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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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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 유머 넘치는 글과 우아하고 암시적인 색감의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우정과 헌신에 대한 이야기!

아모스.jpg 
아모스 할아버지는 성실하고 친절한 동물원지기입니다. 동물원에서 할 일이 아주 많지만, 날마다 동물 친구들을 방문하여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거르지 않습니다. 코끼리와는 체스를 두고, 거북이와는 달리기 경주를 하고, 수줍음 많은 펭귄과는 같이 앉아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코 알레르기가 있는 코뿔소에게는 손수건을 빌려 주고, 밤을 무서워하는 부엉이에게는 이야기책을 읽어 줍니다.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아모스 할아버지는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오고 몸이 오슬오슬 추웠습니다. 그날은 몸이 아파 동물원에 갈 수가 없었지만, 뜻밖에도 아주 놀라운 방문을 받았지요. 할아버지 소식이 궁금한 동물 친구들이 찾아와 할아버지를 따뜻하게 간호해 주었으니까요. 필립 C. 스테드의 고요하면서도 깨끔한 글은 아모스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들의 우정과 헌신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게 들려줍니다.

2011년 칼데콧 메달을 수상한, 
주목받는 작가의 그림책!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선정한 칼데콧 메달은 신예 그림 작가 에린 E. 스테드의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책은 2010년 뉴욕 타임스 최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는 등 여러 상을 수상하면서 이미 그 뛰어난 작품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에린 E. 스테드의 이 그림책은 연필로 섬세한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목판화로 색깔을 덧입히는 방식을 특징으로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에린은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 아주 조그만 새나 생쥐, 빨간 풍선을 그려 넣어 재미를 더했습니다. 그래서 생쥐를 위한 작은 버스 정류장이나 넥타이를 멘 새, 아모스 할아버지의 귀여운 토끼 슬리퍼, 풍선을 들고 다니는 펭귄 등등 조금만 무심하면 그냥 지나치고 말 작은 요소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그림책입니다. 부드러운 크림색 용지에 인쇄된 에린 E. 스테드의 빼어난 삽화는 남편 필립 C. 스테드의 따뜻한 글과 잘 어우러져 음미하고 또 음미하고프게 하는 긴 여운을 남겨 줍니다.


육아가 힘들 때 쓰는 5단계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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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일주일.

이번 한 주를 보내고 나니 드는 생각이다.

요즘 일본은 날마다 35도를 기록하고 있고 분지지역은 39도까지 오르고 있는데

하늘 위에서 고기압이 2층집을 지어 더운 공기가 꼼짝달싹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밖에 1,2분만 서 있어도 입안이 마르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오후 2시.

유치원에 둘째 아이를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다.

유치원 마당에서 엄마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도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다.

자전거 뒤 보조의자에 아이를 태우고 패달을 밟는 엄마들 얼굴은

그야말로 벌겋다 못해 자주색으로 달아오르고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아마 체감온도는 37도쯤을 오르내리고 있지 않을까.

 

자전거로 겨우 10분 거리지만,

이런 더위에 아이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만도 큰 일인데

더위에 지친건지 잠이 오는건지, 아들은

00네 집에 가서 놀고싶다, 우리집에 00가 온다고 그랬다,

이대로는 집에 안간다, 장난감 사러 갈 거다... 온갖 생떼를 쓰며

유치원을 출발하는 순간부터 집 현관을 들어설 때까지 발버둥을 치며 울어댔다.

 

뭐 아들이 이러는 건 이번주만 그런건 아니다.

선생님과 인사하고 엄마 손을 잡는 순간부터 "00랑 더 놀고싶다"는 말을

1학기 내내 해온 터라, 가끔 친구가 우리집에 오거나

친구집에 가서 놀거나 하며 놀이욕구를 채워주곤 했다.

그런데 7월 들어서는 방학 전에 내가 마무리해야 할 일도 많았고

날씨가 너무 심하게 더워지면서 누군가가 오거나 누구네 집에 간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 없을만큼 일상이 정신없어졌다.

내가 이런데 다른 엄마들도 방학 전에 얼마나 다들 바쁠까.

 

그러던 차에 아들은 이번 주는 무슨 작정을 했는지 유치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00네 집에 가서 놀거야!!!"하며 자전거를 타서도 내 등을 두드리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는 아이 엄마가 민망해할까봐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아! 아들을 키우면서 이런 순간을 얼마나 수없이 겪었던가!

자전거를 세우고 아이를 타이르고 알아듣게 설명해야 하지만

우리 아들의 경우, 이렇게 흥분했을 때는 타이르는 게 아이의 분노를 더 키우기만 할 뿐

전혀 먹히지가 않는다... 아들의 가장 큰 단점이다.

이미 산산조각이 난 아들의 마음은 무엇으로도 달래지지가 않는다.

울분을 다 쏟아내고 그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35도의 땡볕 속을 번개처럼 달려 집 앞에 도착했는데

나비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 들릴만큼 고요한 우리 동네 주택가에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우는 아들의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진다.

아직 인사만 하고 지내는 이웃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우리 아들 덕분에

곤하게 낮잠자던 아기들, 어르신들이 다 깬 건 어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때까지 꾹 참고 있던 나는, 집 안에 들어서서 아무말고 않은 채

아들의 양쪽 어깨를 꽉 움켜잡고 무섭게 눈을 들여다 보았다.

그제서야 그렇게 난리치던 아들은 어디로 가고, 울음을 뚝 그쳤다.

"엄마랑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지?

자전거 위에서 움직이면  너무너무 위험한 거니까 절대 그러지 않기로 했지??"

그랬더니 고개를 푹 숙이는 아들. 자기가 잘못 했다는 걸 아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늘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에만 알게 되는, 늘 이런 식의 무한반복이다.

 

저도 이 더운 날씨에 울고불고 하느라 얼마나 지쳤을까..

아들 얼굴은 땀이랑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엉망인데다 몸은 뜨겁기만 하고

나도 자전거 바퀴에 여기저기 부딪혀 멍이 든 다리가 몹시 아파왔다.

 

아... 아이들이 놀아도 놀아도 더 놀고 싶어하는 마음... 엄마도 너무 잘 안다.

너무 잘 알아서 괴롭다.

큰아이도 이렇게 놀이욕구가 엄청나서 늘 친구들과 약속해서 놀려주느라 무척 힘들었다.

유아기까지는 엄마가 약속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없으니 말이다.

고생은 했지만, 유아기에 충분히 논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무척 안정되어

친구관계도 원만하고 혼자서도 잘 노는 걸 경험했기에

작은 아이도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왔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정도 놀면 됐지? 싶은데, 아이는 놀면 놀수록 더 놀고 싶어한다.

너희들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날마다 그럴 순 없단다..

 

일본의 유치원이 끝나는 2시라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뭔가

'덜 논 듯한'기분을 주는 탓인지 일본에선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들도 아이들도

2시부터 집에서 어찌 지내지?! 하는 부담이 늘 숙제와도 같다.

아이가 태어나서 1,2년은 엄마가 몸이 무척 힘든 시기지만

4,5.6살 시기는 아직 몸도 써야하고 마음도 머리도 쓰며 아이들의 외면과 내면의 성장을

도와야 하니, 어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닐까 싶다.

 

한동안 그럭저럭 보내다가 다시 폭풍육아의 한 주를 보내고 나니

10년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가끔 꺼내 쓰는 나의 육아처방전이 떠올랐다.

많이 힘들 때, 단계별로 수위?를 높여가며 사용해 그때그때 위기를 넘기곤 했다.

 

1단계는 먹는다!좋아하는 음식을 계절에 맞는 차 한 잔과 함께 즐긴다.

이 방법은 아이가 어릴 때도 낮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한 30분만 시간이 주어져도

가능한 방법인데, 혼자 이쁜 그릇에 담아 천천히 먹고나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그날 하루 육아의 쉬어가는 페이지같은. 뭐 이런 정도로 금방 해소가 된다면

육아가 얼마나 쉬울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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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 아이가 가장 아름답던 리즈시절의 사진을 꺼내본다.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그 시절의 사랑스러움에 녹아드는 모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오로지 젖만 먹고도 몸 마디마디에 노란 고무줄을 채운 듯

          살이 겹쳐 오동통하고 이뻤던 아기 시절의 모습은, 지금 힘든 이 순간도

          언젠가는 그리워하는 날이 올거란 생각을 마구마구 주입하며

          힘들어하는 모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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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만 먹으면 골아떨어지던 그 시절!

저 통통한 몸을 다시 만질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3단계 : 육아 스트레스가 점점 심해지는 단계다.

           이쯤되면 육아 현미경을 잠시 버리고 망원경을 들어야 한다.

           얜 왜 이리 엄마를 힘들게 하지! 얘를 어떻게 바꿔줘야 할까! 현미경으로 아이의

           현재를 분석하고 파고들다보면, 절망스럽고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

           내 경우엔 아들을 키우면서 더 그랬다. 그래서 아들의 먼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지금은 이렇게 똥오줌도 못 가리고 속을 썩혀도 다 크고나면 근사해질거야!

           뭐 꿈꾸는 것까진 자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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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아들아! 이 형아들 보니까 니 갈 길이 너무 멀고 험하구나;;;

 

 

4단계 : 상황이 좀 심각할 때 내리는 긴급처방전이다.

           육아로 인한 단순한 육체적인 피로뿐 아니라, 학교나 유치원 엄마들과 문제가 생겨

           신경전을 치르고 난 다음이나 아이들의 병간호로 내 심신이 허약해졌을 때 등

           복합적인 문제를 많이 겪고 있을 때는 일단,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한다.

           내 경우엔 이렇게 잠시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회복이 빨랐다.

           혼자 천천히 시간을 보내며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문제해결방법도 조금씩 떠오른다.

           뭐 다 끝내기도 전에 아이들과 아빠가 들이닥치긴 하지만.. 이런 시간이 없는 것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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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 서천석 선생님의 새 책에서 "감성의 고향은 어두운 곳"이란 글이 있었다.

           나는 육아의 본질도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게 뭐지?? 뭐 이런 게 다 있지?? 왜 나만 이런 걸 겪지?? 이렇게 힘든데 다들 왜

           지금까지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지?? ... 하는 생각을 엄마와 주부로 살면서

           얼마나 많이 겪는가. 먹는 것으로도, 황홀할만큼 이쁜 아이의 옛 사진으로도, 잠시만의

           자기 시간으로도, 달래지지 않는 순간이 가끔, 때로는 자주 엄마들을 덮친다.

           이럴 때면 육아를 넘어서 근원적인 자기 자신의 문제까지 마주하게 된다.

           이번 한 주도 나는 이 5단계 처방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결국 이럴 때면 내가 더 힘들어질 지도 모르지만,

           육아의 고통을 창조적인 그 무엇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는 거다.

           얼마전에 베이비트리에 올라온 젖 그림들이 바로 이 5단계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누구나 그 순간엔 극렬하게 경험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그 순간들을 붙잡아

           나도 해소하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신선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그런 일들...

           아이키우고 살림하고 일하기도 바쁜데 창조활동까지 하라니!

           하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엔 이 뜨거운 시간들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들을 모으고 또 모아 할 수 있는 것들을 탐색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내성적/예민/고집세고 까다로운 아이키우기 완전정복>같은 부분이라면

           책도 한 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절절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아들과 이번주는 오랜 시간 함께 이야기하고 약속한 결과,

금요일 하루는 거짓말처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이 평화로웠다.

자전거 뒤에서 "오늘은 나 안 울었지?"라고 묻는 아들.

그래, 아주 눈꼽만큼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엄마가 무슨 액받이 무녀도 아니고.. 얼마나 더 너희들의 짜증과 분노를 받아줘야하는걸까.

행복한 사람은 일기를 쓰지 않는다던데,

육아가 밝은 파스텔톤이기만 하다면 이렇게 긴 육아일기는 쓰지 않았겠지.

나를 비롯한 육아에 지치고 힘든 엄마들에게 말하고 싶은 한마디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이제 곧 40일간의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밖에.

이 방학이 지나고 나면 몸 속에 사리가 몇 개 더 늘어날 듯..

 

 

[7월 15일 어린이 새 그림책]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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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모여서


만지고 느끼며 보는 ‘손으로 읽는 그림책’ 시리즈 7권이 나왔다. 책 내용은 투명한 점자로 새겨져 있고 동그라미, 네모의 올록볼록, 울퉁불퉁한 느낌까지 손끝으로 만질 수 있어 유아와 시각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다. 0살부터. 


20130715_1.jpg 정명순 글, 박수지 그림/점자·1만5000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서너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할 줄 몰라 부모의 걱정이었던 아인슈타인이 나침반과 빛 등을 보며 끊임없이 호기심을 느끼고, 질문하고, 연구하면서 천재 과학자로 인정받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4살부터. 


20130715_2.jpg 제니퍼 번 글, 블라디미르 라둔스키 그림, 서애경 옮김/문학동네·1만1000원.

[육아카툰27편] 고무장갑 속에 핀 꽃, 어쩐지 똥이 잘 뭉쳐지지 않더라~

‘찾아가는’ 하우스콘서트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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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전국 65곳에서 동시에 열린 하우스콘서트 ‘원데이 페스티벌’은 고급 공연장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춘 행사로 평가받는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왼쪽)·미경 남매의 공연 모습.

