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앱구매 방조 책임…애플 “346억원 환불”
디즈니 애니 주인공들 모두 모인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남편의 밥상
가로 x센치, 세로 x센치. 뽀뇨네 집에는 아주 작은 밥상이 있다.
‘에게, 무슨 식탁이 이렇게 작아’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밥, 찌개, 밑반찬, 금방 만든 반찬, 과일 샐러드를 한 상에 놓을 수 있다.
결혼하며 장만한 식탁은 여러 가지 집기가 올려져 있다가
이사를 앞둔 며칠 전 결국 다른 집으로 입양갔다.
남편들은 결혼하며 부엌식탁에 아침상이 가득 차려질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서울생활하며 아내도 나도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다보니
이 식탁은 거의 쓸모가 없었다.
아침은 학원근처 사내식당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저녁도 개별적으로 먹고 들어오다보니
‘부엌식탁 가득’은 드라마의 일이 되어버렸다.
제주에 내려와서 처음에 적응이 안된 것은 밥 먹을 시간이 충분히 보장된다는 것이었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히 출근하고
저녁 6시에 칼퇴근하여 걸어서 6시 반이면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였다.
제주이주 후 막 출산을 앞둔 아내와 아주 작은 밥상을 두고 옥신각신을 하였는데
아내는 “우리집은 오늘부터 이 밥상에서 먹을 거에요. 찬은 딱 3가지 알았죠?”라고 통보했고,
나는 “아무리 그래도 밥상이 너무 작은거 아니에요?”라고 맞받아쳤다.
상에 올라가는 밑반찬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합쳐놓았는데
나는 어느 곳이든 맛있게 먹었지만 입이 짧은 아내는
경상도 시어머니가 만든 반찬을 전혀 먹지 못하였고 전라도 엄마가 만든 반찬,
그것도 갓 무친 김치만을 맛있게 먹었다.
아내와 결혼을 한지 6년차, 밥상 차려달라고 하는 남편은 간 큰 남자라고 하는데
나는 전생에 나라를 몇 번씩이나 구했는지 아내가 차려준 밥상을 매일 맛있게 먹고 있다.
남편의 당연한 권리라기 보다는 아내가 나를 극진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것을
매일 매일 절로 느낄 수 있어서 참 고맙다.
“이사 가기 전에 냉장고에 차있는 음식을 다 해결해야 해요”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요즘 하루가 다르게 반찬 가지 수가 늘어나고 있다 보니
내가 이렇게 대접을 받아도 될까싶다.
아내가 처음에 말한 찬 3가지에는 김치와 계란후라이, 밑반찬이 들어갈 수 있는데
어제 저녁에 밥상에 올라간 찬이 무려 7가지.
무엇이 아내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내는 현재 만삭의 몸이고 가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며 이삿짐도 싸고 뽀뇨도 돌봐야 한다.
남편은 요즘 일이 잘 되는 건지 밖에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아빠 일 다녀올께요”, “아빠 다녀왔어요”라고 얘기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점점 우리는 다소 특이한 가족에서 ‘보통가족(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아내는 내가 밥을 먹을 때 뽀뇨를 함께 불러서
“뽀뇨, 가족이 식사를 할 때는 밥을 다 먹었더라도 옆에서 항상 있어줘야 해”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생각해보면 지난 10년간 서울생활하며 혼자 밥 먹었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앞에 아무도 없는 자리에 앉아 퍼슥한 식판의 밥을 입안으로 우겨넣는 그 밥맛엔 ‘고독’이 철철 넘쳐흘렀다.
‘아빠’, ‘남편’이라는 위치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는 ‘나’.
배부른 고민이자 가진 자의 오만이라고 다른 아빠, 남편들은 뭐라 할지 모르겠지만
그 자리가 참 부담스럽다.
배려로 생각하고 고마워하면 그만이겠지만 박목월의 ‘가족’같은 시가 생각나고
‘밥심’으로 더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을까싶다.
우리 가족은 출발부터 ‘보통가족’과는 달랐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며 아빠가 준비한 돌잔치며 아빠육아에 육아가 가능한 직장구하기까지..
