽀뇨는 여자아이 좋아하는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벌써 1주일 정도 지나 낮잠도 잘 자는 듯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듯해서 안심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하루생활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아빠가 어린이집 생활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뽀뇨에게 매일 물어보고 있다.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요?”, “어린이집 친구 이름은 뭐예요?”, “오늘 무슨 놀이 하고 놀았어요?”등등. 이런 질문이 익숙한 것이 사실 아내가 나에게 매일 물어보거나, 내가 아내에게 매일 물어보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느낄 수 있는 변화라면 아이가 조금은 성숙해진 느낌? 우선은 부르는 노래가 너무 다양해졌다는 것. 인터넷 동화나 만화를 통해 노래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아빠가 처음 듣는 노래 메들리가 뽀뇨 입에서 줄줄 나오고 있다는 것. 자는척하면서 듣고 있으려니 너무 웃음이 나와서 참느라고 힘이 들었다. "에삐씨에프지~"무슨 노래인가 한참을 듣고 있는데 ABC송이라는 것을 알고는 대박웃음. ‘뽀뇨가 영어노래 배울 정도로 이제 컸구나.’  

또 다른 변화라면 뽀뇨의 드레스가 이제 날개를 달았다는 점.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입기 어려웠던 샤랄라표 드레스와 이쁜 옷들이 어린이집 출근(?)으로 인해 드디어 햇볕을 보게 된 것이다. 대부분 할머니들 지갑에서 나왔고 이때 아니면 입히기 힘든 옷들인지라 다행이 아닐수 없다.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다보니 오늘 저녁도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놀던 것을 집에서 재연해본다. 나라면 재탕이라 재미 없을텐데 4살 뽀뇨에겐 블록쌓기만한 놀이가 없나보다. 물론 아빠와 함께 하는 동화책읽기와 음모소놀이(아빠 등에 타서 놀기)도 빠질 수 없다. 이렇게 오늘 어린이집 2교시는 우리집 침대에서 끝이 난다. 이제 소등!

<어린이집 차량에 탑승, 궈궈>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오디먹는 뽀뇨를 만나실수 있어요. 

뽀뇨 어린이집.jpg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똥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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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사계절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똥벼락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사계절 펴냄(2008)

부모들과 이야기해 보면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것을 왠지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꽉 짜인 권선징악의 대립구도가 아이들의 사고를 단순하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하고 악인에게 내려지는 엄청난 재앙은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극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 전래동화 역시 당대의 문화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우리의 전래동화는 유교적인 도덕률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 있다. 유치원을 다닐 무렵의 아이들에게 도덕이란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이고, 잘못을 하면 엄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이 무렵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래동화는 구도부터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똥벼락>도 그런 전래동화를 원형으로 한 그림책이다. 욕심꾸러기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이나 머슴으로 부려먹고 새경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돌밭을 내놓는다. 그러나 돌쇠 아버지는 그 땅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 열심히 일구고 거름을 부어 가꾼다. 거름에는 똥만한 것이 없기에 돌쇠 아버지에게 똥은 너무나 소중하다. 멀리 가서도 함부로 똥을 누지 않고 꼭 집에 와서 똥을 누고, 길을 가다가도 똥을 보면 주워서 집에 가지고 온다.

이 장면은 아이들에게 너무나 흥미롭다. 똥을 더럽다고 멀리하지 않고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에게 아이들은 매료된다. 그것은 아이들이 품고 있는 똥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 때문이다. 똥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최초의 물건이다. 자기 몸에서 무언가가 쑥 나와 덩어리져 있는 모습은 아이들에겐 마냥 신기한데 어른들은 더럽다며 코를 막는다. 그러곤 얼른 물을 부어 사라지게 한다. 물론 아이들도 냄새가 좋지 않은 것은 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 경험은 작은 상처가 된다. 심한 경우 내 것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어른들에게 저항하기 위해 똥 누기를 거부하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어서 똥을 누기도 한다. 대부분은 결국 어른들이 가진 똥에 대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멀리하지만 그럼에도 똥 이야기를 볼 때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든다. 아이들에게 똥은 집안 어른들의 강요 때문에 헤어지게 된 연인이나 마찬가지다.

이야기는 권선징악으로 흐른다. 돌쇠 아버지는 도깨비의 도움으로 김 부자 집의 똥을 거름으로 이용하여 농사에 성공한다. 하지만 김 부자가 그것을 가만두고 볼 리는 없는 일. 우리 집에서 가져간 똥을 다시 내놓거나 농사해서 수확한 곡식을 모두 가져오라고 억지를 부린다. 착하기만 한 돌쇠 아버지는 난감해하지만 도깨비에겐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깨비는 김 부자 집에 세상의 모든 똥을 다 모이게 해서 엄청난 똥의 언덕을 만들어 버리고 결국 김 부자는 망하고 착한 마을 사람들은 잘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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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야기의 주제는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엔 관심이 없다. 사방에서 똥이 날아다니고, 금기시되는 똥이란 말이 그림책 가득히 쏟아져 나오는 것에 열광한다. 부모들이 정한 금기를 깬다는 것은 약한 아이들에겐 더없이 즐거운 놀이이기에 아이들은 이 그림책이 즐겁다. 부모 입장에서도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좋은 메시지를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 이렇듯 전래동화란 즐거움과 교훈을 하나로 묶어 전달하는 당의정 구실을 한다. 물론 아이들이 먹고 싶은 것은 약이 아니라 겉의 달짝지근한 사탕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7월 8일 새 그림책] 이 사슴은 내 거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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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슴은 내 거야!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사슴을 보고 “이 사슴은 내 거”라고 생각한 꼬마 아이와 사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사슴을 향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란 진리를 깨닫게 된다. 3살부터.


20130708_4.jpg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박선하 옮김/주니어김영사·1만원. 


엄마, 자?


아직 밤인데 자다 깨버린 아기가 엄마 주변을 맴돌며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진다. “엄마, 자?”, “아직 밤이야?”, “왜 아직 밤이야?” 책장을 넘기면 웃음이 나다가 급격하게 ‘피곤’해진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에 사는 작가 소피 블래콜이 그림까지 그려 낸 책이다. 3살부터. 

20130708_5.jpg 김경연 옮김/현암사·1만원.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유아국악교육지도자 양성 과정 개강안내(고용보험환급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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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국악교육지도자 자격연수 고용보험환급

유아국악교육 능력 배양을 통해 국악교육전문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입니다 -

 

교육대상 : 어린이집·유치원교사, 방과후강사, 유아국악교육에 관심있는 분

 

교육기간 : 30시간 (주말-단기반 4)

 

교육일시 : 824일 개강 10:00~19:00(), 10:00~18:00()

1회차 8/24, 2회차 8/25, 3회차 8/31, 4회차 9/1

 

교육장소 :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부설 더늠국악평생교육원 강의실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1번 출구 도보 5분 거리)

 

수 강 료 : 280.000(교재 및 CD 1장 포함)

 

접수 및 문의 : 02-447-2289(담당 : 임상선)

 

수강료 납부

- 온라인결제 (www.ikukak.org)

- 무통장입금 (국민은행 506101-01-215441, 예금주 더늠국악평생교육원)

 

준비물 : 없음 (교육기자재 완비)

 

단위시설이나 지역 교사모임에서 연수를 진행할 경우 출장교육 가능

* 8명 이상 진행 시수, 내용 등 프로그램 동일

 

유아국악교육지도자 양성연수는 고용보험환급과정으로

근로자직무능력향상훈련과 사업주위탁훈련에 적용됩니다.

