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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소리 울리고…아기는 그 안에서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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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인 베이비박스는 서울 난곡동 산동네 꼭대기에 있다. 여러 사연으로 아이를 기를 수 없는 부모들이 막다른 골목 담벼락에 있는 베이비박스를 찾아와 아기를 두고 간다. 밤낮 가리지 않고 여닫히는 베이비박스 문 위에 부모가 아기와 함께 두고 간 육아수첩과 편지, 초음파 사진이 놓여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이비박스, 버려지는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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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준이(가명)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상하기만 하다. 희준이는 태어나 11개월간 부모와 살다가 버려졌다. 희준이뿐 아니다. <한겨레> 취재진이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먹고 자며 취재한 20여일 동안 이 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만 18명이었다. 어떤 세상이어야 더이상 아기가 버려지지 않을까. <한겨레>는 작은 생명들이 버려지는 공간, 베이비박스를 출발점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려 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희준이가 버려진 뒤 겪은 일들을 희준이의 시선으로 재구성했다.

밖은 추웠지만 자그마한 상자 안은 따뜻했어요. 아빠가 경기도 하남에서 택시로 새벽길을 달려 이 언덕배기로 저를 데려왔지요. 여기 주사랑공동체교회(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상자 뚜껑을 열고 아빠는 저를 내려놨답니다. 종이쪽지도 내 곁에 놔뒀죠.

“아이 엄마와 아이 할머니가 아프고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맡기러 왔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슨 일을 해서든 돈 벌어서 꼭 데려가겠습니다. 희준(가명)아, 아빠가 열심히 돈 벌어서 꼭 데리러 올게. 건강히 잘 있어, 너무 울지 말고. 아빠가 미안하다.”

저는 울지 않았어요. 오히려 상자 문이 열릴 때 ‘딩동’ 하는 소리가 나서 재밌었어요. 하지만 11개월(추정)짜리인 제게 상자는 너무 작았습니다. 가로 70㎝, 세로 60㎝, 깊이 45㎝인 베이비박스 안에서 저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어요. ‘아빠, 날 꺼내줘, 여긴 너무 좁아….’ 5분은 참았지만 결국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요. 그제야 교회 안쪽으로 난 문이 열리고 낯선 할아버지가 날 안았어요. “이렇게 큰 애가 여기 어떻게 들어갔나?” 2013년 11월5일, 제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날입니다.

목사 할아버지는 저와 꽤 잘 맞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종락 목사님이라고 부르는 그분 말이에요. 아빠와 떨어지고 나서 교회 2층 신생아실에서 저는 40분 동안이나 힘껏 울어댔지요. 하지만 할아버지의 리코더 연주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어요. 다음날 낮에도 할아버지는 제 앞에 앉아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려줬어요. 전 어쩐지 그 소리가 좋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속삭였어요. “비닐 소리가 엄마 뱃속에서 듣던 태내 진동 소리와 비슷하다지.”

다른 자원봉사자 아줌마들은 싫었어요. 저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 했거든요. 제 다리는 몸통에 비해 많이 가늘어요. 그래서 일어서거나 똑바로 앉기가 힘들죠. 가장 편한 자세는 왼쪽으로 비스듬히 눕는 겁니다. 20년 넘게 장애아를 돌봤다는 목사 할아버지는, 장애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저는 한 번도 병원에 가보질 못했어요.

교회에 있는 신생아실엔 다른 아이도 누워 있었어요. 나보다 하루 먼저 왔지만, 태어난 지 일주일 정도 된 아기였으니, 제가 한참 형이죠. 얘도 아빠가 데려왔대요. 그 다음날엔 태어난 지 3일 된 남동생이 한 명 더 왔고, 그 다음날 새벽에도 4개월 된 남자아이가 왔어요. 얘하고는 낮에 거실에서 같이 놀 수 있어 좋았죠. 얘도 아빠가 데려왔어요. 우리는 2층에서 휴지를 풀거나 과자봉지를 바스락거리며 놀았습니다. 옆에서 자원봉사 아줌마들은 빨래하느라 바빴어요. 아이들이 많아서 빨래를 하루에 3~4번은 해야 한다고 해요.

아빠와 헤어진 그날 오후, 관악경찰서 아저씨 2명이 저를 보러 왔어요. 교회는 저 같은 아이가 들어오면 경찰에 알려야 한대요. 아저씨들은 내 사진을 찍고 전도사 아줌마가 커다란 면봉을 제 입에 넣었어요. 유전자(DNA)를 검사하려는 거래요. 그러고 나서 저는 실종아동 시스템에 등록됐어요. 경찰 아저씨는 엄마 아빠를 찾아준다고 했어요. 관악구청에도 제가 버려졌다고 통보했다고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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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고 출생신고도 안돼…법적으론 노숙인·행려자 신세

난 원래 목사 할아버지랑 교회에서 아빠를 기다릴 작정이었어요. 아빠가 꼭 데리러 온다고, 울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교회에 온 지 이틀 뒤(7일) 오후, 관악구청 아저씨가 저를 구청 승합차에 태워 시립어린이병원(서초구 내곡동)에 데려갔어요. 신생아실에 있던 갓난 동생들 3명도 함께 갔어요. 구청에서는 베이비박스 아이들이 늘어나니까, 아예 월요일과 목요일마다 교회를 찾아와 아이들을 데려간다고 해요.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서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어요. 저는 장애가 의심된다던데 혹시 입원하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소아청소년과에서 체온, 몸무게, 키를 재고 장애가 있는지도 검사받았어요. 다른 애들은 신생아여서, 피를 뽑아 선천성 대사이상 검사 같은 필수 6종 검사도 받고, B형간염 예방접종 같은 필수 접종 주사도 맞았죠.

병원에서는 ‘행려의료급여’라는 걸로 비용 처리를 했대요. 부모도 없고 출생신고도 안 된 제가 누군지 모르니, 노숙인이나 행려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 거겠죠. 목사 할아버지는 제게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의사는 아니래요. 잘 못 먹어서 다리가 조금 덜 발달한 것뿐이라고요. 교회에선 아빠가 쪽지를 분명히 남기질 않아 제가 35개월 된 걸로 알고 있었다는데, 병원에선 태어난 지 8~11개월밖에 안 됐다고 했어요.

검사를 받고는 교회가 아닌 서울시아동복지센터(강남구 수서동)로 옮겨졌습니다. 오후에 도착하자마자 사진도 찍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은 하늘색 띠도 발목에 예쁘게 둘렀어요. 태어난 때가 불명확한 저는, 2012년 12월9일생으로 결정됐어요. 여기는 서울에 버려진 아이들을 일시 보호하는 시설인데요, 예전에는 사흘이 지나면 장기보호시설로 배치됐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곳에도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여기에 2주 넘게 머물 수도 있대요.

일주일 뒤(14일) 구청 아저씨가 다시 찾아왔어요. 저한테 장애가 있는지 여기서 저를 돌봐주는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병원에 다시 가야겠다고 했죠. 하지만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던 아저씨는 그냥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시립어린이병원은 입원실도 부족하고 저 같은 아이를 검사할 수 있는 설비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어요. 오늘(26일)도 저는 여전히 아동복지센터에 있어요. 아동복지센터에선 제가 장애아라면 병원에 데려갈 의무는 구청에 있다고 하고, 구청 아줌마·아저씨들은 저를 보낼 장애아시설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래요.

아빠와 헤어진 지 20여일, 낯선 어른들 손에 이끌려 낯선 장소를 옮겨다니다 보니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있어요. 저는 누굴까요? 저는 언제 태어난 걸까요? 장애가 있는 걸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대답해줄 어른, 아무도 없나요?

김효진 박수지 기자 july@hani.co.kr

아이돌보미에 이젠 집안일 시킬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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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정법 시행…노동계 “처우 악화”

12살 이하 아이들을 부모 대신 돌봐주는 아이돌봄 서비스 내용에 앞으로 ‘집안일’이 추가된다. 노동계는 “수요자 입장만을 생각한 법 개정으로, 아이돌보미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가족부는 26일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기관이 보호자와 협의해 ‘아이와 관련된 가사’ 서비스를 아이돌보미에게 추가로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정 아이돌봄법이 오는 29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제까지는 아이돌보미에게 아이를 돌보는 일 말고 다른 집안일은 시킬 수 없었다. 아이돌봄 서비스는 12살 이하 어린이를 키우면서 맞벌이 등의 이유로 특정 시간에 양육하기 어려운 부모를 대신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아이돌보미를 파견받는 서비스이다.

조윤선 여성부 장관은 “개정법 시행으로 아이돌봄 서비스가 아이만 돌봐주던 데서 나아가 부모가 원할 경우 가사 서비스도 추가 제공하고, 돌봄 취약계층에 우선 지원하게 됨으로써 한 단계 더 진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서비스의 확대가 가뜩이나 취약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무리 부모와 돌보미가 협의해 가사 서비스 업무가 이뤄진다고 해도, ‘아이와 관련된 가사’의 구분 기준이 명확치 않아 자칫 가사 도우미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치매 노인 등을 돌보는 방문 요양보호사의 경우, 서비스를 받는 가정에서 요양 업무 이외의 집안일 등을 마음대로 시키는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우문숙 국장은 “철저하게 사용자만을 고려한 법 개정이다. 돌봄 노동자 입장에선 몇푼을 더 벌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사일을 추가로 하게 될 것이고, 온갖 가사 잡무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덩달아 아이 돌봄이라는 서비스 고유의 질도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스키장 가기전 피부 ‘안전’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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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오일성분 크림 바르고
저녁엔 수분크림으로 마무리해야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 시즌이 다가왔다. 때이른 추위로 용평 등 강원도의 일부 스키장은 지난 11일부터 개장했고, 경기도 등 다른 지역의 스키장들도 28일까지 일제히 문을 연다. 스키어와 보더들은 새하얀 설원을 질주할 생각에 벌써부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스키와 스노우보드의 재미를 만끽하려면 무엇보다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 방한, 방수 기능이 있는 스키복에서부터 스키용 장갑, 모자, 고글까지 제대로 갖추는 게 좋다. 하지만 복병은 항상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타난다. 눈밭에 반사되는 강렬한 햇빛과 자외선, 산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칼바람 등은 겨울 추위에 지친 피부에 치명적이다.

전문가들은 스키장 슬로프에 오르기 전에 피부에 두터운 보습막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또한 평소보다 강한 자외선을 막으려면 선크림을 꼼꼼히 발라야 한다고 권한다. 스키를 타지 않는 밤에는 피부에 즉각 수분을 공급해주고, 홍조 현상으로 붉게 물든 볼을 진정시켜야 한다.

피부가 강한 맞바람을 견뎌내며 오랜 시간 촉촉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일 제품을 활용하는 게 좋다. 스킨푸드의 흑석류 오일은 얼굴을 씻은 뒤 얇게 펴 바르고, 메이크업을 마무리한 뒤 다시 발라 주면 오랜 시간 피부에 수분을 가둘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티스트리의 에센셜 카밍 크림은 뛰어난 보습 효과가 있는 아르간 오일 성분이 들어있어 자외선으로 손상된 민감한 피부에 좋다고 회사 쪽은 설명한다.

찬 공기에 장시간 노출되어 건조해지고 각질층이 두꺼워진 피부에는 즉각 수분을 공급해 피부 밸런스를 회복시켜주는 게 좋다. 시중에는 스킨푸드의 로열허니를 비롯해 각종 수분 크림이 많이 나와 있다. 로열허니는 48시간 동안 지속되는 강한 보습력이 특징이며, 밤시간 동안 수면팩으로 사용하면 좋다.

종일 슬로프를 오르내리고 나면 유독 볼만 붉게 물드는 안면홍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수분을 공급하고 피부를 진정시켜야 노화가 억제된다고 한다. 아이오페의 바이오 에센스 마스크 등 관련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이춘재 기자

공동육아 하러 왔다가…학교 살리고 마을 살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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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동육아와 혁신학교 교육을 하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내곡동에 이주한 젊은 주민들이 차린 마을 카페와 동네도서관에서 엄마들이 공예품을 만드는 사이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있다. 고양/박경만 기자

[호남 쏙] ‘도시 속 농촌’ 고양 대내리 마을공동체

처음 시작은 ‘내 아이를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공동육아였다. 10~20년 전 경기도 고양지역에서 공동육아에서 틔운 싹이 마을공동체로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고 있다. 공동육아를 해온 부모들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작은도서관과 마을 카페 등을 만들어 소통하고 공부하는 마을공동체를 가꿔가고 있다.

