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베이비트리
Viewing all 4145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

'의사놀이'에도 예민한 부모들…어른 잣대로 보지 말길

$
0
0
20130730_메인.jpg» kimyh@hani.co.kr

자신과 타인의 몸에 호기심 많아
만 4살 이하 고추 만지는 건 '놀이'
성별 고정관념 갖지 않도록 교육
임신 질문에 생물학적 설명은 부적절
 
4살 남아를 키우고 있는 이사랑(37·가명)씨는 최근 아들이 목욕할 때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놀아 신경이 쓰인다. 이씨는 아들에게 “‘고추’가 ‘아야’하니까 하지 마세요”라고 말해봤지만, 아들은 욕조에 들어가면 거리낌없이 성기를 가지고 논다. 이씨는 아들의 행동이 혹시 문제 행동은 아닐까 걱정이다. 
6살 여아를 키우고 있는 조남희(36·가명)씨도 최근 딸과 함께 목욕을 하다 딸이 엄마 성기를 뚫어지게 쳐다봐 곤혹스러웠다. 딸은 급기야 “엄마는 왜 여기에 머리카락이 있어?”라고 물었고, 조씨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어넘겼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성장하면서 남녀의 차이를 알아가고 성기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어른들이 보기에 ‘성적 표현’을 하면 당황스러워 한다. 그래서 아이가 ‘성’과 관련한 질문을 하거나 ‘성적 표현’을 하면 “나중에 크면 알게 되니 몰라도 된다” “그런 행동은 안 돼” “하지 마”라며 부정적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특히 최근 성추행 등 성범죄가 늘면서 유아에 대한 성교육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 부모들은 아이들끼리 의사놀이나 혹은 다른 장난으로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에도 민감해한다. 때로는 오해가 부모들의 싸움을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어른의 잣대로 아이들의 ‘성적 표현’에 예민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아이에게 죄의식이나 수치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상 보일 수 있는 행동과 문제가 되는 행동을 잘 구별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정희 한국 루돌프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장은 “유아들은 세상의 한 부분으로서 사람의 신체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인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타인의 몸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따라서 남아, 여아를 막론하고 만 4살 이하의 아이가 자기 성기를 만지는 것은 ‘놀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성기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조용히 내버려두면 아이 스스로 몇 주 뒤 그런 행동을 멈춘다. 

아이들끼리 하는 의사 놀이 역시 마찬가지다. 유아들은 의사놀이를 하면서 친구들의 몸을 관찰·조사한다. 친구의 몸 전체를 훑어보면서 성기도 자연스럽게 쳐다볼 수 있고, 친구의 몸도 만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에 부모가 예민하게 반응해 “보여주면 안돼. 왜 그런 놀이를 하는거야!”라고 혼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들의 의사놀이는 해로운 것이 아니며, 사람의 신체 자체를 향해 이뤄지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다만 땀을 뻘뻘 흘리며 반복해서 자위 행위를 하는 아이들이나 친구의 성기를 유독 반복적으로 만지거나 보는 아이가 있다면 주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태경 탁틴청소년성문화센터 실장은 “성교육을 위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방문하면 이런 아이들 문제로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꼭 한 두명씩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런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부모가 방치해서 애착 문제가 있거나 부모나 선생님이 유독 아이가 성기를 만질 때 특별한 관심을 보여 양육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런 행위를 하면 놀잇감을 바꿔주거나 놀이 내용을 다양화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 실장은 “부모가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런 행위를 줄이게 된다. 만약 아이가 자위 행위를 못해 심하게 짜증을 내고 힘들어한다면 놀이치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화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부모들이 성교육의 목표를 단순히 성기의 명칭을 알려주고 성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으로만 생각하는데 성교육에 대한 인식을 좀 더 폭넓게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절대 낮선 사람 따라 가면 안돼!”“내 몸을 만지면 싫어요”라고 가르쳐주면 성교육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 센터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군가와 친밀해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지닌 성적 존재다. 성 교육 역시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성 교육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교육이자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성에 대한 자기 결정력을 높이는 교육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아이의 발달 단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반응과 교육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만 0~2살 아이들은 무엇이든 손으로 만지고 쥐어본다. 엄마의 따뜻한 젖가슴은 아이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부모와의 스킨십을 통해 아이는 안정감과 신뢰를 느낀다. 이 연령대의 아이들에겐 부모가 많이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등 스킨십을 늘리는 것이 올바른 성교육이다.  

만 3~4살 정도가 되면 아이는 성별 구분이 생기고 성별 차이를 알게 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왜 남자 아이는 서서 오줌을 누고, 여자 아이는 앉아서 누는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여전히 성별을 구분하지 않으면서 놀이를 하고, 의사 놀이를 통해 또래의 몸을 탐색한다. 이 센터장은 “만 3~4살부터 성별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부모가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자는 분홍색, 남자는 파란색’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 등의 고정관념을 부모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지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녀의 차이가 단지 ‘고추’가 있고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모양이 다를 뿐 모두 소중하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만 5~6살이 되면 성 의식이 강해져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고 부모에게 질문도 많이 한다. 또 이 연령대의 아이들은 부끄러움도 알게 돼 낯선 사람 앞에서 맨몸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을 싫어한다. 따라서 굳이 아이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주거나 교육할 필요는 없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에게 우리 몸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그 기능과 구조를 알려주되, 생식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이정희 센터장은 “아이가 질문을 하면 ‘내면의 상’을 만들어줄 수 있는 정도의 추상적 표현으로 설명하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아이 탄생 과정에 대해서는 ‘엄마와 아빠가 너무 사랑하니까 하느님이 너를 불러 엄마 뱃속으로 보냈어. 너는 엄마 뱃속에서 보호를 받으며 따뜻하게 자랄 수 있었지. 그런데 네가 엄마 뱃속에서 점점 자라니까 뱃속이 좁아졌어. 때가 되니까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어 했어. 그래서 엄마는 뱃속에서 너를 밖으로 내보내고, 따뜻하게 널 감싸주었어’라고 얘기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아빠의 성기가 엄마의 질 속으로 들어가 정자와 난자가 만나 네가 생겼다”는 설명은 아이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부학적, 생물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지나치게 사실적 묘사가 많은 그림책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성교육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놀아주기'가 아니라 '그냥 함께 지내기'

$
0
0

윤정이와 이룸이.jpg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일곱 살, 네 살 아이와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나에게 사람들은 ‘아니, 그 긴 시간 동안 애랑 뭐하고 지내? 놀아주는 거 힘들지 않아?’ 묻는다.


대답부터 하자면 난 결코 잘 놀아주는 엄마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어떻게 하면 애들이 날 찾지 않게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종일 궁리하는 엄마다. 한 번 잡은 책을 엉덩이 떼지 않고 끝까지 읽고 싶은 것이 엄마가 된 이후 내게 변함없는 소원이다. 책을 들면 모든 걸 다 잊는 나는 가끔 밥 차리는 것도 먹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는 그런 게으른 사람이다. 그런데도 결혼 이듬해에 엄마가 돼서 10년 동안 세 아이를 키워오는 내내 아이를 모두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분명 엄마가 정말 재미나게 해 주는 모양이라고 짐작들을 한다. 


물론 애들과 재미나게 놀 때도 있다. 그러나 그건 하루라는 긴 시간 동안 아주 짧게 잠깐잠깐 찾아오는 일이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대단해서 어른이 그 에너지에 맞추어 놀아준다면 한 시간은커녕 몇 십분 만으로도 쓰러지고 말 것이다. 딸들이라고 덜하지 않다. 나는 아이와 놀아주려고 애쓰지 않는다. 우린 그냥 함께 지낼 뿐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있는 시간을 힘들어 하는 이유는 ‘놀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주로 아이들을 맡기면서 키우는 동안 엄마들이 아이와 있는 시간은 간식을 챙겨주고 밥을 차려주거나 씻기는 등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거나 텔레비전이나 게임을 틀어주는 등 아이들의 시간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게 하는 일이 많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종일 함께 지내는 주말에는 외출을 하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이들도 늘 부모와 많은 시간을 떨어져 지내다가 함께 있게 되면 특별한 것을 기대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방학이라도 하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다. 


우린 그냥 같이 지낸다. 일어나면 밥 차려 먹고 내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은 저희끼리 논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체득한 것은 아이들은 같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자기들의 놀이에 엄마가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몸으로는 집안일을 하면서 입으로는 아이들 놀이를 거들어 주는 일에 능하다. 빨래 널면서 카페 놀이하는 막내에게 주스를 주문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면서 옷 갈아입기 놀이하는 두 딸이 입고 나오는 옷들을 평가해 주는 역할을 하는 식이다. 집안일에 아이들을 열심히 끌어들이는 것도 요령이다. 호박전 부치면 밀가루 옷 입히는 것은 두 아이가 하고, 계란 장조림을 만들 때 삶은 계란 까는 것은 아이들 몫이다. 김치 담글 때 소금 뿌리고 맛 보는 것도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늘 심심하다는 소리를 달고 산다. 내가 먼저 무얼 해보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심심한 상태를 해결하는 것은 아이들 몫이다. 조르고 투정도 부리지만 결국은 스스로 다른 흥미를 찾아낸다. 그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심심해하는 것에 조바심내지 말고, 그 심심함을 반드시 어른이 채워주어야 한다는 쓸데없는 책임감에서 자유로와 진다면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육아는 특별한 게 아니다. 그저 부모와 자식이 같이 사는 일이다. 놀아주려고 애쓰기보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같이 지내는 일에 더 마음을 쏟아보자.

저소득층의 취학 전 조기교육, 건강 성인 길러낸다

$
0
0

[건강] 건강 렌즈로 본 사회

초등학생 때부터 국제중학교나 특수목적고에 입학하기 위한 입시 준비도 모자라서 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준비까지 시킨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조기교육이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도울지, 실제로 좋은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조기교육도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기교육을 한 결과 약물 남용 등에 빠지지 않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소개한다.

우선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일수록 학업성취도가 낮은 경우가 많고 어른이 됐을 때 괜찮은 일자리를 갖기 어렵다 보니 소득이 적어지고 약물 남용이나 범죄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개인의 자질 때문이라기보다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기회, 즉 계발의 기회가 그만큼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연구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레이놀즈 교수팀은 시카고 지역에서 빈곤층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포괄적인 조기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한 뒤 장기적인 효과를 분석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와 보조교사가 팀을 이뤄 3~9살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기초 언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소집단 및 개인 활동, 현장학습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왔다. 1979~80년 해당 지역 출생자 가운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 989명과 통상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550명을 추적 조사해 28살이 된 뒤 약물 남용, 건강보험 가입률, 범죄율, 학력 성취,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조기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집단이 약물 남용이나 범죄에 덜 연루됐으며, 건강보험 가입은 물론 학력 성취, 소득,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서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3~9살 사이 다양한 기간과 시점에서 제공됐는데, 특히 초등학교 입학 전인 유치원 시기에 프로그램의 효과가 가장 지속적이었다. 또 남자 어린이들, 가정환경이 더욱 열악했던 이들에게 지속 효과가 두드러졌다.