주말 전국 65곳서 ‘원데이 페스티벌’

장맛비가 지루하게 내리던 12일저녁,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 두 더블베이스가 연주하는 바흐의 <프렐류드 모음곡 제1번>이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연주장이 아닌 다목적홀, 그리고 객석이 아닌 무대 바닥에 걸터앉은 관객들은 ‘천재 남매 연주자’로 유명한 성민제(23), 성미경(20)씨가 연주하는 더블베이스의 저음에 빠져들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바로 코앞에서 펼쳐지는 연주가 신기한 듯 휴대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담기에 바빴다. 또 개구쟁이 꼬마들은 신나는 곡이 연주되면 박수로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연주자 문턱 낮추자” 행사 기획
클래식 연주자 등 290여명 참가

더블베이스 남매 성민제·성미경
과천에서 바흐·베토벤·쇼팽 연주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 좋아”

이날 두 연주자는 1시간 동안 무대를 가득 채운 200여명의 관객 앞에서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과 쇼팽의 <녹턴, 작품9>,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을 들려주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관객들이 소리 높여 “앙코르”를 외쳐대자 두 사람은 자신들이 평소 즐겨 연주하는 슈페르거의 <2대의 베이스를 위한 듀오>로 답례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팬 사인회도 이어졌다.

연주회를 지켜본 과천 시민 안홍욱(50)·이은영(48)씨 부부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을 더블베이스로 들으니 느낌이 신선하고 풍부했다. 또 객석이 아닌 무대에 앉아서 들으니까 음악이 더 가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시현(12·인덕원초 6)양은 “음악가가 꿈인 사람은 이런 연주를 들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성민제씨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서 너무 좋았다. 간혹 아이들이 시끄럽게 했지만 오히려 그게 편했다”고 털어놓았다. 성미경씨도 “관객들이 편안하게 음악을 잘 들어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열린 음악회는 8번째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편안하게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은 ‘무대 마룻바닥 연주회’가 과천을 비롯해 전국 38개 시·군 65개 문예회관 및 대안공간에서 한꺼번에 펼쳐졌다. 2002년 7월12일 음악가 박창수씨의 자택에서 출발해 새로운 ‘공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하우스콘서트’가 이날 저녁 7시30분을 기해 1시간 동안 동시다발로 연주하는 ‘원데이 페스티벌’을 펼친 것. 클래식, 재즈, 국악, 실험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 290여명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참여한 연주회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하우스콘서트가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마룻바닥을 울리는 악기 소리의 진동으로 온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또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는 작은 공간에서 연주자에게는 관객의 호응과 시선을, 관객에게는 연주자의 작은 숨소리와 땀방울 하나까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원데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박창수 하우스콘서트 대표는 “연주장의 문턱을 낮추고 기초문화를 다지자는 의미로 행사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밝히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하우스콘서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기초예술에 목말라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의 www.thc-project.com, (02)576-7061.

과천/글·사진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5살짜리 딸의 동생 시샘이 심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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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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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짜리 딸의 동생 시샘이 심한데…
유치원 생활 등 일상 문제 없으면 괜찮아요

Q: 큰딸은 48개월, 둘째는 26개월입니다. 큰딸은 동생이 태어난 뒤 두 달 정도 할머니댁에서 지냈어요. 두 달 후 집에 왔을 때 동생에 대한 질투가 심해 제가 많이 혼냈어요. 그이후 큰아이가 특정 인형을 싫어합니다. 인형에게 “싫어” “같이 안 놀아”라고 말하고, 얼마 전에는 머리카락을 다 잘라버렸어요. 5살이 되니 아이가 화도 잘 내고 화를 잘 참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심리치료가 필요할까요? thssj7

A: 큰딸의 행동만 보면 동생이 태어난 이후의 편치 않은 감정을 그런 식으로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낍니다. 따라서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큰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런 감정이 일상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아이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느낄 때입니다. 따라서 인형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아니라 아이가 나이에 맞게 유치원 생활도 잘하고 평소 밝은 모습으로 생활한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근 들어 화를 자주 낸다고 하셨는데, 그 정도가 또래 다른 애들에 비해서도 유난히 심한 정도인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심하다고 할 정도인지를 살펴보세요. 다섯살 정도면 이전에 비해 자기 생각과 감정이 뚜렷해져 엄마가 보기에는 전에 비해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시고, 그래도 문제라고 생각되시면 그때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보시는 게 좋습니다.

조선미 아주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아내한테 배운 ‘아이 관찰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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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_1.jpg» 한겨레 자료 사진.

4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뗀 친구들을 보며 자연스레 기저귀 탈출을 할 듯도 한데 아직까지 쉽지가 않다. ‘아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했지만 한 달이 지나니 아내와 나의 관심은 온통 배변훈련에 가 있었다.

‘아이의 배변훈련’에 대해 한참을 아내와 이야기하다 우리 둘은 ‘아이가 예민한 성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이가 처음 보는 남자 친구들 앞에서 등을 돌릴 만큼 낯을 가린 적도 있는지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예민함이 배변훈련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내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절대 ‘끙아’를 하지 않고 집에 와서 한 시간도 안 되어 일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종일 똥을 참았다가 집에 와서 해결하니 ‘괄약근 조절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론에까지 이르렀다. 아내의 새로운 해석에 나는 4살 나이임에도 괄약근까지 키운 딸이 갑자기 대견스러웠다.

‘왜 아이가 똥 싸는 것에 대해 예민해졌을까’를 생각하다 우리 부부는 아빠인 내가 ‘똥’을 ‘지저분하고 창피한 것’으로 여기게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기저귀를 갈 때 나는 무심코 “아이구, 지저분해”, “아이쿠, 냄새나”라는 말들을 내뱉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똥 싸는 것을 창피해하며 기저귀 가는 것도 엄마에게만 허락을 한다.

아빠 입장에서는 혹시나 엉덩이가 짓무를까봐서 ‘냄새나면 바로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일러둔 말이었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변을 참을 만큼 배변이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아내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아내와 내가 아이 보는 시간은 비슷한데 왜 아내가 아는 것을 나는 모르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메모장과 몇마디뿐인 딸의 말, 그리고 아내가 전해주는 아이 발달에 대한 특이 사항들로 아이 발달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생각해보면 ‘타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만으로 아이에 대한 실체를 파악해왔다. 내가 아이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평소와 다르거나 이상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찾아서 살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직 형제가 없으니 사회성을 길러 줄 수 있는 친구의 역할에 집중하자는 나 나름의 철학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 돌보기를 너무 나태하게 한 것이 아닌가 반성했다.

아이를 돌본다는 것은 ‘아이가 사고를 치지 않는지’ ‘제재할 거리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불편한 것은 없는지, 영양은 제대로 섭취하는지, 사고의 위험요소는 없는지를 적극적으로 살피고, 스스로 판단하고 그때그때 바로 처방하는 과정을 모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그 첫번째 단계가 바로 관찰이다.

아내와 대화하며 ‘관찰하는 법’을 배웠다. 관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 또 시간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애정충만하겠지만 늘 ‘시간’ 앞에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아이와 함께 있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이라도 제대로 집중하고 또 살펴야 하지 않을까. 하루 30분밖에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직장맘을 떠올린다.



본전 욕심 버리면, 아이와의 여행은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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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정 2.jpg» 뉴지랜드 북섬 반딧불이 동굴이 있는 와이토모 캠핑장에서 전은주씨의 딸과 아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여행을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다들 뜯어말린다. “아이와 여행하면 개고생 한다” “아이와 여행갔더니 아이가 아프더라”며 “어릴 때 여행 다 소용없다. 어느 정도 컸을 때 여행하라”고 충고한다.


그런데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영유아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 기업 하나투어가 올해 상반기 4~7살 고객을 집계해보니 총 1만39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900명보다 27.5% 늘어, 전체 고객 증가율(21.4%)을 웃돌았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9년부터 만 3개월 이상 만 4살 미만 아이를 동반한 특허상품을 선보였는데, 최근 이 상품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 상품 이용고객은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50% 이상, 2분기에는 35% 정도 늘었다. 송원선 하나투어 홍보팀 대리는 “이 상품은 젖병소독기, 방수 기저귀, 물놀이 세트 등 영유아 용품을 지원하고 외출시 육아 도우미가 함께 가서 아이를 돌봐준다. 아이 동반 여행 때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주니 부모들이 고민을 덜하고 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서점가에는 ‘아이와 떠나는 여행’에 대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여행 관련 누리집 카페에는 ‘아이와 떠나기에 좋은 여행지’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짐 챙기기’에 대한 문의도 쏟아진다.  


그렇다면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왜 “사서 고생”이라는 여행에 나설까? 6살 아이와 함께 한 달에 3~4번 정도 국내 여행을 하는 작가 홍미경(38)씨는 “여행 기자로 일하다 출산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24시간 아이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있으니 점점 우울해지고 내가 우울하니 아이도 까칠해져 갔다. 아이가 4개월이 된 시점부터 함께 여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여행을 좋아한 그 역시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단다.

그런데 여행의 치유 기능은 놀라웠다. 여행을 통해 엄마의 답답함이 해소되자 그제야 아이가 온전히 눈에 들어왔고, 엄마가 행복해지자 아이 역시 행복해졌다고 말한다. 한 번 여행의 달콤함을 맛 본 사람은 다시 떠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자신있게 말한다. 

3년 전 9살, 5살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았다는 전은주(42)씨는 “안 힘들 때를 기다려서 여행하려면 평생 여행 못 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힘들지 않다’가 아니라 ‘힘들어도 좋은 부분이 많아’ 그는 여행을 떠난다. 최근 그는 두 아이와 함께 파리 여행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뉴질랜드로 여행을 다녀왔다. 전씨의 경우 평소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다 일 년에 한 번 장기간 여행을 떠난다.

 

해운대3.JPG» <처음 떠나는 가족여행>의 지은이 홍미경씨 가족이 부산 해운대에 놀러갔을 때 아이와 아빠가 모래장난을 하는 모습. 홍미경씨 제공

 

아이와의 여행을 즐기는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는 최고의 여행 동반자”라고 말한다. 전씨는 “아이들의 시각은 아주 독특해서 여행지 자체를 새롭게 해석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남들은 사진 한 장 찍으면 끝나는 곳에서 아이들은 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던 곳에선 언제 집에 가냐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최근 전씨 가족이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아들은 그에게 “엄마, 왜 사람들은 다 같이 이 그림(모나리자)을 핸드폰으로 찍어요?”라고 물었다. 모나리자 그림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그는 그제야 그림 앞에 양떼처럼 몰려들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의 그 물음 때문에 전씨 가족들은 그림을 마음에 새기는 것과 핸드폰으로 찍어서 남기는 것의 장단점에 대해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아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다. 홍씨의 아들은 돌이 지나고 만 2살까지 공격성과 폭력성이 강했다. 그는 아들이 좋아하는 바다를 아들과 함께 자주 찾았다. 바다가 주는 해방감에 젖어 아들은 모래놀이를 즐겁게 했다. 홍씨는 “자연의 힘 때문인지 만 3살이 될 즈음 아들이 천진난만하고 순한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낯가림이 심하던 전씨의 딸도 여행을 하면서 좀 더 밝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모르는 사람에겐 말 한번 건네지 못하던 딸이 한라 수목원 산책로에서 만난 모르는 남자 아이에게 말을 건넬 때 전씨는 속으로 “어머, 어머”를 외치고 말았다.

 

아이와의 여행이 즐겁다는 두 엄마에게 아이와 행복하게 여행하는 자신만의 비결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둘 다 “본전 의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강조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이것은 꼭 해봐야지’라는 욕심을 버려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짠다. 실내 방문과 실외 체험을 번갈아 넣고, 실내 방문이 겹칠 땐 그 사이에 식사나 간식 시간을 넣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대로 안돼도 괜찮다는 마음을 항상 먹고 있으면 아이와의 여행이 힘들지 않다. 홍씨는 “여행이란 아이와 부모에게 충만한 감성과 자유로움을 주고, 행복함을 주는 것이다. 자꾸 아이에게 뭔가 기억하게 하려 하고, 공부시키려 하면 아이에게 여행은 즐겁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서 아이가 굳이 뭔가 기억해내지 못해도 억울한 감정 따윈 없다. 


 캠핑카 밥먹기.jpg» 캠핑장에서 전은주씨 가족이 밥을 먹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전씨는 “행복한 여행을 위해 남편을 사랑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처방을 내놨다. 그는 남편이 없는 여행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아빠를 더 열심히 칭찬하고 그리워한다. 남편이 있는 여행에서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만큼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홍씨는 아이와의 여행에서 안전과 건강은 행복한 여행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8개월 이전 아이와의 여행은 될 수 있으면 리조트 여행을, 두 돌 지난 아이와의 여행은 아이의 성향과 부모의 성향을 함께 고려한 여행을 권했다. 18개월 이전 아이들은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하고 낮잠 시간이 길기 때문에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비용이 들더라도 리조트 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또 영유아와 함께라면 “해열제, 밴드, 소독약 등 상비약은 필수이고, 비상시를 생각해서 응급의료전화번호(1339)를 핸드폰에 저장하라”고 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씨는 그의 여행산문집 <바람이 좋다 당신이 좋다>에서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전씨와 홍씨 둘 다 이병률 시인처럼 여행을 통해 가족과 온전히 함께 있는 시간을 벌고, 그 시간에 몰입했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았을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36개월 이하의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필수품

 

 1. 건강보험증
대부분의 관광지와 박물관, 전시관, 식물원, 워터 파크 등의 입장료는 24개월 이하 또는 36개월 이하의 유아는 무료다. 입장 시에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이 많으니 건강보험증은 꼭 챙기자.
 
