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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는 자주 보는 3살 이하 아이, 뇌에 ‘깁스’ 두른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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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미디어 영향 놓고
“재앙”-“과민” 진단 엇갈리지만
‘영유아 땐 악영향’엔 한목소리

뇌 성장 위해 다양한 자극 필요한
영유아기에 디지털 영향 계속 땐
의사소통·사회성 발달 해칠 우려

디지털 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적으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논쟁적 주제다. 경계론을 펼치는 쪽에서는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인터넷 세대’가 성인으로 자라나면 예상치 못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에선 이는 디지털이 낯선 어른들의 과민반응이며, 다중수행작업(멀티태스킹)에 능란하고 협력적 사고방식을 지닌 신인류가 등장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만 3살 미만의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아이의 두뇌 발달에 좋지 않을 가능성은 찬반 양쪽 모두 대체로 동의하는 지점이다.

우리의 마음과 지능을 구성하는 뇌의 신경망은 외부 자극에 의해 끊임없이 바뀐다. 이를 ‘신경가소성’이라 말한다. 신경가소성의 기본적인 원칙은 ‘쓰면 발달하고 그러지 않으면 잃는다’(use it or lose it)는 것이다.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회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과 받는 자극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는 게 다양한 연구 결과로 뒷받침되고 있다. 영국 런던대학(UCL)의 엘리너 매과이어 박사는 런던 시내의 복잡한 도로를 누비는 택시 운전사의 뇌를 조사한 결과 기억과 연관되는 ‘해마’라는 부위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험과 학습에 따라 회로가 변화하고 나아가 특정 부위의 물리적 부피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그런데 영유아 시기는 발달 과정상 어느 때보다 이런 신경회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는 시기다. 김붕년 서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성인기에 비해 아동기의 뇌 신경가소성이 훨씬 강하고 유연하다. 이때 어떤 자극이 부족하면 나중에는 회복할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 성장의 시기에 특정 자극에만 강하게 노출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말이다. 이홍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영유아 시기는 (뇌신경의) 연결고리들 가운데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고리들을 제거하는 ‘가지치기’ 작업이 활발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가 이 시기에 편중된 자극의 경험을 아이에게 유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한덕현 중앙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해로울 수 있다.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 시기인데 한 가지 자극만 과도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 모니터, 텔레비전(TV) 등 스크린 미디어는 아이들의 흥미를 쉽게 끄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빠르게 전환하는 화면과 그에 따르는 소리, 그리고 손가락 터치(접촉)를 통해 쉽게 동작하는 방식 등이 그러하다.

디지털 미디어가 영유아에게 미칠 영향의 위험은 우선 보는 방식 자체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대개 아이는 화면을 볼 때 가만히 앉아서 눈을 화면에 고정시킨다. 이런 방식은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소아청소년과)은 “우리는 일반적으로 무엇을 볼 때 눈 근육들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사물을 세밀히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화면은 두 눈을 한 지점에 고정시켜 눈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는 몸 전체의 근육으로 전달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눈과 근육 등에서 전달되는 다양한 감각들이 뇌로 들어오면서 얻게 되는 감각의 통합적인 수용을 막게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를 “마치 몸 전체가 깁스로 고정된 모습과도 같다”고 빗대어 설명했다. 동시에 화면 앞에 앉아 오래 움직이지 않다 보면 무기력증 등으로 인해 의지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내용은 어린아이가 받아들이기에 부담되거나 자극적일 수 있다. 화면의 정보들은 아이의 수용 능력을 넘어선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이는 조각들만 받아들이게 되고 보는 화면과 듣는 말들 사이에서 연관성을 끄집어내기 힘들다. 김 원장은 “이에 뇌는 단편적이고 연상적인 사고 처리를 위해서만 활성화되며 이는 아직 발달중인 뇌의 미세신경회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은 아이의 정서에 해를 끼친다.

유아기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향후 아이가 자라면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인지·정서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 사이의 관계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서로 상승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미국 시애틀의 ‘어린이병원과 지역의료센터’는 2009년 2살 이전에 아이가 하루 한 시간씩 텔레비전을 볼 때마다, 7살 때 주의력 장애를 보일 확률이 10%씩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영훈 원장은 “돌 이전부터 하루 2시간 이상씩 디지털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점점 중독이 되고, 의사소통 및 사회성 발달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디지털 자극 습득이 쌍방향의 의사소통 시간을 빼앗으면서 언어 발달에 장애를 가져오거나 사회성 학습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접촉이 무조건 해롭다는 식의 일방적인 접근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한덕현 교수는 “디지털뿐만 아니라 어떤 행동도 과하면 자라나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단백질이 필요하다고 비타민·탄수화물 없이 단백질만 먹여선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특정 활동이 아니라 ‘편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붕년 교수는 “스마트폰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문제는 편중되고곡된 활용”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전문가 “스마트폰에 나이별 주의 문구를 
데이터·시간제한 설정 기능도 만들어야



영유아 때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접촉이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은 우리 세대가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문제다. 축적된 연구나 타당성이 입증된 조사방법이 없다. 그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경고문구 도입을 비롯한 정부와 제조업체 등의 책임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은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기술수용적 사회문화 특성상, 이 문제에 관한 세계적 ‘임상실험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세계 1위다.

그만큼 가정에서 영유아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시기도 이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지난 4월 조사를 보면 영아(0~2살)의 최초 스마트폰 사용 시기는 평균 0.84살로 유아(3~5살)의 2.86살에 비해 크게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에 발맞춰 아기들도 일찌감치 스마트 기기를 접하고 있는 셈이다.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강지원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제조업체의 책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강 변호사는 “제품이 나오면 만든 사람이 사용설명서를 첨부하는 것이 당연하다. 스마트폰 역시 ‘0~3살 아이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등 주의 문구를 넣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19살 이상 관람가’ 등 연령 구분이 있는 것처럼 스마트 미디어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괄규제보다 사용자와 공급자의 자율적 선택을 유도하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덕현 중앙대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괄제한보다 부모가 책임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호자가 데이터나 시간 제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통신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고 알리는 방법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1일자


아이가 밥을 안먹어 스마트폰 주고 먹이려 하는데… 함께 요리하고 맛보며 먹는 즐거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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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밥을 안먹어 스마트폰 주고 먹이려 하는데… 
함께 요리하고 맛보며 먹는 즐거움 주세요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어떤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고 물어봤을 때 가장 흔한 대답 중 하나가 밥을 먹일 때였다. 대개의 경우 이유식이든 밥이든 아이들에게 균형 갖춘 식사를 먹이는 것은 부모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밥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으려 하는 아이, 반찬 투정을 하는 아이, 식당에서 떠들거나 울면서 밥을 안 먹는 아이 등등 아이들의 식습관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그 영상에 집중하느라 부모가 떠먹여주는 밥을 잘 받아먹는다. 어떻게든 한 숟가락이라도 아이에게 음식을 더 먹이고 싶어하는 부모들은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부모들의 행위가 나중에 아이가 컸을 때 무분별한 식생활을 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아이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들의 감각은 만 11살까지 발달합니다. 특히 만 3~5살에는 식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 시기죠. 어렸을 때 즐긴 맛과 먹은 것을 평생 좋아하게 돼 있거든요.”

남윤미 슬로푸드연구원 교육팀장은 어렸을 적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밥을 먹게 되면 음식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음식 원재료의 맛과 향도 잘 못 느끼게 되고, 시각적 즐거움도 누릴 수 없다.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이 되고 만다. 이렇게 오감이 배제되는 식생활을 계속하는 아이들은 ‘음식 문맹’이 되고 만다. 무엇이 건강한 먹거리이고, 내 몸에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어른이 돼서도 이런 아이들은 패스트푸드를 즐기고 포만감만을 위해 음식을 찾을 수 있다.

“집중력 교육이나 오감발달 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요. 밥상에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면서 음식의 향과 모양, 맛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보세요. 식재료도 만져보게 하고요. 그리고 아이와 먹거리에 대해 더 자주 대화하고, 음식 맛과 향, 감촉 등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보세요.”

남 팀장은 유아 시기는 쓴맛을 예민하게 느끼므로 다양한 조리법으로 쓴맛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랑 요리를 직접 하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식습관을 형성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여력이 된다면 텃밭 농사를 아이와 함께 도전해도 좋다. 음식 원재료를 잘 알고 식재료에 흥미를 갖게 되면 아이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알게 된다. 아이 밥 먹이기, 스마트폰에 맡길 일이 아니라 아이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먼저 시도해볼 일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1일자

초등생들도 스마트폰…“엄마, 친구가 밤새 이상한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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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기획]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신가요
② 어른들 세상에 빠져든 초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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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캠프 가서 같은 방에 있던 친구가 다음날 수업중에 코피 흘렸어요. 그 친구 밤새 스마트폰으로 이상한 거 봐서 그랬어요.”

주부 정영미(가명·41)씨는 최근 한 합숙 캠프를 다녀온 뒤 6학년 아들이 건넨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들 승욱이(가명·14)는 그 친구가 밤새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을 본 뒤 자신에게 얘기를 해줬다고 했다. 정씨는 처음 본 그 아이가 아들에게 어떤 얘기들을 했을지 걱정됐지만 꼬치꼬치 캐묻지 못했다.

승욱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급우들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게 된 시점은 지난해부터다. 승욱이네 학급 남자아이 10명 중 승욱이를 포함한 3명만 스마트폰이 없었다. 정씨는 스마트폰 사주기를 줄곧 미뤄오다가, 결국 지난해 봄 아들이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대가로 사줬다. 그랬던 정씨가 최근 아들의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승욱이가 자신의 방에서 공부를 하는 줄 알았는데, 카카오톡으로 여자친구와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았기 때문이다.

정씨가 경고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을 빼앗은 이유는 지난해 학교에서 스마트폰과 관련한 작은 사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승욱이가 다니는 학교의 한 남학생이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너의 샤워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음란 문자를 보내는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던 초등 여학생은 결국 교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교사는 남자아이 부모와 상담하고,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사과하도록 하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아기는 어떻게 생겨? 묻던 아이들…‘손안의 19금’에 빠지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너무 심각한 일이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데 아이들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구할 방도를 찾아달라고 어디든 가서 하소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인터넷으로 접해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사이에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부모나 교사 같은 거름막 없이 어른들 세상에 그대로 노출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3년 7월 전국 초등학교를 조사한 결과 학생 중 48.8%(131만명)가 스마트폰(태플릿피시 포함)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어른들 세상은 ‘성’에 관한 것이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서울 지역 초등학교 6학년생 1116명을 조사해 지난 12월 발표한 ‘2013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 보고서를 보면, 학생들이 19살 이상 관람 가능 매체를 접하는 경로는 ‘스마트폰’(스마트폰 인터넷, 앱 등)이 111명으로 ‘인터넷’(컴퓨터 게임, 인터넷 검색 등)의 139명에 육박했다. 전단지 35명, 인쇄물 15명 등 인쇄매체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목소희 청소년성문화센터 교육사업팀장은 “다음 조사에선 아이들이 숨어서 보기 더 쉬운 스마트폰을 통해서 ‘19금’ 매체를 보는 경우가 인터넷으로 보는 경우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센터는 2004년부터 4번째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조사 항목에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들이 19금 매체를 처음 보게 된 동기도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에서 우연히 봤다’고 하는 경우가 213명으로 제일 많았다. ‘친구와 선배의 권유’(43명)나 ‘직접 찾아본다’(42명)는 답변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전달받은 경우가 적지 않으리라고 센터 쪽은 분석했다.

초등생 절반이 쓰는 스마트폰 
음란물·폭력물 무방비 노출 
카톡창엔 “벗은 사진 전송해줘” 

일베 사이트 등 돌아다니며 
뜻도 모른 채 “전라도 홍어” 
충격 받은 부모·선생님들 
‘이럴 땐 어쩌나’ 대책 잘 몰라

20명의 초등학생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벗은 몸을 사진(일명 ‘몸사’)으로 찍어서 보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성적 행동을 받은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외모 놀림’(182명, 13.6%, 복수응답) 다음으로 ‘야한 것 휴대전화로 받기’(157명, 14.5%), ‘야한 SNS 받기’(87명, 6.5%)가 각각 2, 4번째로 많았다.

