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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살 된 타잔, 3D 애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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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잔.JPG» 9일 개봉하는 영화 <타잔 3D>는 지난 100년간 만들어진 ‘타잔 영화’들에 대한 헌정 작품처럼 보인다. 원조 ‘타잔’의 미덕을 살리면서 모션캡처, 3D 입체영상 같은 최첨단 기술을 입히고 줄거리를 변형했다. KT미디어허브 제공

사진에 가까운 영상미 돋보여
원작과 큰 줄거리 비슷하지만
단짝 치타 없고 운석탐험 추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라면 흔히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를 떠올린다. 이들은 1930년대 저마다 기이한 사연을 가진 만화 주인공으로 태어나 초자연적인 힘으로 악당들을 물리치며 당시 대공황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이후 스크린 스타로 거듭나 수십년 동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보다 20여년 앞서 탄생한 ‘원조 슈퍼히어로’가 있었으니, 얼핏 이들 ‘종족’과 거리가 있어보이는 ‘밀림의 왕자 타잔’이다. 타잔은 우연한 사고로 아프리카 정글에 홀로 남겨져 원숭이 엄마의 보호를 받으며 ‘털없는 원숭이’로 자랐다. 악어와 사자를 맨손으로 제압하고, ‘아아~아~’라는 특유의 괴성으로 동물들을 다스리는 보통 인간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정글의 평화를 해치려는 악당을 물리치고 동물 가족과 사랑하는 연인(제인)을 구하는 모습 역시 ‘슈퍼히어로의 공식’을 따른다.


타잔1.JPG

1914년, 대중소설 작가 에드가 라이스 버로프스의 소설 <유인원 타잔>으로 태어난 타잔은 자신이 어디까지 진화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100편이 넘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어졌던 ‘타잔’이 태어난 지 꼭 100년 만에 3디 애니메이션 <타잔 3D>(9일 개봉)로 새롭게 태어났다.

<타잔 3D>의 줄거리는 타잔이 ‘밀림의 왕자’로 성장해 제인과 만나고,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원작과 비슷하다. 수많은 전작 <타잔>들에서 봤던 타잔 특유의 괴성이나 폭포수로 뛰어드는 장면, 악어와의 맨손 대결 장면을 그대로 쓴 것은 마치 전작들에 대한 ‘헌정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어린 ‘제이제이’(타잔)가 7000만년 전 우주에서 아프리카로 떨어진 운석탐험에 나선 부모와 함께 밀림으로 들어선다는 설정은 시대에 맞게 변형됐다.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 투블랏과의 결투, 새 에너지 자원을 노리는 악당 클레이튼, 타잔의 아버지가 실상 에너지회사 ‘글레이스톡’의 주인이라는 설정도 추가됐다. 타잔이 이미 언어를 익힌 나이에 밀림에 남겨진다는 설정도 원작에서 영어교습책으로 스스로 언어를 깨친다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타잔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답게 공을 많이 들였다. “사진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이라는 라인하드 클루스 감독의 제작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고릴라와 같은 습성을 지닌 타잔이 고릴라 처럼 구르고 뛰는 장면은 실사 영화였다면 오히려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자연스럽다.

타잔이 폭포수 아래로 뛰어드는 모습과 악어와 물속 대결도 영상 기술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특히 악어를 해치운 뒤 ‘아아~아~’라는 괴성으로 포효하는 장면은 ‘타잔’을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짜릿함을 느낄 만하다. 아쉬움이라면 타잔의 단짝 원숭이 ‘치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빌리와 용감한 녀석들 3D>(2012)의 독일 출신 라인하드 클루스 감독이 연출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 한겨레신문 2014년 01월 9일자

짜릿한 모유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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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80일 차

젖 수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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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을 먹다가 계속 잔다.

깨우면서 먹이느라 두 시간이 넘게 걸릴 때도 있다.

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 배도 고픈데

바다는 내 속을 모르고 계속 눈을 감는다.

딴 짓 할 때가 아니다 싶어 집중하고 보고 있다가 눈이 감긴다 싶으면

바다야! 바다야~!” 이름을 부르고 노래와 휘파람은 물론 온 몸을 주무르며 깨워보지만

매번 무심히 눈꺼풀은 내려가 꾹 닫힌다.

누구냐?

내 젖에 자꾸 수면제 푸는 게!

 

 

 

모유 수유 90일 차

젖 나눠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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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모유 은행을 알려줬다.

남는 젖을 기증할 수 있고 필요한 젖을 기증받을 수 있는 곳이다.

기증을 위해 젖 샘플을 보내고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기다렸는데 합격 통지가 왔다.

출산 얼마 전에 한 피검사 결과지를 보내고 에이즈 검사가 빠져서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 검사도 했다.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참 애쓴다고 친구가 그런다.

나의 소중한 젖이 소중하게 쓰이는 데 애쓰지 않으면 어디에 애를 쓰나.

냉동실에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가던 젖이

아이스박스에 가득 담겨 실려 나갈 때의 그 시원함과 고마움은... 캬아!

내 젖이 다른 아기들의 생명수가 된다고 생각하면... 짜릿!

 

 

 

 

전업맘 양육 우울감 정규직 직장맘보다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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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정규직인 엄마에 견줘 더 우울하고 양육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펴낸 ‘어머니의 취업유형에 따른 영아의 기질, 어머니의 심리적 특성, 양육방식의 차이 연구’ 논문을 보면 전업주부는 정규직인 엄마보다 우울감이 높고 양육 스트레스도 높았다. 이 논문은 육아정책연구소의 한국아동패널 2차연도(2009년) 자료를 바탕으로 18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어머니 1863명을 설문조사해 정규직 엄마와 전업주부의 심리상태를 분석했다. 부정적 심리 지표인 우울감의 경우 5점이 가장 좋지 않은데, 정규직인 엄마는 1.82점인 데 견줘 전업주부는 1.95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양육 스트레스도 정규직인 엄마가 2.67점이었고, 전업주부는 이보다 높은 2.77점이었다.


한편 비정규직인 엄마는 자기효능감과 우울감에서 전업주부와 점수가 같게 나타났다. 즉 정규직인 엄마보다 자기효능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직업의 질이 엄마의 심리적인 특성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전업주부가 정규직인 엄마보다 양육 스트레스 점수가 높은 것은 전업주부가 양육을 맡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인식 때문으로, 양육 과정에서 남편과 사회의 지원이 있으면 심리 상태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신문 1월11일자)

새해 육아내공은 걷기와 글쓰기로 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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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울 즈음, 몸이 좋지않아 병원에 출근 도장찍듯 자주 들락거렸다.

적혈구가 부족해서 빈혈 수치가 너무 낮은 탓에

시도때도 없이 피로가 몰려오고, 무엇보다 추위를 심하게 탔다.

저녁에 아이들 밥만 차려주고는 뜨뜻한 곳에 담요를 몇 장이이나 덮고 누워도

한기가 가시질 않았다. 아침마다 둘째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는

몸이 눈사람처럼 될만큼 옷을 껴입고 마스크에 장갑까지 무장을 하고도 부들부들 떨렸다.


나의 체질과는 도저히 맞지 않아 임신 때도 먹기가 힘들었던 철분약을 몇 주간 먹고난 뒤,

피검사를 다시 한 결과, 수치가 좀 높아져서 피로와 어지럼증이 다행히도 많이 나았다.

담당의사와는 몇 달 뒤, 다시 검사를 하고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지만

속이 메쓱거리고 복통과 설사까지 동반되는 철분약은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어

당분간 철분이 풍부한 식사와 운동으로, 둘째를 키우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몸을

좀 더 챙기기로 했다. 마침, 겨울방학이 되었고 두 아이만 집에 두고도 1시간 정도는

혼자 밖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 중에 하나는 걷기인데,

시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도 지금의 나에게 가장 적당한 운동이다.

가벼운 겨울옷을 입고 집 현관을 나온 순간부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침이냐 저녁이냐에 따라 걷는 코스도 다르게 정해보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2,3시간이나 걸은 적도 있는데 걸을수록 힘이 들기보다 다리 근육이 단련되어 더 걷기가

수월해지는 느낌이었다. 아! 둘째 낳고 진짜 오랫만에 느껴보는 이 기분!


차갑지만 상쾌한 겨울 공기가 시원하게 뼛속까지 스며들고 

걸을수록 몸이 가벼워지는 게 무척 기분 좋았다.

연말과 연초에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제법 오랫동안 걷는 운동을 했는데

겨울해가 지는 저녁, 강가를 걸으면서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다짐도 정리해 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일본에는 아직 아파트보다 주택 거주자가 더 많아

아담한 주택가 골목을 지날 때는 집집마다 다른 대문풍경이나 소박하고 이쁜 화분들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우리집 마당도 저렇게 해보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내일은 또 다른 골목으로 코스를 정해 걸어봐야지! 하는 의욕도 생기고.


빠르게 걸으며 스쳐지나는 길가에서 눈과 마음에 거슬리는 곳과 사람들을 보기도 하지만

가끔 이쁜 집과 가게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을 만날 때마다,

아! 하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빵과 케잌을 파는 오래된 가게가 있는데, 가게 옆에 손님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쉴 수 있게 만들어둔 공간이 내겐 참 이뻐 보였다.

한참을 걷다가 좀 지칠 때 이곳에 들러 앉아 가끔 쉬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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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가득한 화단과 오래된 화분들, 길 양쪽에 끼인 푸른 이끼마저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간의 세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다. 나무 벤치에 앉아있으면 뒤쪽 빵가게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들에 또 한번  햐..! 하고 황홀한 감탄사가..
세상살기가 끝도 한도 없이 거칠고 사나워지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몸과 마음을
무장해제해도 되는 순간과 공간이 있다면 그럭저럭 살만하지 않을까?
작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쉼터같은 공간을 좀 더 많이 만드는 것.
차츰 더 넓은 세상과 만나가는 아이들에게도 가정이 그런 공간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잘 키워야한다는 스트레스에 가끔은 피로해지는 우리 부모들에게도 그런 쉼터가 있으면
좋겠다.. 는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한달이 채 되지 않았고, 걷기운동을 못 나가는 날도 많지만
육아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엄마의 몸이 건강해야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엄마의 몸과 마음과 정신의 근육이 좀 더 단련될 때,
아이와 일상에 이끌려가지만 않고 내가 주체가 되어 꾸려갈 수 있다.
2014년 육아 근육은 걷기 운동으로 단련하자!
마라톤은 자신없지만, 최고 몇 킬로까지 걸을 수 있을지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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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함께 또 하나, 올해의 육아를 위해 단련하고 싶은 건 글쓰기.
건강을  돌보게 되면서 몇 해 전에 읽었던 고미숙 님의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동의보감 -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몸과 마음, 건강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글쓰기가 여성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정말 속이 시원하게 설명한 멋진 책이다.


