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공동체 26곳 서울시 4억6천만원 지원
“보육비 국비지원 확대 법안 통과시켜라”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보육정책의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과 약속한 국가 책임보육을 제대로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정치권 무상보육 공언해놓고
재정난 해소 법안 처리 미뤄”
시민단체, 안정적 시행 촉구
시민단체들이 무상보육 중단위기를 초래한 정치권을 비판하며 보육비 국비 지원 확대를 뼈대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등 7개 복지관련 시민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보육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영유아보육비의 국비 지원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서울복지시민연대·인천보육교사협의회·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등이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개정안은 무상보육비 국고보조율을 서울의 경우 현행 20%에서 40%로, 다른 지역은 50%에서 70%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나 새누리당의 반대로 현재 국회 계류중이다.이들 단체는 여야 모두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구체적 재정 확보·분담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0~5살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은 지난해 여야의 대표적인 총·대선 복지 공약으로 올해 3월에 전면 시행된 정책인데도 시행 6개월 만에 지자체의 재정난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밀어붙인 무상보육 정책은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었기 때문에 시행 이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여야가 지방정부 재정난을 해소하고 안정적 정책시행을 위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기초지자체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급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들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보육재정 확보를 도울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중앙정부 보육예산이 2008년 2조3000억원에서 올해 약 8조원으로 3배 이상 증액돼 지자체의 보육 예산도 자동적으로 증가했다”며 “그러나 지자체의 부담이 지급능력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어 무상보육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심선혜 보육협의회 의장은 “정부가 무상보육 재정을 책임지고 끝까지 밀고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교사와 학부모 단체를 상대로 무상보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유빈 기자 yb@hani.co.kr
가을밤 덕수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
깊은 심심함의 평화, 페낭의 마지막 추억
페낭의 마지막 날.
떠나는 날 아침이 되니 왠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페낭은 낭만이 가득한 곳이다.”
여행안내 책, 론리플래닛에서 페낭을 소개하는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아쉬움의 정체는 동양의 진주라는 말에 큰 기대를 품고 왔는데, ‘진주’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느낀 페낭의 매력을 이야기하면 ‘혼잡함’이지 결코 ‘낭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내가 놓친 것이 있었나? 여행안내 책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문득 ‘동양의 진주’, 페낭을 진주라 부르는 주체가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조개 껍데기 속에 감춰진 ‘진주’의 발견은 유럽인들이 새로운 식민지를 발견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본격적인 페낭의 역사는 18세기 말, 19세기 초 동인도회사가 페낭을 차지함으로써 시작된다. 말라카, 싱가폴과 함께 향신료, 아편 등의 무역으로 급성장하는데 동인도 회사는 식민지 개발을 위해 이민을 장려하였고 말레이 원주민보다 식민 정부에 대한 반감이 적었던 중국 및 인도 이민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아시아의 동서를 잇고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개 무역으로 페낭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그러면서 초기 이민 사회를 이룬 유럽인과 중국인, 인도인 말고도 태국, 미얀마, 필리핀, 스리랑카 등의 이웃 나라뿐 아니라 일본, 아랍, 독일에서까지, ‘인종의 용광로’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나게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코스모폴리탄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안내 책을 보면 화려한 식민지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표현이 곳곳에 나온다.
‘고가구, 화려한 린넨을 사용한 스위트룸은 유럽의 편안함과 말레이시아 스타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바다가 보이는 영국식 잔디에는 페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자바 나무가 있다. 식민지 시대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가 파라솔 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다.’
상상력이 부족해서일까? 식민지 시대의 부(富)가 원주민의 삶과 자연을 파괴하여 이루어졌을 거라는 어설픈 인식 때문인가? 서머셋 모옴, 루드야드 키플링, 헤르만 헤세도 머물렀다는 그 유명한 호텔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도 ‘바다가 보이는 영국식 잔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고가구와 골동품으로 치장한 저택의 ‘낭만’은 푼돈이 아쉬운 배낭 여행자에게는 그림의 떡, 딱히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동양의 진주, 식민지시대의 낭만과 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는 듯 하다.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버스 회사 사무실에 맡기고 쿠콩시를 찾았다.
콩시는 한자로 公司(공사), 같은 성을 가진 중국인들이 조상을 모셔놓은 사당이자 회합의 장소이다. 종가 모임이 크게 번성하면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화려하게 지었단다. 쿠콩시는 페낭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중국인, 쿠(구邱)씨 일가의 콩시로 가장 크고 화려하다.
숨은 용 찾기, 숨은 동물 찾기...아이들과 기와와 기둥, 벽, 향로 등에 그려지고 새겨진 동물들을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향로의 돼지를 보고 흉내 내는 해람.
쿠콩시 앞에서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파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방법이 아니라 훨씬 복잡하고 멋지게 접은 종이비행기를 하나에 5링깃(1800원 정도)에 판다. 아이들과 신기한 듯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접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한 때 여행자의 삶에 매료되었던 우리는 가진 돈을 털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면서 돈도 버는, 여행하면서 자급이 가능한 삶을 꿈꾸곤 했다.
“장구랑 꽹과리를 배워서 공원이나 광장 같은 데서 공연을 하는 거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거리의 악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었고 길거리 화가들의 소박한 그림들, 그것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 사가는 사람들을 보며 사진을 프린트해서 팔면 좋겠다는 기대에 취하기도 했었다. 인도에서는, 다양한 신들의 그림이 집이며 가게마다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인물 사진을 찍어 원하는 신들과 합성사진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작은 프린터 하나 들고 다니며 즉석에서 뽑아주면 장사가 잘될 거라고 나름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기도 했다.
남미 여행하다가 만난 독일 여행자는 여행하면서 목걸이, 팔찌 등을 만들어 팔았다. 플라스틱 비즈는 사용하지 않고 여행하면서 주운 씨앗, 열매, 조개껍데기 등을 색실에 꿰어서 만들었는데 자연물로 만들어 무척 아름다웠고 게스트하우스의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파는 할아버지를 보니 종이접기도 여행하면서 돈을 벌기에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루야, 너는 종이접기 잘하니까 나중에 여행 다니다가 돈 떨어지면 종이접기해서 팔면 되겠다.”
그러면서 악세사리를 만들던 독일 여행자 이야기를 했더니 좌린은 한 술 더 떠서
“해람이는 신기한 걸 발견해내는 재주가 있고 길에서 줍는 것도 잘하니까 재료를 주워오고 아루가 만들면 딱이네.” 라고 거들었다.
