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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관심은 주지만 간섭은 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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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함께하는 교육] 교육 현장의 스칸디나비아 바람

북유럽 교육문화. 무상교육으로 유명한 그 세계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간 북유럽 교육문화를 소개하는 건 늘 학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교사, 학부모 차원에서 이 세계의 교육문화를 직접 체험해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나비 그림을 보세요. 언뜻 같은 나비처럼 보이는데 다 다릅니다. 위에서 본 모습, 아래서 본 모습 등 다양한 각도에서 그린 겁니다.”

서울 유현초 한희정 교사가 <핀란드 초등 수학교과서1-1>(솔빛길)을 펼쳐놓고 설명했다. ‘0부터 5까지의 수’를 배우는 1학년 1학기 1단원. 한 교사가 말한 나비는 ‘그림 안에 같은 모양의 나비가 몇 마리나 있나요?’라는 연습 문제에 나온 그림이다. 한 교사의 말처럼 교과서 그려진 14개의 나비는 조금씩 다 다르다. 잘 살펴봐야 같은 나비가 몇 마리인지 셀 수 있다. 한 교사는 “주의력, 관찰력, 집중력을 다 동원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고 했다.

가정학습, 핀란드 교과서로 해보기도

서울 유현초 1, 2학년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서 집에서 과제로 풀어오는 익힘책을 학교에서 풀고, 집에서는 이 핀란드 교과서로 공부한다. 하루에 한 장 이상 풀고, 학교로 가져오는 식이다. 재작년, 한 교사가 우연히 딸에게 권했다가 아이의 반응을 보고, 학교 쪽에 소개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은 “재미있다”며 혼자서 하루에 열 장씩 풀었다.

한 교사는 “가정에서 해오도록 만든 우리나라 익힘책은 학부모 등 어른의 도움이 있어야 풀 수 있지만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아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체계”라고 했다. 실제로 학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교과서로 가정학습을 하게 된 것에 대해 90% 이상이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 학부모 선아무개씨는 “선진국형 스토리텔링이 수학에 도입됐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국어를 모르면 못 푸는 식이라 부담스럽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한 교사의 생각도 비슷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 1학년 4월 말에 ‘3+1’을 ‘삼 더하기 일입니다’라고 쓰는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국어교과서에서는 5월 초에 낱말을 배웁니다. 문장 쓰기는 안 나와요. 수학을 배우기 위해 국어를 알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만큼 교육과정 연계가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와 비교하면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천천히, 집중해서 배울 수 있게’ 구성돼 있었다. 글자도 거의 없을뿐더러 삽화 하나하나가 일상과 맞닿아 있다.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집에 들어오다가 가방을 떨어뜨렸을 때, 친구들과 피크닉을 즐길 때 등 아이들 일상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그 지역의 자연과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게 하는 식이다. 한 교사는 “우리는 문화적 맥락과 뿌리 없이 그냥 문제만 푸는 식인데 핀란드 교과서는 그 나라 아이가 평소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 사는 집, 만나는 동물 등이 다 수학의 소재가 되도록 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수학 성취도가 높지만 흥미는 떨어지는 걸로 나오잖아요. 이런 문제의 처방으로 핀란드식 공부법을 제안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사회구조, 입시환경 등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다르거든요. 핀란드식 수학 공부가 근본적 처방은 아니죠. 다만, 교과서 삽화 하나에도 디테일을 추구하고, 문화적 맥락 등을 고민하는 점에선 배울 게 있습니다. 사실 핀란드 아이들 정서에 맞는 삽화라서 유로화 등이 나오거든요. 우리나라 아이들 정서에 맞는 그림이면 더 좋겠다는 안타까움도 있어요.”

아이와 북유럽 여행 가는 부모들도 있어

얼마 전까지 북유럽 교육문화를 직접 접하는 건 교육학자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녀와 함께 북유럽행 비행기표를 끊는 이도 늘고 있다. ‘교육여행’이라고 못박고 떠난 건 아니지만 여행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우는 점도 많다.

손정현씨는 지난해 1월 딸, 남편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북유럽을 다녀왔다. 곧 기숙학교에 들어갈 딸과 함께 해외 가족여행을 구상하다가 교육공무원들이 떠나는 북유럽 여행팀에 우연히 합류하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스웨덴 옴니아 직업학교(Omnia Vocational School) 모습이었다. 손씨는 “우리나라에서 직업학교라고 하면 보이지 않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곳에선 아이들 능력, 취향에 맞게 그야말로 선택할 수 있는 학교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목공, 설비, 각종 농사와 관련된 수업 등 분야가 무척 세분화되어 있었어요. 학교는 각각의 분야로 진출할 학생들이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지원을 하고 있었죠. 멘토링도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산학협동이 잘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직업세계와 긴밀하게 연결을 잘 도와줬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아이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학부모들이 여행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시선을 끄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북유럽의 가족문화다. <북유럽에서 보낸 여름방학>(버튼티)을 쓴 조인숙씨는 지난해 열두 살 딸과 열네 살 조카를 데리고 방학 3주 동안 북유럽 여행을 했다. 놀랐던 대목은 덴마크 코펜하겐 길거리에서 만난 자상한 아빠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빠가 부재일 경우, 엄마가 아빠 역할을 하지만 엄마가 부재일 때 아빠는 엄마 역할을 못 한다고 하죠. 근데 그곳에서는 아빠와 아이가 다니는 일이 참 흔했어요. 남자인 조카아이가 ‘여긴 아빠들이 너무 좋다. 친절하고, 자상하고, 애들하고도 잘 놀아주고,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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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이들의 일상을 소재로 수학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핀란드의 수학교과서. 우리나라에는 <핀란드 초등 수학교과서>(솔빛길)로 번역해 나왔다.

비경쟁 교육 시스템으로 유명한 
북유럽 문화 체험 사례가 늘고 있다 
핀란드 교과서로 공부하거나 
현지 여행을 가기도 한다

“내 자녀가 ‘최선’을 다했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중요한 건 교육기법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다

북유럽 학생들, “스칸디맘? 처음 들어봐요”

북유럽권에서 나고 나란 학생들은 한국에서 ‘스칸디맘’이라는 신조어가 나오고 스칸디 교육법이 주목을 받는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들 사이에서는 교육문화, 교육법이라고 할 만큼 일부러 개발한 교육과정이나 교육방침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스카이프 메신저를 통해 만난 스웨덴 쿵스홀멘 고등학교 3학년 사무엘 요안 안데르센군은 “부모마다 차이가 커서 뭐라고 하기가 힘들지만, 굳이 공통된 점이라면 부모들이 ‘네가 어떤 사람이든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말을 자주 하고, 이런 생각을 보편적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라는 표현도 많이 하고,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도록 해주죠. 예를 들어, 내 자녀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연봉이 높은 직장을 얻지 못했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는 식입니다. 최선을 다한 선에서 자신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어요.”

쿵스홀멘 고등학교 3학년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 저자)양은 “미래나 진로 등에 대해서 관심은 갖지만 선택의 몫은 아이에게 남겨둔다”며 “관심은 갖지만 간섭은 안 한다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합리적이고, 자율적이면서 ‘쿨’하기로 소문난 스칸디맘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맞는 셈이다.

‘무한경쟁’을 외치는 우리나라 교육문화가 참고해두면 좋을 점도 있다. 사무엘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몇 년은 교사들이 아예 아이들이 경쟁하는 걸 막는다”며 “선생님들이 늘 하는 말은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자기 자신과 비교해라’라는 것이다. 그 어떤 교사라도 학생이 최선을 다한 이상 실망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북유럽 교육문화라고 모든 학생들이 100% 만족하는 건 아니다. 이하영양은 “좋은 점도 있지만 스웨덴 교육 시스템이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교사 봉급이 너무 적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이 지원을 하지 않게 되고, 교육 자체의 질도 떨어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사무엘군은 “2011년 교육 개혁이 너무 성급하게 진행되어서 우리 세대를 두고 ‘실험용 쥐’라고 부른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북유럽 학생들 눈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여주는 선진국 교육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마냥 좋아 보이진 않는다. 사무엘군은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아이에게 ‘남들과의 경쟁은 중요하지 않아’라고 말한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한국 교육 시스템이 지금 같은 모습인 건 어느 정도는 필요에 의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강압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탓에 너무 일찍 배움에 흥미를 잃지는 않는가 싶기는 하다”고 했다.

“제 장래희망은 언어학자인데요. 재작년까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어요. 만약 저희 부모님이 제가 어릴 때부터 언어를 배우기를 강요했다면, 아마 진작 흥미를 잃었을 겁니다.”

이하영양은 “스칸디맘, 스칸디대디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그래서 교육에서도 경쟁을 강조하는 것 같다. 함께 뒤처질 각오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천천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스칸디나비아사회문화연구소 이재식씨는 “스칸디맘 등이 유행하면서 그 나라 교육법 등을 마치 기술 개발을 소개하듯이 짜깁기해서 피상적으로 소개한 책들이 나온다. 한데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개발한 것처럼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북유럽 사람들의 교육은 그야말로 그냥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문화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에 우리나라 학생들을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요. 호텔 로비에서 제가 데리고 간 한국 아이가 유리를 깼습니다. 호텔 쪽에서는 일단, 아이가 다쳤는지 확인하더군요. 제가 변상 문제를 얘기하니 아이들이 한 거라 괜찮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할 몫이다’라는 분위기였죠. 스칸디 교육법을 두고, 자율, 합리 등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연스러워야 한다, 편안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학부모·학생 눈으로 쓴 북유럽 교육문화 도서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

지금은 스웨덴 쿵스홀멘 고교에 다니는 이하영양이 중학교 때 창의와 다양, 여유를 강조하는 스웨덴 교육문화를 만나며 느낀 점을 쓴 생생한 교육 에세이.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 이야기>(다산에듀)

경쟁교육에 익숙한 전형적인 아시아 엄마, 중국인 첸즈화씨가 핀란드에서 6년 동안 두 딸을 키우며 쓴 북유럽 교육 에세이.

<북유럽에서 보낸 여름방학>(버튼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핸드메이드 작가인 조인숙씨가 딸과 남자 조카와 함께 북유럽 문화를 만나고 온 여정을 담은 여행 에세이.



추석 연휴에 가볼 만한 서울 도심 속 체험 놀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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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코앞이다.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다양한 놀이체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율동 섞인 노래도 부르고 영화도 볼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영화관부터 흙을 만지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흙놀이 체험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린다.

지난 12일 새로 문을 연 서울 노원구의 씨지브이(CGV) 하계는 어린이전용관인 ‘씨네 키즈’를 갖췄다.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어린이들을 고려해 밝은 환경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고선명 화면과 아이들의 눈높이와 체형에 맞춘 좌석도 구비했다. 영화 상영 전에는 교육 콘텐츠 영상을 보며 노래와 율동도 따라 해 볼 수 있다.

북서울꿈의숲아트센터 상상톡톡미술관에서는 흙을 통해 아이들의 시각, 촉각,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이영란의 오물조물 딱딱 흙놀이’ 체험전이 열린다. 흙과 물로 그림을 그려보는 ‘장독대 학교’, 진흙과 빛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보는 ‘감자 모니터’, 진흙의 미끄러운 성질을 이용한 ‘발바닥 미끄럼 댄스’ 등 다양한 흙 체험 놀이가 준비돼 있다. 추석 당일인 19일은 쉰다.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전통문화체험공연 ‘미수다’가 열린다. 우리 고유의 전통 예절을 배우는 ‘한복체험’과 전통차를 맛보며 예법도 배워보는 ‘다례체험’을 해볼 수 있다. 전통음악을 연주자의 해설과 함께 감상하고, 추임새도 넣어보는 ‘음악감상’ 시간도 있다. 19일과 20일 4시 프로그램 예약이 가능하다.

가족단위 시민을 위한 무료 공연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19일에는 풍물패 ‘꿈꾸는 산대’, 20일에는 퓨전타악그룹 ‘소울’, 21일에는 ‘강백수밴드 & 요요현상’, 22일에는 ‘타악 퍼포밍 잼스틱’의 공연이 오후 4시부터 진행된다. 

김영우 기자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7일자)

추석맞이 슈퍼우먼 모드로 변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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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바쁜 추석이 왔다.

게으르게 생활하던 내가 슈퍼우먼 모드로 변신해야 하는 시기다.

올 추석은 시어머님이 안계신 상황에서 세 며느리들끼리 준비해야 하므로

작년보다 더 바쁘게 되었다.

우선 며칠전 태어나서 두번째로 열무김치를 담갔다. 추석에 가져가기 위해서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시댁은 식구들이 모여 당장 먹을 풋김치도 없는 상황이다.