글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성찰과 수렴 능력을 키우는 데는 최고라 할 수 있다.

유럽의 귀족들이나 조선의 선비들이 왜 문장력으로 인재를 선발했는가를 환기해 보라.

언어를 창조하고 조직하는 능력 없이 지성의 근육은 결코 자라지 않는다.(435쪽)


자기만의 육아 내공을 쌓으려면

육아책 읽기보다 글쓰기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많다.

고미숙의 <동의보감>에서 "삶과 세계를 언어로 구조화할 수 없다면 아직 지성의 주체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는데, 육아를 할 때도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기보다,

스스로 자신의 육아를 언어로 구조화하는 힘,

즉 글쓰기로 단련하는 힘이 실제 육아에 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글쓰기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이의 글을 읽고 평가하기는 쉽지만, 막상 스스로 써보려하면 막막해지는 때가 많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런 게 아니었는데..'싶어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포기하기 일쑤고

때로는 만족스럽고 신선하다 싶었던 나의 글이,

어느 순간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처럼 느껴져 괴로울 때도 많다.

의뢰받은 원고가 마감 날짜는 코 앞인데, 글이 뜻대로 안 써지던 어느날,

고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으며 아, 글쓰기가 이런 거구나!하고 깨달음과 위로를 얻은 순간이 있다.


"선생님같은 대가는 한 두 시간이면 쓰실 수 있잖아요."하는데,

그럴 때마다 야속한 생각이 들고 속으로는 뭐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적절한 한마디 말을 찾아 온종일 헤맬 때도 있다는 겁니다. ...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한 마디를

찾아내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찾아내야 하는 것은 그게 있어야 작품이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평생 글을 쓰신 작가분도 이러한데, 나 같은 사람이 헤매는 건 당연한 거구나.

더 헤매고 찾는 시간이 필요한 거구나. 싶었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동안이 글쓰기에 참 유리한 건, 힘들고 위기의 순간을 자주 겪다보니

아기 기저귀를 갈다가, 졸면서 젖을 먹이다가, 지친 몸으로 부엌에서 저녁밥을 짓다가,

아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를 듣다가 ...

글에 필요한  그 "딱 한 마디"가 떠오르는 일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10년 동안이 삶의 이야기가 가장 풍성할 때다.

그 시간을 놓치지 않고 싶고, 올해는 더 부지런히 글쓰기로 단련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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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은 우리시대 여성들이 글쓰기를 통해
자기 몸과 삶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를 권한다.

배움은 곧 타자와의 능동적인 접속이자 삶의 현장에 적극 개입하는 실천적 행위다.
그 행위들이 교양과 정보의 지리한 나열에 그치지 않으려면
글쓰기를 통해 지성의 수위를 높여 가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결코 치유의 과정이 아니다.
우리 시대에 있어 치유란 평균적 삶을 누리는 데서 끝난다.
평균적 삶이란 바로 중산층의 단란한 가정이라는 환타지,
즉 다시금 '오이디푸스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글쓰기란 그런 식의 치유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주도해 갈 수 있는 능동적 단련을 의미한다.
자기수련으로서의 글쓰기, 자기구원으로서의 앎!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우리가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우리다." (동의보감 / 421쪽)

육아를 시작한 지 올해로 12년 째, 이제야 좀 알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육아와 삶이 어떤 것인지.
훌륭한 육아서적들과 유명한 육아 멘토들의 말과 조언보다 더 귀기울여야 하는 것은
부모인 나의 내면의 목소리와 지금 내 곁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새로운 삶과 교육, 그리고 변화를 원한다면 그 주인공은
'뛰어난 누군가'나 '주변의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우리가 기다렸던 사람은 바로 우리라니!  너무나 멋진 말이다.
2014년 새해는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고 싶다.
두 아이들이 자라는 이야기를 세월에 어영부영 흘려보내지 않고 잘 붙잡아 쓰고 싶다.
걷기와 글쓰기,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올 한 해는 뿌듯할 것 같다.
즐기면서 그저 꾸준하게 걷고 쓸 것이다.
그렇게 새해엔 좀 더 탄력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 이 세상을 누가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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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선착장에서 롱보트 (long boat)를 탔다. 오늘은 바람 동굴(wind cave), 맑은물 동굴(clear water cave) 탐험을 해보자!

바람동굴을 향해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가늘고 긴 나무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것이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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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동굴에서는 다양한 종유석, 석순과 함께 달 우유(moon milk)라는 것을 보았다. 동굴 벽에 하얗게 침전된 것인데 단단한 돌이 아니라서 더더욱 만지면 안 된다고 했다.
달의 계곡, 달 우유...
사람들은 인간의 지력으로 밝혀낼 수 없는 지형을 발견하면 '달'의 이름을 빌리곤 한다. 우유가 응고된 것처럼 보이는 달 우유(moon milk)가 만들어지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박테리아의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종유석 1센티미터가 자라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동굴 입구에서 가이드가 모두에게 퀴즈를 냈다.
정답은 100년이란다!
종유석 1센티미터를 파괴한다면 100년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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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동굴을 나와서 다시 배를 타고 맑은물 동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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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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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가 괴물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동굴 입구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들이 날카로운 이빨처럼 생겨서 거대한 괴물 입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엄마, 저기 저 괴물 이빨에 나뭇잎을 하나씩 붙여놨어.
자세히 보니 그 ‘이빨’에 이파리 하나로만 된 식물이 있었다. single leaf plant, 보르네오 섬에서만 볼 수 있단다. 해람이의 관찰력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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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물 동굴에는 이름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줄기가 꽤 크고 흐름이 빠른 곳도 있었다.

맑은물 동굴, 바람 동굴을 포함하는 맑은물 동굴계( clear water cave system)는 여러 개의 동굴이 연결되어 총 길이가 189km나 된단다. 아직 다 개발이 되지 않았고 가이드도 끝까지 못 가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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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루에서 지내는 내내, 날마다 비가 왔다. 열대우림의 '우'가 바로 비 우 雨 아닌가! 몬순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덥고 습한 곳, 연중 강우량이 4~7m 된단다. (물루 국립공원 사이트를 보니 그래도 7~9월엔 비가 적게 온단다. 일주일에 3일.)
다행히 오전에는 비가 오락가락해서 동굴 탐험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는데 오후만 되면 시원하게, 때로는 무섭게 쏟아져서 가이드 따라 밤 산책하는 ‘night walk'은 끝내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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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질 때는 방에 틀어박혀 지냈다. 빗소리 들으며 책을 읽고 사진 편집, 아이들은 분장 놀이, 춤추기, 어지르고 어지르기...
누가 더 웃기게 분장하나, 각자 분장하고 짠~하고 나타났을 때 먼저 웃는 사람이 지는 놀이. 깔깔깔, 웃음소리가 방안 가득했다. 재밌는 소품을 찾는다고 짐을 다 뒤져 엉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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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잦아 들면 숙소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빨리 나아갈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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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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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술? 씨? 열대의 꽃은 풍만하고 원색적이고 노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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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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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구멍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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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표면을 찍다가 개미떼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비가 많이 와서 개미집이 부서졌나 보다. 개미들이 알을 들고 이사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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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에 바글바글 모여 있던 갈색 열매(씨앗)들.
처음 봤을 때는 반질반질한 표면 때문에 딱정벌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씨앗이었다.
씨앗은 도처에 퍼져 있었다. 빗물에 퉁퉁 불어 있던 씨앗에서 촉수처럼 뿌리가 삐져나왔고 더듬더듬 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리는 순간 새싹이 터져 나올 것이다.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살펴보니 새싹들이, 이제 막 터져 나온 조그맣고 보드라운 새 생명들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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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기도 있어. 여기, 여기도!!!
별나무인가? 새싹이 별모양으로 나오잖아.
아이들도 내 주변으로 모여들어 갓 터져 나온 새생명들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았다.
아직 씨앗으로 있는 것부터 뿌리가 삐져나온 것, 날개를 펴기 직전의 나비처럼 새순이 접혀 들어가 있는 것, 그리고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이파리를 펼치기 시작한 것... 마치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과정을 연속 촬영해서 보여주는 식물도감 같았다.

 

생명이 움트는 모습
이보다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또 있을까.
이보다 더 두근거리는 감동이 있을까.
안녕!
태양을 향해 제 몸을 곧추 세우기 시작한 별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반가워!
우리는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별들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열대 우림의 생명력이란!
흙을 덮어주는 수고 따위는 필요치 않아 보였다.
햇빛, 물, 그리고 비옥한 토양...
생존에 필요한 것들은 풍족했고 본능적으로 제게 필요한 것을 찾아, 제가 있어야 할 곳을 찾아 거침없이 뻗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망설임, 주저함, 미래에 대한 불안 같은 감정이 끼어들 자리는 없는 것 같았다.
노골적이고 거침없는 이들의 생명력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엄마,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어? 해람이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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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잎맥을 따라 씨 같은 것이 줄지어 붙어 있는 이파리를 보고 있었다. 자로 잰 듯 규칙적인 배열이, 그 정연함이 감탄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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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붉은색 선명한 코일, 마디마다 달려있는 발, 그리고 움츠리고 펴며 앞으로 나아가는 유연한 몸동작. 이 조그맣고 하찮은 벌레의 모양과 움직임에서도 정연하고 섬세한 자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신기하고 오묘한 것을 누가 만들었을까, 경이로운 열대우림의 생태계가 해람이의 마음에 이런 질문이 떠오르게 한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나도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밑도 끝도 없는 고민의 늪에 빠져들었던 사춘기 시절, 어리숙하지만 자못 진지하게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이 세상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하루하루 살아내는 데 당장 쓸모가 없는 질문은 조금씩 밀려나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해봤나 싶을 정도 오랜 시간 잊고 살았다.