아이들이 크면 우리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을 많이 다니게 될까? 그런데 아이들이 여행을 하더라도 우리와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십 년 사이, 여행자들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각자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들여다보는 일이 흔하다. 먼 거리의 여행이 더 쉬워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지도 빠르게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행 와서 만나는 사람들, 길 위의 인연은 잠시 스쳐가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오히려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긴밀해지기도 한다. 각자 삶의 내력은 달라도 여행을 떠나왔고 그래서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뭔가를 함께 공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공감대를 느낄 기회가 별로 없는 듯하여 아쉽다.
그렇다고 다가올 아이들의 세상이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들의 세대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모습이 아니며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감각으로 살아갈 것이니. 내가 겪고 느낀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만나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겠지.
입구에서 페낭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는 가족사진을 찍고 차이나타운을 빠져나왔다. 화려한 콩시들과 불교 사원, 낡고 비좁은 오래된 거리를 빠져나와 사치스런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눈앞에 드러나는 공간이 순식간에 달라지니 타임머신을 타고 1,2백 년 전에서 현재로 돌아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오후에는 대형 리조트들이 늘어선, 페낭 섬에서 가장 유명하고 접근이 좋은 해변, 바투페링기에서 지냈다. 탄중 붕아에 비해 해변이 넓고 사람도 많았다. 해운대(만큼은 아니지만)처럼 혼잡하고 패러글라이딩, 제트스키, 바나나 보트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로 시끌시끌, 제트스키와 모터보트 때문에 공기도 나빴다. 페낭은 바닷가도 매연이 심하구나, 쿨럭.
구름 낀 날씨라서 파라솔은 관두고 조그만 해변용 의자를 빌려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너른 바다와 하늘을 보면 마음이 후련하다. 책을 읽다가 수다를 떨고 간간이 수영을 하고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것도 아니고 수집품 챙기듯이 꼭 무엇을 보아야 하는 강박도 없이 이렇게 노닥거리는 것이 참 좋다.
아루는 오늘도 물놀이에 빠져 오후 내내 헤엄을 쳤다. 제대로 발동이 걸린 것이다. 내가 조바심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스스로 준비가 되면 이렇게 몰입하는구나! 부모가 아이를 이끌어 주되 성급하게 앞서 나가거나 억지로 등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 두 시간은 좌린이, 이후 두 시간은 내가 교대로 아루와 함께 물놀이를 했다.
“나는 수영 안 할 거야.”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해람이가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더니 정말 바닷물에 한 번도 몸을 담그지 않고 내내 모래밭에서만 놀았다.
“엄마, 이게 오디야. 내가 오디 파는 사람 할게, 엄마가 사러 와.”
해람이가 시키는 역할에 내가 간간이 응해주고 좌린이 모래성, 피라미드 만들며 같이 놀아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심심하게 보냈다.
즐겁고 신이 난 건 아니지만, 모래를 주무르고 비비고 나뭇잎과 나무열매를 가지고 몇 시간이고 노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나는 아이들이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게 참 좋다. 사람이 어찌 매사에 열정적으로 열심히만 살 수 있겠나, 무엇에 집중하여 어떤 일을 해내는 것 이상으로 할 일 없어 빈둥거리는 시간, 여백도 필요하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리 활동적인 아이가 아니었다. 오빠랑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세 살 많은 언니는 귀찮은 동생을 따돌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녀서 집에 혼자 남겨질 때가 많았다. 글씨가 많은 언니, 오빠 책들을 구경하다가 집안의 물건들을 만져보고 눈을 찡그려 세상을 내 멋대로 보며 엉뚱한 공상에 빠져 지내곤 했다.
구체적인 모양과 형태가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억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마음이 심란하고 혼란스러울 때면 즐겁고 행복했던 것으로 각인된 기억보다 빈둥거리며 공상에 빠졌던 무정형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아이들이 심심해하지 않아요?”
“심심해하죠.”
“함께 놀아 주기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요. 사실 잘 놀아주지 않는 편이에요.”
“심심하다고 엄마를 조르면 어떻게 해요?”
“심심한 건 좋은 거야, 심심해야 좋은 놀이도 생각나는 거거든, 하고 말해줘요.”
여섯 살이 되도록 아이들을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고 하면 집에서 내가 유치원에 상응하는 교육, 활동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무척 심심하게 지낸다. 각자 심심하게 놀다 보면 같이 놀게 되고 또 어느새 뭔가 끄집어 내고 재미있는 놀이를 개발할 때도 있다.
뭔가 대단한 소신이나 훌륭한 아이디어를 기대했다가 나의 ‘심심한’ 대답을 들으면 아이들을 그렇게 방치해도 되는지 되묻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도 책에서 읽은 구절을 옮겨다 조금 있어 보이는 대답을 하기도 한다.
“발터 벤야민이라는 학자가 그랬는데 깊은 심심함이 창조적 과정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대요. 세상이 너무 바쁘고 힘겹게 돌아가는 데 이럴 때일수록 아이들에게 ‘깊은 심심함’을, 여백을 선물해야 하지 않겠어요?”
말레이시아에 와서 해람이가 오늘 가장 행복해 보였다.
하루종일 비가 올듯하더니 꾹 참고 있다가 저녁까지 먹고 버스 정류장에 서니 쏟아지기 시작했다.
“엄마, 바투페링기 갈 때 버스를 일 초도 안 기다리고 바로 탔지.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
페낭에서는 버스 기다리는 것이 일이었다. 그러다가 오늘 바투페링기 갈 때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버스를 바로 탔더니 그게 신기했나 보다. 아루가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다.
페낭에서 일주일 지내면서 택시나 투어버스를 한 번도 안 탔다. 일부러 안타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아니었는데 조지타운 시내에는 무료 셔틀도 있고 웬만한 곳은 버스로 다 갈 수가 있어서 굳이 택시를 타거나 투어를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현지인처럼 ‘버스’를 이용한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군것질하고, 만원 버스에서 사람들과 부딪쳐보고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페낭에서 일주일 지내면서
나는 페낭의 버스 루트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좌린은.... 뇌탕, 두리안 양갱, 두리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을 먹었고
아루는 보호 장구 없이 헤엄치는 법을 익혔고
해람이는 푸니쿨라와 벌레잡이 식물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여행책자에 소개된 코스나 일정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이국적인’ 사원을 다 둘러보고 콜로니얼 지역의 유명한 까페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지 않아도 되는 게 여행이다.
