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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입학 꿈에 가슴 부푼 7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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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09copy.jpg여름옷을 정리하느라 옷장을 뒤집어엎었다가 서랍장 밑에서 여름 내내 한 번도 안 입었던 옷 한 벌을 찾았다. 옷을 손수 지어서 제 딸 둘에게 입히는 친구가 물려주었던 옷이었다. 입학을 하는 둘째 딸을 위해 공을 많이 들여 만든, 정장풍의 블라우스와 치마였다.

일곱 살인 윤정이는 그 옷들을 보자마자 너무 예쁘다며 입어 보았다. 딱 맞았다. ‘진작 챙겨서 몇 번이라도 입혀 볼 것을…’ 정작 학교에 다니게 되는 내년 여름에는 옷이 작을 것 같았다. 윤정이는 하루 종일 그 옷을 입고 다녔다.

“엄마, 나 예쁘죠. 이거, 교복 같은 거예요?”

그랬다. 그 옷은 꼭 사립학교 교복처럼 보였다. 그 점이 오히려 딸아이의 맘에 든 모양이다. 오늘도 윤정이는 기어코 빨래 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그 옷을 다시 꺼내 입었다. 날이 선들대서 걱정을 했더니 얇은 내의에 스타킹까지 찾아서 신고 정성스레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목욕탕 거울 앞에 서서 저 혼자 단추를 끝까지 꼭꼭 잠그고 옷깃의 모양을 매만지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딸아이가 하루 사이에 훌쩍 큰 것처럼 느껴졌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다녀보지 않은 딸이었다. 일곱 살이 되도록 하루 종일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딸이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지내는 생활을 좋아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씩 발레를 배우러 주민자치센터에 갈 때마다 딸은 또래 친구들을 환하게 반겼다. 그런 딸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하곤 했다.

친구들이 늘 그리운 딸은 오래전부터 학교에 다니는 것을 갈망해 왔다. 벼룩시장에서 산 낡은 학교 가방을 늘 메고 다니면서 동생에게도 “언니는 내년부터 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언니 없을 때는 엄마랑 둘이 있어야 해” 하며 벌써부터 동생에게 ‘언니 없는 시간’을 준비시킨다.

학교, 교실과 친구들, 선생님, 모두 함께 먹는 급식, 교과서와 신발주머니까지 딸아이는 모든게 다 설레고 고대되는 모양이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빠가 쓰던 일기장을 찾아내어 더듬더듬 일기도 쓰고, 오빠는 몇 장 하다가 치워 버린 숫자 공부책을 꼬박꼬박 풀고 있다. 운동회도 해보고 싶고, 체험 여행도 가보고 싶고, 학예 발표회란 것도 너무 궁금하단다.

일찍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각종 학원을 오가느라 학교 입학은 오히려 시들해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딸은 한 번도 단체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 학교생활을 더 기다린다. 늘 떼를 쓰고 제멋대로 하는 어린 동생과 노는 일이 힘들었는데 자신과 잘 통하는 친구들을 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테니 빨리 입학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도무지 글자와 숫자에는 관심이 없어 애를 태우던 큰아이의 일곱 살 때를 생각해보면 딸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면서 저렇게 기대하는 학교생활이 정말 기대만큼 근사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긴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경험이든 고대하며 기다리는 일에 미리 어떤 인상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 다만 한껏 입학을 기다리며 설레는 그 마음이 예쁘다.

거울 앞에 서서 뿌듯한 표정으로 제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제 내 딸은 더는 어린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다. 제가 속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예쁜 소녀와 새로 맞이할 생활들을 나도 더 기대하며 같이 기다리고 싶다.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0일자 베이비트리면(27면))



감기 잘 걸리는 돌 이전 아이 감잎차 먹이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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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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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잘 걸리는 돌 이전 아이 감잎차 먹이려는데…
“비타민C 풍부한 감잎차 돌 전에도 괜찮아요” 
 
Q만10개월 남아와 40개월 남아를 키우고 있어요. 둘째는 2개월까지 혼합수유 하다가 젖양 부족으로 분유수유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면역력이 약한 것인지, 백일무렵부터 감기, 모세기관지염을 심하게 오래 앓았습니다. 첫째도 돌무렵 모세기관지염으로 입원한 뒤 감기만 걸리면 모세기관지염으로 고생합니다. 둘째는 2월말부터 4월까지 거의 계속 앓았고 그 뒤로도 감기만 오면 쌕쌕거리고 가래끓는 소리가 많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영아 천식을 염려하면서도 좀 더 지켜보자고 했어요. 6월부터 날이 더워지면서 한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으니까 증상이 사라졌다가 요즘 아침 저녁 쌀쌀해지니 다시 감기에 걸리네요. 감기에 걸리지 않는게 최선 같은데 첫째가 어린이집 다니고 하다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전에 감기 예방에 감잎차가 좋다고 들었는데 첫째에게 매일 한 잔씩 먹이려고 구입했는데 아직 돌이 안된 둘째에게 먹여도 괜찮은지 궁금합니다. 또 기관지가 약한 두 아이에게 좋은 관리법을 조언해주세요. ID gauni 

A: 감잎차는 비타민C의 파괴가 적고 식품으로 드실 수 있는 것 중에서는 안정적으로 비타민C를 체내에 흡수시킬 수 있는 좋은 차입니다. 돌 전에 먹여도 상관없습니다. 더불어 아홉번 구운 자죽염을 물에 개어 조금씩 먹이면 면역력도 증강되고, 인후염이나 중이염, 비염 증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어린이들이 자주 감기를 달고 사는 것은 면역력이 떨어져서입니다. 어린이 집을 다니게 되면 더욱 그렇겠지요. 감기예방에 좋은 식품은 도라지, 무, 배, 연근, 우엉, 오미자 등입니다. 생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도라지청이나 배즙, 오미자청 등을 조금씩 먹이면 좋겠습니다. 

이현주 기린한약국 한약사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각종 고민과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관련 전문가에게 물어 답변을 드립니다. 상담실 코너에 질문을 올려주세요. 

 


탈 많은 산후조리원, 이것만은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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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2.jpg» 사진은 한 산모가 출산 뒤 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잘 하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육체적·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인 산모가 산후조리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산후조리원을 계약할 때 미리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산후조리 기간은 산모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새 방에서 대피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2주 동안의 조리 비용이 425만원이나 되는데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산모 김아무개(35)씨는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지난달 23일 새벽 5시30분께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했다.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던 김씨를 비롯한 네 명의 산모들은 천정과 벽면 틈새에서 물이 쏟아져 긴급 대피했다. 4명의 산모들은 퇴실까지 계약 기간이 3일 남아있었다. 이날 조리원의 퇴실자는 3명이었다. 피해자 1명이 들어갈 방이 부족했다. 조리원은 병원 부속이어서 산모 한 명이 병원 병실에서 산후조리하거나 그날 퇴실하면 총 조리 비용의 절반을 환불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산모들은 “병실에서는 제대로 된 조리가 불가능하다. 당장 다른 조리원을 구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퇴실하냐”고 항의했다. 결국 조리원은 다음날 퇴실할 다른 산모를 설득해 피해자 모두에게 방을 제공했다. 사태는 마무리됐지만 산모쪽과 조리원은 피해 배상액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했다. 산모쪽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전액 환불을 요구했고, 조리원은 사건이 터진 이후 3일 동안의 요금에 약간의 돈을 보태 10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했다. 과연 산모들은 어느 정도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산모들이 요구하는 전액 배상은 불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의 산후조리원 유형을 보면, 입소 뒤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분쟁이 발생하면 총 이용금액에서 이용 기간 동안의 요금을 낸 뒤 나머지 요금을 환급받고, 총 이용 금액의 10%를 배상받도록 하고 있다. 위 사례의 산모들은 누수가 발생한 뒤의 3일치 요금(91여만원)에 42만5천원을 더해 받을 수 있다. 양신해 한국소비자생활 연구원은 “소비자는 화나고 억울하겠지만 현재 공정위에서 소송으로 가기 전 분쟁 해결 절차로 그 기준을 총 이용금액의 10%를 제시하고 있다. 이마저도 권고 사항이지 강제 조항은 아니다. 따라서 산후조리원을 계약할 때는 소비자가 직접 시설을 방문하고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후조리원 입소 전 사업자의 문제로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면 소비자는 계약금의 100%를 환불받을 수 있다. 만약 소비자의 문제로 계약을 해지하면 입소예정일 날짜 기준으로 환불액은 달라진다.


산후조리원.jpg

 

 

산후조리원 이용자 수가 늘면서 산후조리원 관련 분쟁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시설 관련 문제부터 계약 해제 거부, 질병·사고 안전 문제, 입실 거부 등 분쟁 내용은 다양하다. 한국소비자원이 1372 소비자 상담센터에 접수된 산후조리원 관련 상담 건수를 집계해보니, 2010년 501건, 2011년 660건, 2012년 867건, 2013년 상반기 504건(지난해 상반기에 견줘 25% 증가)으로 상담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오경임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1국 서비스팀 차장은 “과거에는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조리원이 이를 거부하거나 중도 계약 해제시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해 분쟁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공정위가 이러한 불공정 약관에 시정 조치를 취하면서 계약 해제 거부에 관한 분쟁은 많이 줄었다. 요즘은 상대적으로 질병과 위생·시설 등 사고·안전 문제 등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질병과 관련한 최근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의 한 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던 20대 김아무개씨는 입소 뒤 10일 째 되던 날 아이의 입천장에서 궤양이 발생해 조리원에 문의했다. 조리원은 흔히 있는 질병이라며 어떤 조처도 해주지 않았다. 조리원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있던 김씨는 일주일이 지나도 아이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칸디다균에 감염된 아구창’이라는 소견과 함께 종합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아이는 결국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치료비 등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나 조리원이 거절해 현재 분쟁중이다.   