얼마전 처음으로 담근 열무김치가 맛있었던 나는 그 여세를 몰아

형님에게 내가 김치를 담가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막상 가져갈 김치를

담그려니 어찌나 떨리던지.... 하여간 맛이 없더라도 이미 물른 없질러졌다.

열무 한단이 김치로 변신하여 김치냉장고에서 대기중이다. 차에 싣고

강릉까지 내려가는 동안 제발 묵은지로 변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당있는 집에서 세 아이 키우면서 세 마리의 개와 열마리의 닭까지 기르고

있는 우리는 추석에 5일간 집을 비우기 위해서는 챙겨야 할 일들이 엄청많다.

회사일로 바쁜 남편 대신 대부분의 일들을 해 내는 것이 내 몫이다.

 

강릉으로 떠나기 전에 개 사료를 듬뿍 사 놓고 이웃에 선물셋트 돌려가며

개와 닭들의 먹이를 부탁하는 일도 중요하고, 돌아와서 바로 쉴 수 있도록

집 안팎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도 큰 일이다.

오늘 밤에 시댁으로 떠나기 위해서 나는 세탁기를 세번이나 돌려가며

옷과 이불을 빨고, 며칠간 개켜 놓을 이불들을 아침 일찍 가을볕에 널어 말리느라

아침부터 동동거렸다. 그 사이사이 애들하고 밥 해 먹고, 개 사료 사러 다녀오고

경고등이 켜져버린 차에 기름 채우러 또 다녀오고, 추석기간 동안 반납일이

닥칠 책을 도서관에 가져다 주고 새 책들을 빌려 왔다.

오후엔 볕이 들어가기 전에 널어 두었던 이불 털어 정리하고, 자던 방을

말끔히 청소한 후 산더미같은 빨래를 걷어 개켜 놓고, 아이들 셋

짐가방 하나씩 싸느라 온 거실을 어지른채 옷 사이를 날라 다녔다.

일찍 퇴근한 남편은 마지막으로 집짐승들을 챙기고 1,2층 수십개의 창문을

단단히 닫고 걸쇠를 채웠다. 저녁 해 먹고 부엌 치우고 음식물 쓰레기까지

말끔히 치우고 나서 남편과 내 옷가방을 쌌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곤 난 후 밤길을 달려 강릉으로 달려 갈 것이다.

 

우린 항상 추석 전전날 내려가는데 추석 전날은 큰댁에 가서 일도 거들어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우리 식구 먹을 송편이며 음식을 하는 일로 정신이 없다.

추석 당일엔 새벽같이 일어나 큰댁으로 차례를 드리러 가서 40여명이

모이는 친지들의 점심상을 차리고 치우는 일이 큰 일이고, 선산에

성묘를 간 후 다시 주문진에 계시는 시이모님댁에 다녀와야 인사가 끝난다.

추석 다음날 모처럼 가족끼리 하루 쉰 후 토요일엔 아침 일찍

어머님 49제의 여섯번째 제사를 모시러 김천까지 내려갔다가 밤 늦게

김천에서 다시 우리집으로 올라와야 한다. 추석 연휴동안

경기도 우리집에서 강릉, 경상도의 김천까지 찍고 오는 대장정이다.

 

내내 운전을 해야 하는 남편도 슈퍼맨이 되야 하고, 그 시간 내내

부엌일을 해야 하는 나도 슈퍼우먼이  되야 한다. 그 와중에 마감을 앞둔

글 몇편도 써야 했으니 이미 나는 초특급 울트라 파워 짱 슈퍼우먼으로

완전 변신 중이다.

 

피곤하고 고단한 일정이지만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어머님 없이

우리끼리 치를 추석이 맘 짠하다. 부족하지만 어머님 없는 자리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대신해가며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걱정 안 하실 수 있도록

애 써볼 작정이다.

 

늘 시댁에 가는 딸들 대신 늙은 부모님만 지내시는 친정의 추석도 짠하고

부부가 직장 다니면서 추석기간내내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친정 여동생도 안스럽고, 백일 지난 둘째 챙겨가며 명절 지내야 하는

막내 여동생도 맘이 쓰이지만 모두들 애써가며 열심히 며느리 노릇,

도리 하는 모습이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전국의 모든 며느리들이 며칠간 슈퍼우먼이 되어 산더미같은 일들을

해치워야 하겠지만 힘들게 달려간 고향에서 기다리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고생한 보람은 충분하다는 것을 어머님이

떠나시고야 절절이 느끼게 된다.

부디 몸살들 나지말고, 모처럼 모인 식구들과 맘 상하는 일 없이

맡은 일들을 잘 해내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 여러분들도 추석 잘 지내시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즉시 다시 게으른 주부 모드로 자동 변신할

나도 화이팅!!! ㅎㅎㅎ

을 기르며

팔자 좋은 며느리의 추석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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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열두 시에 도착하여 점심 먹고 이제껏 허리 한 번 펴지 못했다.
손바닥만한 녹두전, 백 장은 되지 않을까? 고구마와 오징어를 튀기고 나니 기름 냄새가 몸에 배었다. 먹지도 않았는데 속이 느글거린다.
이제 다 됐나? 그랬으면 싶지만, 또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잡채도 해야 하고, 해파리도 무쳐야 하고, 저녁밥도 지어야 하고 제사에 가져갈 떡도 쪄야 하고...... 한국 전쟁 때 물밀듯이 내려왔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이 떠오른다. 아아, 아직, 일을 다 끝내려면 아직 멀~었단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다. 시키는 대로 마늘 까고, 파 다듬고, 튀김옷 입히고, 고추장! 하면 고추장 대령하고 개수대에 그릇이 너무 쌓이지 않게 눈치껏 씻어 엎어야 하는, 부엌 서열의 말단 ‘시다’가 내 자리다. 여러 날 전부터 어떤 음식을 얼마나 할 것인지 정하고 장보고 미리 이것저것 준비해 놓으신 ‘주방장’의 노고에 견주어 겨우 하루 부엌에서 허드렛일 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다. 몸이 빠릿하지도 않고 요령도 없어 일하는 모양새가 스스로 생각해도 어설프기만 하다.

 

남자들? 우리가 부엌에서 지지고 볶는 동안 남자 어른 셋은 부침개 안주로 막걸리 한 잔 돌리더니 물가에 낚시를 갔다. 눈치 없이 자기들끼리 가려는 걸 ‘물고기 잡는 데 따라가고 싶지 않아?’ 하고 아이들을 선동하여 딸려 보냈다.
물고기들도 추석을 쇠러 갔는지 빈손으로 돌아와 거실에 둘러앉아 야구 중계를 보다가 저녁상을 받는다.

 

“녹두전이 예술이야!”
“감자탕(저녁 반찬으로 끓인)은 어떻고? 조미료 안 넣고 이렇게 맛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몇 명 안될 걸.”
그래도 눈치가 아주 없지는 않다. 곳곳에서 음식에 대한 찬사가 터져 나온다.
“할머니 밥 좀 더 주세요!”
“나는 오징어 튀김!”
손주들의 외침에 ‘주방장’은 흐뭇하다. 얼굴에 흐르는 땀을 열심히 닦아내고 ‘아이구, 허리야.’를 속으로 수십 번 되뇌이면서도 어느새 부엌으로 달려가신다.
 
며칠 전부터 휴대폰에
‘시월드 입성!’
‘며느리들 힘내요~’
하는 ‘며느리’들의 사연과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지만, 댓글 하나 못 달았다.
사실, 여기는 시월드가 아니라 내가 나고 자란, 나의 부모님이 계신 친정! 시댁에서 며칠 ‘놀다가’ 추석 전날 친정에 ‘일하러’ 왔다.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에 관해서라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결혼한 지 십삼 년, 꽉 막힌 도로에서 ‘민족의 대이동’을 뼈저리게 겪거나 ‘일해주러, 음식 하러 결혼했나?’ 하는 부당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연휴가 짧아 길이 혼잡스러울 것 같으면 먼저 ‘이번에는 내려오지 말거라.’ 하시거나 시부모님이 ‘역귀성’ 하셔서 함께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연휴에 휴가를 붙여 여행을 갈 때도 ‘일이 바빠 휴가를 제대로 못 쓰니 이럴 때라도 잘 놀다 오라’며 기꺼이 보내주셨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에는 할머니 의견을 따르는 의미에서 간소하게나마 명절 음식도 하고 새벽에 큰댁에 모여 차례를 지내곤 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님께서 집안에서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위치에 오르자 개혁(!)을 단행하셨다. 제사의 횟수와 절차를 줄이고 명절에 큰댁에 모이는 공식적인 행사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일 년에 한두 번, 다른 날을 정해 친척들이 모여 1박 2일 야유회를 간다. 명절이라고 온 나라가 들썩일 때를 피하니 모이기 좋고 고모님들도 함께 모일 수 있고 명절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니 음식 준비도 훨씬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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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댁에 갔다. 일요일이 아버님 생신이라서 월요일과 화요일 휴가를 내고 현장 학습 신청을 하니 무려 9일간의 긴 연휴가 되었다.
함양 수동~안의를 잇는 ‘선비 문화 탐방로’. 덕유산 자락의 화림동 계곡을 따라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며 놀았다는 정자들이 있다.
느긋한 기분으로 한가로이 거닐며 햇살 뜨겁지만 바람 선선한 초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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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 자리 잡은 아버님 농사 일터에도 가 보았다.
여름 방학에 여러 번 와 본 아이들은 할아버지 따라 신발 벗어 제 끼고 마른풀 수레에 나르고 땅콩 캐는 일을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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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박하, 맨드라미, 아기 범부채, 해바라기 등 어머님 꽃밭에는 벌 나비 날아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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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아루의 일기는 땅콩 캐는 재미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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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이는 해바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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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거창 스타일~
강동구 촌구석에 살다가 거창 읍내에 나왔으니 영화도 보고 (상영관이 무려 2개!) 일 년 만에 미용실에서 머리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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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 귀촌한 친구네 까페에 죽치고 앉아 만화책을 독파하고 까페 문 닫고 치맥을 시켜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다. (좌린이 그린 함양 '빈둥까페")

 

 

이렇게 ‘팔자 좋은 며느리’ 노릇을 실컷 즐기다가 친정 갈 날이 다가오니 문득 우리 집에 ‘시집온’, 또 다른 며느리인 새언니 생각이 났다. 친정 집도 차례를 직접 지내지는 않지만, 종가인 큰댁의 차례 음식을 도와야 하고 어느덧 자식 셋이 모두 결혼하여 아이를 둘씩 두었으니 모두 모여 하루, 이틀 먹고 마실 음식을 장만하려면 일이 꽤 많다.
원래 체력이 약하신데 자식, 손주 먹이는 일에는 내 몸 생각지 않고 열심히 정성을 다하는 엄마 생각도 났다.

 

시댁에서는 시부모님 덕분에 ‘팔자 좋은 며느리’인 나,
친정에서는
“요즘 세상에 누가 이렇게 다 손수 만들어요? 음식 장만하느라 무리하지 말고 그냥 적당히 되는대로 먹으면 안돼? 식구 많은데 밖에서 사 먹기도 하고”
차린 상, 받아먹기만 하는 것이 미안해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명절 당일 나타나 실컷 먹고 놀다가 길 막히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는 ‘도움 안 되는’ (나아가 얄미운! 일지도 모른다.) 시누이, ‘그래도 역시, 엄마가 만든 음식이 제일’이라고, 속마음 팍팍 드러내는 철없는 막내딸, 실상은 그렇다.

 

좋았어, 이번 기회에 괜찮은 시누이, 철든 막내딸이 되어보는 거야! 시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추석 하루 전날 친정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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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설거지부터 도왔다. 새언니는 엄마와 몇 년 동안 호흡을 맞춰온 터라 일을 척척 알아서 하는데 나는 ‘마음은 이효리지만 몸은 이미자’라고, 의욕은 넘치는데 뭐가 어디에 있는지,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허둥지둥, 우왕좌왕했다. 그래도 꿋꿋이 밤늦게까지, 추석 상에 올릴 송편을 쪄서 담고, 그릇들 정리하는 마지막까지 엄마 곁에서 작은 심부름을 했다. 처음에는 ‘하이고, 네가 뭘 하겠냐’던 (때론 억울한데 엄마는 내가 막내라고 나를 어리게만 보는 경향이 있다.) 엄마도 나중에는 무척 기뻐하셨다.
수십 년 집적된 엄마표 요리의 노하우를 어깨너머로 배울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이고 새언니랑 느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느라 콜라를 나눠 마시면서 한결 가까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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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든 송편.
재작년 여름, 처음 열무김치를 담그며 나는 몹시 들떴다. 나도 이제는 어엿한 살림꾼이라고, 주부 9단이라도 된 양 으쓱했다. 그런데 요즘 요리와 살림이,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올여름에도 열무김치, 오이소박이를 여러 번 담갔는데 할 때마다 짜거나, 싱겁거나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러다 엄마가 담근 작년 김장 김치를 먹으면 그 깊은 맛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엄마의 솜씨와 정성을 본받고 싶다.