* 대상자는 수강 전 전화상담 필수

 

주요 프로그램

1일차

1.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유치원과 친구

- 국악동요 : 인사노래, 쿵도령 따아씨

- 전래동요 놀이 : 꿩꿩 장서방, 잼잼

- 장구연주 : 기본 호흡법, 인사굿, 휘모리

2.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나와 가족

- 영아기 노래놀이 : 들강달강, 질라래비 훨훨, 둥개야, 불무야

- 소고놀이1,2 : 내 친구 소고도령, 아빠사랑

- 장구장단 : 굿거리

3.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건강과 안전/, 여름

- 국악동요와 놀이 : 길 건너갈 때, 신나는 물놀이

- 전래동요 와 놀이 : 제비삼촌, 매미 잡는 소리, 하마하마

- 장구장단 : 세마치

 

2일차

1.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동식물과 자연

- 전래동요와 놀이 : 쥐야쥐야, 수박 따러 왔다, 바위노래

- 국악곡 감상 교수법 : 국악곡 초원

- 장구장단 : 자진모리

- 소고놀이3 : 시루떡

2.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우리나라

- 한삼춤 : 탈춤놀이

- 판소리 : 수궁가 중 토끼 화상 그리는 대목’ / 민요 : 너영나영

- 장구장단 : 타령, 동살풀이

 

3일차

1.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교통기관/가을, 겨울

- 굿거리 기본무 : 아빠사랑

- 전래동요와 놀이 : 참새야, 부엉이와 붓, 춥대장

- 장구장단 : 별달거리

- 국압합주 : 신나는 교통기관

2.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우리나라, 세계 여러나라

- 국악체조 : 아리랑 수벽치기

- 국악동요 : 세계인사, 사물악기가 된 도깨비

- 사물악기 탐색, 연주법

3.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우리동네/가을

- 전래동요와 놀이 : 어디까지 왔나

- 사물놀이

- 민요와 놀이 : 강강술래

 

4일차

1. 유치원교육과정 생활주제 : 환경과 생활

- 전래동요와 놀이 : 청청 맑어라, 해치의 기차여행(꼬리잡기)

- 소고놀이4 : 동지팥죽

- 장구연주 작품 : 퓨전국악곡-난감하네

2. 총정리

- 장구장단 : 어린이 설장구

- 민요 : 너영나영

- 소고춤 : 내 친구 소고도령

- 굿거리 기본무 : 아빠사랑

 

 

()한국아동국악교육협회

02)447-2289/ 02)447-2277 www.ikukak.org

8월자격연수(온라인)001.jpg

빗속에서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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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물놀이.jpg

 

비가 내린다. 종일 좍좍 잘도 내린다.

7월 장마철이니 어쩔 수 없다.

비가 들이칠까봐 꽉 닫아 놓은 유리창 너머로 빗물 흐르는 마당을 내다보던 딸들이

살금 살금 밖으로 나간다. 마침 빗줄기가 좀 줄어들었다.

마당엔 얼마전에 온 가족이 힘을 합해 만들어 놓은 데크 옆으로

남편이 한창 짓다 만 아이들의 나무 놀이집 뼈대가 서 있다.

원두막처럼 바닥을 올려서 나무로 계단을 만들고 벽을 세우다가

장마철이 시작되어서 그 대로 둔 것이다.

 

나뭇바닥에 방수천을 쳐 놓았는데 그 위에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서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두 아이들은 처음엔 비옷을 입고 그 웅덩이 위를

철벅거리며 걸어 다녔다.

나는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하느라 이따금씩만 아이들을 살펴 보았다.

 

잠시 후 빗줄기가 거세어졌다.

잠시 생각하다가 아이들 있는 곳에 우산 세개를 설치해 주었다.

어지간한 비는 잠깐씩 그 안에서 피하면서 놀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은 우산 속에서 우산살을 타고 내려오는 빗물을 그릇에

받기도 하고, 손도 내밀어 비를 맞기도 하고, 빗속에 얼굴을 내밀고

혀를 내밀어 비를 맛보기도 했다.

지켜보니 퍽이나 즐겁고 재미나게 놀고 있었다.

 

그래..

내가 어린 시절에도 빗속에서 신나게 논 기억이 있다.

야단 맞기도했지만 늘 바쁜 엄마는 우리가 무얼 하고 노는지 신경 쓰실

겨를이 없었다. 비 속에서 철벅거리고 놀다보면 정말 신났다.

처음엔 우산도 받치면서 빗물에 안 젖으려고 신경쓰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온 몸이 비에 젖으면 우산도 집어 던지고 더 신나게 놀았다.

 

서른 넘어 마라톤을 시작했을때  어느 여름 동호회의 여행에서

억수같은 빗속을 한 시간 넘게 달린 적이 있었다.

스므명이 넘는 사람들이 열을 지어서 빗속을 달리는데 우린 내내

소리를 지르고 깔깔 웃었다. 빗물을 눈으로도 입으로도 거침없이 들어왔다.

세상과 완벽하게 한 몸이 된 듯한 기분이 그렇게 신날 수 없었다.

지금도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면 그날이 생각나고 다시한번 즐겁게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어진다.

 

두 아이들은 곧 비를 피하려는 것을 잊어 버렸다. 조금 젖다가

다 젖어버리자 아이들은 빗속에서 자유로와졌다. 마음껏 철벅거리다가

고여있는 빗물을 그릇에 담아 옷에 붓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 물놀이 2.jpg

 

낙숫물이 떨어져 내리는 빗물받이 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빗물을 받아서는

소꿉장난 그릇에 옮겨 담는 일은 몇 번을 해도 질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장화속에 물이 고여 걸을때마다 개구리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빗속을 뛰어 다녔다.

 

지켜보는 내 마음이 다 시원해졌다.

 

가끔씩 신나게 비 속에서 노는 일이 나쁠리 없다. 너무 오래 놀다보면 체온도 떨어지고

감기에 걸릴 위험도 있겠지만 한시간쯤 신나게 빗속에서 놀고 젖을 옷을 다 벗은다음

따끈한 물에 목욕을 하면 그만이다.

산성비다, 방사능이 섞여 있다, 황사도 들었다더라 하는 말로 아이들을 붙들기엔

비 속에서 노는 일엔 너무나  강한 매혹이 있다.

몸으로 떨어지는 비를 느끼며 비 내리는 세상을 거침없이 돌아다니는 일 자체가

아이들에게 짜릿한 해방감과 즐거움을 준다. 빗물이 고여있는 곳은 어디나

신나는 놀이터가 되고, 물이 넘치는 세상에서 재미나게 놀 것들이 너무나 많다.

물길도 만들고, 물도 옮겨 담고, 몸에도 부어보고, 놀아도 놀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멋지지 않는가. 비만 와도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은...

 

내 안에도 여전히 아이가 있다.

그 아이도 비를 좋아하고, 비가 오면 풍덩 뛰어 들고 싶어한다. 그래서 나는

비 내리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노는 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의 아이를

다시 불러본다. 모든 어른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아이들이 행복해야 그 어른도 행복하다.

오늘은 급히 써야 할 글이 있어 사진만 찍어주고 같이 못 놀았지만

장마는 길 것이다. 다음에 또 큰 비가 내리면 그땐 나도 같이 빗속으로 뛰어 들어야지.

신나게 철벅거리며 나이를 잊어버리리라. 그냥 나도 어린아이가 되어야지.

 

여름도 장마도 아직 길다.

비 내리는 날은 빗속에서 놀아보자.

세상과,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기분..

그 기분이 우리를 살게 한다.

 

7~12 개월 아가에게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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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9_2.jpg» 한겨레 자료 사진.


생후 7개월에서 12개월까지 아기의 뇌는 온통 밝게 빛나는 시냅스의 다발이 무성한 “황금의 정글”이다. 6개월 아기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아기의 뒤쪽에서 커다란 스피커로 자음과 모음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들려주면 일반적인 소음 등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자음 모음이 들릴 때마다 고개를 돌려 관심을 나타낸다. 페트리샤 교수에 의하면 생후 8개월 아기는 미국아기나 일본아기나 모두 <r>과 <l>의 발음 차이를 구분하는 반면 10개월이 되면 미국의 아기들은 약 80% 정도가 두 발음의 차이를 구별해 냈지만 일본의 아기들을 그것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아기들이 6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r>과 <l>의 발음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아기들은 부모에게 자주 들었던 모국어 언어에 맞게 뇌의 신경 회로가 형성되면서 다른 능력을 과감하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아기의 뇌는 자주 접한 자극에 의해 특정한 신경 회로가 만들어지면 뉴런의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자주 쓰이지 않는 뉴런의 신경회로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7-12개월에는 뇌가 모국어에 맞게 구조화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국어를 많이 들려주어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말걸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아기의 뇌가 매일 그 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아기는 달력이나 시계를 볼 줄은 몰라도 감각적으로 그 시간을 알고 기다리다. 기다리는 시간에 아빠가 오면 기쁨을 느끼지만, 아빠가 약속을 어기면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아빠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반복되다 보면 아기의 언어발달은 급격히 이루어진다. 아빠와 아기가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위를 조용하게 하고 단둘이서 말하자.