 

오 차장은 “질병이나 안전사고 등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병원 치료비 등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배상 규정이 현재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질병이나 감염 문제 등에 대해 소비자들도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지적되자 관련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지난해 산후조리원 감염사고 등에 대한 피해보상 및 이용요금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조리원쪽의 책임으로 감염사고 등 손해가 발생하면 산후조리업자가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그 손해를 보장하기 위해 산후조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있다. 공정위는 또 산후조리원 관련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김안나 조사관은 “감염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해마다 감염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산후조리원 특성상 신생아들이 상당 기간 동안 집단적으로 모여 있어 질병이나 감염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 보상 기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성도 있다는 얘기다. 오 차장은 “ 아직까지는 구체적 기준이 없는 만큼 신생아 및 산모에게 질병이나 감염 등 안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병원에 바로 가서 치료하고 산후조리원을 관할 구청에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출산 직후의 산모는 육체적·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다. 산후 조리는 산모들에게 출산 이후의 건강 상태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따라서 산모와 가족들은 산후 조리 과정에서 이같은 분쟁을 겪지 않도록 미리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소보원은 산후조리원 선택시 산모들이 염두에 둬야 할 사항으로 △계약서에 환급 기준 및 약정 내용을 기재할 것 △전화 문의만 하지 말고 직접 방문해 시설·계약 내용등을 확인할 것 △화장실·샤워실의 난방 시설 여부를 점검할 것 △신생아실의 전문 간호사가 적정 인원인지 확인할 것(산후조리원의 1일 평균 입원 영유아 7명 당 1명) △시끄러운 길가·고층 건물·계단이 많은 산후조리원은 피할 것 등을 제시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화장용 눈썹 칼’ 어린이 안전사고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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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조사…“주의 문구 표시” 권고

성인 여성의 눈썹 정리에 쓰이는 ‘화장용 눈썹 칼’에 의해 어린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부터 지난 7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접수한 화장용 눈썹 칼 관련 안전사고가 모두 186건에 달했다. 안전사고는 2011년 60건, 2012년 70건에 이어 2013년에는 7월까지만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56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화장용 눈썹 칼로 인해 가장 많이 다친 연령대는 만 6살 미만 영유아(119건, 64%)였다. 영유아가 다친 부위는 손이 108건으로 가장 많았고, 얼굴 6건, 팔·다리 3건, 머리 2건 순이었다.

화장용 눈썹 칼은 보통 덮개식 또는 접이식 형태인데,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영유아도 쉽게 뚜껑을 열거나 칼날을 펼 수 있다. 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중인 15개 제품(국내산 8개, 일본산 7개)의 표시사항을 조사한 결과 ‘보관·사용시 소비자 주의사항’ 표시가 미흡하거나 아예 표시되지 않은 제품이 7개였다. 소비자원은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고, 해당 업체들은 이를 즉각 반영해 영유아 경고 문구를 포함한 소비자 주의사항을 삽입했다.

소비자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화장용 눈썹 칼을 영유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등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기술표준원에 화장용 눈썹 칼 제품 관리를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을 요청하고, 관련업체에는 면도날 잠금장치 도입 등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환절기 기관지에 좋은 달콤한 간식, 배숙과 연자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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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심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나 기관지가 좋지 않은 노인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를 가지고 있다면 기온이 내려가는 이 시기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한방에서 폐(肺)는 오관 중 코와 연관되고 육부 중에서는 대장(大腸)과 짝을 이루고 있다. 기관지의 상태는 코에 나타나고 변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몸이 냉하면서 아침 기상 후 맑은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기 쉽다. 반면 평소 열이 많아 땀도 많이 흘리고 코피도 종종 터지는 아이라면, 취침전이나 기상 후 주로 코막힘을 호소하면서 변이 된 편이다. 


오랫동안 감기를 달고 있으면서도 잘 떨어지지 않고 만성적으로 비염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기관지점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게다가 요즘은 생후 1~2년이 되면서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잦은 감기바이러스에 노출되어 항생제를 달고 사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워킹맘들은 저녁에서야 아이들과 만나기 때문에, 자녀들의 건강상태를 제대로 돌볼 여유가 없고, 요리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품메뉴나 간단한 고기, 생선요리로 상을 차리기가 쉽다. 아이들의 입맛은 점점 인스턴트 식품과 자극적인 양념맛에 길들여져 가고, 바쁜 엄마들의 요리솜씨는 늘지 않는 구조속에서 섭생을 통해 건강을 챙기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을 내어 아이들 입맛에도 맞고, 건강에도 좋은 요리들을 만들어보자. 기관지에 좋은 음식인 배숙과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연자정과는 요리방법도 간단하여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기린의 채식레시피1] 

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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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숙 재료 : 배 1개, 통생강 1개, 물 두컵반, 원당(설탕)5큰술, 통후추 1큰술, 잣 조금


1. 배는 4~6등분 하여 씨를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 후 모양을 내어 다듬는다.

2. 생강은 깨끗이 씻은 뒤 얇게 저며 물과 함께 센불에서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 20분 정도 끓인다음 체에 받쳐 거른다

3. 통후추는 씻은 후 손질해놓은 배에 세개씩 박아넣는다. 깊이 잘 박아야 빠지지 않는다.

4. 생강끓인 물에 3을 넣고 설탕을 넣어 약불에서 20분간 졸이듯 끓인다. 배가 투명해지면서 떠오르면 불을 끈다. 취향에 따라 설탕양을 조절한다.

5. 차게 식혀서 그릇에 담아 장식하다. 잣을 띄우면 더 좋다

 

[기린의 채식레시피2] 

연자정과


 

  

 재료 : 연자 1컵.  원당, 천일염 , 조청 조금씩

 

1. 연자(연밥)를 물에 1시간 정도 불려둔다

2. 불린 연자에 물이 잠길정도로 부은 후 센불에서 끓이다가 불을 줄여 익을때까지 졸인다

3. 다 익으면 원당, 소금으로 적당히 간을 하고, 조청을 넣어 좀 더 졸인다. 연자가 투명해지면 불을 끄고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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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 색은 오장의 기운에 영향을 미친다. 배와 연자(연밥)는 모두 흰색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오장 중 폐의 기운을 돕는다. 예로부터 기침이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으면 통배의 속을 파내고 꿀을 채워 중탕을 해서 먹으면 기관지 점막의 진액을 보충해주어 기침이 멎는다 하여 민간에서는 자주 애용해왔다. 배의 껍질에 있는 점은 리그닌과 펜토산이 주성분인 석세포로, 배설과 이뇨작용이 있어 변비에 좋다. 석세포때문에 배를 먹고 나서는 이가 뽀드득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배는 성질이 서늘하여 폐열로 인해 생기는 기침이나 가래에 도움이 되고 목소리가 잘 쉬는 분들에게도 좋다.


배숙을 할 때는 모양을 내기 위해 껍질을 벗겼지만, 사실은 배의 껍질에 들어있는 리그닌, 펜토산은 항암작용을 하고, 무기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몸이 냉한 사람이 배를 많이 먹으면 설사가 나면서 소화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오늘의 요리처럼 생강과 함께 배를 요리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생강의 주성분은 전분성의 당질이지만, 진제롤, 쇼가올, 진제론 등의 매운 성분이 소화를 돕고 소화기 점막을 따뜻하게 온열시키기 때문에 배와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장내 이상발효로 인해 가스가 차고 구토와 설사가 나는 분들에게 좋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하며 혈액순환과 체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꽃, 뿌리, 씨앗, 꽃술까지 모두 버릴 게 없는 연(蓮)은 최상의 효능을 지닌 우수한 영양식품이다. 연잎은 뼈를  튼튼하게 하면서 임신을 돕고, 마음을 다스려준다. 연근은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해서 소모성 질환의 환자에게 요긴한 식품이다. 또한 니코틴을 해독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금연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생즙을 하루 한 컵 마시면 좋다. 신경안정 효능도 뛰어나서 히스테릭한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식품이다. 연자(연자육, 연밥)는 수천년이 지나도 발아를 시킬 수 있을만큼 수명이 긴 놀라운 생명이다. 그만큼 뛰어난 자양강장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면역력을 증진시켜 준다. 여성들의 자궁질환에도 좋고 오래된 설사증에도 효과가 좋다. 무슨 음식이든 알고 먹으면 맛도 더 좋게 느껴지고, 병도 더 잘 낫는 기분이 드는 법이다. 진흙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에게서 우리는 세상의 그 어느 곳이라도 생명의 아름다운 자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모두 아름다운 생명이 아니던가.


쪼그려 앉아 송편 빚지 말고, 손목 아플땐 온찜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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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을 만들 때 쪼그려 앉아 일하는 건 관절에 매우 좋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건강] 한가위 관절건강 지키기

어느 해보다 긴 한가위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석 음식 장만 등 ‘명절 노동’이 각종 관절 질환을 부르는 고된 연휴이기도 하다. 여성들은 명절 연휴가 더 괴롭다는 이른바 ‘며느리증후군’에도 시달리며, 특히 50~60대에서는 관절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요리에 숙련된 여성들 역시 일하는 시간이 긴 만큼, 무리가 많이 가는 허리와 손목, 무릎에 편한 자세가 추천된다. 부모님의 관절에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절 질환의 초기 치료에 필요한 일이다.

명절 뒤 50~60대 여성 관절환자 급증

우리나라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명절 뒤에는 어깨부터 손까지, 또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50~60대 여성이 대부분인데, 20~30대는 일을 잘 몰라서 많이 할 수도 없을뿐더러 평소에 관절이 건강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을 만큼 심하지는 않은 경우가 많다.

50~60대는 평소 무릎이나 손목, 어깨 등에 퇴행성관절염을 가진 경우가 많아 쪼그리고 앉아서 손을 쉴 새 없이 놀려가며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평소의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쪼그려 앉는 자세 자체가 무릎 관절을 괴롭힐 수 있으며, 많은 일로 손목 안에서 근육과 혈관, 신경 등을 감싸고 있는 근막이 좁아져 신경 등을 압박하면 손가락이 저리거나 통증, 마비가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도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척추 주변을 감싸는 허리 근육이 약해져 있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허리가 ‘삐끗’할 수도 있다. 이들 관절 질환은 평소에는 생활습관 교정, 물리치료 및 운동, 약물 등으로 관리할 수 있으나 갑자기 무리해서 악화하면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간이 의자라도 챙겨 앉아서 일해야

각종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망치는 자세로 관절을 자주 쓰다 보니 생긴다. 허리나 무릎 관절의 경우 쪼그려 앉는 자세가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앉은 자세 혹은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앉은 자세가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미치는 몸무게 압력이 각각 50%, 80% 이상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운전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무릎 관절 역시 쪼그려 앉았을 때 몸무게가 주는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혈액 순환의 방해 등으로 관절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물을 다듬거나 송편을 만들 때 쪼그려 앉지 말고, 의자에 앉아서 식탁 위에 음식을 놓고 일하는 게 좋다.