어느덧 엄마도 칠순을 넘겼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는 것은 참 행복하지만, 우리가 다녀가고 나면 며칠은 꼼짝 않고 쉬셔야 할 것이다. 자손들 잘 먹이고 싶은 마음도 좋지만 안 그래도 몸 약한 분이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다음 명절부터는 오빠네, 언니네, 우리, 세 집이 한 끼씩 맡아서 요리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엄마가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이런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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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추석에 보름달 보면서 엄마는 무슨 소원 빌 거야?
추석날 아침, 아루가 묻는다.
글쎄, 어떤 소원을 빌까?
생각하다가 문득 아버님 논의 벼가 떠올랐다. 봄에 모내기하여 한여름 햇빛, 비와 바람, 구름이 키워낸 누렇게 익은 벼. 우리가 먹을 쌀, 우리 식구 일 년간 키워낼 귀한 쌀이다.
지금이야 추석의 의미가 빛이 많이 바랬지만, 원래 농사짓던 시대에는 곡식과 열매를 거두며 땅을 비롯한 자연, 조상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추수 감사’의 날이었겠지.

이렇게 풍족한 먹을거리 키워주신 땅님, 하늘님, 바람님, 구름님, 비님, 햇님, 달님~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엔 달 보며 꾸벅 절이라도 해야겠다.

[책! 육아를 부탁해] 부모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욕망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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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포기하는 용기
이승욱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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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이혼하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이혼 못한다는 여자,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룸살롱에서 접대도 하고 거기서 만난 여자랑 잠도 잔다는 남자, 부모님이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는 공무원이 꿈이라는 아이들…. 과연 이들은 제대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포기하는 용기>의 지은이 이승욱 공공상담소 소장(영남대 심리학과 겸임 교수)은 많은 사람들의 내면을 파고들어 그 속에 들어있는 감춰진 불안과 욕망을 끄집어낸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자의 욕망에 휘둘리고, 타인과 세상에 인정받기 위해 부질없는 행동들을 하는지 보여준다. 

 아이 때문에 이혼 못한다는 사람은 사실은 아이가 없어도 이혼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다. 이혼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혼 뒤의 삶이 두렵고 책임지기 싫다. 그러면서도 아이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며 희생자 코스프레를 한다. ‘아빠=돈 버는 기계’ 로 규정하고 사는 남자는 아빠라는 역할 또는 돈 벌어다주는 역할을 제외한 자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며 살지 않는다.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각종 굴욕감을 견디는 그는 왜 그렇게 자신이 행동하는지, 자신의 내면에 어떤 욕망과 불안이 있는지 성찰하지 않는다. 부모의 욕망을 자신의 꿈과 동일시하는 아이들 역시 타자의 욕망에 휘둘려 사는 전형적인 예다. 

 이 책은 육아서라기보다 철학서에 가깝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자신을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는 독자에게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가정을 제외하고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는가?’ ‘당신의 욕망과 불안의 근원은 무엇인가?’라고 끊임없이 질문한다. 심리상담의 공공재화를 꿈꾸며 팟캐스트 ‘공공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 소장은 팟캐스트 내용을 집약적으로 정리하고 살을 붙여 ‘포기하는 용기’라는 열쇳말을 뽑아냈다.  

 불안.jpg» 한겨레 자료사진
 
무엇을 포기하라는 것일까? 그는 애초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타인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주지시킨다. 인간은 태어나서 ‘나’를 인식하기 이전에 ‘엄마’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인식한다. 따라서 부모의 인정은 삶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우리가 사회적으로 원하는 모든 인정의 발원지 또한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는다. 문제는 세상이 이러한 인정욕구를 이용해 사람들을 착취한다는 점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은 개인의 결핍을 이용해 착취 구조를 공고히 한다. 따라서 지은이는 그런 사회적 착취 구조에 대한 우리들의 통찰력을 높이고,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욕망과 불안의 근원지를 따져묻자고 말한다. 만약 자신이 추구하는 것들이 타자의 욕망이라면 과감하게 포기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인정할 만한 ‘건덕지’를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자기만의 성공의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기꺼이 책임지려고 한다면 인생이 훨씬 덜 고통스럽고 편안해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27개월 아이 엄마, 아빠 등 몇 단어 말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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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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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개월 아이 엄마, 아빠 등 몇 단어 말만 하는데…
“엄마 말 잘 이해하는지, 눈맞춤은 적절한지 확인하세요”
 
Q27개월 여아를 키웁니다. 돌 지나고 주 1회 문화센터만 다닙니다.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아빠, 안돼, 친구 이 정도입니다. 말로 표현을 못 하고 주로 엄마·아빠 손을 잡아끌어 의사표현을 합니다. 간혹은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혼자 놀아요. 남편이 자폐증 걱정을 하길래 발달 검사를 받아보니 자폐증은 아닙니다. 다만 300여개의 문항을 제가 체크해서 검사했을 때 인지와 언어 발달이 현저히 떨어지는 편입니다. 올해에는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인데, 언어치료나 다른 전문적 상담이 필요한 것일까요? ID janis1205
 
A: 27개월 정도면 보통 아이가 “우유 줘”와 같이 두 낱말을 조합하여 사용합니다. 아이가 전반적으로 언어가 늦은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좀 더 확인해보아야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표현언어만 늦는 것인지, 수용언어도 함께 늦는 것인지 확인하세요. 수용언어란 아이가 타인의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알아듣는가 하는 것입니다. 둘째, 아이가 언어적 의사소통 이외에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잘 하는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란 얼굴표정, 제스처, 눈치 등을 말하며 아이와 말은 아니더라도 다른 것을 가지고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를 알아보세요. 셋째, 아이의 대인관계 양상을 확인해보세요. 엄마와 눈맞춤을 적절하게 하는지, 아이가 자신이 흥미있어하는 것을 엄마에게 지적하여 보여주기 좋아하는지, 모방행동이 가능한지, 함께 즐겁게 웃고 놀기가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세요. 아이가 언어발달, 인지발달, 사회성 발달이 늦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아동의 발달의 속도는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발달이 좀 늦다면, 좀 더 전문적인 상담 및 치료를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적절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일단 너무 인원수가 많은 어린이집은 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방치될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박진균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각종 고민과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관련 전문가에게 물어 답변을 드립니다. 상담실 코너에 질문을 올려주세요. 

‘엄마표 영어 교육’ 실패와 성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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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3.jpg» 학습을 목적으로 한 조기 영어 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다. 자칫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 수 있다. 사진은 한 아이가 알파벳 단추를 누르면 발음이 나오는 책을 눌러보며 신기해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도원아~ 이게 영어로 뭐라고?”
“…”
“도원아, 따라해봐~ 애플(apple)”
“애플”
“아이고~ 우리 도원이 잘 하네. 사과는 애플이라고 해. 우리 도원이 맛있는 애플 먹을까?”


도원이 할머니(60)는 4살 도원이에게 영어 단어 하나라도 가르치기 위해 애를 쓴다. 영어 교육용 디브이디(DVD)도 날마다 보여준다. 도원이 엄마 최아무개(37·서울 노원구)씨는 그런 친정 엄마를 보면 난감하다. 영어를 일찍 가르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릴 때부터 영어에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는 친정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다. 과연 도원이 할머니는 도원이의 영어 실력을 쑥쑥 높이고 있는 것일까?

영어 교육 전문가들은 도원이 할머니 사례가 전형적으로 잘못된 교육 유형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영유아 시기에는 서로 다른 두 언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전체 이미지로서 기억한다. 도원이 할머니처럼 한글 문장 속에 영어를 섞어 쓰면 오히려 아이들이 어느 언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업체 와이비엠(YBM)의 김미연 아르앤디(R&D) 팀장은 “아주 짧고 쉬운 문장이라도 제대로 된 영어 문장으로 말해줘야 한다. 또 모국어를 말하는 시간과 영어를 말하는 시간을 확실히 구분해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팀장은 이런 모든 것도 아이의 흥미와 언어적 발달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어를 알려주고 테스트하는 식의 교육 방법이나 아이의 흥미를 무시한 일방적인 영어 노출은 오히려 아이의 흥미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어 노출에만 집착한 나머지 아이에게 티브이나 스마트폰과 같이 시각적 자극이 강한 매체에 하루 3시간 이상 노출하는 것 또한 좋지 않다. 김 팀장은 “나이가 어릴수록 청각적 자극에 더 민감하다. 영상 화면보다는 시디(CD)나 테이프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라임(음조가 비슷한 글자), 챈트(연이어 외치는 구호), 영어 동요 등을 들려주면서 엄마가 아이와 함께 놀이로서 즐기면 영어 교육에 효과적이다. 신기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차원의 접근이 좋다는 얘기다. 

 

사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의 영어 교육에 부정적인 편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장은 “영유아 시기에는 모국어 습득이 더 중요하다. 모국어의 언어 구조를 잘 습득해야 아이들이 내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어는 사고력의 바탕이다. 언어는 또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 구조를 반영한다. 언어를 통해 아이들은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사고를 확장할 수 있다. 이 센터장은 “영어에 시간을 뺏기면 그만큼 모국어의 언어 구조를 습득할 시간이 줄어든다. 당연히 아이의 내적 안정감이나 사고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데, 부모들이 당장 영어 몇 마디 하는 것에 욕심을 낸다”고 걱정했다. 영어는 초등학교 시기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도 모국어 기반이 중요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두뇌발달 전문가인 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장은 “아이의 뇌는 언어를 배우면서 언어에 맞게 뇌의 신경회로를 만든다. 또 영어보다 모국어를 사용하면 뇌의 시각적 영역이 더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발달을 고려하면, 언어적으로 좋은 환경에 조기 노출된 아이들은 우리말 뿐 아니라 영어도 잘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영어 교사들은 우리말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영어도 잘 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정책실장(숭실고 영어교사)은 “어렸을 때 영어를 남보다 일찍 시작했더라도 부모에게 이끌려 수동적으로 영어를 배운 경우, 학습태도나 습관 등을 망친 경우를 많이 봤다. 영어에 일찍 노출됐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학습 역량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중·고교 영어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조기 영어교육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흥미라는 게 대체적 견해다. 노출의 양과 시기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흥미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국어 습득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흥미를 자극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아교육기관인 하이스코프의 차상진 트레이너는 한글로 된 동요를 불러주고 그것을 영어 버전으로 들려주거나, 아이가 한글로 된 책 중 가장 관심있는 책을 충분히 보여준 뒤 똑같은 책을 영어 버전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권한다. 전 조작기(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로 2~6살이 해당)의 아이들은 아직 규칙을 분석하거나 모국어와 영어를 비교하지 않아 영어를 한글과 함께 배우더라도 두 언어 표현 양식이 서로 다른 것에 혼란스러워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글로 충분히 내용을 이해한 아이들에게 영어 버전으로 읽어주면 영어에 대한 거부감도 줄일 수 있다.

 

영어 도서관이나 영어 관련 도서를 파는 서점, 영어 마을 등에 들러 영어 책이나 외국인을 접하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미연 팀장은 “아이가 만약 공룡을 좋아한다면 영어로 된 공룡책을 사주고 아이와 함께 읽어라. 그만큼 아이의 흥미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외국인을 만났을 때 부모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태도를 보이면 그것 또한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엄마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쑥쑥닷컴’ ‘새미네 영어학교’ ‘잠수네 커가는 아이들’ ‘애플리스 솔빛이네엄마표 영어연수’ 등 ‘엄마표 영어’를 지향하는 온라인 사이트 자료들을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의 수준과 성향, 흥미 등을 고려하되, 사이트에 올라온 다른 아이들의 영어 수준과 내 아이를 비교해서 조바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언어 교육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효과적인 ‘엄마표 영어’를 위한 원칙은?


 

1. 엄마 의욕만 앞세우지 말자.  
2. 아이의 흥미와 특성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3. 아이가 영어학습을 할 준비가 되었는지 관찰하고 의논한다.
4. 다른 아이와 비교하거나 다른 사람의 방식을 따라하지 않는다.
5. 아이가 즐기고 있는가 이외의 다른 평가는 하지 않는다.
6. 교재와 교육 방법은 아이 중심으로 선택한다. 
7.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자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어느날 그 개가 우리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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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는 더운 어느 여름날 갑자기 우리집에 나타났다.

담장이 없는 우리집엔 풀어 놓고 기르는 동네 개들이 수시로 오고 가는데

그 개도 그런 개 중의 하나인줄 알았다. 꼭 새끼양처럼 털이 꼬불거리는

작은 암캐였다.