아이들에게 나도 잘 모르는 빅뱅이론, 진화론이니, 창조론이니 하는 지식을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이야말로 더 나은 대답을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글쎄, 누가 이 세상을 만들었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
“누가 만든 게 아니라 저절로 생긴 것 같은데.” 아루가 끼어들었다.
“저절로? 어떻게?”
“처음엔 씨앗이 있었겠지. 씨에서 싹이 나고 무럭무럭 자라 풀이나 나무가 되고 꽃이 펴서 또 씨가 만들어지고 그랬겠지!”
“그럼 처음의 씨앗은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세상에 이렇게 많은 식물이 있는데 씨앗도 엄청 많았겠네?”
“엄마, 진짜 요정이 있는 거 아냐? 요정이 마법 가루 뿌리는 것처럼 알록달록 예쁜 씨앗들을 세상에 뿌린 건 아닐까?”
아루가 제가 아는 상식으로 설명해보려다가 안 되겠는지 요정의 힘을 빌렸다.
“요정들은 어디서 왔을까?”
“원래 있었지. 아, 모르겠어. 뭔가는 원래 있어야 하잖아. 이건 꼭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물어보는 것 같아.”
이야기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난상토론으로 이어졌다.
아루는 달걀이 먼저 생겼을 거라고 했다.
하늘의 구름이 뭉쳐져서 하얀 달걀이 만들어졌을 거라고.

 

아무리 머리를 감싸고 생각을 쥐어짜 본들 세상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무엇이 정설이고 무엇이 진실이냐를 따지기는 건 그리 중요치 않으리라.
해람이 마음속에서 이런 의문이 새싹처럼 자라나는 것, 그 자체로 참 신통하고 감동적이었다.
아루가 생명이 씨앗에서 나와 땅에서 자라고 번성하여 또다시 씨앗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고 설명해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림책 삽화처럼 요정이 알록달록 예쁜 씨앗을 뿌리는 상상도 즐거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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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이것은 큰 발견과 깨달음이었다. ‘개발’이 최우선의 가치로 여겨지던 70년대에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내게 자연은 늘 먼 이웃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 추억의 물건은 ‘표주박’이 아니라 알록달록 플라스틱 바가지였다. 서른 살 넘어서 여행을 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알았고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지내며 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자연과 가까이하게 해주고 싶어서 공원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시멘트 범벅에 보기 좋게 꾸며진 정원과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다르다는 것도 한참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루에서 지낸 3박 4일,

우리가 영위하는 삶을 뛰어넘어 자연의 이치를 발견하고 초자연의 힘을 상상해보는 참 귀한 시간이었다.
대자연을 아우르는 커다란 미지의 손을 느끼는 순간,
생각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시야는 넓어지며
인간이 유수한 시공간 속의 티끌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스스로 제 몸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농민들도, 유치원 아이들도 읍내 ‘시네마천국’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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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13_1.JPG» 단체관람 온 신광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를 보고 있다. 김제/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지역 쏙] 문화 불균형 해소하는 ‘작은영화관’
작은 영화관 ‘지평선시네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전북 김제에 있다. 지난해 8월에 문을 연 이곳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올망졸망 앉아서 영화 보기 좋은 곳이다. 좌석이 모두 99개인 지평선시네마는 지역간 문화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앞장선 작지만 큰 영화관이다.


“영화관의 큰 화면에서 공룡을 볼 수 있어 기뻤어요.”
지난 8일 오전 11시40분께 전북 김제시 도작로 청소년수련관 1층에 있는 작은영화관 ‘지평선시네마’에서 신광어린이집 어린이 65명이 몰려나왔다. 어린이들은 방금 보고 나온 영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느라 왁자지껄 들떠 있었다. 아이들은 이날 작은 아기 공룡이 어려움을 딛고 늠름한 어른 공룡이 되기까지 과정을 다룬 80분짜리 애니메이션 <다이노소어 어드벤처>를 단체 관람했다. 유정원(5)군은 “좋아하는 공룡을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김순자(46) 신광어린이집 원장은 “여름과 겨울로 나눠 1년에 두 차례 정도 아이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있
다. 영화관이 없을 때는 인근 전주로 아침 일찍 출발해 영화를 본 뒤 되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시간이 단축돼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제평야는 지평선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논이 드넓은 덕분에 예부터 농경사회의 중심지였다. 김제는 1950·60년대에 인구가 26만명이었다. 당시에는 면 단위에도 영화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구가 9만1218명으로 줄어들어 문화시설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영화관이 없던 김제시에 지난해 8월 지평선시네마가 생겼다. 청소년수련관 일부를 다시 꾸며 문을 여는 데 지방비 10억원이 들어갔다. 김제시는 작은영화관을 개관하면서 주민들이 싼값에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위탁을 주지 않고 직영하고 있다. 관람료는 일반 영화 5000원, 입체(3D) 영화는 8000원을 받는다. 1관(65명)과 2관(34명)을 합쳐 99명이 동시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표를 사거나 온라인 누리집에서 예매를 할 수 있다.

요즘은 방학이고 농한기인데다 영화 <변호인>의 인기까지 겹치면서 지평선시네마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민 백태수(41)씨는 지난 8일 오전 가족과 함께 왔으나 좋은 자리가 없어 관람하지 못하고 오후치를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백씨는 “과거에는 영화를 보려면 익산이나 전주로 갔는데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있으니까 수시로 올 수 있어 좋고, 가격도 싸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제시 공무원 남혜선(33)씨는 “한번은 73살 할아버지한테 ‘인터넷으로 영화표를 예매하기가 어렵다’는 문의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하도 간절해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도 문화생활을 고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제시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영화 홍보 게시판을 아파트 단지와 마을 노인정 등에 설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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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없는 김제·장수·인제 등 
100명 남짓 볼 상영관 문 열어 
먼 도시 안나가도 인기작 관람 
주민들 “싼값에 문화생활” 만족 
문체부 2017년까지 국비지원해 
극장없는 지자체 103곳에 설립


영화관 규모가 작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관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주민 최순희(51)씨는 다음날(9일) 영화표를 예매하기 위해 이날 영화관을 찾았다. 이 영화관을 세번째로 왔다는 최씨는 “이곳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 다니면서 시간 날 때마다 영화를 본다. 흥행이 안 되는 영화가 들어올 때도 있음을 고려하면 이 정도 규모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시골 어르신들이 얼마나 영화를 보러 올까’란 우려도 있었지만 지평선시네마에는 예상보다 관객이 많이 들었다. 지난해 8월26일부터 12월31일까지 2만4690명이 다녀갔다. 4개월 동안 김제 전체 인구 4명 중 1명꼴로 영화을 본 셈이다. 지난해 수입은 1억6000여만원을 기록했다.

지평선시네마가 생기면서 김제는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과 같은 날 똑같은 영화를 개봉하면서 지역사회가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게 됐다”는 게 김제시 쪽 설명이다. 도농 간에는 경제적 격차뿐만 아니라 문화적 격차도 상당하다. 전국 영화관 314개 중 138개(44%)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근처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농촌에서는 영화 한편이나 책을 한권 보려 해도 30분에서 1시간가량 차를 타고 인근 도시까지 가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극장이 없는 곳이 103곳이다. 극장이 인구가 많은 곳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민은 한해 평균 4.7회 영화를 본 반면, 전남 주민은 1.5회였다. 도시와 농촌 사이에 벌어진 문화 격차를 작은영화관이 메우고 있는 것이다.
지평선시네마는 시민 소통의 공간 구실도 한다. 지난달 9일에는 김제시 백산면 이장단 회의가 지평선시네마에서 열렸다. 이장들은 회의을 마치고 함께 영화를 봤다. 딱딱하고 지루했던 이장단 회의 분위기가 같이 영화를 보면서 한결 부드러워지고 의사소통이 활발해졌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도 문화이용권(바우처)으로 1415명이 관람해 소외계층의 문화복지를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제시에서 직접 운영하다 보니 영화 배급 등에 어려움이 있다. 인기 영화를 움켜쥔 대형 배급사들이 작은영화관 배급에는 소극적이다. 김제시는 앞으로 다른 지자체에도 작은영화관이 많아지면 협동조합을 구성해 공동 구매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제에서 꽃을 피운 작은영화관 사업은 4년 전 전북 장수군이 시동을 걸었다. 장수군은 2010년 11월 자체 비용으로 농촌영화관 ‘한누리시네마’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인태 전북도 문화예술과장은 “장수군의 작은영화관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이를 전국화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140113_3.JPG» 지난 8일 오전 전북 김제시 도작로 작은영화관 ‘지평선시네마’ 앞에서 단체관람 온 신광어린이집 어린이들이 포즈를 취한다. 김제/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작은영화관은 김제 등 전북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인구 3만2000여명에 불과한 최전방 강원도 인제군에도 2010년 10월 개봉 영화관이 생겼다. 80년대 중반 이 지역의 개봉 영화관 3곳이 모두 사라진 지 20여년 만이다. 읍내에 있는 인제하늘내린센터에서는 둘째·넷째 주말과 공휴일에 최신 개봉 영화를 상영한다. 스리디 영화 상영이 가능한 시설도 갖췄다.