손이 많이 가는 명절 음식 
관절 약해진 50~60대 특히 조심 
의자에 앉거나 식탁에서 일하고 
설거지땐 한쪽 발 받침대 쓰면 좋아 
30분에 한번씩은 일어나 기지개를

방바닥에 많은 사람이 모여 한꺼번에 일할 때라면 간이 의자라도 쓰는 것이 좋다. 설거지를 할 때에는 한쪽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쓰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 손목이나 손가락의 통증이 나타날 때에는 일단 휴식을 취하면서 손목에 온찜질을 하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음식 장만이 급하다고 해도 30분~1시간에 한번씩은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거나 스트레칭을 통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어날 때 선반 잡는 부모, 관절 건강 살펴야

명절에 부모님을 찾다보면 무엇보다도 관심가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건강이다. 특히 관절이 망가지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일상생활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우울증 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부모님의 몇몇 자세를 보면 다리 쪽 관절의 이상은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고 일어나거나, 방안에서 움직일 때 앉거나 기어서 다니는 일이 잦을 때에는 관절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하는 경우, ‘아이고, 무릎이야’라는 말을 자주 할 때,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혹시 이런 증상이 2~3개쯤 관찰된다면, 관절염 초기에는 관절·근육 운동이나 약으로도 조절되는 만큼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설명해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이광현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양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 황보현 은평힘찬병원 과장

착한 몸, 나쁜 몸, 이상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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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1_2.jpg» 워터파크, 한겨레 자료 사진.

올여름 휴가엔 이른바 ‘워터파크’라는 데를 다녀왔다. 물놀이는 참 오랜만이었다. 특히 실내수영장에 물놀이를 간 건, 근 20년 만의 일이었다.

바닷가에서 자란 탓에 어릴 때부터 제법 수영 경험은 있지만, 그러다보니 물놀이는 바닷가에서나 하는 거라 생각했다. 실내수영장은 운동 목적의 수영을 하는 곳이라 여겼다. 그렇다고 바닷가에 자주 간 것도 아니다. ‘휴양’보다는 ‘여행’이 좋다며 10년 넘게 물가에 가지 않고, 나는 휴가에 여행을 다녔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아이가 또 생기자, 이젠 내 입맛에 맞는 휴가를 고집할 수 없었다. 아내는 휴양지를 좋아한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바닥 분수만 보아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온가족의 요구를 다 뿌리치고, 역사문화의 고향을 찾아 박물관 다니고 책 읽고 사람들 사귀고 다닐 자신, 나는 없다. 그냥 올 휴가엔 워터파크 휴가에 동의했다. 기꺼이.

새삼 부끄러운 게 있었다. 워터파크에 막상 입장하기 직전, 그제야 문득 아들 둘의 아빠인 고등학교 선배가 지난 겨울 어느날 술잔을 기울이다 한 말이 떠올랐다. “애들 둘 데리고 물놀이 가려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 해.”

아차! 수영복은 반바지였지! 어머 옆구리, 어머 배, 어머 흐물흐물 팔뚝, 어머 늘어진 가슴, 어머 처진 엉덩이, 어머어머 어떡해! 이걸 어디다 내놓고 다녀!

20대 초에는 대략이나마 ‘구획정리’가 됐던 내 몸은, 군 시절 어깨와 무릎을 다치고, 회사 헬스장에서 무리하다 어깨를 또 다치고, 노래방에서 춤추며 뛰어놀다 무릎을 다시 다치는 시련을 거치며 몇 년 간 ‘운동하지 않는 몸’이 됐다. 운동을 그만두자 몸에 그려졌던 구획의 경계는 희미해졌고, 살집이 선을 지우더니 전반적으로 나잇살이 붙었다.

이를 어쩐다! 푹 기가 죽은 채 풀장에 들어갔다. 수영복 위에 검정 티셔츠를 입었다. 아내가 준비해준 ‘살가리개’였다. 주위를 돌아보니 면티셔츠를 입은 건 나뿐이었다. 어차피 애들만 놀아주면 된단 생각에 물먹은 면티셔츠에 끌려다니며 두 녀석 튜브를 밀어줬다.

그때 안전요원이 다가왔다. “면티셔츠는 입으시면 안 됩니다.” “벗어요?” “네. 벗으셔야 돼요.” 아! 마음이 추워서였을까. 맨살에 닿는 물이, 공기가, 심지어 햇살도 으슬으슬 차가웠다. 몸도 착하고(!) 마음도 착하게 생긴 안전요원을 하나 붙잡고 물었다. “저기,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티셔츠를 좀….”

‘으슬으슬 몸도 안 좋고, 몸매도 안 좋아서요’라고 더 설명할 걸 그랬나 생각한 순간, 건강한 구릿빛 피부의 안전요원은 친절하게 “그냥 입고 계세요. 혹시 누가 물어보면 몸이 안 좋다고 하시고요”라고 했다. 아, 감사! 이 몹쓸 나쁜 몸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개미가 겨울을 나기 위해 봄·여름·가을에 열심히 일하듯, 아빠는 여름을 나기 위해 가을·겨울·봄을 열심히 운동해야 하는 건가. 당장 내일부터 다이어트 해야 하나.

그럭저럭 물놀이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 같이 물놀이를 갔던 같은 동네 아이엄마가 아내와 수다를 떨다가, “그 집 아빠는 운동하셨어요? 몸이 장난이 아니시던데”라고 했단다.

오잉? 이상하네. 검정 티셔츠 안에 아득한 옛날 구획정리의 흔적이 비쳤나? 이제라도 희망을 갖고 운동하면 되나?

** 이 글은 월간 육아잡지 <맘&앙팡>(디자인하우스) 2013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그윽한 적막 밟으며 초가을 숲길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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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창군 봉평면 흥정천변 판관대 부근의 메밀밭.

[esc] 여행 
휴가와 단풍철 사이 고요함 맛볼 수 있는 9월의 강원도 평창 여행

축제 한창인 봉평 
낙엽송숲을 뒤로하고 
산자락 타고 흘러내리는 
파스텔톤의 메밀밭 풍경

햇살은 따스하고 숲길은 조용해졌다. 소란한 휴가철 지나가고 요란한 단풍철은 아직 오지 않은 때. 푸른 하늘 흰 구름까지 이어진, 초가을 숲길이 굽이치며 알려주는 건 세상은 다시 적막하다는 거다. 9월의 강산은 이제 고요해서 더 짙어지는 물소리 벌레소리 세상이 되었다. 강원 내륙 고원도시 평창의 초가을 산길도 적막강산이다. 도로변 메밀밭과 봉평 장터는 가을잔치로 시끌벅적하지만, 잠시 숲길을 오르면 온 산길 물길과 빼어난 전망이 다 거닐고 쉬는 자의 것이다.

메밀밭 보고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산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메밀밭을 지나야 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길마다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들판을 지나면 부연 메밀밭이 지천인 봉평이다. 봉평 출신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곳이다. 평지도 산자락도 자디잔 꽃들이 모이고 또 모여 이룬 넓디넓은 흰 꽃밭이 안개처럼 깔렸다. 이른 아침이면 오리무중의 물안개밭, 해 돋아 내리쬐면 눈부신 햇살밭이 된다.

축제(효석문화제·9월22일까지)장을 찾는 인파로 메워지는 주말을 피해, 평일 아침 메밀밭에 들르면 깨끗한 메밀밭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메밀밭 경치는 장평나들목에서 나와 흥정천을 따라 봉평면소재지에 이르는 도로변과 이효석 생가 터 주변, 평창무이예술관 앞, 그리고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오르는 길 주변 산자락 등에 펼쳐져 있다.

흰 메밀밭 사이로 누렇게 익어가는 볏논이 층을 이룬 모습이나, 낙엽송숲을 뒤로하고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듯 자리잡은 파스텔톤의 메밀밭 풍경 들이 감동적이다.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오르면, 산비탈 숲속에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며 주막 충주집, 물레방앗간 등을 재연해 놓은 소설의 주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2 평창읍 장암산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구름 사이로 평창천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붓꽃섬 캠핑장 들러 잣나무숲으로

옛날 붓꽃이 지천이었다는 붓꽃섬(아트인아일랜드·아이리스아일랜드)은 흥정천과 무이천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소나무·낙엽송이 널찍한 숲을 이룬 이 섬은 아담한 펜션과 다양한 농촌체험을 곁들일 수 있는 캠핑장이 있어 캠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설에 비해 사이트 이용료가 다소 비싼데도(더군다나 2박 이상만 예약 가능하다) 이 캠핑장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료로 진행되는 무농약·유기농 농작물 경작·수확 체험 때문이다. 철마다 나물 뜯기, 고구마·감자 심고 캐기, 호박따기·잣줍기 등이 진행된다. 아니, 캠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어르신을 모시고 오면 맷돌호박 따위를 선물하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농촌체험 기회를 주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도 특이하다. 대를 이어 봉평에 살아오고 있는, 붓꽃섬 캠핑장 주인 박정희(53)씨의 가족애를 중시한 운영 방침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사위가 장인·장모를 모시고 오면 호박을 하나 주지만,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고 오면 큼직한 호박을 두개를 안겨드립니다. 무료 특별 농촌체험은 기본이고요.”