2. 자동차용 장난감과 동요 시디(CD)
몇 시간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은 어른도 지루하고 아이도 힘들다. 누르면 동요가 나오는 동요북이나 자동차에서 들을 수 있는 동요 시디를 꼭 챙기자.
 
3. 카 시트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가 안고 여행에 나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이렇게 하면 엄마의 어깨가 너무 아프다. 카시트에 앉혀 놀다가 재우는 것이 아이의 안전과 엄마의 건강에도 좋다.
 
4. 절충형 유모차와 휴대형 유모차
아이가 18개월 이하라면 등받이가 큰 각도로 넘어가고 바람과 햇볕을 많이 가려 줄 수 있는 큰 후드가 달린 절충형 유모차가 좋다. 18개월 이후라면 가볍고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휴대형 유모차가 좋다.
 
5. 다용도 비닐 백, 클린백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준 뒤 기저기를 싸기도 좋고, 아이의 지저분한 옷을 넣어 놓기에도 좋다. 이외에도 다양한 쓰임이 있다.
 
6. 수면 모자가 있는 아기 띠
18개월 이하 아이라면 외출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7. 자동차용 아기 덮개
속싸개는 자동차와 유모차에서 아기 덮개로, 춥지 않은 계절에는 이불 또는 바람막이로 유용하다.
 
8. 팬티형 기저귀와 물티슈, 아기 수건
 
9. 빨대 달린 컵
차 안에서 아이에게 물을 흘리지 않고 마시게 하려면 빨대 컵이 좋다.
 
10. 보냉 가방
아이의 간식거리와 물, 우유, 주스, 이유식 등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보냉 가방이 좋다. 숄더백 정도의 사이즈가 좋다.
 
참고 도서 <처음 떠나는 가족여행>(홍미경 글·사진, 넥서스 북스 펴냄) 


 

 

기사에 다 쓰지 못한 좋은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은주씨를 만나 그의 여행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편도 달라지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여행은 가족들의 관계에도 변화를 많이 주더군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지은이 전은주씨와 나눈 내용 문답 형식으로 읽기 편하게 정리했습니다.  

 

양선아(이하 양) 원래 남편분과도 여행을 많이 다니시고, 혼자서도 여행을 많이 다니셨어요? 아이들과는 얼마나 자주 여행을 다니셨나요?  

 

전은주(이하 전) 저는 결혼 전 혼자 몇 달씩 여행도 잘 다니고 그랬지만, 남편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여행을 꺼리는 편이었어요. "여행이 왜 필요있냐, 풍경 좋은 거랑 유적지는 다큐멘터리 보면 여행가서 보는 것보다 더 잘보여주는데! 사람은 열심히 살아야한다, 만날 놀러갈 생각만 하면 안된다. 여행은 간다면 오로지 휴양여행 가자"이랬어요. 결혼 15년 동안 꼬시고 꼬셔 이제 한 달씩 가는 여행도 따라 나서게 만들었습니다. 여행 직접 다녀보면서 남편도 많이 바뀌었어요. `아, 여행이 꼭 멋진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구나. 직접 보는 것과 텔레비전으로 보는게 이렇게 다르구나.'하고요. 특히 뉴질랜드 여행 다녀오면서 아이들과 아주 많이 친해졌어요. 본인이 아빠 노릇 제대로 했다는 느낌이 드나 봅니다. 이번 파리 여행은 남편이 먼저 자청했서 갔습니다.

 

여행을 두고 다투는 집들, 많더라고요. 어느 한 쪽은 가자고 하고, 한 쪽은 그걸 무책임하게 보고요. 전은주씨는 어떠셨어요? 많이 다투셨겠네요? 아이들과는 어떤 여행을 많이 다니셨나요?

 

그냥 싸울게 아니라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선에서 직접 같이 경험해보면서 의견을 맞춰 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는 정직, 성실, 근면을 삶의 모토로 삼고있는 남편이 `여행=노는 것' `일의 반대말= 노는 것' `노는 것=죄악'이라고 봤거든요. 저는 이런 남편의 생각을 열 번 설득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여행 다니면서 재충전한 에너지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좋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 바뀔 것이라 생각했어요.남편이 직접 경험할 때까지 저는 일상 생활에서 열심히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아,저 여자가 노는데만 정신이 팔려서 여행을 가자는 게 아니라, 정말 자기 말마따나 마음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서 가는 거구나'이런 신뢰를 쌓았달까요. 아무튼 여행가기 힘들었어요!  

 

아이들과 평소 1박 2일, 2박 3일 여행은 거의 가지 않습니다. 2,3년에 한 번 씩이라도 장기간 여행을 가려면 돈도 없고, 월차 여유도 없어요. 아이들에게 여행은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평소에는 규칙적이고, 단조로운 생활 속에서 성실하게 자기가 할 일을 하는 연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행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애쓰기보다, 빨리 일상에 복귀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크기 조정.jpg» 뉴질랜드 남섬 호숫가. 전은주씨 제공.

 

 

여행을 자주 다니신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군요. 장기간 여행을 선호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각각 여행의 장단점이 있을텐데요.

 

전 일단 장기 여행이 비용 면에서 저렴합니다. 두번째로 짧은 여행은 여행 간 그 곳에 집중할 수 있지만, 긴 여행은 여행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아이들이 여행지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기보다, 여행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 느끼고 배우는 나이라서 단기간 몰아치는 여행은 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장기, 단기 여행 모두 너무나 좋다고 생각해요. 다만 1박2일 다녀오고 나서 바로 일과 학교로 뛰어 들어야하는 경우에는 피곤만 가중시킬 수 있으니, 짧은 여행인 경우에는 다녀와서 쉬고 적응하는 시간을 오히려 배려해야 해요. 장기간 여행은 여행 자체를 일상의 리듬대로 해왔기 때문에 따로 일상회복을 위한 시간은 안줘도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파리 다녀와서 오후 2시에 도착했는데, 아들은 5시 축구 교실에 갔어요. 딸은 밀린 일기를 썼고요.

 

패키지, 자유여행도 나름대로 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장기, 단기, 패키지, 배낭, 자유, 럭셔리 여행, 휴양여행, 체험학습 여행, 모든 여행은 제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전은주씨 가족.jpg» 타우포 호숫가 제트보트 타기 전에 전은주씨 가족이 함께 웃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역시 여행을 많이 다녀본 분은 뭔가 달라도 다르네요. 그런데 아이들 너무 어릴 때 여행하면 하나도 기억 못하고 고생만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여행 다니면서 아이들이 힘들게 하는 나이엔 집에 있어도 힘듭니다. 아이들은 여행지는 기억을 못해도 여행은 기억을 하더라고요. 아들이 이번에 파리가 싫다고 난리였는데, 파리는 싫었지만 가기전에 악화일로였던 누나와 사이가 확 좋아졌어요. 여행 가서는 어쩔수 없이 둘이 친구가 돼야했거든요. 사춘기 초입의 학교 생활로 마음이 많이 불편했던 누나도 여행 가서는 예전의 누나로 돌아갔고요. 이렇게 어린 시절의 여행은 머리에 남는게 아니라, 그냥 핏속에 남는 것 같아요.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고,가족을 향한 기억을 바꿔놓고, 느낌을 바꾸는거죠. 어른이 되어선 이만큼 유익한 여행을 하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요? 대학생들도 유럽 여행 다녀와선 사진 보고 여기가 어딘지 금방 알지 않잖아요. 아들은 파리에 다녀온 후 에펠탑을 알게 돼, 세상에 에펠탑이 이렇게 많은지 매일 매일 놀라고 있어요. (파리 바게트 보면서. 크크.) 파리에 다녀올 땐 아무 것도 몰랐지만, 파리가 에펠탑으로, 프랑스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딸은 일곱살 때 뉴욕을 보름동안 다녀왔는데요. 지금도 영화를 보면 한 장면만 지나가도 거기가 뉴욕인지 알아봅니다. 갈 땐 몰랐어요.

 

그런데, 경험상 보면 아이들은 여행을 가면 나름 최선을 다 합니다. 밥도 더 잘먹고 잘 놉니다. 흥분 상태가 이어져 아픈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엄마를 완전 방전시키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까, 나름 눈치도 봅니다. 여행을 가면 아이를 돌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다만 이건 아이가 여행이 즐거워야 그렇지요. 엄마가 자기 좋은 데만 다니고,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여행을 하면 아이도 심술을 부리겠지요. "엄마 언제 집에가?"징징거리고, 아프고, 싸우더라고요.

 

 DSC01804.JPG» 뉴질랜드 남섬 카이코우라의 주차장에 전은주씨 가족이 차를 세우고 라면을 끓여 먹다 차장 앞에 태연하게 누워있는 물개를 발견했다. 전은주씨 제공.

 

 

 그렇겠네요. 아이를 배려하는 여행이 중요하겠네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 어떻게 해야할까요? 준비를 꼼꼼하게 해야하나요? 계획을 세우되 잊어버려라라고 말씀하셨는데, 평소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여행 블로그를 꼼꼼하게 탐색하고, 책을 보고,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하시나요? 한달 여행을 간다면 여행 준비 기간은 어느정도 걸리시는지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남편과는 어느정도 대화를 하고, 남편과 어떻게 분업을 하시는지요? 모든 여행 계획은 엄마가 세우시는 편인가요? 아이들에게 미리 여행 정보를 공유하나요? 아이들과 행복하게 여행하는 법에 대한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일단 본전 의식을 빼야하더라고요.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 이것은 보고 가야지 하는 욕심을 다 버려야합니다. 그냥 마음 비우는게 답이더라구요. 일정은 혼자 여행하는 사람의 반 정도로만 짜고, 그곳의 반 정도만 갑니다. 보통 계획을 여행 기간의 두 세 배는 들여서 짜는데, 이번 파리 여행은 너무 바빠서 거의 준비를 못하고 갔어요. 그런데 준비 없이 가도 좋더라고요. 좌충우돌한 시간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계획이 없으니 마음 비우기도 쉽고, 아이들과 의논해서 다니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일정을 공유하는 편입니다만, `깜짝 순서'는 말을 안합니다. 맛있는 식당. 기념품 쇼핑 기회 등과 같은 순서요. 가지 못할 경우에 가고 싶다는 떼를 받아주기도 힘들고, 일단 깜짝 일정의 재미도 떨어지니까요. 대신 아이들에게 힘들 것 같은 일정은 세세하게 말하고 경고합니다. 특히 여행중에는 아이들이 힘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잔소리를 많이 해요. 산은 올라갈 힘도 있어야하지만, 내려갈 힘도 있어야한다는 걸 늘 강조합니다. "더 놀고 싶더라도 집에 돌아가려면 이제 일어서야해!""더 놀면 가면서 네가 짜증낼거야""엄마는 그거 오늘은 못받아줘. 힘 남았을때 집으로 가자."이런 식으로요.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제가 세웁니다. 장소는 남편이 주로 정하고, 코스는 제가 정하지요. 제가 그것을 좋아하고, 남편은 여행 직전엔 여행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기 일쑤니까요. 구체적인 일정은 제가 짜지만, 몇개의 대안 안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거의 넘깁니다. 본인들이 선택해야 더 즐겁게 따라다니니까요.^^ 여행을 더 좋아하는 제가 참습니다.

 

하루에 한가지 정도는 꼭 아이가 너무나 좋아할 시간을 만듭니다. 베르사이유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했어요) 사실 좀 무리한 시간이었는데도, 문 닫기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자전거를 찾아 다니고, 여러가지를 포기했어요. 결국 여행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 중 한 순간을 보냈습니다. 그날의 기억으로 며칠동안 아이들이 기쁘게 여행의 힘든 순간을 견뎠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정도 반드시 넣는 것이 중요하군요. 이렇게 하다보면 정말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될 것 같아요. 부모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럼요. 여행을 하다보면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나라는 인간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돼요.

 

제주도에서 보낸 한 달을 보면 도서관을 방문하시는 것이 좀 특색 있었습니다. 다른 여행지에 가서도 도서관을 꼭 방문하나요? 이유가 있을까요?

 

제주도에서 도서관에 간 건 우연이었어요. 보통 도서관에 놀이터가 있으니까, 놀이터 있을라나 하고 갔다가 딸이 책을 좋아하는 `기적'이 일어난거죠. 그런데 그 후엔 도서관을 어떻게든 가게 되더라고요. 서점이라도 꼭 갑니다. 아이들에게 무거워도 책 기념품을 잘 사주는 편이고요. 