독서발달


아기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 비교적 정확하게 초점을 맞춘다. 그림의 선도 정확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따라서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그림이라도 잘 볼 수 있다. 또한 6개월이 되면 손과 눈의 협응이 발달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잡으려고 한다. 이 때 장난감처럼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그림책을 주면 아기의 눈과 손의 협응력이 정교해진다. 7~12개월 아기의 관심은 입, 혀, 입술 등 구강에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빨기, 물기 등을 통하여 입체를 느끼므로 그림책이 만지거나 빨아도 유해하지 않아야 한다. 책을 포함하여 손에 잡히는 물건은 모두 입으로 가져가서 확인한다. 그림책에서 떨어져나온 종이를 씹고, 책장을 찢을 뿐 아니라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모두 뽑아낸다. 눈으로, 손으로, 입으로 확인해 보아야 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그림책을 읽어주어도 두어 페이지 듣다가 다른데 관심을 보이는 일이 많다. 7-12개월 아기는 온몸으로 세상을 익히며 그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아기에게 책을 자주 읽어주면 그림책을 가지고 놀고, 그림책에서 본 것을 일상생활에서 발견하고 신기해 한다. 아빠는 이 시기에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려주고, 그림책도 많이 읽어주자. 특히 이 시기는 주변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있으므로, 아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웅얼거리면 아빠는 그것의 이름을 말해주어야 한다. 그림책을 읽을 때에도 그림 속 사물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묻기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일이 많은데, 아빠는 그림책을 읽어줄 때 줄거리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친숙한 사물의 이름을 알려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림책 고르기


7~12개월 아기는 파스텔조의 색깔도 볼 줄 알고 작은 물체도 볼 수 있지만 비슷한 물체를 잘 구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색깔이 애매하거나 배경과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사물이 너무 작게 그려진 그림책은 피하자. 이 시기의 그림책은 책이라기보다 장난감에 가까우므로 손으로 만지면서 촉각과 시각 발달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좋다. 아기가 감정이입이 되려면 그림책의 주인공이 아기와 비슷하고, 그림도 사실적인 것이 좋다. 언어발달이 중요한 시기이므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하게 살린 그림책일수록 아기가 좋아한다. 운율감 있고 재미난 표현이 많이 나오는 동요나 동시를 담은 그림책책도 좋다. 7~12개월 아기에게는 이야기책보다는 사물을 분류하고 인지할 수 있는 사물그림책이 좋다. 한두 마디로 시작해 한 문장을 넘지 않는 한 줄 정도의 글이 담긴 책이면 적당하다. 달과 같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나, 강아지처럼 주변의 동물이 등장하면 좋아한다.


사물그림책


아기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으로 적합한 것은 일명 '재확인 그림책'이다. 아기가 실제로 본 것을 그림을 통해 재확인시켜주는 것이다. 7~12개월 아기에게 처음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은 가능한 한 아기의 실물을 본 대상에 대한 그림이나 사진이 풍부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림책에서 아기가 가장 흥미를 보이는 것은 먹을 것을 그린 그림이다. 아기는 자기가 이미 먹어 본 음식의 이름을 잘 기억하며, 그림책에서 자기가 경험한 것을 금방 찾아낸다. 아기는 음식을 먹으면서 색깔, 맛, 냄새 등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음식 다음으로 흥미를 보이는 것은 동물이다. 자기 집이나 이웃에서 키우고 있는 개나 고양이의 명칭 등을 아기는 놀랄 정도로 금방 외운다. '재인식 그림책'은 디자인이 선명하고 사물의 특징을 정확히 표현한 그림책으로, 색채가 풍부하여 아기의 눈에도 구별하기 쉬운 것을 골라야 한다. 그림도 너무 섬세한 것은 피하고 단순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좋다.이 시기의 아기들은 특히, 주변에서 자주 보는 친근한 사물이나 사람을 그림책에서 만나는 것을 아주 즐거워한다.


<대표그림책>

사과가 쿵! (글, 그림 다다 히로시, 보림)

달님 안녕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냠냠냠 쪽쪽쪽 (글, 그림 문승연, 길벗어린이)

BEBE 지능개발을 위한 아기그림책 (글, 그림 베아트리스 미예트르, 꼬마샘터)

곰돌이 아기그림책 1,3 (웅진주니어)

가족 123 (글, 그림 정상경, 초방책방)

아기토끼 날개책 시리즈 (글, 그림 아츠코 모로즈미, 베틀북)

열어요 시리즈 (글, 그림 아라이 히로유키, 한림출판사)

숨바꼭질 놀이 그림책 시리즈 (글, 그림 이시카와 코우지, 대교출판)

얼룩말이 뻥 (글 호박별, 그림 오정택, 시공주니어)

알록달록 아기 그림책 (시공주니어)

입이 큰 개구리 (글, 그림 키스 포크너, 미세기)

첫 인지 퍼즐북(블루래빗)


오감자극 그림책


보고 읽는 그림책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는 생후 12개월 이후다. 12개월 이전에는 그저 만지는 것에 가장 몰입한다. 아기는 누워만 지내다가 차츰 고개를 가누고, 뒤집고, 기고, 서기 시작할 뿐 아니라 눈과 손의 협응력이 좋아져서 주위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만지려고 한다. 따라서 시각, 청각, 촉각의 발달을 모두 도울 수 있는 책을 골라주자. 7~12개월 아기에게 그림책은 책이라기보다는 그림책에 가깝기 때문에 딸랑이 기능이 있는 책, 비닐 등 특수 소재로 만들어 목욕하면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책도 좋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아기에게는 조그만 그림책을 주자. 아빠가 들고 보여주어도 좋지만 그림책을 아기 무릎 위에 놓아 읽어줄 수 있다. 조그만 그림책은 아기가 몸과 마음으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친근함을 더 느낀다.


<대표그림책>

싹싹싹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야옹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글, 그림 제인 커브레라, 보림)

소리나는 아기 목욕책 (애플비 편집부, 애플비)

DK 알록달록 색깔(삼성출판사)


일상생활 그림책


12개월이 되면서 목욕하기, 옷갈아입기, 밥 먹기, 잠자기 등 일상에서 겪는 일이 담긴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아기의 일상이기 때문에 책을 매개로 엄마와 아기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용한 의미를 봄내는 그림책들이다.


<대표그림책>

곰돌이 아기그림책 2 (웅진주니어)

냠냠냠 맛있다 (글 보린, 그림 백은희, 창비)

배가 고파요 (글, 그림 곽상주, 길벗어린이)

손이 나왔네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싹싹싹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아기 놀이책 시리즈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아기말 그림책 (글 호박별, 시공주니어)

아장아장 걸어요 (글 보린, 그림 백은희, 창비)

와글와글 모두 그림책 (글, 그림 와타리 무츠코, 한림출판사)

쿨쿨쿨 잠자요 (글 보린, 그림 백은희, 창비)

냠냠 식사놀이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아기 물고기 하양이 (글, 그림 히도 반 헤네흐텐, 한울림어린이)


정서발달 그림책


안아주고 쓰다듬는 등 정서발달에 초점을 맞춘 그림책은 아빠와 아이의 애착을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엄마, 아빠, 아기가 등장하고 스킨십, 뽀뽀, 포옹 등 동작이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기가 아빠의 사랑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정서발달은 24개월 이전에 주로 발달하므로 7~12개월 아기를 위한 그림책은 감각이나 인지발달뿐 아니라 정서발달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표그림책>

우리 아기 뽀뽀해줄까? (글, 그림 캐런 카츠, 와이즈아이북)

자장자장 엄마 품에 (글 임동권, 그림 류재수, 한림)

구두구두 걸어라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타세요 타세요 (글 홍진숙, 그림 김근영, 여우고개)

폴짝! (글, 그림 관상주, 길벗어린이)


운동발달 그림책


운동발달 그림책은 몸놀이를 직접 따라한다는 점에서 대근육운동이나 소근육운동발달을 촉진시키고 몸을 사용한다는 즐거움도 대단하다. 그림책을 가지고 아빠와 아이의 몸놀이을 더욱 정교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특히는 신체놀이는 아빠가 해주는 것이 제 맛이다. 감각을 극단까지 몰아가기 때문이다. 읽어주지만 말고 아기가 직접 따라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읽어주어라.


