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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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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장례.jpg

 

'... 여보... 어머님이 돌아가셨대...'

 

남편으로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말을 들은 것이 8월 13일 화요일이었다.

느닷없고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36도가 넘는 폭염에 품일을 하러 가셨다가 일하시던 밭에서 쓰러지셨다고 했다.

바로 병원으로 모셨으나 어머님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믿을 수 가 없었다. 정말 믿을수가 없었다.

올해 나이 일흔 셋, 몸은 자그마하시고 체력은 약하신 편이였지만 앓고 있는 병도 없었고

늘 부지런하게 몸을 놀리시던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다니..

아무런 유언도 못 남기시고, 자손들이 임종을 지킬 사이도 없이 낮선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쓸쓸하게, 그렇게 사무치게 떠나시다니...

 

온 몸이 떨리고 걷잡을수없이 눈물이 솟았다.

어머님의 죽음이 너무 가엾고, 어머님이 너무 딱하고, 가슴아팠다.

아들을 셋이나 두었지만 모두 객지에 나가 살고 부모곁을 지키는

자손이 없는 것이 이런 일을 만든 것 같아 죄송하고 사무쳤다.

 

정신없이 짐을 챙겨 강릉으로 내려갔다. 도중에 서울에 계시던

막내 이모님과 조카를 태웠다. 열살이나 차이나지만 그래서 늘 친정엄마처럼

이모님을 챙겨주던 언니를 잃은 이모님의 슬픔도 한이 없었다.

 

강릉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수척해진 아버님을 보니 또 오렬이 터져나왔다.

늘 몸이 약하고 아프신 곳이 많아 자손들의 걱정의 대상이셨던 아버님이셨다.

그래서 늘 아버님을 걱정하고 신경쓰며 살았는데 죽음은 벼락처럼 아버님을

수발하시던 어머님을 앗아간 것이다.

 

구미에 사는 큰 아들네와 대전에 사는 막내 아들네가 도착한 것이 저녁 일곱시무렵..

그제서야 장례절차를 밟아 빈소를 차렸다. 친정 아버님은 부고를 전해듣자마자

큰 언니네 부부와 강릉으로 내려와 계셨다.

상주가 되어 빈소에 서서 친정아버님의 조문을 받고 있자니 그저 눈물만 흘렀다.

그때까지 의연하게 버티던 남편도 빈소가 차려지자 그 앞에서 무너졌다.

온 몸으로 우는 남편을 윤정이가 오래 오래 안고 있었다.

 

죽음은 낮설고 혼란스럽게 파도처럼 우리 가족을 휩쓸었다.

모두가 생전 처름 경험하는 절차과 방식이 낮설어할 겨를도 없이

어머님의 죽음을 알게 된 친지들이 도착했고, 한 사람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슬픔과 눈물이 터져나왔다.

우리 가족 모두는 슬픔에 압도되고, 무력해지고, 마침내는 기진해졌다.

더 이상 울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어느새 또 울고 있었다. 죽음은 너무나 잔인했다.

 

둘쨋날 입관식에 참여했다. 냉동된 어머님의 시신은 평소모습 그대로였다.

작년에 손수 만들어두셨던 수의는 너무나 고왔다. 당신이 만든 옷을 장레지도사들이

정성껏 입혀 드리는 동안 남편은 죽은 어머니의 얼굴과 팔을 붙잡고 울고 또 울었다.

서른 일곱이 되도록 장가를 못가 어머님의 애를 말리던 아들이었다. 그런 둘째 아들을

장가보내던 날, 어머님을 얼마나 환하게 웃으셨던지...

아이러니하게도 갑작스럽게 닥친 어머님의 죽음에 영정으로 쓴 사진은

우리가 결혼할때 폐백을 받으시며 찍은 사진이었다. 11년전 화사한 한복을 입고

귀거리까지 하고 어머님은 밝은 표정으로 카매라를 보고 계셨다.

그 모습이 영정이 되었다.

 

입관을 하고 다시 제사를 올리며 곡을 하고, 각지에서 몰려드는 조문객들을 받고

밤새도록 번갈아 빈소를 지키며 그렇게 3일을 지냈다.

마지막 날 다시 제사를 올리고 빈소를 떠나 속초화장장에서 화장을 했다.

선산이 있음에도 어머님은 늘 화장을 고집하셨다. 봉분을 만들어 놓으면

제사와 벌초, 성묘로 형제간의 분란이 올 수 있는 것을 한평생 염려하셨던 어머님이셨다.

그 뜻을 받아 화장을 하고 수습된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선산의 커다란 잣나무 아래

묻어 드렸다.

 

 세 아이 5.jpg

 

필규와 윤정이와 이룸이는 할머니가 묻힌 곳을 영정사진을 장식했던 꽃들로 예쁘게 꾸며 드렸다.

 

위패를 집으로 모셔와 삼우제를 지내는 동안 끼니때마다 제사를 올렸다.

남편은 제사때마다 곡을 하며 울었다. 그 울음이 내 슬픔을 다시 울컥 울컥 길어 올렸다.

그 사이사이 어머님의 유품을 정리하고 옷장을 정리하고 부엌을 정리했다.

어머님의 냉장고에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언제부터 들어가있는지 알수없는 온갓 냉동 식재료들을 남김없이 꺼내 버렸다.

상한 음식,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음식들도 많았다.

늘 아끼시고 버리는 것은 절대 없으셨던 어머님의 인생이 냉장고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삼우제를 마친 어머님의 위패는 큰 아들네가 사는 구미 근처의 절로 옮겼다.

그곳에서 49제의 첫 제사를 모시고 다시 형님네로 들어가 하룻밤을 보낸 후

아버님을 모시고 우리집에 온 것은 일요일 늦은 저녁이었다.

 

어머님의 죽음으로 아버님의 거취가 당장 큰 문제가 되었다.

건강이 안 좋으신 아버님은 특히나 다리가 많이 아프셔서 일어나시는 것도

쉽지 않으신 상태다. 그런 아버님을 강릉에 혼자 둘 수 는 없었다.

강릉에 내려갈때까지는 내가 아버님을 모시고 온다는 생각까지는 못 했었는데

아무리 따져봐도 직장에 다니는 형님과 동서가 아버님을 맡을 수 는 없었다.

설사 두사람이 모신다 해도 손주들과 아들, 며느리가 아침 일찍 나간 집에서

하루종일 아버님 혼자 지내시는 것은 내가 받아들일 수 가 없었다.

더구나 아버님은 엘리베이터도 혼자 못 타시고 평소에도 아파트를 못 견뎌 하셨던

분이다. 아무때나 담배를 피우시고 동네를 돌아다니던 아버님에게 그런 환경은

너무나 가혹하게 느껴졌다.

마당이 있고, 아무때나 아무곳에서나 담배를 피우실 수 있고, 산책도 할 수있고

무엇보다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두 손녀와 직장에 메어있지 않은 내가

있는 우리집이  최선이었다.

내가 나서서 아버님을 모시고 왔다. 이런 일은 아들이 아닌 며느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정말 아버님을 모실 사람이 결정하고 선택해야 모두가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제일 늦게 며느리로 들어가 11년을 지내는 동안 나는 아버님을 제대로 알

기회가 별로 없었다. 어머님과는 부엌일을 같이 하면서 어지간히 서로를 알고

지냈지만 아버님은 그럴일이 드믈었다. 이번일로 나도 아버님을 비로소

알아갈 기회를 얻은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님을 돌아가셨고, 아버님이 우리집에 오신지 3일째가 되간다.

아무때나 집안에서 담배 냄새가 풍기고, 끼니때마다 더운 밥을

올리는 일이 당장 익숙해지진 않았지만 나도 아버님도 아이들도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쉽진 않지만, 힘들긴 하지만 친정 엄마가 돌아가셨다 하더라도

나는 친정아버지를 내 집으로 모셨을 것이다.

내가 아버님이라도 빈 집에 혼자 남겨지는 것 보다 자손들 곁에

있고 싶을 것이다. 아버님 마음이 내 마음이고, 아버님 모습이

내 모습인 것을 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어머니를 잃은 남편의 슬픔과 상실감, 아내를 잃은 아버님의

허전함과 고독함이 쉽게 사라지진 않으리라. 그러나 우린

어머님의 죽음으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가족끼리 끈끈하게

이어졌고, 어느때보다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으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크게 새기게 되었다. 큰 일을 치루는 동안 3형제와

세 며느리들이 반목없이 뭉치고 협력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하늘에 계신 어머님도 기쁘셨을 것이다.

죽음은 슬프지만 남아있는 자들을 더 가깝게 하고 있다.

그렇게 서로 더 깊게 품고 의지하며 우리는 살아가기로 했다.

 

세 며느리중에 제일 서툴고 부족한 내가 아버님을 모시게 되어

걱정이 많지만 언젠가 내 부모에게 닥칠 일을 미리 경험하는 것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어머님.. 걱정마시고 좋은 곳으로 가세요.

 

사랑합니다.

  


떼놓을 수 없는 그림자 ‘경제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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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로 겨우 1년 반 경험을 가지고 이 연재를 시작한 지 20회가 되었다. 기라성 같은 대안학교 선배 부모들이 있음에도 초보 학부모로 덜컥 이런 연재를 맡았던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혹 최선을 다해 대안교육을 해 온 분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글을 쓰기로 했던 것은 이 연재가 대안학교에 대한 전문가의 글이 아니고, 여전히 헷갈리고 어렵고 서툰 대안학교 초보 학부모로서 나 같은 고민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작은 안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때는 대안교육을 잘 몰랐었고, 적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 내 아이는 일반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것이 무너졌을 때 마음고생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고 그 길을 지금도 여전히 서툴게, 가끔은 다시 의심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치면서 다니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그동안 내가 써 왔던 글들이 대안교육을 제대로 조명한 것인지 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너무 밝은 면들만 부각한 건 아닌지 하는 염려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대안교육을 선택한 지 1년 반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내 마음을 채우고 있는 아쉬움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대안교육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정말 많다. 그럼에도 가장 큰 한계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교육이란 점이다. 아이엠에프(IMF) 때 생활이 어려워진 부모들은 아이들 학원과 과외 먼저 끊었다. 그러나 집안이 어려워졌다고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게 한 부모들은 별로 없다. 무상으로 제공되는 제도권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이처럼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교육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교육은 다르다. 실제로 즐겁게 다니던 아이들이 부모의 직장이 어려워지면서 아쉽게 학교를 떠나 일반 학교로 전학 가는 예가 종종 있다.

