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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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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347회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



Attached Youtube Video


스마트폰(손 안의 TV, 인터넷, 게임)에 눈을 빼앗긴 아이들.


교실에서 무기력한 아이들, 생각하기 싫어하고, 

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없으며, 쓰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을 볼 때 

그들은 단지 눈이 아니라 영혼을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겨울 마른 건초처럼 영혼이 시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삶을 디자인을 하도록 키우기 위해 스마트폰에 빼앗긴 눈길을 찾아와야 합니다.




컴퓨터·휴대폰 모르는 ‘실리콘밸리 2세들’ (한겨레)

http://babytree.hani.co.kr/34646


“아이들에 지식 주입보다 사유할 시간·공간 줘야” (경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4291913545&code=940401







아이 하나, 숙제를 덜 끝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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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요즘 임신과 출산 시즌이다.

출생률이 낮아 오랫동안 고민에 빠진 일본 정부가, 왜 저리 고민을 하나 싶을 정도로

내 주변 엄마들은 둘째나 셋째 가지기를 별로 망설이지 않는다.

아이가 요즘 유치원을 다녀와서 자주 하는 말은,

"엄마, 오늘 00네 집에 아기가 태어났대."

"00네 집은 크리스마스 쯤에 태어날거래."

"엄마 배에는 아기 없어? 왜 없어? 언제 들어와??"  ...   뭐 이런 식.


그러고 보니, 첫째가 지금 둘째만 했을 때도 주변 친구들 집에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유난히 아기를 좋아했던 딸은 유치원에 마중오는 엄마들이

모두 유모차를 끌거나, 아기를 업고 안고 오는 걸 보며 몹시 부러워했다.


"엄마는 왜 아기 안 데리고 혼자 와?"

"우리집에도 아기가 왔으면 좋겠어."

"나 하나님한테 아기 부탁하러 목요일에 갈거야." (왜 목요일로 정했는지는 아직도 불명-;;)


저러다 말겠지..하던 우리 부부의 예상과는 달리, 사람을 좋아하는 딸의 아기타령은 

그 후로도 몹시 집요하고 때론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딸과 친한 친구들은 유난히 형제들이 많고 셋은 기본에 넷 있는 집도 몇몇 있었는데,

일본은 외동아이들도 많지만, 별 제한없이 아이를 많이 낳는 집도 여전히 많다. 

특히 우리가 사는 지역은 부모 세대와 집이 가까운 젊은 세대가 많아,

부모님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안심하고 많이 낳는 분위기라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도 혼자 크는 아이를 보다가, 둘이나 셋 이상되는 집에 놀러가 보면

아웅다웅하면서도 함께 크는 아이들이 너무 좋아보였다.

하나만 키우는 나보다 훨씬 경험도 풍부하고 여유있어보이는 그 집 엄마도 부러웠고

첫째와는 다른 둘째, 둘째와는 또 다른 셋째 아이의 생김새나 그 아이만의 성격, 매력을

지켜보는 게 무척 신기하고 이뻤다.

똑같이 하는 육아임에도 하나와 둘 이상은 이렇게 큰 차이가 있고,

그 다양함을 부모로서 경험하며 인생의 전성기인 30대를 보내고 싶은 욕심도 나고,

인생의 전체 시기를 두고 볼 때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쉽게 실천에 옮기기에는 여전히 망설임이 앞섰고

형제가 있는 친구네 집의 이층침대를 너무 부러워하는 딸에게는

그냥 혼자서 아래 위층 번갈아 자며 놀게 사주고 말까? 하는 식의

철없는 생각만 하는 우리 부부였다.


imageT01.gif

한국어 제목으로는 <순이와 어린 동생>이란
이 그림책을 좋아하던 딸아이는
"나도 동생한테 신발 신겨주고 싶어."
"아기 기저귀 내가 갈아줄래." ...
하며 조르기를 하루에도 열두번, 그래도 별 반응이 없는 엄마아빠에게 툭 하면
짜증을 내거나 남편과 내가 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기만 해도 엄청 질투를 하거나
심할 땐 서럽게 울기까지 했다.
집에서 함께 놀던 친구네가, 엄마는 잠든 어린 동생을 안고
그 친구는 동생의 작고작은 신발을 들고 돌아가는 뒷모습을,
딸아이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장면을 보듯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모른척'으로 일관하기에는 아이의 '혼자 크는 외로움'의 골이 너무 깊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겨우 힘든 육아에서 조금 놓여나 여유를 찾은 듯 한데, 다시 시작하려니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 생긴다 해도 태어날 때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첫째와 나이 차가 너무 생기게 되면,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우리는 또 우리대로 힘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렇다. 시간여유가 없다.
만에 하나라도 낳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그렇게 둘째낳기를 계획한 첫달, 그 달에 덜컥! 임신이 되었다.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고, 주변에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얼마나 많은데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임신5주째부터 시작된 입덧 때문에 나는 다시 힘들어지기 시작했지만
산부인과에서 임신 확인을 하고 돌아온 날, 딸아이는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마 배를 만지며  "아기 들어왔대??"  하며 희망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뭔가 늘 숙제를 덜 끝낸 기분이 들던 우리 세 식구는
그렇게 네 식구가 되었다.


IMG_3540.JPG

여자 동생이길 바랬던 딸의 바램과는 달리, 남자 아이가 태어났지만
그래도 둘은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하게, 무엇보다 외롭지 않게, 함께 자라고 있다.
딸보다 몇 배는 더 키우기 힘든 아들이었지만 키우면서 또 다른 재미와 보람이 있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면서도 평생 해보지 않은 많은 것들을 경험했지만
둘을 키우면서는 그것의 몇 배는 더 많은 것들을 겪고 배우는 중이다.

유명한 일본 그림책 작가가  "이야기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는 말을 했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내 삶의 이야기들이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억지로 노력하거나 삶을 꾸미지 않아도 저절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된다.


DSCN2403.JPG


이 녀석을 못 만났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누나의 집요한 물음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 부부는 하나만 키우며 지금까지 왔을 것 같다.

그랬다면, 지난 5년 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가정 안에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큰 일도 이뤄내지 못했을 거다.


새해에 둘째의 탄생을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면

첫 아이와 가지는 셋만의 마지막 시간들을 최대한 즐겼으면 한다.

그리고 둘째가 막 태어났거나 아직 어려 험난한 육아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분들께는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좀 더 용기를 내, 좀 더 실험적인 삶을 살아보길 권한다.

그런 시간과 경험들이 삶의 지혜와 내공으로 남게 될 테니까.


둘째에 대한 고민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갖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힘든 가정도 많으니

솔직히 쉽게 얘기 꺼내기가 힘들다.

나 역시, 낯선 외국에서 큰아이를 6년까지 키우면서

외동 아이들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나 편견을 부모로서 견디는 게 힘들 때도 많았고,

틈만 나면 주위로부터 둘째 안 낳느냐는 말에 참 많이도 시달렸다.


혹시 아이 하나를 키우며, 하나라서 더 잘 키워야한다는 게 부담스럽거나

아이와 엄마 둘 다 서로에게만 너무 집중해서 힘들다면,

조심스럽게 둘째낳기를 권해보고 싶다.

하나에게만 집중되는 관심과 걱정이 둘로 분산되면서, 그동안 껴안고 있던 많은 고민들이

순식간에 해결된다. 물론, 하나일 때는 몰랐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둘 일때가 부모로서는 훨씬 부담이 적어지는 것 같다.

또, 둘째 육아를 통해 알게 된 사람과 세상의 범위도 훨씬 넓어졌으니 얻은 것도 많고.


하나와 둘 사이에서 Go할까, Stop할까.

인생 뭐 별 거 있나?!

어느 정도 가질 마음이 있다면, 일단 아기들을 만나러 다녀라.

이쁜 아가들, 젖냄새 물씬 풍기는 오동통한 아가들, 보는 것만으로도 모성애 수치가

급상승하는 그런 아가들을 만나고 안아보라. 그것이 둘째가 생기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내가 둘째를 낳고 삼칠일이 지났을 때, 우리집에 아기를 보러온 친구 중에

둘이나 임신을 했다. 그것도 2,3개월 채 지나지도 않아서!

그만큼 갓난아기가 어른들에게 주는 에너지는 강한 것 같다.