<대표그림책>

뒹굴뒹굴 짝짝 (글, 그림 백연희, 길벗어린이)

쑥쑥 몸놀이 1,2 (글 엄혜숙, 그림 정순희, 다섯수레)

아빠한테 찰싹 (글 최정선, 그림 한병호, 보림)

엄마랑 뽀뽀 (글, 그림 김동수, 보림)

첫돌쟁이 놀이책 시리즈 (글 김혜진, 그림 김이랑, 웅진닷컴)

코코코 해보아요 (글 신용주, 그림 이진아, 사계절)


까꿍놀이 그림책


생후 9개월 이후에는 눈앞에 있던 물건이 잠깐 안 보여도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다는 대상영속성개념이 생긴다. 보통 12개월 전후 아이의 85% 정도는 숨겨진 물건을 찾아낼 만큼 대상영속성 개념이 자리잡는다. 대상영속성 개념이 잡힌 아이는 부모가 잠깐 자리를 비우더라도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며 사물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까꿍놀이는 대상영속성 개념을 발달시키는 효과적인 놀이로 까꿍놀이 그림책이나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플랩북을 이용하면 더욱 실감이 난다. 그림책을 활용한 까꿍놀이는 아이의 워컹메모리를 효과적으로 높여준다.


<대표그림책>

열두 때 동물 까꿍 놀이 (글,그림 최숙희, 보림)

누구게? (글, 그림 세바스티앙 브라운 시공주니어)

누구야? (글, 그림 정순희, 창비)

모자가 빼꼼 (글, 그림 마에다 마리, 보림)

뭐하니? (글, 유문조, 그림 최민오, 길벗어린이)

아기 고양이 야옹 (글, 그림 히로노 타카코, 창비)

짠~까꿍놀이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그림책 읽어주기


7~12개월 아기는 책에 대한 집중력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읽어달라고 책을 들이밀고서는 막상 한두 페이지만 듣고는 휙 가버리기는 일이 많다. 다만 처음 보는 그림책에 대한 관심은 많다. 처음 보는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은 많지만 그림책의 내용을 알아 즐거워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그림책을 뒤적이며 그림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손에 그림책을 들고 돌아다니는 일도 많다. 7~12개월 아기에게는 그림책은 가장 잘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다.


첫째, 리듬감 있게 읽어주자. 7~12개월 아기는 눈과 귀를 동시에 자극해야 쉽게 집중한다. 7~12개월에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은 줄거리 때문이 아니라, 소리, 음절, 어미가 리듬감이 있기 때문이다. 적절히 움직여주면서 리듬감 있게 읽어주면 아기의 뇌에 그림책 언어가박힌다.


둘째, 아빠의 목소리로 들려주어라. 아기에게 다양한 음성적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항상 음악 CD나 비디오 또는 TV를 틀어 놓은 부모들이 있다. 그러나 어린 아기 때부터 너무 강한 영상과 기계음에 익숙해지면 아빠의 목소리에 반응을 하지 않는다. 정말 시간이 없을 때만 보조적으로 CD를 틀어주어라.


셋째, 책장을 스스로 넘기게 하라. 7~12개월 아기는 책장을 넘기는 것을 좋아한다. 아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기가 스스로 책장을 넘기도록 하자. 아기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사물의 이름을 말해주면 그 그림을 찾아내며, 아빠를 따라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넷째, 이름 부르기 게임을 하라. 아기에게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큰 소리로 사물의 이름을 말하자. 아기가 ‘웅얼웅얼’ 따라 하기도 한다. 7~12개월 아기들은 그림만 보면 된다. 손으로 글자를 지적해주기보다는 “곰 어디 있지?”하면서 질문을 해보자. 아기가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르킬 것이다.


다섯째, 아기의 행동을 중계해주자. 그림책을 입으로 빨고 무는데 열심이면 “책을 입으로 빨고 있구나”라고 이야기해주고, 아기가 책장을 넘기면 “책장을 잘 넘기네”라고 이야기해주자. 아기가 그림책의 그림에 흥미를 나타나면 “그것은 사과란다”하고 말해주자.


여섯째, 즐겁게 교류하자. 책읽기를 아빠와 즐거운 교류의 시간으로 만들자. 아기를 무릎에 앉혀서 꼭 끌어안고는 같은 자세로 함께 그림책을 보자. 이와 함께 그림책의 그림과 관계있는 실물을 보여주기도 하자.


함께하는 학교 행사…모두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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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일반 학교 다닐 때 학기 말에 학예발표회가 있었다. 아들은 자기 반 프로그램이 탬버린 춤이라면서 정말 하기 싫다고 했다. 그래도 첫 아들의 발표회를 보러 일찌감치 가서 강당 제일 앞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다. 아들의 반은 행사 시작 뒤 30분쯤 지나 등장했는데 맨 뒷줄에 서 있는 아들의 얼굴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 아이들은 유치원 발표회처럼 학교에서 제공한 반짝이 의상을 입고 유행하는 음악에 맞추어 탬버린을 잠깐 흔들다가 사라져 버렸다. 인사에서 끝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다. 그것으로 아들의 순서는 끝이었다.

아이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는 학교에서 정했고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대로 연습을 해서 잠깐 무대에 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안학교로 옮겼더니 입학식부터 너무나 달랐다. 가족 모두가 1박2일로 참석해야 했던 입학식엔 가족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내야 해 오랜만에 캠코더를 들고 영상을 만들었다. 선배 학생들이 신입생에게 자신들이 만들고 준비한 선물을 주며 입학 축하를 해줬고, 재학생 부모들은 재미난 연극을 준비해서 큰 웃음을 주었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함께하는 게임과 놀이를 하느라 신혼여행 이후 처음으로 남편 손잡고 달려보기도 했다.

대안학교는 행사가 많다. 운동회와 발표회도 있고 벼룩시장이나 바자회·공연·후원을 위한 모임과 입학 설명회·졸업식 등 1년 내내 행사가 열린다. 행사 준비가 시작되면 내용과 역할 분담을 위한 회의부터 진행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까지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의 사정과 재능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되는데 덕분에 나는 옛 학창 시절에 해봤던 촌극 대본을 쓰고, 연출과 연기 지도까지 맡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남편도 연극의 한 꼭지에 출연해 예상하지 못했던 웃음을 선사했다. 무뚝뚝하게 여겼던 한 아빠가 검은 선글라스 끼고 코믹하게 사회를 봐서 깜짝 놀랐다. 대안학교의 행사들은 평소에 잘 몰랐던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능과 성격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하나의 행사에서 모였던 모임들이 계기가 되어 행사 끝난 뒤에도 동아리로 모임으로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간의 이해와 결속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안학교에서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행사를 통해 소속감을 더 크게 하고, 구성원간의 친밀함을 높인다. 학생과 부모 사이, 부모와 교사 사이도 이런 행사를 통해 더 가까워진다.

아이들이 준비해서 보여주는 행사들도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교사나 학교가 정해주지 않는다. 아이들 스스로 내용을 결정하고 역할을 나누어 연습을 한다. 학교나 교사들이 나서서 공연만을 위한 특별 연습을 시키는 일도 드물다. 부족한 대로, 모자란 대로, 서툰 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 일에 모두가 자연스럽다. 그래서 일반 학교 발표회에 비해 프로그램도 엉성하고 내용도 많이 부족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아닌, 지금 그대로의 우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는 언제나 적지 않은 감동이 있다.

물론 크고 작은 갈등들과 문제들을 겪기도 한다. 진행상의 의견 차이나 감정들이 부딪치기도 하고, 잘못하면 행사를 통해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나빠지는 일도 생긴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행사까지 준비하고 참여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을 맡게 되면 부담도 크다. 그러나 아이와 같은 무대에 서고, 함께 준비를 해서, 같이 웃고 손뼉치며 행사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서로를 보는 시선을 달라지게 한다. 같이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대안학교의 본질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북 장수 남덕유산 토옥동계곡과 양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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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외진 동네 장수…둘러볼 곳도 무진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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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북 장수군 계북면 남덕유산 자락 토옥동계곡은 때묻지 않은 청정 골짜기다. 2 토옥동계곡 들머리 마을인 양악리의 고려시대 석탑(양악탑). 3 한글학자 건재 정인승 기념관(양악마을)에 전시된, 담배 은박지 뒤에 적은 정인승의 메모들. 4 장수는 의기 논개가 태어난 고장. 논개 생가가 있는 주촌마을 입구.