밤 버스를 타고 말라카(Malaka)로 간다.
카메론 하이랜드에서 페낭 들어올 때 너무 고생해서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차라리 밤 버스를 타고 잠을 자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밤에는 길이 막히지도 않을 테고 막혀도 잠을 자면 모를 테니까!
말라카까지 몇 시간 걸리지?
여섯 시간.
말라카에 몇 시쯤 도착할까?
아침 여섯 시.
버스는 밤 열시 반 출발이다. 여섯 시간 걸린다면 말라카에 네 시 반쯤 도착하는 게 맞는 계산인데...
열 시 반 출발이라고 우리더러 십분 전에 오라고 해놓고 역시나 버스는 열한 시가 되어 나타났고 조지타운에서 출발한 버스가 숭아이니봉 버스터미널, 버터워스 들리니까 열두 시가 되었다.
페낭에서 진정한 출발은 밤 열두 시였던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침 여섯 시 도착이 맞는 거네.
자다가 새벽에 눈을 떠보니 버스가 쿠알라룸푸르로 들어왔다. 낯 익는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보니 반가워서 한 컷.
잘 알아보지 않고 그냥 말라카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탔는데 알고 보니 말라카까지 오는 동안 몇 군데를 들르는 완행 버스였다. 쿠알라룸푸르 말고도 두어 군데 더 들러서 말라카에 도착했다. 이런 완행버스를 낮에 탔으면, 낮에 쿠알라룸푸르 들어갔다 나오는 데만도 몇 시간은 걸렸을 것이다. 밤 버스 타길 잘했네.
벼랑에 선 ‘무상 보육’
박 대통령 대표 공약 ‘모르쇠’…정부, 서울시에 예산 80% 떠넘겨
시, 기존사업 축소 등 대책 고심…시민들 ‘양육수당 끊기나’ 불안
0~5살 영유아를 기르는 전계층에 무상보육을 시행할 재원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서울시의 공방이 격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기존 사업을 접거나 새로 빚을 얻는 방안까지 포함해 무상보육을 지속할 ‘마지막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4일 “이달 25일 영유아를 집에서 키우는 가정들에 양육수당을 지급하려면 서울시가 빚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달부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이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서울시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부모를 지원하는 보육료로 한달 평균 638억원을, 양육수당으로 315억원을 집행하고 있다. 주부 이진영(33·서울 강동구 천호동)씨는 “3살 남자아이를 키우는데, 올해 양육수당을 받기 시작하면서 양육 부담이 다소 줄었다. 혹시라도 끊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서울시는 ‘무상보육 예산의 정부 지원 비율이 너무나 낮다’며 정부 쪽에 증액 지원을 거듭 요구해 왔다. 보육 관련 예산은 중앙정부가 다른 16개 시·도에는 50%를 지원하는데,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높다는 등의 이유로 유독 20%만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행태는 마치 아버지가 200원 주면서 엄마에게 800원 보태서 아이 빵 사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생색을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서울시는 정부 지원 때까지 보육료 지원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이런 상황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정부에는 재정 지원을, 여여 정당에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을 촉구하면서도 “하늘이 두쪽 나도 무상보육을 계속하겠다”고 시민들에게 공언해왔다.서울시 부담을 80%에서 60%로 내리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10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잠자고 있다.서울시는 지난달 시내버스 광고 등을 하면서 ‘무상보육이 박 대통령의 공약’임을 부각시켰다. 이에 새누리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는 등 정치적 공격을 이어왔다.박 시장은 정부 예산을 관장하는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일정을 이유로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장관은 4일 박 대통령과 함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가하러 러시아로 떠났다.20명 이하 영유아를 돌보는 가정어린이집들이 꾸린 가정어린이집연합회의 강명숙 서울연합회장은 “대통령과 정부가 아이를 낳기만 하면 다 키워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정부가 처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정태우 기자 blue@hani.co.kr
무상보육, 정부 주도로 늘려놓고 서울시가 비용 80% 부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서울시 구청장협의회가 내건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보육 약속을 지켜달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시 보육예산 한달 1000억
남은 예비비는 900억뿐
“지방채 발행은 땜질 처방”
정부 “엄밀히는 국회가 정한 것
줄일 수 있는 사업 있을 것” 주장
무상보육 재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과 관련해 복지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부담을 계속 지방정부로 떠넘기면 지방자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정부는 따로 쓸 돈이 없어져 결국 시민들의 삶의 질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올해 편성한 영유아 보육비 예산을 모두 썼다. 오는 10일 보육료 지급일과 25일 양육수당 지급일에 어린이집과 해당 가정에 줄 돈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집에서 아기를 기르는 가정에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양육수당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 구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서울시도 일단 ‘하늘이 두쪽 나도 무상보육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후퇴 등으로 3년 연속 감액 추경을 해야 할 상황이라며, 다른 사업의 예산을 줄여가면서 무상보육 예산을 늘리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900억원가량 남은 예비비 사용도 힘들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무상보육으로 나가는 돈이 한달에 1000억원가량이라 액수가 턱없이 모자란다. 지급일이 10일인 보육료는 정부가 신용카드사들의 협조를 얻어 최장 두달가량 지급을 연기할 수 있다. 하지만 현금으로 주는 양육수당은 그럴 수 없다. 서울시 예산업무 관계자는 “대안 중 하나인 지방채 발행은 현재의 부담을 후세에 전가하는 것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않은 땜질 처방이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기용 손준현 권은중 기자 xeno@hani.co.kr
무상보육은 대선 전에만? 박근혜 정부 ‘안면몰수’
위기 같은데 대응은 딴판
0~2살 무상보육 재원 없자
정부가 부족분 66% 떠안아
올핸 전면 시행 약속해놓고
지자체 ‘추경 편성’ 안하면
국고 지원도 못한다 버티기