첫아이도 이렇게 이쁜데 둘째는 또 얼마나 이쁠까, 날마다 상상하라.

배불러 낳기 전까지도 돈문제, 집문제, 교육문제 등등 오만 걱정 다 하게 되지만, 

낳아보면 안다. 첫째 때보다 몇 배로 더 물고 빨고 핥고 ..^^ 하게 된다는 것을.

첫째와 터울이 질수록 둘째의 존재는 더 특별하게 와 닿는다.


아이 둘이 머리 맞대고 앉아 맛나는 걸 먹을 때, 뭔가를 만들며 함께 노는 모습을 볼 때

남편과 나는 두 아이 서로에게 정말 다행이라며, 그동안 고생했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둘째낳기를 고민할 때, 육아와 가사분담 문제로 남편과 더 싸우게 되지 않을까,

그 지겨운 일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것도 크게 두려웠다.

예상대로 첫째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엄청 싸우며

시도때도 없이 우리는 결혼생활의 위기와 절망 앞에 내동댕이쳐지곤 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싶지 않을만큼 힘든 시간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

둘째가 그만큼 자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네 식구 모두가 힘든 터널을 지나면서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추억과 경험의

보따리가 그만큼 많이 쌓였고 그것들이 사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어차피 낳을 거 1,2년이라도 젊을 때 낳아키웠으면, 우리도 좀 덜 힘들고 첫째에게도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든다.


둘째를 지난 5년 가까이 키우는 시간은 내 젊음과 건강도 조금은 잃게 했다.

그런데 싫지가 않다.

보고있으면 신기하고 이쁘다.

이건 여전히 풀 수 없는 육아의 미스테리다.

그렇게 망설였던 게 거짓말처럼, 요즘 부쩍 두 아이의 아기 때 사진을 꺼내보며

셋째를 낳으면 어떤 얼굴일까? 하며 궁금해지는데

이걸 어쩐다 ..


아! 5년만 젊었어도..^^



[12월 23일 새 그림책] 레오의 특별한 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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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특별한 꿈

자기 꿈을 머리에 달고 사는 ‘꿈마을’, 꿈에 따라 다른 모양인 형형색색 ‘델’이 등장하는 판타지 그림책이다. 자신에게만 ‘델’이 없어 슬픔에 빠져 있던 레오가 소원을 들어 준다는 ‘마법의 숲’을 찾아가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일러스트레이터 정소현씨의 첫 그림책이다. 4살부터.


20131223_4.JPG 정소현 그림/노란상상·1만2000원.


바닷물고기 도감

1803년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와 1814년에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의 성과를 이어받아 바닷물고기의 생태 이야기를 담은 방대한 분량의 도감이 나왔다. 화가 조광현씨가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들을 관찰해 생생히 그려낸 세밀화가 인상적이다. 초등 1학년부터.


20131223_5.JPG 명정구 글/보리·8만원.


아빠 딸은 어려워

환경운동가인 아빠를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라 여기며 존경하던 딸과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길로 이끌려는 아빠의 갈등을 담은 동화다. 갑자기 ‘아빠 노릇’을 하겠다는 아빠와 함께해보니 독후감 하나 쓰는 일에도 마찰이 빚어진다. 초등 3학년부터.


20131223_6.JPG 신여랑 글, 오승민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지구 이야기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의 지은이 이지유씨가 45억년 전 불바다, 물바다로부터 지구가 탄생한 순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천문학, 지질학, 지구물리학, 생물학 등을 망라해 지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초등 3학년부터.


20131223_7.JPG 이지유/창비·1만2000원.

책 읽으며 다른 삶 꿈꾸는 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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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처음 가진 열쇠20131223_한미화.JPG» 한미화
황선미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2007)

어떤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쓴 책을 통해 ‘나만의 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마 ‘내가 만들어낸 그’와 ‘진짜 그’는 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책을 쓴 것은 작가지만 읽는 순간은 독자 것이니까. 황선미의 동화를 따라 읽은 사람이라면 그가 어린 시절 가난하고 힘든 시절을 겪었다는 걸 잘 알 테다. <내 푸른 자전거>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푸른 개 장발> <처음 가진 열쇠> 등은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인데, 그중에서도 나는 <처음 가진 열쇠>를 좋아한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명자 때문이다. 자의식이 강한 만큼 열등감도 크지만, 책을 읽으며 다른 삶을 꿈꿀 줄 아는 아이다.

초등학교 4학년 명자는 가난한 집 큰딸로 시장에서 일하는 엄마 대신 학교가 끝나면 장작을 때서 밥도 하고 집 안도 치워놓아야 한다. 하지만 명자는 늘 꿈을 꾼다. 명자 같은 촌스런 이름 말고 ‘명지’라고 사람들이 불러주었으면, 예쁜 새 옷을 입거나 책상과 옷장이 있는 방이 생겼으면 하는 상상 말이다. 그러던 명자는 선생님 심부름을 갔다가 1학년 3반 교실을 발견한다. 책장으로 가득한 1학년 3반 교실에 홀린 듯 들어가 교과서와는 다른 책들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다. 글씨를 훑어 먹듯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교실은 텅 비어 있고 날은 저물어 있다. 엄마가 집에 늦게 왔다고 등짝을 후려칠 걸 뻔히 알아도 1학년 3반에 가는 걸 멈출 수 없다. 이런 명자에게 1학년 3반 선생님은 일찍 와서 교실 문을 따놓고 저녁때는 애들이 보던 책을 정리하고 문을 잠그고 가달라며 교실 열쇠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동화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이다. 마치 ‘응답하라 1970’이라도 되듯 그 시대의 학교 모습이 명자를 통해 복원된다. 부모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만한 풍경들이다. 그때 반장은 늘 공부 잘하는 아이가 하고, 반장이 되면 교실 커튼이나 물주전자를 사야 했다. 그래서 가난한 집 아이들은 공부는 잘해도 1등은 하면 안 되던 시절이었다. 또 학교 도서관이 따로 없고 책장 몇 개가 있는 교실이 도서관 노릇을 했다. 이나마도 늘 열쇠가 채워져 있는 날이 많았다. 지금처럼 책이 흔하지도 않고, 독서교육도 없었는데 명자는 스스로 도서관을 발견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누군가 이 세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용기를 내어 살아갈 수 있다. 명자에게는 잘 알지도 못하며 열쇠를 맡기려 한 1학년 3반 선생님이, 1학년 3반을 통해 만난 책이 그런 구실을 했다. 작가 황선미는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느 골목에서 지치고 슬픈 가슴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차마 이루지 못한 소망 때문에 비루한 삶을 혐오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문학을 알고 나면 혼자 있어도 더는 외롭지 않은 법이다.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다 해도 책을 통해 삶을 찾아갈 수도 있다. 강남 8학군보다 소외된 지역의 독서교육이 더 절실한 이유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초등 2학년 부모도 육아휴직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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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자녀 만 6→8살로 확대
여야 합의 국회 환노위 통과
‘다둥이’ 산휴 120일로 늘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자녀의 나이를 만 8살 이하로 올리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존 만 6살 이하 자녀들을 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육아휴직 신청 기준을 ‘만 8살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향후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둔 직장인 부모들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워킹맘’들의 경력 단절 방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은 상임위에서 여야의 이견 없이 통과돼 본회의 통과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환노위는 쌍둥이 등 이른바 다둥이를 낳은 여성의 출산휴가를 현재 90일에서 120일까지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와 연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통과시켜, 다둥이 출산 후 휴가 급여 지급기간을 우선지원대상 기업은 현행 90일에서 120일로, 그 외 대규모 기업은 30일에서 45일로 늘려 육아 부담을 완화하도록 했다.

이밖에 환노위는 사전고용영향평가를 확대 도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과 구직서류반환법 제정안도 통과시켜 법사위로 보냈다.