인제읍에 살고 있는 주민 박영호(54)씨는 동네에 개봉관이 생기면서 잃어버렸던 영화 감상 취미를 되찾았다. 박씨는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지금 인제문화원 자리에 있었던 극장을 찾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역의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영화를 보려면 두시간 차를 타고 춘천이나 속초로 나가야 했다. 이제 조금만 걸어가면 개봉 영화를 동네에서 싸게 볼 수 있다”고 반겼다. 김민혁 인제군문화재단 영화관 담당은 “지난해 9000여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관이 생기면서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이 휴가나 외박 때 인제에 머물면서 영화를 보고 밥을 먹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은 올해 남해군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10곳에 100석 규모의 작은영화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충북 제천시는 10억원을 들여 제천시 모산동 의림지 주변에 작은영화관을 지을 참이다. 의림지 입구 이벤트홀로 쓰이던 건물의 구조를 변경해 200석 규모의 영화관을 지으려는 설계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경북 영덕군도 작은영화관을 만들 계획이다. 영덕군은 지난해 3월부터 예주문화예술회관에서 주말과 공휴일에 영화를 상영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어 영화를 보려는 주민들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9차례 영화가 상영됐는데 2만690명이 찾아왔다. 이를 계기로 영덕군은 예주문화예술회관 옆에 2층 규모로 250석 규모의 작은영화관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국비로 작은영화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극장이 없는 기초지자체 103곳 전체에 작은영화관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차로 올해 22곳(자체 조성 12곳 포함)에 작은영화관을 만들 계획이다.

작은영화관은 문화소외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작은 변화로 꼽힌다. 장수와 김제 등에서 시작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전국 103곳에 태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김제/박임근 기자, 전국종합 pik007@hani.co.kr

(※한겨레신문 1월13일자)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안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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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아주며 커가는 아기와 부모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140113_4.JPG» 그림 웅진닷컴 제공
안아줘!
제즈 앨버로 지음
웅진닷컴 펴냄(2000)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은 정말 놀랍다. 잠시만 엄마가 보이지 않아도 울음을 터뜨리던 꼬맹이가 돌이 지나자 혼자서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아직은 조금 움직인 뒤 엄마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져 엄마를 찾아 나서지만 이제 자기만의 세계로 조금씩 발을 내딛는다.

아이가 지금 뭘 하는지 매 순간 신경 써야 하고 아이 울음소리라도 나면 당장 달려가야 하는 시기. 부모에게 괴롭지만 또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나란 존재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한 생명체, 내 존재를 반갑게 그리워하는 생명체를 만난다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경험이다. 흔들리며 살아오던 생이 비로소 의미를 찾게 된다. 한없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부담 이상으로 자부심과 그에 따른 삶의 동력을 부모에게 전해준다.

제즈 앨버로의 <안아줘!>는 아가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며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그림은 따뜻하고 경쾌하다. 귀여운 동물들이 엄마와 아가로 짝을 지어 나오고 대사는 “안았네”, “안아줘”, “도도야”, “엄마” 고작 네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아기 원숭이 도도는 숲 속을 산책한다. 숲 속에는 여러 동물이 있다. 코끼리와 하마, 카멜레온과 새, 그리고 사자까지. 그런데 이 동물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 사랑을 표현하며 안고 있다. 숲을 걸으며 그들을 본 도도는 한마디 한다. “안았네.”

아이는 아직 엄마가 필요하다. 세상을 탐색하려면 엄마의 포옹이 필요하다. 그 포옹에서 기운을 얻어 다시 세상을 탐색할 수 있다. 엄마와 사랑을 나누는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도도도 이제 엄마가 그립다. 자기를 안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외친다. “안아줘.” 동물들은 모두 모여 안타깝게 도도를 쳐다보지만 안아줄 수는 없다. 도도는 눈물을 흘리며 “안아줘” 외친다. 그때 멀리서 엄마가 달려온다. 도도와 엄마는 너무나 절실한 목소리로 서로를 부른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다. 아이도 엄마가 보고 싶었고, 엄마 역시 아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달려와 서로 안는다. 숲 속의 모든 동물들도 도도와 엄마의 포옹을 축하하고 응원한다. 이제 도도는 더는 외롭지 않다. 서글프지도 않다. 엄마만 있다면 마음은 금세 흐림에서 맑음이 된다. 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도도가 있기에 행복하다.

140113_5.JPG»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이 그림책은 종종 마법을 일으킨다. 그림책을 읽으면 부모와 아이는 어느덧 서로 마주 본다. 그리고 서로를 부르며 부둥켜안게 된다. 체온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사랑의 눈빛을 나눈다. 그 시간이 좋아 부모도, 아이도 이 그림책을 읽고 싶어 한다. 하루 저녁에 대여섯 번을 읽고 그 두 배 정도는 서로를 끌어안은 다음에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다는 증언을 여러 부모에게 들었다. 그만큼 아이에게는 사랑이 필요하다. 부모가 필요하다. 자기를 안아주는 사람,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 그 품에서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실은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기를 안아줄 사람이 가끔은 절실하다. 그래서 아이를 안으며 스스로 마음을 위안한다. 사랑을 주면서 사랑을 받는다. 인생의 빛나는 한때가 바로 그 순간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림 웅진닷컴 제공

부츠 걱정, 말더듬이 걱정 다 달아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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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13_6.JPG»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운동화 살 돈 없는 민재의 상처
선생님은 영문 모른 채 야단만
말더듬이 친구 만나 서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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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걱정 친구야 
 김리라 글, 정문주 그림 
 웅진주니어·9000원

 가난이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방법은 언제나 기상천외하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증명해 낸 다음에  먹는 ‘공짜 급식’ 정도가 무슨 창피냐고 일갈하는 이들의 감수성으로는 도무지 이해 못 하겠지만,  실로 다양한 기억이 아이의 가슴속에 ‘가난의 부끄러움’으로 새겨진다. <우리는 걱정 친구야>의  주인공 민재는 ‘부츠’ 때문에 그러하다. 새 운동화 살 돈이 없어 날이 따뜻해졌는데도 부츠를 신고  학교에 가야 했다.

 하필이면 키까지 커서, 다들 남녀 짝으로 꼭두각시 연습을 하는데 민재는 도영이와 남자끼리 짝이  됐다. 말더듬이인데다가 성격도 좋지 않아 보이는 도영이라니, 싫다. 민재는 속이 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속상한 일은 율동을 하다 보면 바지가 자꾸 올라가 부츠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바지를 내리다 내리다, 팬티까지 내리고 만다.

날도 더운데 율동까지 하느라 부츠 속에는 땀이 찬다. 팬티를 내렸다며 도영이가 놀리기 시작해 얼굴도 벌게졌다. 식당을 하다 망한 뒤 어딘가로 일하러 떠난 아빠가 보고 싶다. 영문도 모르는 선생님은 영문을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민재에게 벌을 준다. “꼭두각시 연습하는 날에는 부츠 신고 오지 마, 알았어?” 가난이 상처가 되는 순간이다.

예전에 신던 운동화는 전부 작아졌고, 새 운동화를 살 돈이 없다. 엄마의 사정을 알기에 더 조를 순 없다. 엄마에게 선생님의 말을 전하니 이번에는 부츠 대신 샌들을 꺼내준다. 샌들은, 더 아니다. 민재는 아빠와 함께 보러 가곤 했던 나무에게 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너도 부츠가 창피하지?”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벌을 서다가 민재와 도영이는 ‘부츠’와 ‘말더듬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게 됐다. 그렇게 둘은 ‘걱정 친구’가 됐다. 아이들은 둘만의 걱정 신호를 만들고, 걱정을 나누며 힘을 얻었다. 신이 난 도영이는 노래한다. “민재는 부츠 걱정, 나는 말더듬이 걱정, 우리는 걱정 친구야. 우리는 걱정 친구야. 우리 둘이 있으면 걱정은 달아나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는 “내 고민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는 이가 단 한 명만 있어도 사람은 치유받는다”고 했다. 소설은 민재의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소식으로 기분 좋게 끝을 맺는다. 하지만 어른 독자라면 소설 밖, 가난에 상처받으면서도 ‘걱정 친구’조차 없는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돼 부츠를 신은 듯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초등학생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그림 웅진주니어 제공


받아쓰기 점수는 잊어라, 배우는 과정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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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3917.JPG» 구하기 쉬운 동물이나 사물 포스터를 벽에 붙인다. 해당되는 단어를 포스트잇에 써서 단어카드를 만든다. 적절한 그림에 적절한 단어를 붙이는 놀이를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힐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아들이 7살인데 아직까지 책도 잘 못 읽고 글씨도 잘 못 써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받아쓰기 시험 보면 백점 맞는 아이들이 많다던데 불안합니다. 아들 친구들 중 글자도 쓰고 책도 혼자 읽는 아이들 보면 마냥 부러워요.”

 

주부 이은미(38·서울 동대문구)씨는 아들의 내년 학교 입학을 앞두고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주변 엄마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한글은 떼고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하기 때문이다. ‘한글 떼기’는 어느새 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됐다. 어떤 부모는 입학 전 한글을 떼야 한다는 생각에 4~5살부터 아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시킨다. 6~7살 때부터 ‘읽기 독립’을 시키겠다고 작정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모가 글자를 읽고 쓰는 것에 너무 집착하면, 아이들의 호기심과 배우는 즐거움까지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이에게 한글 교육을 할 때 부모들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한글 교육을 즐겁게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받아쓰기 100점 목표를 버려라

 

“받아쓰기 시험에서 40점, 50점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 전체 인생으로 봤을 때 초등학교 1학년 받아쓰기 점수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잖아요?” 

 <대한민국 어린이집>(르네상스 펴냄)의 지은이 전가일 장안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부모들의 ‘받아쓰기 백점’에 대한 집착이 아이들의 언어 능력을 저하한다고 말한다. 받아쓰기 점수가 낮다고 해서 아이의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받아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지다. 또 책과 친근한 아이인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이런 능력이 있고 언어적 환경이 적절하게 제공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문자를 알고 싶어한다. 그때 아이에게 글자를 알려줘도 충분하다.