 

여행이라고 하면 사진을 빼놓을 수 없지요. 여행 사진 잘 찍는 법이 있을까요? 여행 다니시면서 사진을 좀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는데, 여행 사진 잘 찍는 법 혹시 노하우 생기신 게 있다면?

 

저는 여행사진은 최악으로 찍는 듯 합니다. 여행지보다 늘 아이들 얼굴이 커다랗게 찍혀있어요. 제겐 여행 사진에 대한 질문은 하지 말아주세요. 각종 실패담을 교훈 삼아 들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번에도 생각했어요. 사진 좀 배우자! 내가 본 이 느낌을 살려서 찍어보자!  

 

양  여행을 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여행은 돈이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요. 돈을 절약하면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알아야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숙소는 허름해도 먹는 것, 공연은 좋아야하는 편입니다. 공연표는 비싼 것을 끊어야하니 일찍 예약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야 할인이 되잖아요. 숙소는 별로 가리지 않으니 가급적 싼 곳을 고르고요. 그런데 어떤 분은 잠자리 불편하면 아무리 좋은 걸 봐도 눈에 안들어온다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런 분들은 공연표 안끊고 숙소를 업그레이드 해야지요. 무조건 싼 여행이 능사가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야하니까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 계획을 잘 세워야해요. 그러려면 나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합니다. 결국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늘 나 자신이더라고요.

 

양 많은 사람들이 계획만 잔뜩 세우고 실제로 실천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계획은 세우지만 실제로 실천에 못 옮기는 경우도 많지요. 어떻게 하면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동기부여가 될까요? 전은주씨는 어떤 동기로 어떤 계기로 이렇게 여행을 하게 되셨는지.... 또 아이 둘을 태우고 혼자 운전하는 것도 사실 저로서는 두려운데, 두렵지는 않으셨는지.... 두려움 극복 노하우도 알려주세요.

 

행복했던 기억만큼 큰 동기부여가 있을까 싶어요.여행 뿐만 아니라 어떤 일이든, 모든 조건이 갖추어지는 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가 오면 죽을 날이겠죠. 그냥 내킬 때 해야지, 좋은 상황 기다리다간 끝내 못갑니다. 혹시 영어가 두려우세요? 남편이 저를 만날 놀립니다. "언제 동사 나오냐?"고요. 그런데 여행해보니 얼굴 표정과 감탄사로 의사전달 반은 하고 들어가더락요.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데 특별히 언어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영어를 잘하면 좋겠지만, 현지인을 사귀기엔 내새끼 돌보기도 바빠 죽겠기 때문에 현지인 친구에 대한 미련을 버려서 그럴수도 있어요.

 

뉴질랜드 가기 전에 정말 운전 때문에 두려웠어요. 좌측통행, 7미터 트럭. 과연 운전할 수 있을까? 적응하는데 2시간 걸리더라고요. 그후엔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한심한 여행, 최악의 여행이 있다면? 이런 여행은 안가느니만 못하다 하는 여행이 있다면?

 

모든 연애와 모든 여행은 의미가 있던걸요! 이번 파리 여행은 아들에게는 최악, 딸에게는 최고였어요. 여행의 모든 위기는 추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좋았던 날은 길을 잃어버린 날이었어요. 잘 데도 없고, 먹을 거리는 떨어졌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서로를 탓하지 않는 부부와 어디서건 잘 노는 아이들이 같이 있다는 자체가 주는 위로와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은 부부싸움을 할 찬스이기도 했는데! 가장 사랑한 날이기도 했다는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곰팡이, 습기, 벌레.. 장마철 주택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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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을 처음 발견했을때, 그리고 마침내 전세로 들어오게 되었을때

나는 정말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줄 알았다.

모든 조건들이 내가 바라던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산자락에 연결된 넒은 마당에 담장도 없는 언덕위의 2층집..

꿈이 이렇게 완벽하게 이루어지다니 믿을 수 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새 집에서의 첫 1년은 충격과 공포와 감탄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1월에 이사왔더니 주택의 겨울 추위는 아파트에서 겪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날개미떼를 비롯한 각종 벌레들에 놀래는 것도

잠시, 장마철이 되자 집안 여기 저기에서 비가 줄줄 샜던 것이다.

게다가 풀이란 것들은 어찌나 빨리 무성하게 자라나는지...

비만 지나가면 텃밭부어 마당 가장자리까지 온통 무성한 풀밭이 되어 있었다.

온갖 벌레들이 약을 치지 않는 우리땅으로만 몰려드나 싶게 벌레들은 넘쳤다.

 

간신히 첫 장마 겪은 후 대대적인 방수공사를 했건만

올 장마철에도 여지없이 안방 천정에선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벽지가 젖어들면서

곰팡이들도 소담스럽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오래 비어있던 동안 환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천정 합판이 몽땅 썩어 있는 상태였다. 그 위를 그냥 곰팡이 방지 시트로

임시방편만 하고 새로 도배를 하고 들어왔는데 첫 장마철에 곰팡이는 제대로

피어 버렸다. 그 뒤로 곰팡이는 그저 포기하고 살고 있다.

 

우리집 앞에 커다란 저수지도 있도 산과 바로 이어져 있어서 평소에도

습기가 많은데 장마철이 되면 정말 방바닥이 물에 젖어 있는 것 처럼

축축해진다. 그러니 곰팡이가 없을 수 가 없다.

장마철이 길고 길었던 지난 여름엔 씽크대의 그릇들 위에도

곰팡이가 필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젠 겨울보다 여름이 더 무섭다.

당연히 여름 장마철을 지내려면 평소보다 신경써야 할 것들이 배로 늘어난다.

 

내내 비가 내렸던 지난 한주동안 식구들이 잠을 자던 안방에 곰팡이가

너무 심해 잠자리를 2층으로 옮겼다.

2층은 그저 빨래나 널고 애들이 놀이터로 사용하던 곳을 잠자리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청소를 하느라 허리가 휠 뻔 했다.

잠을 한 번 자려면 절차가 복잡하다.

 

잠자기 서너시간 전에 방을 치우고 창문을 모두 닫고 이부자리를 편 다음

제습기를 틀어 놓아야 한다.  식구들이 자러 왔을때 제습기를 끄고

창문을 연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보송한 이부자리에서 잘 수 있다.

하지만 제습기 덕분에 방안에  차 있던 후덥지근한 공기는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치우고 빨래 건조대를 옮겨와

제습기로 빨래를 말린다. 빨래가 마르면 다시 마루로 옮겨놓고

잠자리 준비를 한다. 빨래와 잠자리 수발만으로도 일이 많은데

며칠간은 난데없이 등장한 벌레들때문에 잠을 설쳤다.

 

초파리도 아니고, 파리도 아닌 날벌레들이 자는 방 머리맡으로

모여들더니 그 숫자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우리집엔 살충제가 아예 없어서 그 벌레들을 파리채로 때려 잡았는데

잡아도 잡아도 어디선가 또 나타나 방바닥와 이불 위를 기어다녔다.

알아보니 '뿌리파리'였다.

내가 사는 지역 일대에 이 파리가 창궐하여 뉴스에까니 나왔단다.

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뿌리 파리는 날아다니기 보다 바닥을 기어다닌다.

잠든 아이 몸위로도 기어다니고 이불위로도 기어다닌다.

엄마인 나로서는 더 경악스러울 일이었다.

 

남편은 벌레가 기어다니든 말든 누워 잠을 자지만 애들 잠든 머리맡에

앉아서 혹여라도 애들 몸에 벌레가 붙을까봐 나 혼자 잠을 설쳐가며

하룻밤에 백여마리씩 때려 잡곤 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 인터넷을 뒤져보니 잡초가 우거진 곳에

많이 서식한단다. 딱 우리집이다. 식물의 뿌리에 기생을 한다는

글을 읽고나서 비 그친 마당에 나가보았더니 사방에 우거져 있는

잡초들이 다 뿌리파리 소굴로 보였다.

 

며칠 내린 비로 사방에 고여있는 웅덩이 메우고, 조금이라도 물이

고여있는 곳을 확인해서 물을 비우고, 마당가까이 우거져있는

풀을 뽑느라 반 나절을 애를 썼다. 달려드는 풀모기에 뜯겨가며

뿔을 뽑아 음식물 쓰레기를 쌓아두는 퇴빗간으로 던져 넣다가

흙투성이가 되어 저녁을 준비하려니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날만큼

힘이 들었다.

 

저녁 차리고 부랴부랴 2층으로 달려가 이부자리 펴고 제습기 틀어 놓고...

 

아무리 더워도 축축한 바닥을 말리기 위해서는 가끔씩 보일러도

틀어 놓아야 한다. 공기는 축축하고 바닥은 뜨겁고 벌레들은 달려들고..

정말 장마철 나기가 한겨울 추위 이기는 일 보다 더 고달프다.

 

밖에서 외관만 보고 펜션같다고 부러워하던 이웃들은

과일국물 한 방울에도 삽시간에 몰려드는 개미떼들과, 사방 벽에 얼룩져 있는

곰팡이들, 그리고 마당에 무성한 풀들을 보면 역시 아파트가 낫구나 하며

돌아가곤 한다.

겨울 추위, 여름의 습기, 벌레들과 곰팡이... 확실히 이 집에서 사는 일은

아파트에 비해 수십배는 더 어렵다.

그렇지만 곰팡이랑 같이 사는 아이들은 아파트에서보다 훨씬 더 건강해졌다.

한겨울에도 한여름 장마철에도 마당으로 뛰어나가 노는 까닭일 것이다.

 

장마철을 보내려면 주부인 내 역할이 어느때보다도 더 커지고 중요하지만

애쓰며 애쓰며 견디다보면 지나갈 것이다. 물론 장마 지나면 폭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계절을 이렇게 진하게 생생하게 살아내는 것이

내 건강도 더 키워주려니.. 믿고 있다.

 

그렇지만 뿌리 파리야.. 어서 어서 사라져라. 장마철도 작년처럼 두달씩 이어지면

나는 정말 쓰러진단다. 하늘아, 하늘아.. 그저 보통처럼만, 여느때 같이만

그렇게 날씨를 허락해주렴..

페낭 힐, 푸니쿨라타고 벌레잡이 식물을 보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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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 습성도 유전인가, 해람이는 밤이 되면 말똥말똥 나가 놀자고 하다가 아침에는 꼭 깨워야 일어난다.
하긴 또래보다 작은 다섯 살 아이가 그 짧은 다리로 우리와 같은 일정을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뭐 보러 가자, 어디 가 볼까 하면 가장 신 나서 앞장서기도 하고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니 참 신통하다.
해람아, 언덕 올라가는 기차 타러 가야지~ 했더니 부스스 일어났다. 페낭 힐(Penang hill) 올라가는 푸니쿨라(funicula, 케이블카라는 뜻의 스페인어) 를 타자고 조른 것은 해람이었다. 지난밤 여행안내 지도의 사진을 보고 기차가 산을 올라 간다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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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못 뜬 아이를 데려다 아침을 먹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조금이라도 선선할 때 가면 좋겠다고, 그리고 일찍 가면 긴 줄 서지 않을 거라는 속셈도 있었다. 숙소 근처의 재래시장 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우리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도 없고 시장의 가게들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도 우리를 실망 시키지 않는 페낭의 버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보다 늦게 왔던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나서 또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가게들이 빠짐없이 문을 열도록 페낭 힐이 종점이라는 204번 버스는 오지 않았다.
아주머니 한 분이 보다못해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주셨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버스회사 전화번호가 있는데 여기로 전화를 해서 정류장 번호를 이야기하고 버스 번호를 말하면 언제 오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이 아주머니한테 배워서 그 뒤로도 종종 버스를 기다릴 때 여기서 기다리는 게 맞는지,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전화를 해 보곤 했다. 그렇다고 버스가 바로 오지는 않지만 십 분 뒤에 온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십 분 뒤에 오는 건 아니라도, 조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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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보며 버스 루트를 연구하고, 스마트폰에서 한 붓 그리기 게임도 하고, 이제 막 문을 연 가게에서 불량 식품을 사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조그만 비닐에 싸인 양갱 같은 것을 사 먹었는데 색깔에 따라 맛도 달랐다. 좌린이 고른 누런색 양갱은 두리안 맛이었다. 아루도 아빠 따라 두리안 양갱을 먹었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트림이  올라온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두리안은 고수만큼이나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과일의 여왕’이라고 부를 만큼 맛있다고 해서 몇 번 먹어보긴 했는데, 냄새가 하도 구려서 무슨 맛이었는지, 그렇게 단맛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호기심 때문인지, 자신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인지, 좌린은 계속 두리안을 시도한다. 어제도 두리안 맛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길에서 두리안 파는 노점을 보면 일부러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보고 신선할 때 먹으면 괜찮을지 모른다며 은근히 나를 부추긴다.
억지로 잘 먹는 척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싫다고 선을 긋고 싶지는 않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두리안 금지 표시가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이것을 보며 막연한 거부감을 키우는 것도 조금은 못마땅하다. 두리안의 원산지를 여행하면서, 두리안에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지닌 사람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여행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넓히고 싶다면, 내 몸에 배인 습성으로 판단하거나 가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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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게 진열대에서 진기한 먹을거리들 중에서 'SOTONG'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소똥? 쓰인 대로 읽으면 그렇다. 그 밑에 cuttlefish 라고 쓰여있는 걸 보니 오징어인 듯. 가게 주인에게 물었더니 오징어가 맞단다. 말레이어로 ‘소똥’이 오징어란 말이지? 오래 지나도 이 단어만큼은 잊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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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릴 만큼 기다린 것 아닌가, 이제는 나타나겠지, 처절한 바람을 육감이라고 믿어버릴 즈음
엄마, 똥!
해람이 뱃속의 신호가 먼저 왔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길 한가운데서, 하필이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린 버스가 곧 올 것 같은 타이밍에 똥이 마렵다니!
좌린이 아이를 데리고 화장실을 물어 시장 안으로 사라진 사이, 아니나 다를까, 204번 버스가 나를 약 올리듯 유유히 나타났다. 시간을 끌어보려고 버스 기사에게 페낭 힐 가는 거 맞냐,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 다음 버스는 언제 오는지 물으며 좌린과 해람이가 사라진 쪽을 흘끔거렸으나, 결국 타지 못했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엄마, 똥!’을 외치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고 마음을 달래며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뒤늦게 나타난 좌린은 해람이 덕에 시장 구경 잘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 버스가 11시에 온다고 했으니까, 15분만 더 기다리면 되겠네.
근데 과연 15분 후에 다음 버스가 올까? 배차 간격이 15분이라면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린 거지???
버스 기사의 말을 토대로 따져보는데 계산이 맞지 않는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특히나 우리보다 느린 호흡으로 살아가는 곳에서 이런 계산은 소용이 없다는 걸 여러 번 겪었으면서도 머릿속 생각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삼십 분쯤 기다렸더니 다음 버스가 왔다. 버스 정류장에 나온 지 한 시간 반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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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진짜 산을 올라 가는 기차야!!!
드디어 페낭 힐 도착!!! 버스 종점에 내려 언덕 오르는 푸니쿨라를 보니 모두 감격, 특히 해람이가 몹시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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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이 많다. 낚시 의자를 꺼내 아이들을 앉혔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진다. 보는 이들마다, 특히 아이와 차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굿 아이디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이들의 징징거림을 피할 좋은 방법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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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니쿨라를 탔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아침 일찍 나와서 버스 정류장에서, 매표소 앞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정말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도착할 때까지 아이들이 창문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도 이제는 우리의 여행이 어떠한지, 목적지에서보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매번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불평을 내뱉는 일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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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다본 조지타운.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서울의 남산 같은 유원지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올라와 시내를 내려다보고, 기념품을 고르고,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는.
다른 점이 있다면 정상에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열대의 숲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트레일이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 울창한 숲으로 이끄는 오솔길이 눈에 띄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그 길 따라 가보고 싶었다. 형편이 된다면 푸니쿨라를 타지 않고 트레킹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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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 사원. 힌두교 사원에 처음 들어와 본 아이들은 팔다리가 여러 개이거나, 반인반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신상에 놀라기도 하고 재밌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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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을 눈여겨보게 되는데 한 명의 남자와 여자가 둘 셋,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다니는 것이 가끔 눈에 띈다.
히잡 속 여인들의 나이를 추정하기 어려운데