[esc]여행
전북 장수 남덕유산 토옥동계곡과 양악마을, 장안산 덕산계곡

‘무진장’(無盡藏). ‘덕이 넓어 다함이 없음’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엄청나게 많다’는 이 말 뜻과는 관계없이, 전북 내륙 산간 오지로 꼽히는 세 고장 무주·진안·장수를 함께 이를 때도, 흔히 앞 글자를 따 ‘무진장’이라 표현한다. 보고 느끼고 먹고 즐길 거리가 무진장 많은 고장들인데, 이 중에서 여행지로 가장 덜 알려진 곳이 장수군이 아닐까 싶다. 구석구석 들여다보니, 장수군 역시 둘러볼 곳이 무진장인 고장이다. 싸리재·집재·솔재·비행기재…, 이름도 정겨운 높은 고개들 넘나들며, 차갑고 근사한 계곡들과 따뜻하고 인정 많은 마을들을 둘러봤다.

토옥동 상류계곡
장수쪽 오르는 길 험하지만
크고 작은 소와 폭포 이어져
깨끗하고 아름다운 청정 골짜기

“요렇게 멋지고 깨끗한 골짜기도 참 드물 것이오.” 전북 장수군 북동쪽 끝, 계북면 양악리 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오두인(74) 양악마을 노인회장이 차분한 말투로 남덕유산 자락 토옥동계곡의 청정함에 대해 설명했다. “요짝(하류)으론 마자믄 댐이 생겨갖고 망가져부렸지만, 위쪽으론 깨끗한 쏘가 엄청나게 많아요.” 마을 사무장 장미순씨도 말했다. “가마소에서 끌어온 물을 지금도 우리 마을 식수로 쓰니까요.”

토옥동계곡은 남덕유산(1507m)과 삿갓봉(1410m) 사이로 깊숙이 뻗은, 비교적 덜 알려진 7㎞ 길이의 골짜기다. 웅장한 규모는 아니어도, 20여개의 지류와 크고 작은 소, 폭포가 이어지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위골짜기다. “새색시를 태운 가마가 떨어진 곳”이라는 가마소(각시소), 골짜기의 가장 큰 폭포인 지추골 폭포(큰폭포·높이 15m)가 이름 높다.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1986년 댐을 막아 양악저수지를 만들면서 댐 하류 계곡은 “바위 바닥이 파여나가고 물이 말라” 경관이 볼품없어졌지만, 지금도 상류 쪽은 오염원 없는 청정 골짜기다. 산이 험하고 가팔라 등산객 출입을 금지해온 덕에 청정 물길이 유지돼 왔다.

토옥동계곡 물길을 따라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숲터널이 이어지는데, 오를수록 길은 가팔라지고 좁아져 길을 잃기 쉽다. 남덕유산은 거창·함양 쪽으론 경사가 완만하지만, 서북쪽인 장수 쪽으론 급경사를 이루는 지형이다. “함양 쪽에서 넘어온 등산객이 다시 돌아가는 걸 못 봤어요. 녹초가 돼 택시 타고 가지. 그만큼 험해요.”(오두인씨)

산이 깊고 험한 만큼 아픔도 많이 깃든 골짜기다. 삼국시대엔 백제·신라의 경계를 이루며 영토다툼 격전장이었다. 수림이 울창해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골마다 숯가마가 들어섰고, 광복 뒤까지 대량 벌목이 자행됐다. 을사늑약(1905년) 때는 호남 일대에서 분연히 일어선 의병들이 왜병들과 격전을 벌였던 곳이다. 한국전쟁 땐 빨치산 활동 거점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거창으로 갈 땐 월성재를 넘어 걸어다녔다고 한다. “거창 읍내 가려면, 하루 한두번 다니는 버스 기다렸다 타고 가는 것보다 월성재로 걸어가는 게 빨랐어요. 읍내까지 네시간 반이면 닿으니까.”

계곡 아름답고 숲 울창해도, 지금은 안전상 등산로를 폐쇄해 산행이나 트레킹을 할 수는 없다. 다만, 계곡 들머리(송어양식장 주변) 물길에 들어가, 찬물에 손발 담그고 물소리 들으며 쉬는 것은 허용된다(수영·취사 금지). 덕유산국립공원 쪽은, 안전시설 보강 뒤 2015년 토옥동 등산로를 개방할 예정이다.

토옥동 경치의 시작은 본디 양악저수지 댐 밑 용연정과 용소 일대부터였다. 명주실에 돌을 달아 던지면 실꾸리 두세개가 들어갔다는 깊은 소가 용소인데, 지금은 탁한 물만 고여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용소엔 “커다란 뱀장어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댐이 생긴 뒤 다 사라졌다.” 한자이름 빽빽이 새겨진 용소 바위 위엔 마을에 세거하던 동래 정씨들이 지은 정자 용연정이 있고, 그 옆엔 주변(현 저수지 댐 왼쪽 앞)에 있던 심방사 절터의 탑으로 추정되는 아담한 양악탑(고려말 5층석탑·유형문화재)이 서 있다. 탑은 본디 논 가운데 세워져 있었는데, 1970년대 초반 주민들이 현 위치로 옮겼다. 옮길 때 “맨 밑 기단석은 파낼 수 없어 논바닥에 그대로 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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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대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고속도로. 덕유산나들목에서 나가 19번 국도 따라 장계·계북으로 가다 지소삼거리(주유소)에서 좌회전, 양악마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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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곳 장수군청 앞 농특축산물 로컬푸드직매장의 ‘장수한우명품관’(063-352-8088)은 무항생제 장수한우를 저렴하게 사서 구워먹을 수 있는 깨끗한 식당. 암소 꽃등심(1++ 등급) 600g이 3만8000원. 토옥동계곡 양악송어장(063-353-1215)의 송어회·산천어회, 산서면소재지 산서보리밥집(063-351-1352)의 보리밥(사진)·묵국수.

묵을 곳 야외수영장이 딸린 리조트 ‘타코마 장수촌’(063-353-8200) 성수기(7~8월)·주말 12만원부터(13평형), 비수기·평일 9만원부터. 양악마을 체험관(063-352-3313) 가족방 8만원부터. 방화동가족휴가촌 오토캠핑장은 당일 선착순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나무데크 사이트 30곳 등 텐트 50동 가능. 데크 1일 대여 1만5000원.

또다른 볼거리 대성전 건물이 창건 당시(조선 태종) 모습 그대로라는 읍내의 장수향교(대성전·보물 272호)가 눈길을 끈다. 향교 외삼문 앞에 세워진, 정유재란 때 향교를 목숨 걸고 지킨 관리인을 기려 세운 ‘충복 정경손 수명비’와 박석(호박돌)들이 드러난 대성전 마당이 인상적이다. 논개 생가 마을이자, 집마다 돌널 지붕을 얹어 민속마을로 꾸민 장계면 대곡리의 주촌마을, 장수읍 두산리의 논개사당, 천천면 장판리의 타루공원(타루비), 산서면 사계리 정상윤 가옥, 오산리 오메마을 권희문 가옥, 번암면 노단리 장재영 가옥 등 고택들도 볼거리다. 승마를 배울 수 있는 장수승마체험장도 있다.

여행 문의 장수군청 문화체육관광사업소 (063)350-5557, 장수문화원 (063)353-5301.


용연정도 용소도 양악탑도, 삭막한 댐과 고속도로 다릿발, 제방길·용수로 등 회색 시멘트 구조물에 둘러싸여 한없이 초라한데, 더럽고 후텁지근한 물가 숲에선 매미들이 종일 징징대며 투정을 부리고 있다.

양악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한글학자 건재 정인승(1897~1986) 선생이다. 용연정을 세우고 토옥동 경치를 즐기며 소요했던 정기수의 손자다. 정인승은 <큰사전> 편찬중이던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에 붙잡혀 광복 때까지 옥고를 치렀다. 양악마을엔 돌담이 아름다운 그의 생가가 남아 있고, 그 옆엔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기념관 전시실 들머리에 적힌 “말과 글을 잃게 되면 그 나라 그 민족은 영영 사라지고 만다”는 그의 어록과, 전시 물품 중 하나인 청자·한산도 담배 은박지 뒷면에 깨알같이 적은 한글 관련 메모들이 눈길을 끈다.


90가구 190여 주민이 사는 양악마을은 유래가 삼국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백제 초기에 이미 백이현이 있었고, 통일신라 땐 양악소가 설치돼 큰 마을을 이뤘다. 양악소는 조선 고종 때까지 이어지는데, 지금도 마을 곳곳엔 관아가 있던 동헌 터, 감옥이 있던 옥터거리, 장이 서던 장터거리, 2층 건물이 있었다는 이층거리 등 지명이 전해오고 있다.