무상보육 재원 마련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갈등과 논란은 올해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벌어졌다. 지난해 논란의 쟁점과 구도는 올해와 비슷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엔 그 해결과정이 올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지난해 0~2살 영아들을 보육시설에 보내면 지원하는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계층으로 확대했다. 대상자가 급증한 서울 서초구가 지난해 7월 맨 먼저 보육 예산이 바닥났다. 서초구를 시작으로 전국 자치단체에서 보육 재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속출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자치단체에 대한 국고보조율 상향이나 지방재정 확충 등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 추진한 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과 재원 분담에 대한 협의 없이 진행된 점 등이 지난해 논란의 원인으로 꼽혔다.지난해 9월 이명박 정부는 재원 부족을 이유로 ‘선별 무상보육’으로 물러서려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압박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 등 대선 후보들이 전면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전계층 무상보육이 대세가 됐다.지난해 9월13일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와의 간담회 때 “보육체계 개편으로 지자체가 추가 부담을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시·도지사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지난해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예산 부족분 6639억원 가운데 66%인 4351억원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쪽으로 합의를 했다.대통령 선거가 끝난 올해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전혀 딴판이다. 올해는 0~5살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맡기든, 직접 양육하든 모든 계층에 무상보육을 확대했다. 정부는 보육료(시설에 지급) 예산을 1조4163여억원 늘렸다. 보조금 관리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대응하는 매칭 방식으로 국비 6897억과 지방비 7266억원을 분담하도록 했다. 자치단체 분담액 중 5607억원은 국비로 지원하되, 자치단체가 추가경정 예산 편성을 통해 나머지 재원을 확보할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지난 5월22일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영유아 보육을 위해 필요한 금액 가운데 보육료는 69.7%, 양육수당은 14.3%만 편성해 무상보육 예산 편성 의지가 낮다고 비판했다.서울시는 영유아 보육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비율이 다른 시도의 50%와 달리 20%이고,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세수가 감소해 추경 편성이 어렵다는 태도다. 대신 정부와 서울시의 분담비율을 ‘2 대 8’에서 ‘4 대 6’으로 조정하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촉구했다.이달부터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곳에서 보육료와 양육수당이 동이 날 상황이다.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우리 아이 어린이집 점수 인터넷서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 6일부터 위생·영양·교수법 등 평가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보육환경은 대체 몇 점일까?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집의 안전위생, 급식영양, 교수법 등 자세한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보건복지부는 6일부터 아이사랑보육포털(childcare.go.kr)의 ‘평가인증 알리미’ 사이트와 복지부 홈페이지(mw.go.kr)를 통해 어린이집 평가인증 결과를 공개한다고 4일 밝혔다. 또 11월부터는 모바일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해당 어린이집이 평가인증을 받았는지 여부와 몇몇 우수 어린이집이 어디인지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복지부가 한국보육진흥원에 위탁해서 만드는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보육환경, 운영관리, 보육과정, 상호작용, 교수법·건강, 영양·안전 등 6개 영역 70개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지며, 총점과 영역별 점수가 75점 이상일 경우에만 인증한다.하지만 어린이집 3곳중 1곳은 아직 평가인증 받지 못한 상태로, 인터넷을 통해 해당 어린이집의 인증평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올해 7월까지 전체 어린이집의 65.7%인 2만8658곳이 3년 유효기간의 평가인증을 받았다. 유형별로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90%가 인증평가를 받은데 비해 부모협동이 36%로 가장 낮고, 이어 직장 52%, 민간은 70%, 가정형은 63% 수준이었다.복지부 김현준 보육정책과장은 “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을 중심으로 공개범위를 정했다. 어린이집들 사이에 선의의 경쟁을 이끄는 효과도 있어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립 유치원 80% ‘카드결제 안돼요’
단말기 있는데 액수제한 두기도
학부모들 비용부담 키우는 격
인천 구월동에 사는 주부 이아무개(35)씨는 올해부터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국가가 제공하는 보조금 22만원을 빼고도 매달 25만원씩 원비를 낸다. 이리저리 들어가는 돈이 워낙 많다보니 가끔은 결제를 한두달 늦출 수 있는 신용카드 결제를 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유치원에서는 당연한 듯 지로용지를 건네는데, 아이 걱정 때문에 카드 결제는 안 되냐고 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드 결제는 전혀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서울 반포동의 유치원에 6살짜리 아들을 보내는 주부 김아무개(34)씨 역시 유치원비 결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 총 원비가 120만원인데, 유치원이 정해준 종류의 카드로, 그것도 20만원까지만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나머지 100여만원은 무통장 입금을 해야 한다.일부 사립 유치원의 학비가 대학 등록금에 맞먹을 정도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사립 유치원들은 신용카드 결제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에 진학하는 아동의 수는 계속 늘고 있으나 원비 결재를 신용카드로 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전체의 20%남짓인 것으로 드러났다.교육부가 4일 발표한 ‘201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 원아는 올해(4월1일 기준) 65만8188명으로 지난해 61만3749명보다 7.2% 늘었다. 조금씩 줄던 유치원생 수가 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의 유아교육 지원 강화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반면, 신용카드로 원비를 낼 수 있는 유치원은 열 가운데 둘에도 미치지 못 한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3년 시·도별 사립 유치원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 사립 유치원 4061곳 중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곳은 20.1%인 816곳으로 조사됐다. 2009년 8.6%, 2010년 11.9%, 2011년 15.4%, 2012년 18.7% 등으로 매년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80%에 달하는 대다수 사립 유치원들이 카드 결제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셈이다. 김씨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두고도 사실상 결제가 불가능한 곳을 감안하면 학부모들의 불편함은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교육부는 지난 30일 서울의 한 사립 유치원의 연간 비용은 1200만원을 넘고, 전국 평균도 245만원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9월 댓글 이벤트] 가을 하늘을 날자

<자세한 내용>·내용: 우리집 가을 체험, 나들이에 대한 경험이나 계획을 본 페이지 댓글로 올려주세요.내용이 많으시면 속닥속닥 게시판에 올려주셔도 됩니다.(*글 제목에 [가을] 표기)·기간: 2013.9.5(목) ~ 2013.9.24(화)·발표: 2013.9.25(수) 이벤트 게시판
아이와 함께 하는 베이킹, 소통과 치유의 지름길
"깊은 밤 부엌에서"
그림책 제목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도 엄마도 잠옷바람에 부엌에서 난리가 난,
밤 11:30 실제상황이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몹시 피곤한 날, 초저녁에 잠들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운좋게도 다음날 아침까지 푹 자주면 그야말로 에헤라디야~ 지만,
10,11,12시..