시어머니, 며느리?
친정엄마, 딸?
남자의 부인, 아이 봐주는 유모?
남자의 부인 1, 남자의 부인 2 ?

두 여자의 관계가 궁금하다.

 

오늘은 해람이가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 벌레잡이 식물원 광고판을 보더니 가보자고 해서 모두 따라나섰다. 걸어서 15분이라고 쓰여있기에 애들 데리고 걸으면 삼십 분쯤 걸리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한참 만에 ‘여기서부터 1킬로미터’라고 쓰여있는 광고판을 발견하고 잠시 좌절했다. 걸어서 15분이라더니!! 따져봤자 내 머리만 아프다. 버기라이드를 탈 수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이 색다른 차에 관심을 보이는 걸 모른 척한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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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가 보자.
식물원 저기 보이네!
어디? 어디?
좀 전에 보였는데!
좌린의 ‘신기루’ 작전은 몇 분간 효과가 있었다. 물론 아이들이 세 번 이상 속아주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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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쉬다가 원숭이들을 만났다.
동물원 철창을 사이에 두지 않고 바로 코앞에서 원숭이를 만나다니. 아이들이 몹시 신나서 다가갔는데 원숭이 한 마리가 해람이가 만만해 보였는지 달려들려고 했다. 좌린이 해람이 옆에 붙어 서니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발리의 원숭이 사원에 사는 녀석들만큼 사납지는 않아서 함부로 덤벼들지는 않았다. 배가 고픈지 비닐봉지를 노리는 것 같았다.
나는 해람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울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은 게 더 신기했다.
크허허~
아루가 깔깔거리며 즐거워하니 울지는 못하겠고 잔뜩 긴장한 아이의 목에서 기이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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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숫자 2야, 그렇지? 사진 꼭 찍어 둬!
해람이는 뭔가를 잘 발견해낸다. 길바닥에 떨어진, 우리라면 무심코 지나칠 조그만 나뭇가지에서도 숫자를 찾아내고 눈높이가 낮아서 그런지, 조그만 벌레도 잘 알아본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씨앗이나 열매. 씨앗이나 열매를 보면 습관처럼 주워 모은다. 그리고 내게 맡기며 버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하지만, 곧 잊어버리고 다시 찾지는 않아 참 다행이다. 처음에는 다시 찾을까 봐 열심히 모아두었는데 이제는 주머니가 불룩해지면 몰래 비우곤 한다. 해람이가 주워준 열매가 너무 예뻐서 버리지 못하고 따로 챙겨둘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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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저 앞에 식물원!
아빠, 또 신기루?
아니야, 이번엔 진짜야.

정말, 이번엔 정말, 벌레잡이 식물 모형과 함께 Monkey Cup이라고 쓰여있는 화살표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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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식물원에 수많은 벌레잡이 식물들이 있었다. 주로 길쭉한 튜브 모양인데 이걸 monkey cup이라고 한단다. 공원 안내인이 한 바퀴 돌며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엔 벌레잡이 식물에게 벌레를 주는 시연을 했다. 안내인이 원산지, 학명까지 거론하며 꼼꼼히 설명을 하는데 솔직히 나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이걸 보려고 이렇게 걸었나 생각하니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해람이는 대만족이었다. 설명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안내인이 가리키는 것을 놓칠세라 열심히 따라다녔다. 몽키컵 속의 개구리, 파리지옥풀로 들어가는 애벌레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해람이의 호기심을 채워준 것만으로도 여기 온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에 1링깃만 내면 페낭 힐까지 버기라이드를 태워주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페낭 힐에서 출발하는 버기라이드는 30~40 링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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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질 듯, 쏟아질 듯하더니, 우리가 식물원을 나서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비에 관해서는 운이 따르나 보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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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푸니쿨라도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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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이가 그린 파리지옥풀.
네 식구 함께 같은 길을 걷지만 바라보는 것은 조금씩 다르다. 내가 지도를 보며 버스 루트를 연구할 때 좌린은 시장을 두리번거리며 흥미로운 간식거리를 찾아내고 내가 히잡 쓴 여인들의 사연을 궁금해할 때 해람이는 벌레잡이 식물원의 광고판을 발견해내었다. 해람이가 아니었으면 벌레잡이 식물에 관심이나 가졌을까? 푸니쿨라를 타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신나게 느껴졌을까? 때로는 여행 안내서에 소개된 볼거리보다 무심코 지나가는 조그만 벌레와 씨앗에 더 애정을 쏟는 아이, 고정관념에 물들지 않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둘이 만나 인생을 두 배로 누리는 것이 결혼할 때 우리의 다짐이었는데 넷이 되니 시야가 넓어지고 삶이 더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네 배로 행복해진다, 해람이가 종이에 살려낸 파리지옥풀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스쳐 간 길 위의 인연.>
오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좌린이 해람이 데리고 화장실에 갔을 때 한 커플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조금 떨어져 있을 때는 둘 중의 한 명이 남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둘 다 여자였다.
Where come from?
청바지에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남자처럼 보였던 그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Korea 라고 했더니 조금 떨어져 앉은 다른 한 명이 이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강남 스타일!'하고 외쳤다. 노랗게 물을 들인 긴 머리에 짙은 화장을 한 그녀는 줄담배를 피워댔다.
코리아, 코리아, very nice, eh?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라기보다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아서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What's your name?
별안간 아루에게 말을 걸어오기에 유심히 보게 되었다.
아직 영어를 모른다고, 아루를 대신해서 대답을 해주었더니 또 무슨 말을 하는데 나에게 묻는 건지, 혼자 중얼거리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데 이가 대부분, 반 이상이 썩어 성한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순간, 직감으로 알았다. 약을 했구나.
차림으로 보아 말레이시아 사람 같지 않아서,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으나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웠다. 과장된 몸짓이 부담스러워 조금 거리를 두었다.
페낭 힐에서 다시 조지타운으로 돌아오는데 버스 안에서 콤타르 근처를 배회하는 이 커플을 다시 보았다. 내게 말을 걸었던 그녀가 길 가는 오토바이를 향해 뭐라고 떠드는데, 버스 안이라 듣지는 못했지만 과장된 몸짓과 환하게 웃는 얼굴이 너무나 불안정해 보였다.
저녁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길 건너편에서 이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또 마주쳤다. 하루종일 이렇게 근처를 배회하고 다닌 모양이다.
잘 알지도 못하고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들인데, 단지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인데 마음이 쓰여 한동안 쳐다봤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마약에 찌든 성 소수자들이며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가까운 태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말레이시아에서 본 들고양이들은 마르고 꼬리가 짧았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불협화음처럼 튀는 그들, 어딘가 어긋나고 비틀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 꼬리 짧은 들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그들의 구체적인 삶이 어떠한지 모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였고, 인간이 그 자체로 존엄하다는 것을, 자신에게 부여된 삶을 아끼고 사랑할 권리와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어졌다.
부디 어딘가에 마음 붙이고 잘 살아가기를!

눈 비비거나 얼음찜질은 ‘상처 덧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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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선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에 몰놀이를 할 땐 관절이나 눈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계곡을 찾은 젊은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건강] 물놀이 부상 예방·대처법

눈에 이물질 들어갔을 땐 흐르는 물이나 식염수로 씻거나
눈물 흘려 나오도록 해야…입으로 불면 각막 손상 위험

50대 이상은 작은 충격에도 발목·척추 골절 가능
미끄럼 방지용 신발 챙기고 출발 전 발목 스트레칭 충분히

최근 남부지방은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자연스레 시원한 계곡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반대로 중부지방은 장맛비가 이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불볕더위와 휴가철이 찾아올 전망이어서 물놀이 인구 역시 늘 것으로 보인다. 물놀이를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물에 빠져 죽는 사망 사고지만 물놀이하다가 미끄러져서 흔하게 나타나는 관절이나 눈 부상 역시 경계해야 할 것들이다. 물놀이를 하다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나타날 수 있는 관절 및 눈 부상의 예방 및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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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 손을 짚으면서 손목에도 부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발목이나 척추 쪽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 특히 50대 이상 중년층 및 노년층은 평소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같은 자세로 넘어져 부상을 당했더라도 젊은 층에 견줘 발목 골절의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이경민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2007년 1월~2012년 11월 발목 골절로 병원을 찾은 1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대 이상 중년 및 노년층의 경우 그 나이 이하보다 골다공증을 가진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 교수는 “젊은 층은 상당히 강한 외부 충격으로 발목 골절이 일어나지만 50대 이상은 작은 충격에도 평소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골절이 생길 수 있다. 50대 이상의 발목 골절은 치료나 수술이 훨씬 복잡해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이의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골절 치료와 함께 동시에 골다공증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목과 함께 골절이 나타날 수 있는 곳이 척추이기도 하다. 척추 골절은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데 이때의 충격이 척추에 전해지면서 골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노원 의정부척병원 척추외과 원장은 “미끄러져 넘어진 뒤 걷기가 힘들다거나, 허리 또는 등 주변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호흡 및 기침을 할 때 옆구리나 엉덩이까지 뻗치는 통증이 나타나면 이 골절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골절을 예방하려면 우선 계곡이나 산을 다닐 때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바닥재를 가진 미끄럼 방지용 신발을 꼭 신도록 하고, 등산 등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발목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특히 비가 오는 등 습도가 높은 날씨에는 바위나 돌을 밟아도 잘 미끄러져 발목을 다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멸치나 검은콩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중요하다.