인구 100만에 가까운 수도권 대도시의 변두리 마을에서 어린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곤충과 우렁이를 잡고 알 품은 거미를 관찰하며 뒷산과 들판·개천을 누비고, 부모와 함께 논에 모를 심고 텃밭을 일군다. 몇 해 전만 해도 도시 아파트숲 속에서 콘크리트를 밟으며 자랐던 아이들이다.

야트막한 산과 들이 펼쳐져 있는 도시 속 농촌마을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내곡동의 자그마한 마을 카페와 도서관에선 21일 오후 열기가 넘쳤다. 엄마들은 원탁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하며 공예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아이들은 옆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다. 도서관에선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실, 영어교실이 열리고 있었다.

대장동·내곡동을 묶어 ‘대내리’로 불리는 마을은 전철 3호선 대곡역과 경의선 곡산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지만, 40여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나이 많은 주민들이 주로 거주해왔다. 조용한 마을이 떠들썩해진 것은 마을 안 대곡초등학교가 경기도 혁신학교로 지정된 2010년부터다. 공동육아 협동조합 ‘나무를 키우는 햇살’(나무햇살) 어린이집이 먼저 터전을 잡고 있었다. 아파트숲이 아닌 생태적 환경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젊은 부모들이 대안교육의 희망을 안고 몰려들었다. 대내리 주민은 6년 전 883가구 2107명에서 올해 1029가구 2413명으로 늘었다.

어린이집·초등학교 학부모 50여가구가 마을 뒷산 이름을 따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4월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출자해 165㎡ 크기 마을 카페 ‘영주산 다락방’과 ‘두근두근 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카페와 도서관은 마을공동체의 소통과 만남, 학습이 이뤄지는 중심으로 떠올랐다.

즐거움이 많다는 다락(多樂)방 카페 벽면 11월 일정표에는 서예교실, 바느질 모임, 반찬 만들기, 복싱 다이어트, 인라인스케이트 등 하루 2~3건이 빼곡했다. 순번을 정해 한나절씩 봉사하는 카페지기 명단도 눈에 띄었다. 카페에선 고양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인 ‘마을 평화학교’ 강좌가 주마다 열려 주민 20여명이 갈등 해결 대화법을 배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책도 읽고, 배고프면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어 좋아요. 모두들 한 가족처럼 대해주시죠.” 대곡초 6학년생 박윤정(12)양이 자랑했다.

카페 운영위원장인 정미희(45)씨는 “구성원들 사이에 다른 점도 많지만, 경쟁이나 입시 위주로 달려가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울 수 있도록 협력하려는 마음은 모두 같다. 롤모델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함께 맞춰가며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내곡동으로 이주한 주민들이 꾸린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이 지난 3일 마을 안 대곡초등학교에서 연 마을 축제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고(왼쪽) 엄마들이 파전을 부치고 있다. 영주산마을협동조합 제공

10년전 젊은 세대 가족들 이주
공동육아 어린이집 지은 뒤엔
폐교 위기 초등교를 혁신학교로
인구 늘자 카페·도서관도 열어

끼리끼리 공동체를 넘어
원주민과 함께하는 한마당 축제
“낯선 이 몰려드니 경계심 있었죠 
그래도 마을활기 도니 좋네요”

젊은층의 잇따른 이주와 마을공동체 가꾸기에 원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방기석(54) 대장동 통장은 “젊은 사람들이 이주해오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니 마을에 활기가 돌아 좋다”고 말했다. 내곡동 토박이라는 김아무개(70)씨는 “젊은 세입자들은 우리(원주민)와 참 다르다”고 말했다.

영주산마을협동조합은 지난해에 이어 이달 초에도 원주민들을 초청해 운동회, 공연, 마을 알기 전시회 등으로 ‘대내리 한마당’ 축제를 열었다. 22일 마을회관의 김장 담그기에도 동참했다. 내년엔 축제 준비 단계부터 원주민들과 협의할 참이다.

대내리 마을공동체는 10여년 전부터 공동육아를 하러 마을에 둥지를 튼 12가족에서 비롯됐다. 2006년 나무햇살 어린이집을 세우고는 마을공동체 틀을 잡아갔다. 주마다 모여 공동육아와 대안교육을 고민하며 공부하고, 유기농 텃밭 가꾸기나 쓰레기 활용 같은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기’를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나무햇살 협동조합 초대 이사장 한동욱(44)씨는 “진보적 삶을 고민하던 386세대 회사원과 전문직 등 초창기 조합원들은 공동육아를 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운영과 재정, 학습을 함께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어린이집 이후 자녀들이 진학할 폐교 위기의 대곡초등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원주민 학부모들로부터는 관심을 받지 못하던 대곡초의 운영에 적극 참여했다. 텃밭가꾸기·생태환경 등 체험프로그램 제공, 학부모회·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으로 가장 앞선 공교육 학교가 되는 데 힘을 보탰다. 한때 전교생 84명이던 도시 속 작은 학교는 혁신학교 지정 4년 만인 올해 학생이 140명으로 늘었고 입학·전학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어린이집과 대곡초에서 8~10년 함께 보낸 어린이 6명은 몇 달 뒤 졸업하면 일반 중학교, 대안학교 등으로 흩어지게 된다. 학부모 하태진(46)씨는 “문화적 충격을 받을까 염려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웃과 자연과 함께하며 자기 세계를 여물게 해왔고 심성도 곧은 아이들이라 잘 적응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나무햇살 조합은 빌려 쓰던 어린이집 건물을 올해 초 출자금에 대출금을 더해 매입했다. 20명 규모 시설을 39명까지 받아들일 수 있게 확장할 계획이다. 김유창 조합 이사장은 “어린이집 인원이 늘어 수익이 발생하면 장애아나 다문화가족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회환원에도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내리보다 앞서 공동육아에 나서 마을공동체의 뿌리를 내리려 힘써온 이들이 고양시에 있다.

덕양구 행신동 10여가구 주민들은 1997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1~3학년 아이들을 위한 ‘정다운 방과후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식을 늘리는 공부보다 다른 이들과 관계 맺는 법, 배려, 심성·인성 발달 등에 초점을 뒀다. 예술, 과학실험, 만들기, 생태 나들이, 책교실 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진행했다. 이후엔 초등 고학년생을 위한 방과후 모임도 꾸렸다. 주 1~2회 답사와 토론 등을 했다.

고학년 학생이 늘자 따로 학습공간이 필요했다. 사무실이나 음식점 등에서 독서 모임을 해온 부모들도 공간이 절실했다. 십시일반으로 다시 조합을 꾸려 2009년 상가 건물을 빌려다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을 차렸다. 여러 차례 협동조합을 세우고 운영해본 터라 이번엔 색다르게 정관을 만들었다. 공동육아의 가치와 목적을 살리되, 운영만 조합원이 하고 이용은 마을 사람들이 공유한다, 탈퇴하면 출자금을 반환하지 않으며 해산하게 되면 자산을 나누지 않고 사회에 기부한다, 조합원을 늘려 마을 도서관으로 운영한다 등을 정관에 담았다. 조합 회원 1400명은 대부분 동네 주민 가족들로 채워졌다.

느티나무 도서관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고 공부하며, 이웃끼리 고민을 나누는 마을공동체의 중심 공간이 됐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인문학 교실, 작가와 만나는 특강, 역사답사, 박물관·미술관 나들이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승희 느티나무도서관 관장은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서로의 울타리 안에서 끼리끼리 지내는 경향을 보이기 십상이다. 울타리를 걷어내고 동네로 나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고양/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 26일자)


3600원짜리 주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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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한 지갑은 아니었지만 집에 두고 왔다.

그 사실을 어리목 휴게소 입구에서 알게 되었다.

 

“어, 지갑이 없네. 잠시만요”

 

주차비용 1800원을 차에 있는 동전으로 겨우 냈다.

 ‘이게 뭐람. 비도 오는데...’

 

가을비가 단풍을 시샘하는듯 1100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점점 거세지더니

어리목에 도착하니 비가 옆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어승생악까지 가는데 얼마 정도 걸릴까요?”

 

방금 거길 올랐다가 내려온 분이

 

“기상이 너무 안좋아서요. 아이 데리고는 못 올라갑니다”

 

라고 조언을 해준다.

 

뽀뇨 어리목.jpg

<어리목. 날은 춥고 비는 옆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이 길을 가야할까?>

 

‘비는 오고 지갑에 돈은 없고.. 그냥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게는 차안의 식량과 1100도로 아래의 서귀포 드라이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맛있는 것은 사먹을 수 없지만 뽀뇨랑 천천히 달려봐야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뽀뇨.

아빠랑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다 보니 주말에는 매주 짧은 여행을 다니고 있다.

얼마 전엔 뽀뇨와 함께 성산일출봉을 올랐는데

‘이제 그만 내려가자는 아빠’와 ‘아빠, 조금만 더 올라가자는 4살 딸아이’가

서로 고집을 피우다 결국 정상을 오르기도 했다.

하여 이번 주에도 비가 오지만 결국 밖을 나선 것이다.

 

 

뽀뇨 일출봉.jpg

<아빠를 데리고(?) 성산일출봉에 오른 뽀뇨>

 

특별한 목적지가 있기 보다는 단풍을 보고싶어 한라산 1100도로로 갔고

돈이 없다보니 산남지역에 돈이 들지 않는 곳만 골라서 찾게 되었다.

한참 비가 왔지만 1100도로 서귀포방향에서 전망 좋기로 유명한 거린사슴전망대도 살짝 내렸다가,

비가 와야지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곳인 엉또폭포도 들렀다.

폭포 구경한다고 뽀뇨에게 자랑을 했는데 멀리서 봐도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 엉또..

비 오는데 왜 물줄기가 없나 폭포 앞까지 갔지만 ‘70미리 이상 강수량에서만 폭포수를 볼 수 있다’는 게시 글만 보고 내려온다.

분명 아쉽긴 했지만 장대한 절벽과 그 위의 난대림이 비 온뒤의 엉또를 충분히 상상하게 하였고

누구 말마따나 ‘세계 3대 폭포(?)’에 들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뽀뇨, 내년에 우리 이사 오면 자주오자”

 

라고 얘길하며 서둘러 내려왔다.

 

아침에 챙겨온 귤, 사과, 고구마도 일찌감치 떨어지고 배가 출출해질 즈음 약천사를 찾았다.

뽀뇨가 바다가 보고싶다고 하기도 했지만(약천사 경내에선 바다가 보인다)

얼마전 돌아가신 지인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어 굳이 찾았다.

절을 하며 명복을 빌 때 쌀을 사서 올려두고 싶었는데 거의 만원 돈인지라 그마저도 못하고

여기저기 눈요기꺼리로 신기해하는 뽀뇨를 잡으러 다니느러 한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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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절, 뽀뇨가 처음 경험한 절이라는 곳은 어땠을까?>

 

“뽀뇨, 어서 가자. 엄마가 집에서 기다려”

 

라고 했지만 뽀뇨는 갈 생각이 없고 나도 구태여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어딘가에서 우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텐데 뭐’라는 생각이 드니 더 느긋해졌다.

하지만 아빠를 재촉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장기였다.

점심도 굶고 챙겨온 식량도 모두 소진되다 보니 절간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바다를 보여 달라는 뽀뇨를 데리고 급히 찾은 곳이 중문관광단지 내의 한 편의점.

사발면이라도 사먹기 위해서다.

너무 출출한데 남은 돈을 보니 1800원 정도.

50원짜리 동전까지 계산대 앞에서 꺼내 겨우 사발면 2개를 살 수 있었다.

뜨거운 물을 받아서 아이와 기다리는데 약간의 주변 의식.

‘왠 아빠가 엄마도 없이 나타나 아이에게 라면을 사 먹인담..’

눈치가 조금 보이긴 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정신없이 우리들은 라면을 먹었다.

 

뽀뇨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사발면 하나를 거의 다 먹었는데

 ‘한 젓가락만 하자’는 아빠를 단호히 물리쳤다.

 

 “아빠, 이거 내꺼야. 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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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한라산 정상에서 먹는 사발면이 제일 맛있다고 했는데 나는 이날 뽀뇨와 먹은 사발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밖에 비는 계속 내리고 가지고 있는 돈은 단 한 푼도 없지만

 아이가 곁에 있어서 너무 행복한 하루다.