이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과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제) 확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원을 부당노동행위에서 빼는 안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여야의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의 인력난 등을 고려해 내년 2월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산타할배 떠난 자리, 꽃할배들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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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는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꼬마 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을 내놨다. 특히 <저스틴>(왼쪽사진)에서 더빙을 맡은 ‘꽃할배 4인방’과 <썬더와 마법저택>의 ‘컬투’가 벌이는 목소리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씨제이엔터테인먼트, 영화사 스마일이엔티 제공

[한겨레 문화‘랑’] 성탄절 대목의 애니메이션들

크리스마스 시즌 극장가는 커플 아니면 ‘꼬마 관객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앙증맞은 반려동물부터 용감무쌍한 친구들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가족관객들을 겨냥한 전체관람가의 애니메이션들이 쏟아진다. 아이와 뭘 보나 고심하는 당신을 위한 가이드

199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보고서에는 “한국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 개봉 2~3주 전이나 1~2주 뒤 개봉해야 흥행에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국내 경제연구소가 ‘한국 영화 시장이 외화에 잠식당하지 않는 전략’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할리우드의 영향력이 컸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꼭 10년 뒤, 한국 영화는 관객 점유율과 매출액에서 외화를 넘었고, 이후 점유율 1위를 한번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가 맥을 못 추는 부분이 ‘전체관람가’ 영화다. 19일 현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국내 전체관람가 시장에서 외화가 거둔 성적이 1366만명(매출액 978억3683만원)이다. 한국 영화는 외화의 9분의 1 수준인 164만명(매출액 117억4771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도 한국 영화는 어린이 영화를 한편도 내놓지 못했다. 아쉽지만 국내 어린이 관객들은 올해도 ‘한국형 어린이 영화’ 대신 할리우드 영화들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야 할 것 같다.


연말 어린이영화 할리우드 일색 
꽃할배 4인방, 애니 더빙 총출동 
컬투는 ‘2인 6역’ 목소리연기 나서 
산타 영화는 ‘세이빙 산타’가 유일

할리우드는 최대 대목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애니메이션을 앞세워 대대적인 ‘전체관람가’ 시장 공략에 나선다. 크리스마스라면 빠질 수 없는 산타클로스 주연의 영화뿐 아니라 할리우드식 성장 애니메이션, 7000만년 전 공룡 시대를 다큐멘터리와 다름없이 재현한 공룡 영화까지 실로 다양한 영화들이 올해 찾아온다. 19일부터 줄줄이 개봉하기 시작한 올해 가족용 영화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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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빙 산타

꽃할배 vs 컬투 ‘더빙 전쟁’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목소리 연기 경쟁’이다. ‘꽃할배 4인방’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이 마이크를 잡은 애니메이션 <저스틴>(31일 개봉)은 단연 볼거리다. ‘시키는 대로 왕국’에서 용감한 기사가 되려는 저스틴이 ‘기사 아카데미’에서 만난 세명의 사부와 한명의 마법사를 만나 진정한 기사로 거듭나 왕국을 빼앗으려는 무리를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꽃할배들은 각각 검술의 대가 ‘순블루처’(이순재), 미소천사 발명기사 ‘구야울리오’(신구), 낭만파 지혜의 기사 ‘레그녕티르’(박근형), 예측불허의 엉뚱한 마법사 ‘멜섭이데스’(백일섭) 역을 맡았다. 단호하면서도 사려깊은 검객을 맡은 이순재와 다정함과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 신구, 큰 키에 무심한 듯 따뜻한 박근형 등이 영화의 등장인물과 쏙 빼닮아 웃음을 자아낸다. 백일섭은 까다로운 다중인격의 마법사 역으로 “경로를 재탐색합니다잉~” 같은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낸다. 번역 과정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등장인물의 이름마저 ‘꽃할배 4인방’을 연상시켜 모처럼 더빙 영화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를 맛보게 한다. 이순재가 영화 <업>(2009)에서 더빙 연기를 한 것을 빼면 다른 ‘꽃할배들’은 모두 생애 첫 영화 더빙인데도 열연을 펼친다.

목소리 연기자 섭외 1순위들인 개그맨들은 어떨까? ‘컬투’ 정찬우와 김태균은 <썬더와 마법저택>(24일 개봉)에서 ‘2인 6역’에 나선다. 전문 성우 못지않은 ‘천의 목소리’로 알려진 이들은 정찬우가 여성스러운 사진작가 ‘임스’와 허당 치와와 ‘키키’, 수컷 비둘기 ‘카를로’를 맡았고, 김태균은 심술쟁이 토끼 ‘잭’, 풍만한 여인 ‘라산드라’, 암컷 비둘기 ‘카를라’ 등 서로 다른 캐릭터 세개씩을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앞서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두명인데 두명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영화 <세이빙 산타>에서는 개그맨 신동엽이 2006년 <헷지> 이후 7년 만에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에 나서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수호, 여성그룹 ‘에이핑크’ 정은지와 호흡을 맞춘다.

산타는 어디 가고, 공룡이 왔지?

크리스마스용 영화라면 산타클로스인데, 올해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영화가 <세이빙 산타>(19일 개봉) 단 한편뿐이다. <세이빙 산타>의 각본과 프로듀서를 맡은 토니 노티지는 “많은 아이들이 9~10살이 되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 다시 아이들이 이 기적을 믿게 하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산타의 아홉번째 사슴 ‘루돌프’의 외양간 청소를 하면서도 산타클로스를 돕는 자부심을 지닌 요정 ‘버나드’가 악당들한테 납치된 산타 구출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특별히 영화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하룻밤새 전세계 어린이들한테 일일이 선물을 나눠줄 수 있었던 ‘특별한 비밀’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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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번 마주할 수 없는 하얀 수염 달린 할아버지보다 요즘 아이들한테 더 인기를 끄는 것은 동물들이다. <썬더와 마법저택>은 어린 관객들을 유혹하는 각종 앙증맞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영화는 세계적 마술사 로런스의 집에 ‘굴러들어온’ 고양이 ‘썬더’가 로런스의 저택을 뺏으려는 조카 대니얼의 음모를 물리치기 위해 집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동물들과 의기투합한다는 내용이다. 고양이 썬더를 비롯해 애증의 관계인 토끼 ‘잭’ 생쥐 ‘매기’ 외에도 치와와, 비둘기도 등장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아이들을 위해 어른 관객들마저 감탄할 영상 기술을 적용한 영화도 있다. 19일 개봉한 <다이노소어 어드벤처 3D>다. 파키리노사우루스 무리의 어린 공룡 ‘파치’(목소리 이광수)가 흉악한 포식자 고르고사우루스한테 아버지를 잃은 뒤,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는 성장기를 다뤘다.

영화 전체를 실제 자연에서 배경을 찍고, 그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룡들을 덧입히는 방법으로 7000만년 전 후기 백악기 시절 대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영국 <비비시>(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원작으로 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공룡의 생김새와 생태계를 하나하나 고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의 검증을 통해 구현했다고 한다. 특히 파치 일행이 들어간 산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나는 장면은 존 브룩스 촬영감독의 “난롯불에 있는 부피감과 3차원적인 특징을 산불 장면에 그대로 구현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다.

이밖에도 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카>의 등장인물들을 비행기로 변신시킨 ‘스핀오프’(한 영화의 등장인물이 다른 배경의 영화에 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 영화 <비행기>와 모처럼 국내에서 개봉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다락방의 토이스토리>도 19일 개봉했다. <다락방…>은 제빵사 인형 ‘버터컵’이 악의 무리한테 납치되자 친구인 꼭두각시 인형 ‘핸섬 경’과 진흙인형 ‘로랑’ 등이 버터컵을 구하고 세계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20일)

바느질 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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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방학을 하루 앞둔 날, 필규는 가방 가득 1년 동안 생활했던 짐들을

챙겨 집으로 왔다.

배웠던 책이며 만들었던 것들이 가방에 수북했다. 이것 저것 들여다보며

1년동안 이런걸 했구나.. 끄덕이고 있는데 갑자기 반짇고리를 찾는다.

학교에서 만들다 완성하지 못한 마스크를 마저 하겠단다.

유기농 면을 오려서 양쪽에 고무밴드를 연결해서 꿰매서 완성하는 마스크였다.

바늘땀이 엉성하긴 했지만 필규는 아랑곳 않고 뚝딱 뚝딱 꿰매더니 금방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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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구석엔 제 이름도 새겨 넣었다.

입에 대고 해 보니 제법 제 얼굴 모양에 맞는 마스크가 되었다.

오빠가 바느질 하는 모습을 보던 윤정이가 '이것도 좀 꿰매줄래?'하더니 오래전에 샀다가

가운데가 찢어져 구석에 처 박아 두었던 목배게를 가지고 왔다. 필규는 다시 바늘에 두꺼운 실을

꿰어 바느질을 시작했다.