자녀 둘을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빚을 내며 살고 있는 친구 부모들도 있다. 이런 현상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 모두의 선택이 될 수 없는 교육이 과연 진정한 대안일까라는 고민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대안학교들이야말로 그 학교가 속한 지역 공동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지역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는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대안학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만 더 좋고 올바른 교육과 소통을 누리는 것에 그친다면 ‘가진 자만이 누리는 특수 교육’이라는 사회적인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바른 삶과, 진실된 앎을 추구하는 교육이라면 그런 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과 그 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삶도 바뀌어야 한다.

대안교육을 통해 배우고 깨친 지혜들을 지역 공동체 안에 퍼뜨려서, 대안적인 삶의 모습들을 지역 안에서 일구어 내야 하는 책임을 기꺼이 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만 좋은 교육을 받는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더 많은 다른 아이들도 품을 수 있고 나아가서 이 사회의 교육의 틀을 조금씩 바꾸어 내는 새로운 힘이 될 때 대안교육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대안교육은 힘들고 어렵고 특별한 사명이자 운동이었다. 대안교육 선배들은 그런 마음과 각오로 이 사회 속에서 새로운 교육의 길을 내 왔다. 대안교육 첫 세대가 성인이 될 만큼 시간이 흐른 지금 대안교육은 안팎으로 많은 도전과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진실된 배움을 통해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아이에게 더 좋고 매력적인 교육 상품으로 대안교육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대안학교들이 부닥치고 있는 현실이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는 사회 속에서 나날이 다양해지는 학부모들의 욕구들을 어떻게 다루고 변화시키며 함께 성장해야 하는지 대안교육은 쉼 없이 고민하면서 올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돈을 내고 좋은 교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대안일 것이다.

‘낙동강 누치잡이 구경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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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행사 22일부터 사흘간 열려

20130820_3.jpg» 누치40여년 전 낙동강 모래여울에서 명주실 그물로 강 어부들이 고기를 잡아올리던 ‘누치잡이’가 재연된다. 누치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이며, 몸길이가 50㎝까지 자란다. 누치잡이 재연행사는 경북 영양 일월산에서 흘러나온 반변천과 낙동강이 합쳐지는 경북 안동시 용상동 앞 낙동강 둔치에서 22일부터 사흘 동안 열린다.

22일 오전 10시30분 전설적인 강 어부 석바우를 추모하는 위령제를 시작으로 개막식이 열리며, 곧이어 삼베옷과 모시옷 등 전통 옷차림의 강 어부 30여명이 물살이 센 여울살을 따라 누치가 걸려 든 그물을 끌고 당기면서 팔뚝만한 누치를 잡아낸다.

이 행사를 마련한 권용숙(36) 전통문화컨텐츠개발사업단 간사는 “1970년대까지 안동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 상류지역에서 강 어부들이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그물로 누치잡이를 해왔다. 80년대 접어들면서 어로기구와 낚싯대가 발달하고 어업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의 이유로 전통적인 누치잡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누치잡이와 함께 ‘여울목 투망 던지기’, 싸릿대로 엮은 통발로 물고기를 잡는 ‘동사리 통발치기’, 사발로 물고기를 잡는 추억의 ‘피라미 사발묻이’도 볼 만하다. 또 물속에서 돌을 떡메로 쳐 고기를 잡는 ‘꺽지 바윗돌 떡메치기’, 파리처럼 생긴 가짜 미끼낚시를 줄에 총총 매달아 피라미를 잡는 ‘여울살 줄낚시’ 등 갖가지 물고기잡이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재연된다.

해질 무렵이면 ‘반두그물 횃불치기’가 이어지고 관광객들도 물웅덩이에서 누치를 손으로 직접 잡아볼 수 있다.

행사 동안 낙동강 둔치에는 무명 천막에 삼베 차양을 쳐놓고 갓 잡아올린 누치로 매운탕을 푸짐하게 끓여낸다. 이외에도 안동 강촌마을 토속음식인 잉어찜과 잉어곰탕, 가물치곰탕, 꺽지 도리뱅뱅이 등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 안동한우와 안동 간고등어, 숯불구이 등도 준비돼 있다.

김명호 낙동강 전통천렵풍물 보존회장은 “선조들이 해오던 전통 천렵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재연행사를 마련했다. 유난히 더운 올해 여름에 시원한 낙동강 둔치에서 멋진 추억을 만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0일자)

8월 19일 새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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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살아갈 수 없어. 많은 ‘너’와 만나 나는 내가 되니까.” 아이의 입을 빌려 ‘너’라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관계의 문제를 파고드는 그림책이다.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를 쓰기도 한 일본의 시인 다니카와 타로가 글을 썼다. 5살부터.


20130820_4.jpg   다니카와 타로 글, 초 신타 그림, 엄혜숙 옮김/한림출판사·1만1000원.


이사벨의 방

1950년대 미국 이민 붐이 불던 시대, 멕시코 소녀 이사벨의 가족들도 이민길에 오른다. 낯선 공간, 낯선 언어 속에서 아이는 고향의 이모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고 그 편지가 엮여 동화가 전개된다. 5살부터.


20130820_5.jpg 사라 스튜어트 글, 데이비드 스몰 그림, 서남희 옮김/시공주니어·9500원.

나무늘보 놀래킨 신기한 나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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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늘보가 뿌우
오형수 글·그림
고래뱃속·1만2000원 

아기 나무늘보는 잔뜩 기대했다. “내일은 엄마랑 나무 아래서 수영해야지!” 생각만으로도 좋아 엄마 품에 안겨 배시시 웃었다. 아침이 밝았다. 엄마는 계속 잤다. “엄마~” 불러봐도 소용없다. 애초부터 나무늘보에겐 너무도 활동적인 계획이었다. 엄마는 늘 나무에 매달려 자고 자고 또 잔다. 엄마를 깨우다 지친 아기는 홀로 나무에 매달려 울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나팔이 날아왔다!

무엇인지 궁금해 이리저리 돌려보다 구멍 하나를 찾았다. 힘껏 숨을 불어넣었다. “뿌우!” 큰 소리에 천지가 흔들렸다. 아기도 엄마도 화들짝 놀라 꼭 잡고 있던 나무를 놓치고 말았다. 어어어, 나무 아래 호수로 풍덩! 그 참에 드디어 엄마가 깼다. 영문도 모른 채 물에 빠져서는 두리번거리다 아기를 발견했다. 엄마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알았다, 알았어! 아기 늘보는 엄마 등에 매달려 즐겁게 수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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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고래뱃속 제공

어린 시절 느릿느릿한 말투와 움직임 때문에 나무늘보 같다는 말을 듣곤 했다는 오형수 작가의 첫 창작 그림책이다. 자기와 닮았다니 궁금해 백과사전을 찾아보다 나무늘보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다. 첫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무늘보를 내세운 이유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작가답게 장면과 장면을 만화처럼 부드럽게 연결했다. 나무에 매달려서도 엄마 품이라서 포근한 아기 늘보의 모습과 나팔 소리에 놀라 깨놓고도 환히 웃는 엄마 늘보의 표정은 포근하고 익살스럽다. 4살부터. 


임지선 기자, 그림 고래뱃속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바다를 담은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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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물창고 제공

엄마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바다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바다를 담은 그림책 

샬롯 졸로토 글, 웬델 마이너 그림,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펴냄(2007)

유아에게 바다는 아직 이해하기에 버거운 대상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깊이와 무한함을 아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푹신하게 느껴지는 모래의 질감, 찰랑거리며 움직이는 물의 움직임만으로도 바다는 매력적이다. 숨쉬는 듯 들락거리는 파도의 리듬을 보고 있자면 아이는 묘한 안정감을 얻는다. 발에 살짝 닿은 물이 차갑지 않다면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발 더 나아간다.

수평선 너머까지 바다가 이어져 있고, 깊이는 알 수 없다는 것. 온갖 생물이 다 살고, 심지어는 인어까지 살지 모른다는 기대는 좀더 나이를 먹고서야 하게 된다.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창조의 공간, 그 속에 빠져들기 두렵지만 또 한번쯤은 들어가 보고도 싶은 곳. 바다는 늘 아이를 설레게 만든다.

아이들이 바다에 열광하는 첫째 이유는 물에 있다.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지만 몸에 닿는 물의 느낌은 아이를 편하게 한다. 부드럽게 나를 감싸면서도 나에게 파고들지 않는 물. 우리가 진정 원하는 관계도 그러하다. 나를 감싸주길 원하지만 원하지 않을 때 내 안에 들어오는 것은 부담스럽다.

모래는 아이가 바다를 좋아하는 둘째 이유이다. 모래는 아이의 영원한 장난감이고 장난감의 원형이다.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고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시간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듯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너져 형태를 잃고 마는 것이 모래이다.

여기에 셋째로 태양이 있다. 강렬한 태양으로 여름의 바다는 완성된다. 선명한 태양과 모호한 물의 만남. 원초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이 하나로 결합하여 만들어낸 풍경이 여름바다이다. 거기엔 인간을 자극하는 에너지인 태양과, 인간을 감싸주는 에너지의 근원인 바다가 공존한다. 이글이글 끓는 하늘의 태양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 자체가 태양이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 보는 사람마저 들뜨게 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며 아이들은 쉬지 않는다. 아이는 소리치고, 뛰어다니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곳에 바다가 있어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난다.

샬롯 졸로토의 <바다를 담은 그림책>은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산골에 살아서 바다를 못 가본 아이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다. 아이는 바다를 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이야기로 바다를 경험한다. 황금빛 모래톱, 반짝이는 파도, 갈매기와 조개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의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래서 아이는 말한다. “엄마, 이제 눈감으면 바다를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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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그림책의 매력은 엄마가 바다를 이야기해준다는 점에 있다. 엄마의 목소리로 듣는 바다는 좀더 바다의 본질에 가깝다. 바다는 흔히 모든 삶의 근원, 모성을 상징한다. 바다는 엄마처럼 우리를 휴식하게 하고, 무언가를 창조하도록 유도한다. 바다에서 우리는 늘 새로워지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 엄마의 목소리로 바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한번, 또 바다의 이야기에 한번 위안을 받는다.