이런 애매한 시간에 눈을 번쩍 뜨는 경우(엄마의 심장이 멎는 순간)가 꼭 한번씩 있다.
그런 날은 '그래! 딱 2시간만 놀다 자자!'하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부엌으로 향한다.
밀가루, 계란, 설탕, 버터 ...
이런 재료들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
이런 오밤중에 먹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다.
아이가 다시 잠들 때까지 장난감으로 어중간하게 시간을 떼우는 것보다,
나는 뭔가 생산적인 걸 하고 아이는 그 덕에 실컷 놀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것.
이럴 때, 나는 "베이킹"이란 육아 무기를 꺼내 든다.
주로 다음날 아침에 먹을 빵을 굽거나 피자용으로 쓸 밀가루 반죽과 쿠키 반죽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냉동시켜 두기 위한 작업을 하는 동안,
아이는 그 곁에서 떨어져 나오는 콩고물같은 여분의 반죽으로
신나게 주물럭거리며 놀 수 있는데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한밤중에, 온 집안이 깜깜한데 부엌에만 밝혀진 불빛 아래서
이런 금기의 시간에 실컷 놀이를 즐기는 아이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보인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반죽을 실컷 주무르며 신이 난 아이의 입에서는
명대사들이 줄줄 흘러나오곤 하는데
피자용으로 쓸 채소를 씻으라고 줬더니 물에 둥둥 뜬 피망을 보며
"엄마, 피망은 수영복이 초록색이야!" 그런다. ㅋㅋㅋ
채소로 물놀이도 했다가 반죽으로 갖가지 만들기 놀이도 하며 노는 아이곁에서
가끔 추임새만 넣으며, 나는 비상식량 만들기에 집중한다.
완성된 반죽을 밀어 피자 기지가 만들어지는대로 차곡차곡 냉동실 칸으로 옮기고,
간식으로 먹을 쿠키 반죽을 종류별로 잘 섞은 다음, 랩에 씌워 다시 냉동칸으로 고고씽.
<아이와 한, 두 시간 잠깐 논 것 뿐인데 식구들의 몇일분 간식이 뚝딱 준비되었다>
이젠 슬슬 정리를 할 시간.
냉동실에 듬직하게 자리를 잡은 우리 둘의 결과물을 아이와 함께 잠시 감상하며
내일 아침, 누나와 아빠에게 자랑할 멘트를 미리 준비하는 둘째^^
사용한 베이킹 도구들을 같이 씻고 정리한 뒤,
아이는 다시 행복한 얼굴로 이불 속에 누웠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 모험을 마치고 무사히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 주인공들처럼.
요리 중에서도 밀가루를 이용한 베이킹은 남녀 아이들 대부분이 즐기고 좋아한다.
요리의 즐거움은 만드는 과정에서 재료가 형태나 맛이 변화하는 걸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데
베이킹은 특히 기승전결 과정이 워낙 변화가 뚜렷하고
말랑말랑한 부드러운 반죽은 만지는 촉감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서인지 아이들이 만지고 난
밀가루 반죽은 얼마나 주물럭거렸는지 때가 타서 회색-으로 변할 때가 많다.
오븐 안에서 밀가루 반죽이 부풀어오르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놀랍고,
피자 빵 케잌 쿠키들이 익으면서 풍기는 달콤한 냄새들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 순간만큼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할 만한 위력을 발휘한다.
직접 하는 베이킹의 가장 좋은 점은
만들어서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
갓 구운 피자를 앗! 뜨거를 외치며 먹는 기쁨과 즐거움이란.
첫아이가 아기였을 때, 육아책만 읽기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육아 기술?을
배워두는 게 좋겠다 싶어 시작한 게 제과제빵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집에서도 뭔가 재밌게 놀면서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기를 의도했는데, 그런 내 기대 이상으로 첫째인 딸에게는 300%, 둘째인 아들에게는 200%
성공적으로 쓰여졌고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손자손녀들과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만큼 더 즐겁게 할 수 있겠다 싶어
베이킹 도구도 몇 십년 쓸 요량으로 좋은 걸 골라 사곤 한다.
아이들에게 밀가루 음식은 최소한으로 줄여주고 싶지만,
그래도 신선하고 건강한 재료로 만드는 빵과 케잌은 아이들 몸에
필요한 당분과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다.
피자 기지도 통밀을 섞어넣거나 신선한 달걀이나 설탕 하나를 고를 때도
정제된 백설탕이 아니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질 좋은 설탕을 쓰게 되면
맛과 풍미가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쿠키믹스, 00믹스같은 인스턴트화된 베이킹 재료는 안 권하고 싶다.
기초적인 부분 몇 가지만 기억하면, 왕초보라도 짧은 시간내에
수제 쿠키정도는 금방 만들 수 있다.
직접 만들어본다면, 시중에 파는 과자와 빵들이 얼마나 엄청난 설탕과 첨가물을
사용한 건지, 싸구려 재료로 만든 그것들이 가격은 또 왜 그리 비싼 건지
차츰 알게 되는데... 이 이야기들도 언제 한번 써보려 한다.
개학을 하자마자 가을 운동회 연습을 하느라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배고프다 외치는 아이들에게 둘째 아이와 한밤중에
만들어둔 초코칩 쿠키 반죽을 냉동실에서 꺼내 구웠다.
홈 베이킹의 또 한 가지 큰 장점은 너무너무 경제적이라는 것.
유기농00, 친환경00를 먹고 사기 위해 큰 돈을 쓰고
그 돈을 벌기위해 또 많은 시간을 쓰는 것보다, 이렇게 남과 세상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생활의 기술들을 하나씩 늘려가는 것.
스펙쌓기도 중요하지만, 평생 이런 능력들을 아이들이 하나씩 익히며 자랐으면 좋겠다.
갓 구워진 쿠키를 앗!뜨거를 외치며 먹는
오물거리는 아이들의 입을 보며
지금 먹는 이 음식들이 너희들 몸 속의 단단한 뼈와 살이 되어라..
자유로운 꿈과 상상력과 지성이 되어라..
엄마는 그렇게 주문을 걸어본다.
아이들에게 뭔가 미안한 게 있는 날
남편과 싸운 다음날
동네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고 싶은 날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야 하는 날..
그런 날마다, 나는 달콤한 것들을 굽고 또 굽는다.
가족과 이웃과 나 자신과 더 깊이 소통하며 일상의 크고작은 상처들을 치유하기 위해.