계곡 등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자칫 눈이나 눈 주위의 뼈에 부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공 등에 맞으면 대부분 가벼운 타박상으로 몇 시간 안에 좋아지지만, 안구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면 충격에 따라 눈이나 눈을 둘러싼 뼈의 골절도 생길 수 있다. 드물게는 망막 출혈이나 백내장, 녹내장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눈이나 그 주변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을 때에는 눈을 깨끗한 수건이나 천으로 가린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김진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은 “눈이나 그 주변에 타박상을 입었을 때 잘못하는 행동 가운데 하나가 눈을 비비거나 차가운 물이나 얼음찜질을 하는 경우다. 이는 오히려 눈이나 주변 조직의 상처를 심하게 할 수 있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손으로 비비거나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각막을 손상시킬 수 있는 행동인 만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신 흐르는 물이나 식염수로 눈을 씻어 이물질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도록 하면 된다. 식염수가 흐르는 물을 찾기 힘든 경우에는 눈물을 흘려서 이물질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물안경을 챙겨서 쓰면 이물질이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임상 근거 부족한 건강기능식품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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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 건강강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2년 9월 발표한 바를 보면 국내 의약품 생산 실적은 15조5968억이고,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2011년 12월 보고한 바를 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 규모는 3조6000억원으로 추정돼 의약품 규모 대비 23%나 된다. 이 건기식 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팔리고 있는 제품은 홍삼류로 전체의 50%를 넘고, 비타민, 알로에, 오메가3 지방산, 프로바이오틱스, 인삼, 글루코사민, 칼슘 등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건기식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 홍삼류는 일부 실험실 및 동물실험 연구 결과는 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가 극히 부족하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나머지에 대해 의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얘기해 본다.

우선 비타민은 최근 수십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수백 편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각종 천연 비타민 및 항산화제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경우에 견줘 암이나 심장 및 혈관질환의 발생이 20~30% 이상 적은 것으로 결론을 맺고 있다. 하지만 합성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의 경우 총 47편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먹지 않는 사람보다 오히려 사망률이 5% 높다는 논문이 2007년 2월에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렸다. 2010년에는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항산화보충제 복용은 암 예방에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방광암의 위험성을 52% 높였다는 연구 결과가 <종양학연보>에 나왔다. 지난 1월에는 50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비타민 및 항산화보충제는 심장 및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영국의학저널>에 실렸다. 일부 유명 의대 교수 등이 고농도의 비타민 시(C)를 먹으면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나, 이는 일부 실험실 및 동물실험 연구에 기초한 가설에 지나지 않으니 아직 권장할 수 없다.

오메가3 지방산 보충제의 경우 14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장 및 혈관질환에 효능이 없음이 2012년 4월 <미국의학협회지-내과>에 실렸다. 글루코사민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37편의 임상시험에 대해 종합분석한 결과 제약회사로부터 연구비를 받지 않거나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를 종합했을 때 통증 감소 등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결국 2012년 3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빠졌다. 끝으로 칼슘보충제의 경우 골절 예방을 위해 쓰이고 있으나 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오히려 심근경색 위험성이 27% 높아졌다는 결과가 2010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렸다. 또 지난 2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위원회에서는 골절 예방을 위해 칼슘과 비타민 디(D) 보충제를 먹는 것은 권고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타민제 등 건기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권장할 수 없다. 식약처 등 국민의 보건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는 최근에 나온 건기식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고찰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특히 이의 시판허가를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등 건기식에 관한 법률 역시 전면적인 재검토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끝>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 (의학박사ㆍ가정의학전문의)

부여 동연꽃축제, 18~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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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지에 체험학습을 온 궁남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연꽃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궁남지 일대 부여서동공원에서는 18~21일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린다. 18~20일에는 인근 백제문화단지의 백제 왕궁을 밤 10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부여/전진식 기자

판타스틱한 영화제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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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천 피판축제 시작으로
23일 서울 만화애니페스티벌
일본 인기 감독·배우들 방한

뜨거운 무더위와 쏟아지는 장맛비를 기분 좋게 바꿔줄 ‘환상여행’은 어떨까?

18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집행위원장 김영빈·왼쪽 사진)는 올해도 독특한 상상력을 동원한 판타지, 호러, 스릴러 등 세계 첫 개봉영화를 포함한 44개국 229편을 초청했다.

올해는 특히 일본의 인기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들이 대거 몰려온다.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구사나기 쓰요시(39)는 영화 <중학생 마루야마>로 일본 영화계의 ‘천재 악동’으로 불리는 구도 간쿠로(44) 감독과 함께 22일 영화제를 직접 찾는다. 구사나기는 성적 호기심을 채우려 스트레칭을 연마하는 중학생 마루야마(히라오카 다쿠마)의 정체를 알아채는 황당한 인물 ‘시모이’ 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똥파리>를 연출한 양익준 감독이 웃기는 가전제품 수리공으로 출연해 관심을 모은다.

애니메이션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신작 <언어의 정원>을 들고 19일과 20일 한국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언어의 정원>은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 <배를 엮다>와 함께 이번 영화제 사전티켓 판매와 동시에 인터넷 판매분이 매진될 만큼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각본과 콘티를 담당한 히구치 신지가 심사위원을 맡았고, 국내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로 잘 알려진 일본 배우 후지이 미나는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다. 폐막작으로는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가 월드 프리미어로 첫 상영(8월1일 일반 개봉)되고, 700만 관객을 앞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초청됐다.

23일부터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조직위원장 만화가 김형배·오른쪽)이 서울 남산과 명동역 일대에서 열린다. 만화·애니메이션 전시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나뉘어 열리는데,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는 33개국에서 300여편이 초청됐다. 개막작인 페르난도 코르티조 감독의 <사도>는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 속에 유머를 녹여 한여름밤에 즐기기 좋은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드림웍스의 신작 <터보>(25일 개봉)와 <뽀로로-수퍼 썰매 대모험>,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 등 경쟁부문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24일부터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부산 국제어린이 영화제’를 비롯해 8월에도 정동진독립영화제(2일), 제천국제영화음악제(14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22일) 등 한여름 더위에 지친 영화팬들한테 활력을 줄 만한 영화제들이 이어진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각 영화제 제공



서울시, 어린이집 자문단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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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보육 공공성, 아동학대 예방, 보육의 질 향상, 보육교사 노동여건 개선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상담해줄 자문단을 꾸렸다.

서울시는 변호사, 노무사, 대학교수 등 각계 전문가 12명과 보육 전문가 50명으로 이루어진 ‘서울시 어린이집 희망 자문단’ 62명을 위촉했다고 17일 밝혔다.

예컨대, 재무나 회계에 대한 어려움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예방 등에 대해서 자문이 필요할 경우 전문가들 통해 상담과 함께 아동의 권리 향상을 위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어린이집 자문단은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했으며 앞으로 2년간 보수를 받지 않고 활동한다.

보육 전문가 50명은 어린이집에 직접 찾아가 무료 컨설팅을 해줄 예정이다. 서울시보육정보센터가 이런 모든 지원을 연계해주는 다리 구실을 맡는다. 자문단의 상담을 원하는 어린이집은 서울시 보육정보센터(02-772-9814~8)나 보육포털 누리집(iseoul.seoul.go.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어린이집 자문단이 실질적인 멘토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어린이집 보육의 질을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가까운 도심서 캠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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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수원·광명 등 캠핑장 조성
군포선 영화·별자리 관측 행사도
피서 즐기며 문화체험 ‘일석이조’

“도심 속에서 별도 보고, 물놀이도 하고….”

수도권 곳곳에도 서울의 난지도캠핑장처럼 도심 속에서도 가족 단위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경기 안양시가 마련해 25일 문을 여는 ‘안양 병목안 캠핑장’은 수리산 자락을 배경으로 3개의 캠핑장을 갖추고 있다. 6억7천만원을 들여 샤워실과 화장실, 개수대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는데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수원시는 광교새도시 안 호수공원 인근에 가족 캠핑장을 오는 9월 운영할 예정이다. 경기도시공사로부터 아직 시설 인계가 안 된 상태이지만, 도심 속 호수 인근에서 오토캠핑과 일반 캠핑을 연중 즐길 수가 있다. 광명시도 광명시 하안동 도덕산 자연공원에 70면 규모의 오토캠핑장 등을 연말까지 조성해 내년부터 문을 열 예정이다.

도심 속에서 캠핑장이 이처럼 잇따라 문을 여는 것은 여름 휴가철에 굳이 자연을 찾아 멀리 떠날 필요 없이 도심 근처에서 물놀이와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가족 단위로 도심 속 자연을 체험할 수도 있다.

2011년 수리산 기슭에 문을 연 군포시 초막골 여름 가족 캠핑장(사진)의 경우, 개장 첫해에 2500명이 찾았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2만5천여명이 캠핑장을 찾았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군포시는 내다봤다. 이곳은 여느 캠핑장과 달리 7~8월만 여름 캠핑장과 캠핑장 내 물놀이 시설을 운용하지만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이용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올해도 야간 영화 상영 9차례, 음악회 1차례 등이 진행중이고, 매주 금요일 밤에는 캠핑장 어린이들을 위한 별자리 관측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또 3000여권의 도서를 갖춘 이동도서관이 캠핑장에 위치해 쉬면서 책을 볼 수도 있다.

군포시의 임현주 청소년 정책팀장은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피서철에 멀리 가지 않고도 집 가까이에서 가족 단위로 야영 등의 자연 체험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갈수록 찾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사진 군포시 제공

동기부여 방식 따라 아이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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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부하는 아이.jpg» 한겨레 자료사진

 

불안을 매개로 동기화된 아이는 삶의 목표를 불행을 피하는 데 두게 된다. 행복하기 위해 뭔가를 하는게 아니라 괴롭지 않기 위해 고통을 느끼지 않으려고 움직인다. 반면 즐거움에 대한 기대로 움직인 아이들은 자신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효과의 크기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아이들의 행동이 어떤 감정을 지향해 동기화되는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 중 (조선미 지음,썸앤파커스 펴냄)
 

“텔레비전 지금 안 끄면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안 사줄꺼야! 당장 꺼.”
“우와~ 텔레비전 딱 하나만 보고 껐어? 역시 우리 아들은 엄마랑 약속을 잘 지켜.”
 
“이번에도 시험 공부 안하면 앞으로 용돈이고 뭐고 없는 줄 알아!”
“우리 딸 이번에는 제대로 시험 공부하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 있을거야! 잘 해봐~”
 
아이에게 동기부여 하는 방식 사뭇 다르지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할 때 아이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여러가지입니다.

불안을 매개로 부모가 원하는 행위를 안하면 벌을 주거나 아이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경고할 수도 있고요.

반면에 부모가 원하는 행위를 했을 때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어떤 보상을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조선미 교수의 책을 읽으며 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동기 부여를 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두 지 방법 모두 다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이에게 어떤 감정을 매개로 동기부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을 높여 긍정적 정서를 활용한 동기 부여를 해야겠네요. 

 

2013.7.18. 선아생각 anmadang@hani.co.kr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위한 7가지제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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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숲 속에서 맑게 갠 여름날을 보내는 것은

거의 한 해를 보내는 것과 같고,

보이스카우트 여름 야영에서 한 달을 보내는 것은

마치 한평생을 보내는 것과 같다.

딱딱한 계획을 짜서 아이들을 구속하지 말고,

그들이 여러가지 일들을 자세히 살펴보게 해야 한다.

아마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거의 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이건 어린 시절의 본성이다. 이것이 없으면 아이의 지각, 사고력은 있을 수 없다.

 

               -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100가지 제안/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 //고인돌 -

 

 

 

일본 학교와 유치원은 습도가 높은 무더위 탓인지 여름방학이 무척 길다.

7월20일 전후부터 시작해 9월초에야 2학기가 시작되니, 총 40일이 넘는다.

올해도 방학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엄마들의 "어떻게 해!!???"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긴 기간만큼 아이들에게는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본의 부모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길고 이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집도 이번 방학계획을 짜며, 태어나서 여름을 벌써 10번째 맞이하고 있는

큰아이에게 그동안 가장 좋았던 여름날의 경험이나 이번 방학에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의외로 아이들이 이런 걸 오랫동안 기억하는구나! 또는,

금방 효과는 안 나지만 '아이들 성장에는 이런 게 꼭 필요할 거야'하며

우리 부부가 노력해온 부분들의 성과가 아이의 말을 통해 확인하게 되어 기뻤다.

아이가 줄줄이 늘어놓는 여름날의 추억을 들으면서

아! 정말 여름은 좋은 계절이구나. 아이들이 여름에 훌쩍 큰다는 말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에 갑작스런 무더위에 투덜이 엄마가 된 나 자신을 다잡고 있다.

 

지난 경험들을 돌아보고, 일본 가정에서는 어떻게 여름방학을 보내는지에 대해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며 2013 여름을 준비하려 한다.

 

 

1. 늘 새로운 곳을 찾기보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는 뭔가를 정해본다.

큰아이가 딱 두 돌이 된 후로, 여름방학마다 가는 복숭아/포도 농장이 있다.

초여름에 태어난 큰아이는 여름과일과 채소를 유난히 좋아해서 어떨까 싶어, 처음 가본 과일밭이

지금까지 8,9년째 매년 다니고 있다. 복숭아와 포도를 직접 딸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한 곳인데

과일바구니에 하나씩 따는 걸 아이들은 그렇게 좋아한다.

나무에 매달린 포도알을 바로 따 먹으면 얼마나 단지, 설탕맛 같아 깜짝 놀랄 정도다.

작은 아이는 포도를 전혀 안 먹었는데, 바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포도를 먹기 시작했던 추억도 있다.

 

DSCN0480.JPG

 

몇 년째 오래 다니다 보니, 농장분들과도 친해져 우리 가족이 가면 무척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데,

직접 담으신 복숭아잼이나 포도쥬스 병 뚜껑에 아이들 이름과 귀여운 그림을 그려

아이들 손에 들려주신다.