정리하자면 조기교육 프로그램은 생애 과정에 걸쳐서 건강 상태와 경제적 성취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아동 초기라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빈곤 가정이 알아서 개별적으로 사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뒷받침된 공립학교와 유치원 과정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개별적으로 다양한 바우처 교육 프로그램들이 제공되고 있지만, 효과는 검증된 바 없다. 이것이 정말 어린이의 건강과 안녕 및 성장·발달에 도움이 되는지,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것은 아닌지 평가가 필요하다. 부모의 재산이나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인생을 출발할 수 있게 하는 조기교육,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이런 ‘진정한’ 조기교육이라는 것을 이 연구는 보여주고 있다.

박지은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영펠로

참을 수 없는 가려움…긁지 말고 찬물로 씻어야

$
0
0

[건강] 모기·벌레 물렸을 때

20130731_1.jpg


산이나 계곡 등 여름 휴가지에서 모기나 벌레에 물린 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는 바람에 나타날 수 있는 피부 질환이 있다. 긁어서 피부에 생긴 상처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농가진과 같은 질환이 대표적이다. 한번 생기면 다른 부위로도 쉽게 전파가 되는 농가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수년 동안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7~8월에 환자 수가 가장 많다. 관련 전문의들은 모기 등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물린 뒤에는 긁어서 피부에 상처가 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7~8월에 가장 흔한 농가진

피부의 상처 부위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가 침투해 염증이 발생하면서 물집과 진물이 생기고 딱지가 지는 2차 감염병을 농가진이라 부른다. 모기 등 벌레에 물리거나 아토피 피부염으로 가려운 피부를 긁어서 난 상처에 주로 황색포도알균이나 화농성 사슬알균이 침투해서 생긴다. 손이 잘 닿는 얼굴이나 팔다리에 잘 생긴다.

덥고 습한 날씨에 이런 세균이나 곰팡이들이 잘 자라고 여름철에 모기나 각종 벌레도 많기 때문에 주로 7~8월에 환자 발생이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를 보면, 2006~2010년 농가진의 월별 진료 인원은 8월에 약 6만명으로 한해 월별 평균 진료 인원인 2만7000명보다 2배 넘게 많다. 7월 환자 수는 4만2000명으로 8월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농가진 환자 수는 최근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농가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09년 약 27만명에서 2010년 약 29만2000명, 2011년 29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면역력 떨어진 사람들 주의해야

세균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이라고 해도 피부에 상처가 난 사람들이 모두 농가진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면역력이 보통 성인에 견줘 약한 영유아들이나 산모, 노인 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또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 쉽게 피부를 긁는 아이들에게서 흔하다. 게다가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보통 사람도 지치게 만들어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하기 때문에 평소 면역력이 약한 이들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농가진은 보통 항생제를 바르는 치료만으로도 쉽게 좋아지며, 항생제를 바른 뒤 원래 상처 주변으로 더 이상 물집이 번지지 않으면 전염성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관하다.

하지만 농가진은 드물게는 합병증이 생겨 발열·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이들은 신장 염증이나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도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농가진의 합병증으로 급성 신장염에 걸리면 눈 주위나 다리가 붓고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며, 합병증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덥고 습한 여름에 흔한 피부염증
가렵다고 긁으면 세균 감염 자초
면역력 약한 어린이·노인 더 취약
보통 항생제 연고 바르면 좋아져
모기 물린 뒤 침바르는 건 절대금물

모기 물린 뒤 침 바르고 긁는 행위는 금물

농가진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생긴 부위를 긁으면 옆으로 쉽게 번진다는 것이다. 긁어서 생긴 상처로 세균 감염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린아이들의 경우 농가진을 예방하고 감염의 확산을 막는 것은 모두 긁지 않는 데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모기에 물린 뒤 침을 바르고 긁으면 입속이나 피부에 사는 세균이 긁어서 생긴 상처를 통해 침투할 수 있다. 긁는 대신 물린 부위를 찬물로 씻거나 얼음팩 등을 활용해 가려움이 덜하도록 하거나 항히스타민제 등이 든 연고나 로션 등을 바르는 것이 권고된다. 이와 함께 영아는 손에도 양말 등을 씌워 긁지 않도록 하고, 아이들은 손톱을 잘 깎아 줄 필요가 있다. 또 외출에서 돌아온 경우는 물론 평소에도 자주 손을 씻어 피부 세균의 감염을 막도록 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신선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박영민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김낙인 경희의료원 피부과 교수

[지식공감 10분]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교

[산야초 세밀화] ‘빛나는 마음’, 괭이밥

$
0
0
괭이밥

괭이밥의 잎과 줄기는 여리고 여려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고, 키도 작아 뛰어난 생존 능력을 지닌 풀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조금은 걱정이 되는 풀입니다. 더 강하고 커지기보다는 그저 받은 햇빛에너지를 보존하고자 부지런히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귀여운 하트 모양의 잎과 여문 씨를 로켓 원리로 발사시키는 장난기 가득한 씨앗 구조는 마치 마냥 즐거운 어린아이를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인가요? 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입니다.

맛 또한 새콤하여 아이들이 한 잎씩 따먹기를 좋아합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여름철 우리 아이 체질별 보양식은?

$
0
0
20130801_1.jpg» 한겨레 자료 사진

초복, 중복, 말복 한여름 더위를 지혜롭게 이겨내는 섭생법으로 우선은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 것입니다. 뜨거운 여름에 나는 제철 과일과 채소는 그 성질이 매우 서늘하며, 수분과 전해질, 비타민 등이 풍부합니다. 때문에 땀을 많이 흘렸거나 체력 손실이 있은 뒤에는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메론, 토마토 등이 특효입니다. 그러나 평소 위장이 냉하고 배가 자주 아파서 설사가 잦은 아이는 여름 과일의 섭취를 적당히 하고, 잘 익은 토마토,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한 복숭아, 바나나 등을 먹이면 좋습니다. 또 지나치게 찬물과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먹으면 비위기능이 떨어져 복통, 설사, 장염 같은 위장 질환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볕더위에 달아오른 인체를 순리에 맞게 냉각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따뜻하고 기력을 돋우는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침저녁 서늘할 때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여름철에는 외부의 기온이 덥고 인체의 양기가 피부를 통해 외부로 발산되기 때문에 배 안이 냉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습하고 차가운 곳에서 오래 머물거나 찬 음료수를 무절제하게 마신다거나 장시간 외출이나 과로를 피해야 하지요. 예로부터 여름 보양식에 삼계탕 등이 쓰이는 이유는 더운 성질의 음식을 이용해 냉해진 속을 덥게 하여 이열치열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계탕 등이 모든 체질에 맞지 않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여름 건강식도 체질에 맞게 관리해준다면 더욱 훌륭하게 여름을 나고 건강하게 환절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름철 소음인 아이들의 건강식
소음인 아이들은 편식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잘 먹지 않는 경향을 띄고, 마르고 혈색이 좋지 않습니다. 비위가 약하여 헛구역질을 자주하고 냄새에 민감하며 ‘배가 아프다’는 얘기도 자주 합니다. 차멀미를 하는 경우가 많고, 어지럽다고 하며, 몸이 약해지면 식은땀을 많이 흘립니다. 

속이 차지기 쉬운 체질이므로 냉방병에 약하고 찬 음식, 찬 과일은 적게 먹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더위를 먹은 것처럼 식욕이 더 떨어지고 배가 아프다고 하며 설사를 자주 해 몸이 수척해 집니다. 변이 묽어지거나 식욕이 떨어지면 찹쌀을 넣어 밥을 지어 먹이고 감자, 카레 등도 속을 편하고 따뜻하게 해줍니다. 닭, 염소, 양, 미꾸라지 등이 맞아 삼계탕, 추어탕 등이 이 체질 아이들에게 좋으며, 과실은 사과, 귤, 토마토, 복숭아, 대추 등이 적당합니다. 가정에서는 홍삼 다린 물을 시원하게 먹이면 여름 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름철 태음인 아이들의 건강식
태음인 아이들은 잘 먹고 건강한 편에 속하는데, 경우에 따라 호흡기나 장이 약해 감기가 자주 걸리고 비염, 기관지염, 천식 등의 병력이 있기 쉽습니다. 장이 약해 변을 묽게 자주 보거나 밥을 먹고 화장실에 바로 가기도 하며 과식 등으로 ‘배 아프다’는 이야기를 종종합니다. 우유나 음료수를 자주 찾고 육류를 좋아하며 비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철에 적당히 땀을 흘려야지 건강한 체질이므로 너무 시원한 실내에서만 있게 하지 말고 적절한 운동이 필요합니다. 밥에 콩, 율무, 수수, 현미 등을 넣어서 지으면 좋고 밀가루 음식이 체질에 맞는 편입니다. 여름철에는 콩국수, 옥수수 등이 좋은 간식이 되고 육류는 쇠고기가 좋습니다. 장어나 버섯, 마 요리가 건강식으로 좋으며 미역, 다시마, 김 등 해조류가 잘 맞습니다. 과실 중에서는 살구와 자두, 배가 좋고 밤, 잣, 호두, 은행 등 견과류를 자주 먹이면 좋습니다. 가정에서는 맥문동과 오미자를 2:1의 비율로 하여 끓여서 시원하게 먹이면 여름을 이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여름철 소양인 아이들의 건강식
소양인 아이들은 활동적이라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며 눈이 초롱초롱하고 호기심이 많고 성격도 급한 편입니다. 먹는 것에 비해 활동량이 많아 마르기 쉽고 편식이 심한 편이지요. 더위를 못 참고 열이 많은 편으로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고 찬음식을 좋아합니다. 열감기, 목감기를 자주 앓고 변비가 자주 나타납니다.

소양인은 열이 많은 체질로 시원한 성질의 음식이 좋은데 그렇다고 너무 찬 빙과류나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보리밥이나 메밀국수, 냉면이 여름철에 제격입니다. 돼지고기나 오리고기, 전복, 복어 등이 체질에 맞으며 성질이 찬 경향을 띠는 해물류가 좋습니다. 여름 과일인 수박이나 참외 그리고 포도, 딸기, 바나나, 파인애플 등이 가장 체질에 잘 맞습니다. 녹즙, 녹차가 좋으며 가정에서는 구기자나 영지를 끓여 먹이면 기운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태양인 아이는 그 수가 아주 적고 일반인들은 판단이 어려워 생략했습니다

아내의 휴가

$
0
0

20130802_1.jpg» 한겨레 자료 사진.두 달 전부터 아내는 매달 하루짜리 휴가를 가기로 했다. 주말 하루, 육아와 가사로부터 완전히 해방돼서 밖에 나가노는 날이다. 물론 그날 육아와 가사는 온전히 내가 맡는 조건이다. 한 달에 한번 뿐인 이유는, 나머지 주말엔 가족 모두가 함께하기 위해서다. 휴가제도에 합의하고 결정하던 날, 아내는 무척 기뻐했다.