얼기설기 감치는 것이었지만 튼튼하게 고쳐 놓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대견했다.

윤정이 것을 먼저 고쳐주고, 다음에 제 것도 찾아내어 단단하게 다시 꿰매 놓았다.

윤정이는 오빠가 바느질 잘 한다며 가까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필규와 윤정.jpg

 

필규가 다니는 대안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바느질과 코바늘 뜨기, 대바늘 뜨기 같은

것을 모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학교에 가 보면 아이들이 둘 셋씩 모여 바느질을 하거나 뜨게질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여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거라고 여기지만 남자아이들도 이 수업을

아주 좋아하고 또 퍽 잘 해낸다. 고학년 남자 아이들은 머플러나 장갑, 컵 받침 같은

것들을 척척 떠 낸다. 수업에 쓰이는 자잘한 소품들도 직접 바느질 해서 만들어 낸다.

시험에 나오는 공식을 외우는 일 보다, 당장 내 일상에 쓰이는 생활 기술들을

가르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대안교육이다.

그래서 바느질과 뜨게질, 간단한 목공 같은 것들을 모든 아이들이 배우게 된다.

 

필규도 3학년으로 편입하자마자 바느질을 배웠다.

처음엔 커다란 부직포로 실습을 하더니 금방 옷감으로 간단한 소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은 주머니나 손수건 같은 것들을 만들어 와서 내게

선물하기도 했다.

바느질이나 뜨게질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 이란 편견이 교육과정 안에

없다보니 누구나 다 배우고 익히는 기술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오히려 여자아이들보다 더 좋아하고 솜씨도 좋은 남자 아이들도 많았다.

일상속에서 이 일은 남자가 하는 것, 혹은 이건 여자가 하는 것이란

구분이 우리에겐 분명 있다.

요리하는 남자가 늘고 집안일에도 남녀 구분이 없어진다고 얘기하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칠때는 우리도 모르게 이런 구분들 안에서

아이들을 대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바느질을 좋아하고 뜨게질에 소질이 있는 아들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가 없다. 그런 일은 사소하게 여기고 시험을 잘 보고

성적을 더 잘 받는 일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이렇게 큰 아들들은 좋은 기업에 취직해 원룸을 얻어 독립을 해도

외이셔츠 단추 하나 제 손으로 달 줄 몰라 세탁소에 맡기는 일이 일어난다.

엄마가 없으면 스스로 밥을 차려 먹을 줄 알고, 제가 먹은 그릇은 씻어 놓도록

가르치는 것, 떨어진 단추나 구멍난 양말 정도는 스스로 바느질해서 해결하는

능력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대안학교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필규는 바느질을 좋아하게 되었다.

천을 오려서 성탄절 장식품을 만드는 일도 돕고 간단하게 찢어지거나 구멍난

옷들은 저 혼자 고쳐서 입고 다닐 줄 알게 되었다.

요즘엔 뜨게질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쁜 털실을 사 달라고 졸라댄다.

겨울 방학엔 뜨게질을 하면서 보내겠단다.

덕분에 오랜만에 어느 구석에 모셔 두었던 대바늘들을 찾아냈다.

나도 한때 머플러를 뜨고 모자를 뜨던 젊은 날이 있었구나..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그래... 겨울이면 내 엄마도 당신의 낡은 스웨터를 풀러 우리들 신을 덧신과

머플러를 떠 주셨지.

 

올 겨울 방학은 아들과 함께 뜨게질을 하며 보내기로 했다.

윤정이도 이룸이도 다 하고 싶다고 야단이니 세 아이들과 둘러앉아

서로 서로 일러주고 가르쳐주며 뜨게질 하는 풍경이 나올 듯 하다.

그러다 출출하면 아들보고 라면도 끓이라고 하고 계란 후라이도

해 달라고 해야지.

이제 구구단을 완벽하게 외운것이 큰 자랑인 열한 살 아들이 부끄럽지 않다.

바느질 하고 뜨게질 하며 열 두살을 맞는 모습도 이쁘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제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해 내는 것들을 배워가고 있으니 그보다 소중한 배움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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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꿰매놓은 목배게를 오래 오래 바라보고 있는 겨울 아침이다.

 

이야기 들려줄 때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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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들려주기 5] 이야기 들려줄 때 사투리를 쓰는 경우
 
 131224_사투리2.JPG» 한겨레 자료.

 
사투리 문제와 연관해서, 만약 지방 출신으로 말하는데 악센트가 있으면 이야기할 때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질문도 자주 받는 것인데,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자신의 지역에서 이야기할 때는 조금도 신경 쓰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이야기할 때는 억양의 차이 때문에 아이들이 약간의 혼동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투리의 경우처럼 말 그 자체가 다르거나 표현법이 특수한 것과는 달리 텍스트가 표준어로 쓰여 있는 경우엔 아무리 억양이 다르더라도 그렇게 큰 오해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새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가 많이 보급되어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무리없이 표준어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어디에 가더라도 어느 정도 표준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족이나 친한 고향 분들과 이야기할 때의 언어뿐 아니라, 모르는 분이나 다른 곳에서 오신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말할 때 신경을 쓴다면 이것이 크게 거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이야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 혹은 필요에 따라 라디오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에는 별도의 훈련을 받으셔야겠지요. 그러나 보통 학교나 가정에서 편하게 이야기하실 때는 여러분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억양에 있어서 이야기를 못 하겠다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만, 그렇다면 그 분은 전혀 아이들과 이야기를 안 하는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약간의 억양은 오히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나중에 풋풋하게 추억할 것입니다.

물론 좋은 기회나 좋은 선생님이 계셔서 표준어를 구사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그렇게 해주십시오. 또, 음성이 지원되는 사전을 근처에 놓고 부정확한 부분을 찾아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너무 신경 써서 그것에 사로잡혀 막상 중요한 이야기의 이미지가 붕 떠버리거나, 위축되어 오히려 입안에서 궁시렁거리듯이 불명확한 발음을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말투에 억양이 있는 것을 결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또박또박 말하여 그것을 보완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이 글은 일본 기독교 보육 연맹에서 발행한 잡지 《기독교 보육》에 1974년 4월부터 1975년 3월까지 연재된 것입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회보 2006년 8월호, 9월호, 10월호에 연재되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환경성 질환’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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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
폐질환 땐 사업자 배상 책임
정부, 피해자 지원 뒤 구상권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성 질환’으로 공식 지정된다.

환경부는 23일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화학물질로 인한 폐질환’을 환경성 질환의 종류에 추가하는 내용의 환경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시행규칙 개정은 관련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업계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환경보건법상 심의기구인 환경보건위원회가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하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지난해 말에도 한차례 논의됐으나 환경보건위원회가 환경성 질환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무산된 바 있다.

환경보건법은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환경 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질환을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 사업자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질환의 유해인자가 특정된 환경성 질환이 지정된 것은 ‘석면으로 인한 폐질환’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다른 환경성 질환들은 ‘수질오염 물질로 인한 질환’ ‘대기오염 물질과 관련된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 ‘환경오염 사고로 인한 건강장해’ 등 포괄적으로 지정돼 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의료비 등을 정부 예산으로 신속하게 지원한 뒤 제조·유통 기업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와 별도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의료 지원을 위해 환경보건센터를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업체를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환경부는 정부 예산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중 피해자 대표들과 실무간담회를 열어 구체적인 지원계획을 협의하고, 2월 중 이 계획을 고시할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계 부처와 조율을 거쳤기 때문에 입법예고가 끝나는 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환경성 질환으로 인정되면 피해자들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때 다소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부부 세쌍 중 한쌍 “하루 30분도 대화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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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 35% “TV·스마트폰 때문” 30%


우리나라 부부의 38%는 하루에 30분도 대화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일 때문이라는 응답이 35%에 육박했지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때문이라는 답변도 30% 가까이 나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3일 공개한 ‘5차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부부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에 대한 질문에 ‘30분~1시간’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32.9%로 가장 많았고 ‘10~30분’과 ‘10분 미만’이 각각 29.8%와 8.6%였다. 38.4%의 부부가 하루 30분도 대화하지 않는 셈이다. 지난달 11~16일 전국 기혼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28.7%에 그쳤다.

