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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풀빌라의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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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쓰던 튜브 수영장이 정원초과로 터지고야 말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조카들이 몸을 던지는 바람에~)
덕분에 언니가 새로 사준 수영장.

 

 

 

초호화 럭셔리 풀빌라로 업그레이드 된 ‘강동 풀빌라’의 여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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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은 그리 럭셔리하지 못하여
어디선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십수 년 된 선풍기가 운명하시는 바람에 그렇다고 에어컨을 계속 켤 수 없어 냉동실에 얼린 아이스 팩을 껴안고 살았다.

 

(아이스팩이 썩 괜찮은 방법인데 연구가 조금 더 필요하다. 살에 직접 닿으면 따갑고 불편하고 그렇다고 수건에 돌돌 말아주니 찬 기운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불평. 몸에 고정시키는 방법도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한다. 나는 뒷목에 올려놓는 게 좋고 아루는 등에 붙이는 게 좋다 하고 해람이는 엉덩이에 깔고 앉는 게 좋다고. 자투리 천으로 뭘 만들어 볼까 했는데 고민만 하다 올여름은 다 지났고 내년에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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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늦가을에 밭에서 거둔 팥 (1.6kg나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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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우유를 얼려 포크로 얼음을 부수면 팥빙수 기계 필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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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앙금과 딸기잼만 있어도
시원하고 맛있는 팥빙수가 된다.

 

 

 

아이들 방학을 맞아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느라 집에서 지낸 날이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옥상 텃밭의 채소들이 잘 자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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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상자 텃밭에서 될까? 좌린 보다 키가 더 높이 자란 옥수수를 보며 열매가 맺힐지, 알이 박힐지 끝까지 의심스러웠는데 따고 보니 아주 훌륭했다.
봄에 괴산에서 옥수수 농사짓는 친구가 보내 준 대학 찰옥수수, 구멍 세 개에 세 알씩 심어 모두 9개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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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높이 자라는 대학 찰옥수수 대신 씨앗을 구해 조그만 토종 옥수수를 심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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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은 쓸모가 많다.
호박 잎 쪄 먹고 호박 열매는 볶아 먹고 된장찌개에 넣고 많으면 말려서 겨울에 먹어도 되고.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늙은 호박은 떡 해먹고, 죽 끓여 먹고, 호박범벅 해 먹고.
호박을 심을 때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이런 야무지고 푸짐한 기대를 가지고 애호박 모종, 단호박 모종을 하나씩 사다 심었는데 상자 텃밭이라서 그런지, 거름이 부족한 건지, 정성이 부족했는지 그리 잘 되지 않았다. 열매가 맺혀도 오백원짜리 크기에서 스스로 찌그러지고 썩어 버리고.
그나마 심고 보니 뭐가 뭔지 헷갈려서, 하나는 잎이 좀 진하고 다른 하나는 잎 색깔이 연한데 이파리 색이 연한 게 당연히(!) 애호박일 거라는 추측으로 처음으로 보기 좋게 커진 단호박을, 진초록이 되기 전에 다 익기 전에 따버렸다. 부침개 부친다고 반으로 가르고 나서야 단호박임을 알았다. 어쨌든 부침개 부쳐 잘 먹긴 했지만, 그 뒤로 한동안 자라는 녀석이 없어 상심했는데 장맛비 속에서 하나가 조심스레 크고 있었다. 기다리고 기다려, 진한 초록이 될 때까지, 그리고 꼭지가 하얗게 될 때까지 기다려 8월 초에 드디어 단호박을 하나 땄다. 따고 나서 또 일주일의 숙성 기간을 기다려(엄마, 며칠 지났어? 단호박 언제 먹어? 아이들이 날마다 묻고 또 묻고...) 마침내 반으로 갈랐을 때 “와우!” 모두가 함성을 질렀다. 겉모습처럼 속도 제대로 익은, 오렌지 빛 단호박을 두고 모두 얼마나 행복했는지!

애호박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그냥 사그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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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생협 매장에 가 보니 단호박 한 통에 4700원이라고 붙어 있었다. ‘우리 것보다 조금 크니까 우리 단호박은 4천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 그럼, 모종값은 됐고, 수도 세는 건졌나? 인건비는 어쩌고?’ 잠깐 머리 굴려 계산하다가 그만두었다. 호박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마다 저 녀석이 계속 클 것인가 찌그러질 것인가 조마조마해서 보고 또 보고, 커지기 시작하면서는 ‘잘 큰다, 계속 쑥쑥 커라!’ 마음속으로 수없이 응원했던 순간들, 호박에 쏟았던 애정과 그로 인한 기쁨을 어찌 돈으로 따질 수 있겠는가!
단호박 한 통,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았다. 내년에 심으려고 씨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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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파프리카를 심어도 제대로 거둔 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아주 잘 됐다. 작정하고 거름을 많이 주었기 때문인가? 친환경 유기질 비료라고는 하지만 거름에 의존하는 것은 그래도 좀 찜찜한데 내년에는 지금 만들고 있는 음식물 퇴비로 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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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음식물 퇴비에서 나온 메론 두 개.
작년보다 크기는 큰데 조금 일찍 땄는지 맛은 별로였다. 메론 향 나는 오이 정도?

 

 

 

 

쌈 채소와 열무를 심었던 상자 텃밭은 장마가 끝나면서 관리를 하지 않아 풀이 무성하게 자랐는데 그중에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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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쪽풀이다. 우리가 흔히 ‘쪽빛 바다’, ‘쪽빛 하늘’이라고 부르는 시퍼런 남색은 이 쪽풀로 염색하여 얻을 수 있는 색이란다.
작년에 암사동 논에서 논 가의 풀을 관찰하다가 누군가 쪽이라고 알려 주길래 가지를 꺾어다 옮겨 심었다. 뿌리를 내리는 것 같더니 금세 꽃이 올라와 여뀌처럼 생긴 꽃 구경을 하고 잊어버렸는데 꽃에서 씨를 만들고 그 씨가 흙에 떨어져 숨어 있었나 보다.
장맛비 한창 쏟아지던 어느 날 흙에서 쪽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꽃이 피고 씨가 맺히고 땅에 떨어져 이듬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쓰고 버리는 일회용에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이렇게 당연한 진리를 잊고 산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도 씨를 받아 쓰는 것은 별로 없고 해마다 모종과 씨를 사서 심는데 가끔 이렇게 흙 속에서 자발적으로 올라오는 싹을 보면 놀랍고 신기하다.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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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생쪽 염색은(전통적인 쪽 염색은 쪽풀을 발효시켜서 하는데 그냥 간단히 생 잎으로 하는 걸 생쪽 염색이라고 한단다.) 꽃대가 올라오기 직전, 8월이 적기란다.

아이들과 쪽 이파리 따서 염색을 해 보았다.
아이들 흰색 런닝 사이에 쪽 잎을 넣고 숟가락으로 두드려, 두드려!
짜잔~ 나뭇잎 모양이 예쁘게 찍혔다.
나는 이파리를 갈아 얼음물을 섞어 흰 스카프에 물을 들였고 아이들 손수건으로 홀치기도 해 봤는데 농도가 연해서인지 색이 잘 들진 않았다. 원래 쪽 염색은 실크, 삼베에 해야 쪽빛이 나고 면에다 하면 초록색, 옥색이 나온단다.
남은 이파리로 한 번 더 물을 들여볼까, 아님 발효시켜 쪽 가루 만들어 봐?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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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토마토!
그러나 비가 많이 와서 당도가 떨어졌는지, 수년간 먹다 보니 질린 건지, 올해의 방울 토마토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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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못 받아서 그랬나? 익으며 쭈글쭈글해졌다.

 

 

 

 

징글징글하게 비가 많이 오고, 숨이 턱턱 막히게 더운 나날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잘 자라준 텃밭 친구들과 아이들 덕에 올여름도 건강하게 잘 지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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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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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 찾기, 혹은 토마토 속에 숨은 머리 방울 찾기!