여름을 심하게 앓았던 주부가 있는 우리집 부엌 오븐은 요즘, 그래서 쉴 틈이 없다.
베이비트리 엄마들! 컵케잌 한판 구웠어요. 함께 먹고 9월도 힘내요~^^
울산대공원 동물원 체험행사
울산대공원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사랑앵무에게 모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제공 |
울산대공원 동물원 체험행사
울산시 시설관리공단은 다음달 20일까지 울산대공원 동물원에서 사랑앵무 모이주기 체험 행사를 한다고 5일 밝혔다.울산대공원 동물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2000마리의 사랑앵무 체험장이 있다. 이곳의 사랑앵무들은 지난 5월부터 환경, 시설, 사람과 모이 주는 시간에 대한 적응훈련을 받았다.관람객들은 체험장 밖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곡물사료를 구입해 사랑앵무에게 직접 모이를 주며 사랑앵무의 재롱을 즐길 수 있다. 모이 주는 시간은 오전 11시~낮 12시와 오후 3시30분~4시30분 등 하루 두차례다.사랑앵무 체험장 밖에는 홍금강앵무, 청금강앵무, 회색앵무 등 18마리의 대형 앵무들이 있다. 회색앵무의 전화벨·휴대전화·휘파람 소리와 청금강앵무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들을 수 있다. 울산대공원 동물원에서는 최근 태어난 사막여우, 낙타과의 과나코 등 희귀동물 새끼들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막여우와 과나코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2급으로 지정돼 있다.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주말이나 추석 연휴를 이용해 울산대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하면 동물 체험학습을 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준비해 온 먹을거리를 동물들에게 주는 일은 동물의 질병관리에 어려움을 주므로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박원순 “무상보육 위해 2000억 지방채 발행”
“박대통령, 무상보육 공약 지켜야”
서울시가 ‘0~5살 영유아 전계층 무상보육’ 재원 마련을 위해 2000억원어치 지방채를 다음달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무상보육 중단 위기는 넘기겠지만, 무상보육 국고 보조율을 올리지 않으면 재원 분담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이 되풀이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보육을 중단할 수는 없어 2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겠다. 서울시민의 빚을 줄이려 뛰어왔는데 새로운 빚을 짊어져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절박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올해 무상보육비 부족액은 3708억원이고, 빚은 이달 현재 18조4900여억원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서울시의회에 ‘세수결손에 따른 사업 축소와 지방채 발행(연리 3% 수준) 안건’의 처리를 요청할 계획이다.박 시장은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다. 대통령과 중앙정부는 정책과 재정, 두 가지 모두를 약속했다”며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채 발행은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야 한다”고 했다.영유아 보육료와 가정 양육수당을 지원하는 무상보육 사업은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고 기준보조율이 서울시 20%(일부 자치구 30%), 다른 시·도 50%이다. 올해 0~5살 전계층 무상보육으로 확대되면서, 각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커졌다.서울시는 국고 기준보조율을 20%에서 40%로 높여줄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해 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이런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으나,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열달째 계류중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엔 김황식 총리를 만나 머리를 맞대 합의에 이르렀으나, 올해 (현오석) 기재부 장관은 만남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굉장히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런 진통은 내년, 내후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새누리당의 민현주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은 안정적인 재원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박 시장을 비판했다.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지방채 발행과 함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함에 따라 1423억원을 곧바로 지원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는 이 돈을 9월치 무상보육 재원으로 쓸 방침이다.
안창현 송채경화 손준현 기자 blue@hani.co.kr
책 읽는 기쁨을 느껴보세요(자료)
아이와 함께 책 읽는 기쁨을 느껴보세요<차례>함께 생각해보아요–책은 많이 읽어야 좋다?–교과 연계 도서는 꼭 읽어야 한다?–독서를 잘하려면 사교육이 필요하다?–잘 팔리는 책은 좋은 책이다?–책을 읽어주면 혼자 읽지 않을까봐 걱정된다?책읽어주기 이렇게 해보세요함께 읽어요–1세~3세–4세~6세–7세~9세–10세~13세–청소년–어른어린이도서연구회는 이렇게 생각합니다책 읽는 문화를 가꾸는 9가지 약속
풍성한 한가위 민속 박물관 큰잔치
- 기 간 : 2013. 9. 18(수) ~ 9. 22(일)
- 대 상 : 어린이와 가족
- 장 소 : 어린이박물관 볕들재, 오촌댁, 놀이마당, 제수합 등 찾아오는길 바로가기
- 참가방법 : 인터넷 접수 후 추첨 및 현장 접수
- 접수기간 : 9월 2일 10시 ~ 9월 10일 17시
- 추첨 명단 발표 : 9월 11일 15시 - 참가비 : 무료 또는 재료비 있음(※재료비 있는 프로그램은 별도 표기함)
- 행사내용 : ‘풍요를 나누고, 장수를 기원하며’ 이천거북놀이 등 11종
- 문 의 : 어린이박물관과 김정헌(02-3704-4505), 홍수정(02-3704-4539), 이요한(02-3704-4530)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아리랑’을 불러요!” 프로그램 문의는 섭외교육과 이성곤(02-3704-3122)
* 접수 시 유의 사항 *
- 교육 신청 후 불참 시에는 반드시 교육일 2일전까지 전화로 알려주시기 바라며, 불참의사를 밝히지 않으신 분들은 차후 박물관 교육 및 행사 참여에 불이익(인터넷 접수 불가능)을 받게 됩니다.
(토ㆍ일요일 연락처 : 02-3704-4540~4541)
- 어린이 이름으로 신청해주시기 바라며, 학교(학년), 전화번호, 주소, 참가자수 등을 정확히 입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육 재료비는 현장에서 현금으로 납부해주시기 바랍니다.