나도 물론(!) 기뻤다. 날로 힘겨워지는 두 아들의 뒤치다꺼리에 하루종일 힘들어 하는 아내를 보면, 늘 미안했다. 나를 보는 눈빛과 말투에선, 의도했건 안 했건, 원망이 느껴졌다. 주말 하루란 시간이 결코 길지 않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줬다는 것으로 내 미안함을 조금 덜었다. 비겁할진 몰라도, 내가 이 휴가를 고안한 배경엔 알리바이의 성격이 깔려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첫 휴가. 아내는 이것저것 한참 고민하더니, 결국 첫 목적지로 찜질방을 택했다. 평소 몸이 찌뿌드드해서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했다. 느긋하게 목욕도 하고, ‘세신’도 하고, 마사지도 받았다. 개운해진 몸으로 찜질방을 나온 다음엔 발길을 옮겨 점심을 먹으러 갔다. 주말 오후 식당가엔 가족, 친구, 연인들만 가득했다. 혼자 나온 사람은 좀체 없었다. 아내는 그냥 작은 김밥집에 가서 점심을 해결했다. 대단할 건 없었을텐데, 그마저도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아내는 페이스북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밥 먹는 거 참 오랜만이다”라고 적었다.


식사를 마친 뒤 아내는 평소 말로만 들으며 가고싶어 했던 카페에 갔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버블티’ 가게다. 자리를 잡고 앉고 나니 ‘노트북이라도 갖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마 그랬으면 조금 더 오래 앉아있을 수 있었겠지만, 아내는 그냥 거기 잠시 머물다 휴가를 끝내기로 했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 아내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내 몫의 버블티 하나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밖에서 보낸 시간이 한 6~7시간쯤 됐을까? 아내가 목욕재계하고 밥먹고 차마시고 중간중간 하릴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보낸 그 시간동안, 나는 집에서 아이 둘과 무사히 잘 지냈다. 두 녀석을 데리고 외출할 엄두는 못 냈지만, 집에서 책도 보고 칼싸움도 하고 레슬링도 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놀았다. 설거지도, 청소·빨래도 못했지만, 밥도 먹였고 낮잠도 재웠다. 아내는 고맙다고 했다.


한 달 뒤 아내의 두 번째 휴가가 찾아왔다. 휴가 며칠 전부터 옛 직장동료와 약속을 잡더니 둘이 볼 영화 표도 예매하며 부산을 떨었다. 영화를 본 뒤 점심식사를 할 레스토랑과 차를 마실 곳도 정했다. 그런데 아뿔싸! 갑작스레 내가 일이 생겼다. 아내는 모든 계획을 취소했다. 휴가는 2주 미뤄야 했다. 너무 미안했다. 만나려던 직장동료는 따로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함께했다. 아내는 보고 싶었던 그 영화를 결국 못 봤다.


2주 뒤 다시 돌아온 휴가날, 아내는 대학 동아리 선배 결혼식에 참석했다. 정말 몇 년 만에 학교 시절 사람들을 다시 만났다. 오후엔 미용실에 가서 머리 손질을 했다. 오랜만에 염색도 했다. 저녁 무렵 아내는 들어오더니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엄마 보고 싶었어?” 하더니, 이내 아이들 궁둥이를 토닥이며 “잠깐 안 봤다 다시 보니까 더 예뻐 보이네”라고 했다. 온종일 나와 뒹굴며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엄마의 무사귀환을 환영했다. 아이들이 잠든 뒤, 아내는 “요즘은 머리 염색하면 눈썹까지 해주더라. 예전엔 머리랑 눈썹 색깔이 달라 눈썹만 동동 뜨더니”라며 자꾸만 거울을 들여다봤다. 대학 때 연애하면서 봤던 귀여운 모습이 떠올랐다.

두 차례 하루짜리 휴가는 결국 가사로부터의 해방이었다. 해방의 맛을 본 아내는 어느덧 다음 휴가도 기다리는 눈치다. 며칠 전 “이달엔 여름휴가 갈테니까 휴가 안 가도 되지?”라고 넌지시 물었더니 샐쭉해지는 걸 보니 확실히 그렇다. 아내는 이달도 휴가를 가야겠나 보다.


뭔가 몹시 즐거우면서도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내는 슬그머니 “오빠도 휴가 줄까봐”라는 얘기를 꺼낸다. 하이고, 됐네요! 가사로부터의 해방이 휴가라면, 저는 그냥 휴가 삼아 출근할게요.


** 이 글은 월간 육아잡지 <맘&앙팡>(디자인하우스) 2013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8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
0
0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애니메이션 영상


00478346601_20130802.JPG
애니메이션 <에픽: 숲속의 전설>에선 마치 스크린 전체에 현미경을 걸고 숲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처럼 정밀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제공

[한겨레 문화‘랑’]영화

7일 개봉하는 ‘에픽: 숲속의 전설’
현미경으로 보듯 정밀한 묘사
신라 화랑 같은 투구·갑옷 눈길
‘스머프2’ 등 수준급 신작 잇따라

사람의 상상력을 동화로 구현해내는 애니메이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트랜스포머>나 <퍼시픽 림>처럼 첨단 애니메이션 기술이 실사 영화에 적용되면서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실재하지만 너무 작거나 너무 커서 사람의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웠던 것들조차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되면서 ‘현실 이상의 현실감’까지 느끼게 한다. 최근엔 더욱 정교해진 3D 기술까지 더해져 이런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7일 개봉하는 새 애니메이션 <에픽: 숲속의 전설>에서도 예상했던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영상이 관객들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영화는 숲의 생명을 지키는 타라 여왕(목소리 연기 비욘세 놀스)이 악의 세력 ‘맨드레이크’(크리스토프 발츠) 일당의 공격을 받아 숨진 뒤, 인간 세계에서 우연히 숲속 세계로 빠져든 소녀 엠케이(어맨다 사이프리드)가 숲의 수호전사인 ‘리프맨’들과 함께 선과 악의 거대한 전쟁 속에서 숲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00478345801_20130802.JPG
애니메이션 <에픽: 숲속의 전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제공

영화는 마치 스크린 전체에 현미경을 걸고 숲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 같다. 달팽이, 애벌레, 풀잎, 꽃봉오리처럼 평소 눈으로 미세한 생김새까지 알기 어려운 ‘작은 자연’들이 실제처럼 정밀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리프맨들이 타고 다니는 벌새나 참새들의 생김새와 움직임 역시 실제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고 속도감 넘친다. 극장을 찾은 아이들이 탄성을 내뱉을 정도다.

특히 셀 수 없는 맨드레이크 일당이 타라 여왕 일행을 공격하기 위해 나무껍질 속에 숨어있다가 전투를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전체 1000프레임으로 구성됐는데, 한 프레임을 만드는 데 무려 10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영화 1초를 보기 위해서 24프레임(정지화면 24장)이 필요한데, 40여초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한달간 슈퍼컴퓨터를 돌려야 했다. 영화는 제작비 1억달러(1121억원)가 투입됐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정예 제작진이 뭉쳐 5년간에 걸쳐 제작했다. 드림웍스, 픽사와 함께 할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통하는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지난 5월 북미에서 먼저 영화를 개봉해 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국 관객들한테만 특별한 부분도 있다. 캐릭터 수석 디자이너인 한국인 이상준씨가 ‘리프맨’들의 투구와 갑옷에 신라시대 화랑의 복장을 반영했다. 그는 “서구의 묵직한 갑옷과 달리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해 한국 정서를 담으려 했다. 영화는 아름다운 세상과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고, 비주얼적으로도 완벽하다”고 말했다.

배우 콜린 패럴이 ‘여왕의 호위무사’이자 리프맨의 리더인 로닌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비욘세 놀스, 어맨다 사이프리드 등 최고의 스타들도 합류했다. 한국말 더빙은 걸그룹 카라의 한승연이 주인공 엠케이 역을, 아이돌 그룹 투에이엠(2AM)의 정진운이 노드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00478346001_20130802.JPG
신라 화랑 복장에서 따온 투구와 갑옷을 입은 숲의 수호전사 ‘리프맨’. 블루스카이 스튜디오 제공

올여름 초반 블록버스터급 실사 영화들에 밀려 개봉을 늦췄던 다른 수준급 애니메이션들도 속속 개봉하고 있다. 1일 개봉한 벨기에 만화가 피에르 컬리퍼드(애칭 페요)의 원작인 <개구쟁이 스머프2>는 할리우드 대작 실사 영화들과 맞붙어 단숨에 국내 박스오피스 5위에 올랐다. 2년 전 전작이 5억6000만달러(6280억원) 수익을 올리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이번 편에서도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했는데, 실제 배우들과 애니메이션으로 창조된 스머프들의 호흡이 절묘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스타 마법사가 된 가가멜이 마법의 힘을 키우기 위해 스머프 마을에서 스머페트를 납치하고, 파파 스머프와 허영이, 투덜이, 주책이 스머프가 현실 세계로 넘어와 스머페트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개그맨 박명수가 가가멜의 한국말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목소리 배우와 얼마나 닮았는지를 말하는 ‘싱크로율’에서 100%에 가깝다고 할 만큼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이밖에도 <초속 5㎝>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언어의 정원>과 꼬마 비행기들의 모험과 도전을 다룬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윙즈>도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여름방학에 마스터한 한자1,800자

$
0
0

 

몇 달 전, 아들이 인터넷에서 한자 급수 테스트를 보여주며 나에게 해보라고 권한다. 화면을 보니 3급 문제다. 정답을 적었더니 100점이다. 아들은 다시 1급을 보여주며 하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응했고, 거의 답을 맟추었다. 그랬더니 하는 말 “와, 아빠는 한자 1급이네”라고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3급쯤 된다고 말했더니 깔깔 웃는다. 사실, 학창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목이 있었으니 바로 한문 과목이다.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시험에 국어 시험문제로 출제된 ‘촬영’과 ‘모순’이 문제로 나왔던 것도 기억한다. 지금도 ‘새옹지마’ ‘당랑거철’ ‘교토삼굴’ 과 같은 한자도 즉시 쓸 수 있는 실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 2때, 여름방학 동안 한자 1,800자를 마스터를 했기 때문이다. 가끔 나이가 들면 서당을 차려서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130804한겨레1800자.jpg

 

 한자 1,800자는 오직 중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동안에 마스터를 했다. 그 기간은 불과 5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해냈다. 한문은 중1 때부터 정규 과목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너무 빈약하여 배우고 싶은 욕망이 커졌다. 그래서 2학년이 되면서 여름방학에는 반드시 한문공부를 잘 하고 싶었다. 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한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텍스트북은 사전이나 혹은 책이 아니라 달랑 한자 1,800자가 있는 양면 플라스틱 책받침이 전부었다. 거기에는 앞 면과 뒷 면에 가나다라와 같은 방식으로 한자가 적혀있다. 공부의 시작은 그냥 가부터 써보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책상에 앉아서 가에 관련된 한자를 큰소리로 읽으면서 몇 번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냥 몇 번을 썼는데 자동으로 외워진다. 오후에는 오전에 했던 것을 복습하고, 오전에는 어제의 것을 복습했다.그런데 대부분이 기억이 났다. 그런 나의 모습에 내가 나에게 흠짓 놀랐다. 처음에는 하루에 20자 정도를 익혔는데 그 숫자는 오히려 더욱 늘어났으며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솔솔했다. 아침을 먹은 후, 방에 틀어박혀서 그렇게 한자 공부를 하고, 점심 먹고 다시 쓰고, 밤에도 다시 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한자를 배우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방학 동안에 노트 몇 권이 한자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방학이 끝날 무렵, 드디어 1,800자의 학습도 끝이 났다. 한 달 반의 긴 여름방학 동안 대부분 한자 공부를 하는데 쏟아 부었다. 가끔 냇가에 수영을 하러 몇 번을 간 것이 고작이었다.