현재도 보통가족으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아내의 밥상만큼은 나를 ‘아빠/남편’의 자리로 소환한다.
이러한 긴장관계는 일단 맛있게 먹고 ‘살찐 돼지’가 되어 고민하리라.
<나라를 구한 남편의 밥상. 다과상 같은 밥상에서 점점 더 커진다 ^^;>
겨울방학, 우리집 먹방 TOP5
겨울이 깊어가는 요즘.
우리집 아이들 뱃속에는 최첨단 소화기능이 장치되어 있는지,
먹고나서 돌아서자마자 배고프다 아우성이다.
저녁밥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때면, 큰아이가 등을 구부린 채 배를 움켜쥐고 부엌으로 온다.
"엄마.. 배가 너무 고파서.. 숨을 못 쉬겠어요.."
휴.. 너도 고프냐? 나는 더 고프다!!
언제쯤이면, 이렇게 쫒기지 않고 밥을 할 수 있을까.
몸이 좀 안 좋다는 핑계로 지난 몇 달동안 밥을 대충 차려먹기 일쑤였는데, 걷기운동 덕분인지 나도 식욕이 좀 돌아와 이번 겨울방학엔 제대로 좀 만들어 먹으려 애쓰고 있다. 아이들이 한창 크려고 그러는지, 너무 잘먹는 게 재밌어 사진을 찍어두다보니 어느새 먹방 사진들이 쌓여가고 있다. 그 중에 식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음식을 중심으로 우리집 먹방 TOP5를, 소개해 보면.
TOP5 ... 단호박 호떡!!
채소를 싫어하는 둘째 땜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 특히나 잘 안먹는 단호박을 삶아 으깨 밀가루나 쌀반죽에 넣어보기로 했다. 송편 반죽, 호떡 반죽에 단호박을 섞어 넣으니, 음~오렌지빛 색깔도 너무 고울 뿐 아니라 반죽이 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아이들 먹기에 딱이었다. 호떡은 여름보다 추운 겨울에 호호 불어가며 먹는 게 제맛! 한입 떼어먹으면 뜨겁게 녹은 설탕과 땅콩이 흘러내리는데, 두 아이는 물론 남편까지 모두 호떡홀릭.. 단호박이 듬뿍 든 줄도 모르고 둘째는 두 볼이 미어지도록 입에 넣으며 순식간에 두 개나 먹어치운다. 늦은 시간까지 잠옷 바람으로 따뜻한 거실에 둘러앉아 뜨거운 설탕이 줄줄 흐르는 호떡을 먹는 주말 아침. 추운 겨울이라 더 어울린다.
TOP4 ... 만두 만들기
아이들과 요리하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둘이 한꺼번에 좁은 부엌에 몰려와 난장판을 만들어놓는게 끔직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쓰는 방법은, 모자분리..?! 내가 있는 부엌과 떨어진 곳에서 아이들이 음식을 만들게 하면 된다. 미리 준비한 만두속과 만두피만 차려주면, 둘이서 아주 오~랜 시간동안 만들기에 집중하는데 아이들이 조용한 동안, 부엌에서 느긋하게 밥이나 국을 준비할 수 있어 좋고, 만두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나의 노동력을 줄일 수 있어 자주 쓰는 방법이다. 아이들이 만들다보니, 만두속의 양이 일정하지도 않고 모양도 대충이지만 굽거나 삶으면 별 상관없다. 아직 손놀림이 어눌한 둘째는 누나의 솜씨에 연신 감탄을 하는데, 만두 빚으면서 알콩달콩 수다를 떠는 오누이의 대화는 부엌의 있는 나를 가끔 빵 터지게 만든다. 예를 들면,
동생 : 우와.. 누나 진짜 잘 만든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돼??
누나 : 흥,, 넌 아직 멀었어. 누나처럼 만들려면 넌, 몇 년이나 걸릴걸?!
동생 : ... ...
누나 : 어때? 이번에 만든 건 진짜 완벽하지?
동생 : 응. 누나 진짜 잘 한다..!
누나 : 그렇지? 그럼, '유리 사마'라고 한번 불러봐.('사마'는 일본어로 '님'이란 뜻^^)
동생 : ... ... 유리.. 사마..