양악마을에선 토마토 따기(9월까지), 오미자 따고 선별하기(8월 말~9월), 사과·머루 따기(9월 중), 황토 천연염색과 한지 캐릭터 만들기(수시) 등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인삼 캐기 체험도 진행했으나 일부 체험객들 욕심 때문에 “인삼밭이 순식간에 쑥밭으로” 변하는 걸 본 주민들이 행사를 포기했다고 한다. 마을회관 옆엔 취사 가능한 숙박시설도 마련돼 있다.


장수군 내의 다른 바위계곡으로, 장안산군립공원의 덕산계곡이 있다. 역시 저수 댐(용림저수지)이 들어서며

경관이 훼손되고 물빛도 탁해진 모습이지만, 나무 탐방로를 따라 울창한 숲길 산책을 즐길 만하다. 용림저수지와 방화동휴양림·가족휴가촌(오토캠핑장) 사이의 물길인데, 댐이 있는 상류 쪽으로 올라갈수록 물빛은 흐려진다. 큰용소·작은용소 등이 볼만하다.


장수/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복직 한달 전, 이사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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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은 5월인데 두 달 전인 3월 현재까지 우리는 결정을 못했다. 어디에 살 것인가, 어디에 살아야 맞벌이하며 아기를 키울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노키드였던 우리는 늘 자유롭게 살았고 전세 기간이 끝나면 어디론가 이사를 하곤했다. 물론 언제나, 전세 보증금이라는 경제적 압박이 존재했지만 적어도 같은 값이라면 우리는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 아이가 있고,  나는 복직을 해야하고, 그러면 엄마아빠 둘다 하루 9시간 이상을 일터에 있을테니 대책이 필요했다.

 

그런데 복직 두 달 전까지 고민이라니. 이건 심해도 너무 심했다. 애초에 고민은 곤란이가 태어난 지 6개월이 되던 시점에 해소가 됐어야 했다. 당시 우리는 살던 집에서 나갈 때가 되었었고 심각하게 ‘복직 이후’를 내다보며 살 곳을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 결정에 문제가 생겼고 이후 복직 두 달 전까지 지속적으로 우리는 이사를 고민하고 의논하며 싸우고 또 싸웠다.


아기가 6개월 때 이사를 하며 우리(라기 보다는 내)가 내린 결정은 “친정 식구들에게 의지해보자”였다. 남편 회사와는 지리적으로 정 반대인 곳이었고 마포에 있는 내 회사와도 먼 경기도 지역이었지만 우리는 이사를 감행했다. 그런데 친정에 사정이 생겨 내가 복직 뒤에 신세를 지기가 어려워졌다. 졸지에 나는 육아휴직 기간동안 낯선 동네에서 홀로 아이를 돌보게 됐고 남편은 출퇴근 때문에 하루 5시간을 길바닥에 뿌려야했다.


막히고 붐비는 길고 긴 출퇴근길에 남편은 지쳐갔다. 아기가 일찍 잠드는 탓에 남편은 칼퇴근을 해도 아기와 눈조차 맞출 수 없었다. 나역시 친정에 기대려던 계획이 어긋난 것에 대한 절망감과 스트레스로 지쳐갔다. 다행히 동네에서 좋은 애엄마 친구들을 만나 하루하루는 버틸 수 있었으나 어쨌든 이사간 지 몇 개월만에 우리는 다시 이사를 고민해야 했다.


아니다, 이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결정해야 했다. 맞벌이 부부로서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이것은 단순히 이사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쩔거야? 맞벌이로, 너도 일 욕심 있고 나도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면서 애를 어찌 키울거야? 그래서 애 안갖자고 했던거 아니야. 그런 말이 지금 무슨 소용이야. 어쩔건데? 왜 나한테 물어? 뭐 어쩌라고?


길고 긴 말씨름 끝에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이런 비극적 상황으로 내리달린 데는 애초부터 아이를 기르는 일에 있어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했기"때문이었다. 남편은 말했다. 외부의 누군가에게 기대려고 한다면 그 상황은 늘 유동적일 수 밖에 없다고. 변수를 상수로 믿고 의지하려 한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 것이라고. 우리 둘이서 의지를 갖고 헤쳐나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리가 결정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책임은 왜 우리의 부모가 지는가? 이미 양가의 부모님은 두 명 이상의 자식이 낳은 세 명 이상의 손주를 돌보느라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우리 애는 왜 봐주지 않느냐”는 투정을 부리고 있던 셈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던 모든 계획을 접어버렸다. 내 새끼 키우는 일인데 나도 못하는 일을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디로 가나하나. 나는 기자다. 정치·경제·사회·문화·편집 등 어느 부서로 복직하게 될 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발령에 따라 업무의 형태와 내용이 너무도 달라질 터다. 위험부담으로 보자면 남편이 적다. 남편은 연구원이어서 적어도 하는 업무는 일정한 편이다. 게다가 남편은 “네가 1년동안 육아휴직을 했으니 나는 (전례가 없어서 휴직까진 힘들고) 앞으로 누가 뭐래든지 되도록 칼퇴근을 해서 아이를 돌보겠다”고 선언했다. 칼퇴근, 말이 쉽지, 남편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애 보러 집에 가요"하며 매일 칼퇴근이라니, 이를 이해해주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는가. 여기는 한국 아닌가! 어쨌든 그리하여 남편 회사 바로 옆 아파트로 이사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늦게 결정해 복직 전에 이사가 가능할까? 두 달짜리 모래시계가 후루룩 내려오는걸 느끼며 초조했다. 일단 황급히 집을 내놨다. 아파트 1층이라 걱정했는데 집은 2주일만에 나갔다.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부동산에 가서 당시 나와있던 가장 저렴하면서도 남편 회사와 가까운 집을 구했다. 기적적으로 이사 날짜가 맞춰졌다.(우리 부부는 아직도 하늘이 종종대는 우리가 하도 불쌍해 도와준 것이라 믿고 있다) 양쪽 복비를 다 물고 이사비를 또 써가며 우여곡절끝에 이사를 했다.


이제 복직은 한 달 남았다. 나는 또 낯선 곳, 마포에 있는 내 회사로부터도 먼 경기도의 반대쪽에 와서 살게됐다. 남편은 걸어서 출퇴근을 하게됐다. 아침을 함께 먹고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됐다. 음.. 우리 부부가 할 수 있을까? 맞벌이 하면서 둘만의 힘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설레고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우리의 결정은 벼락처럼 내려져 운명처럼 전개됐다.  

 

(사진은 이사간 직후 아직 육아 휴직 중인 엄마 손에 이끌려 집 바로 옆에 있는 아빠 회사 로비에 가서 뒹구는 아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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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특강 페이지가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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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에 한겨레 부모특강 페이지가 열렸어요.


한겨레 부모특강에서는

그동안 3차례 열렸던 한겨레 부모특강의 후기 기사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부모특강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부모와 육아에 관련된 정보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부모특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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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아이의 행복한 미래, 한겨레 부모특강이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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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별로 즐기는 빗속 여행 4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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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한탄강변의 비둘기낭. 비 올 때 폭포를 볼 수 있지만, 폭포보다는 음습한 절벽 골짜기와 짙푸른 물빛이 온몸을 서늘하게 해주는 곳이다.

[esc] 커버스토리

비와 안개 속에서 더 돋보이는 여행지들
테마별로 즐기는 빗속 여행 4선

장마철 여행에 대해 주변에 물으니, 대답은 둘로 나뉘었다. “여행은 무슨? 구질구질하게.”(비를 싫어하시는 분) “비 올 때 가면 좋은 데가 어딘데?”(여행을 좀 다녀본 분) 흔히들 비와 여행은 상극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를 좋아하는 분도 싫어하는 분도 ‘빗소리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을까? ‘비 올 때 좋다’는 여행지란 사실, 비 올 때 굳이 가봐야 할 곳이라기보다, 여행길에 만난 비로 여행 분위기가 한결 북돋워지는 곳들이다. 주말 여행 때 맑은 날씨 만나기 어렵듯이, 비 오는 날 만나기도 수월찮다. 그래서 비가 안 와도 괜찮고, 비가 오면 더 돋보이는 여행지들을 골라봤다.