  

20대 후반에는 국어 선생인 친구와 4자성어로 상황 배틀을 하기도 했다. 내가 한자를 잘 하는 것을 아는 친구가 자신도 한자라면 자신이 있다며 4자성어를 넣어서 대화를 하자고 제의를 한다. 그러면 “친구, 설왕설래 그만하시고 저녁에 음주가무를 즐겨봅시다” “아닐세, 친구는 등하불명일세. 요즘 학생들 시험기간이라 견마지로로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에 합시다” 이렇게 30분, 1시간을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한마디로 용호상박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친구가 자꾸 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배틀은 용두사미가 되었다.

 

 

 그럼 왜, 이렇게 한자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스스로 배우고 싶어햇는가? 바로 환경적인 동기 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손가락 영향이다. 아버지는 어디서 배우셨는지는 몰라도 붓글씨도 잘 쓰셨으며 한자도 많이 알고 계셨다. 특히, 동네에서 상가집이 생기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였다. 아버지는 그 곳에 가서 각종 지방을 쓰는 일과 모든 글씨를 쓰는 일을 전담하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습관이 있었으니 바로 손가락 놀이였다. 아버지와는 6학년 때까지 한 방에서 잠을 잤다. 그런데 아버지는 잠을 주무시기 전, 늘 검지 손가락을 현란한 솜씨로 움직인다. 아마 수년전부터 보아왔던 모습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으며 호기심이 커져갔다. 그리고 손짓이 바로 한문 연습이라는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순간 아버지처럼 매일 저렇게 연습을 하면 한자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매일 보는 아버지로 손가락 연습은 한자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우리는 누구나 공부를 잘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하라고 채근을 하며, 이를 위하여 많은 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그렇지만 일명 sky에 들어가는 아이들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또한 거기에 함정이 있으니 바로 아이에게 지나친 공부의 강요이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배우자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의 세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과 강요로 느끼게 된다.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청개구리가 들어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말은 공부하라고 강요하면 할수록 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이 청개구리가 스스로 움직여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속에 청개구리가 부모의 말을 잘 듣고 행동하려면 우선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행복하게 만든 사람의 말을 잘 듣는다. 반대로 나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의 말은 죽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아이와 놀아주거나, 놀이공원, 동물원에 가는 것은 시간낭비가 아니라 아이와 친밀감을 확대시키는 계기라는 사실이다. 또한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해야 한다. 엄마가 매일 연속극을 보면서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요, 각주구검이요, 백년하청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엄마가 잡지책을 보고 있으면 아이도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곁에서 보려고 한다. 그러므로 내 아이가 책을 좋아하거나 혹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책을 사랑해야 한다.


  

특히, 엄마들은 넘치는 사랑으로 인하여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한다. 아이가 훌륭하게 키우려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틀렸다. 오히려 그런 사랑은 아이에게 반항심을 불러올 수 가 있다. 심리적인 변화에 있어서 아이는 엄마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탐진치가 많아지고, 고집이 더욱 강하다. 그래서 부모가 1% 변하면 아이는 10% 변한다고 주장을 하기도 했다. 부모는 늘 아이에게 거울이며 스승이다. 아이는 그런 부모를 보고, 느끼고 관찰하면서 성장한다.

 

 

 결국, 부모의 일상생활이 곧 아이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과 같다.   

 그러므로 아이를 잘 키우려면 부모의 올바른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

 


-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 그림: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3년

 

잘 먹어서 살 찌면 키도 안 커요

$
0
0

01694609_P_0.jpg
 
너무 잘 먹어서 비만해져도 키가 잘 크지 안 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무렴 잘 안 먹는 것 보단 잘 먹는 게 낫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영양결핍도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비만도 성장에 도움이 안 됩니다.

“아닌데 덩치 큰 아이들이 키도 크던데...”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실제로 사춘기 이전 나이의 비만한 아이들은 같은 나이의 정상 체중을 가진 아이들에 비해 대체로 키가 큽니다. 비만한 아이들의 성장을 오랫동안 관찰한 여러 연구에서 비만한 정도는 키성장이 뚜렷하게 일어나기 전이나 혹은 동시에 이루어지며 사춘기 이전 나이에 성장속도와 뼈나이가 증가되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성장 촉진은 과다한 음식섭취가 성장속도 촉진을 유발하고 몸이 필요로 하는 열량을 다 사용하고도 남는 열량이 피하지방으로 축적되는 과정에서 성장호르몬이 작용하는 시스템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것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비만한 아이가 오히려 잘 큰다는 얘기이니 성장이란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아 보이지만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성장 효과는 점차 줄어들고 사춘기가 되면 정상체중을 가진 아이들에 비해 사춘기동안 많이 자라는 급성장기의 성장량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결국 사춘기 이후 혹은 성인 신장은 정상 체중인 사람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작게 됩니다. 더욱이 비만하면 사춘기 시작이 빨라진다거나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비만, 허리둘레 증가 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는 비만하거나 과체중인 아이들이 평균 키가 더 크다거나 비만한 정도와 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아직 비만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키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한 대규모 연구는 아쉽게도 아직 없습니다.

잘 먹어서 덩치도 크고, 키도 큰 것이 결코 성인이 될 때까지 그 키가 유지 되지 않을뿐더러 비만과 관련 된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잘 먹여서 키를 키우겠다는 생각보다는 성장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나이와 활동을 고려해서 균형있는 식사를 하도록 하고 과유불급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 친정 엄마도 놀 줄 아는 여자였다

$
0
0

비행기.jpg» 떠나는 비행기, 그 설레임.

 

친정 엄마만 생각하면 나는 울컥 하곤 한다. 쉰 여섯 해 동안의 엄마 인생 역정이 워낙 파란만장한데다 젊은 나이에 이혼하고 나를 키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엄마는 여행 한 번 제대로 못해보셨고, 국외 여행도 다녀오신 적 없다. 내가 보기엔 엄마는 한 번도 제대로 놀아본 적이 없기에 노는 방법도, 노는 즐거움도 모르신 것 같다. 그토록 사랑하는 손주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면 “집이 제일 편안하다. 너희들끼리 놀러가라”“할 일이 태산이다”라고 하시며 같이 놀러가기를 거부하셨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는 엄마를 모시고 꼭 여행을 가겠다 다짐하고는 했다. 손자·손녀와의 여행, 나와 엄마 단 둘이 떠나는 여행, 엄마와 엄마 친구가 함께 하는 여행, 국외 여행 정도는 엄마가 더 나이 드시기 전 꼭 시켜드려야겠다고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그렇게 해야 엄마가 돌아가신 뒤에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올해 상반기 나는 책 두 권을 냈다. 한 권은 초등학생 대상 심리치유 도서 <자존감은 나의 힘>이라는 책이고, 한 권은 공저작인 <나는 일하는 엄마다>라는 책이다. 베이비트리를 맡으면서 아이들 심리 관련 문제에 관심이 많아졌고 우연한 기회에 지난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존감의 개념, 자존감의 중요성,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출판사로부터 받았다.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틈틈이 책을 썼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생활하면서 열심히 책 원고를 마감했다. 7일 동안의 안식주 기간 동안에도 독서실에 가서 아침부터 밤까지 책을 썼다. 몇 번의 원고 수정을 통해서 지난 4월 책이 나왔고, 원고료 나머지를 받았다. 총 원고료는 216만원이었다. 나의 첫 책을 쓰고 받은 이 돈을 나는 온전히 엄마에게 쓰고 싶었다. 남편에게 이런 내 뜻을 밝히니 흔쾌히 동의했다. 장모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은 내가 시댁 어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자 “우리 부모님은 젊으셨을 때부터 두 분 함께 많이 돌아다니셨어. 장모님은 혼자이시고 여행도 못다니셨으니 부모님들도 충분히 이해할 거야. 걱정마”라고 말해주었다. 아, 이럴 땐 남편이 얼마나 든든하고 고마운지. 사위도 자식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남편이 말한대로 시부모님은 “친정 엄마와 여행 잘 다녀오라”며 내가 드린 용돈을 그대로 다시 돌려주셨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엄마를 항상 배려해주시고 걱정해주시는 시부모님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두번째 책은 인세 계약을 한 것은 아니고 원고료 50만원을 받고 공 저자로 참여했다. 10여년 전 <엄마 없어서 슬펐니?>라는 책을 썼던 ‘이프’(여성주의 문화운동 그룹) 주 멤버들이 그동안 아이와 함께 지내온 이야기를 쓰고 새롭게 절반 정도의 지은이가 함께 참여해 일하는 엄마들의 삶에 대해 쓴 책이다. 르네상스 출판사 편집장은 내가 <한겨레> 토요판에 썼던 육아 도우미 관련 기사를 이 책에 꼭 넣고 싶다며 조금만 수정해서 넣자는 제안을 했다. 나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이미 썼던 기사를 조금 수정·보충해 원고를 마감했다. 책이 잘 팔리면 인세는 이프재단을 돕는 일에 쓰인다 했다.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돕는 일이니 기부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올해 나온 책을 엄마에게 보내드리며 나는 “책을 써서 번 돈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딸이 책의 지은이가 됐다는 자부심과 기쁨 때문인지 이번에는 엄마 역시 여행을 승낙하셨다. 그렇게 해서 지난 7월31일~8월2일까지 3박4일간의 제주 여행을 친정 엄마와 함께 떠날 수 있었다.


 

할머니와 손자.jpg» 마냥 신난 손자와 비행기가 무서운 할머니

 
비행기를 간만에 타보신 엄마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하셨다. 우황청심환도 준비하시고, 비행기가 흔들릴때면 눈을 꼭 감으셨다. 긴장하는 외할머니와 달리 민지와 민규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할 때마다 “몸이 너무 간지럽다”며 깔깔대고 웃어댔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은 행복 바이러스 그 자체였다.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와 하늘과 구름, 육지와 바다를 구경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나고 즐거운 일인가보다. 아이들 얼굴에도 어른들에 얼굴에도 함박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들 덕분에 외할머니의 긴장감도 완화됐다. 손주들의 사랑스런 모습을 보며 엄마도 여행하는 내내 짜증 한번 내지 않으셨다.  