이목 팀장은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좋아요’ 등을 눌러 공유하는 방식이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음란물이 많이 퍼지는 방식이다. 남학생은 유튜브 같이 파일을 내려받지 않고 접속해서 보는 스트리밍 앱으로 동영상을 주로 보고, 여학생은 ‘야설’(야한 이야기)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 ‘일베’에도 들어가 진보·여성·전라도민 등에 대한 상식 이하의 공격으로 사회·정치적 ‘음란물’이라는 지적을 받는 ‘일간베스트’(일베) 같은 누리집에 들어가는 초등학생도 생기고 있다는 것이 학교 현장의 우려다.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올해 초 쉬는 시간에 한 남학생이 우산을 들고 의자에서 뛰어내리며 “운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이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을 조롱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인터넷 속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은 한 교사는 최근 사회수업을 진행하면서 6·25전쟁 당시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전쟁통에 죽은 사람들이 흰 천에 덮여 있는 장면이 나오자, 한 학생이 대뜸 “저거 전라도 홍어다”라고 외쳤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다른 학생도 웃음을 터뜨렸다. 2013년 한 대학생 일베 이용자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이 흰 천을 덮은 관 옆에서 오열하는 사진에 조롱하는 글을 써 재판을 받은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이 초등학생이 본 것이다.

이 교사는 “초등학생들이 일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아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학생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접한 일베 용어를 뜻도 모르고 유행어처럼 쓰기도 하지만, 다른 학교에선 실제로 일베에 들어가는 학생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초등학생들 손에 쥐어지면서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 더 생긴 것도 부모들의 걱정을 키운다.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하거나 채팅 앱으로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하는 사건들은 심심치 않게 언론에 보도된다.

■ 부모들은 발만 동동 문제는 부모들이 초등학생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마땅한 방법을 알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부모들은 공개된 장소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녀들을 기를 때 쉽지 않았는데, 이제 스마트폰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상황에 더 진땀을 빼고 있다.

홍아무개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스마트폰을 최근 홧김에 또다시 부숴버렸다. 아들이 또래 여학생과 카톡을 주고받다가 밥을 먹으러 가자, 답장이 없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여학생이 장난으로 “너 자위하고 왔니?”라고 카톡을 보낸 것이다. 이 카톡을 우연히 보게 된 홍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져 버렸다. 지난해 3월에는 아들이 새벽 2~3시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스마트폰을 부순 적도 있었다. 아빠 홍씨는 “그런데 아들은 또 스마트폰을 얻어내려고 내 비위를 맞추고 있다. 스마트폰 안 사주면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다는데 계속 안 사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구를 통해 음란물을 접한 아들 문제로 고민하던 정씨는 “초등학생 자녀가 음란물을 접하고 있는 것을 부모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스마트폰을 통한 음란물의 유해성에 대해 어떻게 알려주고 대화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정부라도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목 팀장은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음란물이나 일베 같은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성교육과 함께 스마트폰을 어떻게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지, 온라인에서 접근해오는 어른들의 위험을 어떻게 피할지 다방면으로 접근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양선아 기자 watchdog@hani.co.kr


뛰놀며 몸과 마음 큰다는데, 스마트폰 놀이터만 북적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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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02_스마트폰1.JPG»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이 지난달 13일 서울 전농동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손에 꼭 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14 기획]
부족한 놀이시간 
틈만 나면 게임·SNS 삼매경 
생기 잃고 창의성 줄어들어

“부모가 놀이 즐거움 알려주면
폰 있어도 중독 피할수 있어”

“스마트폰이 없을 땐 친구들과 축구를 많이 했어요. 밖에 못 나갈 땐 보드게임을 하거나 얘기하면서 놀고 베개 싸움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친구들과 모이면 무조건 스마트폰 게임을 해요.”

스마트폰이 생긴 뒤 초등학생 재훈(13·가명)이의 노는 방법이 달라졌다. 남학생은 게임, 여학생은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톡이 놀이의 대세다. 재훈이는 “밖에 나가도 축구나 야구를 함께 할 친구들이 없다”며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는 온라인게임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창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느라 집 밖에서 뛰어놀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모들이 고무줄 놀이, 숨바꼭질, 딱지치기, 술래잡기, 구슬치기를 하며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면, 이제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친구 삼아 놀고 있다. 친구들이 동네 놀이터 아닌 소셜네트워크와 온라인게임에 모두 모여 있으니 친구를 만나려면 스마트폰으로 접속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이 아니라도 지나친 사교육과 선행 학습으로 이미 놀이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아동·청소년 생활패턴 국제 비교분석 보고서’를 보면 한국 초등학생들의 취미·여가 시간(2008년 기준)은 하루 평균 29분에 불과하다. 반면 학원·과외 등 사교육 시간은 2.06시간, 개인 학습시간이 1.15시간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학습 시간은 지나치게 길고, 수면 시간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놀이전문가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은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 부족하면 생기를 잃고 창의성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그는 “아이들은 공을 차면서 자신감이나 도전 정신을 키운다.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며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모든 게 창의성의 원천”이라며 “사교육과 선행학습,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놀이의 즐거움에 흠뻑 빠지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권 교장은 “아빠들이 나서서 일상 생활에서 아이와 몸을 써서 놀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온 몸의 근육을 움직이며 놀아본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온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이와 놀기 위해서 특별한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지 격파 놀이, 가위·바위·보 해서 소원 들어주기, 거실에서 씨름하기와 같은 신체 놀이는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좋아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은 무엇을 하고 놀지 아이에게 물어보고 그것에 동참하면 된다. 권 교장은 “아빠가 퇴근하기 전 ‘오늘은 뭐하고 놀까’ 하고 아이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 아빠와의 친밀한 관계를 쌓은 아이들은 스마트폰의 즐거움보다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런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쥐어줘도 중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2일자

‘못 쓰게’ 대신 ‘잘 쓰게’ 가르치자…미국 초등교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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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2_스마트폰2.JPG»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 프렌즈 스쿨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태블릿피시를 사용하고 있다. 이 학교에선 5학년(초등 4학년) 때부터 대부분의 수업시간에 태블릿피시를 이용한 교육이 이뤄진다. 케임브리지 프렌즈 스쿨 제공


케임브리지 프렌즈 스쿨
학교 오면 개인전화 사용금지
아이패드 나눠주고 앱·게임 활용
수업효과 높이고 오남용 줄여

욕설문자 보내면 ‘정학 3일’
개인정보 보호 등 필수교육도
“디지털시대 피할 수 없다면
디지털 시민의식 일깨워야죠”


미국 보스턴에 있는 ‘케임브리지 프렌즈 스쿨’은 학생 203명이 다니는 조그만 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4년 전 의미있는 실험을 시작했다. 태블릿피시(PC)인 아이패드를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학교는 1961년 퀘이커 교도가 세운 학교다. 평등, 평화, 공동체라는 퀘이커교 가치를 근본 교육철학으로 삼아 학교 수업과 생활이 운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당선 직후 두 딸을 워싱턴에 있는 퀘이커교 계열 초등학교로 보냈다. 학생 중 퀘이커교 학생 비율은 8% 정도며 무신론자 자녀도 다닐 수 있다.


퀘이커 교도는 전통적으로 기술을 적극 도입해왔다.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퀘이커교는 성공회가 국교인 정부의 탄압을 받아 과학이나 제조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화학자 돌턴 같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많이 배출한 배경이 됐다. 피터 소머 교장 자신도 2000년부터 5년간 컬럼비아대학교 뉴미디어연구소의 연구원을 지냈을 정도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깊다. 샌드라 코테시 하버드대 인터넷과 사회연구소(버크먼센터) 연구위원은 “케임브리지 프렌즈 스쿨은 미국 학교들 중에서도 모범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맞는 시민의식(디지털 시티즌십) 교육을 시키고 있다. 내게 자녀가 생긴다면 이 학교에 보내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10년 우리 나이 12살, 학년으로는 5학년인 6학년 학생부터 아이패드를 수업에 도입했다. 결과가 좋게 나타나자 다음해엔 7·8학년, 그 다음해인 2012년엔 5학년으로 아이패드 사용 학년을 늘렸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했다. 대신 학생들은 학교에 오면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을 맡기고 수업이 끝난 뒤 찾아간다. 소머 교장은 지난 12월16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태블릿피시는 키보드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화면을 누른다. 또한 아이패드를 쓰기 위해선 컴퓨터실에 갈 필요 없이 그냥 책상에서 꺼내면 된다. 대단한 교육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아이패드는 언어, 수학, 과학, 지리 등에 관한 40~50여개의 앱으로 차 있다. 수학 수업에 대수학을 배운다면 교과서 한 권과 온라인 무료교육 사이트인 칸아카데미 같은 앱 2종류를 같이 활용하는 식이다. 스페인어 수업 때는 학생들이 아이패드로 스페인어 발음을 녹음해 이메일로 교사에게 제출한다. 매년 8학년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한 작품을 가지고 연극 공연을 하는데 이때도 옛날 단어를 아이패드로 뜻을 찾아본다. 수업에서 쓸 앱을 결정할 때는 학생들이 여러 앱을 사용해보고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을 채택한다. 학생들이 먼저 새로 출시된 앱을 사용하자고 교사에게 건의하기도 한다.


7학년부터는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소머 교장이 직접 수업에 들어가 학생들과 함께 구글·페이스북·스냅챗 같은 소셜 미디어의 개인정보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토론한다. 8학년은 윤리 수업으로 개인정보 보호나 위험한 디지털 사용에 관해 배운다. 가장 최근 수업에서 학생들은 무작위로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는 앱의 위험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저학년 학생들에겐 아이패드 대신 레고로 기계를 만드는 ‘디지털 조립’(Digital Fabrication) 수업을 도입했다. 소머 교장은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경험하는 것은 학생들이 추상적인 과학과 수학 개념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6살짜리에게 쇠망치를 주는 건 안 되더라도 작은 망치를 줄 순 있듯이 그 나이에 맞는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규칙을 만들어가는 데도 공을 들인다. 아이패드에 앱을 내려받는 것은 반드시 학교를 통해서 해야 한다. 상대방의 허락 없이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도 안 된다. 또한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끼리 대화를 하도록 하기 위해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말자는 규칙을 세웠다. 이어폰은 언제나 사용 금지다. 학교에선 기본적으로 친구들끼리 서로 대화를 해야지 디지털 세계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소머 교장의 생각이다.


한 8학년 학생은 “윤리 수업에서 우린 ‘마주 보고 행동하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에서도 행동하라’는 규칙을 배웠어요. 친구와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는 친절하게 말하지만 온라인에선 심한 농담을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이제는 페이스북에 뭔가를 쓸 때 반드시 두번 생각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다. 지난해 디지털 기기를 잘못 사용해 처벌을 받은 일은 1건뿐이다. 한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친구에게 문자로 욕설을 보냈다가 ‘정학 3일’에 처해진 사건이 유일하다.


소머 교장은 태블릿피시 이후 바뀔 환경에서 교육의 변화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방과후 수업 때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게임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소머 교장은 “‘심시티’ 게임으로 도시와 환경오염의 관계를 알 수 있고, ‘마인 크래프트’로는 물리를 배울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엔 무한한 교육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머 교장은 내년부터 학생들의 디지털 교육을 평가하는 시험을 개발해 도입할 예정이다. ‘3차원(3D) 프린터’를 수업에 도입해 학생들이 물건을 설계하고 만들도록 할 계획도 세웠다.


케임브리지 학교의 디지털 교육은 학급당 학생 수가 13~15명으로 적어서 수월한 측면도 있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교사 몰래 게임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사립학교 특성상 이 학교의 디지털 교육에 동의하는 학부모들의 자녀만 입학시키는 점도 배경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민의식을 가르치는 것은 이제 학교가 져야 할 책임이라는 것이 이 학교 구성원이 공유하는 신념이다. 소머 교장은 “세상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이미 열렸다. 자동차라는 현실을 피할 수 없듯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학교가 잘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오·남용하는 걸 막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 갈 학생들을 길러내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라고 말했다.