유아 교육기관의 표준보육과정이나 누리 과정을 살펴봐도, 글자 쓰기와 읽기 교육에 대한 적정 시기를 정해놓지 않았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의 네 가지 영역의 활동을 아주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하게 해서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혀나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일부 부모들은 이러한 교육 과정을 무시한 채 아이가 이른 나이에 글자를 정확히 쓰고 읽기를 기대한다. 학교 입학 전부터 받아쓰기 백점을 목표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아이에게 글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려 하고, 맞춤법을 완벽하게 가르치려 한다. 전 교수는 “현재의 보육 과정을 충실하게 따르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돼 있다. 부모들이 너무 조급증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교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7살에 한글 쓰기를 한 달, 보름, 또는 두 달 만에 떼는 경우를 적지 않게 목격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아이마다 언어를 배우는 속도는 다르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부모와 교육자가 따라가면 된다. 문자로서의 쓰기는 7살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굳이 3~4살부터 한글 교육으로 부모와 아이가 소모전을 치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23.3.카레.JPG» 실제 프라이팬에 요리 재료를 쓴 카드를 넣고 주걱으로 휘젓기 놀이를 하면 아이가 더 즐거워한다. 강진하씨 제공

  
한글 교육,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

한글 교육을 할 때 글자를 정확히 읽고 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글을 배우는 과정 그 자체다. 글을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문자를 배울 때 ‘억지로 배워야 하는 것’ ‘지루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으면, 아이가 한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글자를 배울 때도 즐겁게 놀이처럼 접근하는 것이 좋다. 

 <뚝딱! 엄마랑 한글 떼기, 책이랑 친구되기>(푸른육아 펴냄)의 지은이 강진하씨는 “엄마의 조급증과 섣부른 의욕,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마음이 한글 교육 과정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여 년 동안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글 떼기 교육’을 가르쳐온 그는 부모의 욕심으로 인해 아이의 호기심이 꺾이고 더 나아가 아이와 부모의 관계마저 나빠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아이가 글자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부모가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가 준비가 돼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글자에 관심을 보일 때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과자를 먹다 과자 봉지에 쓰인 글씨를 보고 “엄마~ 이건 뭐예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또 평소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어떤 자동차를 보며 이름을 물어보기도 한다. 바로 이런 순간을 부모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때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고 반응해줘야 한다. 글자가 쓰인 플래시 카드를 보여주며 알려준다. 그런 경험들이 꾸준히 쌓여 아이는 자연스럽게 글자를 알아간다. 강씨는 “아이가 처음에는 글자 익히는 것이 더디다 가도 나중에 탄력이 붙으면 금방 익힌다.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자에 대해 알려줄 때 “짧게 치고 빠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주려 하거나, 기간을 정해놓고 속전속결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천천히 하되, 아이가 조금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만 알려주면 아이는 스스로 알고 싶어한다.
 
P1170284.JPG» 우유팩에 물고기 이름을 써서 낚시놀이를 하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며 글씨를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강진하씨 제공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답이 있다


아이가 글자에 대한 호기심을 보일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무작정 아이를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출생 이후부터 아이에게 풍부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부모의 지속적인 노력은 중요하다. 아이의 얘기 잘 들어주기, 아이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는 책 읽어주기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이의 언어 능력 향상에 있어 기본이다. 아이의 현재 관심사에 대해 부모와 많이 대화를 하는 것도 어휘력을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강씨는 “한글 교육을 즐겁게 하려면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라”고 말한다. 아이가 물고기를 좋아한다면 물고기 관련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는다. 또 플래시 카드를 준비해서 다양한 물고기 종류 이름을 알려준다. 아이가 재밌어한다면 플래시 카드를 물 위에 띄워놓고 낚시 놀이도 해본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물고기에 대해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글자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된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노래 가사를 써서 벽에 붙여놓고 아이랑 함께 불러본다.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자동차 관련 책을 보여주며 자동차 이름을 알려주면 된다. 아이 사진을 붙여놓고 간단한 설명을 쓰고 성장 앨범을 함께 만들어볼 수도 있다. 이렇게 부모와 즐겁게 노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글자를 익히고, 배우는 기쁨도 알아갈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책! 육아를 부탁해] 스웨덴 육아법의 핵심 `저녁이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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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황선준, 황레나 지음Ⅰ예담 프렌드 펴냄·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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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스칸디나비아) 육아법이 뜨고 있다. ‘타이거맘’ ‘헬리콥터맘’처럼 엄격하게 자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스칸디 맘’ ‘스칸디 대디’가 많은 부모들의 역할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예담 프렌드 펴냄)는 실제 스웨덴에서 26년동안 생활했던 교육 전문가 황선준, 황레나 부부의 스웨덴 양육법 보고서다. 


“어른들의 차는 양지바른 곳에 주차하면서, 아이들 놀이터는 아파트 뒤쪽 응달 진 곳에 있다니! 어떻게 이렇게 아파트를 설계해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죠?”
20년 전 한국을 찾은 스웨덴인 황레나씨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스칸디 맘’인 레나는 아파트 설계만 봐도 한국의 여성과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며 남편의 귀국 결정에 반대했다. 결국 황씨는 다시 스웨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스웨덴에서 세 아이을 키웠다. ‘사회는 아이에게 좋은 놀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발상을 할 줄 아는 레나의 사고방식 자체가 ‘스칸디 맘’의 삶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부가 소개하는 스웨덴 육아법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들은 매일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고,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블록 쌓기 놀이를 하며 보낸다. 주말이나 휴가때는 온 가족이 가족 여행을 가거나 박물관을 간다. 대학을 나온 여성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도 많지 않다. 유급 육아휴직 제도, 아동 보조금 제도, 양질의 저렴한 공립 유아학교 등 탄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육아 휴직 기간이 총 480일인데 최소 60일 이상은 반드시 부부 중에 다른 성의 부모가 사용하도록 돼 있어,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활발하다. 아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요리나 청소 등 집안 일에 참여하고, 한 달에 한 번 가족 회의를 연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청소부가 되더라도 정직하게 열심히 살라"고 말한다.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성공을 이루는 것보다는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관때문에 스웨덴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대학간 뒤에''돈을 많이 번 다음에'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계획보다는 `지금, 현재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가치관으로 스웨덴 부모들은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만끽하기보다 가족과 함께 촛불을 켜고 특별한 요리를 준비해 맛있게 식사를 하는 시간을 즐긴다. 아이들과 함께 자연속에서 보내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또 `나는 어떤 부모이고 싶은가?'보다는 '내 아이는 어떤 부모를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아이들을 대한다.

 

이처럼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존재하고, 가족이 삶의 중심이다. 이외에도 스웨덴 학교와 가정에서는 나 혼자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중시한다.  유아학교부터 박사 과정까지 개인이 교육비를 부담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모든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되도록 하고 있다고 황씨는 전하다.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는 어떤 양육법과 교육 과정이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이 책은 경쟁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스웨덴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했는지 정치학자이자 교육 전문가인 지은이가 역사적 맥락까지 짚어줬다면 훨씬 유익했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맞벌이 연말정산, 제대로 챙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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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14_연말정산.JPG» 한겨레 사진 자료


Q.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금을 떼면 남편은 280만원, 저는 월 120만원가량 받으니 맞벌이라고는 해도 다른 집에 비해 수입이 그리 많은 건 아니죠. 아이 키우고 몇 년 만에 어렵사리 취업을 했더니 연말정산이라는 게 낯설기만 하네요. 회사 규모가 작아 제대로 챙겨줄지도 걱정인데 연말정산을 꼼꼼하게 준비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A. 연말정산을 받으려면 우선 국세청이 운영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홈페이지(www.yesone.go.kr)’부터 가보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의 소득공제 증명서류부터 확인해 출력한 다음, 이를 토대로 작성한 소득공제신고서를 출력한 자료와 함께 소속 회사에 제출하세요. 소속 회사는 이를 국세청에 신고하고, 국세청은 환급금을 계산해 납세자에게 제공해줍니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115일부터 조회가 가능하고, 소속 회사 제출은 1월 말까지 해야 하며, 소속 회사는 310일까지 국세청에 신고해 대부분은 3월 말이면 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소득공제 항목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마련저축, 기부금,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입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영수증 발급 기관에서 국세청에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조회되지 않으므로 간소화 서비스의 각 항목을 확인해 빠진 자료가 있다면 본인이 직접 해당 발급 기관을 통해 모아야 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공제를 부부 중 누구의 것으로 해야 유리할지 고민합니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속·자녀·형제자매 등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는 소득이 많은 사람이 받으면 절세 효과가 커집니다. 부양가족을 위한 지출은 부부 중 소득이 많은 사람 것으로 하되 의료비·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은 소득이 적은 사람 것으로 하는 것이 대체로 유리합니다. 특히 빠뜨리기 쉬운 증빙 서류가 있습니다. 취학 전 자녀가 있는 경우의 사교육비, 교복 구입비, 급식비, 교과서 대금, 방과 후 수업료 등의 교육비입니다. 안경이나 콘텍트렌즈 등의 의료기기 구입 비용, 기부금, 월세 공제(총 급여 5000만원 이하) 등입니다. 어떤 업체·기관은 간소화 서비스에 올라와 있고 어떤 것은 올라와 있지 않은 경우가 있으므로 꼼꼼히 확인하세요.


부양가족에 대한 소득공제는 맞벌이 부부 중 1명만 공제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자녀가 2명 이상인 경우, 부부가 각각 1명씩 기본공제를 받는 것보다 한 사람에게 몰아서 공제받아야 다자녀 추가공제(2자녀 100만원, 3자녀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답니다. 자녀양육비 추가공제(1자녀 100만원)는 기본공제를 누가 받든 부부가 선택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부양가족의 교육비, 의료비, 신용카드 등 특별공제도 부부 중 기본공제받는 사람만 공제 가능합니다.


201310월 정부가 국회에 월급쟁이 4명 중 1명은 세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있고 직장맘의 지원을 축소하는 방향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해 논란이 됐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우리 사회 부부 중 40%가 넘고, 510만 가구나 된다니 정부에서도 부디 말로만이 아니라 조세제도에서도 직장맘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여성신문에 함께 게재된 글입니다. 


까다롭고 요구 많은 아들이 나를 키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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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두살 된 큰 아들은 세 아이 중에 가장 고집이 세다.

자기 주장도 강하고, 취향도 분명하고, 여러면에서  내겐 제일 까다롭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아주 예민하고 까다롭다.