이번 여름에 바다에 가보지 못한 아이도 많을 것이다. 섬세하고 투명한 웬델 마이너의 바다 그림이 있기에 얼마든지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줄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엄마의 목소리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목소리에 담긴 엄마의 사랑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보물창고 제공

37-48개월 아이에게 그림책 어떻게 읽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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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_1.jpg» 한겨레 자료 사진. 


37-48개월 아이는200개 정도의 어휘를 알고 부모의 말을 60~80% 이해한다. 4~5개 단어로 된 문장을 말하고 질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언어력이 발달한다. 기억력의 발달과 함께 언어 표현력도 좋아지기 때문에 기억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37-48개월 아이들은 온 세상이 궁금하다.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 말을 한다. 또한 37-48개월 아이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질문을 한다. 온통 ‘어떻게’나 ‘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아이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37-48개월 아이는 스스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 세수를 하고, 혼자 양치질을 하고, 혼자 옷을 입으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 밥을 먹는다. 37-48개월은 질서의 시기이다.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해서 장난감을 정리하고,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부모의 동의를 구하려고 하고 부모를 즐겁게 하고 웃게 하는 것을 즐긴다.


독서발달


37-48개월 아이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상상이야기도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는 주위 세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므로 사실과 상상의 구별이 아직 서투르다.


37-48개월 아이는 상상력이 늘어나서 현실과 상상을 혼동하여 방에 괴물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상상력의 발휘는 72개월 정도까지는 지속된다.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아이는 사물을 예민하게 구별하고 현실과 환상이 다름을 차차 알게 된다. 그러나 놀이를 할 때는 여전히 상상력을 많이 동원한다. 37-48개월 아이는 물어보고 싶은 것, 자세히 알고 싶은 것이 많다. 부모에게는 평범하게 보이는 것도 아이에게는 새롭고 놀라운 세상이다. 따라서 37-48개월에는 같은 그림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괴테는 48개월 이전에 엄마를 통해 많은 전래동화와 동시를 들었다. 괴테의 엄마는 더 이상 읽어줄 책이 없어지자, 괴테가 엄마에게 이야기 들려주는 독서놀이를 시작하였다. 그동안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괴테가 엄마에게 들려주었는데 매우 정확하고도 완벽한 스토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37-48개월 아이에게는 잠자리그림책이 중요한 시기인데 이 때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 그림책이 좋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있고, 아빠가 읽어주는 것을 듣기만 하여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동요나 동시가 들어있는 그림책도 잠자리 그림책으로는 좋다. 익숙한 이야기가 있고 의성어와 의태어가 풍부한 그림책은 아이를 쉽게 잠들게 한다.


37-48개월 아이 중에는 문자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있어서 책의 제목이나 큰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문자보다는 그림을 잘 읽어서 등장인물의 표정, 행동, 배경그림의 세세한 변화까지 읽어내는 아이가 있다. 이 때부터 아이의 선호하는 뇌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아빠는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그림책을 읽어줄 필요가 있다.


그림책 고르기


37-38개월 아이에게는 그림책을 통하여 다양한 것을 보여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을 제공하여 그림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여야 한다. 또한 그림책을 고르는 데 아이의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책을 사기 전에 아이의 취향을 미리 알아두어야 실패가 적다.


이제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본격적으로 보여주자. 처음에는 아이의 주변 생활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그림책을 고르고, 자기 몸에 관심이 많으므로 신체에 관한 그림책을 읽어주면 자신을 인식하고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색과 수, 닮은 것과 다른 것 등 개념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는 수학그림책에도 흥미를 가진다.


잘 알고 있는 자연현상을 담은 그림책도 즐겨 볼 수 있다. 나비를 본 적이 있다면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하는 과정을 묘사한 그림책을 좋아할 것이다. 37-48개월 아이는 아주 자연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한 그림책을 좋아한다.

글자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한다. 책 속의 글자가, 입말로 사용하는 단어와 관계있다는 사실을 알기 시작한다. 나아가 특정한 글자가 특정한 소리를 나타낸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언어그림책도 필요하다.


이야기 그림책


37-48개월 아이는 기억력이 좋아진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영역이 발달할 뿐 아니라 기억한 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언어 표현력도 좋아진다. 아이는 이야기가 있는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37-48개월 4-5개 단어 이상이 들어간 문장을 말할 수 있으므로 상황을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순서에 따라 두 가지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기승전결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그림책에 흥미를 느낀다. 줄거리가 확실하고 감동적이거나 유머러스한 그림책을 좋아한다. 37-48개월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책 내용을 이해한다. 따라서 아이의 실제 경험과 연관된 책을 골라주면 언어 및 감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또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성향이 강하므로 주인공의 행동이 올바르고 긍정적인 내용의 그림책이 좋다. 상상력도 발달해서 동물이 말을 하고 요정이나 마법사, 도깨비가 나타나는 상상 이야기도 좋아한다.


<대표그림책>

아기 구름 울보 (글, 그림 김세실, 사계절)

슬픔을 멀리 던져요 (글 김성은, 그림 홍선주, 시공주니어)

마음이 너무 아파 (글 헬렌 레스터, 그림 린 먼싱어, 보물창고)

난 북치는 게 좋아 (글 그림 한유민, 비룡소)

바람부는 날 (글, 그림 정순희, 비룡소)

심심해서 그랬어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우리 순이 어디 가니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바빠요 바빠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우리끼리 가자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비가오는 날에 (글, 그림 이혜리, 보림)

검피아저씨의 드라이브 (글, 그림 존 버닝햄, 시공사)

검피아저씨의 뱃놀이 (글, 그림 존 버닝햄, 시공사)

그건 내 조끼야 (글 나카에 요시오, 그림 우에노 노리코, 한림)

곰사냥을 떠나자 (글 마이클 로젠, 그림 헬린 옥슨버리, 시공사)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 (글 나카가와 리에코, 그림 오무라 유리코, 한림출판사)

고사리 손 요리책 (글 배영희, 그림 정유정, 길벗어린이)

큰 손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글 채인선, 그림 이억배, 재미마주)

천둥케이크 (글, 그림 패트리샤 폴라코, 시공사)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글 샘 맥브래트니, 그림 아니타 제람, 베틀북)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글 베르너 홀츠바르트, 그림 울프 에를부루흐, 사계절)

악어도 깜짝 치과의사도 깜짝 (글, 그림 고미 타로, 비룡소)

코를 킁킁 (글 루스 크라우스, 그림 마크 사이먼트, 비룡소)

티치 (글, 그림 팻 허친즈, 시공주니어)

장갑 (글, 그림 에우케니 M 라초프, 다산기획)

숲속의 작은집 (글,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괴물들이 사는 나라 (글, 그림 모리스 선닥, 시공주니어)

괴물이 똑똑! (글, 그림 우테 크라우제, 크레용하우스)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글, 그림 사토 와키코, 한림출판사

목욕은 즐거워 (글 코코 마쓰오카,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바바빠빠 (글, 그림 아네트 티종, 시공주니어)

빨래하는 날 (글, 그림 프레데릭 스테르, 파랑새)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글, 그림 존 버닝햄, 비룡소)

조각이불 (글, 그림 앤 조나스, 비룡소)

채소가 최고야 (글 이시즈 치히로, 그림 야마무리 코지, 천개의바람)


수학그림책


37-48개월에는 숫자를 읽을 수 있는데, 그 양의 개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숫자를 알려줄 때는 구체물을 통하여 숫자의 의미를 알려주어라. 수학 그림책은 이야기식으로 서술된 것이 있고, 설명식으로 서술된 것이 있다. 이야기 그림책은 수학을 친숙하게 느끼게 만들어준다. 설명식 그림책에는 글자는 많지 않지만 양의 개념과 숫자를 잘 매치하여 기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대표그림책>

한조각 두조각 세조각 (글, 그림 김혜완, 초방책방)

아기세모의 세 번째 생일 (글 그림 필립 세들레츠스키, 파랑새)

신나는 수요일 (글, 그림 안느 베르티에, 뜨인돌어린이)

로지의 산책 (글, 그림 팻 허친스, 더큰)

커다란 순무 (글, 그림 헬린 옥슨버리, 시공주니어)

함께 세어보아요 (글, 그림 안노 미쓰마사, 마루벌)

10까지 셀 줄 아는 아기염소 (글, 그림 알프 프료이셀, 한림출판사)

사냥꾼 하나 (글, 그림 팻허친즈, 시공주니어)

바람이 불었어 (글, 그림 팻허친즈, 시공주니어)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글, 그림 팻허친즈, 보물창고)

즐거운 이사놀이 (글, 그림 안노 미쓰마사, 비룡소)

11마리 고양이 (글, 그림 바바 노보루, 꿈소담이)


자연원리 그림책


아이가 ‘왜?’라는 질문이 많아진다는 것은 호기심이 많다는 것이다. 적절한 자연원리 그림책은 아이의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자연원리 그림책의 내용은 객관성과 정확성이 있어야 하며 연령에 맞아야 한다. 많은 정보보다는 글과 그림이 조화롭고,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어야 한다. 자연원리 그림책은 사과, 포도, 고양이, 토끼처럼 친숙한 동식물이 등장하는 자연원리 그림책을 좋아한다. 또 자연원리그림책은 과학과 상상이 융합된 것이 좋다. 자연의 원리를 알아가면서 아이의 상상력이 더해지면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 37-48개월 아이들은 자연원리 그림책을 보면서 자연을 좋아하고 정서적 안정도 꾀할 수 있다. 37-48개월 아이는 자기 몸에 관심이 커지고,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자기중심적이 된다. 신체에 관한 그림책은 이 무렵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책이기도 하거니와 자신에 대해 알게 해주고 자아 인식 및 자존감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대표그림책>