굳이 비싼 돈과 시간을 내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내지 않는 여행지를 찾아다니며

집에서 싸온 음식과 라면까지 사먹는 소중한 추억을 남긴 것이다.

 

아빠에겐 뽀뇨가 성산일출봉을 앞서 오른 일만큼이나 기억에 남는데 뽀뇨는 어땠을까?

비가 와서 단풍구경을 하지 못한 어리목과 오르지 못한 어승생악,

물줄기가 없는 엉또폭포와 편의점에서의 사발면 식사..

그리고 약천사에서의 하릴없는 방황까지.

사라진 엄마…출생신고도 못하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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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는 아기를 낳고도 기를 수 없는 엄마·아빠들의 약속·고백·후회가 담긴 편지들이 가득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베이비박스, 버려지는 아기들 ② 아빠의 눈물

헤어진 여자친구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곱달 만이었다. 얼굴 보고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은 기대를 품고 나간 자리였다. 여자친구는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나 임신했어. 한달 뒤 출산이야.” 여자친구는 고개를 떨궜다. 충남 부여에 살던 이민준(가명·21)씨는 여자친구인 문서영(가명·20)씨와 지난 3월 다툼 끝에 헤어졌다. 임신 사실은 몰랐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도 둘은 아이 문제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아이를 낳고 함께 키우자”고 했고, 문씨는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게 다투고 난 뒤 돌아섰다.

10월31일, 문씨가 다시 그를 찾았다. 출산 이틀 만이었다. ‘아주 작은’ 아이가 품에 안겨 있었다. “3~4일만 맡아줘.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데리러 올게.” 하얀 천에 싸인 어린 생명은 눈을 감고 순하게 잠들어 있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날을 끝으로 문씨는 종적을 감췄다. 휴대전화도 끊겼고, 혼자 살고 있던 집에서도 이사를 가버렸다. 방도가 없었다. 이씨는 인터넷을 뒤져 분유를 타고 아이를 다뤄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11월17일 입대가 예정돼 있었다. 군 복무를 늦춰볼 생각으로 부양가족 등록을 위해 동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민센터에서는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올리려면 출생신고가 필요한데, 혼외자의 경우 생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자관계 입증 안된다고…‘혼인외 자녀’ 출생신고 아빠는 못해

아이를 맡길 만한 가족도 없었다. 이씨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길러준 외할아버지는 여든이 넘었다. 입양도 어려웠다. 출생신고를 거치지 않고선 입양이 안 된다. 결국 이씨는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이씨는 이 교회 이종락(59) 목사에게 “제대하고 준혁(가명)이를 꼭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은 미인가 시설이다. 아빠는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너의 엄마는 어린 나이에 널 감당할 수 없어 아빠한테 맡긴 거야. 그런데 아빠는 지금 널 돌봐줄 여건과 형편이 안 된다. 법으로도 알아보고 했는데 미안하다. 이런 아빠를 용서할 수 없겠지만, 용서해다오. 아빠가 군대 갔다 오고 꼭 보자. 미안해.”

아동 유기는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혼부·미혼모 가운데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대체로 미혼모에게 쏠리지만, 친모가 떠난 자리에서 아이를 홀로 보듬다가 견디지 못하고 아이를 유기하는 미혼부들이 적지 않다. <한겨레> 취재진이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머문 10월31일부터 지난 19일까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는 미혼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5년 2630명이었던 미혼부는 2010년 1만8118명으로 급증했다. 미혼부 역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를 유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서 미혼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군복무 문제까지 겹치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사회문화적 변화와 미혼부에 대한 무관심도 이들의 아동 유기를 조장한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사회과학부)는 “사회가 개인주의화하고 핵가족화하면서 과거와 달리 미혼부의 아이를 다른 가족이 떠안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미혼모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동안 미혼모에 한정돼 있던 임대주택 입주 혜택이 미혼부로 확대된 게 올해 초의 일이다.

대학생 김재성(가명·20)씨도 어떻게든 아이를 키워보려다 끝내 좌절한 경우다. 김씨는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대전에서 동거를 하다가 지난해 말 아이를 가졌다. 여자친구는 한달에 120만원가량을 벌었지만, 임신 뒤 일을 그만뒀다. 이후 김씨가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월 40만~50만원가량을 벌었다. 방값 35만원을 내고 나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아이는 지난 9월에 태어났다. 분유는 힘겹게 먹였지만, 방세가 밀리기 시작했고, 여자친구마저 사라졌다. 김씨는 집에서 아이만 보다가, 지난달 12일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요. 나이가 어려도 아빠는 아빠니까요. 낮에 아이를 어디에 맡길 수만 있다면, 그 시간에 일을 해서 돈을 벌면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을 텐데….”

법적으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도 걸림돌이 됐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예방접종도 못 했어요. 보험 적용 받으려면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데, 혼외자는 친모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하고, 여자친구는 찾을 길이 없고….”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 의무자를 ‘친모’로 규정해두고 있다. 친모가 할 수 없을 땐 다른 이도 신고할 수 있지만, 아이 아빠는 안 된다. 친모와 함께 사는 친족이나, 분만에 관여한 의사·조산사가 대리할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친모는 출산이라는 자연적 현상에 따라 모자관계가 입증되지만, 부자관계는 그렇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버지가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인지청구’를 하면 되는데, 이 경우도 아이가 출생신고가 돼 있어야 가능하다. 이씨나 김씨처럼 혼외 자녀를 낳고 친모가 도망간 상황에선 유전자 검사와 함께 친모가 아이를 두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법원에 증명해야 한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미혼부(36)는 “시장에서 일하며 6개월 동안 아이를 홀로 키웠는데 출생신고가 안 된다고 한다. 사회가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30만원을 들여 유전자 검사를 받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용 중앙대 교수(법학)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제시돼 있듯이 태어나자마자 출생등록을 하는 것은 아이의 권리다. 우리나라도 현행 출생신고제를 출생등록제로 바꿔 아이가 태어나면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출생을 등록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김효진 박수지 기자 dash@hani.co.kr

젖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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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40일 차

너의 밥, 나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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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을 물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바다가 하루 하루 커가면서 먹는 양이 느는 것이다.

그래서 배가 많이 고플 때는

식탁 앞에 바다를 안고 앉아 젖을 주면서 밥을 먹는다.

반찬 조각이나 국 국물이 바다 몸 위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반찬은 주워 먹으면 그만이고 국물은 닦으면 그만이다.

배고파서 신경질 내며 젖을 물리고 있는 것 보다

훨~씬 행복하다.

 

 

 

모유 수유 43일 차

젖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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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울면서 이리 저리 입을 돌려 젖을 찾는다.

아빠가 안고 있을 때는 아빠 손바닥이나 목을

빨아보지만 젖이 나올 리가 없지. 또 운다.

바다는 내 젖을 먹고

배를 불리고,

잠들고,

울다가도 웃고

편안해한다.

마약 같은 힘이다.

 

 

 

 

유아기 모국어 노출은 아이의 학령기 두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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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발달의 기본은 ‘언어’


20131127_2.jpg» 한겨레 자료 사진.


“지니가 태어난 지 13년만에 한 이웃의 신고로 마침내 엄마와 탈출했다.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지니는 발성기관, 성대, 뇌기능에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언어력은 몇 가지 의성어가 전부였다. 언어학자와 심리학자들이 지니가 17세가 될 때까지 5년 이상 집중적으로 언어교육을 시도했지만 지니는 약 2년 만에 12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할 수 있은 이후 단어는 늘지 않았고, 문장으로 말하는 능력도 개선되지 않았다.”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 있다. 그 시기는 대체로 생후 8개월부터 6세 이전까지다. 약 6년에 걸친 이 시기는 12개월, 18개월, 4세 등 비교적 짧고 집중된 세부적인 결정적 시기로 다시 나뉘어진다. 아기는 12개월 무렵까지 수천 번, 혹은 수만 번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듣게 되는데, 이 반복적인 자극이 아기의 뇌발달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조물주가 뇌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해 넣은 언어의 시냅스는 부모 혹은 주 양육자가 아기에게 전해주는 언어자극에 의하여 다듬어지고 완성된다. 이 결정적 시기에 언어적 자극을 받지 못하면 지니처럼 되돌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 이민을 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4세 이전, 12세 이전, 18세 이후에 이민을 온 사람들의 영어능력을 분석하였더니 4세 이전에 이민을 온 사람들은 발음, 억양, 강세, 문법 구조 등이 모두 완벽했고, 12세 이전에 이민 온 사람들은 발음, 억양, 강세 등에서는 완벽했지만 문법 구조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었고, 18세 이후에 이민을 온 사람들은 심한 모국어 억양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언어를 배우는데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이다.


그림책은 언어의 결정적 시기를 잘 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기에게 언어자극을 줄 때 대화가 길고 재미있으려면 그림책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은 아무리 변화를 주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림책 한 권만 있으면 아이와 10분 이상 대화가 가능하다.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부모가 하루 10분 이상, 가능하다면 30분쯤 아이에게 온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좋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서 상쾌한 기분일 때, 맛있는 간식을 먹을 때, 목욕을 마치고 개운할 때, 잠 자기 전 편안할 때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와 단둘이 대화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의 캐서린 스노우(Catherine Snow)에 의하면 그림책읽기와 ‘밥상머리 대화’의 양이 향후 독서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아이의 언어발달이나 독서력을 키우려면, 그저 아이에게 말을 걸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말걸기 육아가 가장 중요하다.


언어발달이나 독서력은 상호 의사소통이 없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안에 켜져 있는 TV나 CD플레이어에서 들리는 말들이 아기의 언어 발달에 도움을 주지 못하듯이 아기의 흥미에 관심을 표해주고 아기의 소리에 반응을 해주지 않고 보여주는 그림책은 아기의 독서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앤드류 바이밀러(Andrew Biemiller)는 한 연구에서 어휘력이 하위 25%에 속하는 유치원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휘력와 독해력에서 3년이 뒤처진다고 하였다. 어휘력 발달과 이후 독해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유아 시절에 그림책을 읽어주지 않아 어휘력이 부족하면 독해력과 같은 평생의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언어 발달은 아이의 인생에 끊임없이 연결된다.


가장 손쉽고, 질 높은 언어자극물


그림책에 나오는 낱말들이 평소에 대화할 때 사용하는 언어보다 훨씬 더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림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기의 중요한 발달은 36개월 이전에 이루어진다. 부모가 얼마나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평생 어휘력이 결정된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정서적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나를 구분해주는 정서적 차이를 알게 된다. 그와함께 아이는 인지적으로도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아이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림과 함께 존재하는 문자를 발견하게 되고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 그림책의 언어는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는 단어들이 많고 부모도 일상생활에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문제에 대한 단어도 들어있다. 그림책에서 사용되는 특별한 어휘는 구어에서 전혀 볼 수 없다. 


따라서 그림책 언어에는 일상적인 언어와 약간 다른 관념적, 언어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인지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 실제로 유치원에 들어가는 5세의 아이들은 대부분 1만 개의 어휘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의 중요 원천은 바로 그림책이다.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일상 대화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고급 어휘를 알게 된다. 일상 대화는 생활이 중심이지만, 그림책을 통하면 개념어, 학문어, 문학어까지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림책의 언어가 특별한 것은 아이의 어휘력을 확장시킬 뿐 아니라 일상대화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는 문장내 단어들의 의미적 관계나 문법적 구조를 익히기 때문에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그림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들은 일상적인 일을 이야기할 때도 책에 나오는 특별한 문어체 언어와 긴 문장, 관계사절 등 복잡한 형태의 단어들 간의 의미적 관계, 문법적 구조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말할 때 다양한 의미적 관계와 문법적 구조를 사용하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력과 인지력은 아이가 커서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독해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초체력이 된다. 그림책 언어의 또 다른 특징은 문장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은유와 직유같은 비유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림책에서 읽은 ‘비단결같은 머리카락과 앵두같은 입술’과 같은 직유표현은 어느 정도의 인지력이 필요하다. ’머리카락‘을 ’비단‘에 비교하고 ’입술‘을 ’앵두‘에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휘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인지적으로 복잡한 유추를 사용하게 된다.


언어발달에 맞춰 그림책 읽기


언어발달에 도움을 주는 그림책 읽기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르는 것이 좋다.