부부간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로는 △늦은 귀가·주말 근무(34.4%) △텔레비전·컴퓨터·스마트폰 사용(29.9%) △자녀 양육에 따른 부부만의 시간 부족(19.2%) △대화 경험과 기술 부족(10.3%) 등이 꼽혔다. 대화 주제로는 ‘자녀 교육과 건강’(40.0%)이 1순위였고, 28.2%가 ‘기타 가정일’을 의논한다고 답했다. ‘부부 문제’(14.7%), ‘친구·직장생활’(14.2%), ‘사회적 이슈’(1.2%)를 화제로 삼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손준현 기자

육아부담 반영 못하는 육아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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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품목 53개 1.1%↑”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의 2배 수준
통계청은 ‘육아부담 감소’ 발표

아이를 키우는 ‘양육 물가’가 일반 소비자 물가보다 더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육아관련 정책사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KICCE·소장 이영)는 25일 ‘육아물가지수 기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출에 포함된 481개 품목 가운데 영·유아 자녀 양육과 관련된 품목은 분유, 이유식, 종이기저귀 등 상품 9개와 보육시설, 산후조리원 이용료 등 서비스 3개를 포함해 모두 12개다. 올해 만 3~4살까지 육아지원 확대에 따라 이들 12개 품목의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진이 실제 육아에서 비중이 큰 유모차, 카시트, 영양제, 운동학원, 영유아보험 등을 추가한 53개 품목을 선정해 분석한 육아물가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2013년 5월부터 9월까지 전국 도시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는 0.6%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53개 육아품목으로 이뤄진 육아물가지수는 1.10% 상승한 것이다. 53개 육아 품목의 가구당 월평균 지출 총액은 약 90여만원이다.

보고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용의 완만한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품목의 지속적인 가격 상승으로 인해 53개 품목을 고려한 육아물가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통계청의 현행) 소비자물가지수는 실제 영유아를 양육하는 가정에서 체감하는 높은 수준의 양육 물가와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유아 부모 체감조사 결과, 현재 육아 물가가 비싼 편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개별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지출하는 소비재인 분유와 기저귀에 대한 부담이 1회성으로 장만하는 내구재에 대한 부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육아지원 정책에 비용지원과 함께 물가관리 정책을 구체화해 병행해야 한다. 최소한 영유아가 먹고 마시는 육아 필수재에 대해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품목을 제시해 가격 상승 압력으로부터 벗어난 제품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또 하나의 지구’ 국립생태원 27일 문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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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26_국립생태원.JPG» 국립생태원


국내 최대 전시·연구·교육기관
세계 주요 기후대별 전시 눈길

국내 최대 생태 전시·연구·교육기관인 국립생태원이 27일 정부 관계자와 학계 전문가,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서천 현지에서 개원 행사를 한 뒤 문을 연다고 환경부가 25일 밝혔다.

국립생태원(사진)은 금강하구 북쪽 서천 갯벌을 매립해야 하는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의 대안 사업으로 서천군 마서면 송내리 일대 30만여평에 2007년부터 5년간 3200억여원을 들여 조성됐다. 국립생태원은 열대우림·사막·지중해·온대·극지 등 세계 주요 기후대별로 구성된 생태체험관 ‘에코리움’과 홍보관·전망대·영상관을 갖춘 다목적 공간의 방문자센터, 한반도 고유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공간의 한반도숲, 습지생태원, 고산생태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또 하나의 작은 지구’로 불리는 ‘에코리움’에는 각 기후대를 대표하는 식물 4600여종 4만5000여 개체와 동물 240여종 4200여 개체가 전시되고 있다.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은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생태원이 우리나라의 생태 분야 기초를 닦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


(*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26일)

경복궁·창경궁서 정월대보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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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226_경복궁.JPG» <한겨레> 자료사진


내년 2월 중순 야간개방

내년 정월 대보름께 경복궁과 창경궁이 야간 개방을 한다.

문화재청은 대보름인 내년 2월14일을 전후해 경복궁과 창경궁 두 궁궐을 야간 개방한다고 밝혔다. 개방 기간은 창경궁이 2월11~16일, 경복궁이 2월12~17일이다.

겨울철 고궁 야간 개방은 원래 내년 1월로 예정되었는데, 길 표면이 얼어 안전사고 등이 우려되는 한겨울인 점을 고려해 2월로 시기를 늦췄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또한 창경궁 대온실과 춘당지 일대는 화재취약구역이어서 야간 개방에서 제외됐다.

야간 개방 하루 최대 관람인원은 창경궁 1700명(인터넷 1570장, 현장 판매 130장)이며 관람료는 1000원이다. 관람시간은 저녁 7~10시, 입장 마감은 저녁 9시다. 경복궁은 하루 1500명(인터넷 1390장, 현장판매 110장)에 관람료 3000원이며, 관람시간은 저녁 6~9시이고 입장 마감은 저녁 8시다. 입장권 판매는 1인 2장까지 가능하다.

인터넷 예매는 창경궁이 내년 2월6일 오후 2시부터, 경복궁이 2월7일 오후 2시부터 ‘옥션티켓’(ticket.auction.co.kr)에서 시작한다. 문의 경복궁 관리소 (02)3700-3900~1, 창경궁 관리소 (02)2172-0104.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26일자)


[세상 읽기] 영어교육, 진보의 콤플렉스를 깨라 / 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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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이석문이라는 교육의원이 있다. 내가 오륙년 전부터 그를 눈여겨봐온 것은 그가 ‘영어’와 ‘진보’의 함수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해직교사 출신이자 전교조 제주지부장이라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영어교육 원칙에 동의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모아 ‘들엄시민’이라는 대안적 영어교육 모임을 운영했다. 그리고 경쟁과 평가에 매달리지 않는 저비용·고효율 영어교육 방법으로 아이와 부모를 모두 만족시키는 영어교육에 성공하였다. 최근에 이러한 경험담을 담은 <듣고, 즐기고, 소통하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진보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에는 현재의 영어교육 풍토에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째로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워낙 중시되었던 관계로 영어 구사 능력이 일종의 특권으로 구실했다. 둘째로 기업과 대학을 중심으로 과도한 영어 스펙을 요구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셋째로 영어 사교육이 도가 지나친 수준으로 벌어진다. 통계를 보면 사교육 ‘시간’으로 으뜸은 수학이지만, 사교육 ‘비용’으로 으뜸은 영어다.

이러한 반감은 나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은 설령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이 벌어진다 할지라도 영어교육 수요가 그리 줄어들지 않을 상황이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는 재벌 대기업에 몰려 있는데 이들은 주로 수출로 먹고산다. 자연히 영어 구사 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를 기준으로 봐도,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 70%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3년 연속 100%를 넘고 있다.(국내총생산 대비 수출·수입 총액 비율) 흔히들 영어교육 수요를 제어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일본을 언급하는데, 참고로 언급하자면 일본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겨우 25%다.

진보가 집권한다 해도 이런 구조적인 특성을 단기에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진정시켜야 하는 당위는 분명하지만, 막연한 미래의 기대에 근거하여 영어 사교육을 줄이라고 학부모에게 요구하는 것 또한 불합리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단순히 지금의 ‘미친’ 영어교육을 저주하는 게 아니라, 영어교육을 ‘두려움과 피로’에서 탈출시킨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이를 확산시키는 일일 것이다.

이석문 교육의원은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흔히 ‘엄마표 영어’에서 활용되는 영상물 보기·듣기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 진보에게 그리 낯선 방법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엄마표 영어의 원조 중 한 사람인 이남수씨(‘솔빛엄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도 참교육학부모회 울산지부장 출신이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을 공교육에서 실현할 수는 없을까? 분명히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공교육으로는 어렵다.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공교육이 ‘평가의 변별력’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본란 6월6일치 ‘박근혜 대통령님, 잘못 알고 계십니다!’에서 지적한 바 있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공교육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만 다루려 한다는 것이다.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당 두세 시간의 학교 수업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결국 학교 밖 영어 노출 시간을 인터넷·모바일 및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진보적 영어교육의 시발점은 바로 여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진보’의 증표가 날카로운 칼날만이 아니라 실용을 감싸는 넉넉함일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


(*한겨레신문 2013년 12월 26일자)

'젖 주는 자'로서의 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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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67일 차

짠 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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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바다에게 젖을 물리면서 말했다.

바다야, 오늘은 젖이 좀 짤 거야. 어제 반찬들이 짰거든.

 요즘 아빠가 반찬 해.”