 

그런데 그 개는 집에 가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밤을 보내더니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가지 않았다. 우리개들에게 주는 사료를 뺏어 먹고

폭우가 내린 날은 앙칼지게 으르렁거려 기어코 우리 개를 내쫒고 제가 개집에

들어가 앉아있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제 식구인것처럼 꼬리를 살랑거리며 따라 다녔지만

이뻐보일리 없었다. 어디서 온 개인지 알수도 없는 녀석이 제 집인양 행세하며 순진한

우리집 수캐들 몫까지 차지하려고 드는 것 같아 밉고 싫었다.

이미 대형 수캐 두 마리를 기르고 있고 열마리가 넘는 닭들까지 키우고 있는

우리로서는 개가 늘어나는 일을 원할리도 없거니와, 세 아이들 돌보는 일과

살림만으로도 충분히 힘겨운 나 역시 새로운 개의 존재를 환영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났으니 또 어느날 갑자기 사라질 지 모르는 개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등에는 붉은 살이 다 보일만큼 흉하게 푹 패인 큰 상처가 나 있었다.

아마도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다가 탈출한 듯 했다. 가엾긴 했지만 그렇다고

덜컥 우리가 맡을 수 는 없었다. 어떻게 자란 개인지 모르는 것이 더 꺼림칙했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집에서 내쫒고 싶었다.

마당에만 나가면 고함을 지르며 엄포를 놓고 남편은 갈퀴나 막대기를 들고

따라가며 쫒기도 했다. 가끔은 겁 먹으라고 작은 돌맹이도 던졌다.

그 개는 우리가 쫒아내면 산으로 내뺏다가 집안으로 들어오면 살금살금

산에서 내려와 전처럼 굴었다.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고 험하게 내쫒으려고

해도 나만 보면 꼬리를 내리고 살랑거리며 다가왔다. 그 뻔뻔함이, 그 비굴함이

더 미워서 무던히도 쫒아내려고 애를 썼다. 

 

사료를 주지 않으니 우리 개들의 사료를 노리거나 내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더미를 뒤졌다.

계속 떠나지 않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개를 굶길 수 는 없어 욕을 하면서도 사료를 조금씩

주곤 했다. 먹이를 주었더니 아예 우리를 주인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아이들은 이 개를 반겼다. 하긴 동물이라면 뭐든지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암캐라고 했더니 더 좋아했다. 복있는 강아지라며 이름도 '복실이'라고 지어주고

오갈때마다 불러서 쓰다듬어 주고 아껴 주었다. 개를 좋아하지만 집에서 기르는 개들은

너무 커서 맘 놓고 쓰다듬어 주기도 어려운데 고분고분하고 순하게 제 몸을 맡기는

복실이가 아이들은 맘에 꼭 든 것이다.

 

우리집 근처에 낮선 사람이라도 보이면 우리개들보다 복실이가 먼저 짖었다.

식구들이 외출했다 돌아오면 제일먼저 달려와 꼬리를 흔들어 대는 것도 복실이였다.

마치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 살았던 것처럼 복실이는 자연스러웠고, 열렬하게 애정을

보냈다. 규칙적으로 사료를 먹으면서 하루가 다르게 몸도 커지고 이뻐졌다.

아마도 다 자라지도 않은 개였던 모양이다.

 

암캐가 들어오니 동네의 숫캐들이 밤마다 모여들었다. 교미할 시기가 된 모양인지

밤마다 몰려오는 다른 개들과 우리 개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는 소리에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 그러던 날이 지나더니 복실이의 배가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했다.

새끼를 가진 것이다.

새끼를 베고 산바라지를 하고 아쉬워하며 분양하고 하는 일이 싫어 애초부터

수캐만 두마리를 키운 나였다. 그런데 덜컥 들어온 낮선 개가 새끼를 가진 것이다.

심란해졌다. 이럴줄 알고 진즉에 내쫒으려고 한 것인데 이제 새끼까지 밴 녀석은

더더욱 우리에게 의지하는 눈치였다.

 

나날이 배가 불러올수록 복실이는 식탐이 늘었다. 사료가 더 많이 든다고 불평하며

눈을 흘기다가 복실이의 눈빛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의 간절함이 그 눈에 비치고 있었다. 나도 아이를 셋이나 낳은 어미였다.

아이를 가지면 배가 더 고픈 것이 당연한 것.. 짐승이라고 다를리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새끼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낳으려는 모든 노력을 복실이는 하고 있었다.

그게 생명을 가진 어미의 본능 아닌가.

그 대목에서 나는 복실이에게 마음이 열렸다. 복실이의 눈빛에서 내 모습을, 지난 시절의

내 심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비로소 나는 복실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복실이는 그토록 저를 미워하던 내게 순하게

등을 내밀었다. 순하고 영리한 개였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사람을 좋아하는 개였다.

그때부터 복실이의 먹이를 따로 챙겼다. 사료도 듬뿍 주고 국을 끓이고 나면 남는

멸치를 꼬박꼬박 챙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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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나날이 불러가는 복실이 배를 보면서 마음이 풀린 듯 했다.

그 즈음 당한 어머님의 상으로 남편은 생명있는 것들을 귀하게 여겼던 어머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복실이게게 마음을 열었던 것이다. 어머님이 계셨다면 분명 잘

챙주라고 하셨을 것이다. 우리집에서 새끼를 낳은 것은 복있는 일이라고

하셨을 것이다.

어느날 퇴근한 남편은 밤 늦도록 망치질을 하며 마당에 만들다 만 아이들 장난감 집

아래에 복실이 집을 만들어 주었다. 언제든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두꺼운 스티로폼을

깔아주고 그 위에 아이들이 아기였을때 쓰던 작은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개목걸이를 사와 걸어주고 목줄을 채워놓았다. 이젠 산기가 있으면 바로 제 집에

들어가 새끼를 낳을 것이었다.

이제나저제나 고대하고 있었는데 추석을 이틀 앞두고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퇴근하고 보니 이미 복실이가 네마리의 새끼를

낳았더라는 것이다. 날아갈듯 달려가 복실이를 만나보았다.

푹 꺼진 배를 하고 복실이는 우리를 반겨주었다. 하얗고 조그마한 네마리의 새끼들이

이불위에서 꼬물거리고 있었다. 아무도 곁을 지켜주지 못했는데 저 혼자 건강하게 잘 낳아준것이

대견하고 고마왔다.

 

아직 눈도 못 뜬 새끼들과 출산을 한 복실이를 두고 바로 추석을 지내러 강릉으로 가야했다.

이웃에게도 부탁하고 친정부모님도 들여다보신다고 하셨지만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복실이는 아마도 먹이가 충분하지 않자 배가 고팠던 모양인지 두 번이나 줄을 빼서

마당을 돌아다니다 눈에 띄였다고 했다.

다행히 고마운 이웃이 제 생일에 끓인 미역국을 들고와 주기도 했고, 친정 부모님은

추석 연휴동안 두번이나 들려 먹이를 챙겨주셨다. 닷새만에 돌아왔을때

복실이와 새끼들은 무사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늘에 감사했다.

 

복실이는 사랑이 많은 어미가 되었다.

아직 늦더위라 집안이 더울텐데도 꿈쩍않고 들어앉아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정성스레

핥아준다. 젖 물린체 누워있는 복실이를 오래 들여다 보고 있었다. 내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던 날들이 떠올랐다. 장하다, 이쁘다.. 우리 복실이..

 

생각하면 참 어떻게 우리집에 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쩌면 그토록 애를 썼는데도

떠나지 않고 남았을까.

복실이는 알고 있었을까. 우리가 저를 끝내 저버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결코 모질게 내쫒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을.. 아이들도 우리도 사실은 정이 많고

따스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느끼고 끝끝내 머물렀던 것일까.

내쫒을때 떠나지 않은 것이, 그래도 다시 다가와 마음을 열어준 것이

의젓하게 새끼를 낳고 잘 돌보는 것이, 여전히 우리를 따르고 의지하는 것이

가슴 뻐근하게 고마울 따름이다.

 

어머님이 떠나신 그 여름에 우리집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왔다.

더구나 놀라운 선물까지 가져다 주었다. 생각하면 놀랍고 감사한 인연이다.

매일 매일 새끼들을 들여다보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감사해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돌봄속에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 생명을 보살피는 법을 배우게 되었으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 복이 틀림없다.

아이들말대로 정말 우리에게 복을 가져다 준 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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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복실이는 우리집 식구다.

새끼들이 자라면 몇 마리는 이웃에게 분양을 해야 겠지만 복실이는 언제까지나

우리가 책임지고 돌볼 것이다.

여름날 갑자기 우리곁에 찾아온 복실이는 어쩌면 우리 가족을 제 새주인으로

선택한것이 아니었을까. 저를 아껴주고 따스하게 살펴줄 새 주인으로

 복실이를 우리가 받아준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실이에게 선택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건 정말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마음과 마음으로 이어지고 연결된

인연으로 우린 한 가족이 되었다. 

 

그토록 처참하던 등의 상처는 작은 흔적만 남기고 말끔히 아물었다.

그리고 복실이는 새끼를 낳은 어미가 되었다. 혹 힘들었을 마음의 상처도 그렇게

다 흉터없이 아물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복실아.. 고맙다.

장하다.

사랑한다.

 

 


9월의 강원도 평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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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창군 봉평면 흥정천변 판관대 부근의 메밀밭.

[esc] 여행 
휴가와 단풍철 사이 고요함 맛볼 수 있는 9월의 강원도 평창 여행

축제 한창인 봉평 
낙엽송숲을 뒤로하고 
산자락 타고 흘러내리는 
파스텔톤의 메밀밭 풍경

햇살은 따스하고 숲길은 조용해졌다. 소란한 휴가철 지나가고 요란한 단풍철은 아직 오지 않은 때. 푸른 하늘 흰 구름까지 이어진, 초가을 숲길이 굽이치며 알려주는 건 세상은 다시 적막하다는 거다. 9월의 강산은 이제 고요해서 더 짙어지는 물소리 벌레소리 세상이 되었다. 강원 내륙 고원도시 평창의 초가을 산길도 적막강산이다. 도로변 메밀밭과 봉평 장터는 가을잔치로 시끌벅적하지만, 잠시 숲길을 오르면 온 산길 물길과 빼어난 전망이 다 거닐고 쉬는 자의 것이다.

메밀밭 보고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산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메밀밭을 지나야 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길마다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들판을 지나면 부연 메밀밭이 지천인 봉평이다. 봉평 출신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곳이다. 평지도 산자락도 자디잔 꽃들이 모이고 또 모여 이룬 넓디넓은 흰 꽃밭이 안개처럼 깔렸다. 이른 아침이면 오리무중의 물안개밭, 해 돋아 내리쬐면 눈부신 햇살밭이 된다.

축제(효석문화제·9월22일까지)장을 찾는 인파로 메워지는 주말을 피해, 평일 아침 메밀밭에 들르면 깨끗한 메밀밭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메밀밭 경치는 장평나들목에서 나와 흥정천을 따라 봉평면소재지에 이르는 도로변과 이효석 생가 터 주변, 평창무이예술관 앞, 그리고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오르는 길 주변 산자락 등에 펼쳐져 있다.

흰 메밀밭 사이로 누렇게 익어가는 볏논이 층을 이룬 모습이나, 낙엽송숲을 뒤로하고 산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듯 자리잡은 파스텔톤의 메밀밭 풍경 들이 감동적이다. ‘이효석 문학의 숲’으로 오르면, 산비탈 숲속에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며 주막 충주집, 물레방앗간 등을 재연해 놓은 소설의 주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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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창읍 장암산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구름 사이로 평창천 물줄기가 내려다보인다.

붓꽃섬 캠핑장 들러 잣나무숲으로

옛날 붓꽃이 지천이었다는 붓꽃섬(아트인아일랜드·아이리스아일랜드)은 흥정천과 무이천이 만나는 곳에 형성된, 작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소나무·낙엽송이 널찍한 숲을 이룬 이 섬은 아담한 펜션과 다양한 농촌체험을 곁들일 수 있는 캠핑장이 있어 캠퍼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시설에 비해 사이트 이용료가 다소 비싼데도(더군다나 2박 이상만 예약 가능하다) 이 캠핑장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료로 진행되는 무농약·유기농 농작물 경작·수확 체험 때문이다. 철마다 나물 뜯기, 고구마·감자 심고 캐기, 호박따기·잣줍기 등이 진행된다. 아니, 캠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다.