이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면, 또다른 특별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사륜구동 오토바이(ATV)를 타고 낙엽송숲 거쳐 광활한 잣나무숲에 들어가 즐기는 잣 줍기, 표고버섯 수확 체험이다. 박씨의 고조부 때부터 심어온, 봉평면 원길리 60만평에 이르는 잣나무밭에는 80여년, 50여년, 20여년씩 자란 세 무리의 키다리 잣나무들이 피톤치드 가득한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증조부 때부터 한 대씩 걸러, 손자가 태어났을 때만 기념식수 방식으로 나무를 심어왔다고 한다. 추석 연휴 무렵을 전후해, 잣나무 숲길 탐방과 잣줍기 체험이 진행된다.

3 원길리 잣나무숲.

흥정계곡 상류 임도 따라 불발령으로

흥정계곡은 흥정산(1276m)과 회령봉(1309m) 사이에서 발원해 봉평면을 거쳐 금당계곡으로 흘러드는 깨끗한 물줄기다. 강릉부사를 지낸 양사언이 자주 놀러 왔다는 팔석정 주변 바위 경치와 짙푸른 물웅덩이 바위 밑 물속으로 커다란 굴이 뚫려 있다는 구유소 경치도 아름답지만, 인적 드문 가을 숲과 청정 물길을 감상하기엔 계곡 최상류 쪽이 좋다. 흥정계곡 상류 마지막 펜션 옆 차량통행 차단기를 넘어 널찍한 임도를 걸어오르면 차고 맑은 물길과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잎갈나무) 숲길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불바래기 골째기 안엔 죄 낙엽송이여. 68년 소개령이 떨어져가지군 다 쬐껴내려왔지.”(주민 이동옥씨·61) 흥정계곡 상류엔 화전민 30여가구가 모여 살던 불바래기(흥정리 8반, 화명동) 마을이 있었다.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한 이주정책으로 마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속성수인 낙엽송들이 심어졌다. 뾰족뾰족 키다리 낙엽송들이 불바래기의 주요 식생을 이루게 된 이유다.

흥정계곡 최상류 위쪽으로 임도를 따라 오르면 장곡재 삼거리 지나 불발령에 이른다. 홍천 서석면·내면 길이 갈리는 삼거리다. 옛 불바래기 주민들의 주생활권은 봉평면이 아니라 홍천 내면·서석면이었다. “봉평장 가려면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데, 서석장은 장곡재 넘어가 한나절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불발령 정상엔 팻말이 하나 세워져 있다. 1978년 겨울, 제주도로 시집갔던 아낙(박정열·당시 38살)이 6살짜리 딸을 데리고 흥정리 동서 집을 거쳐 홍천 내면의 친정으로 가다 눈보라 속에서 동사한 일이 있었다. 사흘 만에 발견된 아낙의 품속에선 엄마의 겉옷에 감싸인 딸이 살아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살신모정을 기려 세운 팻말이다.

흥정리에서 불발령 정상까지는 7~8㎞ 거리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중간쯤의 물 맑은 숲길에서 쉬다 내려오는 것도 방법이다.

장암산 활공장 전망과 구름바다

숲길 안팎에서 꽃과 나무를 즐겼다면, 차를 타고 올라 멋지게 굽이치는 평창강 물줄기와 산줄기를 감상해 보자. 내륙 산간 고지대이니 산봉들을 감싸고 흐르는 물줄기도 심하게 굽이치는 사행천이 대부분이다. 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평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암산(836m)이다. 평창읍에서 42번 국도 타고 미탄 쪽으로 가다 노론리 쪽으로 좌회전해 차로 10여분 오르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인 장암산 전망대에 이른다.

일교차 큰 날 아침마다 깔리는 구름바다가 멋진 곳이다. 오전 내내 덮여 있던 구름바다는 낮 12시가 되어서야 빈틈을 드러냈다. 멀리 백덕산(1350m) 봉우리들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뻥 뚫린 구름바다 밑으로 아득히 굽이치는 평창강에 감싸인 평창읍 시가지가 눈에 잡혔다.

구름이 풀리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가을철엔 상승기류가 좋아 전국에서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평창/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평창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에서 나가 봉평면 소재지로 간다.

먹을 곳 미가연(033-335-8805) 등 봉평면 일대에 메밀국수와 메밀묵, 곤드레밥을 내는 식당이 즐비하다.

묵을 곳 붓꽃섬(아트인아일랜드, 070-4639-6315)엔 낙엽송 숲에 만들어진 40개의 캠핑 사이트 외에 11가족이 묵을 수 있는 펜션도 있다. 허브솔펜션(033-334-4445) 등 흥정계곡을 따라 펜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허브솔펜션에서 묵으면 흥정계곡과 불발령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여행 문의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72, 이효석문학선양회 (033)335-2323.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2일자)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지렁이가 우리집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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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으로 오묘한 것 같습니다.

아이때문에 내가 변했다는 걸 어느순간 깨닫게 되면, 좀더 멋진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더라구요.

 

아이때문에 생태수업을 신청하고, 아이 뒤를 쫓아다니다가 저 또한 자연, 환경지키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솔직히 고백컨데,  환경의 중요성은 머리속 지식으로만 담겨있었지요.

환경을 지켜야하고 생명은 소중한 것이었지만 생활속에서 실천하기란 어렵고 먼 길이었습니다.

 

이런 날라리같은 제게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지렁이가 찾아왔습니다.

 

비온후 길에서 만나는 징그러운 녀석.

길가다 지렁이를 보면 비명을 지르느라 난리였는데, 어쩌다 지렁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된걸까요?

그것도 음식물쓰레기를 먹는다니!

정말 궁금하시죠?

 

 

지난주 글에서 소개했던 생태수업.

그 생태수업을 진행하시는 선생님께서 기획하신 성인강좌 9월 수업에 지렁이 수업이 있었답니다.

총 3번에 걸친 지렁이 수업이었는데요~

음식물쓰레기를 먹는 지렁이라고 하니 너무너무 궁금했지요.

아이 학교에 보내고나면 오전에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어서 심심한 탓도 한 몫했구요.

 

첫번째 수업에선 지렁이 사육상자를 만들어 지렁이를 분양받아오고

두번째 수업에선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 배추모종심기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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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꿈꾸는 세상을 만드는 농부래요.

꿈세렁이.

선생님께서 지은 이름인데 참 예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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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변토와 코코피트를 섞어서 지렁이 집을 만들어주고 지렁이를 분양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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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하는 지렁이는 붉은실지렁이에요. 

알면 보이고,  자꾸 보면 사랑하게 되나봐요.

징그럽지않고 귀한 손님으로 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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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에게 참외껍질을 주었는데, 참외씨앗이 싹을 틔웠다고 해요.

개운산 생태교실에 있는 지렁이집.. 지렁이 분변토속에서 싹을 틔운 새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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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지렁이 수업에선 상토와 분변토를 섞어서 배추모종을 옮겨심었어요.

선생님께서 배추 씨앗을 심어 키워놓은 걸로 분갈이를 해서 데리고 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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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잘 키워서 김치를 담궈보고 싶어요.  결혼 9년차지만 아직까지 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습니다.

배추를 키워본 적도 물론 없지요. 제가 키운 배추면 김치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햇님군과 꿈세렁이를 관찰하고, 어떤 음식물을 주면 좋을지 공부했답니다.

앞으로 틈날때마다 아이와 함께 지렁이 공부를 하려고 해요.

 

소비 지향적이고 일회성에 그치는 체험들로 아이의 일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보다

나와 가까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익히고 삶으로 생명을 대할 수 있게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 배추모종을 옮겨심다가

배추흰나비를 만났어요.

배추흰나비가 배추모종에 알을 낳고 돌아다녔는데

알을 낳은 배추모종 하나를 가지고 왔답니다.

친정 부모님은 질색하시던 배추흰나비!

햇님군에게 관찰시켜주겠다고 귀하게 모셔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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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아서 미천한 사진찍기 실력으론 보이지않네요.

알이 자라서 나중에 배추흰나비를 볼 수 있을까요?  ^^

 

 

 

 

 

 

어린이날도 ‘내년부터 대체휴일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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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협의…“올해안 규정 개정”
재계 반대로 미뤘다가 결론

정부와 새누리당은 12일 당정협의를 열어 설·추석 연휴에 이어 어린이날에도 ‘대체휴일제’를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1일의 휴일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당정협의 브리핑을 통해 “어린이날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칠 경우 평일에 하루의 대체휴일을 추가로 부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해 안에 공휴일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달 설 또는 추석 연휴가 일요일과 겹치면 연휴를 하루 더 늘리는 대체휴일제 방안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어린이날도 대체휴일제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생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재계 의견과 이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결정이 미뤄진 바 있다.

황 의원은 “명절과 가정을 중시하는 국민 정서와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두루 고려했다. 어린이날은 향후 10년간 두 차례 대체휴일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10년간 11일의 휴일이 추가로 발생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1일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그래도, 해피뉴이어! 말라카에서 맞는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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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말라카(Malacca, Melaka, 믈라카, 멜라카)
새벽,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낡고 오래된 도시는 어딘가 음험해 보였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은 우중충하고, 불에 타 버려진 건물과 그를 마주 보고 서 있는 우리의 숙소, 온천 여행지의 관광호텔처럼 특징 없는 시멘트 건물이 삭막하게 느껴졌다.

“엄마, 망고스틴! 과일 가게야!”
폐허가 된 건물을 배경으로 과일가게가 벌써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종류가 많아서 가게라기보다 전시장 같다. 밤 버스를 타고 예닐곱 시간을 달려온 터라 피곤했고 낯선 곳에 대한 경계심으로 긴장해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깬 도시를 눈앞에 두고 막막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을 때 어슴푸레한 불빛,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열대 과일의 색채가 반갑게 느껴졌다.
‘메론 반 통’(한 자리에서 메론 반 통을 거뜬히 해치워서 붙여진), ‘과일 대장’, 별명에 맞게 아루가 과일가게로 달려들었고 망고스틴과 아침으로 먹을 바나나를 조금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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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고 나오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바깥 풍경도 이른 아침과는 사뭇 달랐다. 미처 몰랐는데 우리 숙소는 시장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칙칙한 회색 건물들이 각종 생활 집기와 물건을 파는 가게로 변신해 있었고 차, 오토바이,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흐르는 거리가 활기차 보였다.