엄마 : (부엌에서) ㅋㅋㅋㅋㅋㅋㅋ
TOP3 ... 춘권!
집빵의 대중화!!
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혹은 아이들이 좀 더 크고나면 해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다. '집밥'이란 말은 내가 한국에서 살던 13년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그만큼 집에서 제대로 밥을 지어먹는 일이 큰 일이 되어가고 있나 보다. 빵이 우리 고유의 음식은 아니지만, 어른아이 모두 자주 먹는 음식이 된 만큼 집에서 빵을 만들어먹는 일이 좀 더 대중화되었으면 좋겠다. 밖에서 사먹는 밥이 원산지나 안전성 면에서 불확실한 것처럼, 대량생산으로 만들어내는 체인점 빵들에는 다량의 설탕과 첨가물들이 들어있다. 소박하더라도 믿고 안심하며 살 수 있는 동네 빵집들이 많다면 좋을텐데, 한국에 갈 때마다 획일화된 체인점들의 빵맛에 실망스러울 때가 많다. 아주 기본적인 빵만들기 요령만 익히면, 집에서도 누구나 빵을 구워먹을 수 있다. 신선한 밀가루로 만든 빵은 반죽 단계에서부터 구수한 냄새가 난다. 밥도 금방 지은 새 밥이 맛있는 것처럼, 빵도 갓 구운 빵이 가장 맛있다. 올 겨울엔 아주 기본적인 재료만으로 만든 빵을 구워 그 속에다 소시지, 양상추 등을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먹곤 하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그냥 '맨 빵만 먹기'.. 잘 지어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밥은 반찬없이 밥만 먹어도 맛있는 것처럼 빵도 그런가 보다. 누나보다 유난히 빵을 좋아하는 둘째가 가장 기뻐하는데, 다음엔 빵 반죽에도 단호박을 또 넣어볼까..^^
TOP1 ... 뜨끈한 국물요리!!
우동 국물처럼 다시물을 만들어 거기다 냉장고에 재료가 있는대로 배추, 당근, 파, 버섯, 두부, 어묵, 고기같은 걸 넣어 한 냄비로 끓여낸다. 밥상 중간에 떡하니 냄비를 놓고, 네 식구가 각자 취향대로 골라서 자기 접시에 떠 먹는데 추운 겨울에는 역시 뜨거운 게 제일인 듯. 먹고 나면 몸이 후끈해진다. 국물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정말 잘 먹는데, 건더기가 없어질 때쯤 우동 면이랑 달걀을 풀어서 조금 끓이면 이게 또 진짜 맛난다. 저렴하고 설거지 그릇도 많이 나오지 않고, 고기와 채소 모두 골고루 먹을 수 있어 겨울 저녁 한 끼로 그만이다. 재료를 씻고 썰기만 하면 금방 되는 음식이라, 요리하기 싫은 날, 외출에서 막 돌아온 저녁은 무조건 이거다!!
나 하나 잘 챙겨먹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연령과 취향이 각기 다른 식구들의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나는 늘 부담스럽다. 요리를 그리 싫어하지는 않지만, 식사 준비는 좋은 재료로 준비하되 간단히 최소한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준비하려고 한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음식만들기에 투자하는 일은 좀 꺼려진다.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를 좀 더 창의적인 일을 하는데 쓰고 싶다. 이건 13년이 넘는 결혼생활 내내 드는 생각인데, 음식만들기의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라도 요리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능숙해져야겠다고 매번 느낀다.
만약 다시, 첫아이를 임신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스스로도 긴가민가싶었던 온갖 태교를 위한 어설픈 시도보다, 요리를 좀 더 열심히 익혀두고 싶다.
심오한 육아이론이나 지식보다, 입에 딱 맞고 식욕을 돋구는 반찬 하나가 아이들의 일상에는 더 절실하다는 걸, 첫아이가 열살 넘게 자라는 걸 지켜보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집에서 만들어 본 어린이용 앞치마인데, 베이비트리 신년회에도 몇 장 보냈다.
집안에 있는 시간이 다른 계절보다 많은 겨울,
아이들과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좀 더 즐겨보면 어떨까 해서.