과일밭 주변에 주렁주렁 매달린 토마토, 오이, 가지 같은 채소도 아이들이 직접 따게 해 주시고,

과일나무를 잘 키우는 방법이나 고충도 아이들이 알기쉽게 설명해주시는데 사람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릴 만큼 좋아하며 해마다 기대에 부풀어있다.

매년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것의 장점은,

일단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그동안의 경험이 풍부하니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해마다 지식이 더해져 좀 더 새롭게 즐기기도 하고, 몇 년전부터는 과일농장 주변동네들까지 섭렵해

그 주변의 유명한 가게들, 온천같은 곳까지 이 답사코스에 넣게 되었다.

또 매년 빼먹지 않고 찾아가는 우리 가족의 끈기가 신기(?)한지, 농장가족분들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게 되었다. 갓 두 돌지난 아기같던 큰아이가 의젖한 누나가 되고, 처음에는 없던 작은아이를

안고 찾아오고 하는, 1년에 한번뿐인 만남이라 그간의 변화를 더 크게 느끼게 되는 탓인지

우리 식구들이 가면 너무 반가워하신다.

 

올 여름에 가면, 복숭아밭 언니(주인집 따님) 이젠  결혼했을까?^^하면서 찾아가는 길이

설레고 좋다. 아이들은 1회성의 경험보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반복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기억속에 깊이 남는 것 같다. 이번 방학도 4식구 모두가 엄청 기대하고 있다.

수퍼에서 사다만 먹던 과일이나 채소가 어떤 나무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는지

식물에 대한 지식도 자연스럽게 얻게 되고, 아이가 좀 크고나니 사회과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여행+현지인과의 인연이나 에피소드가 그 지역을 몇 배나 크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

 

 

2. 자연관찰(곤충, 식물 등)학습의 기회를 일상적으로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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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들은 여름방학동안 식물이나 곤충을 직접 키우는 경우가 참 많다.

주택 거주가 아파트에 비해 좀 많은 편이기도 하고, 아파트라 해도 베란다에 이중창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작은 식물이나 곤충키우기가 어렵지 않다.

복숭아농장에 갔다가 주변 시골장에서 구해온 장수풍뎅이같은 곤충들을 참 많이 키웠었다.

누나따라 이제 갓 아기티를 벗은 둘째도 제법 진지하게 관찰그림을 그려대던 모습들은

지난 여름날들의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방학동안 외출을 잘 하지 못하는 날은 이렇게 노느라 한나절이 훌쩍 가곤 했는데

게임이나 동영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인 나도 잔소리를 줄일 수 있어 좋았다.

일본 학교에서는 식물/곤충관찰을 방학숙제로 내는 경우도 많아, 자유연구 주제로

결과물을 제출하기도 하고, 이렇게 기르는 친구들이 많으니 나눠얻기도 하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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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몇 번의 여름방학을 보내더니, 큰아이는 동식물에 대한 지식이 제법 풍부해졌고

<시튼동물기><파브르곤충기>같은 시리즈를 한 권씩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으로 이번

1학기를 보냈다. 4학년부터는 방학과제로 자유연구로 하나씩 결과물을 내야하는데

 <거북이의 모든 것>으로 제목을 벌써 정해놓고 표지를 디자인하느라 늘 혼자 바쁘다.

이런 경험 역시, 방학 한달만 하고 끝내는 것보다 매년 방학마다 관심있는 것을 반복해서 하면

효과는 더 커진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살아있는 것을 돌보고 키우는 일은 귀찮고 불편한 일도 따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반복해서 하면 점점 요령이 늘고

무엇보다 동식물 관찰은 인간인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는데

우리도 결국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런 비밀같은 사실들을 아이 스스로가 하나씩 깨달으며 아!!! 하는 순간을 지켜보노라면

진짜 공부는 저런 게 아닐까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도감을 찾아보게 만들고 그림을 그리게 만든다. 이런 경험도 긴 방학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3. 친한 친구와의 숙박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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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는 아이들 사이에 '오토마리카이'라는 문화가 있다.

주로 여름방학에 자주 하는데 친한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놀다오는 일을 말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를 가면서 여름방학마다 가족끼리도 잘 알고 지내는 오래된 친구와

우리집에서 자기도 하고, 그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오기도 했다.

늘 어른들이 정하는 시간내에서 '시한부 놀이(?)'를 하던 아이들에게 1박2일로

넝쿨째 노는 시간이 굴러들어오는 황홀한 기회가 된다.

아이들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잠옷과 갈아입을 옷, 치솔 등을 챙기는 순간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도 많이 겪어보았으면 하는 일이 있는데 ,

"남의 집 밥 많이 얻어먹어보는 것"이다.

 

남의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잘 차린 밥이든 그렇지않은 밥상이든 '어떤 집의 밥먹는 시간'은

아이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한다. 똑같은 재료로도 다른 조리법으로 만든 반찬이나

밥먹을 때의 대화, 분위기같은 것도 신선한 경험이 된다.

큰아이가 혼자 자라고 있을때, 아이 셋 있는 친구집에 자주 가서 놀며 밥도 얻어먹고

오고 그러더니, 아주 오랫동안, 집요하게 동생 낳아달라며 조르기 시작했다.

그집 3형제는 유난히 유쾌하고 사이가 좋은데, 그 아이들이 자는 2층침대나

왁자지껄한 밥상위의 대화들이 못견디게 부러웠던 모양이다. 내가 봐도 그 집은

날마다 이야깃거리가 한보따리씩 쏟아져나오는 것처럼 정신없지만 행복해 보였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 결국 지금의 우리 둘째가 태어났으니 한 가정의 일상과 분위기는

그만큼 아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양이다.

 

한끼의 밥이 그럴지언대 그 집에서 놀고, 자고, 일어나서

다시 아침을 먹고 하는 일은 엄청난 경험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일에는 양쪽 부모들의 절대적인 친분과 이해와 신뢰가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들도 긴 호흡으로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연습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식사나 안전문제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게 돌봐주어야 하지만, 아이들의 놀이나 갈등 상황에는

간섭하지 않고 먼 시선으로 지켜보는 게 좋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다툼이 생겨도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보니 그런 사소한 문제들은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기특했다.

친구가 다 놀고 돌아간 날이면, 아이의 내면이 한뼘은 더 자란 게 눈으로 보일 듯 느껴진다.

 

쌓인 놀이욕구를 맘껏 발산한 다음엔, 스스로 책상에 앉아 숙제와 정해진 학습지분량을

의욕적인 모습으로 해내는 게 얼마나 이쁘던지.

올 여름방학은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난해까지 해 온 친구와의 1박2일은

아이에게도 엄마인 나에게도 잊지못할 여름날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4.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보기보다,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을!(되도록 자연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자연 속에서의 캠프나 숲 체험이 일본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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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지산 근처의 놀이공원. 누군가가 어린이종합선물세트같다고 표현한 '그린파 유원지'다.

  도쿄디즈니랜드나 하코네처럼 어느 가이드북에나 나오는 관광지보다

  대자연 속에서 놀이시설도 즐기며 드넓은 잔디밭에서 뒹굴다 도시락도 까먹고 할 수 있는 곳.

  공기도 무척 맑고 7월 기온이 18도라니, 피서지로 딱인듯. 아이와 함께 일본여행을 한다면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가끔 한국의 아는 분들께 이런 연락이 오곤 했다.

"다음주에 네 식구가 일본여행할 건데, 4박5일코스로 갈만한 곳 좀 알려주면 안될까?

시간이 없어, 빨리빨리!"

한마디로 헉!이다. 아무리 바쁘다지만, 아직도 이렇게 여행을 번개불에 콩구어먹듯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다. 이렇게 준비할 시간이 없는 때일수록 욕심을 버리고

한 곳에 느긋하게 머무는 여행을 하면 어떨까? 내 개인적인 여행방식은 낯선 곳에서

단 며칠이라도 잠깐 살다오는 기분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과 있을 때는 이 방법이 참 편하고 좋았다.

다음 볼거리를 찾아 종종거리지 않아도 되고

이동하느라 길거리에 시간을 뺏기고 사람들에 치이는 것도 최대한 줄일 수 있으니.

 

아이들을 키우면서 <토토로>에 나오는 시골집같은 곳에서 딱 일주일만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나는 서른살까지 한국에 살면서 도시에서 자랐지만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 덕분에 방학마다 시골 큰집에서 형제들과 지냈다.

그곳은 아직 장작불을 때어 가마솥에 밥을 지어먹고

집에서 도토리묵도 만들고 두부도 만들어먹는 그런 시골이었는데

아침이면 암탉들이 알을 낳고 꼬꼬댁하는 소리를 들으며 번쩍 눈을 뜨곤 했다.

 

이불 속에서 얼른 빠져나와 헛간 속을 이리저리 찾아

닭들이 금방 낳은 달걀을 손에 쥐었을 때 그 따뜻한 느낌이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감촉이 손에 그대로 남아있는 듯 느껴진다.

갓낳은 달걀로 큰엄마가 간장과 참기름에 비벼주시던 아침밥의 고소함도...

그렇게 모인 달걀을 가끔 마을 사람들이 큰집으로 사러오곤 했는데

내 또래의 남자아이가 쭈뼛거리며 동전을 내밀고 내가 달걀을 세어 건네줄 때

알듯말듯 감돌던 그 긴장감과 설레임은 단편소설<소나기> 못지않았다.

 

초등학교 방학마다 내내 이어진 나의 시골 큰집생활은

중학교에 가면서 뚝 끊어졌지만

그때 공부 한 자 하지않고 자유롭게 마음껏 시간을 보내며

자연 속에서 놀 수 있었던 경험이, 힘든 사춘기도 쉽게 이겨내는 힘이 되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길러진  체험과 상상력이 든든한 삶의 밑천이 되어주고 있다.

공부도 고등학교에 가서야 제대로 하게 되었는데

책읽기로 시작된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혼자 공부하는 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초중고를 통틀어 학습을 위한 학원은 한번도 다녀본 적이 없었는데

공부가 지겨울만큼 해 본 적도 없으니 고등 시절이 힘들긴 했지만 3년 정도는 견딜만 했다.

대학 공부도 교육심리학, 발달심리학같은 두꺼운 이론서가

소설보다 더 재밌어 미칠 지경이었다.

 

얼마전부터 베이비트리 부모강연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는

서천석 선생님의 사교육 강의를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권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다해도, 공부나 아이키우기같은 일의 본질적인 부분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확신이 점점 드는 요즘이다.

아이들의 환경이 바뀌고 정보력이 중요하다해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하고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 아닐까.

4학년이 된 큰아이는 지금도 학원제로의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공부에 지쳐본 적이 없고 선행학습을 하지않으니, 매 순간 배우고 듣는 것이

신기한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순간부터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그날 배워 알게 된 것들을 경이로운 표정으로 알려준다.

얼마전부터는 미래의 꿈을 조심스럽게 정한 모양인지, 그렇게 될려면

공부를 제대로 하지않으면 안된다는 것도 눈치챈 듯 하다.

 

일본 부모들이 자연 속에서 캠프를 하고(캠프 장비도 소박한 편이다^^)

집에서 아이들이 식물과 곤충을 기르도록 돕거나

친구와 숙박체험을 경험하게 하는 일도 모두,

당장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해도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들의 호기심과 자발성을 키우게 하기 위한 교육적인 의도가 깔려있다.

 

성공하는 일본 아이들을 소개하는 교육잡지들을 보면

그 아이가 어느어느 학원을 다니고 어느 사교육을 받는다는 내용보다

그 아이의 가정을 집중분석해 소개하고 보여준다.

아이가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을 어떻게 먹고, 가족과는 어떤 대화와 관계를 맺고,

집안의 물리적 환경과 분위기는 어떤지, 여가시간은 형제들과 어떻게 보내는지

지적인 자극을 가족들이 어떤 방식으로 나누는지...

그런 가정에서 결국 학업적인 면이나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는 아이가 탄생한다는 것.

 

요즘, 일본에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런 가정력(家定力)을 기르기위해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내 개인적인 생각에

이렇게 성공하는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기가 좋아하는 세계가 있어 늘 즐겁고, 삶에 대한 주관이 뚜렷한

부모의 존재 아닐까 싶다.

일본의 긴 여름방학은 이런 '가정력'을 기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는 걸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2)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논에 가자, 논에서 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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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수많은 잠자리가 머리 위를 맴돌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를 쫓아간다.
잠자리채가 허공에서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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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잡았어!
신이 나서 달려오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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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잡았다, 된장잠자리.

 

 

 

생협 분과 모임에서 논에 다녀왔다.
강원도 횡성, 한 살림 생협 쌀을 생산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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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모내기 직전에 갔을 때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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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한창 자라는 여름 논은 온통 푸르르다.
아이들이 잠자리를 잡으러 다니는 동안 어른들은 논에 들어가 벼가 얼마나 자랐는지, 포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살폈다.

조그맣던 모가 거의 해람이 어깨만큼 자랐다. 세 포기씩 심었던 것이 서른 포기 이상으로 늘었다.