 

숙소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탕수수즙, 각종 과일 주스, 풀빵, 만두, 도넛처럼 보이는 음식을 파는 각종 노점을 둘러보다가 가장 북적거리는 노점 한켠에 플라스틱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먹는 것을 둘러보고 메뉴를 정한다. 얼음을 갈아 팥앙금과 시럽을 넣은 모양새가 딱 팥빙수인데 이름을 물었더니 ABC란다.(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메뉴판에도 그렇게 써있었다.) 우리가 먹는 팥빙수와 거의 같은데 단맛을 내는 재료가 다른지 맛이 조금 다르고 무척 달았다. 찹쌀떡 대신 국수가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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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카 강가로 나가다가 잭푸릇(Jack fruit)을 파는 사람을 만났다. 한 남자가 아루만한 딸아이를 데리고 조그만 승용차에 커다란 잭푸릇 세 덩이를 싣고 와서 막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커다란 과일을 자르는 것이 신기해서 한참 서서 구경했다.
칼로 반으로 자른 다음 가운데 심을 도려내고
자르지 않은 둥그런 잭푸릇 위에 올려놓으면 이렇게 저절로 한 덩이씩 나눠진다.

잭푸릇은 두리안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겉표면에 가시인지 뿔인지(내가 가시라고 했더니 해람이가 뿔이라고!)가 나 있고 속도 다르게 생겼다. 두리안은 물컹해 보이는 큰 덩어리가 들어 있는데 잭푸릇은 가운데 심을 둘러싸고 조그만 덩어리들이 규칙적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다. 두리안보다 식감이 쫄깃하고 무엇보다 냄새! 냄새가 나지 않아 훨씬 좋다.

 

다른 도시에서 과일가게를 지나며 잭푸릇을 종종 보았는데 큰 것은 해람이 몸통만한 것들도 있었다. “해람아, 옆에 서봐. 누가 더 큰지 재보자.” “해람아, 저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아? 저 속에 해람이만한 괴물이 들어 있을지도 몰라. 숨바꼭질 좋아하는 귀신이 숨어 있는 거 아닐까?” 우리에게 낯선 커다란 과일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해람이에게 농담을 걸곤 했는데 그래서 잭푸릇을 살짝 두려워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잭푸릇 속에 괴물, 귀신이 아니라 달콤한 과일이 들어 있음을 확인하더니 예전에는 먹어보라고 권해도 싫다고 내빼던 아이가 오늘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ABC와 함께 해람이의 훼이보릿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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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한국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여행 중이라 실감이 안 나지만 오늘이 2012년의 마지막 날이라니 송년회를 해야지, 그래도 송년회인데 삼겹살이라도 구워야 하지않겠냐며. 여행 와서 보름이 넘도록 김치 한 조각 못 먹었으니 한 번쯤 가 줄 때도 되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한국식당은 번화가 한가운데 있었다. 지도에서 볼 때 숙소에서 2킬로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길치, 방향치인 두 사람이 밧데리가 쉽게 충전되고 쉽게 방전되는 두 아이를 데리고 헤매고 헤매 식당에 도착할 무렵엔 모두가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다.

그냥 스마트폰의 구글맵을 믿고 따라왔으면 되는데 아무렴 기계보다야 사람의 감각이 낫지 않겠냐며 지름길이라고 가보면 언덕이 나오고 막다른 골목이 나와 다시 돌아오곤 했다. 헤매면서 얻은 소득도 있는데 말라카 시가지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대표적 볼거리인 역사적인 건물들도 대충 훑고 지나왔다.

 

한류열풍의 결과인가. 한국식당은 고급 호텔과 쇼핑몰 근처, 도시의 가장 화려한 구역에 있었다. 손님도 많았는데 주로 말레이시아 현지인이었다. 무척 깔끔하고 음식의 맛도 좋았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세련되고, 이 동네에서 무척 ‘핫(hot)’한 고급레스토랑이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다만, 가격이 후덜덜, (물론 한국의 물가에 비하면 비싼 건 아니지만 말레이시아 현지 물가에 비하면.) 그런데도 우리 옆 테이블의 말레이시아 가족은 삼겹살, 만두, 잡채, 부침개, 종류별로 시켜서 한 상 차려놓고 먹었다.

 

우리는 소박하게
삼겹살 2인분에 김치찌개, 공기밥, 그리고 소주 한 병.

캬~ 삼겹살에 소주를 조심스럽게!(가격이 비싸서) 털어 넣으며 추임새를 넣어 보지만, 기대했던 것처럼 무언가 뭉클한 느낌은 없었다. 너무 힘들게 걸어와서 그랬나, 그동안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한 탓인가, 혀끝의 감각도, 마음도 서운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사실 해람이를 생각해서 한국 식당에 한 번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해람이는 맨밥에 김치를 잘 먹는 아이인데 여기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요즘 해람이가 즐겨 먹는 것은 닭튀김과 탕수육, 야채로는 볶음밥이나 볶음면에 들어 있는 숙주나물, 중국식으로 데치고 볶은 청경채 비슷한 채소들. 여기 음식이 짜고 기름진 편인데 해람이가 자꾸 튀긴 음식만 먹으려해서 마음이 쓰인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맨밥을 좋아했는데. 내가 밥솥에 남은 밥을 덜어 놓으면 왔다 갔다 하면서 해람이가 다 먹기도 하고 “엄마, 배고파.” 그러는 걸 아직 때가 안 됐다고 밥을 안 주면 제가 밥솥을 열고 숟가락으로 막 퍼먹기도 하고. 주걱에 밥알 붙은 거 떼먹는 것도 해람이 몫이었는데... 주걱에 밥알 붙은 것을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며 얼마나 맛있게 열심히 떼어 먹는지. 다 먹고 나면 밥풀 하나 남지 않고 주걱이 침으로 반들반들해진다.
그런데 여기 밥은 독특한 향 때문인지, 식감이 달라서인지 잘 먹지를 않는다.

 

페낭 조지타운에 있을 때 숙소 근처에 회전초밥집이 있었다. 고급 식당인 것 같아 눈길도 안 주다가 우연히 가게 문에 ‘저녁 10시 이후로는 모든 접시가 3링깃!’ 이라고 써있는 것을 발견했다. 10시가 되길 기다리고 기다려 초밥을 먹으러 갔는데 해람이가 예상과 달리 너무 잘 먹었다. 아루는 원래 초밥을 좋아하지만 해람이는 그리 즐기지 않는다. 탄중붕아의 푸드코트에서 아루가 초밥을 시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해람이는 겨우 하나 맛을 보는 정도였다.
해람이가 초밥을 왜 이렇게 잘 먹나, 가만 보니 쌀이 달랐다. 탄중 붕아에서는 초밥의 쌀이 조금 찰지긴해도 우리가 먹는 쌀만큼은 아니었는데 조지타운의 회전 초밥은 한국에서 먹는 바로 그 쌀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하루종일 초밥이 맛있어, 초밥 먹으러 가자, 노래 부르는 아이를 밤 열 시까지 기다리게 해서 데리고 갔는데 짜자잔, 금요일이었던 그날은 초밥이 다 팔리고 없어서 먹지를 못했다. 앙~ 울음보 터진 아이가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좌린이 번쩍 안아 집까지 안고 왔다.

다음날 또 초밥을 찾으면 어떻게 할까? 아무 때나 순순히 먹으러 가줄까? 전날 울었다고 원하는 것을 눈앞에 바로 대령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그럼 또 10시까지 기다리자고 할까, 토요일인데 그랬다가 또 다 팔리고 없으면 어쩌지? 머릿속으로 생각이 많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해람이도, 아루도 더 이상 초밥을 찾지 않았다.

아이들이 찾지 않길래 나도 말은 안 했지만, 해람이가 간만에 입맛에 맞는 밥을 찾았는데 먹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한국식당에 한 번 데리고 가야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루는 뭐든 잘 먹으니까 특별히 더 잘 먹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해람이는 밥에 김치를 주면 엄청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모처럼 밥을 잘 먹긴 했어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조지타운의 초밥집에서 상심하고나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아!’라는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설마? 선심 쓰듯 한국 음식 먹여준다고 해놓고 너무 오래 걸려서 힘들었나? (그랬다면 미안,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우리라고 그렇게 헤매는 게 좋은 건 아니라구.)
어쩌면 자기에게 익숙한 음식과 냄새를 찾는 것은 어른들의 일이지, 아이들은, 아직 몸에 배인 습성이 오래되어 굳어 있지 않은 이 아이들은 그리워할 것도, 집착할 것도 없거나 덜한 게 아닐까, 그러니까 아루나 해람이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로운 영혼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생고기를 먹으니 맛있네.”
(말레이시아에서는 우리처럼 생고기를 그냥 구워먹지 않는다. 각종 소스로 요리하거나 커리에 곁들인 고기를 먹다가 생고기 구워 쌈장에 찍어 먹으니 맛있었다는 말씀)
여행 떠난 지 보름 지나 처음 먹은 한국 음식에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역시 큰아들(?), 좌린이었다.