그리고, 언제나 빛이 되어 주는 좌린의 유머와 재치


 

 

 

덧붙임: 한동안 딴 데 정신이 팔려 여행기를 못 쓰고 있었어요. 조만간 다시 말레이시아 여행기로 뵐게요, 꾸벅~


치아미백제, 치아·잇몸 손상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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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잇몸 손상 조심…입안 상처나 충치엔 사용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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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미백 치료를 하는 장면(왼쪽)과 치아 미백 전(위), 후(아래)의 모습. 경희의료원 제공

[건강] 치아미백제 사용법

하얗고 고른 치아로 웃는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런 하얀 치아를 갖기 위해서는 치아의 변색을 막는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미 치아가 변색됐다면 미백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치아 미백 치료를 잘못하다가는 미백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치아나 잇몸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미백 치료 뒤 잇몸이 붉어지거나 쓰리면 잇몸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사용을 중단해야 하고, 입안 상처나 치주병 혹은 충치(치아우식증)가 있다면 미백 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

미백 성분의 농도 따라 부작용 가능성 높아

치아 미백 치료는 치아의 겉을 둘러싸고 있는 법랑질과 그 안의 상아질을 원래의 색깔로 밝고 희게 만들어 주는 치료다. 보통 미백제의 성분은 과산화수소인데, 이는 치아 표면 혹은 내부에서 분해되면서 산소를 내보낸다. 이 산소가 법랑질과 상아질 안으로 들어가 치아의 색깔을 변하게 한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치아를 희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과산화수소의 함량이 3% 이하이면 의약외품인 생활미백용품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3%가 넘으면 의약품으로 치과의사들이 치료에 사용한다. 고농도의 미백제를 쓰는 경우 잇몸에 미백제가 묻으면 잇몸에 화상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치과의사의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3% 이하의 생활미백용품은 젤형·부착형·치약형 등이 있으며 부작용이 많지 않으나, 효과가 나타나려면 며칠에서 몇주까지 다소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약점이 있다.

잇몸이 붉어지거나 쓰리면 사용 중단해야

병원에서 받는 전문 미백 치료는 물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미백 치료도 부작용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미백 치료를 받은 뒤 잇몸이 붉어지거나 쓰라린 경우에는 치아미백제 혹은 미백 장치가 잘 맞지 않는 것일 수 있으므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치아가 시린 느낌이 나더라도 마찬가지이며, 이때는 치과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충치나 치주병이 있거나 입안에 상처가 있을 때에도 미백 치료 뒤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커지므로 먼저 이들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백제 성분은 과산화수소 

잇몸 붉어지거나 쓰리면 사용 중단 

사용 후엔 치약 없이 칫솔로 이 닦고 

삼켰을 땐 즉시 토해낸 뒤 병원으로 

담배나 색소 짙은 음식 피해야


치아미백제를 사용한 뒤에는 반드시 이를 닦아서 미백제가 입안에 남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때 치약을 쓰면 치아가 더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치약 없이 부드러운 칫솔로 이를 닦아주면 된다. 혹시라도 실수로 치아미백제를 삼킨 경우에는 즉시 토해내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며, 이때 해당 미백제 용기나 포장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미백제품이 효과가 있다고 해서 권장 기간보다 오래 쓰면 치아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사용기간을 지켜야 하며, 혹시 모를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에 임신부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담배는 물론 녹차·김치도 치아 변색 원인

치아의 법랑질과 상아질의 색깔이 변하는 이유는 다르다. 법랑질은 원래 무색으로 투명한 층이지만, 흡연이나 음식물 속에 포함된 색소로 인해 색이 변할 수 있다. 담배 연기 속에 든 니코틴이 착색되거나, 커피·초콜릿·녹차·김치 등 음식물에 든 색소가 원인일 수 있다. 반면 엷은 노란색으로 보이는 상아질의 변색은 충치가 생기거나 치아 신경이 손상돼 신경을 둘러싼 관의 색깔이 변해서 나타난다. 항생제나 불소의 사용으로도 변색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자연스런 노화의 과정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 치아의 변색을 막기 위해서는 담배나 색소가 강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고, 혹시라도 흡연을 하거나 색소가 든 음식을 먹었다면 곧바로 칫솔질을 해 착색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정기적인 구강검진을 통해 충치나 치아 신경관 손상 등 각종 치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하얗고 건강한 치아를 갖는 지름길임도 명심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박용덕 경희대 치과대학 예방치과학교실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야초 세밀화] 돌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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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콩

토종 앉은뱅이 밀은 소노라종 밀에 쓰러지지 않는 유전자를 전해서 밀 생산량을 30% 늘릴 수 있었고,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대두도 우리 토종 돌콩의 후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결국 토종 종자가 세계 식량 생산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인데요. 작고 단단하고 볼품없어서 ‘돌콩’이라는 놀림말로 불리기도 하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콩이 이렇게 대단한 존재였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돌콩은 예전부터 약재로 쓰여왔고 간혹 어리고 여린 잎을 따서 쌈 싸 먹기도 하고 장아찌나 효소를 담그기도 합니다. 수고스럽지만 그 작은 열매를 모아 돌콩밥도 옛날에는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박신영 세밀화 작가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14일자)


[지식공감 10분] 누리과정

달밤에 달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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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ached Youtube Video


달밤의 러너들, 도시의 밤이 뜨겁다 [한겨레캐스트#155]


‘달밤에 체조한다’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말로 이런 뜻풀이가 따라붙습니다.

‘격에 맞지 않은 짓을 함을 핀잔하는 말’

‘체조’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게 식민지 시절이니,

이 말의 역사도 100년이 채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말의 사회언어적 시효가 이제는 다 한 듯합니다.

생활 습관과 일과 패턴이 지난 십 수년 새 몰라보게 달라졌기 때문일 텐데요.

달밤에 체조하는 사람 뿐 아니라,

가로등 아래서 뜀박질 하는 사람 조차 흔해진 게 요즘 세탭니다.

 

이번 주 ‘21의 생각’ 주제는 ‘진격하는 달밤의 러너들’입니다.


>>한겨레캐스트 바로 가기


박원순, 전병헌 대표에 “무상보육 예산지원 힘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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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보육법 조속 처리 요청

최경환 대표 면담은 거절당해

안철수, 김상곤 교육감과 회동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삭감 우려”

지방자치단체의 무상보육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28일 “정부가 추경을 전제로 1300억원 정도 되는 예산만이라도 먼저 준다면 한달 정도 더 무상보육을 연장할 수 있다. 서울시는 마지막 순간까지 중앙정부와 협의를 계속하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지원 확대와 영유아보육법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위해 민주당이 힘써달라고 당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은 “0~5세 보육 국가책임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또 무상보육은 중앙정부와 국회의 결정이었고, 당시 결정 과정에서 지자체와는 협의도 없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무상보육 중단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시절 ‘보편적 복지와 무상보육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말했고, 이전 정부(이명박 정부)에서도 김황식 총리가 ‘향후 지방정부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서울시는 (보육)예산을 편성했던 것”이라고 전·현 정부 책임론도 거론했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한테도 면담을 요청했는데, 허락하지 않았다”며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한테도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영유아보육법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무상보육비의 중앙정부 지원 비율을 서울의 경우 현행 20%에서 40%로, 서울 이외 다른 지역은 50%에서 70%로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지하철역 등에 무상보육 공약을 대통령이 지켜달라는 광고를 낸 것과 관련해, 박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며 그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거관리위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이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경기도 의왕시 모락중학교에서 무삭급식을 주제로 한 학부모 간담회를 열어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무상급식 등 복지 문제와 증세 문제 등을 직접 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최근 경기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우려스럽다”며 재정난을 이유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한 경기도를 비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서울우유 ℓ당 22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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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가 우유 가격을 ℓ당 220원 올린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농협 하나로마트는 28일 흰 우유 1ℓ짜리 기준 가격을 2300원에서 2520원으로 220원 올려, 오는 30일부터 반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서민 물가 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해 애초 인상분 250원 가운데 마트 쪽 몫 30원을 삭감해 220원만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유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지난 1일 원유 가격 연동제 실시로 원유 가격이 106원 오르자, 소비자 가격을 250원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상폭 최소화를 요구한 정부 쪽 입김에 자유롭지 않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른 대형마트들과 유업체들도 가격을 동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원유가가 106원 올랐는데 소비자 가격을 250원 올리겠다는 것은 폭리라며 반대에 나섰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220원 선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이에 발맞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원유가 인상 106원을 제외한 가격 인상분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매년 소비자 가격을 올릴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변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권오성 기자

적상산 숲길 걷고 가재·반딧불이 만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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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주 적상산의 안렴대.

[한겨레 esc] 여행 
늦여름·초가을 온가족 여행하기 좋은 무주 적상산 숲길 역사·생태 탐방

차로 올라 잠깐 걸어오르면 
전망 빼어난 안렴대 절벽 아득 
조선왕조실록 공부한 뒤 
동굴속 머루와인 체험 해볼만

붉은(赤) 치마(裳)를 두른 산. 전북 무주의 적상산(赤裳山·1034m)은 절벽에 둘러싸인 산이다. 흔히, 이 산의 가을 단풍을 붉은 치마에 비유하곤 하지만, 본디 붉은빛을 띤 절벽으로 둘러싸인 모습에서 산 이름이 나왔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산허리를 둘러싼 절벽들이 능의 봉분에 두른 병풍석을 떠올리게 한다. 절벽이 얼마나 험했으면, 고려말의 최영 장군도 절벽에 가로막혀, 장도(긴칼)를 내리쳐 바위를 가른 뒤에야 정상으로 오를 수 있었을까(적상산 장도바위 전설). 외적 침입에 대비해 <조선왕조실록>을 전국 깊은 산중에 옮겨 분산 보관했던, 조선 후기 ‘5대 사고지’ 중 하나(적상산 사고)도 이곳에 있었다.