개구리의 낮잠 (글, 그림 마야니시 타츠야 시공주니어)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 (글 이성실, 그림 이태수, 다섯수레)

그림자는 내 친구 (글 박정선, 그림 이수지, 길벗어린이)

꼭꼭 숨어라 곤충들의 숨바꼭질 (글, 그림 운노 가즈오, 비룡소)

날개를 기다리며 (글, 그림 루이스 엘럿, 베틀북)

네버랜드 과학그림책 시리즈 (글, 그림 나나오 준, 시공주니어)

다람쥐 (글, 그림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보림)

달팽이 (글, 그림 나쓰메 요시카즈, 베틀북)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글 김순한, 그림 김인경, 길벗어린이)

우리 몸의 구멍 (글 허은미, 그림 이혜리, 길벗어린이)

콩콩콩-접시까지 온 콩 이야기 (글 앤디 컬런, 그림 사이먼 리커티, 내인생의책)

누구 그림자일까? (글, 그림 최숙희, 보림)

멋진 사냥군 잠자리 (글, 그림 안은영, 길벗어린이)

나팔꽃 (글, 그림 아라이 마키, 크레용하우스)

갯벌이 좋아요 (글, 그림 유애로, 보림)

, 숨쉬는 항아리 (글, 그림 정졍락, 보림)

, 섬수리 부엉이의 호수 (글, 그림 테지마 케이자부로오, 창비)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글, 그림 데지마 게이자부로, 보림)


언어 그림책


언어지능이 높은 37-48개월 아이들은 문자에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한다. 따라서 파닉스를 익힐 수 있는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또한 순서에 대한 개념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어휘가 풍부하고 이야기 구성이 탄탄한 그림책을 좋아한다. 따라서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재미있는 단어, 새로운 단어를 익힐 수 있는 언어 그림책을 골라주자.


시는 사물을 함축적,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동요 동시 그림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작은 사물을 깊이 있게 보고, 그 본질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37-48개월에는 좋은 시에 음악을 붙인 그림책을 보여주어라.


<대표그림책>

개구쟁이 ㄱㄴㄷ (글, 그림 이억배, 사계절)

기차 ㄱㄴㄷ (글, 그림 박은영, 사계절)

동물친구 ㄱㄴㄷ (글, 그림 김경미, 웅진주니어)

생각하는 ㄱㄴㄷ (글, 그림 흐미엘레프스키, 논장)

손으로 몸으로 ㄱㄴㄷ(글, 그림 전금하, 문학동네)

움직이는 ㄱㄴㄷ(글, 그림 이수지, 길벗어린이)

준영 ㄱㄴㄷ(글, 그림 박은영, 사계절)

자연에서 소리로 배우는 훈민정음 ㄱㄴㄷ(글 노정임, 그림 안경자, 책과함께어린이)

냠냠 한글 가나다 (글 정낙묵, 그림 이제호, 고인돌)

소리치자 가나다 (글 박정선, 그림 백은희, 비룡소)

하마 가나다 (글 최승호, 그림 김영수, 비룡소)

고양이 (글 현덕, 그림 이형진, 길벗어린이)

강아지똥 (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조그만 발명가 (글 현덕, 그림 조미애, 사계절)

꼬마 미술관 (구성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 알랭르쏘, 물구나무)

노래 나라 동동 (구성 조은수, 그림 이혜리, 비룡소)

나팔 불어요 (글 윤석중, 그림 최미숙 그림, 길벗어린이)

노래노래 부르며 (글 이원수, 그림 장홍을, 길벗어린이)

아이와 무지개 (시 신자와 도시히코, 그림 아베 히로시, 문학동네)

낮에 나온 반달 (글 윤석중, 그림 김용철, 창비)

넉점반, 글 윤석중, 그림 이영경, 창비)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글 밝남희 글, 그림 방정화, 보림)

께롱께롱 놀이 노래 (글 편해문, 그림 윤정주, 보리)


그림책 읽기


아빠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 아이는 줄거리를 잘 이해하고 어휘력도 발달하기 때문에 나름의 이야기를 꾸미기도 한다. 아빠는 어느 정도 책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읽으면서 질문도 하게 되고 다 읽은 뒤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였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질문과 확인이 많아지면 그림책 읽기의 재미는 반감되기 쉽다. 특히 글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글을 떼려고 시도하는 경우도 많은데 글자에 너무 집중하면 그림에 대한 관심이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게 되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첫째, 단계적으로 그림책을 읽어주자. 처음에는 대강의 줄거리에 살을 붙여 아이가 이해할 만큼 설명해주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다음 글을 보며 정확하게 읽어주자.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면 글자를 짚어가며 천천히, 정확하게 읽어주자.


둘째, 질문보다는 느낌을 말하게 하라. 그림책을 읽으면서 잘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질문을 자주하면 그림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기 쉽다. 나중에는 그림책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질문할 내용만 보며 외우게 된다. 차라리 그림책을 읽은 뒤 느낌을 물어보자.


셋째,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디가 재미있었는지 물어보자. 질문을 할 때는 내용 안에 구체적인 대목을 짚어서 질문하는 것이 더 좋다. “철수의 마음이 아팠겠구나.”하고 내용을 짚은 다음 “그럼 어떻게 하지?”라고 질문하여야 한다.


넷째, 말놀이를 하자. 37-48개월 아이는 말놀이를 즐기는 때이다. 말놀이를 통하여 글자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자.


다섯째, 느낌을 표현하게 하자. 37-48개월 아이는 어휘력이 발달하여 느낌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려면 우선 아빠가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 주어야 한다.


여섯째, 아이가 이야기를 하게 하자. 37-48개 월 아이는 그림책을 보면서 다음에 무엇이 나올 것인지 예측하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아빠가 그림책의 내용을 바꾸어 이야기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가 이야기를 완전히 파악하면 아이가 아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할 것이다.


어린이 여러분, 재밌는 새 프로그램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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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볼까요>

EBS 저녁 7~8시 시간대 확보
미술·역할놀이·코미디극 선봬
KBS2도 7년만에 드라마 방영

<뽀뽀뽀> 폐지가 상징하는 것처럼 지상파에서 홀대받던 어린이·유아 프로그램이 가을 개편 때 다소 풍성해진다.

<교육방송>(EBS)은 20일 가을 프로그램 개편 설명회에서 어린이·유아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성인 프로그램이 방송되던 오후 7~8시를 26일부터 어린이·유아 프로그램 시간대로 만들고 새 프로그램들을 내보낸다는 게 개편의 뼈대다.

새로 방송되는 유아 대상 인성 교육 콘텐츠로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보는 미술 교육 프로그램 <만들어볼까요>(왼쪽 사진), 역할 놀이를 통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기르는 <같이 놀자>, 뉴 스포츠와 다양한 게임을 이용하는 건강 프로그램 <신체가 튼튼>이 있다. 장난꾸러기 2인조 펭귄의 코미디극 <펭귄 톡!>과 다양한 감각 놀이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배우는 <곰디와 친구들>도 있다. 10~15분짜리 프로그램들로 주 1~2회 방송된다. 10~15분 길이의 국산 애니메이션 <두다다쿵> <풍선 코끼리 발루뽀> <타요의 씽씽 극장> <미술탐험대> <빠삐에 친구> <미앤마이로봇>도 새로 방송된다. 교육방송은 신설 프로그램 일부와 기존의 다른 시간대 프로그램을 오후 7~8시에 편성한다. 10월부터는 이 시간대에 새로운 애니메이션도 배치할 계획이다. 교육방송은 그동안 주로 오전에 어린이·유아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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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

교육방송은 16부작 어린이 드라마 <플루토 비밀결사대>도 제작해 내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이름의 장편 동화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낙인찍힌 어린이들이 각자가 지닌 특별한 재능을 모아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은 ‘어린이판 셜록 홈즈’라고 할 수 있다.

교육방송은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면서 영유아 재택 인구 비율은 더 줄고, 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졌다”며, 생활 시간대 변화에 따라 저녁 시간대 어린이·유아 프로그램 확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업적인 이유로 다른 방송사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는 유아·어린이 시청자에 주목해 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방송>(KBS) 2텔레비전은 어린이 드라마를 7년 만에 내놓는다. 29일부터 목·금요일 오후 5시에 <케이비에스 키즈>에서도 함께 방송하는 <코파반장의 동화수사대>(오른쪽)다. 한국방송이 어린이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은 2006년 <화랑전사 마루> 이후 처음이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코딱지를 총처럼 쏘는 코파반장과 동료 형사 띠용·점풍으로 구성된 동화수사대가 동화의 이야기가 뒤틀리게 된 원인을 추적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아기돼지 삼형제> <토끼와 거북이> <백설공주> <피노키오> <양치기 소년> 등 고전 동화가 배경인데, 외모 중시와 학교 폭력 등 현재적 문제를 녹여 담아 교훈을 이끌어낸다는 제작 의도를 갖고 있다. 개그맨 문종호, 뮤지컬 배우 윤초원·유환용 등이 출연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사진 교육방송·한국방송 제공

수도권에 숨겨진 맑은 계곡에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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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평 경반계곡의 수락폭포. 경반계곡은 울창한 숲과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청정 골짜기다.

[esc] 커버스토리 가평일대 청정계곡

찌는 듯한 더위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끼어들면서 일 때문에 또는 북새통을 피해 미뤄뒀던 휴가를 쓸 만한 때가 왔다.
서울에서 차로 한두시간 거리, 붐비지 않으면서 물 깨끗하고 숲 우거진 가평 칼봉산 경반계곡은 당일 피서지로도 강추다.

무더위는 이어지고 피서철은 마무리돼 간다. 일에 쫓기고 치여 차일피일 휴가 미뤄오신 분들, 이제 늦휴가 한번 다녀오실 만하다. 인산인해 북새통이던 피서지 인파는 줄고, 교통체증도 좀 나아졌으니 그럭저럭 견디며 오고갈 만한 때다. 늦휴가를 계획중인 수도권 주민들이 찾는 곳은 아마도 이런 곳이 아닐까. 서울에서 한두시간 거리에 있고, 산 높고 골 깊으며 숲은 울창하고 물 또한 깨끗한데, 덜 알려져서 붐비지 않는 곳. 지난주 둘러본 산 높고 물길 많은 고장 경기도 가평의 여러 골짜기 중에서 칼봉 자락의 경반계곡이 딱 그런 곳(에 가까운 곳)이었다. 붐비지 않고, 깨끗한 물길 따라 숲은 우거져 쉴 만한 그늘이 많은 곳, 거울 경(鏡), 소반 반(盤) 자를 쓰는 골짜기다. 수도권 주민이라면 당일 피서지로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성싶다. 연인산(1068m) 남쪽 매봉(929m)·깃대봉(909m)·칼봉(900m) 기슭으로 파고든 바위 계곡이다.