 

제주 비행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반 무렵. 유모차를 대여하고 3박4일 동안 우리의 ‘애마’가 될 임대차를 빌렸다. 어느새 배에선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숙소는 서귀포 근처 친환경·건강을 테마로 바닥이 옥돌로 만들어진 펜션(JJ하우스)이었다. 제주도 여행 정보를 찾으려고 가입한 ‘느영나영’ 까페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겨우 예약한 펜션이었다. 펜션에 전화를 해 숙소 근처에서 가장 가깝고 유명한 흑돼지 전문점을 물었다. 펜션 주인은 ‘한길정’이라는 음식점을 알려주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해 음식점을 찾았고, 우리는 흑돼지 오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사위는 장모에게 소주를 권했고, 엄마와 남편, 나는 소주에 흑돼지 오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두꺼우면서 쫄깃쫄깃한 오겹살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식당은 꽤 넓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나가 텅 빈 상태였다. 아이들은 방석을 쭉 나열해놓고 징검다리라며 뛰어놀았다.

 

제주 흑돼지.jpg» 제주도 흑돼지는 두껍고 쫄깃쫄깃한 맛이었다.

 

 

여행 하는 내내 다섯 식구 온전히 함께 있는 그 시간이 그저 행복했다. 시인이자 방송작가인 이병률씨가 그의 여행산문집 <바람이 좋다 당신이 좋다>에서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라고 하더니 정말 나는 가족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있었다. 이병률 시인은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는데,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친정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나는 기어코 사고야 말았다. 운전하느라 피곤해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자는 남편, 노느라 힘들어 잠든 아이들 틈 사이에서 엄마와 나는 밤새 수다를 떨었다. “안씨들 세 명은 어쩌면 저렇게 잠도 잘 자냐”며 흉을 보면서 말이다.

 

가족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엄마 인생 계획, 내 인생 계획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엄마와 그렇게 단 둘만의 시간이 얼마만인지... 엄마와 누워 얼굴을 마주대고 있는 시간이 한없이 소중했다. 엄마의 잠자는 모습을 보니 엄마 눈가 주름, 미간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엄마의 깊은 주름이 내 가슴을 후벼팠다. 엄마가 한 살이라도 젊으시고 건강하실 때 더 좋은 시간,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jpg» 외할머니, 딸, 손주 삼대의 즐거운 시간.

 

“집이 제일 편하다. 여행 가면 고생만 한다”는 엄마는 여행 끝날 무렵 “다음엔 배 타고 우리 차 끌고 김치랑 쌀 등 먹거리를 싸들고 제주도에 또 오자”고 하셨다. 여행의 상당 비용이 비행기 표와 차를 빌리는 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시 여행 오자”는 엄마의 말에, 엄마의 변화에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 우리 엄마도 놀 줄 아는 여자였구나’라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제주도 여행기 2탄은 다음편에 계속...)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왜? 달고 다닐 땐 줄거리 있는 그림책 좋아요

$
0
0


25-36개월 아이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방법

독특한 표현하는 시기…완전한 문장 접해야



25-36개월 아이는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가질 뿐만 아니라 관계를 통한 학습이 이뤄지는 시기로 언어가 급격히 발달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50개 이상의 어휘를 알고 단어를 연결하기 시작하고 부모와 일상생활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비유나 상징은 이해하지는 못해 깊은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나 ‘그러나’ 등의 접속사를 사용해 문장을 길게 연결할 수도 있다.


25-36개월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에 독특한 말을 창안해 내는 경우가 많다. 초코우유를 보고는 ‘캄캄한 우유’라고 하기도 하며 아빠 다리에 난 털을 보고 ‘다리카락’이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말하기를 좋아해 수다스럽기도 하고 말끝마다 “왜? 왜 그런데?”하고 물어보는 일이 많아진다. 상상력도 발달하여 의사놀이와 같은 역할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무생물도 살아 있으며 자신처럼 감정과 의도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다고 여겨서 꽃이나 새, 바람에게도 친근히 말을 걸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따라서 아빠는 평소 아이와 대화할 때 어휘력이 풍부하고 문법 구조가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고, 줄거리가 있는 그림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 그림책은 아이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장 구조와 어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독서발달

25-36개월 아이는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걷는 모양이 어른들처럼 자연스러우며, 두 발로 껑충거리기도 하고 종종걸음도 친다. 멈추지 않고 모퉁이를 돌 수 있고, 숨바꼭질도 할 수 있다. 미끄럼을 타고, 그네를 타며 세발자전거도 잘 타고, 공차기와 공던지기도 한다. 30개월이 지나면 연필이나 크레용을 잡고 수평선이나 수직선을 그리며, 그림을 그리려고 끄적거린다. 퍼즐 맞추기를 즐기며 블록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잠깐씩 혼자 놀 줄도 알지만, 초보적 역할놀이도 할 줄 알아 함께 노는 것을 좋아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생각하고, 세상을 자기처럼 본다고 여기는 자기 중심적 사고가 최고에 이른다. 따라서 거절당하거나 좌절하면 화를 내고 떼를 쓴다. 점차 양심도 생겨서 무엇이 받아들여지고 무엇이 금지되는 지를 확실히 알뿐 아니라, 잘못한 다음에는 어른의 눈치를 살피거나 장롱 같은 데 들어가 숨는다. 25-36개월 아이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직선 긋기나 마구잡이 동그라미 그리기 정도가 고작이던 아이의 그림 실력은 대상의 특징을 잡아 형태가 드러나는 그림을 그리고 그에 걸맞게 의미를 부여할 줄도 알게 된다. 사람을 그리더라도 동그라미에 눈, 코, 입을 그려 넣을 뿐 아니라 눈썹, 귀, 머리카락까지 그려 넣기도 한다.


25~36개월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림책 내용을 이해한다. 아이는 여전히 잘 알고 있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이러한 그림책은 과거와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고 어휘력을 늘리게 한다. 이야기는 조금 긴 것이라도 괜찮다. 그림책의 그림은 실물 그대로의 명확한 그림을 좋아하며, 자세하게 그려진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아이의 실제 경험과 연관 있는 내용의 책을 골라주면 언어와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이 시기에는 그림책의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등장인물의 행동이 바르고 긍정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게 좋다.


이 시기에는 어떤 그림책이냐도 중요하지만 아빠의 태도도 중요하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 것에 관심을 표하고 아이의 말에 호응하면서 읽어줘야 한다.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책장을 휙휙 넘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아이와 씨름하지 말고 아이가 펼친 쪽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책장을 넘기는 것은 다음 장이 궁금하거나 지금 펼친 쪽에 흥미가 없다는 뜻이다. 지나간 내용은 줄거리를 요약해서 읽어줘도 되고, 한 장면을 오래 본다면 이야기를 붙여서 읽어준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는 아이가 편안한 상태에서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아빠와 아이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아이는 문장을 읽는 순서, 글자가 그림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게다가 무엇보다 책은 재미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25-36개월 아이는 그림책에 나오는 등장인물과 사이가 좋은 친구처럼 되어서 등장인물의 기분을 이리저리 생각하며 즐긴다. 그림책뿐 아니라 사진을 바탕으로 아빠의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어도 좋다. 동요도 여전히 좋아한다. 동요는 독서로 이행하는데 중요한 끈이 된다. 생생한 목소리로 리듬을 강조하여 불러준다. 이야기의 문장은 3단어 문장 정도가 좋다. 예를 들어 ‘곰돌이는 신발을 잃어버렸습니다’라든가 ‘철수는 문을 열었습니다’ 등이다. ‘크다’와 ‘작다’ ‘하나’와 ‘많이‘ 등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좋아한다. 25-36개월 아이에게 새로운 책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아이는 알고 있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해 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림책 고르기

25-36개월 아이들에게 좋은 그림책으로는 생활그림책, 이야기가 있는 지식정보그림책, 적당하고 밀고 당기는 팝업북, 글 없는 그림책 등에 흥미를 보인다. 25-36개월에는 분류를 배우면서 다양한 자동차와 공룡을 좋아한다. 남아는 자연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여아는 언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책을 좋아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부모는 좀더 균형 있게 책을 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강요할 필요까지는 없다.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그림책을 주면서 어휘력을 기르고 책 읽는 습관을 들인 다음 조금씩 다른 분야의 책을 접하게 하면 된다.


특히 여아는 이야기 그림책을 많이 보는 경향이 강해 훗날 자연과 관련된 책을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에는 먼저 자연을 체험시킨 후 그 경험을 책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면 자연에 관한 책도 즐겨 읽게 된다. 또한 자연을 이야기로 전하는 그림책을 주면 쉽게 받아들인다. 같은 그림책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즐기므로 지금까지 읽었던 그림책은 여전히 즐겨 읽을 수 있다.


생활 그림책

양치질하기, 세수하기, 밥 먹이기 등 기본 생활습관이 형성되어야 하는 시기다. 밥을 먹고, 인사하고, 목욕하는 증 아이의 일상생활을 묘사한 책, 아이 주변에서 찾은 소재를 이야기에 담은 책을 골라보자 일상적인 소재를 쉽고 간단하게 그러낸 책이 좋다.


생활 그림책은 부모들에게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고집을 부리고 말썽을 피우는 아이와 종일 부대껴야 하는 현실에서 부모가 객관적이며 냉정한 감정을 내내 유지하기란 어렵다. 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다하더라도 부모는 “안돼”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와 함께 읽는 생활 그림책을 통해서 부모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아이의 행동이 어떤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내가 할 거야“라는 말을 자주 내뱉는다면 아이 혼자서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아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자립심을 북돋아주어야 한다.


이슬이.jpg


대표그림책

_.유모차 나들이 (글, 그림 미셀 게, 비룡소)

_.내가 내가 할래요 (글 앤드류 대도, 그림 조너선 밴틀리, 키다리)
_.네버랜드 아기생활 그림책 시리즈 (글, 그림 최순영, 시공주니어)
_.노란 풍선 (글, 그림 사카이 고마코, 웅진주니어)
_.돌토 감성학교 시리즈 (글 카드린 돌토 외, 그림 조엘 부셰, 비룡소)
_.머리 안 자를 거야 (글, 그림 엘리비아 사바디어, 바람의아이들)
_.안 돼, 데이빗! (글, 그림 베이빗 섀논, 지경사)
_.오늘은 소풍 가는 날 (글 쓰쓰이 요리코,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_.정말 다행이야 문어가 아니라서 (글 줄리 마크스, 그림 매기 스미스, 문학동네)
_.피터의 의자 (글, 그림 에즈라 잭 키츠 시공주니어)
_.내 쉬통 어딨어 (글, 그림 크리스틴 슈나이더, 그린북)
_.또르의 첫 심부름 (글, 그림 토리고에 마리, 베틀북)
_.이슬이의 첫 심부름 (글 쓰쓰이 요리코,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_.앨피가 일등이에요 (글, 그림 셜리 휴즈, 보림)
_.휘파람을 불어요 (글, 그림 에즈라 잭 키츠, 시공주니어)
_.한밤중의 화장실 (글, 그림 마루야마 아야코, 한림출판사)
_.똥이 풍덩(남자) (글, 그림 알로나 프랑켈, 비룡소)
_.똥이 풍덩(여자) (글, 그림 알로나 프랑켈, 비룡소)
_.응가하자, 끙끙 (글, 그림 최민오, 보림)
_.쿠피야, 응가 하자 (글, 그림 나카야 미와 웅진주니어)



이야기가 있는 지식정보책

25-36개월 아이는 쉬운 이야기를 따라갈 만큼의 어휘력이 있고, 주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도 꽤 경험하였기 때문에, 현실과 공상을 구별하여 그림책의 이야기를 충분하게 즐길 수 있다. 이야기 속에서 동물이나 탈 것이 자신과 똑같이 걷거나 웃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이는 알기 때문에 이야기를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들을 확장하고 강화시킨다. 이야기가 있는 지식정보책은 “왜?”라고 묻는 25-36개월 아이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아이가 흥미를 갖고 있는 사물의 크기나 숫자, 색 같은 것이 많이 나오는 그림책도 무척 좋아한다. 색깔과 모양의 이름을 알려주는 쉬운 책을 먼저 읽어주자. 이름을 알게 된 후에는 모양으로 퍼즐 맞추는 책, 모양을 보여주는 책 등 색깔과 모양으로 다양하게 놀이할 수 있는 그림책을 골라주자. 숫자도 마찬가지이다. 숫자로 그림을 그리는 책,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어보는 책 등 쉽게 숫자를 읽힐 수 있는 책이라면 어떤 것이든 좋다.