어르신을 모시고 오면 맷돌호박 따위를 선물하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농촌체험 기회를 주는 등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도 특이하다. 대를 이어 봉평에 살아오고 있는, 붓꽃섬 캠핑장 주인 박정희(53)씨의 가족애를 중시한 운영 방침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사위가 장인·장모를 모시고 오면 호박을 하나 주지만, 며느리가 시부모를 모시고 오면 큼직한 호박을 두개를 안겨드립니다. 무료 특별 농촌체험은 기본이고요.”

이 캠핑장에서 야영을 하면, 또다른 특별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사륜구동 오토바이(ATV)를 타고 낙엽송숲 거쳐 광활한 잣나무숲에 들어가 즐기는 잣 줍기, 표고버섯 수확 체험이다. 박씨의 고조부 때부터 심어온, 봉평면 원길리 60만평에 이르는 잣나무밭에는 80여년, 50여년, 20여년씩 자란 세 무리의 키다리 잣나무들이 피톤치드 가득한 울울창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증조부 때부터 한 대씩 걸러, 손자가 태어났을 때만 기념식수 방식으로 나무를 심어왔다고 한다. 추석 연휴 무렵을 전후해, 잣나무 숲길 탐방과 잣줍기 체험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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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길리 잣나무숲.

흥정계곡 상류 임도 따라 불발령으로

흥정계곡은 흥정산(1276m)과 회령봉(1309m) 사이에서 발원해 봉평면을 거쳐 금당계곡으로 흘러드는 깨끗한 물줄기다. 강릉부사를 지낸 양사언이 자주 놀러 왔다는 팔석정 주변 바위 경치와 짙푸른 물웅덩이 바위 밑 물속으로 커다란 굴이 뚫려 있다는 구유소 경치도 아름답지만, 인적 드문 가을 숲과 청정 물길을 감상하기엔 계곡 최상류 쪽이 좋다. 흥정계곡 상류 마지막 펜션 옆 차량통행 차단기를 넘어 널찍한 임도를 걸어오르면 차고 맑은 물길과 낙엽송(일본이깔나무, 잎갈나무) 숲길을 두루 만날 수 있다.

“불바래기 골째기 안엔 죄 낙엽송이여. 68년 소개령이 떨어져가지군 다 쬐껴내려왔지.”(주민 이동옥씨·61) 흥정계곡 상류엔 화전민 30여가구가 모여 살던 불바래기(흥정리 8반, 화명동) 마을이 있었다. 무장공비 침투에 대비한 이주정책으로 마을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속성수인 낙엽송들이 심어졌다. 뾰족뾰족 키다리 낙엽송들이 불바래기의 주요 식생을 이루게 된 이유다.

흥정계곡 최상류 위쪽으로 임도를 따라 오르면 장곡재 삼거리 지나 불발령에 이른다. 홍천 서석면·내면 길이 갈리는 삼거리다. 옛 불바래기 주민들의 주생활권은 봉평면이 아니라 홍천 내면·서석면이었다. “봉평장 가려면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데, 서석장은 장곡재 넘어가 한나절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불발령 정상엔 팻말이 하나 세워져 있다. 1978년 겨울, 제주도로 시집갔던 아낙(박정열·당시 38살)이 6살짜리 딸을 데리고 흥정리 동서 집을 거쳐 홍천 내면의 친정으로 가다 눈보라 속에서 동사한 일이 있었다. 사흘 만에 발견된 아낙의 품속에선 엄마의 겉옷에 감싸인 딸이 살아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한다. 살신모정을 기려 세운 팻말이다.

흥정리에서 불발령 정상까지는 7~8㎞ 거리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중간쯤의 물 맑은 숲길에서 쉬다 내려오는 것도 방법이다.

장암산 활공장 전망과 구름바다

숲길 안팎에서 꽃과 나무를 즐겼다면, 차를 타고 올라 멋지게 굽이치는 평창강 물줄기와 산줄기를 감상해 보자. 내륙 산간 고지대이니 산봉들을 감싸고 흐르는 물줄기도 심하게 굽이치는 사행천이 대부분이다. 이 풍경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곳이 평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암산(836m)이다. 평창읍에서 42번 국도 타고 미탄 쪽으로 가다 노론리 쪽으로 좌회전해 차로 10여분 오르면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인 장암산 전망대에 이른다.

일교차 큰 날 아침마다 깔리는 구름바다가 멋진 곳이다. 오전 내내 덮여 있던 구름바다는 낮 12시가 되어서야 빈틈을 드러냈다. 멀리 백덕산(1350m) 봉우리들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뻥 뚫린 구름바다 밑으로 아득히 굽이치는 평창강에 감싸인 평창읍 시가지가 눈에 잡혔다.

구름이 풀리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가을철엔 상승기류가 좋아 전국에서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평창/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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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장평나들목에서 나가 봉평면 소재지로 간다.

먹을 곳 미가연(033-335-8805) 등 봉평면 일대에 메밀국수와 메밀묵, 곤드레밥을 내는 식당이 즐비하다.

묵을 곳 붓꽃섬(아트인아일랜드, 070-4639-6315)엔 낙엽송 숲에 만들어진 40개의 캠핑 사이트 외에 11가족이 묵을 수 있는 펜션도 있다. 허브솔펜션(033-334-4445) 등 흥정계곡을 따라 펜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허브솔펜션에서 묵으면 흥정계곡과 불발령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여행 문의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72, 이효석문학선양회 (033)335-2323.


(*한겨레신문 2013년 9월 12일자)

수면 아래 어떤 세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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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이야기꽃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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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이지현 글·그림 
이야기꽃·1만4800원

푸른 수영장 앞에 서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네모나게 반듯한 푸른 수면뿐이다. 몸을 던져 풍덩, 그 안으로 들어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네모난 수조에 물을 받아놓은 것뿐이니 안으로 들어가봤자 아무것도 없다고? 그건 네모반듯한 수영장에 대한 모욕이다. 수면 위를 가득 채운 사람들과 튜브를 헤치고 깊이, 더 깊이 들어가보자. 눈을 감고. 더 깊이.

무표정하게 수면 위의 인파를 바라보던 소년은 물속 깊이 들어가 소녀를 만난다. 이제는 다른 이들의 발짓도 보이지 않고 시끄러운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파란 세상에는 둘만 있는 듯하다. 둘이 함께 더 깊이 들어가본다. 이제 깊은 물속은 바다가 된다. 알 수 없는, 그러나 아름다운 생명체들이 가득하다. 상상하는 대로 물속 세상은 신나게 변한다. 큰 물고기, 작은 물고기, 해초 사이를 미끄러지듯 수영한다.

말 한마디 없이 진행되던 그림책은 마지막에 한마디를 던진다. “세상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람들이 떠난 수영장 수면 위로 상상 속 물고기들이 슬쩍 얼굴을 내민다. 색연필로 문지른 듯한 수영장의 색감과 맑은 얼굴을 한 소년, 소녀의 모습이 촉촉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를 졸업한 이지현씨의 첫 그림책이다. 작가를 발탁한 김장성 이야기꽃 대표는 “이 책은 지난 3월 이탈리아 볼로냐어린이도서전에 참여해 많은 유럽 출판사들의 관심을 받았고 출간 전에 스페인에 판권이 수출됐다”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그림 이야기꽃 제공

엄마-딸 첫 여행, 감성 100%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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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와 딸 함께 떠난 첫 여행지, 바다  
 
“엄마~ 진짜 엄마랑 나랑만 가는거야? 와! 신난다~ 민규한테는 비밀로 할게. 엄마 사랑해. 엄마 최고!”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에 대한 딸의 첫 반응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온 집안 식구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딸은 동생이 태어난 순간부터 동생과 사랑을 나눠 가져야했다. 두 살 어린 동생에게 무엇이든 양보를 해야 했고,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딸은 몸싸움과 칼싸움을 좋아하는 남동생이 가끔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남동생은 누나가 좋다고 머리로 들이밀며 달려들지만, 딸은 그렇게 무섭게 몸을 던지고 팔다리를 휘두르는 남동생이 싫다. 내가 딸의 입장이라면 동생에게 치이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엄마랑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싶을 것 같았다. 사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친정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항상 그립다. 친정 엄마와 찜질방에서 시원한 커피 마시며 함께 땀 흘리고 수다를 떤 다음 엄마 무릎에 누워 실컷 잔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서로 바쁜 일상을 이어가야 하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우리 모녀에겐 그런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이런 내 사정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을 때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큰 선물은 없으니까.
 
딸은 여섯 살이 됐고, 딸과 함께 단둘이 떠나는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 회사 선배가 경북 영덕 바다를 보러 가자고 가족 여행을 제안했다. 나는 딸만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남편과 이모께는 주말동안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를 부탁했다. 남편과 이모는 흔쾌히 허락했고, 그렇게 해서 엄마와 딸의 최초 여행이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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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덕을 여행지로 선택하게 된 이유  
 
여행지로 영덕을 선택하게 된 것은 친구때문이다. 2001년 입사할 때부터 마음이 통하던 친구가 있다. 2년 전 회사를 떠난 그 친구를 나는 입사 합숙 평가때 만났다. 딱 부러지고 누구보다 전투적이던 그녀는 합숙 평가때도 남달랐다. 친구와 나는 합숙 평가때 한 방을 썼다. 그때 우리는 자신의 이름도 학교도 그 어떤 것도 말하지 않고 별명으로만 서로를 불렀다. 그녀의 별명은 ‘밥통’ 내 별명은 ‘번개’였다. 합숙평가를 할 때 심사위원(선배 기자들)들과 참여자들은 저녁에 모여 폭탄주와 각종 술을 마시는데, 친구와 내가 제일 늦게까지 심사위원들과 남아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했다. 친구와 나는 그날 같은 방에 들어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한겨레 사람들 너무 멋지지 않아요? 밥통씨.”
“그렇죠? 난 이번 시험 떨어져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번개씨 ”
“저두요. 정말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고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신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떨어진다면 다시 도전할거예요.”
“저두요”
 
그런 얘기를 나누며 술에 취해 너무 덥다며 우리 둘은 아주 기본적인 속옷(?)만 달랑 입고 맨살을 드러내고 잠을 잤다. 그녀와 난 입사하기전부터 속을 훤히 내보이고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리 두 사람은 모두 합격자 명단에 있었고 같이 합격해서 기뻐했다. 
 
대구 주재 기자로서 맹활약을 하던 그 친구를 나는 기자로서 존경했다. 좋은 기사를 많이 쓰는 친구를 항상 응원했고, 씩씩한 그녀를 보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2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기자로서의 고민, 한겨레에 대한 고민, 또 사는 것에 대한 여러 고민 등을 함께 나누던 그 친구가 회사를 떠나 당시 나는 마음이 텅 비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회사를 떠난 뒤에도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계속 벌였다. <반갑다 친구야>라는 모임을 만들어 먼지 쌓인 가방을 지구촌 아이들에게 보내는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의미있고 좋은 활동이라 베이비트리도 함께 동참했다. 회사를 떠난 뒤에도 친구와의 인연은 그렇게 이어져갔다.
 
친구는 항상 내게 가족 여행 한번 오라고 했다. 영덕이나 경주 여행을 함께 가자고 했다. 대구에 살지만 영덕이 친구의 고향이라 영덕을 항상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 얘기가 나온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러겠다고 대답만 했을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마침 또다른 회사 선배가 그 친구도 만날 겸 함께 영덕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그 친구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무작정 딸만 데리고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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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가고 싶은 영덕, 감성충전 100%
  
영덕의 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촬영지이기도 한 영덕은 대게와 풍력 발전소로 유명하다. 친구가 미리 정해둔 숙소는 바다가 앞에 보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2층 다락방이 있었다. 친구네 가족, 선배네 가족, 그리고 나와 딸 이렇게 세 가족은 영덕에서 1박2일을 함께 했다.
 
갓 잡은 싱싱한 회가 한 접시 가득 나오는 작은 식당에서 꿀같은 점심을 함께 먹고, 게 형상의 등대가 있는 해맞이공원에 들렀다. 영덕 어느 곳을 가나 대게의 상징물이 있었다. 등대 꼭대기에 올라가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해맞이공원에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길을 함께 걷고, 딸은 그 길에서 민들레꽃을 꺾었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 버리자 슬퍼하는 딸에게 친구는 “민지야~ 그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 땅 속으로 들어가 또 다른 꽃을 피울거야~ 그러니까 슬퍼하지마”라고 말했다. 친구의 그 말이 꼭 나를 위로해주는 말 같았다. 20대 청춘은 가버렸고 40대가 다가오는 길목에 서있는 30대 후반 나에게 내가 뿌린 작은 노력들(기사든, 육아든, 회사 일이든)이 또 다른 꽃을 피울 것이니 너무 조급해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4살 꼬마(선배 아들)는 누나가 좋은지 딸의 손을 꼭 잡고 길을 걸었다. 뭘 하든 누나의 손을 잡고 하려 했다. 4살, 5살, 6살 꼬마들은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다락방에 오르락내리락했다. 그것 자체로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였다. 대게와 각종 해산물이 풍부한 강구 시장에 가서 아이들과 장을 봤다. 민지는 자기 팔뚝보다 더 큰 가재를 보며 신기해했고, 살아있는 오징어를 계속 직접 만져봤다. 박달 홍게를 사고 싱싱한 해삼과 함께 막걸리, 맥주, 소주를 종류별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게 눈 감추듯 게를 먹고, 술을 마셨다. 남자들은 빠른 속도로 술을 비웠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천천히 즐기며 저녁을 즐겼다. 그렇게 영덕에서의 밤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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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여행지에서의 어록 
  
다음날 술을 너무 마신 남자들은 일어나지 못했고, 선배의 아내와 나, 아이 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 구경을 했다.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다 해가 나오는 순간이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아이 둘과 바다와 일출을 보며 나는 질문을 했다.
 