칼봉산자연휴양림부터 
수락폭포까지 물길 따라 걸으며 
물소리와 숲내음을 맘껏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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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물 좋은 데를 두고 그 멀고 높은 산골짜기로들 왜 가는지.” 경반계곡에 남은 한곳뿐인 농가에서 3대째 살고 있다는 배인택(52)씨의 자부심 넘치는 경반계곡 자랑이다. 물론 웅장한 경치가 아닌, 깨끗한 물과 숲을 두고 하는 얘기다. 경반계곡은 가평 연인산도립공원 칼봉과 매봉 사이 회목고개 부근에서 발원해 내려오다 이웃한 용추계곡 물길과 만나 가평천으로 흘러드는 5㎞ 길이의 골짜기다. 피서철이면 골짜기가 온통 인파로 뒤덮이는 이웃 용추계곡에 비하면, 한적하다고 할 정도다. 웅장한 맛은 없으나 빽빽이 우거진 숲터널 사이로, 옥빛 소와 자그마한 폭포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위골짜기다.

가평읍에서 계곡으로 들어가다 보면 초입엔 물길 따라 펜션·민박집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칼봉산자연휴양림 부근부터는 깨끗한 물줄기와 숲길만이 탐방객을 맞아준다. 칼봉산휴양림이 바로 경반계곡 탐방의 출발점이다. 회목고개 밑 바위절벽에 걸린 수락폭포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걸으며 맑은 공기와 물소리, 숲의 내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길은 임도처럼 널찍한 흙길·돌밭길이지만, 차량이 다니기엔 알맞지 않다. 4륜구동 차량도 버거운 돌밭길이다. 수시로 물길을 건너야 하므로, 비가 온 뒤엔 길이 끊기기도 한다.

소규모 사설 야영장으로 쓰이는 옛 가평초등학교 경반분교 지나 잠시 오르면 이 골짜기의 유일한 농가인, 굴참나무 껍질로 벽을 장식한 배인택씨 집이 나온다. 경반계곡엔 화전민 이주정책이 시행된 70년대 초까지 80가구가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배씨는 그때 나가지 않고 남은 유일한 원주민이다. “사람 안 살고, 찾는 이도 적으니 여태까지 깨끗한 골짜기가 유지돼 왔다”는 게 배씨 설명이다. 집터와 경작지 터엔 모두 잣나무와 낙엽송을 심었다고 한다. 칼봉산휴양림도 이때 심은 잣나무숲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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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락폭포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물안마를 받는 탐방객들.

배씨 집 앞에는 아주 오래됐다는 계수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다. “칠백만원에 팔라는 걸 거절해” 살아남은 나무다.

휴양림에서 수락폭포까지 1시간 거리지만, 열심히 걷기만 한다면 놓치는 게 많다. 길섶의 달맞이꽃도 물봉선화도, 산길 아래 어둑한 숲 사이에서 진하게 흘러나오는 영양분 많은 물 소리도, 배골·우묵골·점골·울음바위 등 옛 지명과 사람살이 흔적도 모두 지나치게 된다.

물길을 왼쪽 발아래 두고, 연인산산림관리초소 지나 한굽이 돌아 넘으면, 아담한 폭포 옆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암자 경반사에 이른다. 경반사는 허름한 민가 건물에 불상을 모신, 20년 전 지어진 개인 암자다. 법당에 딸린 방의 문을 들여다보며 인기척을 내니, 막 라면을 냄비에 넣고 있던 남자가 내다본다. 경반계곡 경반사 관리인 경반 법사(64)였다. 라면이 끓는 동안 그가 말했다. “에, 여기는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개방돼 있는, 말하자면 열린 법당입니다. 백팔배를 하든, 묵상을 하든, 물을 떠가든, 밥을 해 먹든, 잠을 자고 가든 원상대로만 해 놓고 가면 돼요.”

허름해도 구색은 대충 갖춘 암자다. ‘대웅전’ 현판을 내건 슬레이트지붕의 법당과 요사채, 나무판자로 엮은 허름한 해우소, 소나무 기둥을 일주문처럼 세우고 작은 종을 매단 ‘종각’까지 있다. ‘대웅전’ 앞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 칼봉산으로 이어지고, 돌계단 밑에서 해우소 옆 물길 따라 오르면 회목고개와 수락폭포로 가는 임도다.

회목고개로 오르는 임도(시멘트길)에서 ‘수락폭포’ 안내판 옆 물길로 내려서서 물길 따라 바위들을 디뎌 잠시 오르면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자욱한 물안개를 거느린, 자못 구경할 만한 규모의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 30m쯤 되는 바위절벽을 물살이 비스듬히 퍼지며 타고 흘러내리는 형국인데, 비가 온 뒤엔 엄청난 폭포수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주민들이 ‘물떨어지기’라 부르던 데서 유래한 수락폭포의 본디 이름은 경반폭포다. 계곡 이름과 마을 이름도 이 폭포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폭포 아래쪽에는 바위를 타고 작은 폭포들이 이어지며 아담한 물웅덩이들을 만들어낸다. 찬물에 발 담근 채 폭포를 감상하던 40대 남성(서울)은 “수도권에 이런 데가 있는지 몰랐다”며 “원시림처럼 숲이 우거진 깨끗한 계곡인데다, 폭포 규모도 생각보다 커서 볼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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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반계곡 유일한 농가인 배인택씨 집 쉼터. “아주 오래됐다”는 계수나무 그늘 밑이다.
칼봉산·매봉이나 연인산 쪽으로 향하는 등산객을 제외한 대부분의 탐방객들은 수락폭포 앞에서 탁족을 즐긴 뒤 발길을 돌려 내려간다. 하지만 주민 배씨는 “남자라면 폭포 위쪽의 선녀탕에 발을 담가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력 없는 남자가 선녀탕에 발을 담그면 힘이 솟는다는 얘기가 있다”는 것이다. 선녀탕은 은은한 옥빛 물이 고인, 선녀가 몸을 담글 만한 아담한 소다. 발 담그고 손 담그자 과연,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찬 기운이 온몸에 전해져왔다. 땀을 식힌 뒤 일어서니, 도끼를 집어든 나무꾼처럼 몸에 힘이 불끈 솟는 듯하기도 했다. 선녀탕으로 가려면 산악자전거 코스이기도 한 임도를 따라 10분쯤 걸어올라야 한다. ‘강우량 자동측정 경보탑’ 지나면 왼쪽 ‘MTB코스’ 안내판 옆으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선녀탕 아래쪽 물길은 바로 수락폭포의 상단이므로 다가가지 않는 게 좋다.

회목고개 위의 성황당을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회목고개는 칼봉과 매봉 등산로 갈림길로, 정상에 옛날 회목동 주민들이 신성시해온 물푸레나무 성황목이 있다. “수백년 된 거대한 물푸레나무와 고로쇠나무가 붙어 있어요.”(배인택씨) 해마다 추석 무렵 주민들이 추렴해, 햇곡식·햇과일·돼지머리로 제를 올렸다고 한다. 

칼봉산휴양림에서 수락폭포까지 3.5㎞, 도보 1시간. 산림휴양관 건너편 임도를 따라 산림초소 앞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는 있으나 초소 부근에 주차공간이 적다. 휴양림 부근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걸어오르는 게 최상이다.


가평/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관련기사 더보기]

가평천 물길·산길 따라 폭포수 지천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2일자)



울산시, 어린이 대상 흡연예방 아동극 무료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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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담배연기’ 울산 토마토소극장서 무료공연

울산시가 취학 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흡연예방 아동극을 무료 공연하기로 하고 22일부터 관람신청을 받는다.
<콜록 콜록 담배연기>라는 제목의 이 연극은 숲속 동물나라에서 우연히 담배를 주워 피우게 된 너구리가 담배괴물에 중독되고 닭, 젖소 등 다른 동물 친구들도 간접흡연 피해로 병들어 가는데, 금연을 결심한 너구리가 담배를 끊어 담배괴물을 물리치고 다시 숲속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줄거리다.
울산시는 “인지발달이 성숙하지 않은 아동시기부터 흡연의 직·간접 폐해와 평생 금연습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연극을 본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흡연 부모의 금연을 자연스레 유도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를 끌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9월3일부터 10월12일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을 빼고 62차례 지역 토마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관람 대상은 관내 어린이집 913곳과 유치원 183곳의 원아 및 가족이며, 22일부터 1만명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 신청 예약은 공연 극장인 토마토소극장에 전화(052-248-1425)로 단체 및 개별 신청하면 된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2일자)

모국어 안착과 내적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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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2_2.jpg» 한겨레 자료 사진.

“양육과 교육관에 대하여 그 동안 남편과 호흡을 잘 맞추고 있었는데, 요즘 시어머니 때문에 집안 마찰이 생기고 있어 우울합니다. 네 살(만2,5세)짜리 손자를 위해 영어교육용 DVD를 선물하시기 시작했어요. 저희가 인지교육을 안 시키는 것은 묵인하시지만, 영어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시면서 드디어 행동을 보이신 것입니다. 그 여파로 남편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어요.” 

아동의 성장 발달을 외면한 조기 교육이나 선행 학습은 순 작용 보다 역 작용의 후유증을 남긴다는 사실은 요즘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녀를 위해 소위 글로벌 시대의 미래 역량을 준비시키려면 외국어의 대명사인 영어만큼은 “교육” 차원이 아니라, 외국어 “습득”의 차원에서 어쨌든 빠를수록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또는 아이가 영어를 일찍 시작한 경우, 확실히 더 잘 하더라는 평가를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자녀에게 “영어 환경”에 가능한 일찍, 그리고 “이상적”으로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영어 유치원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용 영어 학습 자료들이 상업적으로 수없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의 교육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단기 또는 장기 유학을 떠나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녀의 유창한 외국어 능력을 위해 가족의 생이별을 감수하며 영미권으로 조기 유학을 떠나보낸 한국형 “기러기 아빠”들은 매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매년 평균 2만 가구 이상이며, 여전히 증가추세!)  