가을 단풍으로 이름난 이 험준한 산을, ‘8말9초’의 늦여름·초가을 접점 여행지로 추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뒤늦은 여름휴가 여행을 계획중인 분들의 온 가족 여행지로 알맞다는 점(차로 8부 능선까지 오를 수 있어, 남녀노소 쉽게 울창한 숲과 빼어난 전망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맘때 활동하는 늦반딧불이가 한창 고운 불빛을 발하고 있어 생태 학습여행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적상산 자락 청정 실개천에서 즐기는 가재잡이·다슬기잡이 체험, 머루와인 동굴 탐방과 목공예 체험도 매력적이다.

2 적상산 천일폭포.
단풍 이름난 적상산 울창한 숲길 전망대도 일품

적상산 산행 방법은 두 가지다. 산 서쪽 사천리 서창마을에서 장도바위·서문터 쪽으로 올라 향로봉 삼거리에서 능선길을 만난 뒤, 향로봉(1029m)을 거쳐 안렴대에서 전망을 즐기고 안국사 쪽으로 하산하는 2시간30분짜리 코스가 일반적인 산행로다. 흔히 버스를 타고 온 단체 산행객들이 이용하는 코스다.

어린 자녀나 어르신과 동행했다면, 산의 8~9부 능선까지 차량으로 오를 수 있는 안국사 쪽 코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안국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단풍철엔 산정호수 주차장에 주차) 불과 200여m 나무계단길을 걸어오르면 산 능선과 만난다. 참나무들 울창한 능선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향로봉까지 1.5㎞, 왼쪽으로 완만한 숲길을 따라 300m쯤 가면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안렴대에 이른다.

적상산 산길은 어느 코스든 참나무류와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터널을 이루고 있어 걷고 쉬기에 좋다. 물봉선화·달맞이꽃·쑥부쟁이 무리가 반겨주는 숲길이다. 적상산에서 가장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곳은 능선의 남쪽 끝 안렴대다. 치마를 두른 듯한 적상산 산허리 절벽의 남쪽 꼭대기에 해당하는 곳이다. 청명한 날이면 멀리 지리산 줄기와 말 귀를 닮은 진안 마이산의 두 봉우리도 또렷이 보인다고 한다.

안렴대란, 고려말 거란 침입 때 안렴사(지방장관)가 피란와 진을 쳤던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병자호란 때는 한 스님이 적상산사고의 <실록>을 안렴대 밑 석실로 옮겨 숨겼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안국사에서 안렴대 거쳐 향로봉까지는 두시간 남짓이면 다녀올 수 있다.

3 서창마을 냇물 상류에서 만난 가재.

적상산의 핵심 볼거리·이야깃거리는 재현해 놓은 적상산사고와 사고를 지키는 승병들이 머물던 안국사와 호국사다. 적상산사고는 본디 묘향산사고에 있던 실록을 조선 인조 때 옮겨와 보관하던 곳이다. 1910년 일제에 의해 이곳 실록이 서울로 옮겨지면서 사고는 황폐화됐고, 이 실록은 한국전쟁 때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사고가 있던 자리는 현재 산정호수(적상호) 물밑이다. 1992년 이곳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사고터에 남아 있던 주춧돌 등 유구와 안국사 건물들을 현재 위치로 옮겼다. 현재 복원된 적상산사고의 실록각과 선원각에서 실록 작성 과정 및 실록 복제품 일부, 그리고 조선왕족의 족보 복제품 등을 볼 수 있다.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거의 빠짐없이 기록하며 절대권력을 견제해온 강직한 사관들의 태도는 감동적이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실록을 목숨을 걸고 지켜온 승병과 주민들 이야기도 눈물겹다. 적상산사고 복원지 옆 도로 아래쪽엔 옛 안국사 사리탑(부도) 무리가 있고, 호국사 앞 언덕 아래엔 호국사 창건 과정을 기록한 호국사비가 있다.

산정호수로 오르는 길에 있는 머루와인 동굴과 천일폭포는 빼놓을 수 없는 체험거리·볼거리다. 적상산 양수발전소 건설 때 작업 터널로 쓰이던 동굴(579m)을 매만져, 무주의 5개 머루와인 업체에서 생산한 머루와인 저장소 겸 체험공간으로 만들었다. 와인 시음, 와인 족욕을 즐길 수 있는데다, 동굴 안이 섭씨 12도로 유지돼 늦여름 더위 식히기에 좋다. 천일폭포는 산정호수 아래쪽 바위골짜기에 걸린 폭포다. 높이 30여m에 이르는 절벽 바위 사이에서 가는 물줄기로 시작돼, 쏟아지면서 바위 자락에 부딪쳐 부챗살처럼 퍼지는 물살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비가 온 뒤라야 폭포가 볼만해진다.

적상산성 서문 쪽 등산로 들머리 마을인 사천리 서창마을은 옛날 적상산사고를 지키던 승병들을 위한 곡식·병참 창고가 있던 마을이다. 적상산 동서남북 네 곳에 창고가 있었는데, 서창과 북창이 지금도 지명으로 전해오고 있다. 5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아름다운 서창마을엔 목공예체험관 겸 카페로 쓰이는 멋진 건축물(반디공작소)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설계한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이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업한 건물 중 하나다. 자연지형을 살려 아래층 일부엔 바람이 드나들도록 설계한 ㄷ자형 건물이 이채롭다. 그는 무주군에 각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공설운동장 등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숱한 건축물을 남겼다.

4 머루와인 동굴

9월 중순까지 늦반딧불이 곳곳에서 ‘발광’

서창마을 주변에서 묵는다면 해 진 초가을 밤하늘을 수놓는 늦반딧불이의 멋진 춤을 관찰할 수 있다. 늦반딧불이는 8월 중순~9월 중순, 해가 진 뒤 1시간가량 빛을 발하며 날아다니는데, 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암컷을 유인하는 행위다. 늦반딧불이는 국내에 사는 3종(애반딧불이·운문산반딧불이·늦반딧불이) 중 가장 늦은 초가을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서창마을 주민 최상석씨는 “최근 개체수가 부쩍 늘어, 마을의 가로등 일부를 끄기로 했다”며 “비가 오지 않는다면 9월 중순까지 매일 저녁 늦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상산 자락에서 이 마을로 흘러내려오는 작은 물길에선 요즘 보기 어려워진 가재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해 진 뒤 물가로 내려가 손전등을 비추자, 돌틈에서 기어나와 있던 큼직한 가재가 눈에 띄었다. 잠깐 동안 주변의 작은 돌을 들추고 찾아낸 가재가 서너마리나 됐다. 주민 최씨는 “가재잡이 체험객들도 청정지역에 사는 가재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어 만져보기만 하고 도로 놓아준다”고 말했다.

한편 무주군에선 토요일인 8월31일과 9월7일 늦반딧불이가 많이 나타나는 지역을 골라 단체로 ‘늦반딧불이 신비 탐사’(19시30분~20시30분)를 떠난다. 매회 선착순 240명. (063)320-2922~3.

무주/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무주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 대전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 타고 직진한 다음 무주나들목에서 나간 뒤 19번 국도 타고 무주읍내로 간다.

먹을 곳 무주구천동 입구 별미가든(063-322-3123)의 산채정식(사진), 무주읍내 금강식당(063-322-0979)의 어죽, 무주나들목 만남의광장 반디어촌(063-322-1141)의 어탕국수와 고동(다슬기)수제비.

묵을 곳 적상산 서문 쪽 등산로 들머리인 적상면 사천리 서창마을의 언제나봄날(적상산 황토펜션, 010-7471-3651)은 적상산 산행객들이 많이 찾는 서창마을 유일의 펜션. 주변 관광지와 가재잡이·반딧불이 투어 안내도 해준다. 1박 4만원부터. 설천면 청량리 반디랜드 안 통나무펜션(063-320-5665) 1박 7만7000원부터. 무주덕유산리조트 (063)322-9000.

여행 문의 무주군청 문화관광과 (063)320-2545, 무주관광안내소 (063)324-2114, 국립공원 덕유산사무소 적상산 분소 (063)322-4174.


(*한겨레신문 2013년 8월 29일자)


무상보육 중단 대란 우려…서울시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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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으로 다음달 무상보육 중단 사태가 우려되는 서울시가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위해 정치인들을 연이어 만나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8일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무상보육 예산지원에 힘써달라”고 부탁한 데 이어 29일엔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을 만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당부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박 의원을 만나 9개월째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부탁했다. 개정안은 무상보육 예산과 관련한 정부 분담율을 현행 20%에서 40%로 올리는 안이다.