보스턴/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2일자


우리아이 인터넷 처음 접하는데 이것만은 조심! 4대 원칙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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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인터넷 처음 접하는데 

이것만은 조심! 4대 원칙 들려주세요


인터넷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할 기회를 열어주고 다양한 창의적인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어린이들이 해로운 내용들과 일찍 접촉할 가능성도 커졌다. 부모와 교사들은 거대한 흐름 앞에 무기력을 호소한다. 또 디지털을 빠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젊은 세대를 보며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어른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게 이 문제를 앞서 연구한 단체들의 조언이다. 영국의 ‘차일드넷’은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세상의 이상이 확산하던 1995년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로, 어린이들을 위한 훌륭하고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차일드넷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보호자가 명심해야 할 원칙을 4가지(4C)로 압축해 표현했다. 처음 인터넷 세상을 접하는 초등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새겨둘 만한 내용이다.


행동(Conduct)아이들에게 인터넷에서 하는 행동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끼칠 영향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온라인은 네트워크 너머 상대방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익명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의 특성상 아이들의 행동은 정보 형태로 남기 마련이고, 쉽게 퍼질 수 있다. 차일드넷의 루신다 해슬 정책·홍보 책임자는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대화, 사진 공유, 잘못된 댓글 등이 어떤 위험을 가져올지 자녀와 토론하라”고 조언한다.


내용(Content)어떤 온라인 콘텐츠들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다. 과도한 성적 표현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내용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게임, 블로그, 누리집 등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어떤 내용들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편견을 담고 있기도 하다. 아이들은 새로운 기술은 빨리 받아들이지만 그 내용에 대한 판단에는 아직 미숙할 수 있다. 부모의 관심과 조언이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원저자의 허락 없이 퍼뜨리거나 옮겨와서는 안 되는 콘텐츠들이 있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접촉(Contact)온라인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가 자신이 드러내는 바와 실제가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이 깨닫게 하는 점이 중요하다. 함께 온라인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고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 등의 개인정보 설정이 너무 많은 정보를 드러내고 있는지 학부모나 교사가 살필 필요가 있다. 차일드넷은 “성적인 목적으로 직접 만남을 시도하는 경우는 경찰이나 관련 단체 등에 즉시 신고할 것”을 권한다.


상업주의(Commercialism)어린 학생들은 게임 등 온라인의 즐길거리에 빠르게 빠져들어 업체의 광고나 마케팅 기법에 손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료 앱을 비롯해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의도하지 않은 마케팅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정보 공개 수위를 조절하게 조언한다. 팝업 광고나 스팸메일, 앱 안에서 추가 결제 등의 기능을 끄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2일자


만삭 아내의 새 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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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늦잠을 자고 있는 나를 아침부터 깨운다.

 

“자기, 이리 와봐요”

 

무슨 일인가 싶어 대문 밖으로 나와보니 배가 산만한 아내가

주인이 좋아 한달음에 뛰어오는 강아지 표정으로 와서는 가구를 하나 옮겨 달라고 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파트 복도 쪽을 보니 아내가 무거운 화장대를 하나 주워서

우리가 사는 층까지 옮겨다 놓았다.

 

잠옷 바람으로 복도에 나가기가 뭐해서

“에이, 나중에 옮겨다 놓을께요”했는데

누가 주워갈까봐 그런지 “얼른 옮겨다 주세요”하며 보챈다.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누구 보는 사람 없지 하며

100미터 달리기 하듯 달려가 화장대를 번쩍 하고 드는데

번쩍하고 들리지가 않는다.

 

묵직한 화장대를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않은 남자가 들고 가는 모양새가 여간 거시기 하지 않은지라

칼루이스처럼 들고 달렸는데 화장대 무게가 온 몸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무거운 걸, 어떻게 옮겼어요. 너무 무거운데..”,

 

“그러게요. 어찌어찌 가지고 올라오긴 했는데 도저히 무거워 옮기겠어요”

 

집안까지 겨우 들여놓고는 화장대를 살펴보는데 결혼할 때 가져온 화장대보다 그럴싸해 보였다.

“이런 걸 누가 버렸을까?”하며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어요?”,

 

 “무거운 걸 들었더니 조산기가 있는지 배가 땡기네. 누워 있어야 겠어요”,

 

“그러게. 그걸 왜 들고 왔어요”.

 

아내는 방문을 열고는 급하게 몸을 침대에 뉘였다.

‘조산기’라는 말에 나 또한 긴장이 되고 ‘괜히 무거운 걸 들고와서는’하며 걱정스레 문을 여는데

아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괜찮아요? 그러게 무거운 걸 왜 들고 왔어요. 배도 부른 사람이”라며 이불을 걷어내었는데

눈물을 보이며 아내가 목소리를 높이며 나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잘 사는 남자랑 결혼했으면 저런 거 안들고 오잖아요”

 

어떤 남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발끈하여 눈물을 흘리며 집을 나가기도 하고

또 다른 남자들은 자존심 상해 술을 많이 마시겠지만

나는 “쉬세요”라고 하며 문을 닫고는 그 대사를 친 아내가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내의 스타일은 뭐랄까 베프(절친한 친구)도 이런 베프가 없는,

나와 찰떡궁합 스타일이고 나처럼 ‘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순둥이였기 때문이다.

 

‘늘 든든한 와이프도 애처럼 굴 때가 있구나’.

 

아내가 많이 속상해서 터져 나온 말이지만 나는 아내가 밉지도

그렇다고 내 마음을 다치지도 않았다.

다만 ‘조산기’라는 단어 때문에 속이 상한 아내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나를 안절부절 못하게 하였다.

 

아내와 결혼한지 5년이 지났다.

그중 4년을 제주에서 아이를 낳고 살았다.

부족한 형편임에도 단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아내가 고맙기도 하였지만

‘주워온 화장대’가 계기가 되어 아내의 또 다른 내면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어서 또 고맙다.

아내의 마음 한켠으로 들어가는 계기를 마련해준 ‘새 화장대’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냐고?

아내가 결혼할때 가져온 화장대.. 팔려고 내어놓았더니 아무도 사가지 않고

그냥 줄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헐~~

 

<새로 온 화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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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카툰32편] 영화 변호인! 못 보면 어쩔 뻔했어?


국고보조 인상률 낮아 서울 무상보육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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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지원 바랐는데 35%로 확정
서울시, 586억원 추가부담 예상
특별교부금 등 대책 요청 뜻 비쳐



국회가 올해 0~5살 무상보육의 국고보조율을 ‘서울 35%, 나머지 지역 65%’로 결정함에 따라, 서울시가 586억원의 추가 부담을 안게 됐다. 시는 애초 국회 상임위 의결안(보조율 40%)을 기준으로 올해 예산을 짰는데, 국회에서 이를 번복한 탓이다.

앞서 국회는 1일 기존의 국고보조율(서울 20%, 지방 50%)을 각각 15%포인트씩 올리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일종의 타협의 결과로, 서울시와 중앙정부는 각각 ‘40%안’과 ‘30%안’을 고수하면서 대립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전면 무상보육 확대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라는 점 등을 들어 국고보조율 인상을 압박했으나,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다. 특히 2012년 국회 상임위에서 서울지역의 국고보조율을 40%로 인상하는 데 여야가 합의한 바 있어, 40%안이 실현되느냐가 핵심 쟁점이 됐다. 지난해 무상보육 비용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사업 중단의 고비를 넘겼고, 대신 서울시는 “국회에서 새해엔 국고보조율을 40%로 올려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올해 예산안에서 국고보조율 40%를 전제로 9835억68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서울시 쪽은 일단 정부의 원안보다 국고보조율이 올라간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면서도 무상보육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선 특별교부금 등의 형태로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정부가 당초 내놓았던 30%안보다는 부담이 줄었지만,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586억원도 부담스럽다. 서울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600억원을 메꾸기 위해선 정부에 특별교부금 등의 형식으로 추가 지원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경상남도도 비슷한 처지다. 이들 지자체도 서울시처럼 ‘국고보조율 70% 인상’을 전제로 새해 예산안을 짠 탓이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경상남도 등 다른 시·도와도 공동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각종 복지 사업의 지출 부담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역할 분담 방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3일자)


작은 붓다들을 위한 채식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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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다. 지난 여름 훈련소에 데려다주고 오면서부터 마음이 어찌나 이상하던지, 한 달 이상이나 괜히 우울했다. 그러고는 눈물없이는 읽을 수 없다는 군에서 보내 온 첫번째 편지와 입고 들어갔던 옷과 신발이 담긴 소포를 받았다. 퇴근 후 경비실에서 소포를 찾아오는데, 경비아저씨는 내가 울거라는 확신을 100% 하고 계신 듯 위로를 해주셨다.

 "다들 가는 군대니까 괜찮아요. 이거 열어보면 마음이 좀 그러실텐데  맘 단단히 먹고 열어보세요. "

아들이 군대 간 다음 부터는 경비 아저씨든, 택시기사 아저씨든, 동네 가게 아주머니든 나와의 대화는 모두 군대 이야기였다. 나도 모르게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흘리고 다녔던게다. 역시나 소포를 여는 순간, 일제 징병을 보낸 어머니 코드로 마음이 전환되었다. 아들의 편지는 독립투사의 혈서라도 되는 냥 비장한 각오로 쓰여져 있었다. 엄마라는 말 대신 어머니라는 극존칭을 사용한 점은 뭔가 좀 뭉클하기까지 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지겨운 한문원서들과 씨름하며 띠동갑 어린 친구들과 경쟁하는 늦깎이 대학생이 되어 국가고시를 치뤄야 했다. 정성을 듬뿍 쏟아도 시원찮을 나이에 엄마는 늘 바쁜 입시생으로 살았고, 아이는 저절로 컸다. 주중에는 차려놓은 밥상을 먹고 혼자 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밀린 과제때문에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엄마의 등짝을 보며 성장한 아들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시리고 속상해서 눈물이 저절로 흐르곤 했다. 때로는 내가 참 바보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 좋은 일만 하고 사느라 정작 내 아이는 돌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한약국을 찾아오는 엄마와 아이들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가끔 들기도 했다.  

'나는 아이가 저 나이 때 별로 해준 것이 없는데, 저 아이들은 참 사랑을 많이 받고 크는구나... 저렇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식단과 균형잡힌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다니,, 우리 애한테는 이런 혜택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

이제 조금 정신이 들고 여유가 생겨서 아이에게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벌써 다 커버렸으니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에 아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그저 미안할 뿐.

 

군대 보낸 후 한달 간은 이 증상이 더 심했었다. 괜히 미안해지고, 울컥울컥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휴가나온 아들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분모 위에 올려진 분자와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누군가의 분모가 되어 다른 사람을 떠받쳐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성에 맞는 일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의외의 반전이란 말은 이럴 때 쓰여져야 한다. 우리 아들은 전혀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자 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하면서 욕도 한번씩 뱉는 그저 평범한 요즘 아이였다. 그다지 반항적이지도 않고, 그다지 반짝거리지도 않는 아이. 그랬던 아이가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는 것을 보니 내가 그렇게 잘못 산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무모하리만치 어설픈 채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뛰어다니며 강의를 하고 글을 쓰고, 욕을 먹으며 살아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 아이가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구나...'

 

그제서야 나는 저절로 감사의 기도가 흘러나왔다. 참 어리석은 중생의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이제서야 그걸 깨달았으니 말이다.  이제는 내 아이, 남의 아이 가리지 말고 정말로 기쁘게 가르치고 치유하고 사랑해줘야지.. 내 아이가 준 선물을 제대로 받은 기분이 들었다. 신년을 맞기 하루 전, 몇 해전부터 나를 스승이라 따르는 남학생이 손수 빚었다며 만두와 쿠키를 싸들고 왔다. 나를 만난 이후 채식을 하게 되었고,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생겨 최근에는 명상도 배우고 있는 학생이다. 채식인이 된 후로는 외식도 마땅치 않아 학교에 갈 때도 직접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는 이 학생의 요리실력이 날이 갈수록 향상된다 싶더니, 만두를 맛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탐스럽게 빚어온 게 아닌가. 그날은 마침 한약국에서 어린이 명상모임이 있었던 날인데, 만두 이름을 이렇게 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작은 붓다들을 위한 채식만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어린이들의 사랑스런 모습과 손수 빚은 정성어린 만두를 들고 스승을 찾아온 아름다운 마음이 너무 잘 어울리는 날이었다.