이런 시도들을 통해 아이는 과연 무엇을 얻게 될까요? 영유아의 발달 시기에 무엇보다 모국어의 안착이 중요한 이유를 심도 있게 파악하면, 위와 같은 일반적 통념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부모는 무조건 외국어(영어) “조기”교육을 시도하기보다 소신껏 교육의 "적기"를 포착하는데 노력할 것입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의 언어인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여 언어구조가 뇌 속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하는 시기에 (적어도 만5세까지!) 낯선 말, ‘외-국-어’에게 잠깐씩이라도 자리를 내주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독일의 소아-청소년과의 의사이며 동시에 교육학자인 M. 글뢰클러 여사는 언어습득의 자연스런 환경이 주어져도 아이가 이중 언어로 성장하는 것 보다 “하나의 모국어”로 자라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추천합니다. (Wolfgang Goebel / Michaela Gloeckler: Kindersprechstunde. Ein medizinisch-paedagogischer Ratgeber, Stuttgart 2013) 예시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국제 결혼한 가정의 아이들은 흔히 이중 언어(예: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커나갑니다. 이중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추가로 어떤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다른 사람 보다 비교적 쉽게 배운다는 언어학적 통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스스로 밝히는 내적 어려움들은 교육학적으로 간과할 부분이 아닙니다. 즉, 이들이 자기 자녀의 이상적인 언어 환경에 대한 질문에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은 우리에게 시사적입니다: 

“내 아이는 하나의 모국어를 습득하며 자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언어가 확실해 진 다음,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맞습니다! 이중 언어를 가지게 되면 두 가지 언어 중 그 어떤 것에도 온전한 친근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로 꿈꾸고, 독일어로 생각하고, 상황에 맞추어 말합니다.”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글뢰클러 여의사는 부모들에게 교육적으로 이런 조언을 합니다. 생각하기는 본질적으로 언어와 직결되므로, 아이가 우선 하나의 언어 환경에서 자라도록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각 언어에는 문장의 구성과 문법에서 특별한 “언어논리”가 들어있기 때문에, 이것이 무엇 보다 그 사람의 사고하기와 내적 안정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논리적인 토대와 일치를 이루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자라나는데 일종의 “버팀목”이 되며, 나아가 그 사람의 인성을 만드는데 이바지한다고 설명합니다. 결국 자녀의 건강한 자기 정체성과 내적 안정감 및 자의식의 형성을 위해 현명한 부모라면, 자녀의 조기 영어에 신경을 쓰기보다, 모국어 발달에 유익한 일상의 언어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해야합니다.   

Q. 남편이 일본 사람입니다. 물론 아빠는 아이와 철저하게 일본어로 말합니다. 딸아이가 곧 네 돌을 맞이하는데,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이 너무 늦어서 걱정입니다. 아이는 한국말도 어눌하고, 일본어도 별로입니다. 어느 때는 섞어서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못 알아들어요. 언제까지 기다려 주어야하는지, 아니면 언어치료라도 시작해야하는지 판단이 안섭니다.  

A. 이중 언어로 성장하는 전형적인 언어 환경이군요. 이런 아이들은 대개 언어 습득이 늦습니다. 당연히 두 언어의 단어를 섞어서하기도 하다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대개 만5세 정도) 아주 빠른 속도로 진척을 보입니다. 두 언어를 확실하게 구분하여 구사하게 됩니다. 아이의 머리에서 두 언어 체계를 구분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개인차가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유치원 ‘장애아 특수학급’ 100개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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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5년간 담당교사도 확충

2017년까지 만 3~6살의 장애아동들을 위한 유치원 내 특수학급이 현재 344개에서 444개로 100개 늘어난다.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특수교사 정원도 매년 확대된다.

교육부는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전체 장애학생들의 24.8%가 과밀 운영되는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고 있고, 특수학교 학생의 13.5%가 1시간 이상 통학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향후 5년간 특수학교를 20곳, 특수학급을 2500개 늘리기로 했다.

특히 지난해 장애아동 의무교육 대상자 범위가 만 5살에서 3살 이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이들을 위한 특수학급을 5년 간 100개 확대할 방침이다.

특수교사의 정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하면서 특수교사의 법정 정원을 ‘장애학생의 4분의 1 수준’으로 정했지만, 현재 장애학생 수를 고려할 때 특수교사 수는 이 법정 정원의 59.8%(올 연말까지 임용 예정자 포함)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를 늘리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에 위탁교육 기회를 확대해 장애학생의 취업률을 기존 35%에서 40%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재 장애학생은 4월1일 기준 8만6633명으로, 일반학교에 6만1111명(70.5%), 특수학교에 2만5138명(29.0%)이 다니고 있다. 특수학교는 162개, 특수학급은 1만3658개가 개설돼 있다.

음성원 기자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2일자)


이동형 오븐 ‘유아 화상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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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모닝컴·테팔·동양매직 등
5개 제품 국제기준 온도 초과

이동형 전기오븐 인기 제품 7개 가운데 5개는 표면의 온도가 국제적인 기준 보다 높게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가 화상을 입을 위험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의 이동형 전기오븐 가운데 찾는 이가 많은 15~25ℓ급 7개 제품에 대해 겉표면 온도 상승 시험을 실시한 결과, 5개 제품의 온도가 국제적 기준치(재질에 따라 67℃~82℃) 보다 높았다고 20일 밝혔다. 이동형 전기오븐이란 작동 중에 움직일 수 있거나 무게가 18㎏ 미만인 고정돼 있지 않은 오븐으로 설치가 간편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온도 초과 오븐은 대웅모닝컴, 테팔, 딜리, 동양매직, 동부대우전자 등의 제품이다. 이 가운데 대웅모닝컴, 동양매직, 딜리, 테팔 등 4개 업체 제품은 앞면 유리문의 온도가 기준치(78℃)보다 약 2배 높은 150~171℃까지 올라가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기준이 없어 국제적 안전인증 기관인 미국 보험협회시험소가 제시한 온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전기오븐 온도 상승 관련 위해 사례 21건을 보면, ‘오븐 겉표면 뜨거움으로 인한 화상 또는 화상 우려’가 57.1%(12건)로 가장 많았다. 특히, 오븐 겉표면이 뜨거워 실제 화상을 입은 사례 6건 가운데 4건이 2살 이하 유아가 당한 사고였다. 7개 제조사는 모두 화상 위험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안을 넣거나 주의 문구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1일자)


예순여섯살과 일곱살의 공통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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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표 셋 주세요
홍종의 글, 국설희 그림
파란자전거·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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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이는 이제 더는 공짜로 전철을 탈 수가 없다. 내일모레면 일곱 살 생일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앞으론 당당한 어린이, 표를 구입해야 한다. 예순여섯 살 생일을 맞은 태림이의 할아버지는 이제부터 전철을 공짜로 타게 됐다. 할아버지와 생일이 같은 친구인 심통이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공짜 표와 첫 공짜 표를 맞이하게 된 이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제가 얻어올게요.” 처음 받는 공짜 표가 어색해 판매소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할아버지들을 향해 태림이가 명랑하게 소리쳤다. “공짜 표 셋 주세요!” 공짜 표를 받아든 할아버지들은 괜히 헛기침을 한다. “할아버지, 우리 어디까지 가요?” “어디까지 가 볼까?” 전철의 종착지인 오이도까지 가기로 한다. 전철이 덜컹, 출발한다.

유모차에 앉은 아기부터 코딱지 파는 오빠, 꾸벅꾸벅 조는 아저씨 등 다양한 나이의 사람들이 지하철 안을 꽉 채우고 있다. 비어 있는 경로석 앞에서 “나는 아직 여기 앉을 때가 아니”라는 할아버지들의 모습과 할아버지 품에 안겨 잠드는 일곱 살 손주의 모습은 커가는 것, 늙어가는 것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열차를 인생 트랙처럼 묘사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여행의 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중요한 사실은 할아버지들이 돌아오는 길에는 누구보다 명랑한 목소리로 “공짜표 셋 주시우!”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파란자전거 제공

[8월 26일 새 그림책] 구름하고 놀아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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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하고 놀아요
그림 작가 15명이 구름 사진을 찍고 느낌대로 사진에 그림을 그려넣었다. 하얀 구름은 아기 비둘기가 됐다가 마법사가 되기도 한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 있는 다양한 사진을 보며 무한히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이다. 4살부터.

20130826_2.jpg 디에고 비양키 외 지음, 김정하 옮김/밝은미래·1만4000원.

삼촌이 왔
여름방학인데 엄마, 아빠가 회사에 가니 아이는 심심하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염 잔뜩 난 삼촌이 왔다. 못생기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삼촌이 아이는 싫기만 했다. 그런데 놀다 보니 어느새 아이는 삼촌이 그립다. 아이의 마음을 따라간 동화책이다. 4살부터. 

20130826_3.jpg 김재희 글·그림/사계절·1만1500원. 

지렁이 일기 예보
날씨를 주제로 한 동시 40편을 묶었다. 천둥은 ‘하늘에 사는 아이들’이 체육 시간에 ‘운동장으로 뛰쳐나가는 소리’, 물안개는 ‘누가 저수지를 통째로 끓이’는 것이라 상상하고 ‘토라진 네 마음과 내 마음 사이에 무지개 뜨’길 바란다. 5살부터

20130826_4.jpg 유강희 시, 이고은 그림/비룡소·9000원. 


쉽지는 않구나, 시아버님과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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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1년 동안 한번도 시아버님을 내가 모시고 산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시어른을 모시고 산다면 그 대상은 어머님이지 결코 아버님은 아닐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연세도 월씬 많고 건강도 더 안좋은 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했었고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어머님은 아마도 강릉에서 혼자 지내실거라고 여겼다.