그러다 장난끼가 발동해 남편한테 말했다.

자기~ 바다가 젖이 짜다는데?”

이후 짧은 대화가 오고 갔다.

바다가?”

.”

죽을래?”

들었지? 그냥 먹자.”

 

 

 

모유 수유 75일 차

'젖 주는 자'로서의 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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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지친다.

땀도 많이 나고 머리카락도 금방 기름이 돌지만

씻고 싶다는 마음이 안 생긴다.

씻는 거고 뭐고 다 귀찮다.

그래도 씻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오로지!

'젖 주는 자'로서의 위생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밥 주는 자'라면 손 씻고 손으로 차려주면 되지만

'젖 주는 자'는 품에 안고 살을 물려야 하니 말이다.

내가 '젖 주는 자'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상상하지 말기로 하자.

 

 


[육아카툰31편] 다섯살 아들과 극장에 처음 가보았더니

대를 잇는 친정 엄마의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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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44165_P_0.JPG» 한겨레 자료사진

‘황혼 육아’에서 주의해야 할 점

전통적인 ‘격대(隔代) 교육’은 조부모가 손자 세대를 위해 인생의 경륜과 지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던 교육방식을 일컫는 표현입니다. 이때 기대되는 교육의 순기능은, 조부모의 생활에서 직접 배우는 예의범절이 우선시됩니다. 

이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황혼 육아’가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이미 신조어로 자리 잡았지만, 이른바 격대 교육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2013년 통계에 의하면, 현대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가 조부모의 ‘희생’으로 아이 키우기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보육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에서 워킹맘들이 이처럼 대부분 친정부모에게, 드물게는 시부모에게 아이 양육을 맡기고 있는 상황(현재 64,5%)입니다. 황혼 육아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1) 

가정에서 육아의 주인공 역할을 맡고 있는 노인층의 심리 상태가 만족 또는 불만족을 떠나서 이들의 현실적 상황은 다양하지만, 대략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타의에 의한 황혼 육아가 가장 많습니다.통계상 60대 노인층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활동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손자 손녀의 양육이라 하지만, 자식을 위한 희생을 각오하며 손주의 양육을 떠맡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약 40% 정도가 양육 방식 때문에 자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보고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정반대의 상황입니다.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가 아니라, (주로) 딸의 전문직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손주 양육을 자처한 경우입니다. 이런 할머니들은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황혼 육아 역시 자식에 대한 뒷받침의 연장으로써 적극적입니다.  

셋째, 초보맘으로서 육아를 기대는 경우입니다.즉, 전업 주부인데도 불구하고, 양육을 혼자 헤쳐 나가지 못하여 친정 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요청하거나 전적으로 의존적인 상황입니다. 딸에 대한 친정엄마의 모성애로 인하여 타의와 자의의 뒤섞임 속에서 황혼 육아가 이루어집니다. 
          
이 처럼 다양한 이유에서 돌봄의 상황이 부모 대신 조부모의 슬하로 이동해 있어도 아이들이 잘 자라는 예가 많습니다. 황혼 육아의 실천에서 누리는 행복감도 있는 반면, 육아의 고단함으로 인해 노인층이 치루는 대가와 우울증도 많습니다. 예컨대 겨우 첫돌을 지난 손주가 예쁘고 귀해서 자꾸 업어주다 보니 버릇이 잘못 들어 잠시 내려놓아도 울어대서 힘들어 합니다. 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만3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의 뒷시중 때문에 잠시도 쉬지 못하여 골병이 들었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양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영유아 현장에서는 주 양육자가 조부모인 경우, 자주 관찰되는 부작용도 상당수 있습니다. 황혼 육아의 보람된 결실을 위해 교육적으로 꼭 주의해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잉보호’를 피하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는 일상 생활 속에서 스스로가 많이 움직일 때 건강한 성장을 이루며 동시에 세상에 대한 배움이 많이 일어납니다. 이를 테면 움직임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뒤집기, 배밀이, 기어가기)인 첫돌 전에는 아이를 업어주고 안아주는 것을 가능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상황으로 아이가 무엇인가 원하는 대상물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 쪽을 향해 열심히 기어갈 때 안쓰러운 마음에서 그것을 아이에게 가까이 가져다주거나 집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힘들여 기어가서 그것을 취할 때 아이의 의지력이 자라나며 또한 자기 확신과 성취감을 얻게 됩니다. 



Q.저는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현장의 어려움을 조언 받고 싶습니다.  지난 학기 9월에 네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들어왔습니다. 연말이 되었는데도 그 중에서 두 아이가 아직도 적응이 어렵습니다. 30개월 희영이와 35개월 상혁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고생입니다. 교사들의 인내심이 거의 한계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두 아이의 공통점은 엄마가 전문직에 있으므로 주 양육자가 외할머니(50대 후반)입니다. 몇 차례의 상담을 통해서 알아낸 것은, 희영이와 상혁이는 집에서 외할머니가 공주님과 왕자님처럼 키웠더군요. 흙을 밟지 않게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그런데 두드러지는 문제 현상들도 두 아이에게 유사합니다. 또래와 비교하여 말이 아주 서툴고 활동량은 대단히 적습니다. 매사에 의존적이며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합니다. 움직이며 노는 것에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바깥 산책을 나가면 더 두드러집니다.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의 문제로 보이는데, 현장에서 두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A. 만3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은 많이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이 건강한 발육을 위해 대단히 중요합니다. 영아기에 움직임이 부족한 아이는 유아기에 들어서 외적 발달 뿐 아니라 내적 발달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컨대 생후 1-2년 동안 이루는 발달로써 직립으로 서기와 걷기는 수없이 도전하고 실패하며 반복을 통해 이루어냅니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의 내면에 의지력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한 움직임을 통한 뇌의 발달은 아이의 언어 촉진을 가져옵니다. 이런 이유에서 보행기나 아이용 운동보조 기구는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 스스로가 움직이는 시간과 기회를 빼앗기 때문입니다. 희영이와 상혁이의 경우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규칙적인 바깥놀이와 산책을 통해 움직임 감각과 균형 감각이 좀 더 발달되면, 나열하신 이상 현상들이 저절로 좋아질 수 있습니다. 등원하지 않는 주말에도 가정에서 가능한 “규칙적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에 따라 실내에서 공굴리기 놀이도 추천합니다.     




   
    

미리 가자, 보르네오 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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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바루, 세나이 공항.

엄마, 근데 우리 비행기 타고 어디 가?
미리 가지.
그러니까 미리 어디를 가냐고?
물루케이브(Mulu caves)를 가기 위해 미리, 미리(Miri)에 가는 거라구.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보르네오섬의 미리 Miri 라는 도시이다. 물루 국립공원에 가기 위해서 여기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미리 가자, 미리 가야지, 미리 가는 거야!
아이들과 비행기를 기다리며 계속 말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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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날씨는 참 드라마틱하다.
오전에 리조트에서 물놀이를 할 때는 완벽하게 파란 하늘,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머릿속으로 그리던 열대의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날씨였는데 짐을 챙겨 공항에 왔더니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우르르르르 쾅, 천둥 번개와 함께 빗줄기가 무섭게 쏟아졌다.
태초의 하늘은 어땠을까? 수천 년, 수만 년, 수억 년 전의 하늘은 어땠을까? 태고의 자연이 보존된 곳, 열대의 에덴이라고 불리는 보르네오의 정글로 떠나려니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그 오래전에도 하늘은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같은데. 오랜 세월 그대로인 것 같지만,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시시각각 변하는 게 바로 ‘하늘’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여전히 한낮의 스콜이 갑작스럽고 당황스럽지만, 나날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현지인들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나 보다. 우리가 창가에 매달려 구름이 몰려오고 사라지는 걸 바라보며 변화무쌍한 하늘에 감탄하고 눈길을 떼지 못하는 동안 그들은 대합실 의자에 무심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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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이는 어쩜 저렇게 탈것에 관심이 많을까?
내가 하늘과 들판을 볼 때 해람이는 유리창에 달라붙어 비행기와 각종 화물을 실어나르는 차들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레고로 공항에서 본 차들을 만들어 보겠노라고.
엄마, 봐, 저 차는 이렇게 생겼어!
엄마, 봐~를 외치며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지만, 하늘에 정신이 팔린 나는 자꾸만 건성으로 대답한다.
해람아, 미안하지만 엄마는 차보다 하늘에 관심이 많단다. 그래서 네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도 네가 말하는 그 차의 특징들이 어느새 하늘로 날아가 버려.
하지만, 네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지는 못해도 네가 탈 것에 열광하는 태도, 그것이 내겐 큰 관심거리이고 네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단다.
창가에 나란히 서 있지만 서로 다른 걸 바라보는 엄마와 아들, 관심거리의 차이.