[ 기린의 채식레시피 ] 

작은 붓다들을 위한 채식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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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만두피, 볶은 두부, 들기름, 부추, 당면, 김치, 양파. 소금, 후추


1. 신김치나 잘 익은 김치는 물기를 꼭 짜서 잘게  다져썬다

2. 부추와 삶은 당면, 양파도 다진다.

3. 고기가 안들어가는  대신 다진 두부를 들기름에  약간 씹히는 맛이 날때까지 노릇하게 볶는다.

4.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며 모두 섞는다.

5. 만두피에 넣어 예쁘게 만들어 찌거나 굽거나 만두국을 끓여 먹는다.



<채식만두국 끓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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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기국물 대신 맑은 채수를 넣는다. (다시마, 표고, 무, 생강 등으로 미리 채수를 끓여도 좋다)

2. 집간장과 들기름으로 국물맛을 내고,  마지막에 소금, 후추로 간한다.

3. 두부를 떡크기로 얇게 납작 썰어 넣어도 좋고, 유부를 얇게 고명으로 얹어도 맛있다.

   또는 연두부를 오일에 볶아  넣으면 국물맛이 부드러우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자식일은 장담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은 크면서 너무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늘 안심했다가도 내일이면 아슬아슬해지는 일이 생기기도 하고, 오늘 한숨을 쉬다가도 내일 웃을 일을 안겨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의 자리는 얼음 위를 걷는 듯 조마조마하고 때로는 위태롭기까지 한 자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그 길이 고단하고 불안해 보여도 우리가 엄마의 자리, 아빠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우리 앞에 서 있는 세상의 작은 붓다들이 저들만의 노래를 부르며 활짝 그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자라나기를 염원하며 갑오년 새해를 시작한다. 올해는 더 많은 작은 붓다들과 만나 소통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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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네오 섬, 물루 국립공원,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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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 마신 술기운이 남아 머리가 살짝 아프다. 어제의 일이 조각조각 떠오른다.
열대의 숲, 신기한 곤충들, 빽빽한 밀림 사이로 흐르는 황토를 머금은 붉은 강물,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동굴, 퀴퀴한 냄새, 바닥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줄지어 춤추듯 날아오르는 박쥐떼,
어둠 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던 야생의 동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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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로 가는 거야? 언제까지 가야 해? 

글쎄, 나도 몰라. 가다 보면 밖이 나오겠지.
엄마, 동굴이 왜 이렇게 무시무시해.
어둠 속에서 떨리는 아루 목소리가 들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굴, 말이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고 굉장했다.(초대형 여객기 40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란다.) 규모에 압도당하고 그리고 어둠 속에서 시각이 자유롭지 못하니 나도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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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굴은 사슴 동굴(Deer cave)이야. 동굴 바닥에 소금기가 있어서 사슴들이 그 물을 먹으러 동굴에 오니까 사람들도 사슴 사냥을 하러 따라오곤 했대. 랑 동굴(Lang cave)은 이 동굴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래.

아루에게 가이드에게 들은 동굴 이야기를 해주면서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갔다.
이 동굴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어땠을까? 우리는 가이드 따라 손전등으로 비추며 다니는데, 그리고 중간에 전등이 있어도 이렇게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데, 동굴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얼마나 어둡고 무시무시했을까?

 

동굴 길이 2km, 어둡고 음침한 긴 터널을 지나며 수백만, 수천만 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시무시한 동굴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종유석이 1cm 자라는데 100년의 시간이 걸린단다. 가이드의 설명과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용어들을 떠올려 보지만 이렇게 큰 동굴을 만든 그 힘을, 그리고 동굴 안을 장식하고 있는 갖가지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들을 만들어낸 그 세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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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해파리, 조개껍데기, 유령, 말미잘... 구불구불, 뭉텅뭉텅 석회암에 이름을 붙였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유수한 세월에 걸쳐 만든 동굴 속 풍경은 바닷속 풍경이 되었다가 커튼이 내려진 무대가 되었다가 으스스한 유령들의 집합소가 되기도 했다. 
사진기를 대어 보지만 조그만 프레임 속에 압도적인 규모와 분위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좌린은 사진을 찍느라 뒤처지고 아루는 두려움 때문인지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시야에서 아루와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해람이 걸음을 재촉하며 간간이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가 손전등을 비추자 간신히 벌레들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불빛을 내는 먼지처럼 조그만 형광벌레와 실을 길게 늘어뜨린 것처럼 보이는 sticky worm. (너무 어둡고 미미하여 사진으로 찍지 못했다!)
어디? 어디? 나도 보여줘!!!
호기심으로 가득 찬 해람이 눈에서도 불빛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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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가 '지구'책 속에 들어온 것 같아.
어머님이 번역하신 '와우! 지구(Wow! Earth)'는 해람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이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 아이는 책 속의 그림이나 사진에 쏙 빠져든다. 지구에 대한 백과사전인데 펼쳐 놓고 ‘어느 사진이 마음에 들어?’ ‘나는 이거, 나는 이거!!’ 하면서 자주 놀았다.
엄마, 우리가 '지구'책에 들어와서 책이 불룩해졌겠다, 그치?
동굴 속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해람이 말처럼 우리가 책 속에 들어와 모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토끼굴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온 앨리스가 된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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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렇게 이름 붙였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동굴 안으로 드는 햇빛과 바깥 풍경을 보고 에덴동산 (garden of eden)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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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브러햄 링컨을 닮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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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본부에서 동굴입구까지의 산책로, 3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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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의 주의사항, ‘난간을 손으로 잡지 마세요!’ 조그만 벌레들이 난간에 붙어살기 때문이다. 신기한 벌레들을 많이 봤는데 눈높이가 맞아서 그랬는지 해람이가 가장 잘 찾아냈다. 해람군 따라 숨은 벌레 찾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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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인가, 벌레님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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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북실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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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대체 몇 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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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냥 나무껍질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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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느다란 풀 가지를 꺾어서 붙여 놓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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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숨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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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손톱보다 작았는데 해람이가 용케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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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동굴에서 나와 사람들과 함께 반원으로 둘러앉아 박쥐를 기다렸다. 낮 동안 어두운 동굴 속에 붙어 지내던 박쥐들이 먹이를 찾아 나올 거라고 했다. 

대체 언제 나오나, 여섯 시에 나온다는데 정말 그러려나.
엄마, 박쥐들이 정말 여섯 시에 나온대? 동굴 속에 시계가 있나? 어떻게 여섯 시인줄 알고 나올까?
동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초조하게 시계를 살폈다. 아이들 말대로 박쥐가 시계를 보는 것도 아니고, 자연이란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것이지 인간의 시간에 맞추어 나타나는 건 아니잖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려는 찰나, 여섯 시 십분 전. 셀 수 없이 많은 박쥐가 떼를 지어 나타났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한꺼번에 동굴 밖으로 쏟아져나와 줄지어 하늘을 날았다. 물론 우리 시간에 맞추어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건 아니지만, 객석에 앉아 공연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기다란 뱀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도넛이 되었다가 회오리바람 혹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연기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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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여러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와 함성이 되고 옆에 앉은 이에게 자신의 감동을 전하는 낮은 속삭임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지나온 동굴 속에 이렇게 수많은 박쥐가 잠을 자고 있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후두둑, 후두둑
박쥐들의 무대가 먹구름으로 어두어지더니 빗방울이 쇼타임이 끝남을 알렸다. 빗방울은 순식간에 합쳐져 장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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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는 길. 무섭게 퍼붓던 빗줄기는 조금씩 약해지고 사방에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를 앞질러 갔다. 낮에 신기한 벌레들을 발견하던 그 길에서 이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왁왁, 왁왁,
삐악,삐악
휘로로로롱~ 휘로로로롱~
끽끽, 끽끽

대신에 숲에서 들려오는, 동물들이 내는 온갖 신기한 소리가 우리를 둘러쌌다. 개구리? 맹꽁이? 새? 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어둠이 짙게 깔려 구별해내는 것이 어려웠다.
왁왁/끽끽/휘로로로롱~
누가 더 흉내를 잘 내나, 누가 더 동물들과 이야기를 잘하나 내기라도 하듯 목청껏 소리를 따라했다.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다리 근육에 묵직하게 느껴지는 피로감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좋지? 좋지? 정말 좋지?
좌린과 아이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자연에 대한 신비감? 경외?
두근두근 내 가슴을 이토록 뛰게 하는 이 감정 상태를 어떤 말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사진이나 말로 다하지 못하는 이 벅찬 감동. 국립공원안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서는 뭐든 비싸다는 걸 알면서도 맥주를 세 캔이나 거푸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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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침. 

우리에게 과분한 이 숙소는 물루국립공원 내의 롱하우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사라왁 주의 전통 가옥을 롱하우스라고 한다. 필요에 의해 방을 하나씩 늘려가서 집이 점점 길어져서 그렇게 부른다나. 국립공원 숙박 시설 중에 복도를 사이에 두고 방이 좌우로 4개 있는 숙소를 롱하우스라고 하는데 실제 전통가옥은 아니다.) 벽과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는 넓은 방에 가구와 소품들도 화려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느낌을 잘 살린 것이 마음에 든다.  내부도 좋지만 무엇보다 국립공원 안에 있어서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빗소리, 새소리, 야생의 소리와 풍경들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침대에서 꾸물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눈을 뜬 아이들이 내 곁으로 모여든다.
아루: 포크르르르릉, 저크르르르릉

엄마, 새가 포크로 먹을까, 젓가락으로 먹을까 고민하나?
해람 : 엄마, 엄마, 나도 해볼께, 포크르크크크.. 저크르크크크...

이제 새소리를 그냥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 의미어로 각색까지 하는구나.
밖에서 들려오는 새 울음소리에 아이들의 흉내까지 더해져 요란한 아침.


 


가방은 그대로인데, 아빠 어디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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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92815401_20140106.JPG» 그림 북극곰 제공

고요한 나라 추억의 여정
이별에 힘겨워하는 아이
조용하게 안아주는 그림책

고요.JPG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북극곰·1만5000원

아이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있다. 검은 옷을 입고서도 아이들은 천진하다. 아빠 옷, 아빠 모자를 만지며 묻는다. “아빠는 어디 계세요?” 상복을 입고 창밖만 바라보던 엄마가 답한다. “아빠는 아주 먼 나라로 가셨어. 그곳은 고요한 나라란다.”

거실 한쪽에 놓인 아빠의 가방도, 째깍째깍 시계도, 벽에 붙은 가족 사진도 그대로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아직 어린 오빠와 더 어린 여동생의 의문은 풀릴 길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한가지, 아빠가 그립다는 것. 아이들은 아빠에게 편지를 써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종이비행기를 날린 순간, 아이들은 비행기를 따라 ‘고요한 나라’를 향한 신기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눈길 위에서 이상한 버스를 타고 검은 소라 동굴도 지나 아이들이 가닿은 바닷가는 밝고 푸르다. 바닷가 구석구석 아빠와의 추억이 박혀 있어 눈이 부시다. “아빠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따뜻한 바람에게서 아빠의 품을 느낀 아이들은 그날 밤, 오랜만에 깊고 달콤한 잠에 빠져든다. 두 손을 꼭 잡고 어딘지 모를 세계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작은 어깨를 보고 있노라면 어른이라 해도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다.

이 그림책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뒤 그림 공부를 했다는 문지나씨의 첫 작품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인 북극곰의 이루리 편집장은 2013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에서 신인 일러스트레이터였던 문씨를 처음 만나 이 작품을 접했다고 한다. “현대적이고 환상적인 그림”과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를 작가의 장점으로 꼽았다.