예를 들어 내가 아침으로 토스트를 준비하면 두 딸은 어떤 토스트건

환영하며 맛있게 먹어주는데 아들은 그렇지 않다.

'우유 계란 토스트예요? 난 이거  싫은데... 그냥 계란 프라이 해서

만드는 그 토스트가 좋다구요'한다.

'계란이 모자라서 그 토스트를 할 수 없었어. 오늘은 이걸 먹자'해도

'난 이 토스트 먹기 싫어요. 안 먹을래요'하며 기어이 접시를 밀어낸다.

'재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이 토스트밖에 할 수 없었어. 오늘만 그냥 먹자'해도

'그러면 엄마가 계란이 별로 없어서 이런 토스트를 하겠다고 미리 말을 했어야지요'

하며 따진다.

이런 젠장... 말은... 맞는 말이다.

그래도 아침에 무슨 음식을 먹을 건지 살림하는 사람이 냉장고 재료 있는대로

준비해서 내 놓으면 되는거지, 그걸 다시 아이한테 자세하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건가... 싶은 마음에 부아가 치민다.

다른집 아이들은 엄마가 어떤걸 만들어도 별로 불평 안 하고 설령 맘에 안 들어도

적당히 먹어준다는데 얘는 왜 이렇게 까다로운거야.. 화가 난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아들 말이 맞는 것 같아 야단은 못 치게 된다.

'그래도 만든 사람이 정성을 들인 음식에 대해서 맘에 안 들어도 소중하게

여겨주는 그런 자세도 좀 생각해 줘'

옹색하게 타일러보지만 영 마음은 마뜩치 않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아들은 항상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다.

매 끼니때마다 '오늘 메뉴는 뭐예요?'묻는것도 꼭 아들이다.

음식 종류 뿐만 아니라 조리법까지 상세하게 주문한다.

비빔밥을 한다고 하면 고기를 넣어 볶음 고추장을 만들어 달라던가 하는 식이다.

해 주는 대로 묵묵히 먹는 남편과 어떤 걸 해줘도 항상 잘 먹는 두 딸이 있다보니

아들의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취향은 늘 '쟤는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해'라는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내가 '시끄러워. 해주는 대로 먹어!'하고 단호하게

자르는 엄마도 못 된다. 애들 앞에서는 나름 아이 의견을 존중해주는 엄마인 척

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른이 하라면 해!'같은 말 따위는 절대 내 아이들에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아이를 키워왔던 나였다. 귀찮고 싫어도 조금 애써서 해줄 수 있는 거면

해주려고 노력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분명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키웠더니 울 아들은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너무나 당당하다.

 

주말에 입이 심심할때 내가 자주 하는 간식이 우리밀 또띠아 피자다.

한살림에서 파는 우리밀 또띠아(일종의 넓적한 밀가루 전병이다) 위에 치즈 피자만

솔솔 뿌려 오븐에 살짝 구워 주는데 얇은 치즈 피자 맛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그날도 치즈 피자 만들어 주겠다고 했더니 두 딸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필규는 시큰둥했다.

'치즈피자 말구요, 진짜 토마토 토핑 올려서 하는 그런 피자 만들어 주세요'하는거다.

'뭐니뭐니해도 피자엔 파프리카나 피망이 있어야 하는데..'한다.

'그런거 없는데... 토마토 토핑도 없고 냉장고엔 방울 토마토랑 양파 뿐이라고..'

'그럼 양파라도 올려 주세요. 토마토도 그냥 생으로 썰어서 올리면 되잖아요'한다.

 

간단하게 간식을 만들려고 생각했는데 아들 때문에 또 복잡해졌다.

귀찮으니까 그냥 치즈만 올려서 먹자.. 고 하면 펄펄 뛸 것이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는데도 안 만들어준다고, 엄청 난리칠 것이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니가 직접 만들어  했더니 재료 꺼내 달란다. 제가 썰겠단다.

아아... 결국 부엌은 난장판이 되었다. 아들은 더디게 토마토 몇 개 썰더니 '됬죠? '하며

의기양양하게 나간다.

 

우리밀 또띠아위에 얇게 썬 방울 토마토를 죽 돌려 얹고 양파를 얇게 썰어

가운데 올렸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아침에 해 먹은 다진 돼지고기 볶음도 조금

남아 있었다. 그것도 재료위에 올리고 치즈를 뿌린 후 오븐에 구웠더니

아주 근사한 냄새가 났다. 먹어보니 깜짝 놀랄만큼 맛있었다.

'그것보세요. 제 말대로 하니까 더 맛있지요?'아들은 기세등등해서 피자를

입에 넣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여동생들도 맛있다며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필규 2.jpg

 

예상밖의 반응에 나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연달아 대 여섯장의 피자를 더 구워서 모두가 실컷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들의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었다면 이런 맛있는 피자를 만들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그냥 늘 먹던대로 해 먹고 말았겠지.

 

생각해보니 아들이 요구하고, 부탁하고, 주문하는 음식들을 만드느라

툴툴거리며 애쓰는 동안 내가 만들어내는 음식들도 날로 늘어났다.

가족들 모두, 맛이 있던 없던 해 주는 대로 먹었다면 이렇게까지 여러가지를 궁리해가며

음식을 만들게 되었을까..

 

중국음식을 다룬 만화를 보고 나서 중화풍으로 야채를 볶아 달라고 부탁하는 아들 덕에

굴소스를 음식에 넣게 된 일이나,  어느날 갑자기 홍합탕을 꼭 먹어야 한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남편이 출장중에 수산시장까지 들러 사온 홍합 한 말을 며칠동안 실컷 먹었던 일들도 까다로운

아들 입맛  탓이었다.

순둥이 딸들만 키웠더라면 나도 지금껏 그저 늘 해 먹는 음식만 할 줄 아는 그런 주부로

남았을지 모른다.

 

흔히 제 주장이 강하고 고집에 세고 특정 분야에 까다로운 아이를 우린 힘든 아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아이야 말로 부모를 키우는 아이들이 아닐까.

그 당돌한 주장에 귀 기울이고, 타협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느라 애쓰면서 부모는 아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닌 다른 것을 생각하게 되고, 내게 익숙한

방식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아들은 늘 쉽게 가지 않는다. '왜요? 왜 그래야 하는대요? 저는 싫어요'하며 날을 세운다.

이 정도는 그냥 어른이 하자는 대로 하면 좋겠는데 싶은 것도 아들은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래서 늘 큰소리가 나고, 따지고, 설명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어른의 권위에 눌려 제 생각도 펴지 못하는 아이 보다는 차라리 대들고 날을 세워도

제 생각을 드러낼 줄 아는 것이 낫다.

다만 제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들은 아주 아주 많은 것들을 더 배워야 하겠지만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내가 아들을 까다롭게 키운 것인지, 까다로운 아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들은 여전히 목소리 크고, 제 주장 강하고, 내게 제일 많이 부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제일 밉기도 하고, 나를 제일 힘들게 할 때도 많지만 돌아서서 생각하면 끄덕 끄덕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내 글 소재도 제일 많이 제공하고, 내  생각의 범위도 제일 많이 늘려 놓는 것도 아들이니

어쩌면 아들에게 고마와 해야할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심한 엄마는  이 글은 아들이 못 읽게 해야지... 중얼거리고 있다.

 

 

 

 

 

잠 몇시간 자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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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115_적정수면.JPG» 전문가들은 많이 잔다고 해서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라며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건강] 적정 수면시간은 하루 7~8시간

잠을 몇 시간이나 자야 가장 건강하고 오래 사는가에 대해 해답을 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답은 7~8시간이 가장 적정하며, 9시간이 넘어가면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5~6시간 이하도 건강을 해치면서 수명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근영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강대희·박수경 교수)이 국내 4곳에 사는 1만3000명을 대상으로 1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 나왔다. 관련 전문의들은 무조건 많이 잔다고 해서 심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에 걸리지 않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되, 깊은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 음료, 술, 담배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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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넘으면 사망 위험 상승  
하루 6시간 이하도 건강 해쳐 
규칙적 수면 습관 들이고 수면 질이 중요한 요인인 듯 
술, 담배, 카페인 피해야

사망 위험 가장 낮은 수면시간

유 교수팀은 수면 시간과 사망 위험 사이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1993년부터 경 남 함안, 충북 충주 등 전국 4곳에 사는 건강인 1만3164명을 15년 이상 추적 관찰했으며, 이 가운데 숨진 1580명의 사망자를 분석했다. 수면 시간과 사망 위험 사이의 관련성을 알아보기 위해, 하루 수면 시간을 5시간 이하, 6·7·8·9시간, 10시간 이상으로 분류했으며, 이에 따라 사망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7시간 자는 사람들이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8시간 자는 사람도 7시간 자는 사람과 사망 위험이 거의 같았다. 하지만 6시간 및 5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도 7시간 자는 사람에 견줘 사망 위험이 각각 10%, 21% 높아졌다. 그렇다고 많이 잔다고 해서 사망 위험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 9~10시간 자는 사람들은 6시간 이하보다도 더 사망 위험이 더 높았는데, 이들의 경우 7시간 자는 사람에 견줘 사망 위험이 둘 다 36% 높아졌다. 유 교수팀은 “적절한 수면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너무 많이 자도 너무 적게 자도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하루 7~8시간 정도 자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사망 위험을 가장 낮추는 것을 규명한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적정 시간보다 더 많이 자는 것이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수면의 질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유 교수팀은 추정했다. 유 교수는 “다른 나라에서도 수면 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으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수면 뇌파검사 등을 통해 깊은 잠을 자고 있는지, 즉 수면의 질을 평가해 사망 위험을 비교해 보는 후속 연구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카페인 피해야
잠과 건강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전문의들은 세계적으로 적정 수면 시간을 대부분 7~8시간 정도라고 설명한다. 또 이 시간은 성인 기준이지 아이들은 더 길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여기에 수면의 양만큼이나 건강 및 수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수면의 질이라는 지적도 있다. 신홍범(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모키수면의원 원장은 “얼마나 편안한 자세로 중간에 깨지 않으면서 깊은 잠을 자는가, 즉 수면의 질이 수명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적정 시간을 자는 것과 함께 방해받지 않으면서 깊은 잠을 자는 법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깊은 잠에 빠지려면 우선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한다. 잠은 심리적인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그만큼 규칙적인 수면이 가능해진다. 특히 어릴 때부터 규칙적으로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을 방해하는 커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나 술이나 담배 역시 오후 시간에는 피하는 것이 숙면을 이끄는 방법이다. 잠자는 시간이 짧은 사람의 경우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과 같은 수면 관련 질환이 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자다가 자주 깨거나, 아침에 일찍 깨어서 잠자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 7~8시간을 잤는데도 낮 동안에도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에도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월 15일자 

[신규 칼럼] 황현숙의 직장맘고충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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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해를 맞아 베이비트리에 새로운 필자가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황현숙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장은
새 칼럼 [황현숙의 직장맘고충상담소]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여러움을 겪는 일하는 여성, 특히 직장맘에 대한 공감의 글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140115_황현숙.jpg황현숙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2012년 설립한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고, 20년이 넘게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상담, 교육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동안 만 건이 넘게 일하는 여성의 상담을 진행해 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특히 직장과 육아를 함께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무게인지 잘 알고 있다. “엄마가 내 롤모델이야!”라는 두 딸의 말을 듣으며, ‘일하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커졌고, 가정·직장·사회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나씩 디딤돌을 놓고자 노력하고 있다.