첫째,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림책을 읽을 때 기계처럼 일방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아채고 잘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꼭 말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신체접촉이나 표정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 좋은 그림책은 부모와 아이가 질 높고 즐거운 소통을 시작하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림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부모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며, 아이가 그림책을 가리키며 단순한 ‘아-아’ 라고 소리를 내는 것에도 반응해주며 열심히 부모가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즐거운 대화를 하자.

‘이게 뭐니?’라는 질문은 하지 말자. 그림책은 교육의 도구이기 이전에, 부모와 자녀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나누는 도구이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말놀이 게임으로 어휘에 관심을 불러일으켜도 좋고, 어려운 단어의 뜻을 물어보더라도 아이가 짐작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려운 단어의 뜻을 짐작할 때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모르는 어휘가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짐작해 보려고 노력한다.


셋째, 글자를 가르치는 것을 서두르지 말라.

아이들은 보통 만 2~3세 사이에 일부 글자를 인식하기 시작하며 만4~5세가 되면 대부분의 글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요즘 한글을 빨리 가르치기 시작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아이가 글자를 구별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이에게 급하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면 아이는 글자를 소리의 표시가 아닌 그림으로 인식해서 모양을 기억하기 때문에 뇌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좌뇌만 자극하는 읽기를 강요하면, 아이는 한글 학습을 괴로운 활동으로 인식하고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한글을 익힐 준비가 되었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것이다.


넷째, 반복해서 읽어주어라.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좋으나, 단어와 그림과의 연결이 가능하게 하려면 한 그림을 반복하여 보여주는 것도 언어 발달에 효과적이다.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얻고 기억한다. 아이가 매 번 같은 책을 가져오더라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주어라. 다른 책 세 권을 읽는 것보다 같은 책을 세 번 읽는 것이 아이가 단어를 습득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기가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게 되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다음에 나올 내용을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손으로 가리키며 단어를 말하거나 소리를 내며 반응을 보인다.


다섯째, 정확한 표현과 정확한 문법을 사용하라.

그림책을 보여주며 말을 해줄 때는 아기가 비록 못 알아듣더라도 빵빵, 찌찌 같은 유아어보다는 ‘이건 자동차야’, ‘여기 우유가 있네'와 같이 정확한 표현과 정확한 문법을 가진 문장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이고 언어발달에 효과적이다. 아이의 불완전 문장을 완전 문장으로 바꾸어 주자. 아이가 “엄마, 차”하고 말했을 때“그래, 빨간색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구나.”하고 긴 문장으로 대답해 주면 아이는 좀 더 많은 어휘를 갖게 된다.아이들은 부모가 쓰는 어휘의 뜻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엄마들 중에는 아이에게 “그게 뭐니?” 또는 “저거 가져와.” 등 대명사를 넣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을 가르키며 “저거 예쁘지?”라고 하기보다는 “저 푸른 하늘은 참 아름답구나.”라고 말하자.


여섯째, 성인과의 대화에 참여시켜라.

그림책을 통하여 아무리 많은 어휘를 기억하고 있다 해도 그 어휘들을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어휘력이 부쩍부쩍 는다. 그림책의 어휘를 이용하여 동네나 시장을 산책하면서 질문해보자. 특히 성인이 말해주는 옛날이야기는 어휘의 밭이다. 생활어휘는 물론 개념 어휘, 문학 어휘 등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때 필요한 어휘들이 풍부하다.



첫딸은 살림밑천,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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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손이 아프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몇 해전부터 겨울이 시작되기만 하면
멀쩡했던 손이 잘 트고, 특히 엄지 손톱 주변의 피부가 터실터실해지다가
살에 작은 칼집을 넣은 것처럼 쩍- 갈라지면서 쓰라리고 아프다.
심할 땐 밤에 잘 때도 엄지손가락에 열이 나고 욱신거리는데, 한참을 고생하며
한 군데가 다 나았다 싶으면 또 다른 손이 아프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약도 발라보고, 방수가 된다는 밴드도 붙여보고,
무슨무슨 크림이나 오일이 좋다해서 그런것도 써보고
좀 특별한 고무장갑도 사다 써보고 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물일과 집안일에서 떠나있지 않는 한, 겨울이 얼른 끝나지않는 한, 늘 이럴 모양이다.
보통 때는 그냥그냥 견딜만한데, 가끔 심하게 아픈 날은
부엌일을 하다가 아픈 손이 어디 부딪히거나 차가운 물에 갑자기 닿는 순간,
악! 으악!하는 내 비명소리를 듣고 식구들이 놀라서 달려올 정도다.

그런 날은 남편이 설거지를 대신 해주거나 빨래를 널어주거나 하며 돕는다.
하지만, 육아와 집안일이 어디 그것에서 그칠까.
가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건 '나'보다 '손'이 아닐까 하는.
아이가 크고 집안살림이 돌아가는데 여자의 손이 해내는 어마어마한 그 일들.
아마 요즘 내 손이 아픈 건, 10년이 넘는 육아와 가사노동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올해 역시, 날씨가 추워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엄지 손가락이 번갈아가며 아프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손에 좋다는 크림과 오일을 잠들기 전에 떡칠을 하고 해도 별 효과는 없다.
그런데! 올해는 그 어떤 고급 핸드크림보다 훨씬 좋은 든든한 존재가 등장했다는 사실.
바로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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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어릴 때부터 손끝이 야무지고, 요리나 부엌일을 대충 가르쳐줘도 꼼꼼하게 보며

잘 따라하고 집안일을 할 때, 내맘대로 생략하는 것도 많은 이 엄마에 비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손놀림이 침착하고 정성스러웠던 딸은

나중에 크면 꽤 든든하겠다! -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가 올해로 11살이 되더니, 막연했던 그 예상은 현실이 되고 있는데..

정말 살림에 이렇게 도움이 될 수가 없다.


엄마의 아픈 손을 말없이 가만 들여다보던 딸은

틈나는 대로 집안일을 참 많이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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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아픈 엄마가 젤 두려운, 그 많은 저녁 설거지를 대신 해 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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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나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던 마른 빨래들이
어느 순간 그 자리에 가보면, 약간 어설프지만 나름 단정하게 개어져 있곤 했다.
하루 일과가 끝나가는 피곤한 밤, 방이나 거실을 지나치다 이런 장면을 발견하는 순간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이 가슴 속에 물결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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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견하고 고마울 때는,
동생 실내화까지 두 켤레를 빨아 햇볕 잘 드는 곳에 나란히 세워둔 걸 봤을 때.

자식낳아 키운 보람이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3.5춘기를 보내느라 가끔 나랑 티격태격할 때도 있었지만

한 해가 다 끝나가는 요즘, 가만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올해 들어 참 많이 의젓해졌다.

아직 어리고 철없는 둘째 때문에 엄마아빠가 힘들 때마다 얼른 나서서 도와주고,

학교 공부와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내 도움없이도

거의 혼자 다 알아서 한다.

둘째랑 나이 차이도 좀 나고, 늘 든든하게 여기다 보니 남편이나 나나

딸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키가 어느새 훌쩍 큰 딸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지난 11년의 시간들이 영화 속 장면들처럼 휙휙 지나가는 것 같다.

첫아이가 딸이었다는 게 나에겐 살면서 누린 가장 큰 축복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한 순간, 한 순간 정말 열심히, 이 순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키웠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아이를 생각하면, 참고 견딜만 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 순간들이 지나고 나니,

이젠 오히려 아이에게 부모인 내가 기대고 의지하는 처지가 된 기분이다. 


마흔이 넘으면서 쉽게 지치는 체력 탓에 점점 신경질적으로 되어가고,

늘 손이 아파 끙끙대는 이 중년 엄마의 쓸쓸한 겨울이

파릇파릇하고 야무진 11살 딸 덕분에 얼마나 따뜻하고 훈훈한지!


딸아.. 나의 첫아가.. 엄마가 많이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구나.

힘들 때마다 욱- 하는 순간들을 잘 참아내지 못하고

마구마구 신경질을 부리며 너희에게 호통치고 잔소리하고..

이제 알 것 다 아는 네가, 그럴 때마다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엄마가 많이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너의 의젓함이 대견스러우면서도, 엄마 인생의 일상적인 푸념과 한숨이

너에게 부담과 짐이 되었던 건 아닐까, 첫째이기 때문에 늘 네가 많이 참을 수밖에

없어 힘들진 않았을까.. 한해가 다가는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첫딸은 살림밑천이란 옛말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첫째라는 이유로, 딸이라는 이유로, 가족 안에서 참고 희생하는 걸 당연시해선 안된다 싶다.

그러니, 남편이여! 딸의 살림솜씨에 흐뭇해하지만 말고, 좀 더 가사노동에 참여하시길.

아들아! 누나에 이어 너도 이제 좀 살림을 배워야하지 않겠니.

네가 어른이 되어 살 시대는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어린이들의 첫번째 천국 어린이대공원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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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왈순아지매’의 만화가 정운경 화백이 1973년 어린이대공원 개원 당시 경향신문에 그린 특집 만화. 40년전 어린이 눈높이에서 바라본 대공원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이 잘 드러나 있다. 식물원, 팔각당, 교양관(옛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건물이 지금과 같은 모습이다. 2, 3, 4 지난 주말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가족·연인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매거진 esc] 어린이대공원 개장 40년 
누군가에게는 다리 아프게 걸었던 소풍날의 추억으로, 다른 이에게는 엄마 몰래 만난 이성친구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
화려한 놀이공원들의 인기로 쇠락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은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놀이공원들이다. 국내에도 롯데월드·에버랜드·서울랜드 등 세계적 수준의 놀이공원들이 있어 어린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럼 국내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원으로 문을 연 가장 오래된 곳은 어딜까. 어떤 이는 “그게 지금도 남아 있나?” 하고 반문할 정도로 빛바래고 희미해진 이름, 그 이름마저 고색창연한 서울 광진구 능동의 ‘어린이대공원’이다. 서울에서 자란 사람치고 어린 시절, 청춘 시절 이 ‘대공원’에 추억 한자락 묻어두지 않은 이 없을 정도로 시민들 곁에서 정들어온 낡고 닳은 도심 공원이다.

“어릴 땐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이름이었죠.” “여기 소풍 한번 안 와본 사람 드물걸요.” “놀이기구 타고, 호랑이·코끼리도 구경하고… 아이들이 놀기에 여기만한 데가 없었죠.” “숲이 울창해서 데이트하기에도 좋았고.”

1973년 문열때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어린이 놀이공원 
어린 시절 소풍왔던 사람들 
아이 손잡고 다시 찾아 
40년 세월 담은 옛정취 
놀이기구는 현대식 리모델링중

‘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어른’들의 한결같은 추억담이다. 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문 연 어린이를 위한 대형 종합 놀이공원이자,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어린이 놀이공원이었다. 지금은 최첨단 놀이시설로 무장한 놀이공원들에 밀려 어린이‘대공원’이란 이름도 무색해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자녀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장소로, 청춘 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어르신들의 도심 속 쉼터로 각광받고 있다. 무엇보다 입장료 무료. 동물원도 식물원도 다 무료다.

늦가을 막바지에 접어든 어린이대공원 숲길엔, 40번째 가을이 빚은 화려한 단풍도 잦아들고 다시 시민들의 추억처럼 낙엽들이 두껍게 쌓였다. 지난 주말 스산한 날씨 속에 찾아간 어린이대공원은 낙엽길마다 옛 추억 되새기며 거니는 시민들의 옛이야기로 오히려 훈훈했다.

어린이대공원은 1973년 5월5일 제51회 어린이날 문을 연 넓이 53만㎡에 이르는 대규모 도심 속 공원이다. 울창한 숲과 인공 연못, 물이 하늘 높이 쏘아지는 대형 분수대, 열대식물들 가득한 식물원, 호랑이·사자·코끼리·기린·원숭이 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동물원, 청룡열차·회전목마 등 갖가지 놀이기구들이 설치된 놀이동산까지 그야말로 어린이들이 꿈에 그리던 놀이공원이었다. 해마다 어린이날엔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뤘고, 서울시내 초·중등학교는 물론 근교 학교들에서도 봄가을 단골 소풍 장소로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각종 시설을 둘러싼 32만여㎡의 녹지대(숲과 잔디밭)엔 2.6㎞ 길이의 산책로가 이어져,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명소였다.