비 올 때 폭포 위용 드러내는 비둘기낭·엉또폭포

비 와야, 비가 내린 뒤에야 멋진 폭포 물줄기를 보여주는 곳들이다. 평지를 흐르던 물길이 낙차 큰 절벽을 만나 거세게 떨어져 내리는 게 폭포다. 평소엔 물이 말라 그냥 절벽이었다가, 비가 올 때만 위용을 드러내는 폭포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한탄강변의 ‘비둘기낭’이다. 27만년 전 유출된 용암이 굳은 뒤 침식돼 이뤄진 주상절리 협곡과 동굴로, 최근 천연기념물(제537호)로 지정됐다. 대회산리 평지를 흘러오던 자그마한 물길이 이 협곡을 만나 움푹 파인 절벽으로 떨어져 내린다. 굳이 폭포가 아니더라도 나무들에 가려진 절벽 밑의 짙푸른 물웅덩이가 소름을 돋게 하는 곳이다. 비가 온 뒤에야 폭포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폭포보다도 절벽 밑 동굴의 천장에서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물줄기들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비둘기낭이란 이름은 절벽과 숲에 비둘기가 많이 살았던 데서 비롯했다.

주민이자 비둘기낭 관리인인 이규석씨는 “그 많던 비둘기·박쥐·메기·쏘가리가 사라진 건 몇년 전 <선덕여왕> 드라마가 촬영된 뒤 인파가 몰려들면서부터”라고 했다. 여름이면 돗자리 깔아놓고, 헤엄치고 밥해 먹고 고기 구워 술 마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물가 출입과 음식물 반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관리인까지 고정배치돼 점차 청정한 분위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주차장에 간이화장실도 설치했다. “하루 100㎜ 정도는 비가 와야 볼만한 폭포가 형성된다”고 한다.

비가 와야 폭포를 이루는 절벽들은 화산섬인 제주도에도 많다. 제주 하천들은 대부분 마른 하천이었다가 비가 오면 거센 물살을 이루는 급류천을 이룬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내륙 악근천 상류 절벽에 걸린 엉또폭포도 비가 올 때 거센 물줄기를 쏟아부어 장관을 이루는 폭포다. 높이 50m에 이르는 절벽의 폭포수와 주변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발산한다. 제주올레길 7-1코스에 있다. 엉또는 ‘작은 바위굴 입구’라는 뜻의 제주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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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덕산기계곡

비 온 뒤 환상적 물빛 내뿜는 덕산기계곡

대부분의 ‘비와야 폭포’가 비 올 때나 비 온 직후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면, 비가 오고 며칠 지나서야 제 빛깔을 보여주는 골짜기도 있다. 정선의 덕산기계곡(사진)은 평소에 대부분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자갈밭만 드러나지만, 비가 오면 순식간에 널찍한 계류를 이루는 곳이다.

정선읍 여탄리에서 덕우리 거쳐 화암면 북동리로 뻗은 10여㎞의 계곡이다. 이 골짜기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환상적인 물의 빛깔이다. 비가 온 뒤 2~3일 뒤부터 일주일 사이가 이 골짜기 물빛 감상의 적기다. 거센 물살이 잦아들며, 흰 자갈밭 위로 드러나는 옥빛 물살은 참으로 아름다워 기이하기까지 하다.

비 올 때는 절벽 곳곳에 폭포도 형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폭포는 주민들이 ‘나가라 폭포’라고 하는데, 폭포 모습이 보이면, 계곡 물이 엄청 늘어나게 되므로 이른 시간 안에 계곡을 빠져나가야 안전하다는 뜻이다. 계곡 안에 펜션 2곳과 게스트하우스 1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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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운길산 자락의 고찰 수종사

비 와도 좋고 안개 끼어도 좋은 절집과 정자들

비 올 때 찾아가기보다는, 찾아간 뒤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나면 좋은 곳도 있다. 깊은 산속 고색창연한 사찰이나 고즈넉한 옛 분위기를 간직한 정자들과 향교 등 선인들 체취가 스민 전통 건축물들이다.

고찰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면, 풍경 소리보다 청아하고 산새 소리보다 해맑은 울림이 가슴속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큰 절집들에는 방문객을 위한 전통 찻집이 마련돼 있어 차를 마시며 쏟아지는 빗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가벼운 산행과 함께 구름 위 절집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남양주 운길산 자락의 고찰 수종사다. 팔각오층석탑과 정의옹주 부도 등 석조물과 500년 은행나무가 돋보이는 수종사의 자랑거리는 절 마당 또는 은행나무 밑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쪽 한강 물줄기 풍경이다. 조선 초기의 대문장가 서거정이 ‘동방 최고의 경관’이라 표현했을 정도다.

비 올 때 이 절집의 최고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통유리가 시원한 찻집 삼정헌(사진)에 앉아 직접 달여 마시는 그윽한 녹차 맛이 아닐 수 없다. 비 올 때 일부러 차를 마시러 찾아간다는 이가 있을 정도다. 통유리를 통해 숲과 한강 물줄기 일부가 바라보인다. 뜨거운 물과 작설차가 준비돼 있고, 직접 다기를 이용해 차를 우려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차와 빗소리를 즐긴 뒤 차값은 내키는 만큼 내면 된다.

옛 선비들이 관직에서 물러나 낙향해, 전망 좋은 자리에 짓고 소일하던 정자들을 찾아가는 것도 비 올 때 선택해볼 만한 여행이다. 전남 담양 지역엔 빼어난 조형미를 갖춘 원림(정원)들과 정자들이 수두룩해 정자 기행을 해볼 만하다. 남면 지곡리의 소쇄원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이다. 들머리 대나무밭을 걸어올라, 제월당이나 광풍각 마루에 앉아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담양의 정자 기행은 가사문학 기행과 맥을 같이한다. 송순이 면앙정가를 지은 면앙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은 식영정, 배롱나무와 연못이 아름다운 명옥헌 등을 찾아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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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도 가천 다랭이마을

“비바람 몰아칠 때 오이소” 남해 다랭이마을

경남 남해도 가천 다랭이마을(사진)은 100여층 계단식 논으로 이름난 마을. 바닷가 비탈 마을에 층층이 쌓인 다랑논도 아름답지만, 여름이면 이 마을 볼거리가 하나 더 늘어난다.

“함 와보소. 참말 어마어마합니더. 엄청난 파도가 이래 서서 온다이까네.” 태풍 불 때 마을 바위해안으로 쇄도해 오는 거대한 파도 이야기다. 해안에 바짝 붙은 비탈 마을이어서, 옛날엔 초대형 파도가 마을 지붕까지 덮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김주성 다랭이마을 추진위원장은 “태풍 오는 시기에 맞춰 마을에 오면, 주민들의 안내로 안전하게 엄청난 파도 구경을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남해도 해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비 오는 바다 풍경도 즐겨볼 만하다.

포천 남양주/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장마철 여행 이것만은 조심

비 올 때의 여행은 확실히 색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동시에 예기치 못한 위험도 품고 있다.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여행지 여행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봤다.

태백 대덕산·금대봉 경관보전지구 야생화 탐방 폭우 땐 탐방을 피해야 한다. 특히 대덕산은 길이 가파르고 험하므로 적은 비라도 올 땐 탐방을 자제해야 한다. 전 구간이 미끄러운 흙길이므로 비옷·스틱·등산화는 필수다. 탐방 중 나무뿌리나 바위는 딛지 않도록 한다. 낙상은 대부분 나무뿌리를 밟아서 일어난다. 나 홀로 탐방은 금물이다. 멧돼지 무리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기 삼각대나 애완동물은 반입 금지다. 야생동식물 포획·채취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해설을 신청해 탐방하면, 흥미롭고 풍성한 동식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남양주 수종사, 포천 비둘기낭, 정선 덕산기계곡, 남해 다랭이마을 탐방 수종사는 중앙선 전철 운길산역에서 내려 왕복 2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차로 일주문 앞까지 오를 수 있으나, 시멘트길이 급경사인데다 좁고 굽이가 심해 운전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포천 비둘기낭엔 주말에 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해 해설을 신청할 수 있다. 평일엔 관리인만 상주한다. 정선 덕산기계곡의 경우 물길을 따라 탐방로가 이어지므로, 폭우가 예상될 땐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비 오고 2~3일 뒤 물이 적당히 빠진 다음 탐방하는 것이 연녹색 물빛 감상에도 좋다.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은 농촌체험마을이어서 농가 숙박이 가능하다. 태풍 오기 직전 방문하면, 위원장 등의 안내를 받아 대형 파도 구경을 할 수 있다.



여름, 태양을 싫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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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_1.jpg» 한겨레 자료.