박 시장은 “올해도 문제지만 내년에도 문제다. 그나마 (서울시와 정부의 분담율이) 6대 4 정도가 되면 우리가 부담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8대 2는 너무 무리다. 우리도 세수가 줄고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새누리당 간사가 동의를 안 해서 못 넘기는 상태다. 현오석 부총리와 간담회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현오석 부총리와 박 시장의 협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박 시장은 전날 새누리당의 최경환 원내대표에게도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부탁을 하려 했지만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현재 지방비 증가분 1355억원을 정부가 지급하지 않으면 예산이 부족해 다음달부터 무상보육이 중단된다고 밝히고 있다. 900억원가량 남은 예비비 사용도 힘들다. 김상한 서울시 예산과장은 “예비비는 태풍 등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쓰라고 있는 돈이며, 설사 예비비로 (보육대란을) 막는다해도 한두 달 밖에 못 버틴다. 정부가 해결책을 내놔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김성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이 박 시장과의 무상보육 공개토론을 제안한 데 대해 ”정쟁의 수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어 부적절하다“며 거절했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대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시도지사가 함께 하는 가운데 무상보육 재원마련 등을 논의하는 공개적인 정책간담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어린이만이 희망” 보험사들 불꽃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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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험 계약 1년새 4.1% 늘어…현대해상·삼성화재 1위 쟁탈전 

한화·에이스 생명 등 경쟁 가세금감원, 불완전 판매 ‘주의보’

다른 보험보다 유지율 높고 만기 길어 안정적 수익 기대


어린이(태아)보험이 저금리와 저성장 한계에 부닥친 보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손해보험사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분야지만, 생명보험사도 올 들어 보장성 보험 확대에 뛰어들면서 생·손보가 앞다투어 개정된 어린이보험을 내놓고 판매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보험업계의 어린이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37만2761건)가 늘어난 939만건을 기록했고, 수입보험료는 6.1%(2174억원)나 증가했다. 특히 올해 1~7월 손보사의 어린이보험 판매건수는 69만2000건으로 지난해의 85% 수준을 벌써 넘어섰다. 엘아이지손해보험의 ‘희망플러스 자녀보험’의 경우 2013년 7월까지의 판매량이 14만3000여건으로, 지난 한해동안 판매한 수치(14만8907건)에 육박한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 에이스생명보험 등이 처음으로 올해 어린이 보험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교보생명과 동양생명은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보장을 추가해 손본 개정 상품을 내놓았다.


어린이보험 시장 경쟁이 뜨거운 까닭은 뭘까. “있는 보험도 줄이는 판이다. 신규 시장이 없다. 그래도 자녀 보험만은 든다. 답은 어린이보험 뿐”이라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어린이 보험 유지율은 타 보험 유지율보다도 15~20%가 높다”고 밝혔다. 또 현대해상 관계자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손실을 본 생보사에서 안정적인 장기 보장성 보험에 눈을 돌리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자녀 보험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 보험 만기는 최저 10년, 평균 20년~100년으로 길어 보험사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다. 어린이보험은 업계 전체 수입보험료의 2.1%(2013년 3월 기준·금감원)에 불과한 규모지만, 저성장 국면에서 오히려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또 임산부 때부터 태아보험으로 연계해 실손보험, 연금보험 등을 팔 수 있는 접근 통로가 되고, 자녀는 장기적인 미래 고객이 될 수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도 일석 이조인 셈이다. 예컨대 신한생명의 어린이보험은 30살 만기가 되면 종신보험이나 연금보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


어린이보험 확대로 가닥을 잡으면서, 상위권 보험사들 간 순위 다툼도 숨가빠졌다. 어린이 보험의 강자 현대해상은 올해 처음으로 삼성화재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판매량 4위였던 삼성화재는 올 상반기까지 25만여건(판매액 114억원)을 판매해 지난 한해 실적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어린이보험 상품을 개정해 새로 내놨고, 7월에는 임신부를 대상으로 ‘태교강좌’를 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화한 결과다. 지금까지 어린이보험은 손해보험에서는 현대해상, 엘아이지(LIG)손해보험, 동부화재 3사가, 생명보험에서는 동양생명이 전통적인 강세를 보여 왔다.


판세를 뒤엎으려는 후발주자들의 마케팅은 뜨겁다. 4월 처음으로 어린이보험을 출시한 한화생명은 엄마의 삶을 다룬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해 80만여 조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디비생명은 지난해 말 생보업계 최초로 저렴한 어린이 다이렉트 보험을 내놨는데, 전체 다이렉트 보험 판매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삼성화재는 “어린이(태아) 보험은 임산부 커뮤니티 등 엄마들의 입소문에 민감한 상품이어서 브랜드 가치와도 밀접해, 앞으로 홍보가 더욱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판매량이 늘어나며 금감원의 불완전 판매주의보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금감원은 “신생아(생후28일 이전)의 경우 성인 질병과 질병 코드가 달라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 경우 보험회사가 질병코드가 아니라 질병명에 따른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향후 판매되는 보험상품에서는 신생아 질병코드를 약관에 명기하여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약관을 개정하거나, 설명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삼성화재 제공



유치·아토피·소아암…별별 특약 꼼꼼 체크


어린이보험은 보장이 넓고 다양한 만큼 이색 특약도 많다. 특약에 따라 내야 하는 보험료도 달라지므로 구성할 때 필요한 보장을 선별해야 한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CI보험’은 2004년 업계 최초로 소아암과 중증 화상 등은 물론 폭력·유괴 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해 주는 상품이었다. 엘아이지손보의 ‘희망플러스 자녀보험’은 국내 최초로 유치부터 보장해 주는 ‘키즈덴탈 보장’을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신한생명은 최근 늘어나는 아토피성 피부염 등 환경성질환을 특화 보장했으며, 삼성화재는 교육비 중도 인출 기능을 추가했다. 응급실에 갈 때 진료비를 지원하는 특약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약을 전부 넣으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가기 일쑤이므로 회사별로 보장 조건을 확인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통 4~5만원 선에서 청약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차이를 많이 궁금해한다. 손해보험의 어린이보험은 주보험(상해보험)에 특약을 가미하는 형태로, 대개 의료비 80%선을 지원하는 실손 상품이다. 생명보험 상품은 약관이 보장한 특정 질병에 대해 고액의 진단금 등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차이가 있다. 손보는 보장범위가 넓으므로 잦은 병치레에는 손해보험이, 중대 질병에는 고액을 주는 생명보험이 보다 유리하다.


자녀의 선천 기형 등을 보장해줘 임신부들에게 필수로 꼽히는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태아 특약’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선천기형보장 특약 등 태아 특약은 대부분 보험사가 임신 22주 이전에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숙아로 태어날 경우 고액의 인큐베이터 비용을 보장(현대해상의 경우 2일 초과 1일당 5만원, 60일 한도)해 준다.


정유경 기자


서울대공원 가을 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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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41일간 <동물나라 가을대축제>를 개최합니다.  가을꽃 식물전시회, 동물원 가을음악회, 동물원 런닝맨, 동물사랑 퀴즈대회,  아빠 어디가, 동물원 단풍 출사대회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요. 서울동물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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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서울의공원에서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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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전통놀이마당 - 남산공원 팔각광장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윷놀이, 투호, 팽이, 제기 등)
3783-5900

.우리가족 추석놀이
남산공원 호현당 앞 9.18(수)~9.22(일) 14:00~16:00
※추석 당일 제외
○가족이 함께 즐기는 전통놀이 체험하기
○제기 만들기
○강강술래, 제기차기, 투호, 윷놀이 등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갖기
3783-5900

.한가위 희희낙락
북서울꿈의숲 볼플라자 9.20(금) 11:00~18:00
○ The광대의 광대놀음극 공연
○ 윷놀이, 널뛰기 등 전통연희 체험
○ 버나놀이, 12발 상모돌리기 체험
○ 팔씨름하기, 박 터트리기 진행
2289-5401

.추석민속놀이 런닝맨
북서울꿈의숲 창녕위궁재사 9.18(수)~9.20(금)
1회:10:00~12:00
2회:14:00~16;00
○미션1:보름달님에게 빌어보세요
○미션2:제기를만들어 가족과 함께 릴레이
○미션3:투호놀이
○미션4:복을듬뿍!복주세요! 복주머니 만들기
2289-4015

.추석맞이 민속놀이마당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 9.19(목)~9.22(일) 10시30분~17시
○투호,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달빛 소원 빌기
300-5542

.추석맞이 민속놀이마당
여의도공원 9.18(수)~9.20(금) 10시~17시
○투호,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761-4079

.추석명절행사
어린이대공원 열린무대 상상나라앞
9.18(수)~9.22(일)
○윷놀이, 팽이치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등
○다듬이체험, 맷돌체험, 디딜방아체험, 절구체험
○한가위 신명 국악한마당(9/21, 15:00) :
민요메들리, 난타모듬북, 경기민요, 국악3중주
450-9310

.전통 놀이마당(민속놀이 체험)
서울숲 원형마당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460-2905

보라매공원 중앙로주변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2181-1195

응봉공원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2293-7646

천호공원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 -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
489-2776

시민의숲
9.18(수)~9.22(일) 10:00~17:00
○전통놀이 -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
575-3895

.전통 민속놀이
서울동물원 광장 9.18(수)~22(일) 12시~17시
○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500-7335

.동물원 한가위 한마당
서울동물원내 축제무대 9.18(수)~22(일) 12시~17시, 2회 공연
○ 한국 전통 민속 공연 음악회 공연
500-7335

.가을꽃 전시회
서울동물원 테마가든 9.14(토)~10.31(목)
○ 국화작품전시(5,000점), 스토리가든, 포토존
500-7335

.둘레길에서 만나는 식물 세밀화 작품전시회
서울동물원 온실식물원 9.14(토)~10.31(목)
○ 우리주변의 야생화 세밀화 작품 100점 전시
500-7335

.세계의다육식물 분경전시회
서울동물원 온실식물원 9.21(토)~10.31(목)
○다양한 다육식물 분경작품 200점 전시
500-7335

부모의 완벽한 사랑에도 아이는 외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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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부모의 일상적 조건 속에서도

 아이에게 치명적인 결핍이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한다."  