“경한아~ 바다 보니까 어떤 느낌이야?”
(선배 4살 아들) “파도가 씨합하는 것 같아요~”(꼬마 시인 아닌가!)
“우와~ 정말 멋진 표현이다. 이모도 보니까 진짜 파도가 씨합하는 것 같아. 그럼 바위들은 뭐하고 있을까?”
“파도가 씨합하는 걸 지켜보고 있죠~”
(우리 딸) “엄마 엄마! 나도 바다 보니까 어떤 느낌이 와. 어떤 느낌인 줄 알아?”
“어떤 느낌이야?”
“나는 돌고래가 먹이를 잡으려고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느낌이야. 파도치는 게 그렇게 보여”
“와~ 그렇구나. 민지한테는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멋지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시인이 된다. 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 속에서 아이들의 감성은 100% 충전된다. 그런 아이들의 감성에, 깔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의 웃음에 나 역시 감성이 풍부해진다. 아이들을 함께 더 자주 자연 속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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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비싼 라면과 풍차 
 
아침에는 라면을 끓여먹었다. 전날 먹지 못한 게 두 마리를 라면에 투척해 세상에서 가장 비싼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이들은 맵다며 잘 먹지 못했지만, 어른 셋이서 또다시 게 눈 감추듯 라면을 해치웠다. 술독이 풀리지 않은 선배는 잠을 더 청하겠다고 했고, 여자 셋과 아이들만 풍력발전소를 찾았다. 높이 80미터의 ‘전봇대’에 직경 82미터의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풍차 24기가 창포리의 삿갓봉 주변 능선에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 엄청난 규모에 마치 외계인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다. 탁 트인 하늘에 우뚝 선 풍차를 보는 순간 아등바등 사는 우리네 삶이 참 부질없게 느껴졌다. 풍력발전기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길들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바다와 하늘, 바람개비, 구름과 단풍, 산길이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다. 두 여자와 두 아이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풍력발전소 안에 있는 친환경 놀이터도 또다른 재미있는 곳이었다. 싸이클을 타며 에너지를 만드는 시합을 해보기도 하고, 놀이공원에나 있을법한 기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바람이 쌩쌩 부는데도 추운줄 모르고 달려다니며 이 기구 저 기구를 탐색했다. 발전소 옆에 있는 전시관에 가서 에너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도 함께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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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야, 모래야 안녕~ 또 만나

마지막으로 숙소 앞 바닷가에서 민지와 단둘이 산책을 했다. 민지는 조개를 주워 자기만의 보석이라며 모래를 파서 묻고 모래성을 쌓았다. 그렇게 자기만의 작품을 만든 뒤 편지를 썼다.
 
“안녕, 모래야. 사랑해~”“바다야 안녕. 또 만나.”글씨를 쓴 뒤 아이는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가야할 시간이 됐고, 아이는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바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아쉬워하는 딸에게 “민지 눈과 마음에 바다와 모래, 하늘을 꼭꼭 담아~ 그리고 서울에 가서 그림을 그려서 엄마한테 보여주는 게 어때?”라고 말했다. 아이는 엄마 말대로 마음에, 눈에 바다를 넣으려는 듯 바다를 열심히 바라봤다. 돌아가는 차 속에서 아이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아이는 “가재와 게, 바다, 모래성, 경한이와 함께 논 것, 2층 집에서 경한이랑 딱지 만들고 책 읽은 것, 승우가 노래를 멋지게 부른 것, 풍차 모두 다 좋았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니 딸은 “엄마 우리 이사 온 듯한 기분이야”라고 말했다. 계단만 오르내리다 엘레베이터를 타니 처음 타는 기분이고, 이모도 동생도 다 새로운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여행은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주는 마력을 지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너무나 익숙해 소중해보이지 않는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6살 딸은 여행의 마력을 알게 된 것이다.
 

여행지에서 돌아온 다음날 딸은 어린이집에 다녀온 뒤 내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엄마~ 내 모래성 잘 있어? 내 모래성 누가 밟아버렸으면 어떡하지?”
“잘 있고말고~ 민지가 편지도 예쁘게 썼고, 큰 하트도 그려서 잘 있을거야. 걱정하지마~”
“정말? 나는 바다도 모래성도 조개도 또 만나고 싶어. 그때까지 잘 있겠지?”
“그럼~ 잘 있을거야. 민지가 정성들여 편지도 쓰고 그림도 그려서 다른 사람들도 너무 소중하다는 걸 알아서 함부로 밟지 않을거야. 우리 다음에 또 바다 보러 가자~”

 

엄마와 딸의 최초 여행, 내게도 딸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아이가 여럿 있다면 아이 한 명만 데리고 여행을 시도해보자. 가족 여행도 좋지만 온전히 아이 한 명과 함께 하는 시간은 또 다른 밀도의 시간을 선물해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강아지들아,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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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에 갑자기 우리집에 나타나서 무작정 눌러앉아 버린 개 '복실이'는

초 가을에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모두가 흰 강아지들이었다.

새끼를 베고, 낳고, 젖 먹여 분양하는 일 모두 보살피는 것도, 마음도 힘들것 같아

마당있는 집을 얻었을때 일부러 수컷 개 두 마리만 들였던 내 계획은

느닷없이 우리 식구가 된 복실이 때문에 다 틀어져 버렸다.

 

복실이가 새끼 낳는 것은 지켜보지 못했지만 그 다음부터 새끼들 수발은

만만치 않았다. 어릴때는 개 집을 기어 나와 다시 못 찾아 갈때마다

달려가 집 안으로 넣어주기도 했고, 어미개가 된 복실이 먹이에 더 신경을

써야 했고, 담이 없는 우리집에 혹시 돌아다니는 이웃 개들이 들어와

해꼬지를 할까봐 한밤중에 개들이 왕왕 짖어대기라도 하면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가 확인하는 일도 수없이 많았다.

 

그렇게 강아지들은 두달 가까이 어미젖과 내가 주는 밥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그 기간 내내 세 아이들은 강아지들을 안고 빨고 품어주며 지냈다.

하지만 강아지들이 어미젖을 떼면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하는 것 부터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한마리라도 우리가 키우고 싶어했지만 이미 세 마리의 다 큰 개들이

마당을 적지않게 차지하고  있는데 개가 한 마리 더 늘어나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어렵게 어렵게 아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모두 분양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어디로 보낼것인가.

잘 돌 수 있고, 기왕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보내고 싶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랫집 아주머니 댁에서 강아지를 얻고 싶어 하셔서 한 마리 드렸는데

아이들도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서도 막상 자유롭게 뛰어놀던 강아지가

목줄에 매여 길가의 개집 앞에 놓여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갑자기 어미와 형제들과 우리 가족들과 떨어진 강아지는 며칠이나 낑낑거리며 울었다.

우리집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집이라 늘 살필 수 있었지만 우리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작은 생명과 눈이 마주치는 일도 괴로왔다.

윤정이는 오래 오래 울먹이며 마음아파했다.

 

두번째 분양은 지난 일요일이었다. 필규 학교 선생님 댁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좋은 환경이고 필규도 학교에 갈때마다 들려서 만날 수 있는 곳이므로

아이들이 제일 아끼던 강아지를 드렸다.

첫째로 태어나 몸도 제일 크고 털도 유난히 보드랍고 생긴것도 이뻤던

강아지였다. 필규는 보내기 전날 우리가 '뚱띵이'라고 불렀던 그 강아지를

오래 오래 안아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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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일요일 오전, 뚱띵이는 새 가족 품으로 갔다.

윤정이도 이룸이도 필규도 헤어지는 것이 서운해서 안아보고 또 안아보다가 넘겨 주었다.

뚱띵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뭔가 불안해서 몸을 떨면서 새 가족 품에 안겨

집을 떠났다.

 

네 마리에서 두 마리 남았던 강아지들은 어제 또 한마리가 아랫집에 있는 식당으로 가면서 한 마리만 남았다.

식당 주인 아저씨는 친절하고 좋은 분이지만 강아지는 시맨트 바닥으로 되어 있는 식당 뒤쪽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개 집 앞에 묶이는 모습은 역시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매일 매일 산책하며 만나러 가자고 아이들과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밤 늦도록

희미하게 들려오는 낑낑거리는 소리는 마음 아팠다.

정을 주고 헤어지는 것이 이 나이 먹도록 어려운 나에게도, 첫 강아지를 이웃에 보내는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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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 날은 추워지고 강아지는 쑥쑥 자라고 있다. 더 크기 전에 좋은 주인을 찾아줘야 하는데

마지막 남은 강아지를 보는 마음이 애틋해진다.

 

필규는 학교에 갈때마다 뚱띵이를 보러 선생님 댁에 다녀 온다.

윤정이와 이룸이는 아랫집 아주머니 댁으로 가서 '뽀롱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강아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만져주고 안아주고 온다. 이제 식당으로 간 강아지도 만나러

자주 들릴 것이다.

곁에 두고 이뻐해주던 강아지들을 품에서 내어주는 것은 힘들었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살펴주고 만나러 갈 수 있는 친구들이 동네에 더 많아진 것은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새 집에 간 강아지들 모두 사랑받고 좋은 돌봄 받으며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한마리...

 

너는 어쩌면 좋으니....

 

 

너무 가까워서 더 어려운, 동네엄마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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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어려운 관계.

때로는 시댁보다 더 조심스럽고 까다로울 수 있는 관계,

바로 동네 엄마들과의 관계가 그렇다.


인간관계가 빈약해질대로 빈약해진 일본이지만

아이가 있는 엄마에겐 같은 지역이나 동네 엄마들과의 인맥은 무척 중요한데

아무리 자상한 남편이 있다 해도 이 관계의 역할만큼은 대신해 줄 수 없다.

사는 동네와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까지 같은 공통분모가

많을수록 그 관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 커진다.

그만큼 일본은 육아를 둘러싼 지역사회의 관계망이 치밀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긴장되고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관계지만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마음맞는 엄마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

동네에서 아이 키우기는 엄청 수월해진다.

동네 일대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대한 각종 정보와 소문은 물론

최신 육아용품이나 사교육에 대한 무궁무진한 정보,

요주의 인물로 찍힌 엄마들 소문이나 동네 맛집에 대한 분석과 평가 ...

우리 동네에 처음 이사온 사람이라 해도 엄마들의 브리핑을 1,2시간만 들으면

동네의 전체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지 싶다.


무난하게 적응하며 이 네트워크를 잘만 활용하면

알짜배기 육아&교육 정보와 아이들의 친구는 물론, 즐거운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엄마 친구까지,

비상시에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이런 저런 예기치 못한 문제도 발생한다.

큰아이를 초등4학년까지 키우는 동안, 가장 어렵고 괴로운 순간의 대부분이

바로 이 엄마들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수많은 엄마를 만나고 겪었다.

친절하고 따뜻하고 위기의 순간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도와주는 엄마들도 있었지만

이기적인 엄마, 남의 좋은 부분만 이용하는 엄마, 내 뒤에서 욕하는 엄마,

자기 아이만 최고고 남의 아이는 안중에도 없는 엄마,

남의 아이를 자기멋대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엄마, 필요가 없어지면 관계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엄마..

이런 엄마들도 어쩌면 그저그런 평범한 엄마들이고

아주 가끔이긴 하지만, 정말 용.서.할.수.없.는. 엄마들과 얽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 혼자만 얽힌 관계라면 냉정하게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엄마들과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않은건

그 중간에 아이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큰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경우를 2,3번 겪었는데,

내가 태어나 살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때가 그때였던 것 같다.

온통 일본인 엄마들 속에서 언어와 문화, 정서의 벽까지 내 앞엔 가로막혀 있어 매일이 힘겨웠다.