 

 

 

오후의 햇살이 낮게 드리울 때 미리 공항에 내렸다.
미리(Miri)의 숙소를 미리 알아보지 않아서 물어물어 공항 맞은 편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거주 목적의 마을이 아니라 항공사 등 공항 관련 업무를 보는 사무실들이 있는 곳, 저녁이 되어 사람들이 퇴근하고 나니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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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 식당을 찾지 못해 주차장 한켠에서 트럭을 세워 놓고 국수를 파는 노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차꿰이뜌(Char Kway Teow)는 말레이시아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볶음 납작 쌀국수.
Kway Teow kecil
Kway Teow besar
kecil 과 besar의 차이를 물었는데 영어가 안 통해서 그냥 하나씩 시켰더니 똑같은 국수가 나왔다. 가만보니 하나는 양이 적고 다른 하나는 양이 많다. 아하, 대/소를 구분하는 말이었구나.
kecil?
besar?
손가락으로 가리켜 kecil과 besar 뜻을 배운다.
kecil 은 작다, besar는 크다.
국수를 먹고 있는 발밑으로 들고양이 한마리 찾아든다.
아이들이 남긴 새우를 모아 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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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숙객이 우리가 전부인 텅 빈 게스트하우스 거실에서 책 읽고 그림 그리고 놀다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별 네 개짜리 리조트, 전용 수영장에서 놀던 오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오늘의 하늘만큼이나 큰 변화인 것 같다.
가운데가 푹 꺼진 써금써금한 매트리스에 빈대(bed bug)를 조심하라던 숙소 리뷰를 떠올리며 몸을 누인다. 리조트의 바삭한 침대 시트가 떠오르지만 아쉽지는 않다. 불편하고 부족한 가운데 나아가는 것, 그것이 여행이 아닐까. 그저 하룻밤 머물 수 있음에 고마워하는 겸손한 여행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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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9시 20분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물루 Mulu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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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입구 흔들다리에서 내려다본 나루터
자, 이제 동굴, 정글 탐험 시작!

 

2013년 우리 가족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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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마지막 주말.

우리 네 식구는 새해맞이를 위해 집안 대청소를 했다.

뭐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하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해야지 .. 하면서 벼르기만 하던

곳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니, 정말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이 난다.

청소를 다 마치고는 오랫만에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넷이서 둘러앉아 만두피에 속을 넣으면서 올 한 해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데

2013년 우리 가족 각자에게 줄 상을 한번 정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두 아이에게 어울릴만한 상은 거의 만장일치로 금방 정해졌는데

남편과 나는 서로가 잘한 일보다, 섭섭했던 일들을 먼저 떠올리며 옥신각신 티격태격하다보니

적당한 상을 쉽게 정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식구가 넷밖에 없다는 게 참 아쉽다.

형제가 많은 집이나 대가족이었다면, 이런 가족 시상식이 참 재밌을텐데.

인기투표를 해 보거나 시상과 함께 작은 상품같은 걸 준비해도 즐겁지 않을까.

새해엔 더 노력하고 분발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


아무튼 넷이서 아웅다웅하며 정한, 2013년 우리가족 시상식!! 두둥~


먼저 대상 발표부터! 

대상은 ... 식구들  만장일치로 큰 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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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동생에겐 가장 즐거운 놀이친구가 되어주는 누나이자,
엄마에겐 소소한 집안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 이쁜 물건들을 고를 때, 함께 꺅- 하며
흥분해주는 쇼핑파트너, 아빠에겐 혼자가기 뭐한 곳 -
영화나 뮤지컬을 보러 갈 때, 파스타를 먹으러 갈 때
다정한 데이트 상대가 되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온 가족에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딸은 4학년이었던 올 한 해동안 친구관계, 학교생활, 성적 모든 면에서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큰 성취를 거뒀으니 대상감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 자리를 빌어 수상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보낸다!!^^

다음은 ...  아역상 수상자 ...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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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요녀석의 말과 애교 덕에 우리집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런 탓에 아역상 역시 만장일치로 금방 결정되었지만, 후보에 경쟁자가 없는 바람에 저절로;;
아들.. 축하해!  올해는 하반기 너의 성장이 단연 돋보였단다. 상반기는.. 솔직히 너무 괴로웠어;;
내년엔 오줌싸개 생활 좀 청산하자!!  새해엔 좀 더 분발해줘..^^

그리고, 공로상 .. 수상자는 아빠!!
올해 들어 부쩍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식구들 먹여살리느라 너무 고생했다는.
40이 넘으면서 흰머리가 너무 늘어나, 가끔 출퇴근길 전철에서
순진한 고딩들에게 자리를 양보받기도 한다는 남편;;
공로상과 함께, 음주상(?)도 필요할 거 같은데
피곤한 하루를 너무 술에 의지하며 마무리하시는 경향이 있다는!
새해엔 제발 거실에서 티비와 전기 켜둔 채, 팬티바람으로 자는 것 자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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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마지막으로 엄마인 나는, 과로상?!!
올 초부터 이사에 새집 정리에, 유치원 임원에, 동네 초등부 반장까지 맡아하느라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자잘한 일들 중간중간에 내가 하고싶은 일들까지

짬짬이 하느라 올 한 해는 정말 여유가 없었다.

힘들어도 늘 잘 버텨줬던 몸만 믿고 무리를 하다가, 내 뜻대로 몸이 구체적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게 얼마나 불편하고 두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당분간 병원을 좀 더 다녀야하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도 건강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되었고 식구들의 배려도 좀 더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다행스럽기도 하다.

새해에는 욕심을 좀 더 덜어내고,

이루고 싶은게 있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 수 있었음 좋겠다.

근데.. 일이 보이면 달려들기부터 하는 성미라 잘 지킬 수 있을지..



그 외에도 올 한 해를 빛내준 우리집의 주인공들이 많다.
무엇보다 두 해째 담아본 된장맛이 제자리를 잡은 듯 너무 맛나고 구수하다.
고생해가며 많이 담았더니, 친한 이웃과 벗들에게 퍼주고 나눌만큼이나 되서 참 뿌듯했다.
첨가물 한 방울도 섞지않고, 콩과 소금과 나와 아이들의 노동 그리고 자연의 힘만으로
1년먹을 음식이 만들어졌다 생각하니, 뭔가 신비스러운 삶의 열쇠를 하나 거머쥔 느낌이다.
내년 1월 말에 벌써 생협 친구들과 된장담그는 날까지 받아뒀는데,
내년부터는 된장담기를 주변에 좀 더 알리고 단체로 담으며, 거기서 생기는 수익금을
대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기부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지진으로 집을 잃고 아직도 가설 주택에서 불편한 생활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우리끼리 모여 즐겁게 된장만드는 일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세상과 이어지는,
그런 일과 기회를 더 만들고 싶었던 차에 정말 잘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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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새 된장을 담는 것으로 시작해 많은 일들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5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어떤 1년을 보내게 될까.
내년이 유치원 생활 마지막 1년이 되는 아들은 아직 아기같기만 한데,
내후년에 어찌 학교를 보낼지 벌써 걱정이다.
무엇보다 새해 우리집의 큰 뉴스는, 올해 이사온 주택 지붕에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진과 원전 사고 이후, 남편과 오래 고민하고 의논한 결과,
태양열만으로 우리집 스스로가 전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집에서 필요한 만큼 쓰고
남은 전기는 팔기도 하는 시스템이다.
어른인 우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여러모로 공부와 경험이 많이 될 것 같다.