짓고 부수고 만들고, 마법의 본능 깨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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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 웹사이트>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맥가이버의 부활

 

 # 열두 살 소녀 실비아는 오늘도 수천 명을 자신의 유트브 동영상 앞으로 끌어 모은다. ‘슈퍼 어썸 실비아(Super-Awesome Sylvia)’라는 제목의 이 동영상 시리즈는 실비아가 무언가를 ‘실험하고 만들며 노는‘ 과정을 찍어 올린 것으로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 실비아의 만들기 쇼는 이미 15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동영상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실비아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어떤 것’에 대해 소개하고 재료를 모은 경로, 그리고 완성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동안 간간히 노래도 하고 스스로 고안한 놀이를 스스럼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어드벤처를 더욱 신나게 즐긴다. 시청자들은 실비아의 제안에 따라 직접 만들기에 도전하고 새 방식을 보태기도 하면서 흠뻑 빠져든다. 지난 해에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에 초대되기도 했다.

 

 # 신체의 이상증세를 알려주는 티셔츠, 노래하는 양말, 위기상황에 구조요청 전화를 자동으로 연결하는 재킷,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장착된 운동복……

베를린 대학의 한 연구소에는 아름답고 착용감이 좋으며 갖가지 임무도 수행하는 옷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예술, 과학, 컴퓨터 등 전공이 다른 일곱 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해커 레이디’가 천의 가공부터 디자인과 제작까지의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 회사원, 교사, 기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들과 과학자가 함께 ‘워터 카나리아(Water Canary)’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 휴대폰만한 크기의 노란 박스모양인 이 기구는 수질의 오염 정도를 고가의 장비 없이 간단히 측정해 낼 수 있다. 거주지의 수원이 깨끗한지 측정하고 결과를 기록하면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시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유된다. 누군가의 수고가 공동체 구성원 모든 이들에게 물의 안정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100명에 9명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이 프로젝트가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날마다 사용의 편리성이 개선되고 가격이 낮아지는 스마트 기기들과 디지털 기술들은 비전문가들이 일상에서 손쉽게 그들만의 실험실을 꾸리고 다양한 만들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과학, 기술, 혁신이 개인의 삶으로 더욱 밀착되면서 DIY, 시민과학자 등의 컨셉이 대두되었고 풀 뿌리 제작, 미세 제조 등으로 불리는 만들기 시도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하면서 ‘메이커 무브먼트(maker movement)’라는 현상을 탄생시켰다. 작가이자 기자인 A. J. Jacobs는 이 현상에 대해 “500년 전에 구텐베르그의 활자술 덕분에 정보 혁명이 일어났듯, 인터넷은 개인을 단 한번의 클릭으로 독자 수백만 명을 흡수하는 구텐베르그로 바꾸었고, 3D프린터는 누구든 헨리 포드나 랄프 로렌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요약한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술정보와 재료를 구할 수 있고 전 세계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다.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맨손의 마법사’ 맥가이버가 기지개를 편 것이다. 8,90년대의 맥가이버가 주머니 안에 있던 껌과 종이클립으로 폭탄의 뇌관을 무력화시켰다면 이 시대 새로운 맥가이버들은 주변 사물과 인터넷 코드, 디지털 기기 등 스마트한 재료들을 섞고 융합해 무언가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들을 만들어낸다. 만들어내는 행위가 과학자나 발명가, 제조업자 등 특정 직업 군에게만 허락되던 시대가 아닌 것이다.

 

 

미래는 ‘만드는 아이’의 것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Z세대의 미래 교육을 위한 화두로 ‘메이커 에듀케이션(maker education)’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학교들에서는 ‘만들기 공간’을 마련하고 일회성 행사가 아닌 정규 과목으로 만들기 수업을 포함하는 곳이 늘고 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의 Liessin 학교는 수요일을 ‘만드는 날’로 정해 각종 공구, 레고 등으로 가득한 장소에서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팀을 이루어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들어 내도록 한다. 이 학교에 다니는 13살 로드리고는 집중력이 부족해 중간에 늘 놓아버리던 습관을 ‘만드는 날’ 덕분에 고쳤다고 말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결정하고 직접 완성해내니 컴퓨터 게임보다 더 재미있고 뿌듯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유형, 무형의 교육 맥락 안에서 만드는 것과 배우는 것을 연결시켜 신 인류인 z세대를 위한 교육 쇄신의 일환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연구자들도 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다중적이기까지 한 환경에서 살아갈 Z세대 아이들에게는 문제해결사로서의 자질을 구축하는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창의성과 혁신성을 하나로 관통하고 이를 실제 변화로 증명하는 역량으로 요약되는 문제해결역량을 차근차근 강화시킬 교육 툴로 메이커 교육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파울로 블릭스테인 교수는 중고등학교 커리큘럼에 만들기 프로그램을 포함하도록 하는 ‘FabLab@School’ 프로젝트를 고안해 발전 과정을 모니터링 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만드는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아지고 팀을 이루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능력도 월등히 향상될 뿐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좋아진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 교사의 이야기만 집중해야 하는 환경을 벗겨내고 아이들에게 직접 빚고 부수고 만들도록 했더니 개성과 재능이 빠르게 솟구쳤다는 것이다. 블릭스테인 교수는 “손과 머리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 줄 아는 아이가 자신의 미래도 멋지게 만든다”고 단언한다.

 

메이커 에듀케이션은 과학자나 엔지니어 육성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 공예, 글쓰기 등 모든 형태의 만들어내기를 통해 생각하고 직접 부딪치고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배움과 맞닿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즐거움, 성취감, 함께 소통하고 발전시키는 협업정신이 자연스럽게 내재화된다. 삶과 배움과 놀이의 결합을 통해 배움의 여정이 재미있고 개개인에 맞춤화되며 자기 결정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다. 

 

메이커 교육의 이점은 다양하다.

우선, 학교에서의 배움과 진짜 삶과의 연계를 들 수 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 탐험, 협동,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들에 대한 헌신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터득하게 되고, 스스로 각자의 독특한 정체성을 발견할 뿐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강점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엉뚱한 발상과 재기 넘치는 도전이 환영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저절로 동기부여가 되며 배움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이들 스스로 정보 창조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신체와 두뇌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만들기를 경험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투지와 실행력이 발휘되며 실패와 시행착오를 다음 시도를 위한 귀한 자본으로 축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메이커 교육은 배움을 향한 태도에 관한 것이다.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이미 제시된 최적의 해결책만을 적용하려 하는데, 실생활의 다양한 문제들은 맥락이 바뀌면 더 이상 최적이 아닌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론과 현실을 내 손으로 연결시켜보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더 이상 남들이 제시한 최적화된 답이 어떤 맥락에서도 통용되는 만능해결책이 아님을 간파한 아이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정보를 융복합해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맨손의 마법사’가 된다. 아이들을 단순한 교육소비자로만 묶어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 친구와의 우정,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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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야 이번주 일요일에 우리집에 놀러와”


딸의 단짝 호정이가 민지를 집에 초대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초대장과 편지로 수십 번 민지에게 집에 놀러오라고 했지만 그동안 내 사정으로 호정이집에 놀러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주 민지가 내게 “엄마~ 호정이가 주말에 놀러오라고 했어. 놀라가면 안 돼? 내가 마음이 슬퍼 울 때 호정이가 따뜻하게 안아줘서 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나 호정이가 정말 좋아. 나 호정이 집에 놀러가고 싶어”라고 말했다. 그렇다. 민지는 자신이 슬플 때 따뜻하게 자신을 안아준 친구가 너무 고마웠고, 친구와 더 내밀한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직장맘인 나는 평소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가고 싶어해도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주말에도 각종 스케줄에 밀려, 또는 내 몸이 너무 피곤하고 지쳐 딸이 친구랑 놀고 싶어해도 놀 시간을 많이 못 만들어준다. 그런데 나는 이번만은 더는 미루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호정 엄마에게 연락했다. 호정 엄마는 흔쾌히 놀러오라고 했고, 일요일 점심을 각자 먹은 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설레어했는지 그 전날 두 아이 모두 오후 9시 전에 잠들었다는 것을 두 엄마는 서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딩동~. 일요일 오후 2시, 두 아이와 함께 생크림 케이크를 하나 사들고 호정이집 초인종을 눌렀다. 호정이 언니 주희와 호정이, 호정이 엄마가 우리 셋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낯선 곳에 가서인지 민지는 처음에는 어색해하더니 20~30분쯤 지나자 바로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여자 아이 셋은 방으로 쏙 들어갔다. 공연을 준비한다는 명분 하에 방에도 못 들어오게 하더니 셋이 시끌벅적 자기네들끼리 놀았다. 온통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유일한 남자였던 아들 민규는 우리집에 없는 맥포머스 같은 신기한 장난감들을 만지며 놀았다. 그러나 혼자 놀아서인지 민규는 이내 심심해했다. 5살 남자 아이가 9살, 7살 누나들 틈에 끼어들여 놀기엔 아직 여자들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으리라. 나는 호정이 엄마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혼자 노는 민규가 안쓰러워 민규와 함께 신기한 장난감들을 만지며 놀았다. 나중에 호정이 언니인 주희랑 체스 게임도 한판 즐겼다. 민지는 ‘절친’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니 즐거웠고, 나는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과 놀 수 있어 즐거웠다. 우리집과는 완전 딴판으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는 남의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남의 집에 가보니 우리 집이 얼마나 정리가 안돼 있고 난장판이며 물건이 많은 집인지 비교가 됐다. 민지는 그날 이후 "엄마~난 우리 집보다 호정이 집이 좋아. 호정이 집은 깔끔하게 정리됐잖아. 우리 집 물건이랑 호정이네 집 물건이랑 통쨰로 바꾸고 싶어."라고 말한다. 허걱. )
 