그러다가 어머님 건강이 정말 안 좋아지면 그때가서 어머님을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를

형제간에 의논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늘 그렇듯이 예측은 빗나가기 마련이다.

 

아버님보다 다섯 살이나 적으신 어머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가족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어머님의 장례를 마치고 내가 아버님을 모시고 올라온 것이 지난 8월 18일..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고, 그 일이 가져온 커다란 변화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정리할 틈도 없이 아버님을 모시게 된 내 일상은 적지않은

변화가 찾아왔다.

 

흔히 여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살림을 같이 하는 사이로서 통하는 것이 있다.

시어머님과 며느리 사이도 살림을 공유하며 친해지고 혹은 서로를 알게 된다.

시아버님은 다르다. 결혼 11년간 아버님과 따로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본 일이 없다.

명절때 많은 가족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만 대하면서 아버님은 그저 우리 집안의

제일 어른으로서만 여기면서 살았지 아버님의 개인적인 역사나 이야기 조차

제대로 들어본 일이 없었다.

아이들이 곁에 있어도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아이들을 귀여워 하신다는 표현이

늘 아이들을 짓궂게 괴롭혀서 울게 하시는 아버님이셨다.

그런 아버님을 갑자기 모시게 되었을 때 나는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조차 모르고 있었다.

 

집안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일상의 모든 리듬이 새롭게 재편된다.

대안학교 다니는 첫 아이의 등교 시간이 늦어 늘 오전 여덟시 정도에 일어나던

내 게으른 생활은 아버님이 오시면서 끝이 났다.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담배를

피우시는 아버님의 기척을 들으면 잠이 싹 달아났다.

아이들과는 자주 빵으로 아침을 먹었지만 아이들 토스트를 구워주면서

동시에 아버님 아침상을 차리게 되었다.

 

큰 아이가 학교에 가면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해결하곤 했는데

이젠 끼니때마다 새로운 반찬을 하나라도 하려고 애쓰게 되었다.

이가 안 좋으신 아버님을 위해 부드러운 국이나 반찬을 고민하게 된 것도 변화다.

매일 아버님 쓰시는 방을 치우고 이부자리를 펴 드리고 재털이를 비우는 일도

그렇고 장 보러 근처 가게에 가거나 아이들과 도서관을 찾더라도 느긋하게 있을 수 가

없다. 집에서 혼자 계실 아버님이 신경 쓰여 아이들을 재촉하게 된다.

 

유선방송이 안 나오는 우리집 텔레비젼은 볼 것이 없어 재미난 사연과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를 하루종일 볼륨을 크게 해서 틀어 놓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채널은 잊은지 오래다.

가끔 한 두시간씩 아버님의 옛날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흥미로울 때도 있지만 이가 많이 빠지셔서 발음이 분명치 않다보니 알아듣는 것이 절반도 안 되는데도 아버님은 끝없이 이야기 하신다.

 

어떤날은 아버님과 같이 사는 일이 그럭저럭 할만한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가도

밤이 되면 한꺼번에 밀려오는 고단함에 마음까지 가라앉아 이제 겨우 일주일이 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에 낙심하기도 한다.

다시 날이 밝으면 전보다 훨씬 부지런하게 전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지만

맘 놓고 외출을 하기도, 맘 놓고 친구 만나 밥 한끼 먹는 일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히기도 한다.

 

보통사람보다 유난히 더 담배 냄새를 싫어하던 내가 온 집에서 담배 냄새 풍기는 것이

한층 더 속상하기도 하고 창문을 열고 사는 여름에도 힘든데 겨울엔 또 어떻하나..하며

앞질러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가장 맘에 쓰이는 것은 아버님이 우리집에서 행복하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 그만 갈란다'하시는 아버님이다.

'사람들을 못 만나니 애가 말라. 유치장에 있는 것 같애'하시는 아버님을 보고 있기가

참 괴롭다.

 

나만 힘든게 아니구나..

그렇겠지. 평생 살아오신 곳을 별안간 떠나게 된 것은 내가 아니라 아버님이다.

친구도, 익숙한 거리도, 당신의 손때 묻은 자전거도 없는 우리집.. 시내와 떨어져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편하실 리 없다. 맘대로 다니고,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닳고 닳은

얘기 나누고, 돌아오면 하루 종일 TV를 틀어 놓고 화투장도 만지다가 담배도 피우다가

손닿는 곳에 있는 휴지 뽑아 가래도 뱉고, 당신 맘대로 하실 수 있는 당신 집이 더

좋으신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며느리가 세 끼 더운밥을 차려 드리고, 손녀들이 곁에 와서 재롱을 부린다해도

당신의 뿌리는 강릉집이지 결코 자식의 집일 될 수 가 없는 것이다.

 

종일 무기력하게 계시면서 담배만 피우시고, 그러다가 누워 주무시고, 마당에 나가

서성거리시고, 다시 의자에 앉아 꾸벅 꾸벅 조시곤 하는 아버님을 보고 있으면

자식이 모신다고 다 효도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 마음이 조여온다.

 

우리집에 내내 계신 것도  방법이 아닌듯하여 주말엔 남편이 일주일 휴가를 내어

강릉에 모셔갔다. 금요일 밤에 함께 내려가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요일에

고속버스로 올라왔지만 남편은 아버님과 둘이 한 주 내내 강릉에서 지내다가

이번주말에 다시 모시고 올라올 예정이다.

너무 힘들기 전에 한 번씩 강릉을 오가며 지내시는게 아버님을 위해 좋은일인데

그렇게 자주 우리가 모시고 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이번 추석은 사이에 끼인 날을 쉬게 되면 아흐레 정도 길게 이어진다.

어머님 없이 우리끼리 지내야 하는 첫 명절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가족이 모여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긴 만큼 아버님을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나보다 훨씬 더 힘든 사람이 아버님이라는 것은 안다.

힘들고 고단하다고 불평해도 이 시간 역시 그리 길게 남아있지 않는 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아버님이 행복하시기위해서는 나 역시 행복해야 한다.

한 사람의 희생과 헌신에만 기댄다면 그 역시 오래 갈 수 없이 위태로운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으리라.

 

가끔 큰 아들네와 막내 아들 네도 며칠씩 다녀오시고 강릉 집에서 혼자 며칠이라도

지내실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혼자지내시는 노인들을 위한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 방안들도 찾아보기로 했다. 보건소나 여러 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서비스들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가장 많이 모셔야 하는 사실은 변함없다.

날이 추워지면 나와 지내셔야 하는 날들이 더 길어질 것이다.

나도 어서 익숙해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아버님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실 수 있도록 하셨으면 좋겠다. 당신의 뜻이 아니라해도

이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힘들지만 조금씩 노력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드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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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훨씬 빨리, 나보다 더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일상을 금방

받아들이고 할아버지를 챙기게 된 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버님이 우리 가족에게

주시는 것도 적지않음을 알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선물들을

놓치지 않는 지혜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내 몸을 더 잘 제대로 보살펴주어야 하는데 8월 13일 이후로

단 하루도 맘 놓고 쉬어 본 적이 없다. 남편과 아버님이 안 계신 이번주..

내게도 휴식이 되도록 애써봐야지..

 

힘내자...

힘내자.. 

 

 

 

생태수업을 통해 변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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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빠의 수술이후 햇님군과 함께 생태 체험을 하러 많이 다녔어요.

자연이 주는 치유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탁 트인 곳에서 느끼는 바람. 높은 하늘. 푸른 강과 나무.

 

책이며 문제집을 통해서 주입되는 지식이 아닌, 날스러운 순간의 경험이

아이를 더욱 큰 사람으로 키워줄 것 같았습니다.

 

뜻이 있으면 통하는 것인지

몇년간 모르고 지나쳤던, 집근처에 있던 생태체험관을 알게 되었어요.

 

작년부터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을 통해 이런저런 체험은 많이 하고 다녔는데,

집근처의 생태체험관은 선생님의 수업 열정이 남달랐습니다.

무언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구석이 있었어요.

항상 좀더 많이 알려주려 하시고,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오시고, 자연에 대해 생각하시는 마음 또한 남달랐어요.

아. 이 선생님 정말 좋다.

이 분에게 배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비에 대한 고민도 깊었던 찰나, 아이가 다니던 사설 과학학원을 그만두고, 생태수업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생태체험관으로 발을 떼기 시작했을 땐 사실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과학학원의 대안 정도로 생각하고, 아이 옆에서 지키미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죠.

그런데 갖가지 생태수업을 20개 이상 들으면서 제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어릴적 시골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에 감탄하고 감동하지 못했던 저.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졌던 자연환경을 다시 보게 되었고, 좀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로 인해 시작된 우연한 발걸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제 시선을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준 것 같아요.

 

햇님군은 생태수업에서 배운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좀더 많은 것들을 자신의 눈으로 보게 되었지요.

 

 

 

작년 이맘때.. 햇님군 일곱살.

초등학교 입학하면 어떻할까.. 공부는 어찌 준비해야하나. 사교육이 엄청나다는데 어찌하나.

그런 고민과 불안감으로 힘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나놓고보니 그 시간이 참 아쉬워요.

불안해하지말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지금 일곱살 아이를 두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

문제집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인공적으로 키워내는 아이에게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인정하고 자연의 섭리에 기대어보세요.