세상이 너무 어수선하고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며 지혜를 나누고 싶다.
그 지혜로 아이들을 잘 지키고 키울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했으면 좋겠다.
누가 더 옳은지 지적하고 편을 나누기 이전에
아이들이 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판을 벌여보았으면 좋겠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한 그런 이야기들을 새해에도 많이 써보고 싶다.
더욱 새로운 아날로그 육아기,,
2014년에도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떼쓸 때마다 쥐여준 스마트폰에…2살배기 ‘중독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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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1부

① 아이에게 건넨 위험한 장난감

어릴 적 할머니와 자란 27개월 난 보람이(가명)는 돌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직접 쥐고 쓴다. 아빠 전화, 엄마 전화, 할머니 전화의 잠금화면 패턴이 각각 다른데 모두 구분해서 잠금해제 뒤 쓴다. 동영상을 보다가 한편을 다 보면 다음 편을 직접 실행해서 감상한다. 엄마는 보람이가 밥을 먹거나 떼를 쓸 때 30분가량씩 스마트폰을 보여준다. 보람이에게 스마트폰은 일종의 마취제이자 보육도우미다.

5살 원철이(가명)는 스마트폰 중독으로 최근 놀이치료를 받았다. 원철이 엄마 강혜진(가명·32·서울 영등포구)씨는 3살까지 아이를 직접 키우고, 아이가 4살 무렵 직장을 구했다. 4살까지는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최근 어린이집 선생님이 원철이가 친구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화가 왔다. 집에 와서도 원철이가 점점 스마트폰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주지 않으면 밥을 먹지도 않고, 잠자리에서조차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썼다. 엄마가 스마트폰을 뺏으면 울면서 엄마를 물고 할퀴기까지 했다. 강씨는 “일을 나가면서 자꾸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퇴근 뒤 아이가 원하면 스마트폰 게임을 허용했다. 단호하게 제재했어야 했다”며 후회했다.


육아도우미 스마트폰, 그 치명적 유혹

부모가 바쁠 때, 아이 달랠 때 
효과 만점인 ‘마법의 육아도우미’ 
“아이에게 좋지 않단 걸 알면서도 
순간순간 유혹 느껴요”

최초사용 평균연령 2.3살로 ‘뚝’ 
자극적 영상이 젖먹이들 현혹 
안주면 짜증 작동 안되면 ‘쾅쾅’ 
“중독 영유아들 공격 성향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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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에 영유아들이 부모와 함께 노출되면서 보육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스마트폰을 ‘마법의 보육도우미’로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순간순간 항상 유혹을 느껴요.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바쁘고 급한 상황에서 아이를 어딘가에 집중시켜야 할 때 항상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하는 유혹을 느끼죠.” 13개월 남아를 키우는 양아무개(33·서울 강남구)씨의 얘기다.

양육자의 보살핌을 많이 필요로 하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스마트폰은 마법의 강력한 기능의 육아도우미다. 스마트폰에서 소리가 들리고 자극적인 영상이 보이면 울던 아이도 금세 울음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그사이 부모는 빨리 집안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잠시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다. 자동차나 기차, 버스, 비행기 등에서도 아이들은 계속 움직이고 싶어하는데, 부모들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을 조용하게 만들고 가만히 있도록 만든다. 힘들고 지루하고 통제 불가능한 육아 상황이 스마트폰 하나면 뚝딱 해결되는 것이다.

최근 5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이 영유아의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스마트폰 비율은 2012년 기준 63.7%로 전년도의 31.3%에서 1년 동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노출 연령도 갈수록 하향화돼, 스마트폰 사용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2.27살로 조사됐다.

반응이 즉각적인 스마트폰은 인터넷·텔레비전과 마찬가지로 영유아에게 오랜 시간 노출되면 폐해가 심각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너무 이른 나이에 노출되면 영유아의 뇌 발달이 저해되고 성장과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스마트폰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보다는 다양한 이유를 들어 ‘스마트폰 육아’에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2월15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키즈카페 안, 추운 날씨 때문에 실내놀이터를 찾은 부모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아이들이 노는 공간과 앉아서 음식을 먹는 식탁이 놓인 공간으로 구성된 이 놀이터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부모와 아이들은 쉽게 목격됐다. 30개가 넘는 식탁 가운데 다섯곳 정도에서만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머지 식탁의 어른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었다. 일부 아이들은 뛰어놀고 와서 쉬거나 부모와 대화를 하기보다,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유아용 게임을 했다. 소라(가명·4살)와 민준이(가명·6살)도 나란히 앉아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한글 따라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 소아무개(37·서울 영등포구)씨는 “1시간 반 정도 놀다 아이들이 지쳐 보여 교육용 앱을 틀어줬다. 게임이나 동영상은 못 하게 한다. 나이에 맞는 유아용 프로그램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부모들은 대부분 교육적 목적으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다.

5살 아이와 6개월 신생아를 키우는 명아무개(32·서울 성북구)씨는 아예 ‘스마트폰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경우다. 청소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 차 타고 이동할 때,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명씨는 스마트폰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명씨는 “다른 아이들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는데 우리 아이만 안 보여주면 오히려 더 스마트폰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전자파가 걱정되지만 지나친 억제보다는 적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또 아이가 먼저 요구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혼자서 두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들이 다양한 이유로 ‘스마트폰 육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부모들은 ‘스마트폰 육아’의 부작용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세계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아이가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심한 경우 아예 현실 세계보다는 스마트폰에만 관심 갖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등 정서적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28개월 된 리나(가명)의 경우도 그런 예다. 리나는 유난히 엄마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디지털 기기를 좋아하고 다지틸 기기 사용에 익숙한 아빠 조아무개(38·서울 관악구)씨는 아이를 엄마에게서 떼어낼 때 울리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횟수가 점점 늘었다. 조씨는 “두돌이 지났을 무렵 원하는 콘텐츠가 빨리 다운로드되지 않는다고 딸이 스마트폰을 쾅쾅 쳤다. 그런 조급함은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것 같아 이후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정신과 교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영유아의 뇌가 주로 사용하는 직관과 이미지에 의존해 개발됐다. 이는 영유아가 스마트폰에 중독될 위험성이 가장 높은 군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보상 기제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생 후 0~3살 동안은 아이들의 우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140102_스마트폰.JPG»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한 여성이 아기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효 기자우뇌는 사회·정서적 두뇌로서 정서·인지 조절과 같은 비언어적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런 기능들이 발달해야만 다른 사람의 표정과 마음을 읽을 수 있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유아기에 스마트폰 화면처럼 반복적인 자극에 오래 노출되면 우뇌 발달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서울·경기 지역 0~5살 영유아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디어에 중독된 영유아들은 대체적으로 정서·사회성 발달이 지체되고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이정림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은 공감능력이 결여돼 공격적이었고 자아중심적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표현방법도 미숙했고, 전반적으로 발달의 모든 영역에서 지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부모의 잠깐 동안의 편함을 위해 또는 교육적 목적으로 준 스마트폰이 우리 아이들의 오감 발달을 저해하고 있다. 영유아 시기는 그나마 부모들이 미디어 노출에 개입하고 중재할 수 있는 시기다. 부모들이 스마트폰 육아의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양선아 권오성 기자 anmadang@hani.co.kr




부모부터 스마트한 사용법 배우라


아이에 적절 활용 모범 보이고
하루사용 15~20분 안넘게 규제를
눈 맞추고 대화하는 게 더 중요


“부모와 아이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아날로그 환경은 그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디지털은 어디까지나 보완 기능일 뿐이지요. 아이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기 전에 부모들은 내가 아이에게 왜 스마트폰을 보여주는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디어 교육 전문가인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보육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에 대한 미디어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부모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 살 스마트폰 교육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것”이라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부모가 미디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모범을 보이면서 아이에게 미디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그는 도리도리·잼잼(죔죔)과 같은 ‘단동십훈’, 포대기로 업어주기, 모유 수유와 같은 전통 육아 방식은 아이의 감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육아 방식인데, 디지털 시대일수록 이런 아날로그적 육아 방식의 장점을 잘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연 한국상담개발원 중독치유연구소 소장은 어린아이들의 경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15~20분을 넘지 않도록 부모가 통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부모와 함께 소통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정서 발달이나 뇌 발달에 훨씬 좋다”고 말한다. 그는 스마트폰이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많은 부모가 ‘기능 많은 전화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박 소장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쓸 때도 공개된 곳에서 쓰도록 하고, 밥 먹을 때나 잠잘 때, 화장실에서 쓰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신손문 제일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영유아 시기에는 가상 세계보다는 실물 세계를 먼저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의 화면 속 그림을 색칠하게 할 것이 아니라 크레파스를 직접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고,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양선아 기자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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