소아부터 성인까지 변화된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일이 많아지고 고온 때문에 냉방을 선호하고 찬 음식을 저절로 찾게 되는 시기인 여름이 다가왔다. 여름은 만물이 번성하고 성숙하게 되며 도약하는 계절이지만 뜨거운 열기로 인해서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더운 날씨에도 밖에서 뛰어 놀거나 운동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이상의 수분을 잃어버리게 되고 자제력이 부족하여 찬 음식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된다. 더불어 냉방기에 의존하는 환경에 노출되게 되는데 이에 대비한 충분한 휴식과 수분조절이 필요하다.


근래에는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찬바람을 쏘이게 되고 이에 따라 자율신경기능의 부조화를 초래하게 되어 ‘냉방병’이 발생된다. 특히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몸에 차가운 자극이 과다하게 오므로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혈이 잘 순환되지 못하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되다.


보통 뇌의 혈류량이 감소되어 두통이 발생하고 어지럽고 졸리거나 피로감이 생기고 장 운동의 변화로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과 더불어 집중력 저하가 발생된다. 또 냉방기를 오래 작동하면 냉방기의 제습 기능으로 습도가 낮아져 점막을 자극하면 눈물이나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의 정확한 명칭은 냉방증후군으로 실내외의 큰 온도 차가 주원인이다. 실내에서 냉방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외부 온도와 5-10℃이상 차이가 날 경우 주로 발병하는데 이는 몸이 이미 여름 기온에 적응된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놀라 체온 조절 기능에 혼란이 생겼기 때문이다.


냉방병에 걸렸다면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먹여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며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거나 심호흡, 산책 등 몸에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체온을 높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불어 인체의 내부와 외부의 순환을 몸에 맞게 조절하는 향유(香薷)라는 한약재를 충분한 물과 함께 달여 복용하면 회복이 빠르다.


감기 증상을 보이며 잘 낫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되거나 콧물, 코막힘, 재치기 등의 증상이 계속되고 힘이 없으면서 자꾸 늘어지며 두통을 호소할 때는 냉방병을 이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로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황제내경> `사기조신대론'의 여름에 대한 내용 중에 ‘무염어일(無厭於日)’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는 ‘태양을 싫어하지 마라’ 또는 ‘낮에 활동하는 것을 싫어하지 마라’는 의미인데 여름에는 날씨가 덥기 때문에 무조건 태양의 열기를 싫어하고 피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당히 태양에 노출되어야지 그렇지 않으며 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균형을 중요시하는 한의학의 기본적인 생활방식을 언급한 것으로 계절의 변화에 적응함에 몸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위든 추위든 과도하게 넘치면 문제가 되므로 경계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곱 살 아루, 여행의 길동무, 인생의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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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의 휴식이 편안하고 달콤하여, 물놀이가 재밌어서 이곳을 떠나는 게 아쉬웠다.

간단히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시간을 아껴 체크아웃 시간까지 최대한 놀아보자고 좌린과 내가 번갈아 가방을 쌌고 아이들은 내내 밖에서 놀았다.

탄중 붕아(Tanjung Bunga) 해변.
페낭 섬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바닷가는 아닐 것이다. 사실,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에는 수영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숙박비가 저렴해서 이곳을 골랐다. 바닷가 바로 앞에 수영장이 딸린 호텔이라니, 더 바랄 게 있겠나 싶어서.
조그만 바닷가엔 사람이 많지 않아 한가로웠다. 바다가 깊지 않고 파도도 세지 않아서 아이들 놀기에도 좋고. 해람이는 아직 바다를 두려워해서, 바다보다는 수영장에서 많이 놀았다.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많아서 온몸을 가리고 히잡까지 쓰고 수영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Are you Korean?
까만 히잡을 쓴 여고생이 우리를 힐끔거리며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니 ‘강남 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아이들이 엄마! 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가 한국 사람인 줄 알았단다. 다 알아듣진 못하지만, 한국어와 중국어를 구별할 수 있다고. 요즘 말레이시아, 싱가폴에서는 한류가 대세라고, 한국 음악과 드라마가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십 년 전에는 어디서나 우리에게 중국인? 일본인? 이냐고 먼저 물었는데. 우리 말을 알아듣고, 우리를 알아봐 주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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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야, 그만 해! 십분 휴식!!
물놀이의 재미에 흠뻑 빠진 아루는 좀처럼 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서너 시간을 쉬지 않고 신 나게 놀고 난 결과, 체크아웃하고 호텔에서 빠져나올 때는 지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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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페낭 섬의 중심지 조지타운(George Town)으로 왔다. 페낭은 말레이시아의 제 2의 도시, 우리로 치면 부산 정도 되는 곳이다. 게다가 지금은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맞아 놀러 온 사람들까지 더해져 무척 혼잡했다.
조지타운 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려다가 꽉 막힌 도로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 그냥 조금 걸어 다니기로. 버스 정류장과 우체국 위치를 알아 두고, 지도와 시내버스 노선표를 구했다. 내친김에 항구까지 가보려 했는데 아이들이 힘들다 하여 중간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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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그림이나 도자기, 또는 가구들을 주변에 두는 것처럼 노인들은 곧잘 자기 주위에 조심스럽게 시간들을 쌓아 놓곤 하지....(생각을 모으는 사람, 모니카 페트)
숙소 근처의 레코드 가게.
인도음악으로 보이는 오래된 레코드판, 노인이 꼬박꼬박 졸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림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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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낡은 식민지시대 건축물이 늘어선 조지타운의 모습이야말로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 터널이야, 터널!
1층을 가게로 쓰는 숍하우스의 아치를 통과하며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또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터널처럼 느껴졌다. 지붕이 세모난 건물들이 멀리에서 보면 우유곽을 포개놓은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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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대저택이네!
지난밤에 어렵게 구한 숙소가 생각보다 근사해서 깜짝 놀랐다. 배낭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Lebuh Chulia 르브출리아 거리에는 빈방이 없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가족 실이 하나 남았다기에 따져보지도 않고 예약을 했는데. 방이 너무 커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싱글 침대 세 개, 이층 침대 하나. 아이들이 몹시 신이 나서, 자기 거라고 침대를 하나씩 찜 하고 너른 방을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리나 막상 잘 때는 모두 바닥에서 잤다. 여행 초기에는 아이들이 침대에서 서로 자겠다고 다투곤 했는데 침대에서 몇 번 떨어지더니 바닥에 이불 깔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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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앞,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인도식 말레이 음식을 파는 곳이다. 아이들이 빨간 닭고기라며 탄두리 치킨을 골랐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루가 닭다리를 손으로 뜯어 살을 바르더니 해람이에게도 나눠 주었다. 평소에는 뼈 발라 먹기 귀찮다고 살코기만 달라더니.

요즘엔 현지 음식을 아루가 나보다 더 잘 먹는다.

아빠가 해주던 대로 손으로 닭다리를 바르는 아루의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기대 이상으로 제 몫을 넉넉히 해내는 아루를 보며 또 감동!

아직 어린 줄로만 알았던 일곱 살 아이, 길동무로서 손색이 없구나! 대견해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어제 아침 인터넷 신문을 보고 있는데 아루가 다가와 장난을 걸었다.

기사를 읽다가 심각해져서 아이의 장난을 받아줄 기분이 아니었다. 내 기분이 좋지 않으니 그만 하라고 하는데 멈추지 않기에 짜증을 부렸다. 순간 화가 나서 그랬는데 돌이켜보니 내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과하려니까 선뜻 말이 안 떨어져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루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루가 나를 보며 먼저 웃어 주었다. 조금 억울하고, 그리고 민망했을 텐데, 먼저 웃어주는 아이가 참 고마웠다.
사실 미운 일곱 살을 통과하느라, 아루가 요즘 미운 짓을 많이 했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싫어!’를 외치거나, 하지 말라고 하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더 하고, 사소한 일에 고집을 부렸다.

다소 비겁한 방법으로 해람이를 약 올리기도 하고.
아루가 스승이라고 생각해!
언젠가 아루 때문에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데 좌린이 말했다. 화를 누그러뜨리고 마음 다스리는 연습을 시켜주는 스승으로 생각하라고.

그러고 보면 아이들과 지내며 마음이 많이 넓어진 것 같긴 하다. 예전엔 내 입장만 내세우고 나 중심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입장도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따지거나 신경질을 부리는 일도 적어졌고. 아이들과의 관계는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던 선함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정말, 아루가 훌륭한 스승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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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함께 가는 길동무이자 더 큰 가르침으로 나를 이끄는 스승님, 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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