                            - <당신으로 충분하다> / 정혜신 -

 

 

이젠 육아책을 일부러 찾아읽는 시기는 좀 지났지만

어쩌다 읽게 되는 한 문장, 한 구절에서 아...! 하는 감탄사와 함께

몸과 마음이 동시에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지혜로운 말을 들었을 때의 쾌감'이 드는 그런 순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에겐 뭔가 알 수 없는 근원적인 불안감같은 게 있다.

어느 엄마나, 자신이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애지중지 키우고는 있지만

그러면서도 밤에 잠든 아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이 아이가 오늘 하루,

나로 인해 생긴 결핍이 있진 않았을까..

불안하고 미안하고 자책하게 된다.

10년쯤 아이를 키우고보니, 뿌리를 알 수 없는 그런 불안마저도 

아직 어린 생명을 잘 돌보게 하기 위한 자연의 전략(?)같은 것이니

그저 적당히 불안해하는 게 자연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라 여기며 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아이가 외로움을 타는 순간을 목격할 때가 있다.

부모와 조부모의 사랑은 물론

형제와도 알콩달콩 재미난 일상을 보내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아이가 외로움을 느끼는 걸 지켜볼 때,

그것이 엄마인 내가 노력해서 채워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그런 본능적인 직감이 들 때 어쩐지 당황스럽다.

그건 어쩜,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외로움을 느끼는 나 자신의 그것과 비슷한 건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과 상관없이,

외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니

어린 아이라고 해서 늘 행복하고 귀엽고 즐거운 감정만 경험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의 외로움을 보게 되는 순간,

엄마의 마음은 '내가 뭘 잘못했나''뭐가 부족했지?''뭘로 채워줘야하나'하는

강박으로 물결치곤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럴 때는 서천석 선생님의 따뜻한 글을 꺼내읽으며 마음을 달랜다.

 

"아이가 멋진 예술가가 되었으면 하는 꿈을 꾸는 부모들.

감성의 고향은 어두운 곳입니다.

감성은 그런 어둠을 이겨내려 자기 마음에 피워올린 모닥불입니다.

너무나 절실해서 꺼지지 않는 가냘픈 온기가 감성입니다.

누가 가르친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마인 나의 부족한 양육방식이 원인이 되었든, 그것과 상관없이

아이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온 것이든,

아이가 어두운 감정이나 어떤 결핍을 겪게 된다해도, 그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하게 된다.

평범한 부모와 가정에서도 아이에게 결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않아도 될 뿐더러

결핍된 그 부분이 있어 아이 스스로가 자기 마음 안에

하나의 모닥불을 간절히 피워올릴 수도 있다..는 것.

 

부모인 내가 할 일은 결핍, 그 자체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안의 그런 감정과 잘 사귀어 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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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함께 4학년 2학기를 맞이하는 딸은

가까운 공원에 함께 산책갈 때마다 큰 나무 위에 오르곤 한다.

더 어릴 때는 올라가서 까불고 그러더니,

요즘은 높은 곳에 가만히 앉아 한참 먼 곳을 응시하곤 한다.

나는 그런 딸의 모습을 올려다 보며

철없이 까불고 조잘거리던 일곱, 여덟살 즈음의 딸이 그립기도 하고

이젠 내 곁을 성큼 떠나 다른 세계로 들어서고 있는 요즘의 아이가 낯설기도 하다.

뭐라고 정확히 설명하긴 힘든데,

4학년 아이를 둔 엄마들은 누구든

아이들이 요즘 부쩍 달라졌다, 상대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나 역시 딸에게서 어떤 문제를 발견하진 않지만 분명 뭔가가 달라진 걸 느낀다.

다 큰 앤의 뒷모습을 보며 쉴새없이 재잘거리는 앤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릴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에 빠져 내가 잠시 안드로메다를 헤매고 있을 때,

딸아이가 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려왔다.

"엄마! 나무 위에 앉아있는데..."

음.. 뭐지?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뭘 그렇게 오래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엄마! 나무 위에 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다섯 번이나 났어요.

오늘 간식은 뭐예요??  배고파.. 집에 빨리 가요!!"

 

아이쿠야.

오늘도 엄마가 너무 앞서갔나 보다.

그래.. 아직은 11살. 배고픈게 그 어떤 것보다 급할 때지.

딸아. 엄마 욕심이지만 조금만 더 귀엽게 까불고 투정부리는 아이로 남아줘.

크더라도 한꺼번에 너무 빨리 크지말고, 살살(?) 커줘~

집에 얼른 가서 옥수수나 삶아먹자. ^3^

 

 

처음엔 두렵지만 부딪히면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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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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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1만2000원

오늘은 조가 처음으로 친구 생일파티에 가는 날이다. 조는 엄마와 함께 친구의 집을 찾아 나섰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선다.

“파티에 모르는 애가 있으면 어떡하죠?” “사람들이 엄청 많으면요?” “내가 싫어하는 일만 있으면 어떡하죠?” 엄마가 조를 다독이지만, 낯선 상황에 대한 불안은 점점 커져간다. 결국 조는 파티를 포기하려 한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친구 톰이 문을 열고 나와 조를 반갑게 맞아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두렵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은 ‘첫 경험’투성이다. 작가는 처음에 대한 두려움을 부딪혀 극복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종종,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떡하지?>는 영국의 세계적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신작이다. 그는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로 아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풀어낸다. <어떡하지?> 역시 그림을 통해 조의 불안한 심리를 잘 묘사해 놓았다. 외계인 뿔이 달린 부부, 애벌레가 가득한 식탁처럼 기묘한 풍경들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조의 첫 생일파티 참가는 어땠을까? “엄마! 정말 재밌었어요! 저도 꼭 생일파티를 하고 싶어요!” 조가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가길 응원한다. 4살부터.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장수탕선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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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장수탕선녀님
백희나 글·그림
책읽는곰 펴냄(2012)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얼마 없다. 부모가 보기에는 매사 자기 멋대로 사는 듯 보이지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세 가지뿐이다. 부모가 시키는 일, 제한된 범위의 놀이, 그리고 부모 말 안 듣고 고집부리기. 아이들은 권한도, 능력도 없기에 현실을 답답해한다. 그렇다고 금방 현실이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기대는 것이 상상이다. 상상은 아이에게 소망을 이루게 해주고 불만을 견디게 한다. 상상할 수 없으면 아이들은 병에 걸릴 것이다.

백희나가 그리는 현실은 기본적으로 답답하거나 막혀 있는 공간이다. <구름빵>에서 주인공 형제는 러시아워 속의 도심을 배경으로 아빠를 향해 날아간다. <장수탕선녀님>에서 주인공 덕지가 선녀를 만나는 곳은 목욕탕이다. 목욕탕은 아이들에게 이중적인 공간이다. 냉탕에서 수영도 하고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장난을 칠 수도 있지만 부모에게 잡혀서 꼼짝없이 때를 밀어야 한다. 욕탕 내에 가득 찬 습기는 숨이 막히고 타일로 덮인 벽은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목욕탕이야말로 아이들이 느끼는 현실의 답답함을 은유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 덕지는 상상세계로 넘어가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스스로를 선녀라고 이야기한다.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에서 모티브를 따온 선녀다. 선녀는 하늘로 오르지 못한 채 나이를 먹어서인지 이제 할머니가 되었고 장수탕에서 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이 할머니는 정신이 나간 할머니일지 모른다. 하지만 덕지는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그리고 할머니와 신나게 놀이를 한다. 부모조차 있는 그대로 아이의 말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어려운 법인데 주인공 덕지는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백희나는 덕지의 행동을 통해 아이들도 하는 것을 우리들 부모는 못 하고 있음을 은근히 꼬집는다. 아이가 하는 것을 못 하는 이유는 부모의 욕심 때문이다.