이번 겨울동안 만큼은 다른 일을 좀 미뤄두고 일주일에 한번만이라도,
아이들과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 보려 한다.
새끼들 입이 미어지도록 먹을 걸 밀어넣어주는 어미의 본능대로,
그렇게 잘 먹여 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
[1월 20일 새 그림책] 빅 피쉬 외
임신과 양육에 대한 엄마의 자세
» 한겨레 자료 사진
후성유전학
2011년 8월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첫아이를 낳은 산모의 평균연령이 31.25세로 2009년에 비해 0.29세 높아졌다. 30세가 넘어 초보 엄마의 대열에 합류한 요즘 엄마들은 분명히 우리의 어머니와는 다른 세대다. 요즘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임신을 계획했을 때부터 먹는 것과 행동도 조심하고 육아책도 많이 읽는다. 클래식을 듣고 명화를 감상하며 태어날 아이의 두뇌 발달을 위해 영어 CD와 영어 노래를 듣는다. 주말이면 근교에 나가 자연과 접하며 뱃속 아기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태담을 들려준다. 임신부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의 두뇌발달에 태내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1980년대 데이비드 바커(David Barker)는 '출생 시 저체중일수록 중년에 심혈관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는 바커가설(Barker hypothesis)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심혈관질환, 중풍, 당뇨병 같은 ‘성인병’은 나쁜 생활습관 때문이라는 사회적 통념으로 인하여 이 이론은 무시되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뒤 이 가설은 태아가 자궁 안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이를 토대로 태어난 후의 삶을 계획한다는 태아프로그래밍으로 부활한다. 태아는 뱃속 환경이 어려우면 바깥세상도 힘들 것으로 예측해서 그에 맞게 뇌와 신체를 적응시킨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먹는 음식, 숨 쉬는 공기, 느끼는 감정까지 태아와 공유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후성유전학에서는 생명 현상은 유전자와 환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태내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지방식을 즐기는데도 심장이 아주 건강한 사람은 태아기 때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아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잘 분해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기 때문에 심장질환이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존 크럴 교수는 비만조차도 아이가 부모의 유전적 소인이 없고, 출생 후 식생활에 문제가 없어도 태내 환경에 의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헤이만스 교수는 엄마 뱃속에서 굶주림을 겪는 형제의 DNA에서 IGF-2라는 성장유전자의 기능이 멈췄음을 발견했다. 형제 간에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누구는 이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반면 누구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DNA는 G구아닌,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이라고 하는 4가지의 기호를 가지고 저장한다. 그런데 최근 학자들은 C시토신에는 메틸기라는 분자(CH3)가 붙어있는 경우가 있고 안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긴 실타래 모양을 한 DNA는 쭉 펴져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메틸기가 붙게 되면 확 감기면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메틸기는 우리 몸의 유전자를 켰다 껐다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태아기 때 굶주림에 노출된 사람들의 IGF-2를 보니 정상인에 비해 너무 적게 메틸기가 붙어있었다. 그로 인하여 IGF-2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어 남들보다 성장이 빨라져서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석메이호(Shuk-mei Ho)교수는 임신기간 동안 교통이 혼잡하여 대기 오염 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뉴욕 맨해튼 북쪽과 브롱크스 남쪽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 낳은 아기들이 공기가 깨끗한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들보다 호흡에 관여하는 ACSL3유전자에 메틸기가 붙어 호흡기능의 스위치가 꺼지면서 천식이 더 많다는 사실을 발표하였다. 엘베르트 교수는 임신 중 남편의 폭력을 많이 경험한 여성의 아이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는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 유전자에 메틸기가 붙어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스위치가 꺼져 더 두리번거리고 불안해하거나 모험심도 적게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문제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메틸화는 평생 계속된다는데 있다. 아이들의 식습관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와 같은 환경이 유전자의 메틸화에 언제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설령 아이가 건강이 좋지 않게 태어났더라도 사는 동안 언제나 회복할 수 있는 생물학적 회복탄력성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키와 지능, 기질과 성격까지 자궁환경에 의하여 결정된다.