그런데, 그런 엄마들과의 힘든 과정을 내가 잘 극복하도록 도와준 것도

역시 동네 엄마들이다.

내가 가까운 선배 엄마들에게 조심스럽게 상담과 조언을 부탁했을 때,

"유리 엄마! 지금 너무 좋은 경험하고 있는 거야!^^"  하면서,

자신이 겪은 나보다 더한 사례를 얘기해주고, 아이도 엄마도 이런 경험을 통해

더 성숙하는 거라며, 아이도 일찌감치 이런 경험을 겪어두면 친구관계에서 더 강해지게 된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그때는 그런 말만이라도 그렇게 힘이 나고 든든할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겉으론 담담하게 보이지만, 엄마들 모두가 이런 크고작은 상처들을 겪으면서

단련되어가고 있다는 모습들이 조금씩 느껴졌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생각하니, 모든 엄마들이 동지로 느껴지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


처음 엄마가 되고나서,

'내가 이 아이만 아니면, 나와 이렇게 다른 사람과 억지로 맞추면서 노력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수도없이 많이 했었다.

하지만,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나는 깨닫게 되었다.

엄마들과의 관계도 하나의 사회고, 내가 사회에 나가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골라 만날수 없듯이

이 세계도 그런 거라고.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골고루 다 만나면서

세상 경험을 두루 쌓는 기회로 삼자! 라고.


동네 엄마들과도 그렇다.

멀리 하고싶지만, 동네 놀이터에서 수퍼에서 학교에서 병원에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만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담담하게 대할려고 해도 그들과는 단 몇 마디만 나눠도 뭔가 이상하게 꼬이는 것 같고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다. 하지만, 이 노릇도 10년쯤하고 나니

그런 엄마들을 다루는 요령도 많이 늘었다.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약올리며 골탕먹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나는 우리 동네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고

큰아이가 이젠 초등 고학년에, 어느새 마흔이 넘은 베테랑 엄마가 되었다.


앞으로도 두 아이를 키우면서 겪을 일이 많겠지만

수많은 엄마들과의 관계를 통해 단련되고 나니,

어떻게 하는 것이 동네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어가는 것인지 감이 생기는 것 같다.

좋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만 하지 않고

마음에 안 든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서로의 삶 사이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 가는 게 오랫동안 잘 지내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때론 비교와 질투로 돌아서서 마음 상할 때도 있을지 모르지만,

상대방 엄마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내 육아와 삶에 참고하며 서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얼마 전까지 살던 근처의 아파트 엄마들과는 한 달에 한번, 수다 모임을 갖고 있다.

달콤한 간식과 차를 마시면서 여자들만의 유쾌한 수다가 한 판 펼쳐지는데

2,3시간동안 남 사는 얘기 듣고, 웃고 울고 하다보면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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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부엌을 거실 쪽으로 향하도록 집을 개조한 친구네에서 이 모임을 가졌는데,

아줌마들에겐 남의 집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는 게 또 있을까.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이 부지런한 엄마가 가꾸는 집안은,

냉장고에 아이가 더덕더덕 붙인 스티커마저도 이쁘게 보이게 만드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남의 삶을 기웃거리기 보다, 자기 삶과 일상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육아월드를 소중하게

가꾸어가는 건강한 엄마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나도 더 잘 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너무 멀지도 않게 노력하는 관계도 좋지만

요즘같이 쌀쌀한 늦가을에는 그 어떤 망설임도 필요없고,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내 고향 부산 친구들이 그립기만 하다.


"저녁 아직 안 묵었제?

 아~들 데꼬 울집에 언능 묵으러 온나~"


뜨끈한 오뎅국 끓여놓고 이렇게 전화를 걸어오는

내 칭구들이 억수로 보고싶은 계절이다..^^



서울 어린이집 식재료 원산지, 인터넷으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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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서울형, 누리집 통해 공개
쌀·쇠고기 등 주재료 16종 대상
민간·가정 어린이집도 권고계획

서울시내 모든 국공립·서울형 어린이집 급식 재료의 원산지가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서울시는 국공립·서울형 어린이집 2794곳에 대해 식재료 원산지가 명시된 월별 식단표를 13일부터 ‘서울시 보육포털 서비스’(iseoul.seoul.go.kr) 누리집에 공개한다고 이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먹거리 원산지에 대한 불안감이 학부모들 사이에 많다. 안전하고 질 높은 급식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원산지를 명시한 월별 급식 식단표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그동안 원산지가 표시된 식단표를 게시판이나 가정통신문 형태로 제공해 학부모가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원산지 공개 대상 품목은 농축산물 7종류(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쌀, 김치 등)와 수산물 9종류(명태, 고등어, 갈치 등) 등 모두 16종류다. 대부분의 급식 재료가 모두 포함됐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이들 어린이집이 식단을 누리집에 올리지 않으면 시정조처를 내릴 방침이다. 앞으로는 민간·가정 어린이집 3744곳에 대해서도 식자재 원산지 공개를 권고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기존의 식단표에 더해 ‘대체 식단표’를 추가로 어린이집에 제공한다. 이를테면 수산물이 들어간 식단표와 함께 이를 닭고기로 대신하는 것을 주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이를 바탕으로 식단표를 짜고, 학부모는 어린이집에 어느 한쪽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된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원산지 정보와 함께 대체식단 제공이 아이들에게 질 좋은 급식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긴장 풀고 흔들흔들 젖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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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차

리스닝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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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젖을 물리는 것이,

바다는 젖을 무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젖 주는 내내 바다만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어서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를 들었다.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샤르르 풀리면서

피식 웃음이 났다.

세상과 이어지는 편안한 기분!

혼자서 너무 애쓰고 있었구나.

긴장 풀고 흔들흔들 

이렇게 젖을 줘도 되는구나. 

 

 

 

33일 차

오동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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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오동통하게 살이 올랐다.

오직 내 젖을 먹고.

오직 내 젖만 먹고.

엄청나게 좋은 거구나 이 젖이!

꽃 목걸이 백 개를 걸어도

칭찬이 모자라다.

 

 

 


`안절부절 아이 버릇'더 많이 안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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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개월부터 특정 사물에 애착

손가락 빠는 버릇, 5살까진 괜찮아

부모 죄책감·과민반응 ‘잘못된 처방’

 

“사랑아~ 입술 좀 그만 빨아라~예쁜 입술!”
회사원 김상희(34)씨는 요즘 딸 사랑이(21개월)가 자꾸 아랫입술을 쪽쪽 빨아 걱정이다. 딸은 자면서도 젖을 빠는 것처럼 아랫입술을 맛있게 빤다. 딸의 아래턱을 잡아당겨도 보고, 딸이 좋아하는 과자를 주면서 입술을 덜 빨도록 유도도 해보지만,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직장을 다니느라 보모를 쓰는 김씨는 혹시 아이가 엄마랑 떨어져 지내 정서 불안이나 애정 결핍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싶어 죄책감이 든다. 최근 동료로부터 아이가 입술을 빨면 나중에 교정치료를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듣고 나니 걱정이 쌓인다.


입술을 빠는 행위 말고도 부모들이 보기엔 ‘이상한’ 행동들이 많다. 손가락 쪽쪽 빨기, 자기가 덮는 이불이나 곰돌이 인형 같은 특정 물건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꼬는 행위, 몸 이리저리 흔들기, 귀 만지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동들이 나타나면 상당수 부모들은 놀라서 어떻게든 이런 행동들을 제지하려 한다. 윽박지르거나 혼내기도 한다. 손가락을 빠는 것이 걱정돼 밴드를 붙이거나 마이신같이 쓴 것을 발라 손가락을 빨지 못하게 만든다. “곰인형 대신 다른 것 사줄게, 맛있는 것 사줄게” 하며 아이와 협상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부모의 행동이 오히려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과정인데, 부모의 잘못된 대응으로 아이를 주눅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런 행동들을 할 때 아이를 야단치면 당장은 눈앞에서 그 행동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선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가 이런 행동들을 하는 이유는 생후 8~9개월이 넘어가면 자신이 엄마라는 존재와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엄마가 아니라도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물건에 집착하거나 특정 행동들을 하게 된다. 이런 대상들을 학문적으로는 ‘과도기 대상’ ‘전이 대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행동들은 주로 잠이 들기 전, 배가 고플 때, 스트레스가 커질 때, 부모와 떨어져야 할 때, 낯선 환경에 있게 될 때, 심심하거나 무료한 느낌이 들 때 늘어난다.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대부분 4~5살이 지나면 이런 행동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며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달래기 위한 아이만의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애정 결핍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불안을 달래는 능력이 생기기 위한 중간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이런 행동들을 보일 때 아이와의 상호작용을 더 늘리라고 주문한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의사는 “아이를 더 많이 껴안고, 아이와 더 눈 맞추고, 같이 소리 맞춰 노래 부르고 따뜻한 신체 접촉을 하면, 아이는 과도기 과정을 자신감을 가지고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치아나 턱 발달에 대한 걱정도 4~6살 이전까지는 지나치게 할 필요 없다. 송제선 연세대 치대 교수는 “손가락 빠는 습관이 6세 전까지는 치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 6살이 넘도록 손가락 빠는 습관이 지속되면 치열의 변화가 자연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심하면 위 앞니가 앞으로 튀어나올 수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6살 이후에 손가락 빨기가 지속되고 자주 보인다면 심리적 이상은 없는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엄마의 잔소리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지, 놀이가 부족해 신체 활동에 대한 욕구불만은 없는지,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는 요구를 계속하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보자. 부모 자신이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부모의 불안한 마음이 아이에게 전달되고 있지는 않은지도 확인해야 한다.

 

손가락 빨기 등은 4살 이하에서는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아이가 자신을 위로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위축되고 자신감 없는 아이, 불안한 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입술 빨기 등이 5~6살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거나, 불안, 짜증, 이유 없이 우는 것, 힘든 것을 못 견디는 것 등 정서적 어려움을 동반하면서 6개월 이상 계속되면 전문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도움말: 김재원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유한익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의사, 송제선 연세대 치대 소아치과 교수

 

(이 기사는 2009년 11월 17일 <한겨레>22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손가락 빠는 아이, 손톱 물어 뜯는 아이, 인형에 집착하는 아이 등에 대한 독자들의 질문들이 있어 참고하시라고 다시 베이비트리에 옮깁니다.)

뽀뇨와 하나사이, 첫째와 둘째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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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임신한지 5개월, 둘째의 성별은 남자로 판명이 났다.

뽀뇨가 언니가 될지, 누나가 될지 궁금했는데 누나로 판명이 나니 가족들 반응이 뜨겁다.

창원의 어머니는 아내에게 “너무 기뻐서 밤잠을 설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큰 누나는 내게 “딸 아들, 200점이네. 축하한다”라고 메시지를 날렸다.

 

남들에겐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냐’라는 쿨한 이야기를 했지만

아내와는 “아들에겐 전셋집이라도 얻어줘야 하니 더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우스개소리도 나눴다.

성별에 특별히 구분이 없이 딸아이를 키우다보니

그동안 물려 입혔던 짙은색 옷이며 운동화들은 아껴서 동생에게 물려주려 따로 모아두었다.

 

내겐 아들과 딸의 차이보다는 어찌보면 첫째와 둘째의 차이가 제법 크게 다가온다.

누구나 경험이 있겠지만 한번 겪어지면 익숙해지는 법.

뽀뇨를 키우며 태명에서부터 아이 이름짓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건만

둘째 아이의 이름은 고사하고 태명짓는것부터 여유도 이런 여유가 없다.

물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태명이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끄적이다 말고 이야기 나누다 말고 한 것이 벌써 몇 번인지.

 

태교는 어떻게 했더라.

아빠가 뽀로로 노래도 불러주고 동화를 직접 짓고 그려서 읽어줄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뽀뇨를 데리고 아내 배앞에서 “뽀뇨, 동생이야. 안녕하고 인사해”정도가 태교라면 태교랄까.

그나마 5년전 서울에 있을때는 임신한 아내곁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제주에 내려오니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아내곁을 지키고 있다.

 

성별도 정해졌으니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아내와 합의,

태명의 범위를 좁혀나간 것이 ‘하야오 시리즈’로 가자는 것인데

생각해보니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들중 이렇다할 남자주인공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네. 미야자키 만화영화 속에는 딱히 떠오르는 주인공이 코난 밖에 없네요”

 

아내와 얘길 하다 머릿속에 떠오른 이름이 있었으니..

바로 코난의 단짝 ‘포비’였다.

 

“뽀뇨, 동생 이름 포비어때요?”

라고 물어보니

 

“포비? 나 싫어 뽀로로 할래”.

 

생각해보니 어른들의 포비와 뽀뇨의 포비가 달랐다.