2013 한가위 어린이박물관 체험교육 운영표
구분 | 교육명 | 횟수 | 장 소 | 일시 | 접수방법 | 재료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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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 위 세 시 풍 속 체 험 교 육 | ◦ 거북아! 거북아! 흥겨운 거북놀이 - 수숫대로 나만의 거북형상 만들기 - 소고치는 법 배우기 - 농기 만들기 - 거북놀이(지신밟기) | 2회 | 볕들재 어울림방 오촌댁 놀이마당 | 9.21(토) 10:30~13:00 | 인터넷접수 20가족 (1회당) | 무료 |
9.22(일) 10:30~13:00 | ||||||
◦ 가을걷이에서 송편이 만들어지기까지 - 벼타작 체험하기 - 송편 만들기 - 솔잎 송편으로 점치기 | 2회 | 볕들재 어울림방 | 9.20(금) 14:00~16:00 | 인터넷접수 15가족 (1회당) | 10,000원 | |
9.21(토) 14:00~16:00 | ||||||
◦ 목화씨에서 무명까지, 함께 나누는 무명 보자기 만들기 - 씨아 돌리기 - 무명 활타기 - 무명직물 이용하여 보자기 만들기 | 7회 | 볕들재 온누리방, 어울림방, 전통문화배움터 | 9.18(수) 10:30~12:30 | 인터넷접수 20가족 (1회당) | 5,000원 | |
9.18(수) 14:00~16:00 | ||||||
9.19(목) 14:00~16:00 | ||||||
9.20(금) 10:30~12:30 | ||||||
9.20(금) 14:00~16:00 | ||||||
9.21(토) 10:30~12:30 | ||||||
9.21(토) 14:00~16:00 | ||||||
◦ 소원을 담아 함께 만드는 북청사자 - 소원을 담아 북청사자를 만들고, 탈춤 배우기 | 상시 | 야외 부스 및 놀이마당 | 9.18(수)~9.20(금) 10:00~17:00 /탈만들기 | 자유체험 | 무료 | |
9,21(토)~9.22(일) 10:00~17:00 / 탈쓰고 사진찍기 및 탈춤추기 | ||||||
◦ 올해도 풍년일세 ‘추석맞이 올벼타작 체험’ - 타작농기구를 이용한 벼타작 체험하기 | 상시 | 오촌댁 앞마당 | 9,19(목)~9,21(토) 10:30~12:30 14:00~16:00 | 자유체험 | 무료 | |
◦ 올벼심리 나누기 - 올벼심리 체험 | 상시 | 오촌댁 앞마당 | 9,19(목)~9,21(토) 10:30~12:30 14:00~16:00 | 자유체험 | 무료 | |
◦ 함께 겨루어보자! 민속놀이 배우기 - 쌍륙, 승경도놀이 체험 | 상시 | 제수합 | 9.19(목)~9.21(토) 10:00~18:00 | 자유체험 | 무료 | |
◦ 민속놀이마당 - 투호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등 | 상시 | 놀이마당 | 9.18(수)~9.22(일) 10:00~18:00 | 자유체험 | 무료 | |
문 화 다 양 성 교 육 | ◦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아리랑’을 불러요! - 지역 특색을 지닌 아리랑, ‘아리랑’에 상응하는 각 국의 민요 부르기 | 3회 | 국립민속 박물관 앞마당 (우천시 강당) | 9.19(목) 14:00~17:00 | 인터넷접수 20가족 (1회당) ※참가자격 : 3대 가족 4인, 다문화가정 가족 4인 | 무료 |
9.20(금) 14:00~17:00 | ||||||
9.21(토) 14:00~17:00 | ||||||
◦ 한가위와 베트남 추석(쭝투) - 한가위와 베트남 추석(쭝투) 알기 | 4회 | 볕들재 온누리방 | 9,21(토) 13:30~14:30 | 인터넷접수 20명, 현장접수 5명 (1회당) | 무료 | |
9.21(토) 15:30~16:30 | ||||||
9,22(일) 13:30~14:30 | ||||||
9,22(일) 15:30~16:30 | ||||||
◦ 세계 민속악기 전시 관람 및 체험 - 찾아가는 박물관 관람 - 세계 민속악기 체험 | 상시 | 찾아가는 어린이 박물관버스 및 부스 | 9.18(수)~9.22(일) 10:00~18:00 | 자유관람 | 무료 | |
◦ 다문화꾸러미 전시체험 - 몽골과 베트남 꾸러미 | 상시 | 볕들재 온누리방 | 9.18(수)~9.20(금) 10:00~12:00 14:00~17:00 | 자유체험 | 무료 |
※ 상기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꽃보다 아기엄마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꽃보다 할배>를 이제서야 보았다.
덕분에 그동안 다독여 두었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제멋대로 솟아오르는 걸 느낀다.
사실, 젊은이들의 흔한 베낭여행이었다면 그냥 그저 그랬을텐데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하시는 여행인지라
평범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터지고 순간순간의 한 마디까지 큰 울림이 전해져 왔다.
어떤 절박함이 있거나 여행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인 사람이 하는 여행일수록
작고 소박한 경험조차 기쁘기 그지없고, 거기서 얻는 감동도 크기 마련이다.
절박함으로 말하자면,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만 할까.
가족과 떨어져서 단 1박2일만이라도 친구들과 훌쩍 떠날 수 있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여행으로든 일로든 떠날 수 있다해도 어린 아기가 있는 엄마일수록
마음편히 다녀오기는 힘들 것이다.
친정인 한국에 가려면 짧은 시간이지만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나는,
언제 한번 남편과 두 아이를 일본 집에 두고 나.혼.자. 친정에 다녀오는 게 꿈이다.
아주 잠깐 2박3일만이라도 좋겠다 싶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해볼까 망설였다가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아직은 힘들더라도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게 차라리 속편하기 때문이지만
다함께 움직이려면 비용도 비용이고, 지난 10년동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면서 내가 겪은 고생과 수모(?)가 아직까지 끔찍한 악몽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두 아이 모두, 비행기 좌석에 앉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어찌나 울고 보채는지
두 시간이 넘게 젖을 내놓고 먹여야 했는데(우리 아이들은 수유용 덮개같은 것도 어찌나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제대로 가릴 수도 없었다)
어쩌다가 옆자리에 젊은 총각이 앉게 되면 서로 민망해서 밥도 제대로 못먹은 적이 많다.
둘째를 임신한 때에는 입덧이 너무 심해 비행기타기가 더 두려웠는데
비행기 안에 있는 시간을 넘 지겨워하는 큰아이를 상대하면서
흔들리는 기내 안에서 입덧을 참아내는 게 어찌나 고통스러웠는지..