동물원 원숭이 우리 앞에서 3살 난 딸과 원숭이 구경을 하고 있던 방성철(35)씨가 말했다. “초등학교 때 하여간 소풍 갔다 하면 어린이대공원이었다니까요. 갈 데도 적었지만, 여기가 또 그만큼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죠.” 중곡동 용마초등학교에 다녔다는 방씨는 “소풍 말고도 부모님 손 잡고 자주 놀러 왔었다”며 “어느새 부모가 되어 아이를 데리고 다시 오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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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의 1970년대 모습. 의자에 누워 잠든 사람과,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길게 줄 선 사람들이 보인다.

어린이대공원 자리는 본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비인 순명황후(민씨)의 능(유강원)이 있던 곳이다. 능동이란 지명도 여기서 나왔다. 순종 승하 뒤 능이 금곡 홍유릉으로 합장해 옮겨가자 일제는 이곳에 골프장(경성골프구락부)을 만들었다. 광복 뒤엔 서울컨트리클럽 골프장으로 유지돼 오다, “골프장을 옮기고 어린이 공원을 만들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공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순명황후 능이 있던 자리는 현재의 초식동물관과 조류관 뒤의 나무들 우거진 언덕이다. 능에 있던 석물들 일부가 분수대 옆 공연무대 뒤쪽에 전시돼 있다.


이 공원의 매력 중 하나가 40년 세월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대공원에서 27년째 근무중인 장만식(58) 행사과장은 “나도 군 복무 시절 휴가 나와 지금의 아내와 여기서 데이트를 자주 했다”며 “팔각당(옛 한식당) 건물과 식물원은 옛 모습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와 북카페·식당 등이 들어서 있는 ‘꿈마루’(옛 교양관) 건물도 마찬가지. 꿈마루는 서울컨트리클럽 당시 클럽하우스로 지어진 건물로, 건축가 나상진(1923~1973)의 대표작 중 하나다. 몇년 전 리모델링 때도 원형을 그대로 살려 새 단장을 했다고 한다.


뭐니뭐니 해도 어린이대공원의 명물은 청룡열차가 아닐 수 없다. 몇시간이고 줄 서서 기다린 끝에 타야 했던, “언제나 짜릿짜릿 오금 저리게 하는 꿈의 놀이기구”였다. 하지만 이젠 청룡열차도, 느릿느릿 돌아가며 어린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회전목마·다람쥐통도 더이상 타볼 수 없게 됐다. 기구가 낡아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면서, 공원 쪽이 올해 초 대대적인 놀이동산 재조성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놀이동산은 앞으로 높이 38m의 드롭타워, 길이 395m짜리 패밀리 롤러코스터 등 ‘최신식’ 기구 9종을 보강해 내년 4월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끌던 곳은 분수대와 팔각당 앞의 꽃시계였다. 분수는 현대식 음악분수로 바뀌었고 꽃시계는 사라졌다. 분수대를 장식했던 4개의 ‘모자상’은 분수 옆쪽으로 옮겨져 전시돼 있다. 장 과장은 “어머니와 아이들 모습을 조각한 모자상은 96년 마이클 잭슨이 방문했을 때 보고 반해 자신의 집에도 설치하고 싶어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변하지 않은 것들은 이밖에도 많다. 1977년 시작된 어린이공원미술대회도 여전히 열리고, 어린이날이면 아이 울음소리로 메워지던 미아보호소도 여전히 가동중이며, 동물원 원숭이들은 여전히 과자를 달라고 팔을 뻗는다. 스피커에선 ‘요술공주 밍키’도,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도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옛 모습이 변하지 않았다는 건 달리 보면 그만큼 낡아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산책로에서 만난 한 여성(28·경기도 구리시)은 “공원이 좋긴 한데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이라며 “일부 시설물은 관리가 안돼 방치돼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어린이대공원은 이제 어린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서울시민들의 마음의 일부가 돼가고 있다. 분수대 광장의 양지바른 나무의자들은 어르신들의 쉼터요, 외딴 숲길 벤치는 연인들의 놀이터다. 올해 공원 안에 문을 연 창의적인 어린이 체험학습시설 ‘상상나라’는 대공원의 새 인기 놀이공간이다.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수시로 대공원을 찾는다는 김수정(40·경기도 남양주시)씨는 “아이에게 이만큼 보여줄 게 많은 곳을 전철로 편하게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소중한 장소”라며 “대공원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대대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대공원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며 그 대안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시민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11월30일 서울글로벌센터(종각역 부근)에서 1단계 행사를 시작하는 ‘소셜 픽션 콘퍼런스@어린이대공원’이 그것이다. 시민 100여명과 어린이 30여명이, 그리고 이 행사를 처음 제안한 정치·경제·사회·환경·문화예술 등 각계 전문가 10명이 참가해, 머리를 맞대고 30년 뒤의 어린이대공원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그려보는 행사다.


‘소셜 픽션’이라는 제목 아래 벌어지는 이번 행사는,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지는 기존 회의 방식과는 완전히 달라 흥미롭다. 이 행사의 핵심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데 있다. 제안자 중 한 명인 이원재(경제평론가·전 한겨레경제연구소장)씨는 “공상과학소설들이 결국 과학의 세계를 현실화시켰듯이, 사회적인 문제도 먼저 미래를 상상해본 뒤 그것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울 문턱의 어린이대공원 숲길엔 화려했던 단풍잎들이 쌓이고 또 쌓여 두툼한 낙엽길이 만들어졌다. 동물원 옆 산책로나 생태연못가 숲길에서 바스락거리는 추억 밟으며 이 오래된 공원의 앞날을 상상해 보시는 건 어떨지.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어린이대공원 제공

만화 정운경 화백 제공

낙엽처럼 이야기가 쌓여있는 도심 속 숲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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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홍릉수목원 옆 영휘원. 2 북서울 꿈의 숲 버드나무숲길. 3 홍릉수목원에도 막바지 가을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이야기가 있는 숲공원

어디로 떠나도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11월의 마지막 주. 화려했던 단풍과 단풍객 모두 떠나고 숲은 한결 맑고 깨끗해졌다. 찬 바람에 정갈하게 씻은, 일목요연한 맨몸으로 선 나무들 발치로 낙엽들만 두툼하게 쌓였다. 오래된 숲에는 오래 쌓인 푹신한 낙엽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도 두툼하다.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선인들 발자취 뚜렷한 공원의 낙엽길로 간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숲처럼 우거진 도심 속 공원들이다.

북서울 꿈의 숲

아직 ‘드림랜드’라는 이름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은 강북구 번동의 대규모 도심 공원이다. 20년간 운영돼온 놀이공원 드림랜드 터와 주변 녹지대를 묶어 2009년 선보인 녹지공원으로, 서울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66만여㎡)를 자랑한다. 낡고 쇠락한 놀이공원이 멋진 도심 숲공원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광활한 공원의 매력은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온다. 벽오산(135m)과 오패산(123m), 그리고 그 사이에 남동향으로 뻗은 골짜기(창녕위궁재사·잔디밭·광장·연못 등 주요 시설이 있는 곳) 지형을 아우른 모양새다. 사철 거닐어도 좋을 만한 숲길과 완만한 산길을 품은 울창한 숲이, 도심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주말 둘러본 북서울 꿈의 숲은, 단풍잎 져가는 산자락이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서도 마냥 썰렁해 보이지만 않았다. 색색의 낙엽들이, 이리저리 굽이치는 산길마다 수북이 쌓였고 그 길을 천천히 거닐며 속삭이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어서다.

오패산 산길에서 만난 50대 부부(장위동)는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이렇게 멋진 숲길이 곁에 있는지 몰랐다”며 흐뭇해했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대개 상수리나무·신갈나무 등 참나무류와 단풍나무·소나무들이다.

주변 주민들 중엔 이곳을 옹주릉으로 부르는 이가 많다.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태어난 복온공주(1818~1832)의 능이 있어 공주릉으로 불리던 곳인데, 옹주릉으로 잘못 알려진 탓이다. 옹주는 후궁의 딸, 공주는 왕비의 딸을 가리킨다. 13살 때 안동 김씨 김병주와 혼인한 복온공주는 15살 나이로 삶을 마감해 이곳에 묻힌 뒤 훗날 남편과 합장됐다가 용인으로 이장됐다. 오패산 밑 초록색 간이매점(스낵 바) 뒤 낙엽 쌓인 긴 나무계단길 위에 공주릉 터가 남아 있다. 복온공주가 혼례 때 입었던 옷(활옷)도 전해온다(국립고궁박물관).

북서울 꿈의 숲에 있는 창녕위궁재사는 복원공주와 부마 김병주의 능에 제를 올리던 재사이자 살림집이다. 이곳은 김병주의 손자이자, 구한말 영의정을 지낸 항일우국지사 김석진 선생이 일제에 항거해 자결한 곳이기도 하다.

북서울 꿈의 숲엔 자녀와 함께 즐길 만한 체험형 놀이공간이 많다. 공연장·갤러리·식당 등을 갖춘 꿈의숲아트센터가 있고, 현재 책과 놀이를 결합한 체험형 전시회 ‘책놀이터’ 프로그램(12월29일까지)이 진행중인 상상톡톡미술관 등 다양한 시설이 눈길을 끈다. 산길을 거닌 뒤 오패산 쪽에 우뚝 솟은 전망대 건물에 올라볼 만하다. 북한산·수락산 등 주변 산들과 서울시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길 걷고 잔디밭에서 뒹굴며 노는 나들이객들에게 드림랜드 시절 추억을 물었다. 즐거운 기억보다는 ‘실망스럽던 추억’이 대부분. 두 딸과 함께 온 신소영(41·상계동)씨는 “7~8년 전까지 가끔 놀러왔었는데, 낡은 80년대식 놀이시설들뿐이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범퍼카도 회전목마도 너무 낡아 타기가 꺼려졌을 정도”였다. 한 40대 남성도 “10년 전 동물농장이 있다고 해서 와봤더니 개와 염소·닭 몇마리가 고작이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추억조차 씁쓸한 “낡고 후진 80년대식 놀이공원”이 “매주말 찾아와 놀고 싶은” 대규모 녹지공원으로 거듭난 셈이다.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본 나무가 방문자센터 앞의 230년 된 느티나무다. 어린 시절 한때 창녕위궁재사에서 살기도 했다는 숲해설가 박영일(65)씨는 “예전엔 예식장 건물 쪽 도로변으로 아름드리 느티나무 6~7그루가 더 있었다”고 말했다. 방문자센터에 단체로 신청하면 숲해설가의 해설을 들으며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홍릉수목원·영휘원

“단풍 시들어 떨어졌다고 숲에 볼 게 없다는 분들이 있어요. 이는 숲만 알지 나무는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잎을 떨군 모습이야말로 나무의 본모습입니다. 왜 잎을 버리고 맨몸으로 서 있을까. 여기서 나무의 지혜를 배우고 느껴야 하지요.”

붉고 노란 단풍이 마지막 빛을 발하던 지난 주말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홍릉수목원(산림과학원 홍릉숲)에서 만난 숲해설가 정기섭(65)씨의 말씀이다. 해설가 말씀마따나 단풍은 시들어가도 나무들은 굳건히 서서 여전히 울창한 숲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홍릉수목원은 국립산림과학원 부속 수목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수목원이자 서울 도심에 자리잡은 유일한 수목원이다. 본디 이 일대는 조선 말 왕가의 능역으로 지정됐던 곳이었다고 한다. 1895년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는 먼저 양주 지역에 묻혔다가 2년 뒤 이곳으로 이장됐다. 이것이 홍릉으로, 홍릉수목원이란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그러나 1919년 고종 승하 뒤엔 다시 금곡으로 옮겨 고종과 합장됐다. 명성황후가 묻혀 있던 홍릉 터는 수목원 안 본관 오른쪽 산자락에 있다.

홍릉 이장 이듬해부터 일본인 식물학자 등은 이곳에 여러 지역의 나무를 옮겨다 심어놓고 연구를 시작했고, 1922년엔 본격적인 임업시험장을 개설하게 된다. 이것이 홍릉숲(수목원)의 시작이다. 홍릉숲은 44만㎡ 넓이의 산지와 평지에 2000여종에 이르는 목본과 초본 20만여본이 들어찬 국립산림과학원의 시험연구림이다.

본관과 연구동 뒷산에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참나무류와 침엽수들 두루 우거진 청량한 산길을 거닐면서 색색으로 흩어진 낙엽들의 세계에 푹 빠져볼 수 있다. 평지 쪽에선 한창 붉게 물든 낙우송들의 자태와 함께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나무들도 관찰할 수 있다. 1935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문배나무(토종 산돌배나무의 변이종), 1926년 중국에서 옮겨다 심었다는 중국 특산종 두충나무 암수 두 그루 등이 그것이다. 숲해설가 정씨는 “지금 전국에서 자라고 있는 두충나무들은 모두 이 두 그루 나무에서 번식된 것”이라고 말했다.