 

식당에서 말쑥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쉬지 않고 오가며 반찬을 채워주고 고기를 구워주는데 너무 황송했다. 사실 서울에서라면 그냥 일상적인 모습인데 말레이시아에서 보니 참 낯설게 느껴졌다. 우리가 다니던 말레이시아 현지 식당에서는 모든 게 매우 느리게 이루어졌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내놓고 음식을 가져다 주는 손길이며 발길에 여유가 넘쳤다. 주방에 주문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음식이 언제 나오는지 몇 번이나 확인을 해야 하고 부족한 걸 알아서 채워주기는커녕 뭘 좀 더 달라는 요구가 종종 무시되기도 했다. 그러다 간만에 빠릿빠릿한 한국 식당의 서비스를 경험하니 황송할 수밖에. 사장이 한국사람이라지만, 직원들이 ‘빨리, 빨리’ 서두르고 분주히 움직이는 한국 사람의 모습을 체화해내는 것이 참 놀라웠다. 이렇게 바삐 고기 구워주고 밑반찬 리필 해주려면 다른 식당보다 임금도 잘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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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와 거대한 쇼핑몰을 지나 다시 강가를 따라 걸었다. 주말에만 열린다는, 차이나타운의 명소 존커워크 야시장, 신년 이브라서 오늘도 하나보다.
사람이 많아 시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분위기만 봤다. 진기한 물건과 길거리 음식이 많다는데, 칼 던지고 불도 먹는 쿵푸 쇼도 볼만하다는데 배가 불러 포만감이 느껴진데다 다리가 뻐근하여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 년 365일, 날마다 같은 날씨 속에 산다는 것 퍽 지루한 일이야. 매일매일이 똑같이 느껴져. 새해가 되고 나이를 먹는지도 까먹는다니까.”
쿠알라룸푸르에 회사 일로 파견 나와 있는 선배가 한 말이 떠오른다. 존커워크 시장은 사람들로 들썩였지만, 그들 대부분은 휴가를 맞아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여행 온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직원들, 낮에 들렀던 여행 정보센터의 직원, 시장통의 사람들에게서는 특별히 들뜬 감정이나 변화의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 신년맞이 행사 같은 거 안 해요?” 하고 물으면 “아, 내일이 신년이군요.” 그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말하는 사람들, 선배의 말처럼 날마다 같은 더운 날씨 속에 살다 보니 시간의 변화에 무뎌진 걸까? 중국계가 많으니 음력설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 년의 마지막 날, 조금 지나면 새해가 되는데 특별한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제야의 종소리도 못 듣고, 뭐야, 그래도 해가 바뀌는데 여기는 왜 이렇게 잠잠한 거야? 폭죽이라도 팡팡 터뜨려주지.”
나는 시큰둥한 사람들의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그냥 또 하나의 하루일 뿐이지만 ‘새해 첫날’이라는 말은 습관적으로 나를 설레게 하고 들뜨게 한다. 게다가 마흔 살, 40대에 들어서니(그리 기뻐할 일만은 아닌 것 같지만),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해가 바뀐다고,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달라지긴 했지만, 원래 마흔의 나이를 불혹,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 하지 않던가. 변화를 꿈꾸고 막연한 동경을 품을 수 있는 건 이십 대, 삼십 대에나 가능한 일일 지도 모르겠다.

 

십 년 전, 서른 살을 목전에 두고 우리는 회사를 관두고 세계 일주를 떠난다고 한껏 취해 있었다. 삼십 대를 맞는 마음가짐은 어떠했을까? 남들과 조금 다르게 살고 싶었고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정하는 곳으로 한 번 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어쩌다 일 년이 넘게 세상을 싸돌아다니게 되었는지, 일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이랑 지지고 볶으며 살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내 마음이 정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십 대를 맞는 마음가짐은? 실은 잘 모르겠다. 실감이 안 나기도 하지만 막연히 핑크빛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현실적이 되었고 가족, 아이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니 내 멋대로 마음속에 무엇을 그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마흔 살 새해를 맞아 다짐을 해보자면 마음이 정하는 곳으로 ‘끝까지’ 가보자는 것,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처음으로부터 얼마나 온 것일까, 하는 숱한 의심을 거두고서. 그리고 진부하긴 하지만 ‘나날이 기쁘게!’ 살자는 다짐,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으며'!

 

새해라고 마음이 뒤숭숭한 것은 나 혼자만 그런가 보다. 밤늦게 숙소로 돌아와 좌린과 아이들 모두 쉽게 곯아떨어졌다.
어두침침한 방 안에서 침대 끝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혼자 뒤척이고 있다.

마흔 살의 나, 다가오는 새해, 앞으로의 십 년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해피 뉴이어!’ 내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늦더위에 ‘지각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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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보다 1∼2일 늦어져
설악산 30일께 시작할듯

올해 첫 단풍과 절정 시기는 평년보다 하루이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12일 “올해 단풍은 설악산에서 평년보다 사흘 늦은 30일께 시작해 중부지방과 지리산에서는 10월4~16일, 남부지방에서는 10월14~31일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설악산의 경우 첫 단풍이 지난해보다 닷새 정도 늦어지는 셈이다. 통상 첫 단풍이 든 지 2주 정도 뒤에 도달하는 단풍 절정 시기는 중부지방과 지리산은 10월 중순 후반~하순, 남부지방은 10월 말~11월 상순께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드는 것을, 절정은 80%가 단풍이 드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이 올해 단풍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은 이달 중순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달 초순에 기온이 평년보다 낮았고 하순과 10월 상순에는 평년과 비슷한 기온이 될 것으로 전망돼 단풍 시작이 아주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9월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단풍 시기가 지역에 따라 1~4일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첫 단풍 시기는 1990년대에 비해 중부지방에서는 2.1일, 남부지방은 0.7일, 절정 시기는 전국 평균 2.4일 정도 늦어졌다. 기상청이 발표한 최근 6년간 단풍 예상 시기의 평균오차는 약 ±3.5일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3일자)


빗 속에서 울며 어린이집을 찾아 헤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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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오니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차가운 비를 그대로 맞으며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단지를 헤매던... 아흑!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아이를 어디에서 키워야 할지, 맞벌이 부부는 우왕좌왕하다 때를 놓쳤다. 이제 1년동안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야 할 시간은 한 달, 딱 한 달이 남았다. 한 달을 남기고 완전히 낯선, 남편 회사가 있는 동네로 이사를 했으니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우선 어린이집, 아이를 맡길 곳부터 알아봐야 했다.

 

 

  거듭 밝혔듯이 우리 부부는 둘이서 온전히 아이를 키우기로 했다. 양가의 도움도 입주 도우미도 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 적어도 9~6시, 부부의 근무 시간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야할 터였다. 2012년 2월생이니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하면… 뜨헉, 0세반이렷다. 돌이 지났건만, ‘0세반’에 아이를 들이밀고는 저녁때 찾아와야 한다니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일은 괜찮은 어린이집을 찾는 일이었다. 이사 전인 4월 중순부터 공인중개사를 통해 우리가 살게될 1단지와 옆에 붙어있는 2단지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 리스트를 확보해 전화를 돌렸다. 국공립은 당연히 자리 없다, 혹은 0세반이 아예 없다 등의 답을 했다. 가정형 어린이집들조차 전부 자리 없다, 대기 하라는 말을 했다.


 

 그 중 딱 한 곳이 “자리가 있다”고 했다. 반가워했는데 말끝을 흐린다. “이사가 언제시라고요?“ “네 보름 뒤에 합니다.” “저희는 지금 당장 들어올 아이가 필요한데요.” “네?” “그럼 이사는 보름 뒤에 하시더라도 등록은 지금 하시지요.” 보조금을 타기 위해 지금 당장, 롸잇 나우 등록을 하란 말이였다.


 

 울드라 초특급 ‘을’이 된 나는 “그냥 이사 가서부터 등록하면 안되냐”고 물었지만 소용없었다. 어린이집을 둘러보기도 할 겸 일단 방문을 했다. 아이를 안고 들어가는데도 원장이 아이 얼굴을 보지 않는다. 느낌이 쌔~하다. 보름 뒤 이사를 가서 아이와 함께 등원을 했는데 선생님들도 모두 내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0세반은 아예 교실이 없다며 아이가 잠들자 거실의 미끄럼틀 아래 눕히란다. 자는 애 머리 위로 형아들이 휙휙 미끄럼틀을 타며 뛰어다녔다.

 


 __.JPG» 사흘 다닌 어린이집 풍경. 아기가 잠드니 미끄럼틀 아래 눕히라 했다. 0세반은 아예 교실이 없었다.

 

사흘간 등원을 하고서야 이 동네에서 왜 이 어린이집만 늘상 자리가 나는 지 비밀을 알게됐다. 뒤늦게 내가 기자란 사실을 확인한 뒤 원장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보름 먼저 등록하라고 한건 내가 뭘 착오해서”라며 아이사랑 카드를 돌려주었다. 아무리 급해도, 이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는 없었다. 0세반 담임이 원장이라는데 원장은 걸핏하면 자리를 비웠다. 교실도 없고, 선생님도 없는 거였다. 급기야 원장은 “제가 김치를 담아야 하니 아이들을 좀 봐달라”고 하기도 했다. 내게.


 그만 뒀다. 대안이 없었기에 눈물로 그만뒀다. 아무리 급해도 그런 어린이집에 아이를 9시간씩 맡기고 일터로 갈 순 없었다. 아무도 아이를 귀여워하지 않고 눈 맞춰 주지 않는 곳에 아이를 맡기고 눈물이 나서 어찌 일을 한단 말인가. 새 어린이집을 구해보리라. 그렇게 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집을 나섰다. 정처없는 길이었다.


 내가 사는 1단지만해도 1400세대 이상의 대단지다. 수십개 동을 돌며 1층에 있는 어린이집마다 문을 두드렸다. 없다, 없다, 자리가 없다. 대기해야 한다면서도 들어와 둘러보고 가라는 원장이 그나마 고마웠다. 그래, 주변 단지를 다 돌아보자. 그래서 나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뺑뺑이 도는 것은 ‘마와리’라 한다지. 1단지를 지나 3단지로, 4단지로 ‘마와리’를 돌았다.


 하늘도 무심하지, 아니 벌을 주는건가. 우르릉 쾅, 비가 내리가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아기, 유모차에서 잘도 자고 있다. 재빨리 유모차 방수 커버의 지퍼를 채우고는 길을 재촉했다. 유모차를 밀어야 하니 우산은 쓸 수 없었다. 어차피 우산도 없었다. 5월의 비가 왜그렇게 차갑던지. 덜덜 떨며 계속 벨을 눌렀다. “아기 엄만데요, 여기 0세반 혹시 자리 있나요?”


 그렇게 한 시간을 넘게 돌다, 이제는 아기가 너무 추울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를 유모차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현관에 선 채 아직 못가본 어린이집 중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자리 있나요?” “어머!” 수화기 너머 원장의 놀람이 심상치 않다. “바로 어제 한 아이가 그만 뒀어요. 안그래도 새로 들어올만한 아이를 찾아 연락하려던 참인데….” “저요, 저요, 제가 정말 사정이 급해요.” “어… 일단 와보시겠어요?”