화물열차.jpg


대표그림책

_.화물열차 (글, 그림 도널드 크루즈, 시공주니어)
_.게으름뱅이 무당벌레 (글, 그림 이소벨 핀, 웅진출판)
_.친구 (글 야마구치 다오, 그림 다마루 요시에 그림, 문학동네)
_.코코는 화가 났어요 (글 그림 페라 드 바커르, 문학동네)
_.나의 크레용 (글 그림 죠 산타, 보림
_.빨간 단추 (글, 그림 박은영, 비룡소)
_.딸기 한 알 (글, 그림 김슬기, 한북스)
_.타GO타GO 세계 여행 (글, 그림 춤추는 코끼리, 아람)
_.잘잘잘 123 (글, 그림 이억배, 사계절)
_.두드려보아요 (글, 그림 안나 클라라 티돌름, 사계절)
_.걸어보아요 (글, 그림 안나 클라라 티돌름, 사계절)
_.찾아보아요 (글, 그림 안나 클라라 티돌름, 사계절)
_.물어보아요 (글, 그림 안나 클라라 티돌름, 사계절)



만지고 당기는 팝업북

35-36개월 아이는 줄거리의 인과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가끔 책을 읽다가 아이한테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하고 물어보자. 그리고 아이가 이야기의 줄거리를 따라오도록 유도해보는 것도 좋다. 이 때 원인과 결과, 상호작용을 활발히 나눌 수 있는 팝업북이 효과가 있다. 팝업북은 아이가 책장을 들추면 무언가 나타나거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책으로 25-36개월 아이는 이렇게 움직이는 그림책에 흥미를 갖는다. 팝업북을 아이가 직접 조작함으로써 평면의 그림책이 입체가 되고, 아이는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팝업북의 종류에는 날개책(플랩북), 잡아당기는 책(풀탭북) 등이 있다. 이런 책들은 책 속에 작게 찢어진 종잇장을 들어 올리거나, 삐죽이 나와 있는 종이를 잡아당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의 흥미를 끌기에 좋은 책이다.


뽀글.jpg


대표그림책

_.이상한 놀이공원 (글, 그림 앤서니 브라운, 미세기)
_.찾았다, 우리집! (글, 그림 심스 태백, 베틀북)
_.친구를 보내주세요! (글, 그림 로드 캠벨, 문학동네어린이)
_.뽀글 목욕놀이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_.싹싹 이닦기 놀이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_.쏘옥 옷입기 놀이 (글, 그림 기무라 유이치, 웅진주니어)
_.깔깔 간지럼 놀이 (웅진주니어)



글 없는 그림책

25-36개월에는 상상력과 창의력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을 촉진해줄 필요가 있다. 특히 글 없는 그림책은 글자가 없는 대신 그림을 보며 더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부모는 그림책에 적힌 문어체가 아닌 생활 속의 자연스러운 일상 언어를 사용하므로 아이가 좀 더 쉽게 다양한 표현을 익히도록 돕는다. 아이들은 글자보다 먼저 그림을 보면서 이해하기 때문에 글이 없다고 해서 염려하거나 정석대로 읽어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아이가 자유롭게 내용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게 글 없는 그림책의 장점이다.


노란우산.jpg


대표그림책

_.노란 우산 (그림 류재수, 보림)
_.눈사람 아저씨 (그림 레이먼드 브릭스, 마루벌)
_.사과와 나비>(그림 이엘라 마리와 엔조 마리, 보림)



그림책 읽기

아이의 표현욕구를 자극하려면 그림책의 그림을 읽어야 한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단지 글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림 구석구석까지 함께 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끌어내야 한다. 즉,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감정, 배경그림의 사소한 변화까지 글만 읽으면 익힐 수 없는 시각적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첫째, 그림책에 말을 걸자. 25-36개월 아이들은 그림책을 펼치면 가만히 들여다보고 눈을 깜박이면서 그림책이 자신에게 하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중얼거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그림책이 해주는 이야기에 만족하지 못하면, 스스로 그림책에게 말을 걸 것이다. 특히 아이가 산만하여 그림책을 다 읽기 전에 자꾸만 다른 그림책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단순히 줄줄 읽어주기 보다는 대화식으로 읽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이게 뭐야?“라고 물을 때 ’곰‘이라고 정답을 말해주기도 하여야 하지만 ’엄마곰은 어디로 갔을까?‘라고 되물으면 아이는 더 좋아한다.


둘째, 몇 번이고 읽어주어라.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대화식으로 그림책을 읽어주고 숨은 그림 찾기 등을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25-36개월에 밤새워 그림책을 읽어달라는 시점이 온다. 이 때 잠을 못 잔다는 이유로 책 읽어 주기를 거절하면 그 이후에는 아이에게 그림책에 대한 의욕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이 시기에는 50번이든 100이든 읽어주어야 한다.


셋째,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라. 그림책비디오는 그림책과 달리 아이를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24개월 이후에나 보여주는 것이 좋다. 25-36개월에는 그림책의 매력도 알고, 그 그림책을 비디오로 만든 영상물도 재미있게 보게 되므로 그림책비디오를 통하여 그림책에 대한 흥미를 일으킬 수 있다. 옆에서 아빠가 같이 앉아서 그림책비디오의 내용을 이야기해 주면 그림책비디오도 좋은 교육 매체가 될 수 있다. 오디오북이나 음악그림책도 그림책에 흥미를 일으키는데 도움이 된다.


넷째, 줄줄 읽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는 이야기 속에서 다음에 무엇이 나올까를 예측하는 것을 즐기는데, 그래서 아빠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바꾼다든가 일부를 빼먹으면 가만있지 않는 것이다. 책을 줄줄 읽어주다가 조느라고 멈추면, 어느새 아이가 글자도 모르면서 그 다음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전체적인 이해력이 발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내용을 조금 바꾼다거나 빼먹기라도 하면 틀렸다고 항의하는 아이에게는 그냥 줄줄 읽어 주어도 별 문제가 없다.


다섯째, 감정파악에도 관심을 갖자. 그림책 읽기는 아이의 정서발달과 타인에 대한 공감에 도움을 준다. 아이는 그림책 속 등장인물의 표정과 행동들을 통해 행복, 슬픔, 두려움에 이르는 다양한 강점을 경험하게 된다. 그림책은 아이가 혼자 여러 가지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면서 아이의 정서지능 발달에 강력한 기여를 한다. 바로 여기서 정서지능과 그림책 읽기의 상호관계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그림책 읽기를 통하여 새로운 느낌을 경험하고 그 것을 통해 보다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여섯째, 글 읽는 것을 서두르지 말라. 아직 읽기를 강제로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림을 설명해 주고 짧은 이야기를 읽어 주는데 만족하자. 아이가 스스로 책의 내용에 관해 말하기 시작하면 책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관해 아이 자신의 경험을 연결시켜 이야기해준다. 이러한 대화의 대부분은 과거나 미래에 관한 것이므로 말을 익히는 멋진 기회가 된다. 중요한 것은 함께 그림책을 즐기는 것이다.





[단신] 22~25일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 전시회

$
0
0

 

베페_베이비페어_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이미지 (1).jpg

 ‘서울국제 임신·출산 육아용품 24회 전시회’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코엑스 1층 Hall A와 Hall B에서 개최된다. 행사 입장료는 5천원이며, 베이비페어(www.befe.co.kr)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기존 회원은 전시장 방문 전까지 개인정보를 수정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 전시회를 주최하는 ‘베페’는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 ‘베페 프리미엄 멤버쉽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에게는 △프리미엄 기프트팩 △베페 전시장 프리미엄 라운지 이용권 △전시 참가업체 제휴 프리미엄 쿠폰북 △베페몰 내 비공개숍 입장권(최대 70%까지 할인)의 혜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기프트팩’은 베패백, 밴밧 소프트 고빈치 가방, 알집 피크닉매트, 옥소토토 이유식 그릇세트 등 약 10~15만원 상당의 육아용품들로 구성돼있다. 가입비는 4만9천원이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한편 이 회사는 오는 22일부터 9월30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베페몰(www.befemall.co.kr)’에서 당일 합산 15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베페가 선정한 27종의 육아용품을 선물로 증정한다. 또 구매 후기를 남긴 고객에게는 추첨을 통해 매주 10여명에게 베페몰 쇼핑 지원금 5천 포인트를, 베스트 포토 후기를 작성한 1명에게는 1만 포인트를 제공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순둥이 둘째의 반란, 이제는 착하지 마라

$
0
0

윤정 3.jpg

 

흔히 '낀 세대'의 애환을 말한다.

위에서 찍어 누르고, 아래서는 치받고 올라오고...

그 사이에서 양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들의 고충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형제들 사이에도 이렇게 '끼어있는 아이'가 있다.

우리집처럼 아이가 셋 인 집은 물론 둘째가 그런 아이다.

 

열 한 살 오빠는 드세고 네살 막내는 말이 안 통하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둘째는 일곱살이지만

이런 지정학적 위치 덕분에 일찍 말이 트고 눈치가 빠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살피면서 제 할일도 잘 알아서 하는 영민한 아이로 자랐다.

그렇지만 그만큼 마음 고생이 많고 스트레스가 심하다.

 

애 셋 데리고 살림하다보면 아이들에게 심부름 시킬 일이 많은데

제일 많이 움직이는 것이 둘째다.

큰 아이는 대번에 '싫어요, 엄마가 하세요'하고

막내는 '엄마, 어떻게 해요?'하며 잘 못 알아들으니

제일 만만한게 둘째이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둘째는 엄마가 힘들때 무엇을 시키면 안 움직이는 오빠와 동생대신

냉큼 제가 나서서 도와준다.

그게 늘 고맙고 대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면서도

마음엔 서운함이 컸었나보다.

 

특히 제 물건을 맘대로 사용하는 막내는 언니가 먼저 잡아도 제가 놀고 싶다고

떼쓰고 울기 선수인데 그럴때마다 집안은 시끄러워지고 큰 아이는 울지말라고

더 크게 소리 지르고 집안이 아수라장이 된다.

남편과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언니 한 다음에 하자고 막내를 달래보지만

막내는 늘 요지부동으로 더 크게 울어 버린다. 결국엔 둘째를 타이르게 된다.