 

가까이 다가가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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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갈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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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가늘어서 실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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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찟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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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실잠자리,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묵은’ 실잠자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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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갈거미?

 

 

 

얘들아~논물에 누가 사는지 볼까?
이번엔 논물에 사는 수서 생물을 채집할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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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옆의 둠벙(웅덩이)에서 뜰채로 건져 올린다.
해람이가 봄에는 ‘메추리 장구애비’를 잡고 오늘은 조그만 ‘미꾸리’를 잡아서 아주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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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채집한 것을 쟁반에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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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분리하여 보기 좋게 조그만 그릇(샬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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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아재비와 소금쟁이는 맨눈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게아재비는 몸길이가 10센티미터 정도로 크다.

 

먼지만큼 작은 것들도 있으니 눈을 부릅뜨고! 돋보기로 들여다보자. 돋보기로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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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라. 몸길이 2cm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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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 애벌레. 다 자라면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날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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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하루살이 애벌레. 역시 물속에서 애벌레로 지내다가 물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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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거미인지, 닷거미인지... 거미줄을 치지 않고 떠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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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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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아리물달팽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처럼 둥글게 말린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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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치지 않은 유기 논에서 자란다.
이 논의 별명이 ‘또아리물달팽이 논’이라더니 또아리물달팽이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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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은 납작하다. 크기는 5m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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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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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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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르는 작은 벌레

 

1mm 정도? 너무 작아서 처음엔 티끌인줄 알았는데, 돋보기로 겨우 찾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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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가 돋보기로 관찰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

잘됐다, 체험학습 보고서로 내면 되겠네. 잠자리를 신 나게 잡더니 자세히도 그렸다.

논에 이렇게 조그맣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놀랍고 신기하다. 농약을 치지 않고 잘 보존된 논에는 수천 가지의 생물이 산단다.
논이 쌀을 생산하는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터전임을,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중요한 공간임을 배운다. 농약을 뿌리지 않아야 우리가 안전하고 건강한 쌀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논에 사는 모든 생물도 다 함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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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은 웅덩이라는 뜻의 충청도 사투리.

옛날에는 가뭄을 대비하여 논에 물을 모아두는 둠벙, 웅덩이가 있었단다. 그런데 논을 기계로 반듯하게 만들고 인공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오면서부터 없어졌다고. 둠벙은 물을 저장하는 역할 뿐 아니라, 논물이 빠지는 시기나 겨울 동안 논물에 사는 생물들의 터전이 되기 때문에 논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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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있던 장맛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바닥에 흐르는 빗물에서도 찰박거리며 논다. 논에 오면 개울에서 물놀이를 하는데 장마에는 물이 불어 위험하다고 해서 오늘은 하지 않기로 했다.
물놀이의 아쉬움을 달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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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생물 관찰이 끝나면 논둑 따라 들꽃을 보는데 비가 너무 쏟아져서 들꽃 관찰도 못했다. 아쉬운 대로 개망초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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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서두르느라 개구리도 못 봤네.
집에 돌아와서 아쉬운 듯 내가 말했더니
엄마는 못 봤어? 나는 청개구리 한 마리 봤는데, 라며
아루가 색종이로 개구리 여러 마리 접어줬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먹을거리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생협 조합원이 되었고 처음에는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전부였는데 몇 해 지나면서 마을 모임에 나가고 분과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곳은 논살림 분과라서,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논에 간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논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벼가 어떻게 생겼는지, 언제 심어 어떤 과정을 거쳐 쌀이 되는지 알지 못했고 아이들 그림책에서 보는 논 풍경도 낯설기만 했다. 논 풍경뿐 아니라 숲, 나무, 풀, 꽃, 벌레, 그림책 속의 ‘자연’이 모두 낯설고 생경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전해주어야 할지 몰랐다.
물론 배운 적은 있다. 벼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그리고, 나무와 풀, 꽃, 곤충에 대해서도 학교 수업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시험 문제를 맞추기 위해 공부하고 열심히 외웠겠지만, 시험이 끝나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다. 마음속에 어떤 감흥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자연 관찰 책을 열심히 읽어주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자연을 직접 맛보게 하고 싶었다. 들여다보고 만져보면서 몸과 마음으로 배워야 두고두고 오래 남을 것 같았다.
논에 처음 갈 때는 ‘내가 굳이 벼농사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논에 가보니, 논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쌀 재배지’ 이상이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이 그때마다 아름답게 다가왔고 논과 그 주변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이 참 신비로웠다. 논에 푹푹 빠져보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것은 또 얼마나 즐거운지!
해람이는 둠벙에서 알지 못하던 새로운 생물을 건져 올리는 데서, 아루는 본 것을 자세히 그려보며 기쁨을 느낀다. 나는 요즘 카메라 렌즈에 접사 튜브를 달아 먼지만큼 작은 생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논에서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나오는 것에 고마워하고
농사짓는 분들의 노고와 어려움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야겠지만
우선은 즐거운 마음으로 논과 친해지면 좋지 않을까.

논에 가자, 논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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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청원 청개구리논에서 찍은 방물벌레
1센티미터도 안되는 쬐끄만 벌레들도 나름 정교하다.
움직임이 아름답다.
정말, 이 세상에 불필요한 생명이 있을까?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곳,

내 삶이 이 조그만 벌레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곳

나에게 논은 그런 곳이다.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7가지 제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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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손을 쓰는 다양한 활동은 창의력으로 이어진다!

아이들 책장 옆에 공작공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일본인들은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무척 익숙하다.

아마 어릴 때부터 일상이나 유치원/학교 등에서 자연스럽게 경험해서 그런 것 같은데

우리집 두 아이가 다닌 유치원은 공작시간이나 활동이 유난히 많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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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아이들이 공동작업으로 만든 잠자리인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특별한 재료가 별로 없다.

과자 상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식기 등을 깨지지 않도록 포장할 때 쓰는 망(?)으로 날개를 표현했을

뿐인데, 참 그럴 듯 하다. 많은 재활용품 중에서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건 몸통하면 되겠다,

이건 머리 만들면 되겠다 하면서 함께 만든다는데, 유치원을 졸업한 후에도

집안에서 뭔가 그럴듯한 상자나 용기를 발견하면 허접하긴 해도,

장난감이든 장식품이든 뚝딱 만들어내곤 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현덕의 동화 <조그만 발명가>가 생각나곤 한다.

 

손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만들기 활동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되는

클럽활동(운동/예능 등의 취미활동반)으로 이어진다.

큰아이는 여러 클럽을 견학해 본 뒤에 <수예반>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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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바느질법을 익히고 난 다음,

처음으로 만든 작품은 오니기리(삼각 주먹밥)모양의 바늘꽂이였다.

 

이렇게 손으로 사소하지만, 자기 주변의 가장 일상적인 일들을 직접 해보며

부모의 집안일도 돕고 손을 다양하게 쓰면서 두뇌를 자극하게 하는 일을

여름방학에 집중적으로 익히게 하는 가정이 많다.

일본에는 최근 몇 년동안 동식물 도감에서 벗어나

생활의 기초 습관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신형 도감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래 사진은 <생활도감>의 한 부분인데 "걸레짜는 법"에 관한 요령이 꼼꼼하게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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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사용하며 창의력을 키우는 것을 단기간으로 특별한 교육을 통해서 한다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한다.

사실, 집안에서만 봐도 손을 써야 하는 일이 매순간 얼마나 많은가.

이렇게 자라다 보니 바느질이나 재봉틀을 잘 다루는 사람이 참 많다.

그들이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지내면서, 프로 실력은 아니라해도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일이 일상적으로 흔하다. 그림책 구리와 구라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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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없던 상태에서 필요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대부분 몇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필요 - 구상(아이디어) - 디자인 - 실제 만들기

일본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한 육아용품(이전까진 없었던)을 스스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게 입소문으로 퍼져 결국 히트상품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천으로 만든 아기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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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은 4,5년 전에 한참 유행했었는데, 재봉틀을 잘 다루는 일본인 친구가

만들어 줘서 나도 얼마나 잘 썼는지 모른다.

가볍고, 차곡차곡 접으면 손바닥만한 크기가 되니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편하고

불필요한 도구나 장식이 없고 아기와의 밀착도도 높아, 비싼 유명메이커의 아기띠는 정작

몇 번 안 쓰게 되서 아까울 정도였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아이들이 손으로 뭔가를 꾸준하게 만드는 연습을 한다는 건,

바로 자기 생활과 주변에 불편하거나 없는 것, 있었으면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보이는 형태로,

그것도 실용성과 미적인 감각을 발휘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자기만의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가는 과정 아닐까.

 

이번 여름방학엔 아이들과 함께 집안 어딘가에 "공작실"을 만들어 보려 한다.

크고 작은 수납칸이 많이 달린 서랍장에 만들기에 필요한 모든 도구들을

분류하고 큰 책상이나 탁자를 두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언제든지 만들수 있도록.

그 옆에 자료나 도감을 찾기쉽게 책장이 함께 있으면 더 좋겠다.

많은 가능성과 섬세한 감각이 우글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에만 머물게 하는 건 너무 아깝다.

아이들의 지혜는 그의 손가락 끝에 있다는 말은 아이들이 커갈수록 공감하게 된다.

 

 

6. 손을 썼다면 이제 몸도 좀 쓰자!

활동적인 아이들은 물론, 내성적인 아이일수록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아이가 만약 내성적이거나 예민한 성격이라면

수영을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처음에는 대부분 실내수영장에서 배우게 되겠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야외에서 물 위에 누으면 하늘이 보이고 신선한 공기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큰아이는 물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수영을 꽤 오랫동안 배웠다. 물 속에서는 비교적 몸 움직임도 자유롭고 유연해질 수 있으니

평소 예민해진 아이의 몸과 마음을 풀고 해소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듯하다.

일본은 초등학교에 시설이 오래된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야외수영장이 있고

여름이면 수영 수업이 일주일에 2회 정도 있다. 중학교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입시로 스트레스를 받는 건 한국아이들과 마찬가지지만,

이렇게 운동이나 취미/동아리활동(중학교에 가면 클럽활동이 더 강화된다)도

병행한다는 게 큰 차이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딸아이는 기가 센 몇몇 친구들 사이에서

좀 힘들어했다. 그런 1학기를 보내고 여름방학이 되었을 때,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외발자전거를 선물했고 방학내내 틈만 나면 밖에 나가 연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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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자전거에 비해 외발자전거는 타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리고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 덕분에 아이는 친구관계 때문에 심드렁해있는 대신 외발자전거타기 재미에

흠뻑 빠졌고 2학기 개학이 되기 전에 완벽하게 두 손을 놓고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때의 기쁨과 자신감은 보통 자전거타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그런 자신감이 개학과 함께 다시 시작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까지 이어져

힘든 시기를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일본에는 외발자전거를 탈 줄 아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자전거 가게에 가면 이 외발자전거도 함께 진열되어 있는데

초등 저학년 여자아이들이 주로 많이 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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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감각 못지않게 온 몸을 사용해 놀고 운동하는 일은 아이들의 성장에 무척 중요하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운동을 무조건 시키기보다 아이의 성격이나 관심 정도를

고려해서 이번 방학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7.방학에도 변함없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골고루 잘 먹기

 

너무 간단하고 너무 당연한 일 같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이 아이들 일상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기도 하고

학기중에는 어느 정도 유지되다가도 방학 때 생활리듬이 깨지는 경우도 많다.

아이가 다니는 일본 초등학교는 매년 '여름방학 달력'을 주는데

거기에는 매일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아침은 먹었는지,

그날 먹은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성분을 색깔별로 표시하거나,

어떤 방학 때는 체온까지 재서 매일 기록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학이 끝나면, 이 달력들을 보건 담당 학부모 임원들이 수거해

통계를 내어 그 결과를 다시 학부모들에게 돌려준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 분석한 평가와 당부의 말도 포함된 자료다.

일본 학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데는 그동안 아이들의 일상과 식생활의 변화가

나라 전체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떤 교육전문가는 일본 사회에 불임문제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아이들의 학습력저하나

불안정한 심리, 이지메 문제 등의 원인이

제때 자고 일어나고 잘 먹고 하는 기본적인 생활이 지켜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이미 이런 현상이 20,30년 정도 지속되고 있는데

80,90년대에 아이들을 사교육 등의 공부로만 몰아부치던

일본의 학부모도 제대로 된 학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일상과 습관, 동기유발을 위한 경험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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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게 써버렸지만..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나의 제안은 이렇게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떤 무엇을 경험하기만 하면, 주어진 자극을

그대로 자기화할 거라는 어른들의 생각도 환상이 아닐까.

멋지고 근사한 대자연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진심으로 생생하게 느낄 줄 아는

아이의 마음이 있어야 우리 어른들이 바라는 교육적인 목표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바탕을 다지는 일,

그 "작업"을 이번 여름에도 아이들에게 걸어보려 한다.

 

 

그들은 자연계가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기만 하면

아이들의 지적 발달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계에 이지와 감정과 의지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마술같은 힘은 없다.

오직 사람이 그것(자연계)을 인식하고 생각해서 인과적 연관 속에서

파고들어갈 때만 그것은 교육의 강한 원천이 된다.

                              - <수호믈린스키의 전인교육론> /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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