 그렇게 우린 극적으로 어린이집을 구했다. 원장도 나도, 기막힌 인연이라며 운명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 어린이집은, 이전 어린이집과 똑같이 아파트 1층에 위치한 가정형 어린이집이건만 분위기가 이전 어린이집과 180도로 달랐다. 원장과 교사들은 물론 주방 선생님까지 모두 환하게 웃으며 아이를 맞이했다. 아이가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는 어느새 자기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을 만지고 있었다.


 이제 어린이집을 구했으니 적응을 해야한다. 한 달도 남지 않았으니 마음이 급해서 터질 것만 같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복직이 2주 앞당겨져 적응 할 날이 1주밖에 남지 않게 됐다. 청천벽력. 급기야 내 복직 시점에 남편의 해외 출장이 잡혔으니….(숨이 차올라 다음 편에 계속)

 

"기다려보면 키가 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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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3_2.jpg» 한겨레 자료 사진


크겠지 기다려보면 크겠지... 


지금도 이런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계신 부모님들이 많으실 겁니다. 약간 불안한 것도 사실이나 '애비도 어릴 땐 체구가 작았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컸다'는 집안 어른의 말씀은 좀 더 기다려보는 데 보탬이 되기도 합니다. 혹은 주위에서 스무살 가까이 되도록 컸다든지 심지어는 군대 가서도 키가 컸다든지 하는 얘기들이 솔솔 들리기도 합니다.


늦게 크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체질적 성장지연이라고 합니다. 성장 호르몬을 비롯한 호르몬 수치들이 모두 정상이며 아직 그 원인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빠나 엄마가 어릴 때 키가 작았고 뒤 늦게 큰 경우가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체질적 성장지연은 키가 작은 아이들의 일부입니다. 


즉, 키가 작은 아이들의 상당수는 체질적 성장지연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냥 키가 크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을 불안한 기대라고 하는 것입니다. 체질적 성장지연이 있는 경우는 태어나서 대개 3년 이내에 키와 몸무게가 다른 아이들에 비하여 지연되면서 3세 이후 지속적으로 작은 키를 보이고 사춘기도 또래보다 늦게 시작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점차 회복하여 최종적으로는 체질적 성장 지연이 없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키를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가족이 키가 작은 편이라면 체질적 성장 지연이 있는 아이가 다 큰 다음에도 키가 많이 작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체질적 성장 지연이라 하더라도 기다리면 키가 모두 커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성장상태에 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체질적 성장지연이 있는 경우에는 특징적으로 골연령(뼈나이)가 지연됩니다. 물론 키가 작고 골연령이 지연된 경우 체질적 성장지연 외에도 몇 가지 질환들의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평가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작지만 늦게 클지도 모른다는 약간은 불안한 기대를 갖기보다는 골연령 등 적절한 평가를 통해 체질적 성장지연인지를 확인한다면 막연한 기대를 확실한 기대로 바꿀 수 있고 만약 체질적 성장지연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에 따른 가능한 조치들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절, 아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치기 가장 좋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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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음식 준비를 돕는 딸아이의 모습.

  곁에서 어른이 지켜보지 않으면 불안하던 6,7살 무렵의 왼쪽 사진에 비해

  이제 혼자서 호박전을 부칠 만큼 진화(?)한 11살의 오른쪽 사진>

 

 

 

일본은 추석을 양력으로 지내는 탓에 한국과는 달리

이번주도 그냥 평범한 평일이라 명절 기분이 잘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지내는 추석 날짜에 맞추려면 일하느라 다들 바쁘다 보니 조금 이르긴 하지만,

주말에 우리집에서 가깝게 지내는 한국인 가족과 추석 음식을 나눠먹기로 했다.

 

밥과 국, 고기, 생선, 잡채, 나물과 전 ...

늘 명절 상차림을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맛있게 만드는 것까진 욕심을 접더라도,

내 나라의 음식을 좀만 더 다양하게 여러가지 만들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직 둘째가 어리니까, 내년엔 잘 안 만들던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 봐야지,

하면서 다음으로 미루는데 막상 그때가 돌아오면, 또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버리고 만다.

한번씩 한국으로 친정나들이를 할 때, 이번에는 기필코 엄마께 00음식을 배워오겠어!

하고 마음먹고 갔다가 빠듯한 일정에 쫒겨서, 아이들 돌보느라 정신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실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 요리실력은 결혼 전까지 집에서 어른들 부엌일을 대충 도우면서 익힌 게 전부였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열심히 익힐 수 있었던 시기는 대부분 명절 음식을 준비할 때였던 것 같다.

요리에 뒤숭한 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만큼,

한국의 명절 음식은 손이 많이 가고 준비해야 할 종류도 많기 때문이다.

결혼 이후 쭉 외국에서 살림을 살다보니,

어린 시절부터 명절 때마다 좀 더 확실하게, 제대로, 한국음식 만들기를 익혀두었다면

그게 살면서 큰 자산이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해마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니 반복해서 연습할 수 있는데다

어른들의 오랜 경험과 이야기를 들으며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요리를 배울 수 있는 때가

바로 명절이다.

더구나, 명절 음식들은 한국이란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요리가 모두 모여있으니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배워두면,

어른이 되어 세계 어디를 가서도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무기이자 자산이 될 뿐 아니라

한국 음식이 간절해 질 때, 스스로 원하는 대로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한국 음식의 문화가 얼마나 깊고 다양한데,

내가 만들어 먹이는 늘 똑같은 패턴의 음식이 한국음식의 전부라고 알고 있을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참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서 올해부턴 명절에는 한국 음식을 하나씩 제대로 가르쳐 볼까 하고  마음먹었다.

딸이건 아들이건,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부엌일을 많이 하게 하긴 했지만

가장 쉬운 요리의 한 부분을 맡기거나 그것도 놀이에 가까운 적이 더 많았다.

채소를 다듬고 씻거나, 냄비에 재료를 넣고 볶거나 하는 식으로.

근데 큰아이가 이제 4학년이니, 쉬운 음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게 해보기로 했다.

마침 아이가 좋아하는 손님이 올 예정이라 동기유발도 쉽게 되었다.

 

내가 잡채를 만드는 동안, 딸아이에게 맡긴 음식은 <호박전>.

쉽고 간단한 요리지만 혼자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해야하는 엄마에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좀 지루한 메뉴라 아이에게 한번 맡겨보았다.

일정한 크기로 애호박을 썰고 - 밀가루와 달걀 옷을 입히고 - 달군 후라이팬에 굽기.

아이와 요리를 하며 늘 느끼는 거지만,

이 단순한 요리 하나에도 참 많은 감각훈련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재료와 열이 만나는 순간 나는 소리와 서서히 익으면서 나는 냄새,

익으면서 색이 변하는 걸 지켜보며 적절한 타이밍에 전을 뒤집는 손동작,

그러면서 뜨거운 후라이팬에 손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니 집중력도 필요하고

적당한 온도에서 느긋하게 많은 양의 전을 구워야 하니, 인내심도 필요하고...

처음엔 좀 허둥지둥하다가 조금 하다보니 스스로 요령을 터득했는지

부엌 벽에 걸어둔 CD플레이어에 지브리 에니메이션 주제곡을 모은 CD를 가져와 넣더니

BGM까지 여유있게 즐기며 호박전을 부치고 있었다.

헐~  요즘 애들은 뭐든지 참 적응도 빨라요.

 

무엇보다 이 모든게 별 잔소리없이 가능해질 만큼, 아이가 자랐다는 게

새삼스러울 만치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딸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느 나라에서 생활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곳이 한국이든 일본이든 또 다른 어떤 나라든

기본적인 한국 음식 정도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익숙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를 바래왔다.

 

이제 겨우 호박전 하나지만, 내년 초 설날에 또 한 가지 업뎃하고,

다음 추석에 또 하나 더, 그 다음 설날에도 ...

명절음식만들기는 어른들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반복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 생활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 자국의 문화와 지혜를

가장 익숙한 사람들과 환경에서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요소가 너무 많은 기회인 것 같다.

 

한국 주부들에겐 명절 후유증과 폭풍부엌노동으로 힘든 시기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어린 시절을 해마다 정갈하고 풍성한 음식으로 둘러쌓일 수 있도록 해주신

할머니, 친정엄마, 큰엄마, 작은엄마, 고모, 이모 ...

모두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그 정성과 따뜻함이 저의 오랜 타향살이를 꿋꿋하게 버틸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큰 사랑과 노동의 소중함, 잊지않고 가르치겠습니다.

11살 딸아이가 만든 호박전,

아직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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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숲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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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로질러 가는 아이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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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 지음, 허은미 옮김
베틀북 펴냄(2004)

요즘 도시 아이들에게 숲은 전혀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예전의 아이들이라고 숲이 익숙한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도시가 일상적인 공간이 되기 전에도 숲은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의 공간이었다.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품고 있는데다, 계절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길을 잘못 들면 어느 곳인지 모를 미궁으로 빠질 수 있는 숲은 아이들에게 모험과 금기의 땅이었다. 아이들은 낮에는 함께 모여 숲 속 새로운 길을 탐험하면서도 밤이면 혼자 숲에서 길을 잃는 악몽에 시달리곤 했다.

숲을 지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미래 역시 그렇다. 새롭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공간일수록 위험을 안고 있다. 숲을 가로지르는 길은 지름길이지만, 그런 길일수록 가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숲에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 나무는 어느 순간 괴물로 변하고, 어느 순간 또 요정으로 변할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자기 인생은 또 하나의 숲이다. 아이들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아이에게 괴물이 될지, 요정이 될지 모른다. 그래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씩씩하게 숲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어쩌면 아이이기에 그런 용기를 낸다.