홍릉숲 정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영휘원에도 들러볼 만하다. 고종황제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씨의 묘(영휘원)와 엄씨의 손자로 생후 9개월 만에 죽은 이진의 묘(숭인원)가 있는 곳이다.

홍릉숲은 토·일요일에만 개방한다. 숲해설가 2명이 상주하는데, 토·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 두 차례 숲해설을 진행(3~11월)한다.

이밖에 낙엽길을 거닐어볼 만한 서울 도심 속 숲으로 잠실 올림픽공원, 성수동 서울숲, 양재시민의숲, 상암동 월드컵공원 등이 있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한겨레신문 2013년 11월 28일자)


작은 일상 속 크게 자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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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바람의아이들 제공

반장 선거·독후감 대회 등
학교생활 내면 정밀한 묘사
묵직한 문제의식으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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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에게 
이여누 지음, 배현정 그림 
바람의아이들·8500원

<작은 나에게>는 제목 그대로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 얘기라면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반장 선거, 휴대폰 잃어버린 사건, 독후감 쓰기의 골치 아픔, 늦둥이 동생에 대한 약간의 질투, 친구들에 비해 처지는 발육에 대한 약간의 열등감 같은 것이 이 책의 소재이다.

그런데 그 흔한 작은 이야기를, 이 책은 한발 더 들어가 더 작은 이야기로 만든다. 반장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이야기가 끝나 버리고, 얄미운 친구가 흘리고 간 휴대폰을 발견하고 친구에게 갖다줄까 말까 망설이던 아이는 그냥 멀찌감치 밀어놓는 것으로 해결해 버리고, 친구와의 라이벌 의식 때문에 독후감 대회에 나가려던 아이가 그래서 상을 탔는지, 친구와 화해를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시작만 해놓고 끝내지 않은 듯, 문제를 제기해 놓고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있는 듯한 이 단편들은,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 더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상투적인 결말이나 교훈 없이 아이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과 솔직한 속마음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버릇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수줍은, 꼬여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불안한, 심통 부리고는 있지만 사실은 정 많은 아이들의 심리가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소가 되새김질하듯 느릿느릿 치밀하게 묘사된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들이 끝까지 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소소한 일상과 심리 속에는 사실 묵직하고 커다란 문제들도 담겨 있다. 오지랖 넓고 시원시원한 할머니가 지키는 동네 슈퍼는 대형 마트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썼건만 모범답안이 아닌 엉뚱한 감상은 환영받지 못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 아이들과 상관없어 보일 수도 있는 문제들이 그들의 삶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도 짚어보는 시각을 이 꼼꼼한 작가는 보여준다.

작은 문제를 통해서 성큼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도 있다. 주위 어른들의 반응에 혼란스러워하다가 한밤중 책상에 앉아 독후감을 부끄럽지 않게, 솔직하게 쓰겠다고 결심하는 신애가 그렇다. 무엇보다도 학교 폭력의 연쇄적 고리 한가운데 있는 승환이 거울 속 자신과 나누는 대화는 전혀 작은 이야기가 아니다. 작은 목소리로 무거운 문제를 말하는 아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기를, 작은 일상 안에서도 크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길을 돌릴 것을 이 작가는 권하고 있다. 초등 3학년부터.

김서정 작가·중앙대 강의교수, 그림 바람의아이들 제공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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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아이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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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책읽는곰 제공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박수현 옮김
책읽는곰 펴냄(2013)

아이들이 화가 날 일은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아직 약하기 때문이다. 힘도 부족하고, 솜씨도 부족하다.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 가진 것은 없다. 무언가를 하려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세계의 중심에는 자기가 있다. 그 세계는 중심에 가까울수록 크기가 커지는 왜곡된 세상이다. 그래서 아이에겐 자기의 생각과 바람은 너무 크고 중요한 데 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바람은 작게만 느껴진다. 어쩔 때는 보이지도 않는다. 아이는 갈등이 일어나도 그것이 동등한 두 사람 사이의 의견 차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훨씬 중요한 자기 생각과 별로 중요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 부딪친다고 느낀다. 이 상황에서 왜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지 아이는 얼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이가 화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몰리 뱅의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은 화가 난 아이를 다룬 그림책이다. 소피는 자기가 한창 갖고 놀던 고릴라 인형을 언니에게 빼앗긴다. 언니가 갖고 놀 차례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화가 난 소피는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른다. 마음 같아선 뭐든 부숴버리고 다 날려버리고 싶다. 화난 아이는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대단한 에너지를 낸다.

하지만 소피는 진짜로 부수거나 사람들에게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밖으로 뛰어나가 달리고 또 달린다. 그러다 지치자 훌쩍이며 혼자 운다. 폭발은 이제 끝났다. 대신 마음이 가라앉고 조금 허전하다. 소피는 커다란 밤나무 위로 올라가 바람을 맞고 멀리 바다를 바라본다. 잔잔한 세상이 소피의 마음을 채우며 달래준다. 화가 풀린 소피는 이제 집으로 돌아온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식구들은 모두 소피를 기다린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모두가 소피를 반겨주고 함께 퍼즐을 맞춘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왔다.

아이들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화를 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아이는 화를 내고, 화를 내봐야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며 화를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된다.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고, 그것이 서럽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것은 아이의 몫이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시간을 주면 대부분의 아이는 스스로 깨닫는다. 오히려 왜 화를 내냐고 야단을 칠 때 아이는 배우지 못한다. 억울하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피해의식을 갖는다. 그렇다고 달래줄 필요도 없다. 달래주면 아이는 화를 풀기 위해 늘 누군가에게 의존하려 든다. 아이의 화가 풀리는 데는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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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아이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행동으로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마음속에 아무리 무서운 생각이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 무서운 생각을 스스로 달래고 멀리 보낼 수 있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 소피의 가족들은 소피가 화를 내고 집 밖으로 뛰어나갈 때 그냥 두었다. 소피는 이미 자기 혼자 화를 풀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피가 들어오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스스로 화를 푼 것은 대견한 일이고 축하할 일이기에. 부모라고 거기에 한마디 가르침을 굳이 얹을 필요는 없다.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그 포근한 사랑이 마지막 화의 불씨를 없애는 가장 강력한 소화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책읽는곰 제공

[12월 2일 새 그림책] 아기 곰과 안경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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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곰과 안경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할머니 안경을 쓴 채로 슬퍼만 하는 아기 곰과 그를 위로하려 노력하는 토끼의 이야기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보니 토끼의 귀는 천사의 날개 같다. 파스텔 톤의 그림이 포근함을 더한다. 3살부터. 

20131202_3.jpg 곤노 히토미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사과나무 옮김/크레용하우스·1만1000원.

아빠! 머리 묶어주세요
엄마가 없는 동안 아빠가 딸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잘 묶지 못해 아이도 아빠도 힘든 시간이 지난다. 책의 반전은 ‘아빠의 노력’이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인형으로 머리묶기 연습을 한 아빠는 엄마가 돌아오고 난 뒤에도 아이의 머리를 묶어준다. 4살부터. 

20131202_4.jpg 유진희 글·그림/한울림어린이·1만원. 

우리 집 개는 내가 천재인 줄 알아요
여덟살 아이와 강아지 뭉치가 함께 어울려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물감색만큼이나 선명하고 부드럽게 그려진 그림책이다. 서로 그림을 보며 좋아하는 아이와 강아지의 모습이 닮았다. 영어 원문판도 함께 나왔다. 4살부터. 

20131202_5.jpg 해리엇 지퍼트 글, 바루 그림, 이상희 옮김/상상스쿨·1만2000원.

꽃바구니 속 노랑할미새
되지빠귀, 꼬마물떼새, 백로, 호랑지빠귀에 이어 <우리 새 생태 동화>시리즈의 마지막인 5권은 노랑할미새다. 바다를 건너온 노랑할미새는 잠깐 쉬러 들른 섬에서 무서운 텃새를 만난다. 새의 영상을 담은 시디(CD)도 들어 있다. 초등 1학년부터. 

20131202_6.jpg 권오준 지음, 백남호 그림/보리·1만3000원.

천식 환자에게 운동을 금지시켜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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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7_3.jpg» 한겨레 자료 사진.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운동이 천식을 유발하고 천식증상을 악화시키는 하지만 운동은 우리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특히 성장기에 있는 소아들로서는 운동이 신체적인 발육은 물론 사회생활과 정신건강에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운동을 무조건 금지시킬 것이 아니라 천식이 덜 나타나는 운동을 선택하든가 적절한 약물로 천식이 나타나지 않게끔 전처치를 하고 운동을 시켜서 정상적인 신체활동과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천식이 가장 덜 유발되는 운동으로는 수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 후에 일어나는 체온의 급격한 변화는 막도록 노력해야 하며 수영장의 환경, 천식 증상의 정도 등을 잘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 그 밖에 짧은 거리를 천천히 달리게 하는 등 체력단련을 시키는 방법도 있으나 결코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한 환자의 증상이 중증으로 판단되거나 급성 발작 시에는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운동을 하면 천식발작이 생기는 소아는 어떻게 해야 하냐면, 운동을 하기 전에흡입약형태로 된기관지 확장제를 들이마시면 거의 모든 환자에서 예방이 가능합니다


성공하는 아이 만들려면 '성격 강점'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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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멘토를 찾아서 ③ 미국 언론인 폴 터프

 

Paul Tough at Saint Vincent College 1.jpg» 학교 교육, 빈곤 퇴치, 영유아 양육 분야를 10년 동안 취재해온 미국 언론인 폴 터프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성경 강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최근 그가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세인트 빈센트 대학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니다. 베가북스 제공.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황금 열쇠는 성적이나 부모의 재력이 아닌 이른바 ‘성격 강점’이라고 강조하는 이가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편집장을 역임한 언론인 폴 터프(46)가 바로 그다. 미국 내 아이들을 장기 추적 조사하고,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학교 교육, 빈곤 퇴치, 영유아 양육 분야를 10년 동안 취재해온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 <아이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펴냈다. 이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판됐다. 인성과 성격을 등한시하고 오로지 성적과 인지 교육에만 매몰돼 있는 국내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그와 서면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왜 아이의 성공에 성격 강점이 중요한지 정리했다.
 
유아기 스트레스 왜 안좋은가


“요즘 미국 부모들은 두 살 때부터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칩니다. 조기 교육과 인지 교육에 집착하죠. 그러나 지나친 조기 교육과 인지 교육은 아이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초래합니다. 더불어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도 꺾어버리죠. 이제는 균형잡인 교육을 위해 비인지기술인 성격 강점에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그는 미국 교육 현장을 취재하면서 인지 교육 위주 정책에 치중해 온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 논거는, 지나친 인지 교육이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 오히려 인생을 실패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아이들에게 ‘성격 강점’을 키우면 계층에 상관없이 아이들의 삶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성격 강점은 긍정 심리학에서 나온 개념이다. 긍정 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과 크리스토퍼 피터슨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인간의 긍정적 특징들을 조사해 성격 강점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둘은 24개의 성격 강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자신의 성격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일상 생활에서 수행하면 긍정적 정서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다른 긍정 심리학자인 바바라 프레드릭슨은 긍정적 정서가 호기심과 창의성을 유발시키고, 아이의 능력을 발달시켜준다는 것도 입증했다.