게다가 덕지는 할머니가 먹고 싶어 하는 요구르트를 드리기 위해 숨이 막히고 눈물이 나는 것을 참으며 때를 민다. 순수하게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다. 이처럼 백희나의 주인공들은 착하다. <구름빵>에선 구름빵을 갖다 드려 지각 위기의 아빠를 구하고, <장수탕선녀님>에선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한 사람으로 인정해준다. 그는 아이들 마음의 선함을 믿고 싶어 한다. 목욕탕에서 너무 신나게 놀아서일까? 덕지는 감기에 걸린다. 하지만 아픈 덕지를 할머니가 찾아온다. 할머니는 진짜 선녀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 내 존재를 인정받았기에 할머니는 이제 목욕탕을 벗어나 선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덕지의 이마를 식혀주며 빨리 나으라고 격려한다. 덕지의 선행을 할머니는 갚아준다. 이제 덕지는 하루 만에 거뜬히 감기를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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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백희나 그림책의 매력은 그가 그려내는 상상이 현실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 있다. 그는 옛날 옛적을 배경으로 하지도 않고, 추상적인 공간을 상정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 이곳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의 그림책에 쉽게 몰입한다. 그러고는 자기 현실을 둘러볼 것이다. 그러면 이제 아이들의 눈에도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소망을 이루고 미래를 연습할 수 있는 상상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책읽는곰 제공



[9월 2일 새 그림책] 세상의 모든 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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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시간은 반드시 시간으로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작아져버린 옷을 입고 있는 아이의 사진이 튀어나온다. 백 마디 말보다 힘 있는 사진을 배열해 앞으로 뒤로, 혹은 세대를 건너,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르며 시간 이동을 하는 영리한 책이다. 3살부터. 

20130901_3.jpg 안체 담 글·그림, 이미옥 옮김/북비·1만3000원.

줌, 그림 속의 그림
닭 볏이 보인다. 그때부터 줌을 밀어 멀리, 더 멀리 본다. 닭을 구경하는 아이, 아이가 있는 마을 풍경, 마을 모형을 갖고 노는 아이, 아이 화보가 실린 잡지, 잡지를 든 한 소년…. 화면은 어디까지 더 뒤로 빠질 수 있을까. 글자 하나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3살부터. 

20130901_4.jpg 이슈트반 바녀이 그림/보물창고·1만2800원.

말괄량이 삐삐 한강서 다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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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삐.jpg» 말괄량이 삐삐. 한겨레 자료사진

 

당근처럼 빨간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묶고,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지만 항상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삐삐. 닐슨이라는 원숭이와 항상 다니고, 별장에서 혼자서 생활하는 삐삐는 용감하고 씩씩하며 모두가 놀랄만한 괴력을 지녔다. 얌전하고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애니카와 토미라는 옆집 친구들은 처음엔 삐삐를 이상하게 보지만, 결국 삐삐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였나. 어렸을 적 티비에서 본 삐삐의 얼굴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과 더불어 삐삐는 어렸을 적 내게 뭔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게 해준 캐릭터였다. 어렸을 적 추억의 인물을 지난 주말 뮤지컬을 통해 다시 만났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한강 선착장 ‘파라다이스 선착 극장’에서 오는 10월31일까지 공연하는 가족 뮤지컬 <삐삐 롱스타킹>(주최는 극단 푸른 광대, 주관은 극단 은행목)을 아이들과 함께 보러 가서다. 딸의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맞춰 세 가족이 모두 공연을 보러 갔다. 아빠들까지 함께.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아무리 주말에 쉬더라도 공연을 보러 갈 맘이 성큼 생기지는 않는다. 보통은 큰 맘 먹고 공연표를 예매해서 보거나 동네 엄마들과 약속을 해서 보러 가거나 누군가 선물을 해주면 공연을 본다. 이번에는 아주 특별한 공연이라서 보게 됐다. 바로 친구가 공연에 출연해서 꼭 보고 싶었다.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통해 알게 된 친구인데, 서로의 일상사를 모두 공유하거나 서로 바빠서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 카카오톡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카스토리로 서로의 일상사를 공유한다. 어린이집에 중요한 일이 있으면 함께 의견을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정보를 함께 공유한다. 말하자면 딸 친구의 엄마인데, 이제는 딸들보다 엄마들끼리 더 가까운 사이가 되버렸다. 친구의 이름을 대면 공연값 할인이 가능했고, 우리들은 각자 친구가 동료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준비했다.


 

오리 보트.jpg

 
일단 한강 고수부지의 공연 장소는 애들 아빠와 내가 연애할 때 한번 식사를 했던 곳. 식사를 하고 나와 밖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남편이 내게 화려한 프로포즈를 약속했던 장소다. (물론 약속만 하고 이행은 하지 않았다. 뻥쟁이!) 그런데 그때는 이곳에 공연하는 아트홀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밥 먹는 식당과 까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작은 공연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검은 커튼을 걷으면 한강과 오리 배가 둥둥 떠나니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에 공연 장소가 있었던 것이다. 장소 자체만으로도 아이들과 나를 흥분시켰다.
 

공연을 보는 내내 아이들도 나도 깔깔깔 많이 웃었다. 차파테티 여사가 방귀 소리가 나는 방석에 앉을 때나 삐삐가 즐거운 노래를 친구들과 할 때, 또 나쁜 도둑들을 혼내줄 때 통쾌했다. 삐삐는 내 상상속의 삐삐와 일치했고, 오랜만에 만난 삐삐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기만 했다. 공연 속에서 삐삐는 어른들이 중시하는 덧셈 뺄셈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돈을 달라고 하는 도둑들에게 서슴치 않고 돈을 건넨다. 그리고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삐삐의 아빠가 찾아와 함께 떠나자했지만 자신이 떠나는 것에 슬퍼하는 친구들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살기를 선택한다.
 

1945년에 스웨덴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써서 전 세계적으로 폭풍적인 사랑을 받은 이 이야기는 2013년의 유아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다시 한번 동심의 세계로 갈 수 있었던 부모들도 대만족. 공연을 본 뒤 무대 위에서 무료로 배우들과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어 기념사진도 남겼다.

 

공연 끝나고 배우들과.jpg 
 
공연을 보면서 한편으로 나는 마음이 울컥하면서 눈물이 찔끔 나올 뻔 했다. 친구와 눈을 마주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 일부러 눈을 마주치는 것도 피하며 박수를 쳐댔다. (눈물을 쏟으면 뭔가 ‘오버스러움’ 그 자체였다. 내가 그 친구의 엄마도 아닌데 즐거운 공연 보면서 청승맞게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내 눈물샘이 자극 받은 이유는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인 친구가 일인 다역을 해내는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또 `저 정도로 하려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해야했을까' `아이 돌보랴 집안일 하랴 얼마나 많은 밤을 새우며 연습을 했을까'등등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기 때문이리라. 또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고, 엄마를 자랑스럽게 쳐다보는 친구의 딸과 그 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친구의 눈빛이 감동 그 자체이기도 했다. 열정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는 누군가의 모습은 날 이토록 감동시킨다.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고 해야할까. 즐겁게 배역을 소화해내는 그녀가 내게 마치 “네 꿈을 펼쳐라”라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무뚝뚝한 남편도 집에 돌아와서는 "대단하다. 그 엄마. 그 열정은 정말 인정할 만하더라"라고 말했다.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았고, 남편과 뭔가 공감할 거리가 생겨 좋기도 했다.
 

즐겁게 공연을 본 뒤 아이들이 모두 오리 보트를 타고 싶다고 우겨댔다. 아빠 엄마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끌려가 결국 오리 보트를 타게 됐다. 한 번도 오리 보트를 타본 적 없는 나는 타기 싫다는 남편을 홀로 놔두고 두 아이를 데리고 자동 보트를 탔다. 많이 비쌀 줄 알고 한 번도 타보려 하지 않았는데, 대당 2만원으로 40분을 탈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보트를 타다 보트가 뒤집혀 물을 먹고 물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게 됐던 나로서는 오리 보트를 타는 것은 매우 용감한 도전이었다. 그것도 6살, 4살 두 아이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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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덜덜 하는 다리를 어쩌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무섭다는 얘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의연한 척 대범한 척 하면서 보트 운전을 했다. 강바람은 시원했고, 수면에 비친 햇볕은 반짝반짝 빛났다. 엄마를 철썩 같이 믿고 아무 두려움없이 배를 탄 두 아이는 마냥 신나해했다. 다른 가족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도 찍고, 물 위에서 서로 다른 배로 아이들을 이동시키고, 수중에서 범퍼카처럼 부딪히며 즐겁게 논다.

 

20분 정도 지났나. 조금 익숙해지고 한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도 소심하게 핸드폰을 꺼내 아이들 사진을 찍어보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감출 수 없다. 그러다 한 10분 정도 지나니 이제는 조금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배에 타서 즐거운 표정으로 우리쪽을 바라보는 다른 가족 사진 한 컷도 찍어보고 좀 더 멀리 배를 몰아본다. 아이들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배를 운전한다.
 