어찌되었건 ‘포비’로 급하게 결정했는데 오늘 아침,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뽀뇨, 동생 이름 알아요? 이름 뭐에요?”,

 

“어, 하나야”.

 

벌써 잊은 먹은 건가 싶어

 

“뽀뇨, 동생 이름 포비아니구?”했더니

 

“아빠, 내 노래 잘 들어봐. ‘내 동생 곱쓸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헉”하는 소리와 웃음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5달 동안 엄마아빠가 정하지 못한 둘째의 이름을,

뽀뇨가 하루 아침에 지어버린 것이다.

오늘부로 둘째의 태명은 ‘포비’가 아니라 ‘하나’로 하기로 아내와 전격 합의.

 

결국, 첫째와 둘째의 차이라고 한다면 둘째에 관한 일처리는

첫째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점.

둘째가 들으면 서운할지 모르겠지만 대충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육아에 자신감, 혹은 경험이 생겼기 때문이다.

뽀뇨아빠에서 뽀뇨하나아빠로 다시 태어나다보니

길어진 이름만큼이나 나를 채우는 것들은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나가 태어나기전에 두 아이아빠로 어떻게 살아갈지 조금 더 재미난 상상을 해보아야겠다.

 

<결혼 기념일, 아내가 맛있는 과메기를 사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클릭하면 "어른들을 위한 ABC송"을 들으실 수 있어요.

아내와 결혼5주년.jpg

3세대가 함께, 좌충우돌 사과밭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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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사과밭에 다녀왔다.

봄에 사과 나무 한 그루를 가족 이름으로 분양받아, 가을에 수확 겸 여행을 나선 것이다.

시부모님, 시동생네 가족 네 명, 우리 가족 네 명

이렇게 3세대가 차 두 대에 나눠타고 5,6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1박2일로 다녀왔는데,

어른들도 아이들도 1년 내내 기대에 부풀어 기다려온 여행이건만

어쩐지 이번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림이 너무 많았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세 집의 서로 다른 의견들에 갸우뚱하며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결국, 떠나는 전날 남편과 내가 크게 싸우는 일로까지 번지게 되었다.


나의 전화 고발(?)로 비상사태임을 파악하신 시부모님께서 버선발로;; 한걸음에 달려오시고

중재에 나서셨는데.. 그렇게 일단 문제는 잠잠해 졌지만, 여행 당일에는 시동생네 부부의

철없고 무심한 태도에 모두가 마음을 상하는 일이 매순간마다 일어나고 말았다.

뭐, 여행 어디 한 두번 해보나.

친한 사이나 가족끼리도 여행하면서 티격태격 싸우는데

아들 둘만 있는 집안에 며느리들과 시부모가 함께 떠났는데 좋은 감정만 있을 순 없다.

아! 복잡한 이야기는 일단 좀 접어두고!

맑고 청명한 이 좋은 가을날을 이런 얘기들로 채우는 건 너무 아깝다.

일단 사과밭 사진이나 구경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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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안간다, 이대로 접자, 너희들끼리 가라 나는 안 간다.. 사과고 뭐고 다 싫다..

전날까지 난리였던 사람들이 아침8시부터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며 탁 트인 하늘을 만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사이좋고 다정한 가족으로 급변신;;

반복되는 일상으로 부엌에서 시들어가기 직전이던 큰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바깥 풍경에 감탄하며

서로에 대한 칭찬을 쉴 새없이 늘어놓기 시작.. 결국엔 아이들에게 너무 시끄럽다는 원망을 들으며

겨우 자제를 ..  얘들아, 이게 다 날씨 탓이란다. 어쩌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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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출발한 덕에 6시간 걸릴 거리를 4시간만에 돌파하고

가족 모두는 서로의 현명함을 자화자찬하느라 급화기애애 모드로.

그도 그럴것이 사과밭 현지의 날씨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올법한 수준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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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사과밭 사이를 걸어 아이들이 우리 가족의 이름이 붙어있는 사과나무를 발견하고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사과들을 확인하는 순간,

온가족의 흥분수치는 최고조에 도달..

이때가 이번 여행에서 가족 모두 한마음이 된 '단 한 순간'이었다는 건 좀 아쉽구나..;;

사진 찍으면서 보니, 우리 아들 작년 이맘때 사과밭에 왔을 때랑 옷이 똑같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은 엄마..;;  옷값에 인색한 엄마 표가 너무 난다..

그래도 뭐, 1년 전보다 아들 얼굴에 젖살이 좀 빠진 걸로 '전과 후'구분이 되지않을까..

이런 일은 얼렁뚱땅 빨리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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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두번째라 아이도 어른도 모두 손발이 척척. 

사과밭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사과 위에 함께 얹어 옮기는 아이들..

맛있는 사과를 먹을 수 있게 해 준 자연님에게 감사의 뜻으로 하늘 가장 가까이에 열린

사과 하나를 남겨두고 순식간에 수확은 마무리되었다.

태풍 피해가 많았던 올해는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좀 적어 모두들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맛만은 작년과 다름없이 꿀.사.과.

시중에서 제법 비싼 값을 주고 사 먹어도 여기 사과만큼 맛있는 건 없었기에

1년 내내 이 날을 더 손꼽아 기다려왔다.

차에 실어 옮기는데 차안 가득 달콤한 사과 향기가 그윽하게~


사과를 차에 다 실은 다음엔, 가까운 온천에서 목욕을 했는데

그곳은 시어머님의 친정이 있는 곳이라 근처의 친척댁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어른 6명에 어린 아이들까지 4명, 총 10명이 한꺼번에 신세를 지는 셈이라

어머님의 친척댁에 되도록 부담을 드리지 않고(그 댁 분들이 이미 연로하신 분들이라..)

가능한 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서로 의논하고 분담하자는 뜻에서

여행 전, 세 집 사이에 연락이 분주했었다.

그런데, 늘 가족들의 도움과 배려에 길들여진 탓인지 시동생 부부는(둘 다 막내라 그런가??)

친척집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걸 뭘 그리 유난떨며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태도였다.

뭐, 같은 가족이라도 성격은 다 다르니까 매사에 쿨한 그런 태도를 어느정도 이해는 해왔지만

이번에는 정말 시어머님도 남편도 두손두발 다 들 정도로 둘 다 너무했다!


아... 형제 둘 밖에 없는 이 3세대 가족 안에서도 관계는 이렇게도 복잡하고 어렵다.

민주? 자유? 책임? 배려?  

그런 건, 집 현관문을 열고 나선 사회에서만 실천해야 하는 게 아니란 걸,

당장에 우리 가족 안에서 수도 없이 연습하며 실천해 나가야한다는 걸.

내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여행 전엔 남편을 비롯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불만만 가득찼는데

여행이 끝나고 나니, 나 역시 내 욕심에 충실하고 싶은 게 여행 내내 1순위였던 것 같아

너무 민망하고 부끄럽고 .. 그렇다.

(중간중간 차를 세우고 가는 시골 장터에서 혼자 싸돌아다니는 나를,

온 가족들이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 식구들 미안,

그래도 시골장은 내겐 너무 매력적인 걸 어떡해요;)


3세대가 좌충우돌. 이번엔 어른들 이야기가 너무 풍성(?)해서 아이들 얘기는 하나도 없다?!

스스로는 남을 먼저 더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하는 행동은 내가 아닌 상대를 위하는 것임을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내 욕망과 편리가 전제가 되어있었던 건 아닐까.

가족이기에 좀 더 바라고 기대하는 게 많기에, 실망도 늘 그만큼 돌아오는가 보다.

내가 다른 가족들의 부족한 면을 이렇게 크게 부풀려 느끼는 것처럼

상대방도 내가 이번 여행에서 열심히 한 부분보다, 이기적이었던 면만 부각시켜 보진 않았을까?

솔직히 나는, 장터 구경을 더 천천히 즐기면서 하고 싶은데 

많은 식구들과 시간을 맞추는 게 내내 불만이었다.

달랑 우리 가족만 왔으면 얼마나 편하고 신났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고..

아휴. 사과밭에 대한 로망만 키웠지, 이런 고민을 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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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이 있었건 말건,

집으로 가져온 사과들은 넘치게 이쁘기만 하고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역시,, 사람에 비해 자연은 위대하구나!! ^^


자식에게 ‘노’라고 말할 줄 아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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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한 엄마
리처드 에어·린다 에어 지음, 노지양 옮김
푸른숲·1만3500원

“오늘 기업 임원 친구를 만나보니, 한 번은 (직원의) 부모가 전화로 항의를 해 왔다고 했다. 왜 그렇게 늦게 퇴근시키느냐, 왜 싫어하는 직무를 맡기느냐고 따지더란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한국 부모의 자식 과잉보호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자식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고, 어른이 됐는데도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부모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원하는 건 뭐든 가져야 하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특권의식만 있고 자기 성찰과 남을 위한 배려, 책임감이 부족하기 쉽다.

미국의 육아 전문가인 에어 부부가 쓴 <마음 약한 엄마>의 원제는 ‘특권의식의 함정’이다. 이 부부는 10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부모들의 고민을 상담했다. 세계의 부모들이 게으르고 이기적인 자식 때문에 고민하고 있으며, 결국 문제를 풀려면 가정교육이 달라져야 함을 깨달았다. 책은 주인 의식이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 9가지를 소개한다. 우리 가족만의 의식과 가훈 만들기, 아이에게 집안일을 분담시키고 용돈 주기, 아이 스스로 자기가 좋아하는 목표를 만들게 하기 등 구체적인 방법이 들어 있다. 쉬워 보이지만 실은 많은 부모가 간과하는 점을 콕콕 짚고 있어 자녀 양육의 기본을 다질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안녕 빠이빠이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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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빠이빠이 창문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안녕 빠이빠이 창문
노튼 저스터 글, 크리스 라쉬카 그림, 유혜자 옮김
삐아제어린이 펴냄(2006)

요즘은 조부모가 키워주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조부모가 등장하는 그림책은 그리 많지 않다. 여전히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아빠는 일을 하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조부모는 가끔 뵙는 대상이다.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튼 저스터가 쓰고 크리스 라쉬카가 그린 <안녕 빠이빠이 창문>은 조부모가 돌봐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그림책의 첫 장에서 아이는 부모와 작별 인사를 한 뒤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다. 그 집의 1층 부엌에는 창문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창문을 통해 아이가 집에 잘 들어오는지 보고 있다. 부모가 일을 하러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로선 그 이별이 달갑지 않다. 혼자 남는 것이 외롭고 조금은 불안하다. 하지만 그때 고개를 들면 부엌 창문으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다보고 계신다. 나는 혼자가 아닌 것이다. 나를 지켜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이제 마음이 편해진 아이는 그 창문을 사이에 두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장난을 치며 방금 전의 이별을 잊고 다시 발랄한 아이로 돌아온다.

아이가 부엌 창문에 붙인 이름은 ‘안녕 빠이빠이 창문’이다. 만날 때와 헤어질 때 이 창문을 통해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반겨주고, 봐주고, 헤어질 때까지 지켜주는 창문이 ‘안녕 빠이빠이 창문’이다. 창문이 있어 아이는 안심할 수 있고,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창문은 든든하게 아이를 지켜주면서도 아이가 세상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가 바로 그런 부모다.

그림책에서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할아버지는 따뜻하지만 장난꾸러기다. 무엇보다 “안녕, 세상아!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줄 거지?”라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밝은 어른이다. 할머니는 꼼꼼하게 챙겨주느라 잔소리도 많이 하지만 거칠거나 무섭지 않다. 부드럽고 유머를 섞어 재밌게 말한다. 아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때로는 엄마, 아빠가 오지 못해서 자고 가야 할 때도 있지만 아무 문제 없다. 밤하늘의 별은 아름답고 자고 일어난 아침의 정원은 싱그럽다.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아이가 불안하지 않다는 증거다.

부모가 돌아와 집으로 떠나야 할 때면 아이는 기쁘면서도 한편 슬프다. 부모와 만나서 기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잠시 또 이별이니까. 사랑을 충분히 받았기에 아이는 이처럼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는 안다. 빠이빠이 창문은 꼭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창문은 아이의 마음에 있다. 그래서 아이는 말한다. 나도 크면 그 창문을 만들고 싶다고.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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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조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의 일상을 그려낸 이 그림책은 내용도 따뜻하지만 그림이 압권이다. 크레파스와 수채물감, 색연필을 덧입혀 그린 그림은 색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얼핏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서툴러 보이지만 그 역시 세심하게 계산하여 구성한 작가의 의도다. 마음이 불편할 때면 나는 이 그림책을 꺼낸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아이와 할아버지를 본다. 그러면 내 마음도 조금은 밝아진다. 그리고 그렇게 밝아진 마음으로 내 아이에게 다가간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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