책 맨 앞장에는 “사랑하는 아빠에게”라고 써 있다. 작가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작가는 늦은 밤 아이들이 차가운 눈길을 헤매는 장면에서조차 작은 발자국, 손전등 불빛, 달빛과 별빛 등을 따뜻하게 그려 넣었다. 아빠 잃은 아이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작가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쓰고 그리며 비로소 슬픔을 극복했다고 한다.

새해, 이별에 힘겨워하는 이들을 조용하게 안아줄 그림책이다. 동시에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의 일상이 훗날 얼마나 빛나는 추억이 되어 내 삶을 지탱해 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해준다. 초등 1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북극곰 제공

[1월 6일 새 그림책] 커다란 악어알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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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악어 알

 1.JPG 세상에서 가장 큰 알을 낳은 엄마 악어는 힘센 새끼 악어를 기대해 ‘굉장이’라 이름 짓는다. 하지만 알을 깨고 나온 굉장이는 작고 볼품없었다. “저 다리로 걸을 수나 있겠냐”는 말에 기죽었던 새끼 악어는 할머니의 칭찬에 비로소 진짜 ‘굉장이’가 된다. 4살부터. 

김란주 글, 타니아손 그림/파란자전거·1만500원.






토요일의 기차

2.JPG긴 형광색 기차가 있다.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할머니댁에 가는 아이는 말한다. “나는 온 세상을 여행할 거예요.” 어른들은 “모든 곳을 여행할 수는 없다”지만 펜으로만 그려진 세상과 형광색 기차에는 설렘이 가득하다. 5살부터. 

제르마노 쥘로·알베르틴 지음, 이주희 옮김/문학동네·1만4800원.



진실은 힘이 세다

 3.JPG정치인 김근태에 관한 그림책이다. 5·16 군사정변 뒤 학교에서 쫓겨난 아버지, 경제학자를 꿈꾸며 입학한 대학, 민주화를 위해 애쓰다가 1985년에 끌려가 당한 고문, 이후 정치인이 된 과정을 통해 인권의 중요성을 되새긴다. 초등 1학년부터. 

우현옥 글, 이욱재 그림/꿈꾸는꼬리연·1만3500원.








초등학생을 위한 인물 한국사 1·2·3

 단군에서 백범4.JPG김구까지 한국사 전체를 짚어 줄 만한 인물 58명을 뽑았다. 왕, 장군, 노비, 여성, 예술가, 과학자 등 다양하다. 1권 ‘고대’는 고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2권은 고려, 3권은 조선 전기까지다. 초등 3학년부터. 

윤희진 글, 이광익 그림/길벗스쿨·각 권 1만1000원.


토닥 토닥 2013, 두근 두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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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딱 한 장의 사진만을 고르라면 나는 이 사진이다. 6월 16일, 결혼 11주년 기념으로 마당 단풍나무 그늘 아래에서 우리끼리 찍은 가족 사진이다.세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남편이 미소 짓고 하늘을 맑았고 단풍나무의 초록그늘은 근사했다. 내 집에서 내 가족과 같이 보낸 특별한 것 없지만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1년은 언제나 너무나 많은 일들을 안겨준다. 나라 안팎으로도 비참하고 아쉽고 가슴아픈 사건들이 너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름날 갑작스레 시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신 한 해 였고 내 분신과도 같은 쌍둥이 자매는 죽음 직전까지 같던 교통사고에서 살아 돌아와 지금도 큰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몇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한꺼번에 쏟았던 한 해였지만 그러나 2013년 마지막 날에 나는 고마운 마음으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서 가장 많은 희망을 보았다. 안녕하지 못한 날들을 살아가면서도 크게 아프지 않았고 늘 명랑했고 키도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 주었다.
 
필규는 열 두 살, 5학년을 앞두고 있고, 윤정이는 손가락으로 날을 헤아리며 어서 빨리 여덟살이 되서 학교에 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룸이도 다섯살은 더 신나고 즐거울 거라며 기다리고 있다.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장은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기쁨이다. 힘든 회사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아이들을 끼고 누우면 남편은 세상의 모든 일들을 잊었다.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늘 불평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매일 아이들과 사는 날들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안다. 부족하고 소리 잘 지르고 벌컥 벌컥 화도 잘 내는 엄마지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고 웃기는 엄마라고 좋아해주는 아이들이 있어 다시 힘을 얻곤 했다.
 
고등학교 입학식 날, 제 손으로 자퇴서를 내고 나와 온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큰 조카는 저를 몹시도 아끼셨던 할머니의 죽음에서 누구보다 마음아파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 겨울 긴 방황을 끝내고 직업학교에 진학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조카가 방황하는 모습을 아프게 지켜보았던 우리는 새 출발하는 조카의 새해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남들처럼 평범한 고교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흔들린 만큼 더 단단하게 제 앞길을 헤쳐 나갈것을 믿고 있다.
 
엄마의 교통사고와 이어진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도우며 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친정 조카들도 대견하다. 큰 조카는 내년에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고,  둘째도 초등학교를 졸업한다. 엄마가 겪는 고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무섭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다면서도 누구보다 엄마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늘 어리게만 보이던 조카들도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더 여물어졌다. 새해엔 쌍둥이 자매의 건강도 조금씩 더 회복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황망하게 아내를 떠나보낸 시아버님도 딸처럼 챙겨드리는 둘째 며느리집과 강릉 본가를 오가시며 잘 지내 주셨고 몇 달 씩 걸렸던 치아 보철 치료도 잘 견뎌 주셨다. 본가에 가 계실땐 스스로 밥도 지어 드시고 반찬도 챙겨 드시는 날들을 보내셨다. 어머님 살아계셨을 때는 전혀 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직장에 다니며 시아버님을 모셨던 동서에게도 정말 큰 감사를 보낸다. 동서는 시부모님께 늘 막내딸이었다. 나는 11년째 며느리로 모시고 있지만 동서는 정말 딸처럼 살갑고 따뜻하게 아버님을 챙긴다. 맏며느리지만 아버님을 모시지 못하는 형님 내외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아버님 곁에 가까이 두고 있음을 안다. 어머님이 떠나신 자리를 삼 형제와 세 며느리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가깝게 채워주고 있다. 어머님이 주고 가신 선물이다.
 
친정 부모님은 크게 아프지 않고 한 해를 보내셨다. 엄마는 내가 손 내밀면 늘 먼 길을 달려와 나를 도와 주셨다. 생각하면 눈물겹게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한 해 한 해 분명 더 늙어가시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식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두 분이 새해에도 늘 건강하고 안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 하면서 아이 키우는 두 여동생들의 고단한 삶에도 새해엔 여유가 생기기를...
아이가 없는 대신 마음이 아픈 친정 남동생을 누구보다 많이 보살피는 큰 언니네 부부의 날들에도 축복이 내려앉기를...
 
그리고 1년간 다섯 식구의 가장으로서 힘든 회사 생활을 견디며 든든하고 따스한 남편이자 아빠로 있어준 남편에게 토닥 토닥 위로와 감사를 보내고 싶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이 만큼 애쓰며 눈물겹게 살아냈으니 새해엔 다시 희망을 품고, 기대를 품고 두근 두근 설레며 맞을 생각이다. 새로운 생활을 앞두고 있는 모두에게 새날들은 분명 올해보다더 좋을 것이다.
 
그런 날들을 만드는 일에 내 작은 힘도 열심히 보태야지.
1년 동안 세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주부로서 그리고 베이비트리 필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아주 조금 더 성장한 나 자신에게도 토닥 토닥 위로를 보낸다. 애썼다. 애썼다.
 
내년엔 올해보다 조금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자.
 
애썼다.
애썼다.


7살, 5살 아이의 포대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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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509486532.jpg“엄마~ 업어줘~ 업어줘~”
아들이 등 뒤에 딱 붙어 업어달라고 보챈다. “그래~ 업혀~”하고 쭈그리고 앉아 등을 아들에게 내민다. 아이는 목을 감싸고 내 등에 딱 붙더니 “엄마~ 포개기~포대기~”한다. 나는 장롱 속에서 포대기를 꺼내 아이를 감싼다. 그냥 손으로 안을 때보다 포대기로 업으면 훨씬 업기 편하다. 새해 아이들이 7살, 5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포대기를 갖고 있는 이유는 가끔씩 아이들이 이렇게 내게 ‘어부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포대기에 안길 때의 그 포근한 느낌과 엄마 등의 따뜻한 감촉이 아이들에게는 마냥 좋나보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대체로 주말에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아이들은 업어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나는 포대기로 아이를 업어준다.
 
“우리 아들 좋아?”
(고개 끄덕끄떡)
“아이고~ 우리 아가. 다 큰 녀석이 애기 됐네~우리 아가 좋아요? 쭈쭈 다시 먹을까?”
“애~앵,  애~앵. 쭈쭈. 쭈쭈.”
 
아들은 아예 능청스럽게 아기 흉내를 낸다. 한참 업혀서 거실을 왔다갔다 하면 혀 짧은 소리를 내며 포대기 속으로 푹 들어간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온 몸을 웅크리고 있던 태아처럼 아들은 자꾸 포대기 속으로 들어가 엄마 품에 안긴다. 그러다 포대기에서 풀어놓으면 엄마에게 쭈쭈를 달라고 한다. 아들 입에 가슴을 갖다대면 아들은 쭈쭈 먹는 흉내를 낸다. 천연덕스럽게 아가 역할을 소화해내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벌써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컸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의 한 차례 ‘아가 연극’이 끝나면 딸이 아들처럼 다시 업어달라고 한다. 18㎏이 넘는 딸을 업자면 이젠 나도 힘이 부친다. 그래도 포대기로 딸을 업어준다. 딸 역시 ‘우쭈쭈’하는 아가 시절로 돌아간다. 아가 역할에 몰입해 ‘응애~ 응애~’를 계속 하고, 나는 우는 아가 달래는 것처럼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실을 왔다갔다 한다.
 
첫째를 낳았을 때는 포대기의 장점을 잘 알지 못했다. 나도 다른 신세대 엄마들처럼 주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다녔고, 아기띠나 슬링을 이용해 아이를 안았다. 비싼 돈 들여서 슬링, 아기띠 모두 샀다. 회사 선배가 “아이 업을 때 가장 잘 활용했다”는 포대기는 집안 구속에 처박아 놓았다. 포대기는 촌스럽다는 생각이 강했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고, 나도 폼나게 예쁜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폼나게 걷고 싶었다. 
 
그런데 첫째를 쩔쩔 매며 키운 뒤 나는 나중에야 포대기의 진면목을 알게됐다. 서양인들이 ‘애착 육아’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엄마의 품 같은 포대기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조선족 이모들과 함께 아이를 키우면서 포대기 업는 법을 제대로 배웠다. 포대기가 훨씬 아이 업기에 편하고 어깨와 허리가 덜 아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아이도 훨씬 안정감 있게 엄마 등에 기댔다. 그래서 둘째는 육아 휴직을 했을 때 주로 포대기로 업어 키웠다. 훨씬 업어 키우기 편했다.
 