여자 아이 셋은 한참을 깔깔거리며 공연 준비를 하더니 나중에 침대 공연을 펼쳤다. 주희는 사회자, 민지와 호정이는 멋진 댄스를 보여주는 아이돌 가수로 돌변했다. 두 아이는 재작년 어린이집에서 ‘벚꽃 엔딩’ ‘여행을 떠나요’ 등의 노래에 맞춰 재롱잔치에서 보여줄 안무를 배웠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두 아이는 멋진 춤 실력을 보여줬고, 동요에 맞춰 귀여운 율동도 보여줬다. 민규는 평가자의 역할을 했는데 공연 뒤 “잘 했어요”라고 말했다. 관객이었던 두 엄마는 사진도 찍고 환호성도 지르며 공연을 즐겼다. 온 집안에 웃음꽃은 활짝 피었고, 민지의 친구집 방문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저녁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나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꺼냈다. “민지야~ 아빠가 기다리신다. 저녁 밥 먹으러 집에 가자~”그 말을 꺼낸 순간 호정이가 ‘앙~’ 울음을 터뜨린다.

 

“민지야~ 우리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돼?”

“엉? 너희 집에서 자고 가라고? 엄마! 나 호정이 집에서 자고 가도 돼? 호정이가 자고 가라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운 두 아이는 헤어지기 싫어했다. 나도 안다, 그 마음을. 함께 있으면 마냥 좋고, 둘이 비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둘만의 오붓한 그 시간이 얼마나 좋은지.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교 다닐 때 매 학년마다 내 마음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베스트 프렌드’가 있었다. 그 친구와 비밀 이야기를 주고 받기도 하고, 기쁘고 즐겁고 슬프고 화나는 모든 시시콜콜한 일상을 함께 했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듣고 싶은 말도 많았는지. 그렇게 친구는 나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지금도 친구와 동료들은 내게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이다. (최근 네이버 `밴드'를 통해 초등학교 동생창 친구들이 연락을 해와 조만간 그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기대된다. 훗. ) 나도 학창시절 친구 집에서 자고 싶었으나 집안에서 허락하지 않아 못잤던 기억도 있다. 친구와 더 함께 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는 호정이에게 제안했다.
 
“호정아! 오늘은 밤이 됐으니까 민지 오늘은 집에 가고 다음에 또 놀자”
“흥! 온다고 하면 안오잖아. 놀러 온다고 해놓고 안오잖아요. 그건 거짓말이잖아요.”
“아냐~ 왜 아줌마가 거짓말을 해~ 다음 주말에 또 놀자~”
“안 믿어요. 그런다고 해놓고 안오잖아요.”
 
호정이는 다음에 또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함께 놀자고 한 지 오래됐는데 이제야 놀러와서 호정이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시 미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호정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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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호정이가 민지 집에 놀러오는 것은 어때? 호정이랑 민지랑 같은 하원차 타고 민지집에서 같이 내리면 되잖아. 민지 이모가 계시니까 민지 집에 와서 함께 놀다 저녁 먹고 가면 되겠다. 어때?”
“진짜요? 와~ 신난다! 그럴게요!” 
“엄마, 진짜 그렇게 해도 돼? 호정이 내일 우리집에 와도 돼? 야~ 신난다! 호정아~ 내일 우리집에서 놀자~”
 
열감기 증세가 있어 월요일에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던 호정 엄마는 월요일 열이 뚝 떨어진 호정이를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얼마나 좋은지 설레는 맘으로 가뿐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딸의 모습을 보며 “친구가 최고”라는 것을 여실히 느꼈을 것이다. 월요일 호정이는 민지와 함께 우리집에 와서 즐겁게 놀고 저녁을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나는 월요일 야근을 해서 두 아이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전화기로 두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서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늦게 퇴근해도 즐거운 목소리로 “엄마~ 빨리 일하고 들어오세요”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딸을 보며 “역시 친구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서로 좋아서 죽고 못사는 두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였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그 친구네 집에 가서 놀고 함께 얘기하는 시간,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삶의 기쁨을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며 엄마들 역시 행복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카카오스토리 오픈] 베이비트리와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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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새해에는 베이비트리에 많은 변화가 찾아오게 될 것 같아요. ^^
그 첫걸음으로! 
베이비트리 카카오스토리를 오픈했습니다. 
드디어 베이비트리만의 다양한 컨텐츠를 카카오스토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Cap 2014-01-16 15-19-31-893.jpg


  ※ 카카오스토리의 소식 받기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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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베이비트리 웹 뿐만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서도 더욱 활발하게 소통해 보아요~
감사합니다. 



2월부터 일본뇌염 생백신도 무료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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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0일부터 일본뇌염 생백신도 아이들에게 무료로 맞힐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일본뇌염 생백신을 국가예방접종지원 대상에 추가하는 ‘예방접종 실시 기준 및 방법’ 고시 개정안을 16일 행정예고했다.

 

생백신(live vaccine)은 살아있는 바이러스 병원체의 양을 조절하고 실험실에서 변형한 뒤 몸 속에 넣어 병은 일으키지 않으면서 면역만 키우는 방식이다. 반면 사백신(killed vaccine)은 병원체를 배양하고 열·화학약품 등으로 죽인 뒤(불활성화)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백신은 올해 1월부터 5천원인 본인 부담까지 완전히 없앤 ‘전액 무료’ 국가예방접종 대상 11가지 종류에 포함됐지만, 생백신은 빠져 2회 접종에 필요한 약 7만원의 비용을 보호자가 부담해왔다. 그러나 이번 고시 개정으로 생백신까지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추가됐다.
 
사백신의 경우 생후 12~35개월에 세 차례, 만 6살·12살 각 한 차례씩 모두 5회 접종이 필요한 반면, 생백신은 12~35개월에 두 차례만 맞으면 된다.

일본뇌염 생백신을 포함한 12가지 국가예방접종 대상과 접종 가능한 지정  의료기관 등의 정보는 예방접종도우미(http://nip.cdc.go.kr) 사이트와 시·군·구청 및보건소 홈페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젖을 부여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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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수유 100일 차

젖을 부여잡고  

 

   100-3.JPG 

 

요즘 손으로 뭐든 잡으려고 하는 바다는

젖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먹는다.

입도 제대로 못 갖다대던 아기가

자기 밥통을 스스로 잡고 먹는 것이다.

기적의 현장이다.



 

 

모유 수유 110일 차

한 대야의 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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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혼자 서울에 다녀왔다.

출산 후 첫 휴가!

이 날을 위해 수동 유축기를 구입해 젖을 짜면서 다녔는데

오후쯤 되자 친구들과 노느라 젖 짜는 걸 잊고 있다가

젖이 무겁게 차서 찌릿찌릿 아파올 때 쯤 서울역으로 향했다.

수유방을 알아놨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마지막 쇼핑을 하느라 수유방 문만 보고 기차를 탔다.

11시에 집에 와서야 맨 젖을 대면했는데

옴마야! 9시간 동안 차오른 젖은 무기로 써도 될 만큼

거대하고 위협적인 바위가 되어있었다.

분명히 보통 양이 아니다 싶어 큰 대야를 갖다놓고 짜기 시작했는데

짜도 짜도 끝이 없었다.

30분이 넘도록 짜낸 젖이 큰 대야를 가득 채우며 뽀얗게 찰랑거렸고

그때서야 젖은 쭈쭈로서의 말랑말랑한 면모를 되찾았다.

 

 

 

“간식가게 만드니 마을 아이들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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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을기업 토론회 열려
“이사가고 싶은 분위기 바꿀 것”

“내 아이뿐만 아니라 ‘마을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대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강명신(48)씨는 지난해 ‘감성마을협동조합’의 대표가 됐다. 이 협동조합은 2012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에코맘’이라는 이름의 부모모임(커뮤니티)에 참여하던 엄마들이 지난해 결성했다. 강씨를 포함한 6명의 조합원이 출자한 1000만원을 씨앗 삼아 엄마들은 간식가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산 과일과 채소를 활용해 만든 컵밥, 국수 등 “좋은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게” 목표다.

엄마들은 지난해 서울시의 ‘우리마을 프로젝트’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고, 8평짜리 가게를 마련해 지난달 입주했다. 한 달 동안 단체 간식 주문을 받으면서 시범 운영을 했고, 오는 24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서울시가 지난해 실시한 마을기업 공모 사업에 대한 ‘마을기업 토론회’가 16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서울시의 마을기업 정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감성마을협동조합을 비롯해 지난해 선정된 36개 단체 가운데 성공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동대문구의 다문화인형극단 모두협동조합, 중구의 신중부시장, 서대문구의 청년기업 얼티즌허브 등의 사례가 이날 소개됐다.

자신을 ‘면목동 엄마’라고 소개한 강씨는 “면목동 사람들은 여유만 되면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한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보려 엄마들이 직접 나섰다. 간식가게를 거리에서 노는 아이들을 위한 문화 시설로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한겨레신문 2014년 1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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