유아기 스트레스가 어떻게 아이를 실패하도록 만들까. 터프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 사례를 든다. 그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수많은 과학자들은 유아기 때 받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아이들의 몸과 뇌에 치명상을 입히는지 입증했다. 우리 몸은 에이치피에이(이하 HPA,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시스템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우리의 심장은 쿵쿵 뛰고 피부는 촉촉해진다. 이런 반응은 HPA 시스템의 작동 때문이다. 어릴 때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HPA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뇌의 전전두엽의 기능도 망친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사춘기에 이어 성인기까지 지속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터프는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고혈압, 간 질환, 폐 질환, 당뇨병, 알콜 중독, 우울증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도 좋지 않다. 스트레스로 뇌의 전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감정조절이 어렵고, 고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실행기능 또한 저하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아기의 스트레스는 이러한 생리화학적 매커니즘을 통해 아이를 실패로 이끌 수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삶의 무기, 성격 강점

 
‘저소득층 아이들이 실패한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것은 가난 자체보다는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터프의 지적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자기 조절력이 없거나 뚝심 등 성격이 계발되지 않은 아이들은 술, 담배, 마약 중독 등으로 자기 삶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그에겐 흥미로웠다. 그는 실제로 저소득층 아이의 멘토 구실을 하며 추적 관찰했다. 터프는 “집안이 가난해도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성격 강점이 높은 아이들은 성공적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터프는 24개 성격 강점 가운데 삶의 만족도와 고도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는 7가지 강점을 특별히 소개했다. 뚝심(grit), 자제력, 열정,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낙관적 성격, 호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이 7가지 강점은 뉴욕에서 저소득층 학생이 주로 다니는 케이아이피피(KIPP) 아카데미 중학교와 고급 사립 중학교인 리버데일의 두 교장이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자들과의 장기간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성공을 위한 핵심 성격 강점’으로 추린 것이다. 터프는 “미국 교육계에서는 성격 교육을 확장하고 재정의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인지능력을 분석하고, 측정하고, 계발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내는 연구자들도 많다. 현재 미 전역에서 흥미진진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케이아이피피 아카데미 중학교에서는 국·영·수 등에 대한 성적표뿐만 아니라 성격 성적표를 일 년에 두 번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은 자신이 7개 성격 강점 중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부분이 자신의 강점인지 확인할 수 있다. 상담 교사와 상담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훈련하기 위한 계획도 세운다.

 

성격은 학습·훈련된다는 믿음 가져야

 

“많은 사람들은 성격이 타고난 특질이며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으로 믿어요. 그러나 성격 강점은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받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고, 청소년기에는 교육 기관에서 이에 관한 훈련을 받으면 때로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할 수 있어요. 성격 강점은 이처럼 아이들이 계발하고, 연습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합니다.”

성격 강점을 키워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그는 성격 강점에 대한 다양한 조사 결과를 잘 이해하는 것이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성격 강점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도 말한다. 불리한 여건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성과를 개선시키려면,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다만 그는 “교사들과 부모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떤 한 아이를 볼 때, 그 아이는 환경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성격 강점을 계발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성공과 성격, 교육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책이 출간된 후 미국의 많은 부모들이 자기 자신과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교사들은 학생들과 그들의 욕구에 대한 참신한 관점을 제공했다고도 했습니다. 교육부 장관부터 지역 학교의 교장, 교육 관료들이 성격 강점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가 아는 한 중요한 정책적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정의 저녁 식사 시간, 교사 휴게실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 내용이 변한 것이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어른들의 아이들에 대한 교육 방식을 성찰할 수 있도록 계속 힘을 쏟고 싶다고 말한다. 동시에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미국 내 비효율적인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고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마음의 근력 키우려면 어떻게?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 갖게 하고 자율성 줘야

 

뚝심(grit), 자제력, 열정, 사회지능, 감사하는 마음, 낙관적 성격, 호기심과 같은 성격 강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다면,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그릿(GRIT)><회복탄력성>의 지은이이자 연세대 휴먼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인 김주환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성격 강점을 키우려면 평소 아이들에게 ‘나는 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능력성장믿음과 긍정적 정서를 가지게 하고,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캐롤 드웩 스탠포드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드웩은 중학교 1년 학생을 대상으로 능력에 관한 믿음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조사했다. 드웩은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갖고 있는지 검사한 다음, 2년간 이들을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능력성장믿음을 갖고 있던 아이들은 실제로 성적이 2년 동안 계속 향상됐다. 반면 능력불변믿음을 갖고 있던 아이들의 성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혹은 약간 떨어졌다.

 

김 교수는 “부모나 교사가 ‘지능은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면, 대화 도중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그런 믿음이 전달된다. ‘너는 참 머리가 좋아’‘너는 참 똑똑해’라는 식의 칭찬이 대표적이다. 이런 칭찬을 많이 듣는 아이들은 왠지 자기가 운 좋게 머리가 좋게 태어났다는 믿음을 키워간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능력성장믿음을 키워주려면 지능이나 결과가 아니라 아이들의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은 자기가 하고자 마음먹은 일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의지력과 노력 자체의 즐거움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공부를 강제로 시키면 아이들에게는 자율성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자율성이 있어야 내재 동기가 생겨나고, 내재 동기가 있어야 어떤 것을 끝까지 성취해내는 뚝심이 생깁니다.”
 

김 교수는 아이들에게는 공부대신 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주변 환경을 자기 뜻대로 바꿔가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자율성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공부를 하든 안하든 아이를 사랑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줘야 합니다. 공부라는 업무가 부모의 사랑을 얻기 위한 조건이 되버리면 아이는 망가집니다.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동등한 가치로 취급해야 해요. 아이에게 자율성을 줘야 합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자율성이 만들어지려면 무엇보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학습 계획이든, 학습 공간이든, 놀이 계획이든 무엇이든 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자. 부모가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몇 가지 선택 가능안을 제시하고, 아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하자. ‘에이, 비, 시 중 뭐 할거야. 네가 결정해’ 하는 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자기가 결정하고 자기가 결정한 것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율성을 배울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학습과 인성 사이, 유치원 선택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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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2일 오후 경기도 장흥의 아름솔유치원 아이들이 숲유치원 앞뜰에 마련된 모래놀이터에서 흙놀이를 하고 있다. 자녀가 숲을 만끽하며 자연과 더불어 크길 바라는 부모들에게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숲유치원이 인기다.

[함께하는 교육] 특화유치원의 안과 밖

자녀가 만 세살이 되면 부모들은 ‘유치원 선택’을 고심한다. 유치원 정보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선배 학부모’들의 경험담을 찾아 나선다. 최근에는 숲유치원이나 발도르프 교육기관처럼 외국의 선진교육을 도입해 운영하는 곳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에서 유치원 선택의 기준은 원래 ‘집과의 통학거리’였다. 그러나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유치원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부모들의 욕구는 유치원 선택의 기준을 ‘남다른 교육철학’이나 ‘남보다 앞서는 경쟁력 양성’ 여부로 바꾸어 놓았다. 영어 조기교육을 내세운 영어유치원과 몬테소리, 프뢰벨, 레지오 에밀리아, 발도르프 등 서구의 교육이론에 기초한 유치원 등 다양하게 특화된 유아교육기관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의 누리집에는 발도르프 영ㆍ유아교육기관이 70여곳으로 집계되어 있지만, 실제 누리집에 등록되지 않은 기관도 많다. 최근에는 숲유치원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숲유치원협회’에 등록된 어린이집과 유치원만 해도 전국 800곳에 이른다.

 도심에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숲이 곧 교실’이라는 숲유치원과 유아숲체험원에서 자녀들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줄 대안을 찾는다. 자유롭게 숲을 뛰어다니며 사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숲교육은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감성 발달도 돕는다. 숲유치원을 선택하는 학부모들에게 도심을 벗어날 만큼 먼 통학거리는 그만큼 숲과 가까운 ‘자연친화적’ 환경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만 5살과 7살 자녀를 모두 숲유치원에 보낸 전남 목포의 문정미씨는 “둘째 아이는 성격이 소심해서 ‘껌딱지’처럼 엄마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는데 숲유치원의 자유롭고 활동적인 분위기 덕에 활달하고 대범해졌다”며 “숲 유치원은 대개 도심 밖에 있지만 운 좋게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숲유치원은 바로 이웃한 집이었고, 숲체험장에는 버스로 이동하는 형태였다”고 말했다. 숲의 교육적 효과가 부각되면서 최근에는 도심에서 숲을 만날 수 있는 유아숲체험장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용산구 응봉공원과 강서구 우장공원, 관악구 관악산공원 등에서 숲체험장을 만날 수 있다.

발도르프처럼 외국의 교육철학을 도입한 교육기관은 이전에는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움만으로도 부모들의 관심을 끈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교육철학자인 루돌프 슈타이너가 만든 발도르프 교육은 플라스틱 장난감이나 교구 대신 솔방울과 나무토막, 돌멩이 등의 자연물과 천연소재 헝겊 등으로 놀이를 한다. 7세 이전에는 한글이나 숫자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발도르프 교육기관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는 경기 과천의 장동민 씨(가명ㆍ40)는 “하루 일과를 노래로 시작한다거나, 시와 율동 등으로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 등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는 원어민 교사가 진행하는 100% 영어몰입수업을 내세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영미권의 교과서를 주교재로 삼고, 할로윈데이나 추수감사절과 같은 서양식 문화도 소개한다. ‘아이가 영어로 잠꼬대를 한다’는 학부모들의 경험담은 외국어에 취약했던 부모세대의 마음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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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유치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일찌감치 학습의 기초를 닦아두어야 한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심한다. 숲유치원(위쪽)과 영어학원 유치부(아래쪽·<한겨레> 자료사진)의 모습.
 

더 나은 교육환경 바라는 부모들 
발도르프·프뢰벨·숲유치원 등 
교육철학 기초한 유치원들 기웃 
새로운 교육방식에 솔깃하지만 
초등 입학 후 적응에 애먹기도 
유행 좇아 간판만 바꿔단 곳 조심

교육철학이 벽이 되기도

 숲유치원과 발도르프 교육기관 등은 학습보다는 인성을 우선순위로 둔다. 경기도 장흥의 아름솔유치원 김종엽 대표는 “시골에서 논두렁을 종횡무진 오가며 컸던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의 아이들은 도심에 갇혀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며 “교육학자들이 흔히 말하길 책으로 익힌 것은 20%만 기억에 남고, 직접 경험은 70~80%가 남는다는 말처럼 숲유치원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교재 몇 페이지를 더 배우는 것보다 매일 숲을 뛰어다니며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자연의 섭리를 익힌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일정하게 짜인 틀이나 교사의 주도 없이 숲에서 스스로 노는 법을 익힌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가서도 학습 조직력과 적응력이 월등하다”고 덧붙였다. 아름솔유치원 신화영 교사는 “가을이면 왜 나뭇잎의 색이 변하는지, 단풍잎은 왜 떨어지는지 등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숲에서 먼저 알고 난 후에, 그 나무의 이름은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를 알게 되면 아이들은 훨씬 더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학습 부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문정미씨는 “아이들은 무조건 뛰어놀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발도프르 교육기관에 1년 반 동안 자녀를 보내다가 일반유치원으로 옮긴 경기 분당의 이정욱씨는 “글자나 숫자 등 인지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섯 살이 되어도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무척 혼란스러웠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20년간 서울과 경기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영어어학원 원장 등을 지낸 안순아 육아상담가는 “의미가 통하는 수준의 한글을 쓸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이가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썻습니다, 해습니다’ 등 받침을 제대로 쓰지 못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그 의미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선진의 외국 철학에 동의하며 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지만 때로는 그 외국철학을 ‘움직일 수 없는 벽’으로 느끼기도 한다. 이정욱 씨는 “유치원 측에서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보니 학부모들이 교육과정에 대한 다른 의견을 내면 ‘당신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였다”며 “학부모들끼리는 서로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막상 원장 앞에서는 솔직하게 고충을 털어놓지 못했다. 원장의 교육방침에 동조하는 사람들만 ‘생각 있는 사람’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안순아 육아상담가는 “교육철학이 부모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철학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철학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통해 융통성을 발휘한 경우도 있다. 분당자유발도르프 이경랑 원장은 “인지교육이 필요 없다는 게 발도르프의 철학이지만 초등학교에 진학했는데 한글을 몰라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느끼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발도르프 교육철학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국의 교육현실과 맞지 않다면 또다른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살 아이들에게 글자 교육을 시작하는 등 한국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발도르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뒷받침할 교사 부족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특화 유치원이 생기면 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너도나도 유행처럼 쫓는 한국의 유치원 풍토는 선진 외국 철학을 표방하는 교육기관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낳기도 한다. ‘한국발도프르프교육협회’관계자는 “발도르프철학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교육과 현장경험이 쌓여야 하지만, 단기연수 등을 통해 겉핥기로 익혀놓고서 발도르프 교육을 한다고 선전하며 돈벌이에 나서는 곳도 많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 원장은 “숲교육이나 발도르프교육은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철학이지만, 이를 실천할 교사들을 충분히 양성하거나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이름부터 내걸고 보자는 유치원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영어학원 유치부의 경우에도 100% 영어몰입식 수업을 내세우지만 원어민 교사들의 수준은 높지 않다. 서울과 분당의 영어학원 유치부에서 4년간 상담실장으로 일했던 임선숙 씨(가명ㆍ36세)는 “몰입수업의 교재로 쓰는 미국교과서 중에는 콘텐츠가 우수한 것도 많지만, 교사자격증이 있거나 효과적인 교수법을 익힌 교사가 영어유치원에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교육에 대한 열의도 부족하다보니 수업 준비나 교수법 연구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숲유치원의 숲교육은 본래 목적이 아이들 스스로 숲을 거닐고 뛰놀며 놀이를 조직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는데도 꽃과 나무 이름을 외우는 등 단편적인 숲지식 전달이 전부인 양 오해하는 곳도 적지 않다. 아름솔유치원 민연옥 원장은 “숲해설가를 강사로 활용하는 유아숲체험원도 있지만, 숲해설가는 아무래도 아동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며 “숲유치원을 선택할 때는 아이들이 날마다 숲에 나갈 수 있을 만큼 숲이 가까운지, 교사진들이 얼마나 숲교육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유치원 졸업 후 적응 어려움