최근 아마존 예콰나족의 육아 방식을 다룬 진 리들로프가 지은 <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었다. 평소 즐겨 듣는 팟캐스트‘이승욱의 공공상담소’에서 이 책을 소개했는데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을 읽으며 ‘품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진 리들로프가 말하는 ‘품’의 개념이 ‘포대기’와 연결되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지은이인 진 리들로프는 베네수엘라 카우라 강 상류에 사는 원시부족 예콰나족과 함께 수년 간 생활하면서 예콰나족의 육아 방식을 관찰해 책으로 펴냈다. 당시 석기 시대와 다름 없는 생활을 하던 예콰나족의 육아 방식은 문명 사회에서 살다 온 그녀에게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그들의 육아 방식은 인간의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육아 방식이자 과거 선조들의 육아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예콰나족 엄마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기기 시작할 때까지의 기간인 ‘품의 단계’에 늘 아기를 업거나 안고 다니면서 일을 했다. 우리처럼 아이들을 요람이나 유모차에 떼어놓고 키우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일하고 일상생활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예콰나족 아이들은 충분히 엄마의 품 안에서 편안한 안정감을 느끼고 욕망을 충족해서 느긋하고 조용하고 얌전했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지 않았고, 떼를 쓰지도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진 리들로프는 그들의 육아 방식에서 품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렇게 설명한다.
“품의 단계에 있는 동안 아기의 의식 상태는 엄청나게 변화한다. …(중략)…품의 단계에서 아기는 경험을 수용하고 타고난 기대를 충족하면서 새로운 기대나 바람을 품고, 또다른 그 기대를 충족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엄마의 품 안에서 안전하게 지내며 경험을 실컷 하고 나면 아기는 다음 발달 단계로 발달할 욕구가 생긴다는 얘기다. 진 리들로프는 문명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유모차나 요람 때문에 품 안의 경험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것을 ‘연속성에서 멀어진 삶’이라고 정의한다. 연속성을 박탈당한 사람은 항상 품 안의 경험을 갈구하는 욕망이 남아있다. 그녀는 “품의 박탈은 가장 흔하게는 불안이라는 잠재적인 감정의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의 대표적인 질병 불안, 또 새 옷이나 새 자동차, 승진이나 월급 인상, 다른 직업, 장기 휴가, 아직 배우자나 아이가 없다면 출산이나 결혼 등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집착은 모두 품의 박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그녀는 해석한다. 매우 흥미로운 해석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이들에게서 ‘품의 경험’을 박탈하지 않으려면 ‘포대기’를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생후 1년 이내 아이가 목을 가눈 뒤에는 아이를 더 많이 안아주고 포대기로 더 많이 업어 항상 아이를 품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살, 5살인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포대기를 사랑한다. 아이처럼 포대기에 푹 싸여 업혀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생후 1년 이후에도 아이들이 원하면 이렇게 포대기로 업어 ‘품’을 경험하도록 하면 아이들이 ‘연속성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원하면 포대기로 업어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자녀의 꿈에 열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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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에는 행복쿠폰이 있다. 일종의 놀이 쿠폰이다. 이것으로 한 동안 아이들과 놀았다. 그 크기는 명함 정도이며, 거기에 그림과 함께 원하는 내용의 글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딸이 아빠에게 원하는 것으로 ‘밤에 대형마트가기’, ‘토요일 밤에 과자 파티하기’, ‘자기 전 책 읽어주기’, ‘책상 닦아주기’, ‘찜질방가기’ 등이며 아빠가 딸에게 원하는 것은 ‘설거지하기’, ‘손지압해주기’, ‘안마해주기’, ‘이불펴주기’, ‘집안청소’ 등이 있다. 이것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딸이다. 딸이 5학년쯤, 한 가지를 가지고 와서 “아빠, 우리 행복쿠폰 놀이해요?”라고 제안을 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훌륭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시 ‘하자’라고 했다. 그렇게 행복쿠폰은 태어났다. 그 후 6개월 정도 아이들과 행복한 쿠폰놀이를 했다.

행복쿠폰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아빠와 아이가 서로에게 원하는 내용의 쿠폰을 일주일에 한 번씩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사용하면 된다. 주로 주말에 제시하고, 그 다음 주중에 실행을 하였다. 주의할 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행복쿠폰에 적힌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한다. 직접 해보니 서로가 만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대량으로 만들어서 아빠와추억만들기 회원들에게 배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후 약 6개월간 각종 행사를 하면서 아빠와 아이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의 내용을 골라서 확정했으며 딸이 6학년이 되던 2월 경에 30여 개의 행복쿠폰을 제작을 했다. 그 후, 회원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딸이 6학년 여름, 출판사에서 책을 쓰자는 제안이 왔다. 그래서 한 동안 목차를 만들어서 출판사에 제공을 하며 뼈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행복쿠폰이 생각났다. 그래서 미팅이 있는 날에 인쇄가 된 행복쿠폰을 보여주며 딸의 아이디어로 그렸다고 생색을 냈다. 그러면서 책에 넣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검토를 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회의를 한 결과 모두 좋아해서 넣기로 했단다. 그 순간 ‘앗~싸’가 외쳐진다. 그렇게 딸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행복쿠폰은 드디어 아빠의 첫 번째 책인 ‘아빠의 놀이혁명’에 부록으로 실리게 되었다.
 
필자의 첫 번째 책은 2005년 3월에 출간되었다. 그 후, 30쇄 정도까지 발간되었다. 그 해, 6월경 문화일보에서 전화가 왔다. ‘좋은 아빠되기’를 주제로 칼럼을 써달라고 한다. 그래서 즉시 하겠다고 동의를 했으며 시작하는 날도 확정을 했다. 그런데 문득, 딸의 행복쿠폰이 머릿속에 맴돈다. 기존의 신문을 봐도 문화 쪽의 칼럼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것을 자주 본 기억이 났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딸의 삽화가 아빠의 글에 넣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좋겠다는 판단이 든다. 그래서 그 다음 날,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완곡하게 내용을 전했다. “우리 딸이 삽화를 좀 그리는데 한 번 샘플을 보내도 될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쓴 책속에 딸의 삽화가 있다는 사실도 말을 했다. 그러자 담당자는 동의를 한다. 그 날 밤, 학교에 갔다 온 딸을 안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를 하며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러자 아빠가 원하면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1주일에 걸쳐서 삽화 2개를 그리기로 했다. 물론 여기에는 광고회사 오너를 했던 아빠의 노하우가 접목되었다. 바로 썸네일 기법을 전수해주었다. 딸은 수 십 개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리고 함께 의견을 교환하며 최종 2개를 확정했다. 그리고 딸이 삽화를 완성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메일로 삽화를 보낸 다음 신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담당자는 검토를 해보겠노라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그리고 1시간 후,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중1 따님이 그림을 잘 그리네요. 모두들 좋다고 합니다. 매주 그림도 함께 보내주세요”라고 한다. ‘앗~싸’ 이렇게 딸의 신문사 데뷔는 운명적이었는지, 아빠의 노력인지 몰라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딸과 아빠의 일정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우선 칼럼은 매주 목요일에 나온다. 그래서 아빠가 글을 써서 목요일에 딸에게 준다. 그러면 딸은 일요일까지 삽화를 완성해서 아빠에게 준다. 그리고 월요일에 삽화와 글을 신문사에 본낸다. 이렇게 딸과의 삽화그리기 작전은 10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이 되면 5부의 신문을 구입한다. 그리고 2장은 코팅을 하여 1장은 거실에 붙여놓았으며 한 장은 딸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3장 중에 1장은 딸에게 주었다. 그러자 커다란 보너스가 다가왔다.
 
그 해 딸의 그림 실력은 괄목상대할 정도로 늘었다. 시간이 나면 방에서 그림을 그렸다. 주로 A4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그런데 선풍기를 틀면 그림이 춤을 춘다. 그런 광경을 보면 참지 못하는 아빠는 딸을 불러서 코팅을 해줄까라고 제안을 했다. 딸은 환한 얼굴로 환호한다. 그래서 10여 장을 코팅을 해서 딸에게 주었다. 딸은 방의 벽에 가지런히 붙여놓았다. 그런 다음 또다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서너 번은 추가로 코팅을 해주었다. 그 해, 딸의 방은 온통 일러스트로 벽을 가득 채웠다.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의 꿈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들의 물고기 사랑은 6학년이 되어서 정점에 이르렀다. 집안에 어항이 무려 7개이다. 더구나 민물고기, 기수어, 열대어까지 수 백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아들이 어느 날, “아빠, 큰 어항 사고 싶어요!”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을 사고 싶냐고 물었더니 대뜸, 4자짜리를 사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다시 들어보니 4자*2자*5자의 초대형 3단 어항을 사고 싶다는 말이었다. 높이가 무려 150센치이며 폭이 120센치이다. 그래서 기존의 어항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모두 팔겠다고 한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즉시 질문을 했다. “물은 네가 다 갈아줄 수 있니?” 그랬더니 그렇게 한다고 답한다. 그래서 다시 어떻게 살것이냐고 물었더니 이미 인터넷에서 중고로 나온 물품을 찜해놨다고 한다. 다시 금액을 물어보니 50만원이라고 하며 신품은 2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하여튼, 아들이 그렇게 큰 것을 사고 싶어하며 또한 구입 비용 모두 자신의 모든 전 재산을 탈탈 털어서 산다고 하니 한 편으론 기특하기도 하고, 한 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을 들은 아내 역시 반대를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또한 구입 비용까지도 마련한 아들이기에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아들은 “아빠, 그런데 용달 비용이 모자라니 보태줄 수 있어요?”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모든 결정이 내려졌다. 아들은 매도인과 연락을 하여 구입하는 날을 정했는데 마침 이웃동네였다. 오후 1시쯤 아들과 그곳에 함께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 집 아들이 대학생인데 도착해보니 이제서야 어항에서 물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화가 났지만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물과 모래와 자갈 등을 모두 빼고 나니 4시가 넘었다. 겨우,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어항을 가지고 집에 도착했다. 사전에 거실에 있던 피아노를 옮겼고,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여 소파도 구석으로 치웠다.
  
그 날, 아들은 대형 어항속에 모래와 수초를 채우고, 마지막으로 수돗물을 채웠다. 그런데 그 시간이 무려 3시간 이상이 걸린 듯 하다.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서 혼자서 넣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고기는 바로 넣지를 않았다. 물속에 유해한 성분이 있어서 그 다음날에야 물고기를 넣어야 한단다. 이제 아들의 얼굴에는 만면의 미소가 흐른다. 그 후, 한 달 안에 작은 어항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팔았다. 그런데 물고기의 사랑에는 심한 노고가 필요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갈아주는데 그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그 당시 아들의 키가 150센치도 채 되지 않았다. 이 말의 의미는 아들에게는 심한 노동이란 사실이다. 물론 어항의 1단은 혼자서 수월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맨 위 3단에 물을 넣는 일이다. 양동이에 물을 담은 후에 의자에 올라가서 물을 넣어준다. 그런데 그 것을 보면 풍전등화의 느낌이다. 이미 모든 물고기와 관련된 일은 혼자서 하기로 약속을 했기에 도와달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서 3단속에 물을 넣다가 꼭 다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할수없이 아들에게 3단에 물을 넣을 때는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가난한 집에 제사가 자주 돌아오듯이, 아들은 매주 물을 갈아주는 듯이 보인다. 그래도 혼자서 아무런 군말도 없이 한다. 이 모습을 본 아내는 매우 측은지심을 느끼는 듯하다. 결국, 아내도 더 이상을 보지 못하겠는지 어항을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다. 이것은 아들이 물고기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아들에게 유격훈련을 시키는 격이다. 그래서 아내와의 의견조율을 마친 후,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 아내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에 중학생이 된 후에 다시 사자고 설득을 했다. 아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고생을 했다는 눈치다. 결국 아들은 6개월 만에 다시 45만원을 받고 어항을 팔았다.
 
모든 부모들이 내 자식의 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꿈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많은 선입관을 가지고 있다.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빠의 무관심이 아이가 성공하는 비결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의 꿈은 지금, 이 순간에 수시로 발견되고 있다. 지금, 내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거기에 해답이 있다. 그러면 아빠의 역할이란 아이가 좋아하는 곳에 열광하면 된다. 단지, 잘한다는 칭찬의 말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그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좋아해야한다. 그러면 아이는 응원부대가 생겼기 때문에 자신감이 샘솟는다. 바로 여기서 아이의 꿈은 확대 재생산이 되고 내공은 깊어진다. 그렇게 꿈은 서서히 익어간다. 또한 그렇게 열광을 해주는 아빠가 있기에 아이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삽화:권규리/단국대 시각디자인과 4년


친정과 시댁, 두 개의 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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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은 신정을 쇤다. 딸 다섯이 모두 며느리인 탓에 구정엔 다들 시댁으로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정식구들은 신정에 모두 모여 덕담을 나누고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조카들 세배도 받는다. 출가한 딸 다섯에 사위, 손주들이 아홉이나 되니 다 모이면 스무명도 넘는 대가족이다.