9월의 시작, 이 정도면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너무 빨라 시간이 손가락 틈새로 모래알이 흩어져버리는 것처럼 훅훅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삐삐의 추억과 오리 보트의 매력을 함께 발견한 시간, 그렇게 주말이 휘리릭 지나갔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얻은 것과 잃은 것, 갈 길은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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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던 연재를 끝내게 되었다. 부족한 글 솜씨와 경험으로 대안학교에 대한 안내를 하겠다고 나섰던 일이 생각한 만큼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염려스럽다. 마지막 이야기는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고 나서 우리에게 찾아온 변화와 여전히 고민하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일반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대안학교로 옮기고 나서 학교와 배움을 너무나 사랑하는 멋진 아이가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우리에겐 없었다. 아이는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기를 싫어하고 방학을 고대하며 학교보다는 집을 더 좋아한다. 대안학교 급식은 고기반찬이 일주일에 딱 한번뿐이라서 맛이 없다고 불평하기도 하고, 간식으로 나오는 미숫가루나 찐빵, 팥죽 같은 음식들보다 자장면·돈가스를 더 좋아한다. 동생들과 징글징글하게 싸우고 부모에게도 삐딱한 꼭 열한 살 사내아이처럼 자라고 있다. 그러나 달라진 것도 물론 있다. 일반 학교 다닐 때도 공부하라는 소리는 해본 적이 없었지만 대안학교로 옮기고 나서는 “숙제했니?”, “숙제해라”라는 소리도 할 필요가 없었다. 숙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숙제를 하고 안 하고는 교사와 반 친구들과 정한 약속이기 때문에 지키건 안 지키건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일반 학교 다닐 때는 지겨운 의무였던 것들이 새 학교에서는 ‘함께 지키기로 한 약속’이 됐다. 나쁜 말을 쓰거나 친구를 때리거나 놀리면 야단을 맞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지키지 못했을 때는 어떤 노력을 더 할지 정한다. 규칙이나 약속을 정했다고 해서 그대로 다 지키지 못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실수했는지 알고 인정하는 것은 큰 배움이었다. 누구보다 잘했네, 못했네 하는 비교도 없어졌다. 시험과 성적 같은 것이 아예 없고 배움의 차이는 개인적인 노력과 먼저 알고 나중에 아는 관심과 순서의 차이일 뿐 능력의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는 그렇다 치고 중고등학교 진학은 어떻게 할 거냐고, 대안학교만 다니면 나중에 대학은 갈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이 다음에 어떤 길이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길을 가든 아이 스스로 찾아 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정해진 길을 버리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은 느긋해졌다. 어떤 길이든 모험이 될 테니 겪으면서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이다. 아이의 미래는 아이가 찾아 나가는 것이고 우리가 도울 수는 있지만 정해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든 의지하고 서로 손 내밀 수 있는 가까운 공동체 이웃들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고 이 나이에 책 읽고 토론하며 더 많이 공부하게 된 것도 적지 않은 변화다. 우리가 속한 토양이 달라지니 남편과 대화도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도 많다. 같은 지역에 초등학교가 두 곳이나 있지만 그 아이들과 아무런 교류 없이 우리끼리만 지내는 것은 안타깝다. 일반 학교 아이들과 대안학교 아이들이 수업을 떠나서 다양한 분야에서 어울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장단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안학교 공동체라는 좁은 울타리 밖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현상들과 활동에도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 우리 공동체 안에만 안주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더 큰 의제에 무심하게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한 일이 내 아이만을 위한 일이 아니듯 결국 이 사회의 교육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대안학교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경험한 것, 깨달은 것, 나누고 있는 것들을 이 사회로 더 넓게 펼쳐 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새롭고 건강한 배움의 모습들을 심어 가는 일, 무엇보다 배우며 커가는 일이 고통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라는 것을 삶으로써 보여주고 싶다. 갈 길이 멀지만 마음은 가볍다.

산타할아버지 때문에 아들과 대판 싸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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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님이 남편과 강릉에서 지내시는 일주일 동안

나는 아이들과 많이 돌아다녔다. 1박 2일 순천 여행도 다녀오고

양주에 있는 쌍둥이 자매의 집에서도 하루 쉬다 왔다.

그날은 양주에서 돌아오던 토요일 밤 이었다.

 

외곽순환도로에 접어 들어 한참 달리고 있는데 이룸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내가 싼타 할아버지한테 뭐 달라고 기도했었지'

'...음... 무지개 레이스 드레스였나?  핑크 머리띠?'

열심히 생각을 더듬고 있는데

'흥. 이룸아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그거 다 거짓말이야. 엄마가 지어낸거야'

갑자기 필규가 이렇게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아니야, 오빠야 산타할아버지는 정말 있어. 난 있다고 믿을래'

윤정이가 대답하자 필규는 다시

'그거 다 엄마가 지어낸거야. 산타할아버지는 없거든?'하더니

'엄마가 10년 동안 나를 속였어. 엄마한테 속았다고'부르짖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필규 나이 열 한 살, 산타할아버지 역할을 그동안 부모가 해 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 나이가 지났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 뜬금없는

공격이람.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직 어린 동생들은 한참은 더 산타에 대한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필규 입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필규야. 그 이야기는 나중에 집에 가서 엄마랑 둘이 하자. 지금은 그만하자'

화해의 의사를 전했다.

너는 진실을 알았더라도 동생들을 위해서 지금은 좀 비밀을 지켜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필규는

'싫어요. 엄마는 것짓말장이예요. 지금까지 저를 속여왔잖아요.

저한테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해 놓고는 엄마가 거짓말 한거잖아요'연신 공격이다.

'오빠, 싼타는 정말 있어. 난 선물 받을꺼야'

'이 바보들아. 산타는 없다고, 너희들도 속고 있는거야'

 

어두운 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작은 차 안에서는 난데없는 산타논쟁이 벌어졌다.

싼타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는 동생들도 지지않고 있다고 소리치고, 필규는

더 큰 소리로 바보들이라고 버럭거리고 있으니 네비게이션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필규야, 알았으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너희들이 싸우는 소리때문에 엄마가 운전을 제대로

못하겠어. 그리고 산타 이야기는 어디서 들은거니? 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물었더니

'엄마가 베이비트리에 쓴 글, 내가 다 읽었다구요. 전국에 있는 부모들한테 산타노릇 하느라

수고하셨다고 , 엄마가 그렇게 썼잖아요'악을 쓴다.

 

그래, 그래.. 기억난다. 작년 겨울 성탄절 지나서 올린 글에 그런 내용을 썼었다.

늦게 퇴근하고 혹은 출장가고 하면서도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어서 몰래 선물사고

애들 잘때까지 졸린거 참고 기다리다가 머리맡에 놓고 카드 써 놓고.. 이런 수고를 한

부모들을 위로하는 그런 글이었다. 그 글을 필규가 읽은 모양이다. 하여간에

그럼 그 동안 녀석도 산타의 존재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인가? 열살이었는데도?

그래, 그럴수 있다 치자. 설령 열살에 산타노릇을 부모가 해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해도

그게 그동안 자신을 속여왔다고 분노를 느낄일인가? 이렇게 우리를 위해 애쓰셨구나

이해될 수 있는 나이 아닐까?

 

나는 큰 소리가 오가느라 정신없는 차 안에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필규의 공격은

끝이 없었고 나중에는 대성통곡을 하며 엄마는 거짓말쟁이에 남을 속이는 나쁜 사람이라고

소리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도저히 운전을 계속 할 수 가 없었다.

그동안 애써온 것을 나쁜 짓으로 폄하하는 아들의 표현을 참을 수 가 없었고

여전히 산타가 필요한 어린 동생들의 바램을 짓밟는 것들이 견딜 수 없이 미웠다.

나는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넓을 갓길에 차를 세웠다.

'필규, 내려봐. 엄마랑 얘기좀 해'

윤정이는 갑자기 차를 세운 엄마가 오빠를 내리게 하자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다.

'오빠랑 엄마랑만 잠깐 할 얘기가 있어. 너희들은 차 안에서 기다려'

필규는 눈물로 얼룩진 굳은 얼굴로 차에서 내렸다.

별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의 이런 행동이 어린 아이들에게

공포스러울 수 도 있는데 그 상태로는 도저히 계속 운전을 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니가 산타의 존재를 엄마 글 때문에 알게된건 정말 유감이다. 미안해. 그렇지만

지난 10년 동안 엄마 아빠가 산타 역할을 그렇게 애쓰면서 해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산타를 믿는 너희들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아빠도 늦은 밤에 퇴근해서

너희들 잠 들깨까지 기다렸다가 머리맡에 선물 놓아주고 카드 써 놓고 그랬다고..

작년 크리스마스 아침에 윤정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생각 안 나니? 산타할아버지가

정말 자기가 갖고 싶은 선물을 주셨다고 얼마나 좋아했니. 엄마 아빠는 그런 너희들 모습 보면서

정말 행복했어.