숲을 교실 삼아 맘껏 뛰어놀았던 아이들은 초등학교 진학 후 구획이 정해진 교실 안에서 정해진 교재로 수업을 따라가야 하는 낯선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자녀가 숲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진학한 한 학부모는 “수업시간 내내 책상에 꼼짝없이 앉아있는 것을 힘들어하는 우리 아이를 마치 충동조절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여기는 게 안타깝다”며 “아이의 연령에 맞지 않는 억압적인 상황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 자연생태학교 전학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반 정원이 10명을 넘지 않는 영어유치원을 나온 아이들은 30~40명의 아이들이 모여있는 초등 교실을 낯설어하기도 한다. 조기교육으로 습득한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초등반에서 영어 선행학습을 하기도 한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던 최선영 씨(가명ㆍ41세)는 “영어유치원 초등반의 선행학습 교재가 초등 4학년의 경우 아이의 지적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전문적인 내용까지 다루다보니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발음이나 듣기 부분에서는 영어유치원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만 투자한 돈과 시간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며 “몇 년에 걸쳐 영어유치원의 미미한 효과를 학부모들이 체감하면서 영어유치원 열풍은 강남에서도 많이 잦아든 상태”라고 전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 유치원 정보 수집에 도움되는 누리집

● 유치원알리미 e-childschoolinfo.mest.go.kr 
● e유치원시스템 childschool.moe.go.kr 
● 육아정책연구소 www.kicce.re.kr 
● 마음더하기 정책포털 momplus.mw.go.kr 
● 한국발도르프교육협회 www.waldorf.or.kr 
● 한국 루돌프 슈타이너 인지학 연구센터 www.steinercenter.org 
● 한국숲유치원협회 www.forestkid.or.kr 
●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www.ecoece.or.kr 
● 레지오에밀리아 www.kcct.net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yoochiwon.or.kr


11개월 아이에 생우유는…“쇠고기 이유식 먹여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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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세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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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아이에 생우유는…
“쇠고기 이유식 먹여보길”

Q: 아이가 이제 막 11개월에 접어들었고 계속 모유 수유중입니다. 이제 서서히 모유량을 줄이고 돌 전후로 끊을 계획이어서 지금부터 조금씩 분유를 섞어 먹이려 하는데 아이가 분유를 완전히 거부합니다. 수십 번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어요. 그런데 의외로 일반 생우유를 조금씩 주면 굉장히 잘 먹습니다. 더 달라고 찾아요.혹시나 해서 생우유에 분유를 좀 타주면 그건 또 싫다고 거부합니다. 책이나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두 돌이 지나서 생우유를 시작한다고만 할 뿐 돌을 두 달 앞둔 지금 우유가 괜찮을지는 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요. timberld

A: 질병이 없는 건강한 아기라면 생우유를 먹일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돌이 넘을 것, 세끼를 잘 먹일 것, 자연스럽게 분유 혹은 모유 수유량이 하루 500cc 이하로 줄어들 것입니다.

돌 이전에 생우유를 먹이면 안 되는 이유는 생우유가 전체적인 영양가 즉 칼로리나 철분 등 영양분이 아기 성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돌 전에 생우유를 먹이는 경우 장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세 끼를 잘 먹여야 철 결핍성 빈혈을 막을 수 있습니다. 철분과 단백질이 많은 쇠고기 이유식을 잘 먹이세요. 돌이 넘고 모유량은 줄고, 삼시 세 끼를 잘 먹는 상황이고, 철 결핍성 빈혈 등이 없는 상황이라면 생우유를 하루 250cc가량 먹이셔도 좋습니다.

황진복 계명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아이를 키우면서 생기는 각종 고민과 의문점에 대해 물어보세요. 관련 전문가에게 물어 답변을 드립니다. 상담실 코너에 질문을 올려주세요. 

역시 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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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에 김장을 했다.

큰언니네 세식구와 우리집 다섯 식구, 친정 세식구 먹을 김장은

매년 우리집에 모여서 함께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집이 제일 넓기 때문이다.

덕분에 김장하는 날은 모처럼 친정 식구들이 모이게 된다.

명절처럼 신경써야 하는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니

김장은 흥성스러운 잔치처럼 왁자하게 지나간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배추를 사서 직접 절였는데

3년전부터 절인 배추를 사서 김장을 담그고 있다.

나는 아직 김장 배추를 절일만한 내공이 없는데다가

칠순을 넘기신 친정엄마도 힘이 들어 씻고 절이는 일이

너무 고되기에 내가 나서서 절인 배추를 주문하곤 한다.

자매들 모두 바쁘고 아직 육아에 매달려 있는 딸들이

세명이나 되는 친정은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기도 하다.

 

절인배추로 한다고 해도 친정엄마를 하루 전날 차로 모셔와

밑준비를 하는 일이 바빴고, 나는 대 식구들 몰려올 것을

대비해 집안을 치우고 음식 준비를 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아이가 없는 큰 언니가 주로 엄마를 도와 김장을 하고

나는 뒷설거지와 음식 준비, 치우는 일을 맡았다.

5개월된 둘째를 돌보느라 쩔쩔매는 막내 여동생은 따뜻한

점심이나 먹고 가라고 불렀다. 작년에는 쌍둥이 자매 가족도 왔는데

건강이 좋지 않아 빠진 것이 서운하긴 했다.

 

남편.jpg

 

남편은 금요일 퇴근할때부터 기침이 심했다. 제대로 몸살이 온 모양이다.

딱하긴 한데 하필 김장하는 날 아프니 제대로 챙겨줄 수 가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게 하는 것이었는데 그마저 친정 식구들이

우글거리니 맘 놓고 못 쉬었을 것이다.

대신 내가 남편 몫까지 다 했다.

 

가족.jpg

 

김장엔 역시 수육이다.

갓 버무린 무채를 절인배추에 올려 수육과 같이 먹으니 꿀맛이다.

친정 부모님과 큰 언니, 막내네 가족 네 명, 우리 가족 다섯 명이 먹을 점심을 차리느라

힘들긴 했지만 모처럼 친정 식구가 모여  맛있는 밥 한끼 먹는 행복은 컸다.

둘째 돌보느라 힘겨운 동생의 푸념도 들어주고, 치매 초기인 시어머님을 지켜보는

맏며느리로서 큰 언니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모처럼 사촌 언니를 만난 이룸이가

종일 신이 나서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맛있게 버무려진 김장은 네 집으로 사이좋게 나뉘어져 통에 담겼다.

아이들은 먹고 있는 묵은지도 있고, 얼마전에 담근 배추김치고 있는데

벌써부터 김장김치 먹자고 성화다.

기특한 것은 이룸이도 김장 김치가 맛있다고 잘 먹는 것이다.

 

친정 엄마가 더 연세들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 이렇게 엄마가 지휘하는 김장 풍경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솜씨 야무진 딸들이 있으니 그때는 자매들끼리

맛난 김장을 같이 하며 또 행복한 연말을 보낼 것이다.

 

힘들고 번거로와도 김장을 하며 한 해를 정리하고 서로를 챙기고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김장은 여전히 소중하고 중요한 행사다.

해가 갈 수 록,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수록 건강문제도 생겨나고 이런 저런

사정들이 닥쳐오지만 그럴수록 가족이 한 번 더 모여서 서로 보듬고

살펴가며 같이 사는 것이다.

김장은 오래 떨어져 있던 가족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사연과 애정으로 버무려진 김치를 들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

1년 내내 서로의 정이 담뿍 담긴 김치를 먹으며 다시 잘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우리에겐 역시 '김장'이다.

수족냉증을 다스리는 블랙티, 계피후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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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만 되면 손발이 꽁꽁 얼어붙어 추위에 떠는 분들이 많다. 아무리 장갑과 양말을 끼고 있어도 냉기가 가시지 않아 다른 사람들보다 겨울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몸의 말단부위까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체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체온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은 탓도 있다. 체온조절, 땀분비, 수면조절, 대소변조절 등은 우리의 뇌가 특별한 명령 없이도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하는데, 이러한 기능이 약해지면 잠을 잘 이루기 어렵고, 대소변에 문제가 생기고,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거나 너무 적게 나기도 하며, 체열이 널뛰기를 하며 불안한 기분이 들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자율신경 실조증이라 하는데, 대개는 우울증과 건망증 등을 동반하면서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다. 손발이 찬분들 가운데는 특별히 우울하거나 신경장애가 없이 그저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추위를 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증상들을 대개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우리 몸 전체를 관통하여 연결시켜주고 있는 혈관과 경맥은 훈훈하고 따뜻한 기운이 불어주어야 잘 통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마치 겨울철 수도관이 얼어붙듯이 몸이 냉한 분들은 혈관이나 경맥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온도가 내려갈수록 컨디션이 나빠지기 쉽고, 건강상의 적신호가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런 증상이 있는 분들이라면 평소에 혈맥을 잘 관통하도록 돕는 따뜻한 차를 수시로 음용하여 체질을 보완해주는 것이 좋겠다. 이런 분들게 권할 수 있는 겨울철 블랙티, 계피후추차를 소개한다.


[기린의 채식레시피] 

수족냉증을 다스리는 계피후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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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통계피 큰 것으로 두 개, 통후추 한수저 정도, 생강 한 쪽

 

1. 분량의 재료를 1L정도의 물에 넣고 끓인다.

2. 물이 끓으면 불을 줄여 은근하게 1시간 이상 졸인다.

3. 기호에 따라 꿀을 넣어 마셔도 좋다.

4. 많은 양의 차를 미리 끓여두고 겨울 내내 물처럼 수시로 마시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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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거의 함께 해 온 계피는 치유작용을 가진 약초 중 동서양을 불문하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널리 애용되지 않았을까 싶다. 계수(육계)나무의 어린가지는 계지(桂枝)라 하는데 성질은 맵고 달며 따뜻하다. 기가 가벼워 위로 뜨는 성질이 있어 감기초기에 기운이 없고 오한발열이 날 때 사용된다. 또한 우리 몸의 혈분(血分), 즉 혈액의 길이 막힌 것을 뚫어주고,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추위로 인해 생긴 어혈,월경불순,관절염을 치료하는 처방에 사용된다. 계지의 대표적인 성분은 cinnamic aldehyde로서 특유한 향취를 가지고 있으며, 혈관확장, 발한촉진, 해열, 진통 작용이 있고, 진정, 소염, 항알러지 작용을 한다. 계지에 비해 뜨거운 성질을 가진 육계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몸에 있는 한기를 몰아내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하체를 튼튼하게 하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 신양허로 인한 요통에도 좋다. 명절에 먹는 수정과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카푸치노의 거품 위로 풍미를 주는 계피는 성질이 맵고 따뜻한데 주로 소화기를 데워 설사와 구토를 멈추게 하는 작용을 하고, 풍습으로 인한 사지마비에도 활용된다. 보통 식용으로는 육계와 계피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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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로 사용되는 후추는 한방에서 호초(胡椒)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맵고 뜨거운 성질을 가졌으며 소화기를 따뜻하게 하여 냉기를 없애고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작용을 한다. 아랫배가 차고 설사를 자주하는 분들께는 좋은 약이 된다. 특히 외출 후 샤워나 입욕 전후에 마시면 더 좋다. 계피와 후추, 생강의 강하게 뚫는 작용을 힘입어 이 추운 계절의 냉기를 물리쳐보는 건 어떨까? 단, 열이 많은 가족들이나 임산부는 장복하거나 다량 음용은 삼가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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