 

본래 신정엔 작은 친정집에 모여 엄마가 준비하신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서로 만나곤 했었는데 손주들이 늘어나고 장성하면서부터 집이 너무 좁고 불편해 지난해부터 자매들 중 제일 넓은 집에 살고 있는 우리집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올해는 친정 남동생과 함께 해외 배낭여행 중인 큰 언니가 빠졌지만 나머지 식구들은 변함없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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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와 이어진 수술 후에 후유증을 얻어 마음과 몸 고생이 심했던 쌍둥이 자매도 오랜만에 얼굴을 보았다. 가까운 곳에 사는 여동생이지만 너무 바빠서 꼬박 1년 만에 다시 보는 아랫 동생 가족도 반가왔다. 얼마전에 보았던 막내 조카는 그새 또 자란 모습이었다. 나이도, 사는 곳도,  하는 일도 서로 다른 가족들이지만 그래도 1년의 첫 날에 이렇게 같이 모여  이야기 나누고 세배를 하고 부모님께 1년을 살아갈 축복을 받는 일은 내겐 늘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가 있다.

 

이번 설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제일 큰 조카로부터 이룸이까지 각자 준비해 온 장기를 선보이는 자리도 있어서 모두 많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반나절의 아쉬운 만남후에 다시 헤어지는 가족이지만 어렵고 힘들 때 일수록 가족은 만나야 하고 서로 보듬어야 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친정 모임을 마친 후엔 부랴부랴 다시 준비를 해서 강릉으로 출발했다. 1월 2일이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첫 생신 제사이기 때문이었다. 형님과 동서는 12월 31일에 시댁으로 내려가 장을 보고 음식 장만하는 일을 하고 있을 터였다. 나는 1월 1일 친정 모임을 참석하고 내려가느라 하루 늦게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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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을 뵌 것은 탈상 후 처음이었다. 형님과 동서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님이 살아계셨다면 시댁도 어느 자손의 집에 모여 즐거운 잔치를 열었겠으나 어머님 돌아가시고 맞은 첫 생신은 잔치 대신 제사를 올리며 가족 모두 다시 한 번 어머님의 빈 자리를 비감하게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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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과 동서는 내가 오기전에 모든 제사 음식을 다 만들어 놓고 있었다. 나와 동갑인 형님과 나보다 한살 적은 동서는 젊은 사람들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야무지고 정성스런 솜씨로 제사 음식을 장만했고 일가 어르신들까지 모신 큰 생신상을 차려 모두를 대접했다. 나는 고작 잔심부름과 몇 가지 일을 도우며 허드렛일을 했을 뿐 이다. 매번 큰 일이 있을 때마다 먼저 달려와 큰 일을 해 내는 두 사람에겐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당신의 빈 자리를 든든하게 채우고 있는 며느리들의 정성과 솜씨를 보시며 하늘에 계신 어머님도 분명 기뻐하셨을 것이다. 형제들도 서로 더 살뜰하게 챙기고 있고, 손주들도 한층 더

의젓하게 새로운 길에 나서고 있으니 그토록 애닳아하며 염려하시던 모든 모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친정모임과 시댁모임이 연이어 있어 정신없고 고단했던 새해 첫날들이 지나갔다. 부모님이 계신 풍경과 한 분이 안계신 풍경은 많이 달랐지만 자손들이 다시 부모 곁으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조금씩 달라지고 성장하는 모습들을 축복해주고, 새로운 해의 안녕을 기원해주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아직 건강하게 우리 곁에 계시는 친정부모님이나 어머님이 떠나셨어도 달라진 환경에 의연하게 적응하시며 우리 곁에 계셔주시는 시아버님이나 모두 소중하고 감사 할 따름이다. 매년 새해 첫 날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변함없다면 다시 새로운 날들을 살아 갈 힘을 얻을 것이니 모두가 다 고맙고 또 고맙다.

 

새해는 푸른 말의 해라지. 

너른 들판을 달리는 말처럼 힘차게 씩씩하게 내 앞의 일들을 마주하며 열심히 살아갈 일이다.



신년회에 홈메이드 가방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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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조금씩 준비한 일이 있었다. 마음과 뜻이 맞는 사람 몇몇이 모이게 되면, 소박한 바자회같은 걸 한번 열어보고 싶어 그동안 집에서 쓰고 남은 천이나 동네 엄마들에게 공짜로 얻은 천들을 잘 모아두었다가 틈나는 대로 홈메이드 가방을 하나씩 만들었다. 아주 가끔 생각날 때마다 했을 뿐인데도 1년 쯤 지나니, 여러 색깔과 디자인의 가방들이 서랍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다.

지난 연말, 베이비트리 송년회 때도 송년회에 함께 했던 아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기를 놓쳤다. 일본에선 아이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갈 때 꼭 필요한 가방들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것보다 더 세련되고 좋은 물건들이 많을텐데...좀 촌스럽고 어색해하진 않을까..'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홈패션 강좌 한번 제대로 듣지도 않은 채 혼자서 책보며 떠듬떠듬 익힌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내 실력으로 만든 가방을 내놓기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새해에 재일 베이비트리 회원이 좀 더 늘어나게 되면, 그때 소박한 바자회를 열어 함께 나누자 싶어 가방이 든 서랍을 다시 닫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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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빈진향 님의 사진전 소식과 신년회 이야기를 듣고 지금이 딱 좋겠다 싶어 가방이 든 서랍을 다시 열게 되었다. 신년회에 나는 참석할 수 없지만, 이 가방들이 대신 참석해도 괜찮을까? 엄마와 함께 참석한 아이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돌아갈 지 어떨지 모르지만 신년회 자리 한 편에 늘어놓고 아이들이랑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솜씨가 좋은 엄마들이 보시기에 엉성한 실력이지만 딱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건 아주 튼튼해서 몇 년을 빨아 써도 끄떡없다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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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빌려올 때 쓰면 어떨까 싶어, 이 정도 크기의 가방이 많은데 큰 그림책 사이즈에 맞춰 만들어 보았다. (사진 속에 <부엉이와 보름달>은 겨울 그림책의 지존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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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들은 핸드백을 유용하게 쓸 것 같아 지퍼를 달아 이렇게 만들어 봤다. 포대기도 어색해서 안 쓰는 분위기라 그러는데 한국에서 이러고 다니면 촌스럽다 하진 않을지...

돈을 좀 더 들이면, 이쁜 천이나 재료들이 엄청 많기도 하지만 집에 있는 재료와 자투리 천들이 아까워서 군데군데 이어붙인 흔적이 많아 실제로 보면 궁상스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베이비트리에 내가 쓴 <브리콜라주>에 대한 글처럼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삶을, 이 가방만들기를 통해 한번 현실화해보고 싶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과 진심을 담아 이룬 무언가를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나누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을 주고받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이들 손에 닿는 물건이 장난감이든 뭐든 차갑고 딱딱한 플라스틱이 많아 자주 쓰게 되는 가방만큼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천 재료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빈진향 님 사진전이 무척 보고 싶다. 글도 사진도, 우리가 숨쉬는 동시대의 기록을 잘 남기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걸 밀양의 사진들을 보면서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신년회를 먼저 제안해 주신 것도 감사하고, 든든한 인생 동료를 만난 것 같아 참 좋다. 이런 마음을 늘 글로 쓰고 끝내는 게 아쉬워서 부끄러움과 망설임을 무릅쓰고 가방들을 보냅니다. 진향님, 주소 알고 싶은데 .. 메일로 따로 한번 연락해요^^


신년회 많이 참석하셔서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베이비트리 여러분, 올 한 해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 잘 고르고 잘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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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07_책읽는아이.JPG» 한겨레 자료 사진


5-6세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중심적이던 아이가 타인을 이해하기 시작하여 양보심도 생긴다. 관계의 욕구가 있어서 자기 것을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하지만 기분이 나쁠 때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며 쉽게 변덕을 부린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은 아이가 접하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동생과 행복하게 지내는 이야기, 가족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 이웃을 소개하는 이야기 등 나와 가족, 이웃들이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어주면 좋다. 5-6세 아이는 사람이 남자와 여자로 구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여자는 엄마가 되고, 남자는 아빠가 된다는 것도 안다. 성역할에 대한 관심도 생겨, 이성보다 동성 친구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동성 부모를 모방하고 싶어하고,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을 구분 짓기도 한다. 5-6세에는 상상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이 발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판타지 그림책을 좋아한다. 어휘력도 발달하고 언어의 맛도 알게 되므로 감각적이고 운율이 살아 있는 동시는 상상력 뿐만 아니라 감성을 키운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유

옳고 그름도 모르고, 길게 바라보고 생각할 줄도 모르지만 아이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 구석이 있다. 부모는 말을 안 듣기 마련인 아이에게 상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은 많은 부모와 아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아이들은 자신의 운명을 부모에게 기대야만 하고 스스로 무언가 해내기엔 아직 약하다. 자기 존재가 타인에 의해 좌우되고 스스로는 무능하다 느껴질 때 아이들은 두려워한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야단맞은 것이든 자신의 실수든 금방 잊는다. 또 작은 일에도 쉽게 즐거워하고 유쾌한 것에 빨리 빠져든다. 아이는 혼자서 새로운 것을 탐색하다 문득 돌아본다. 그리고 엄마를 찾는다. 쪼르르 엄마에게 와서 별것 아닌 질문을 하고는 다시 자기 놀이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세상을 탐색하는 과정은 엄마라는 원점을 중심으로 반복하며 조금씩 넓혀나간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조금씩만 변해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자기 세계를 넓혀나갈 수 있다.

상상력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은 판타지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한다. 아이의 창의력은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아이는 판타지 그림책을 통하여 상상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아이는 발상이 기발하고, 상식에서 벗어나고 유머가 가득 찬 그림책을 좋아한다. 아이 주변의 자연과 삶을 소재로 쓴 동시들과 따스한 느낌의 그림이 수록된 동시 그림책이 많다. 동시를 통해 아이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물씬 느낄 수 있으며, 언어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동시그림책은 의성어와 의태어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시어가 주는 섬세한 느낌과 풍성한 이미지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어떻게 읽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

아이에게 어른들 생각을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아이가 하고 싶어서 쏟아내는 말, 견디지 못하고 터뜨리는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어야 한다. 부모는 마주이야기 할 때 아이 말을 더 잘 들어주고, 아이 말에 맞장구를 쳐야 한다. 그 가운데 부모는 아이가 생활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림책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도록 자리를 열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자기가 한 일을 자랑할 때는 대단하다고 추켜세워 주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는 아이 편에 서서 아이 마음을 다독여 주고, 속상해 할 때는 위로해 주자. 아이들은 직관에 의해 움직인다. 부모들은 말로 설명하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난처해한다. 그러나 아직 언어와 논리적 사고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을 뿐 판단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은 좋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아이는 부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로 생각은 다르지만 조금씩 부모를 받아들이며 아이는 자란다. 그때 부모가 일방적이지 않다면 강렬한 공포심, 묵직하게 마음을 누르는 불안감 없이도 부모를 받아들일 수 있다.


고를 때의 주의점

아이들이 부딪히는 일상은 결코 만만치 않다. 세상을 제법 살아온 부모에게도 늘 삶은 힘들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들 속에서 질서를 잡아나가야 하는 아이의 삶은 긍정성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이들도 단순함에 열광한다. 반복적인 구절이 나오는 이야기, 형태가 분명하게 그려진 그림, 주제로 이끌어가는 흐름이 복잡하지 않은 구성 등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의 특징이다.



추천 그림책


<한국적 소재 그림책>


엄마 마중 (글 이태준, 그림 김동성, 소년한길)

한국적인 색감, 한국적인 소재, 한국적인 정감을 표현한 그림책이다. 시내에 전차가 다니던 시절, 엄마를 마중하러 나간 아이는 겨울 찬바람에 코가 빨개진다. 엄마가 올 때까지 꼼짝 말고 서 있으라는 차장 아저씨의 말에 아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아기가 엄마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이는데, 막대사탕을 든 채 엄마 손을 잡고 눈 오는 산동네를 놀라가는 마지막 장 뒷모습을 보면 흐믓해진다.