'어쩌니. 동생은 아직 어려서 기다릴 줄을 모르는데.. 계속 놔두면

집안이 더 시끄러워지고... 윤정이가 양보해주고 다른걸 하면 어떨까?'

물론 이렇게 타일러도 윤정이가 싫다고 하며 사실 방법은 없는데

윤정이는 늘 속상한 표정으로 막내에게 물건을 줘버리고 방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러면 집안은 다시 평화가 오고 우린 의젓하고 마음 착한 둘째를 대견해 했는데

이렇게 지내오는 동안 둘째 마음속엔 서운하고 화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느날 둘째는 내가 심부름을 시키자 갑자기

'맨날 나만 시키고, 심부름은 다 내가 하고, 동생한테 양보하라고 하고..

나만 힘들고... '하면서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서 달려가보니윤정이는 엉엉 울면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오빠는 잘 안시키면서 자기만 시키고, 이룸이는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하고, 자기 물건도 가져가서 안 주고, 내가 먼저 놀고 있는 것도 양보해주라고 하고... 그런것들이

너무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고 둘째는 오래 울었다.

 

너무 너무 미안했다. 나 역시 가운데 끼어서 자란 아이였다. 위로 언니 둘,

아래로 여동생 둘, 그래서 늘 위 아래를 신경쓰느라 내 주장을 제대로 못 해보며

컸는데 영리하고 마음 착하다고 여겼던 윤정이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만 이해해주면, 둘째만 움직여주면, 둘째만 양보해주면 집안이 더 편안해지고

평화로와진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둘째에게 계속 강요했던 것은 아닌지

남편과 나는 오래 반성했다.

 

그래서 우린 이제 윤정이에게 '싫어요'라고 해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오빠가 안하는 심부름을 네가 다 할 필요는 없다고, 너도 하기 싫으면 싫다고 말 해도

된다고 했다. 마음이 우러나서 돕는 건 좋지만 니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면

안해도 된다고 했다. 동생이 아무리 울고 떼를 써도 주기 싫으면 주지 말라고도 했다.

언니니까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건 불공평하고 옳지않으며,

동생도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집안이 더 시끄러워져도, 우는 소리가 늘 넘쳐도 니 책임은 아니라고

일러주었다. 그 다음부터 윤정이는 하기 싫은 심부를은 '싫어요'라고 하고

이룸이가 떼를 써도 모른척 한다.

 

내가 자랄때도 늘 어른들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언니한테 먕보하자, 동생에게 먼저 주자. 너는 착하니까 양보할 수 있지?'

나는 정말 내가 착한 아이인줄 알았다. 그렇게 양보하면서 마음속엔 늘 서운함이

꽉 차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 고여있던 억울함과 서운함은

어른이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그리고 나서도 지금껏 나 자신을 위한 돈을

쓰는 일엔 늘 서툴다. 내가 그렇게 자랐으면서도 난 윤정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잘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다.

그저 늘 너무 잘 해주니까, 어린 나이에 너무 의젓하게 이해해주고 엄마 사정

알아주는게 기특하고 대견해서 착하고 고마운 아이라고만 여기며 지냈다.

영리해서 엄마의 기대가 뭔지 말로 안 해도 알아채고  그대로 하려고 애써왔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우린 이제 둘째에게 싫은 건 거부하고, 자기 마음이 하는 말을 더 많이 듣고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빠가 여동생에게 부탁하는 만큼

여동생도 오빠에게 부탁할 수 있고 오빠도 그 부탁을 들어줘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큰아이에게도 알려 주었다. 막내라고 늘 더 많이 봐주고, 더 많이 배려했는데

이젠 막내도 떼쓰고 고집 부려도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늘 순둥이처럼 나를 제일 많이 도와주던 둘째가 '싫어요'하며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모습이야말로 그 아이가 제대로 자라는

모습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살아가려면 양보도 필요하고, 이해도 필요하고,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읽는

자세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 마음이 하는 말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을 죽이다보면 나중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게 된다. 우리 시대의 딸들은

그렇게 커왔다.

 

그저 큰 소리 안 나는게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늘 우는 소리가 들리고

싸우고 소리치고 난리가 나더라도 치열하게 자기를 주장해보고

상대방의 말도 들어봐야 자신과 타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순둥이 딸의 반란으로 집안은 더 시끄러워졌지만 고맙고 대견한

반란을 나도 남편도 진심으로 지지해주고 있다.

그러니까 둘째야, 이젠 남보다 니 마음을 더 많이 돌보는 것을 배우렴.

사랑한다.


할머니한테도 꿈이 있다, 나랑 똑같이

$
0
0


1375616943_00478304501_20130805.JPG

1375616943_00478304501_20130805.JPG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엠마 

바버라 쿠니 그림, 웬디 케셀만 글, 강연숙 옮김

느림보 펴냄(2004)


부모들은 아이에게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우리 아이는 도통 별다른 꿈이 없다며 속상해한다. 하지만 그런 부모들 역시 별다른 꿈이 없다. 부모들을 만날 때면 종종 묻곤 한다.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냐고, 미래에 어떤 인생을 살고 싶냐고. 그러면 부모들은 당황해하며 아이들 건사하기에 바빠 지금은 꿈이고 뭐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이 떠난 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수명이 길어지면서 할머니로서의 삶은 점점 길어지고 어쩌면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데.


바버라 쿠니의 <엠마>는 스스로 꿈을 꾸고 꿈을 이뤄가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엠마도 여느 할머니처럼 아이들을 키워 내보내고 지금은 혼자 빈집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면 그 결과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남은 것은 텅 빈 공간과 무의미한 시간뿐이다. 생일이면 손자, 손녀들까지 모두 모여 축하를 해주지만 그것은 잠시뿐이다. 곧 혼자만의 시간이 다시 이어질 것임을 엠마는 알고 있다.


가족들은 엠마를 챙기고 도와준다. 불쌍하게 여기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엠마가 원하는 것은 동정이 아니다. 엠마가 원하는 것은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할머니라고 마음까지 늙는 것은 아니다. 일흔두 살을 먹어도 여전히 젊은 시절만큼이나 삶을 느끼고 싶어 하고,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그저 덤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할머니를 할머니로 보고 싶어 한다. 몸을 움직여 즐거움을 찾기엔 너무 늙었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주책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엠마는 가족들이 생일 선물로 준 산 너머 작은 마을을 그린 그림을 보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과는 달라.’ 그러고는 손수 자신이 예전에 살았던 마을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엠마의 삶은 그때부터 달라진다. 더는 멈춰 있는 삶이 아니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본능이고, 본능이 발현될 수 있을 때 인간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엠마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보여주기에는 자신도 없고 괜히 주책없다는 말을 들을까 걱정해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가족들은 엠마의 생생한 그림들을 좋아했다. 이제 엠마는 그림을 감추지 않는다.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준다. 엠마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장소를 그리면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그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엠마는 여전히 한 살 두 살 늙어가고 있지만 마음은 더 행복하다. 꿈을 갖지 않기에 우리는 늙는 것이지, 늙어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1345201034_94840898899_20120818.JPG이 그림책은 아이들이 할머니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할머니는 그저 늙고, 힘이 없고, 더는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뭐든 하고 싶은 사람이다. 아이들은 자기 중심적이어서 쉽게 타인을 대상화하고 자기 기준으로 재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엠마>는 할머니들도 여전히 꿈을 꾸고 행복을 만들어가고 싶은, 자신과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임을 알려준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느림보 제공









감동 주는 ‘학교생활 평가 리포트’

$
0
0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난 뒤 가장 감동받았던 건 첫해를 마치고 겨울방학 들어가던 날에 받은, 1년간의 학교생활에 대한 리포트를 본 순간이었다.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이 인쇄된 겉표지에는 ‘2012년 ○○의 학교 이야기’ 제목이 붙어 있었다.

표지에 이어서 총 A4 일곱 장의 빽빽한 글 속에는 1년 동안 내 아이가 배우고 겪고 생활했던 학교생활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매일매일의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각 교과 시간에는 어떤 것을 배우고 아이는 그 배움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가르치며 1년을 함께 생활한 담임선생님이 정성스럽게 적어 주셨다. 1년에 대한 평가서 성격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단순한 평가서가 아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방학할 때 통지표가 나오고 그 통지표에 교과 성적과 출결상황, 간단한 담임의 총평 등이 실려 있었는데 통지표를 받을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기억이 난다. 내 학창 시절의 통지표란 늘 ‘나’라는 인간이 간략한 숫자와 몇 줄의 글로 압축되어 평가되는 두렵고 불편한 것이었다. 내 아이가 다녔던 혁신학교에서는 ‘생활 통지표’라는 이름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과 ‘출결상황’, ‘수상경력’, ‘창의적 체험 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 의견’ 순서로 한 학생의 한 학기를 간략히 정리해서 적은 평가서를 나누어 주곤 했다. 내 학생 시절에 비하면 이 정도도 참 대단히 상세한 것이어서 학교가 많이 달라졌구나 싶었는데 대안학교에서 받은 평가서는 놀라움을 넘어선 감동이 있었다.

출결상황이니 수상내역 같은 것이 있을 리 없는 대안학교의 평가서는 무엇보다 한 아이가 1년간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갔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하루의 리듬에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는지, 교과마다 어떤 특성을 나타냈는지, 독특한 버릇과 습관들은 어떤 것인지, 각 교과 영역에서 어떤 것을 즐거워하고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가 자세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런 모습에 대한 교사의 느낌과 생각도 함께 적혀 있었다. 읽다 보면 아이의 학교생활이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였다.

부모가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학교에서 친구·교사들과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고 변화하고 있는지 잘 알 수는 없다. 편안한 집에서 행동하는 것과 공동생활을 하는 학교에서 행동이 같을 리도 없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잦은 봉사활동과 학부모 모임 등으로 학교를 자주 드나들게 되고, 교사들과도 아무 때나 내 아이에 대해 궁금하고 염려되는 것을 나눌 수 있긴 하다.

그러나 1년의 학교생활을 마친 후에 받게 되는 평가서에는 부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나,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나와 있어 감동이 한층 더 커진다. 아이마다 이렇게 자세하고 정성스런 평가서를 작성하려면 교사들은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으로 아이의 생활과 모습을 지켜봐야 할까…. 진심으로 애정을 품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았을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살펴준 마음을 읽다 보면 내 아이가 학교를 다니며 얼마나 큰 사랑과 돌봄을 받고 있는지 가슴 뜨겁게 느끼게 된다.

평가서를 받는 아이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자기의 1년 생활이 담겨 있는 리포트를 받고, 킥킥거리며 읽기도 하고, 자신의 부족한 모습들은 진지하게 읽고 가슴에 새기기도 한다. 이런 리포트들은 두고두고 아이가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 성장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은 물론이다.