전국에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애를 써. 아이들에게 행복한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서..

그렇게 노력한 것이 왜 너한테 비난을 받아야 하니? 산타에 대한 환상이 깨진것은 미안하지만

엄마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니가 어떻게 그 글을 읽었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애를 쓰는 부모 마음은 왜 하나도 몰라주고 너를 속였다고만 생각하는거야?

그럼 처음부터 산타에 대한 환상을 가져볼 기회도 안 주고 그런거 다 거짓말이라고

산타같은 것 애초부터 없다고 말해줬어야 했니?

너는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직 어린 동생들을 위해서 동생들 앞에서는 비밀을 좀

지켜주면 안 되는거야? 너는 그런 동화같은 세월을 10년이나 누렸는데 동생들은

이제 겨우 네살, 일곱살이잖아. 니가 동생들 마음에 품고 있는 환상을 깨뜨릴 권리는 없어!'

 

나는 속사포처럼 이런 말들을 어린 아들에게 쏟아냈다.

분하고 화가 났다.

엄마때문에 산타의 진실을 알게 되어 허탈하고 속상한 아이 마음부터 어루만져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일곱 여덟살이라면 몰라도 열한 살이나 된 큰 아들과 산타때문에

한 밤중에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도 한심하고 화가 났다.

내가 내 아이를 잘 모르고 있는걸까? 나는 필규는 산타의 존재를 진작에 알고 있었다고

생각해 왔다. 설령 아직까지 믿고 있다 하더라도 혹 내 글때문에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렇게 심한 말로 공격할 수 있지? 그동안 고마왔던 마음은 전혀 없는거야?

 

그동안 애써왔던 것이 아들의 비난에 상처가 되었고, 무엇보다 거짓말쟁이에 남을 속이는

사람이라는 아들의 표현은 내 이성을 마비시켜 버렸다.

아들은 내 격렬한 반응에 아무말 않고 있다가 기껏 하는 말이

'...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윤정이랑 이룸이는 내 말 안 믿을꺼예요.  내가 맨날

거짓말 하는거 아니까...'이러는거다.

 

가슴을 꽉 채우던 분노가 푸시시.. 바람소리를 내며 쪼그러 들었다.

내가 필규를 너무 과대평가 해 왔던 걸까. 저 녀석은 철이 없는거냐, 아니면 아직도

너무 순수한거냐. 핸드폰이나 게임기 사 달라는 것 때문도 아니고

텔레비젼이나 간식 때문도 아니고 열한 살 아들과 대판 싸운 것이 산타할아버지 때문이라니..

제 또래보다 늘 어려운 책들을 읽고, 아는 것도 많고, 이성에 대해 남보다 빨리 눈 뜨고

남녀간 교합의 원리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녀석이라 가끔은 다 큰 녀석처럼 대해 왔는데

어떤 면들은 터무니없이 유치하고 어리니, 도무지 감을 잡을 수 가 없다.

 

필규는 집에 돌아와서야 내게 매달리며 사과를 했다.

'엄마.. 아까는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 엄마도 어른스럽게 굴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게 감정적으로 구는게 아니었는데..

니가 거짓말쟁이라고 공격하니까,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거짓말쟁이라는 말이거든..

그 말을 들으니까 엄마도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나서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우린 다시 서로를 꼭 끌어 않았다.

 

'필규야.. 우리가 가끔 영화를 찍는구나. 아까는 로드무비 한 편 찍었지?

제발 다음엔 훈훈한 홈 비디오나 찍자. 스릴과 공포가 난무하는 로드무비 말고..'

'네 엄마.. 앞으로는 코믹 퍼니 비디오만 찍자요'

녀석은 큭큭 웃었다.

 

한밤중 고속도로 갓길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로드무비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큰 아이는 늘 내 기대와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행동으로 나를 한 순간에 카오스 속으로 빠뜨려 버린다.

11년째 겪고 있지만 아들이 던져주는 카오스를 난 여전히 슬기롭고 어른스럽게 헤쳐나오지 못한다.

아들과 똑같이 그 속에 들어가 진창을 구르고 드잡이를 하고서야 화해가 된다. 아아.. 부끄럽다.

그러나 어쩌랴. 아직 내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을..

그래도 지나고 보면 녀석때문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제일 많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라서 늘 불안하지만 그래서 내 일상이 더 반짝거리는지도 모른다.

 

아아아. 올 12월엔 내게도 산타가 왔으면 좋겠다.

산타가 필요한 사람은 정말 정말 나란 말이다. 이 녀석들아........ 

 

 

 

 

 

"당신 인생에서 최초 인간은 누구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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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 II

20130903_1.jpg» 엄마와 아기. 한겨레 자료 사진.

지난 글에 이어 인정과 사랑에 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왜 ‘부모님’으로부터 이렇게 인정받고 싶어 했을까요? 사실은 어른이 된 지금도 인정받고 싶어 할 가능성이 많으니까 현재진행형이 되겠죠.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부모님의 인정을 갈구하게 되었는지 ‘궁금해’봅시다. 이건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근원적인 관심사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원했던 것이라 의심을 가지는 것 자체가 어색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크게 궁금하지 않더라도 정신분석학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한 번쯤 들어볼 만할 겁니다. 

알베르 카뮈의 유작 중 《최초의 인간》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제목이 참 흥미롭지 않습니까? 최초의 인간이라… 누가 최초의 인간일까요.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인간을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생에서 최초의 인간을 밝혀내는 건 비교적 쉽죠.

여러분 인생에서 최초의 인간은 누구인가요? 

혹시 ‘어머니’라고 대답하셨나요?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 또는 다른 사람을 지목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 말입니다, 부모님과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부모님을 인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 라는 분도 있나요? 그래서 내 인생에서 만난 가장 인간적인 다른 사람을 최초의 인간으로 정한 분도 있을 수 있겠죠.

혹시 최초의 인간으로 ‘나 자신’을 지목한 분도 있나요? 제 짐작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인생 최초의 인간은 어머니라고 대답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저는 강의를 하거나 이런 저런 개인적인 자리에서 “당신 인생에서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습니까?”라고 물어보곤 합니다. 그러면 대체로 어머니를 꼽고, 가끔 아주 중요한 가까운 사람을 답으로 내놓습니다. 자기 자신을 최초의 인간이라고 답하는 경우는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최초의 인간으로 지목한 사람도 어머니나 다른 어떤 중요한 인물들이라고 가정하면서 얘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지금,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아낼 수 있습니다. 눈치 채셨나요? 우리가 최초로 ‘인식’하는 인간은 내가 아니라 (어머니이건 아버지이건 할머니이건 상관없이) ‘타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된 가장 확실한 사실을 하나 상기시켜 드리겠습니다. 혹시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 주변에서 어떤 갓난아이가 가장 먼저 말한 단어가 ‘나’였다는 경우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몇 개월 지나면 ‘맘마’나 ‘빠빠’ 같은 말들을 옹알이처럼 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 없는 단어들 말고 목적적인 단어, 즉 대상을 지칭하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말들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 최초로 하는 말이 무엇이던가요. 열에 아홉은 ‘엄마’가 아니던가요. 간혹 ‘아빠’를 먼저 한다는 아이는 있어도 ‘나’를 먼저 지칭하는 아이를 본 적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최초로 인식된 대상(인간)이 자신이 아니라 타인(어머니)이라는 뜻입니다. 아이의 인지체계 속에 가장 먼저 인입(引入)된 인간이 자신이 아니라 엄마라는 말이죠. 

태어나서 최초의 몇 달, 대략 5~6개월 정도의 시기를 심리학 용어로 ‘공생기’라 합니다. 이 시기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구분이 생기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흡사 엄마와 자신이 한 몸인 것처럼 여긴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6개월 정도 되면 자신과 엄마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알게 됩니다. 여기서는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아이는 꽤 간단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자신을 엄마로부터 분리해냅니다. 아기가 ‘엄마’라는 타자를 지칭한다는 것은 엄마를 자신과 분리시켰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근거죠. 

저는 인간 최초의 비극이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인식된 개체가 자신이 아니라 타자라는 사실 말입니다. ‘어머니’는 아이에게 세상의 모든 타자를 총합하고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에게 이모, 고모, 사촌 누나, 작은아버지 같은 개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시겠죠. 모든 인간은 이 ‘어머니’ 안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이 상황은 무엇을 뜻하나요?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있어야 하고, 타자가 나를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즉 나라는 개념이 생기려면 어머니(너, 타자)가 나(주체)를 불러줘야만, 그렇게 인정해야만 가능하다는 겁니다. 주체가 생기기도 전에 이미 타자가 먼저 형성되어버린 겁니다. 

좀 골치 아픈 얘기인가요? 하지만 이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의 역사를 말하는 겁니다. 그러니 머리가 좀 아프더라도 들어볼 가치는 충분할 겁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시간에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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