▶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글, 그림 박연철, 시공주니어)

지금은 사라졌지만 큰 망태기를 등에 지고 다니면서 폐품들을 주워 가던 망태 할아버지 이야기는 정말 두려웠다. 우리 전통 속 이야기를 끌어들여 말 안 듣는 아이와 부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환상 속의 세계가 아이들을 긴장시킨다. 새장에 갇힌 아이, 입을 실로 꿰맨 아이 등 콜라주와 판화 기법으로 망태 할아버지라는 대상이 지닌 공포를 더욱 자극한다. 아이들은 망태 할아버지가 없더라도 착해질 수 있다.


▶ 장수탕 선녀님 (글, 그림 백희나, 책읽는곰)

엄마와 목욕탕에 간 여자아이가 냉탕에서 선녀할머니를 만나 신나게 놀고, 요구르트를 선물하고, 집에 와서 감기를 앓는데, 밤에 찾아온 선녀할머니의 손길에 씻은 듯이 낫는다. 표정 풍부하고 동작 생생한 점토 인형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은 감탄할만 하다. 요구르트를 보기만 했지 이름도 모를 정도로 아무와도 교류 없이 늙어버린 선녀할머니를 알아봐주고 그 존재를 인정해준 아이의 상상력 넘치는 눈이 기특하다.


▶ 밤똥 참기 (글 이춘희, 그림 심은숙, 사파리)
▶ 손 큰할머니의 만두만들기 (글 채인선, 그림 이억배, 재미마주)
▶ 쪽빛을 찾아서 (글, 그림 유애로, 보림)



<친구와 이웃 그림책>


▶ 우리끼리 가자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곰이랑 너구리랑 다람쥐랑 멧돼지랑 일곱 동물은 산양 할아버지에게 옛이야기를 들려달라며 함께 출발한다. 하지만 중간에 동물들이 하나씩 빠지면서 이야기가 쌓여 올라가는 구조이다. 마침내 끝까지 올라간 친구는 토끼인데, 토끼에게 위기가 닥친다. 몰래 따라온 늑대가 토끼를 덮친다. 그때 산양 할아버지가 펄쩍 뛰어 늑대를 물리친다. 연필로 그린 마른 나뭇가지와 바위와 풀, 동물들. 단순하지만 깊고, 하얀 여백으로 표현한 눈 덮인 산은 한없이 따뜻하다.


▶ 지하철을 타고서 (글 고대영, 그림 김영진, 길벗어린이)

지원이와 병관이 두 남매가 처음 자기들끼리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을 찾아간다. 쉴 새 없이 장난을 치는 남동생과 그런 남동생을 행여 놓칠까, 또 내려야 할 역에서 내리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누나의 모습이 지하철역과 지하철 안, 도로 위에서 펼쳐진다. 내내 마음 졸이던 누나는 할머니 댁에 닿은 뒤에야 긴장이 풀어졌는지 울음을 터뜨리며 동생 엉덩이를 냅다 발로 걷어찬다. 가족의 일상생활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글 이호백, 그림 이억재, 재미마주)

수평아리 한 마리가 태어나 힘센 수탉으로 자란다. 수탉이 늙어 할아버지가 되지만 건강하게 자라나는 손자, 손녀들, 세상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아들, 딸들의 존재를 통해 자부심을 갖는다. 병아리가 뛰어노는 장면, 힘겨루기 하는 장면에 아이들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엄숙한 분위기의 화면에서조차도 유머가 곳곳에 감추어져 있어 재미있다.


▶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 (글 허은미, 그림 김진화, 웅진주니어)
▶ 바빠요 바빠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 만희네 집 (글, 그림 권윤덕, 길벗어린이)
▶ 솔이의 추석 이야기 (글, 그림 이억배, 길벗어린이)
▶ 황소 아저씨 (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 심심해서 그랬어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 우리 순이 어디가니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 동강의 아이들 (글, 그림 김재홍, 길벗어린이)

▶ 난 네가 부러워 (글, 그림 김영민, 뜨인돌어린이)
▶ 우리 마을 의사는 맨날 심심해 (글 김단비, 그림 홍원표 그림, 웃는돌고래)
▶ 나무 친구 이야기(글, 그림 강경선, 길벗어린이)
▶ 고릴라 할머니 (글, 그림 윤진현, 웅진주니어)
▶ 마주 이야기 세트(글, 그림 박문희, 보리)
▶ 안녕 친구야 (글, 그림 강풀, 웅진주니어)
▶ 삐딱이를 찾아라 (글 김태호, 그림 정현진, 비룡소)
▶ 내 동생 싸게 팔아요 (글 임정자, 그림 김영수, 아이세움)
▶ 일과 도구 (글, 그림 권윤덕, 길벗어린이)



<판타지 그림책>


▶ 모르는 척 공주(글, 그림 최숙희, 책읽는곰)

엄마와 아빠가 자꾸 싸우면 아이들은 불안과 공포로 모르는 척 딴청을 피우며 자신의 마음을 가둬놓는다. 동화 속에는 왕과 왕비가 사나운 용과 무서운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며 싸운 다음날, 어린 공주는 성 안에 감도는 냉랭한 기운을 모르는 척 아침을 먹고 모르는 척 블록 쌓기 놀이를 한다. 어린 공주는 블록을 높게 쌓아 성 안에 틀어박히고, “사실은 나도 그래”라는 꼬마 친구들의 공감을 들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 눈물바다 (글, 그림 서현, 사계절)

시험을 망치고, 점심 급식은 풀 쪼가리만 나오고, 오후 수업 시간에는 억울하게 선생님께 혼났다. 그런데 집에 가려니 비까지 내린다. 혼자 비를 맞고 왔는데 엄마아빠는 싸우고 있다. 자려는데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니 모두 내가 만든 눈물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나는 그 상상의 바다에서 신나게 놀다가 사람들을 건져주고 말려도 준다.


▶ 강아지똥 (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 길벗어린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강아지 똥이 한 송이의 예쁜 민들레로 태어나는 과정을 감성적으로 그렸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존재일지라도 그 나름대로 쓸모 있고 가치가 있다는 생명 존중의 생각을 갖게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아무 쓸모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에게는 자신감과 희망을 주어 자긍심을 갖게 할 것이다.


▶ 엄마, 어디 있어요? (글 허은순, 그림 박정완, 은나팔)
▶ 감기 걸린 날(글, 그림 김동수, 보림)
▶ 김치 특공대 (글 최재숙, 그림 김이조, 책읽는곰)
▶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글, 그림 정승각, 초방책방)
▶ 모기와 황소 (글 현동염, 그림 이억배 그림, 길벗어린이)
▶ 바람 부는 날 (글, 그림 정순희, 비룡소)
▶ 구름빵 (글, 그림 백희나, 한솔수북)
▶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글, 그림 이호백, 재미마주)
▶ 즐거워서 깔깔깔 (글, 그림 심미아, 느림보)
▶ 보글보글 퐁퐁 (글, 그림 조미자, 사계절)
▶ 도깨비의 귀가 아파요(글 한규호, 그림 남미희, 받침없는동화)
▶ 쇠를 먹는 불가사리 (글 정하섭, 그림 임연기, 길벗어린이)
▶ 해치와 괴물 사형제 (글 정하섭, 그림 한병호, 길벗어린이)
▶ 빨강 끈 (글, 그림 신애희, 소년한길)
▶ 엄마, 생각고래가 왔어요! (글, 그림 최현룡, 청년사)
▶ 작은 상자 말 (글, 그림 하효정, 느림보)



<동시 그림책>


▶ 넉 점 반 (글 윤석중, 그림 이경영, 창비)

시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을 배경으로 윤석중의 동시를 그림책으로 옮겼다. 가겟집에 엄마 심부름을 간 아이가 닭, 개미, 잠자리, 불꽃 등에 정신이 팔려 해가 진 뒤에야 돌아오는 이야기이다. 아이의 천진한 모습과 빛바랜 한지 느낌이 잘 살아있다.


▶ 개구리네 한솥밥 (글 백석, 그림 유애로, 보림)

백석의 동시에 그림을 넣어 자그마한 곤충과 동물들이 서로 돕고 사는 바람직한 모습을 그렸다. 전래 동요에서 빌려온 놀이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시인의 감각적이고 운율이 살아 있는 우리말을 더해 우리 나라 특유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 수박씨 (글 최명란, 그림 김동수, 창비)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린 맑고 고운 동시가 가득 실려 있다. 화려한 수식어나 과장된 표현 하나 없이 아이들의 일과 생활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각각의 동시들은 마치 서로 다른 여러 명의 아이처럼 순진무구하고 천진하다. 한편 아이의 호흡에 맞춰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1면에 동시가 집약되어 있다.


▶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글 백창우, 그림 설은영, 보리)

▶ 초코파이 자전거 (글 신현림, 그림 홍성지, 비룡소)



감기 때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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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08_아기1.jpg» 한겨레 사진 자료


감기 때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감기는 일 년 내내 발생하지만 주로 바이러스, 세균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환절기에 잘 걸린다. 감기 증상은 감염 부위나 원인, 연령,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많다. 3개월 이전에는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지 않거나 그다지 높지 않지만, 3개월~3세의 아기는 대개 발병 초기부터 열이 오르는 특징이 있다. 중이염과 부비동염(축농증) 등 감기의 합병증은 연령이 어릴수록 더 자주 심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열과 콧물, 기침, 가래, 코막힘 등이다. 아기가 배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먼저 갑자기 열이 오르고 보채며 재채기를 한다.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콧물이 흐르고 곧 코가 막혀서 힘들어하는데, 연령이 어릴수록 힘들어한다. 


집에서 다음과 하는 것이 좋겠다. 감기에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다. 


첫째, 초기에는 따뜻한 음식을 먹이고 푹 재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열과 통증 때문에 아기가 괴로워하면 해열제로 증상을 완화시키고, 코막힘 때문에 고생하면 코를 뚫어준다. 일반적인 감기 증세라면 오래지 않아 열이 내리고 차츰 증세가 가라앉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3~4일이 지나도 열이 내리지 않는다면 폐렴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아과 전문의를 찾아가도록 한다. 


둘째, 38.5℃ 이상의 고열이 날 때는 기저귀와 팬티까지 다 벗기고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약하게 문지르듯이 머리,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을 닦아준다. 이때 절대로 찬물이나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수건은 물이 뚝뚝 떨어지게 해서 열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닦아준다. 10~20분이 지나도 아기가 열과 통증으로 괴로워하면 해열제로 증상을 완화시킨다. 


셋째, 아기가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젖은 채로 두지 말고 옷을 자주 갈아입히고 청결이 중요하므로 컨디션이 좋다면 목욕을 시켜도 좋다. 


넷째, 감기에 걸려서 발열, 설사, 구토 등의 증세가 심할 경우 탈수 증상이 올 수 있으므로 보리차, 과즙, 이온음료를 충분히 섭취시킨다. 


다섯째, 식욕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모유나 우유는 아기가 원하는 만큼만 주면 되고, 이유식은 소화가 잘되고 아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적당량을 먹인다. 


여섯째, 방안 공기가 건조하면 기침이나 코막힘이 심해지므로 가습기나 물수건, 젖은 세탁물 등을 사용하여 방안의 습도를 50~60%로 조절한다. 


일곱째, 코가 심하게 막히거나 콧물이 나는 등 아기가 코막힘 때문에 고생하면 코를 뚫어주는 것이 좋다. 생리식염수를 콧속에 한 방울 떨어뜨리거나 젖은 면 수건을 코 주변에 대준다. 증세가 심할 경우 항히스타민 또는 항염성 비액을 코에 넣어주면 증상이 좋아진다. 하지만 콧물이 난다고 무조건 콧물을 자주 뽑아주는 것은 그다지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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