타인과 비교되지 않고, 성적이나 등수처럼 눈에 보이는 성취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로지 1년이 시작되었을 때의 내 모습과, 1년을 마칠 때의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주는 평가서, 기쁘게 받아서 오래오래 간직하며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그런 평가서… 2013년 12월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지식공감 10분] 보육시설 평가인증제

$
0
0


dfadfdfew.jpg

[지식공감 10분]보육의 이해 - (3) 평가인증제 
김경화  세계사이버대학 아동보육학과 교수
 
보육은 아동들의 보호. 교육받을 권리와 어머니들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제도로서 이를 위한 책임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국가적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지는 사회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초기의 보육 개념은 약화된 가족의 자녀양육 기능을 보완하고 지지하기 위한 잔여적이고 구빈적인 보호 중심의 서비스였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의 보육 개념은 급속한 현대사회의 변화와 다양화 된 가족의 형태 및 그에 따른 다양한 욕구의 출현으로 보육서비스는 점차 아동과 가족의 복지적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적이고 보편적인 아동 및 가족복지서비스로 발전하게 되었다. 본 강의에서는 보육에 있어서 보육의 경험,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교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보육의 경험은 영유아들이 보육을 경험함으로써 인지발달, 신체발달, 사회,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교에서는 유아들의 체계적인 보호와 교육을 위하여 국가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공인한 보호, 교육시설로 우리나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다는것을 이해하고자 하고자 한다. 평가인증제도는 보육시설의 서비스 수준을 향상하고 부모들에게 부모서비스의 질적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합리적으로 보육시설을 선택 할 수 있도록 보육시설 평가인증을 도입한 제도를 이해 할 수 있으며,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세, 5세 어린이에게 적용할 공통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과정을 이해 하고자 하는 것이 본 강의 목적이다.

[지식공감 10분]보육의 이해 

1강 : 보육의 경험

2강 :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비교

3강 : 평가인증제

4강 : 누리과정







42개월 인생의 불타는 장난감 연대기

$
0
0

IMG_2490.JPG» 아이가 수영장이나 워터파크보다 좋아하는 건 목욕통에 물을 받아놓고 로봇을 가지고 노는 거다

 

 

 
 “잉잉, 독가시 어딨어요? 어디?(울먹울먹) 불화살은 어딨지요? 어딨지?”
 밤 10시. 집 앞 논의 개구리 울음소리도 잦아든 한밤 중에 나는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다. 아무리 마룻바닥을 뒤져도 랜턴을 켜고 장식장과 소파 아래를 샅샅이 뒤져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새끼 손톱만한 장난감 부속품이 쉽게 찾아질 리 있나. 야심한 밤에 이 뭐하는 짓인가, 퇴근하고 돌아와 아직 세수도 못했는데, 피곤이 몰려든다. 난 누군가, 여긴 여딘가. 내 안의 못된 엄마가 기어이 다시 튀어나오고야 만다. “그러게 누가 이렇게 부속품들을 다 뒤죽박죽해놓으라고 했어! 다시 한번만 사달라고 하면 볼기짝 빨개질 때까지 맞을 줄 알아!!!”
 아이가 드디어 조립 장난감의 세계에 빠졌다. 이른바 레고 개미지옥. 딸을 가졌을 때 떠오르는 기대 중의 하나가 어릴 적  갈망했던 마론인형과 인형에게 입히는 조그맣고 깜찍한 옷들을 잔뜩 사겠군이라는 생각이라면 아들은 레고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서 조그만 벽돌 조각들을 함께 맞추며 거대한 우주선이나 도시를 만들어보는 것도 멋질거야. 허나 상상과 현실은 역시 다른 거였다.
 여기서 잠깐 4살 아이의 장난감 역사를 되짚어보겠다. 아이가 최초로 골랐던 장난감은 돌 지나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작은 기념품점에서 발견한 조그만 코끼리였다. 사실적인 동물 피규어로 유명한 슐라이히의 아기 코끼리였는데 작은 손에 쏙 들어가는게 맘에 들었는지 몇달동안 항상 들고 다녔다.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린 뒤 똑같은 걸 새로 사기도 했다. 이후 아이가 푹 빠진 것은 상어였다. 말을 못해 부르르 떠는 것으로 상어를 표현하다'하오'를 거쳐 '상어'를 정확히 발음할때까지 4년 인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에 빠졌던 상대다. 상어 그림책과 상어 인형에 몰두하던 아이는 동네 장난감 가게에서 찾은 어른 팔뚝만한 상어인형을 근 1년 동안 끼고 산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같이 모양도 귀엽고 폭신한 봉제 인형을 들고 다니는데 아이는 이빨도 삐죽삐죽하니 살벌하고 차가운 질감의 비닐인형을 밤이나 낮이나 여름이나 겨울이나 끌어안고 살았다.  반면 또래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자동차와 기차에는 도통 관심이 없었다.
 이후 공룡과 거미를 잠시 사랑하다가(넌 왜 무섭고 징그러운 것만 사랑하는 거냐) 지난 가을부터 올 초까지는 ‘또봇’이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로봇에 열광했다 . 장난감때문에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캐릭터 장난감은 컨텐츠라는 막강한 마케팅 도구를 가지고 있다.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게 아니라 티브이,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시도때도 없이 또봇을 보여달라고 난리를 친다. 게다가 이노무 컨텐츠는 뭔노무 시리즈가 이렇게도 많은겨. 또봇x와 y,z가 나온다음에는 타이탄과 트라이탄이 차례로 등장하고 w에 이어 c가 등장했다. 그레이트 또봇, 또봇 쉴드온 등 이름도 외우기 힘든, 장난감을 팔아먹기 위해 조금씩 변형한 캐릭터들이 <진격의 거인>처럼 꾸준히 쏟아져나온다.
 그리고 나서 올 봄에 도착한 게 레고의 ‘히어로 팩토리’라는 시리즈였다. 처음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봇은 조립 로봇이긴 하나 어린 아이가 만들기는 너무 어려워 어른이 옆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동차로 만들었다, 로봇으로 변신했다를 반복해야 했다. 그리고 한국 조립로봇사에 획을 그은 영실업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른이 만들기도 너무 힘들었다. 하도 뻑뻑하고 아구가 안맞아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오붓한 풍경을 연출하는 와중에 욕이 나왔다. 게다가 부속은 왜 이다지도 잘 부러져서 좀처럼 연결안되는 as센터에 전화는 얼마나 해댔던가.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 힘으로도 착착 끼워맞출 수 있는 레고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을 때 쾌재를 불렀다. 게다가 아이가 선택한 시리즈는 피규어로 구조물을 만드는 시리즈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했다. 그런데 이것은 또 하나의 헬게이트가 열린 것에 불과했다. 퓨노는 로카를 부르고 로카는 써지를 불렀다. 써지는 벌크를 부르고 벌크는 오그룸을 부르고 오그룸은 파이록스를 부르고… 이게 왠 마태복음 1장의 암울한 패러디란 말이냐. 이제 대충 주요 캐릭터들이 갖춰졌나 싶더니 곧 하반기 신형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온단다. 레고 사주다가 집안 거덜난다는 불길한 예감을 곱씹으며 오늘밤도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잘자라 우리 인이
 앞뜰과 뒷동산에
 써지도 오그룸도
 잠이 드는 데
 퓨노는 영창으로
 독가시와 불화살을
 보내는 이 한밤
 잘 자거라~♬

((다음주에 반전의 2회 계속~~))


  
 

둘째를 갖기 위한 우리의 노력

$
0
0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드디어 뽀뇨에게 동생이 생겼다.

뽀뇨가 2010년 5월 생이니 3년 3개월만에 둘째를 임신한 것이다.

그 동안 둘째를 기다리는 우리 부부의 심정을 글로 풀어쓴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아이가 그냥 생긴다거나 부부 두 명만 노력해서는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많이 깨닫게 된다.

 

어떻게 둘째가 생기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올해 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여러 명이 태몽을 꾸었다.

개꿈인지 모두 불발로 끝나게 되었지만 그만큼 온 가족의 관심이 쏟아졌다.

관심은 그냥 쏟아지는게 아니라 물질로 환원이 되었으니 장모님이 녹용을 다려서 보내주셨다.

아내가 평소에 약을 잘 챙겨먹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그 약은 보약 좋아하는 남편 몸으로 본의 아니게(?) 들어갔다.

 

두 번째는 시어머니가 맥을 짚어 조제를 하라고 거금을 하사하셨다.

여름 뜨거운 비닐하우스에서 힘들게 번 돈인지라 쉽게 받을 수는 없었지만

손자 보고 싶은 마음이라 생각하고 모른 척 받았다.

동네에 실력 있는 한의원에 찾아간 아내에게 원장님은

 

“아이는 하늘에서 주는 겁니다. 마음 편하게 먹고 기다리셔요.

한가지 조언을 더 드리자면 너무 자주 관계를 가지면 오히려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요”

 

라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아이는 하늘이 주는 거라는 이야기를 병원 원장님이 했다는 소리에 한번 빵 터지고,

한의원 처방전 금식, 마음가짐 리스트를 보고는

“보약 먹어서 임신 한건지 처방전대로 하다가 몸이 좋아져 임신 한건지 구분이 안가겠어요”

라는 아내말에 또 한번 빵 터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원장님 말마따나 너무 노력을 많이 한듯하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선조의 지혜를 그대로 이행하는가 하면

조급한 마음에 배란일을 알려주는 테스트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나만 둘째를 갖지 못해 안달이 난건가라고 생각할 찰나, 짠순이 아내가 고가에 구입 했으니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인듯 한데 사실 한발짝 더 나간 일도 있었다.

 

한번은 정신없이 외부에서 미팅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급하게 전화가 왔다.

“자기야, 빨리 와보세요”.

무슨 일인가 하고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고, 시간은 야밤이 아닌 대낮이었는데...

나를 부른 것이 고가의 테스트기에 뜬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대낮의 샤워를 하며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노력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에도 생기지 않던 둘째가

한약을 먹은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반응이 나타났다.

임신 테스터기에 줄이 간 것이다.

너무 기분이 좋아 원장님께 전화를 드리려는 순간

‘이것이 보약 때문인지 아니면 아내 말마따나 처방전 때문에 몸이 좋아져서 인지,

이도 아니면 일주일간의 서울출장으로 인한 ’텀‘때문인지를 몰라서’ 수화기를 놓은 적이 있다.

 

원인이 어떻게 되었건 내년 3월이면 동생을 맞이하게 될 뽀뇨에게 아빠가 시키는 말이 있다.

“뽀뇨, 엄마한테 시장가서 동생 사오라고 하세요”.

 4살 터울인 나의 막내누나가 늘상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동생을 갖고 싶어서 어린이집에서 동생뻘 아이들 뒤만 졸졸 쫓아 다니는 뽀뇨에게

드디어 챙겨줄 동생이 생긴 것이다.

 

 모두가 노력한 선물이라 더욱 값지다.

 

<미리 인사드려요 ^^;>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뽀뇨가 동생을 위해 만든 한라산을 보실수 있어요 ㅎㅎ

동생.JPG

 

우리, 블로그 밖에서도 만나요 (^^)/

+ 트위터 + 페이스북 + 유튜브 +핀터레스트 + 메일로 받아보기 + 팟캐스트 제주이민편+ 내 소개 & 스토리

 

 

 

Viewing all 4145 articles
Browse latest View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