앤서니 브라운의 <숲 속으로>에서 주인공 아이는 숲으로 난 지름길로 걸어간다. 엄마는 멀리 돌아가라고 했지만 아이의 마음은 급하다.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간 아빠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종종 우리는 급한 마음 덕분에 곤경에 정면으로 대응하게 된다. 정면 대응은 어렵고 위험한 선택이지만 만약 어려움을 잘 이겨낸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통해 몰라보게 성장할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은 숲 속을 걸어가는 아이는 천연색으로, 배경인 숲은 흑백으로 처리한다. 이러한 장치는 아이가 숲에서 만나는 것이 과거의 기억임을 보여준다. 숲의 나무들이 어느 순간 사람으로 변하는 장면은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미지이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가 내 뒤에서 움직이고, 어느 순간 가지를 뻗어 나를 조여 오는 것, 사방에서 나를 보고 음험한 웃음을 터뜨리며 소리지르는 나무들. 이들은 지나온 날의 기억이다. 상처받은 순간, 비웃음을 당한 순간의 기억. 잠잠하게 숨어 있던 기억이 어느 순간 튀어나와 나를 해치려 드는 것이다. 아이가 숲에서 만나는 것은 아이를 괴롭히는 마음속의 감정이다. 아픔, 욕심, 외로움, 두려움이다. 아이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점점 무서워진다. 하지만 그 순간 할머니의 집을 발견한다. 마지막 의심. <빨간 모자> 이야기처럼 혹시 이 집에 할머니가 아닌 늑대라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공포를 극대화하는 순간,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할머니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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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제 다투었던 엄마와 아빠도 화해를 한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 보낸 케이크는 사실 아빠에게 전하는 엄마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은 알지 못했다. 다만 아픈 할머니에게 도움이 되어 할머니가 준 따뜻한 사랑을 보답하고 싶었다. 앤서니 브라운은 이 그림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온갖 두려움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아이가 버티기 위해선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온전히 받아주는 어른들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서로 사랑하고 도우려는 순수한 마음이 두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큰 힘이라고.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베틀북 제공


아빠 다리 잡고까르르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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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상상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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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놀이터 
김미경 글·그림 
상상의힘·1만1000원

졸리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한 어느 오후, 아이는 우두커니 거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 엄마는 식탁 앞에 앉아 책을 읽는 모양이다. 아빠는 여지없이 소파에 늘어져 있다. 뭘 해야 하나. 창밖에는 원망스럽게도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래 아무도 없는 놀이터가 보인다. 나갈 수도 없고….

아빠에게 다가가 보니 영락없이 잠들어 있다. 아하, 아빠 발가락들도 자고 있네. 만지작만지작. “아빠, 비가 사는 집이 구름이에요?” 대답 없는 아빠에게 질문을 해본다. 반짝 눈을 뜬 아빠가 딸아이의 손을 잡고 비행기를 태워준다. 아빠 다리를 잡고 까르르, 아빠한테 거꾸로 매달려 까르르, 아이는 재밌어 죽을 지경이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아이는 아빠와 놀이터로 뛰어간다. 그림책은 앞뒤 표지까지 살뜰히 챙겼는데 뒤표지는 아이가 엄마와 실뜨기 놀이를 하는 장면이다. 놀이로 소통하게 된 아빠와 엄마, 아이는 그저 즐겁다. “엄마, 실이 별처럼 생겼어요.” “손을 움직이면 모양이 또 달라질 거야.” “이대로 있을래요. 난 별이 좋아요.” 생각도 쑥쑥 큰다.

이 그림책은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아이를 낳은 뒤 전업주부로 살아온 김미경 작가의 첫 작품이다. 월간 <어린이와 문학>의 그림책 원고 공모에서 당선돼 책으로 만들어졌다. 엄마의 시선으로 본 가족의 일상이 그림과 글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늦둥이 둘째딸이 실제 모델이라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상상의힘 제공

[9월 16일 새 그림책] 마법의 나무 보자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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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나무 보자비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평원 위에 즙이 많은 과일이 잔뜩 열린 나무가 서 있다. 나무를 차지한 비단뱀은 나무 이름을 맞혀야만 열매를 준다고 한다. 가봉 구전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5살부터.


20130916_3.jpg 다이앤 호프마이어 글, 피에트 그로블러 그림, 최영옥 옮김/여유당·1만1000원.


하늘다람쥐, 집 걱정은 하지 마!

골프장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하늘다람쥐 숲을 걱정하느라 동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숲의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골프장 건설 반대를 외치고 나선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녹색연합이 직접 글을 썼다. 초등학생부터.


20130916_4.jpg 박지훈 그림/웃는돌고래·1만2000원.

통제적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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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존감

20130916_5.jpg 댄 뉴하스 지음, 안진희 옮김. 양철북·1만5000원

이 책의 미덕은 제일 마지막, 3부에 있다. 3부의 주제는 ‘문제 해결하기’, 고로 이 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 요령을 직접 알려주는 실용서라 하겠다. 무슨 문제를 말하는가? 부제가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3부에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심리·치유서를 뒤적여본 사람들이라면 부모의 양육 태도가 얼마나 내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설명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 문제가 알고 보니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됐으며 그대로 뒀다간 결국 내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당신과 부모 사이의 관계를 진단해주는 1부와 ‘문제 이해하기’ 편인 2부는 그런 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통제적 부모’를 벗어나 독립하라는 것이다. 건강한 양육이란 “아이를 잘 키우고 그런 다음 자유롭게 놔주는 것”, 그 반대는 “아이를 잘 돌보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묵살해 버리는 것”이다. ‘통제적 부모’는 아이의 섭식, 외모, 의사 결정, 사회생활 등을 직접 통제하려 들고, 괴롭히기, 박탈하기, 혼란시키기, 조종하기 등의 간접 수단을 사용한다. 책은 이를 ‘비열한 12가지 통제 방식’이라 부른다. 모두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다. 어린아이로서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어른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3부를 펼치자. 문제 해결 1단계는 ‘정서적으로 집에서 독립하기’. 책은 부모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자신만의 독립 선언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부모와의 정서적 분리는 매우 힘든 일이다. 책은 독자들이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심리 문제를 상세히 적어두었다. 자신에 대한 책망, 죄책감, 불안,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건강한 가정을 보면 슬픔과 질투를 느낄 것이다. 부모에게 복수하고 싶거나 보상을 받고 싶다가도 자신의 독립이 부모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걱정에 시달릴 것이다.

그 과정을 견디면서 2단계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균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부모와 건강한 경계를 설정할 수 있을지, 부모에게 맞서야 하는지, 접촉을 줄이거나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책은 실제 사례를 들어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단계인 ‘자신의 인생을 재정립하기’에 이르도록 한다.

책을 쓴 미국의 임상 심리학 박사인 댄 뉴하스 역시 ‘통제적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지나 마음 공부를 한 뒤 20년 넘게 가족 문제 치료사로 살고 있다. ‘독립 선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봤기에 그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독자와 호흡을 맞춘다. 이 책이 따뜻한 실용서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추석 연휴 이곳에 가면… 널뛰고 떡메치고 공예체험…캠핑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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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강원 지역의 추석 연휴는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로 풍성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답게 박물관과 해변, 비엔날레, 동물원 등을 찾으면 특색있는 전통놀이와 문화공연을 만날 수 있다.

■ 대전 
추석을 맞아 우리 문화 공연과 전통놀이 마당이 대전 곳곳에서 열린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은 18~20일 정문 일대에서 ‘2013 덩더쿵 한가위, 즐거운 놀이마당’을 펼친다.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거리에서는 19~20일 ‘2013 대전 스카이로드 한가위 대잔치’가 열린다. 스카이로드에서는 화려한 영상쇼가 펼쳐지고 피에로 공연, 석고마임 공연, 캐리커처, 페이스페인팅, 스카이워크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10~20대의 인기를 끌 전망이다. 추석 연휴에 걸맞은 널뛰기, 투호, 제기차기, 떡메치기 체험장도 준비했다.

■ 충남 
국립부여박물관은 18~22일 사비마루 컨벤션홀과 야외마당에서 ‘2013 한가위 어울마당’ 행사를 연다. 18일에는 야외마당에서 윷놀이 대회, 19일에는 사비마루 컨벤션홀에서 송편 만들기 행사를 연다. 20~21일에는 사비마루 컨벤션홀에서 솟대 만들기, 전시실 로비에서 명언·좌우명 써주기 행사를 마련했다.

부여문화단지에서는 17~22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선정된 한국 전통 줄타기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서산시 해미읍성에서도 18~22일 전통문화 한마당이 열린다. 성안 전통문화 공연장에서는 모듬북·줄타기·판굿·보무예 공연, 풍물놀이가 펼쳐진다. 민속놀이 체험장에서는 국궁, 연날리기, 전통복식 입어보기 행사와 왕골공예 등 공예 시연을 볼 수 있다.

■ 충북 
지난 11일 개막해 다음달 20일까지 이어지는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는 추석 선물이 가득하다. 추석인 19일 한복을 입고 비엔날레를 찾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추석부터 21일까지 장인들과 함께하는 공예 체험도 재미있다. 21~22일에는 캠핑을 하는 ‘별밤 문화 캠프’도 열린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캠핑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비엔날레 각종 전시 작품을 안내하고 수암골, 운보의 집, 상당산성 등 관광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청주 예술의전당에서는 19일 한가위 무료 특별공연이 있다. 한진 청시립국악단 예술감독의 지휘로 소리꾼 남상일씨의 판소리, 가야금 연주 등이 펼쳐진다. 청주동물원이 있는 청주랜드에서는 달맞이, 송편 빚기, 영화 상영 등이 이어진다.

■ 강원 
강릉예총이 한가위 마당극 ‘뺑파전’을 19일 오후 4시 강릉시 임영관에서 공연한다. 뺑파전은 삶에 지치고 힘겨운 서민의 마음을 재치있는 말과 익살스러운 연기, 소리 등으로 풀어준다. 이날 오후 7시 강릉 경포호수에서는 올해로 아홉돌을 맞은 강릉 달맞이 축제가 열린다.

국립춘천박물관은 명절을 맞아 ‘2013 한가위 우리문화 한마당’을 차린다. 18일에는 관람객이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행사가 낮 12시와 오후 2시에 열린다. 19일 오후 1시부터는 강원서학회 소속 서예가가 참여해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마련된다. 사물놀이와 전통놀이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박수혁 송인걸 오윤주 기자 psh@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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