마음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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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퍼주기는 되레 독, 안되는 건 안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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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21_로이 바우마이스터5.jpg»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의지력과 자기 절제력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유년기에 자기 절제력이 높았던 아이들이 자존감도 높고 나중에 더 성공하고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들은 자기 절제력 키우기를 양육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의지력 연구의 대가이자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60)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500편이상의 논문과 30편 이상의 저서를 발표한 그는 자아 고갈, 의지력, 자기 조절 등에 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의지력(willpower)의 중요성을 밝혀냈고, 세계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심리학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22~24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 5회 아시아건강심리학회 총회의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한국심리학회가 주관하고 한국건강심리학회가 주최한 이 대회에는 15개국 17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건강과 행복’을 주제로 건강심리학의 세계적 트렌드를 공유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 컨퍼런스 룸에서 바우마이스터를 만나 양육의 관점에서 의지력이 왜 중요한지, 아이들의 자기 절제력 향상을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절제력 높을수록 자존감 높고

   커서 사회적 성공 가능성 높아져

   자기 조절 원동력은 의지력

 

   규칙은 분명하게 제시하고

   칭찬·처벌 신속하고 일관되게

   의지력 한정돼 있어 아껴써야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칭찬을 퍼붓습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려고 애를 쓰지요. 반면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따르게 하는 등 자기 절제력 향상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자기 절제력(self-control)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더 높다는 사실이예요. 유년기에 자기 절제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나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고 행복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지요.”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모들이 당장 아이들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인생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되는 자기 절제력 향상을 양육의 주요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가 말하는 자기 절제력이란 뭘까?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먼저 하고 놀아야 한다는 규칙을 제시했다고 하자. 자기 절제력이 높은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나 쉬고 싶다는 생각,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대화하고 싶은 유혹 등에도 불구하고 의지력(willpower)를 발휘해 숙제를 먼저 할 것이다. 자기 절제력이 낮은 아이는 티브이를 먼저 보고 나중에 숙제를 하겠다고 떼를 쓰는 등 규칙을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자기 절제력을 키우고자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규칙을 따르도록 훈육하고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은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자기 절제야말로 삶의 성공을 위한 핵심적인 열쇠”라며 “자기 절제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의지력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의지력을 높여 자기 절제를 잘 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자기 절제력이 어느날 저절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의지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제공해야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부모들이 규칙을 제시하고 아이가 그 규칙을 잘 따르도록 훈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또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면 칭찬(보상)을 해주고, 잘 지키지 않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규칙을 어긴 행동에 아이가 책임지도록 할 때는 처벌의 엄격성, 신속성, 일관성이 중요한데, 신속성과 일관성이 처벌의 엄격함보다 더 중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다시 말해 아이가 어떤 잘못을 하면 즉각적으로 그 자리에서 “안 돼”라고 말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라는 얘기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을 빼앗으면 안되는구나’ ‘더 놀고 싶어도 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구나’ ‘식당 등 공공장소에서는 뛰거나 떠들면 안되는구나’ 등을 스스로 알도록 자기 절제력을 키워주면 인생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흔히 많은 부모들은 칭찬해주는 것은 잊고 잘못을 했을 때만 너무 심한 꾸중만 한다거나, 부모가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원칙을 적용하는 등의 실수를 많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는 또 “우리의 의지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지력을 항상 아껴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실험과 연구를 통해 생각, 감정, 충동, 수행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원천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특별한 힘’에서 나오며, 직장일, 다이어트, 운동, 가족과의 좋은 유대 등등 각기 달라 보이는 행동을 할 때 요구되는 자기 조절력이 모두 의지력이라는 동일한 힘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런 그의 연구 결과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일상 생활에서도 실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맞벌이를 하는 엄마가 직장에서 상사와 언쟁을 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의지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다고 하자. 그런데 엄마가 집에 돌아갔을 때 아이가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티브이를 멍하니 보고 있다. 엄마는 아이를 훈육해야 할 상황이지만 직장에서 너무나 많은 의지력을 소진해버려 아이를 훈육할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집에 돌아와서 감정 조절도 잘 안되고 아이에 대한 각종 부정적 생각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그는 “과거 시대보다 요즘 부모들과 아이들의 의지력은 많이 감소했다고 본다. 과거보다 맞벌이 부부가 늘었고, 현재 부모 세대들이 자신의 부모 세대가 너무 엄격하고 자기 절제력을 강조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너무 아이에게 허용적이거나 방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맘이라면 자신의 의지력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자신의 의지력을 어떻게 분배해 사용할지 잘 계획하고 관리를 하라”고 권고했다. 직장에서 너무 많은 의지력을 소모한 직장맘이라면, 아이를 돌보기 전에 명상을 하거나 포도당이 든 음식을 섭취하거나 잠시 쉬는 등 의지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라고 덧붙였다.  
 
바우마이스터 교수가 말하는 ‘자기 절제력’은 객관적인 연구 결과에 의해 증명된 부모와 아동을 위한 필수적인 덕목의 하나로 보인다. 애착 육아, 자존감 육아,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 등등 최근 한국에서는 부모와 아이의 친밀성을 강조하는 양육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바우마이스터 교수의 연구는 자존감과 애착, 친밀감 등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 절제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부모들이 함께 고민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의지력을 키우는 방법들>
 
1.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라. 

포도당 결핍은 침착한 아이조차도 괴물로 바꾼다. 의지력을 발휘할 때 포도당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특히 채소나 견과류, 사과, 블루베리, 치즈, 생선, 고기, 올리브 오일과 같은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하라. 빵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자기 절제력의 주기가 짧아진다.

  

2. 피로할 때는 잠을 자라.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활성화 과정을 방해하고 단기적으로 자기 절제력을 잃게 한다. 의지력을 최대한 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라.

 

3.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
올바른 자세, 매일 운동하기, 날마다 일기쓰기 등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단련하라. 한 분야에서의 자기 절제 훈련이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 의지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다. 매일 의지력을 발휘해 구부정한 자세를 교정한 학생들이 자세와 무관한 다른 과제도 잘 해냈다.
 


소고기 안먹어 걱정인데…꾸준히 훈련하되 집착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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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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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안먹어 걱정인데…
꾸준히 훈련하되 집착 금물

Q: 190일 된 여아입니다. 몸무게는 10.5㎏, 키는 68㎝ 정도예요. 160일께부터 현미 미음으로 이유식을 시작했어요. 감자, 양배추, 애호박, 브로콜리, 무를 일주일씩 줄 때는 잘 먹었습니다. 한번에 40~60㎖ 정도씩요. 그런데 180일부터 소고기를 넣어주니 인상을 쓰면서 잘 안 먹어요. 6개월 지나면 모유에 철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소고기 이유식을 안 먹어서 아기한테 철분이 부족해질까 걱정됩니다. caynine

A: 
지금까지 이유식의 시기도 적절하며 잘 진행하시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소고기는 어머니 말씀처럼 철분이 높고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이므로 이유식 음식으로는 가장 중요합니다. 대개 홍두깨살이나, 우둔살, 장조림살 등을 이용합니다. 양은 6개월이면 약 10g, 7~11개월이면 20~30g, 돌이면 50g 정도가 적당해요. 문제는 아기가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이유식의 원칙이 그렇듯이 잘 먹지 않은 것은 꾸준히 훈련한다고 마음 편히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보드랍게 갈아서 먹이시고, 이때 피를 빼지 않으면 육수에도 철분이 일부 섞여 철분 공급이 됩니다. 철분은 다른 음식에도 많이 들어 있으니 너무 아기가 싫어한다면 꾸준히 조리법을 바꾸어 시도하세요. 다만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마세요. 철분은 대부분의 육류나 채소에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단백질이 부족해 보입니다. 소고기, 닭고기, 두부, 생선, 달걀 등을 섞어 먹이세요.
황진복 계명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각종 고민과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관련 전문가에게 물어 답변을 드립니다. 상담실 코너에 질문을 올려주세요. 

 

둘째 아이를 맞이하는 아빠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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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하나일 때와 둘일 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수많은 아빠가 ‘천지차이’, ‘신세계’, ‘양반에서 머슴으로 급추락’ 등등 다양한 댓글을 달았다. 둘째 아이가 생기면 아이가 한 명일 때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당장에는 네 배쯤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이가 한 명 더 생기면 아마 힘들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으나 요즘처럼 외동이 많은 시기에 둘째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형제애 때문이다. 4살이 된 뽀뇨가 점점 커가면서 우리 부부는 ‘뽀뇨가 집에서 얼마나 심심할까’ ‘형제자매라도 있으면 재밌게 놀 텐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일찌감치 우리는 둘째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생기지 않았고 아빠인 나는 뽀뇨에게 아빠로서의 위엄을 포기하고 친구가 되어줘야 했다.  

3년간의 노력으로 이번 달 둘째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제 둘째가 생긴다고 하니 엄마 아빠는 설레기도 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나 둘 계획을 잡아본다. 태명은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를 며칠째 고민중인데 ‘뽀뇨’와 견줄만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이다. 어린이집에서 동생 또래의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던 뽀뇨에게 큰 선물이 생겼는데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하다가 처음엔 “엄마가 동생을 시장에서 사올 거에요”라고 했다가 지금은 “엄마 뱃속에 동생이 있어요”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둘째가 생기면 우리 집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첫째가 태어나 세 가족이 되었을 때 아내와 둘이 있을 때 보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커졌고 아내와 아이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아내와의 대화가 늘었다. 가족이 3명에서 4명이 된다면 아마도 아이를 돌보는 일과 아내와의 대화, 가족애가 몇 배로 늘지 않을까?

가끔은 집안에서 혼자 노는 뽀뇨를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놀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빠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아이 말투’도 못 버리고 함께 색칠하기, 책읽기, 블록쌓기 등을 하게 되었는데 동생이 생기면 이것도 졸업이다. 뽀뇨가 억지를 부리거나 울면서 매달리거나 어리광을 부릴 때면 “뽀뇨는 이제 아기 아니에요. 어린이예요”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 동생이 생기면 “뽀뇨는 이제 어린이 아니에요. 누나(언니)예요”라고 잔소리도 변하게 되겠지…. 

아내나 나나 둘째를 낳아보지 않았으니 어떨지에 대해 감이 오진 않지만 뽀뇨를 둘이 협력하여 잘 돌봐왔듯이 뽀뇨동생 또한 지금과 같은 방식대로 돌본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 양육비와 학비, 결혼 비용 등을 우려해 아이 낳기를 포기한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아직 아이가 어려서인지 기저귀와 우유값 말고는 돈 들어가는 곳이 없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20살 이상의 성인이 되었을 때는 많은 부분에서 본인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할 생각이다. 부모 욕심으로 억지로 대학을 보내거나 비싼 혼수장만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미래 걱정 따윈 없다. 

 결국 둘째를 맞이하는 아빠의 마음가짐은 ‘돈을 더 벌어야겠다’거나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야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겠다’, ‘앞으로 더 자주 육아칼럼을 써야겠다’로 정했다. 신세계를 느껴볼 준비,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7일자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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