한번은 착륙하는 순간에 너무 흔들려서 결국 참지 못하고 들고있던 봉투에
엄청 토한 적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를 내던 그 순간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입덧 때문에 그렇다구요"
"착륙하는데 화장실에 갈 수도 없어 그랬어요"
하는 변명을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아니 그럴 틈도 없이 우르르 내 주변을 도망치듯 출구쪽으로 다들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이젠 좀 컸으니 이 정도의 일까지는 없겠지만
아무튼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비행은 내게 '여행'도 '귀향'도 아닌
고단한 노동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래서,
네 분 할아버지의 여행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또 다른 구성원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것 같던데
<꽃보다 아기엄마>를 만들면 어떨가 하는 상상을 혼자 해 보았다.
아기와 집과 일상과 일에서 잠시 떠나 혼자, 아니면 같은 처지의 엄마들 몇몇이
여행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것 같은데.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아! 제주도만이라도 너무 좋겠다..
초가을의 남해안도 좋고..
일본의 북해도는 또 어떤가!
뜨끈뜨끈한 노천온천에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파아랗고 드높은 가을하늘, 뭉게뭉게 하얀 구름, 그 아래 빛나는 초록세상을
좀 높은 곳에 올라가 실컷 내려다보고 싶다.
꽃할배 분들이 높은 산에서 여유있게 커피를 드시던 것처럼
그런 곳에서 몇 시간이고 또래 엄마들과 차 한잔 앞에 두고 수다를 떨고 싶다.
그러고 나면 더 건강한 마음으로 가족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짐꾼으론 누가 좋을까^^
현실성은 없지만 뭐 어떠랴. 상상만으로도 즐거운걸!
이사 간 아이와 동네 아이들의 경계선
![]() |
그림 글로연 제공 |
나도 고무줄놀이 낄 수 있을까
낯선 골목 부끄러운 ‘가슴앓이’
동네 아이들 입장에서 되짚어
이선미 글·그림
글로연·1만2000원책 앞뒤로 제목이 두 개다. 앞 표지를 열면 <‘나’와 우리>, 낯선 동네로 이사간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을 거꾸로 돌려 뒤표지를 열면 <나와 ‘우리’>, 낯선 아이가 이사온 동네에 원래 살던 아이들의 이야기다.하필이면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껌이 붙어 머리를 빡빡 깎은 직후에 이사를 가게 됐다. 낯선 머리 낯선 동네에 분희는 속이 상했다. 이사온 첫날,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또래 여자아이들의 고무줄 놀이가 한창이다. 같이 하고 싶다. 옆에 서서 구경하는데 들려오는 소리, “쟤 신발 거꾸로 신었네”, “쟤는 남자야? 여자야?”눈물이 찔끔, 가시가 마음을 콕 찌르는 것 같다. 분희는 집으로 들어가 방 안에서 혼자 고무줄놀이를 했다. 다음날에는 더벅머리에 분홍색 리본 머리띠를 하고 신발도 똑바로 신고 밖에 나갔다. 다시 한번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 아이가 인사를 해주었다. “안녕?” “응, 안녕.” 부끄러워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낙서를 하다 보니 귀동냥으로 어느새 아이들 이름까지 다 알게 됐다. 저 아이들도 내 이름을 궁금해할까?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다. 이제 그만 집에 가려고 일어섰는데 들려오는 소리. “얘, 네 이름은 뭐니?” 화장실 간 친구 대신 잠깐 고무줄 좀 잡아달란 말에 날아갈 듯 뛰어갔다.하루아침에 낯선 동네 낯선 골목에 뚝 떨어져 혼자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아이의 당혹감이 책 전체에 일렁인다.그런데 책을 뒤집어 읽어보면 다른 관점의 이야기다. 매일같이 모여 고무줄놀이를 하는 영아, 주희, 은섭이, 현옥이는 갑자기 등장한 낯선 아이에게 호기심을 느끼지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잘 모른다. “쟤는 여자야? 남자야?” 말해놓고 보니 처진 어깨를 하고 집에 들어가는 아이가 보여 미안하다. 들었나 봐, 골목의 여자아이들도 고민에 빠진다.
분희의 까칠한 더벅머리, 거꾸로 신은 신발이 부끄러워 배배 꼬이는 발, 기대와 부끄러움이 뒤섞인 분희의 표정, 혼자 낙서를 하는 아이의 등이 섬세하고 예민하게 그려졌다. 서양화를 전공한 이선미씨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체험담에 딸아이를 키우는 오승연 글로연 편집실장의 아이디어가 합쳐진 결과라 한다. 3살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글로연 제공
[9월 9일 새 그림책] 이렇게 널 사랑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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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야 잘 큰다! 우리 아이 숙면법
우리 아이 밤에 잘 짔나요?
KBS 방송에 나온 '잘 자야 잘 큰다! 우리 아이 숙면법'
소개해드려요.
...
<인터뷰> 장미령(서울시 구의동) : "보통 서너 번씩 깨는 것 같고요. 지난 9개월 동안 아기가 오래 잔 적이 없어서 한 네다섯 시간 정도가 가장 오래 잔 것 같아요."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는데요. 도윤이가 잘 자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인터뷰> 이정은(연구원/가천대학교 세살마을) "도윤이는 오전에 햇볕을 쬐고 놀아야 하는데 그 시간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오전에 햇볕을 쬐는 게 왜 중요하냐면 자외선을 쬘 때 우리 몸에서 좋은 물질이 나와요."
그 물질은 우리의 수면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아기들이 낮과 밤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영아들의 경우는 생후 100일에서 6개월 사이에는 수면교육을 시작하는 게 좋다는데요.
잠들기 한 시간 전 목욕과 마사지 등의 잠잘 준비 과정을 통해 이제 잘 거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자기 전, 아이를 흥분하게 하는 장난감은 피하도록 하고요.
푹 재우기 위해서는 생후 3개월부터 밤중 수유를 끊는 것이 좋은데요.
이를 위해서는 자기 전에 충분히 수유를 합니다.
<인터뷰> 이정은(연구원/가천대학교 세살마을) : "밤에 수유가 끝난 아기는 자다가 깬다고 하더라도 우유를 먹이지 말고요. 뜨겁게 끓여서 식힌 맹물을 우유병에 넣어서 물리고 혹시 물을 먹지 않는 아기는 노리개 젖꼭지를 물려서 심리적으로 잠시 안정을 취하게 한 다음 빨리 다시 재우는 것이 좋습니다.
자다가 깨서 운다고 바로 안아주면 오히려 더 잠이 깰 수도 있습니다."
(*출처: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720770&ref=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