경제학자 앤 케이스(Ann Case)는 키는 인지능력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키가 큰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후한 대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케이스와 크리스티나 팩슨(Christina Paxson)은 영국인과 미국인을 대상을 출생부터 성인 시기까지 신장 기록과 시험 점수를 검토한 결과 키가 큰 아이들이 IQ검사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발표하였다. 키와 IQ 모두 엄마의 임신 당시 건강과 영양상태, 흡연, 음주, 기타 약물 복용 여부 그리고 태아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는가 하는 태내환경에 의하여 영향을 받기 때문에 키와 IQ가 상관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늦여름이나 이른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이 10살이 되어 키가 1cm 더 크고 뼈도 굵다고 한다. 이는 임신부가 임신기간 동안 더 많은 햇볕을 받아 뼈를 만드는 비타민D 생성이 촉진됐기 때문이다. 이 요인들은 인지능력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친다. UCLA대학의 샌들라 블랙(Sandra Black)은 1967년에서 1987년 사이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에 대한 연구에서 쌍둥이 중 출생 시 체중이 높은 쪽이 평균적으로 IQ가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중지능이론의 주창자인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출산을 전후로 매일같이 건강에 좋은 환경에 놓인 아이와 숱한 위험에 노출된 아이를 IQ를 비교한 결과, 좋은 IQ를 가지려면 건강한 태내 환경에서부터 누적된 긍정적 효과와 이를 촉진시킨 생후 환경이 모두 중요하다고 하였다. 1997년 버너드 데블린(Bernard Devlin) 등은 <네이쳐>에는 태내 환경이 IQ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결과 20%가 태내 환경의 영향이고 유전자의 영향은 34%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는 태내 환경이 지능에 미치는 영향은 아이가 자라는 시기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으며, 태내 환경이 열악한 임신부의 영양상태와 출산 전 건강관리를 개선한다면 태어날 아이의 IQ를 높일 수 있는 거라고 하였다. 태내환경은 기질이나 성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학교 이희정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임신부의 우울 수치가 높을수록 아이의 까다로운 기질 수치가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덴버대학교의 엘리샤 데이비스 교수의 지적처럼 우울증이 있는 임신부의 높은 코르티솔 수치가 태아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조차도 태내환경의 영향이 크다.
모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분만과 출산, 육아과정까지 관장하는 호르몬으로
영국 캠브리지대 사이먼 바론-코헨(Simon Baron-Cohen)교수에 의하면 태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았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1살에는 눈을 마주치는 횟수가 적었고, 2살에는 더욱 제한된 어휘를 구사했으며, 4살이 되어서는 사회적 행동에 큰 어려움을 겪었고, 8살에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태아 테스토스테론이 높으면 유아기에 관심사의 범위가 좁은 대신 일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등 체계적인 면에 강한 흥미를 보였으며, 자폐증 징후도 훨씬 많았다.
연구에 따르면 형이 많을수록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의 앤서니 보개트(Anthony Bogaert)교수와 레이 블랜차드(Ray Blanchard)교수에 의하면 남자아이를 임신한 여성의 면역체가 태아가 만들어낸 단백질에 대해 항체를 생성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그 임신부가 다시 다른 남자아이를 임신하면 그 항체가 태아의 뇌 발달에 작용해 아이를 동성애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태내환경을 개선시켜라
열악한 사회경제적 여건이 태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막강하다.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임신부는 음주와 흡연과 약물복용을 할 가능성이 크고, 불충분한 식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간접흡연을 포함해 산업체의 배기가스, 살충제, 납성분 등 더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된다.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더 많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발생하기 쉬울 뿐 아니라 더 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그 문제를 처리하도록 도와줄 곳이 더 적다. 건강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경우에는 적절한 산전관리를 받지 못해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태내환경은 사회적 경제적 여건에 의하여 많이 좌우된다. UCLA의 경제학자인 도라 코스타(Dora Costa)에 의하면 1900년에 49세이던 기대수명이 오늘날 77세로 대폭 상승한 원인은 출산 전과 직후의 조건이 개선된 것이 16%이상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산전관리의 접근성과 질이 향상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임신부들에게 몸에 좋은 식사가 제공되고, 자연재해나 테러 같은 위급 상황에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이 있어야 하며, 스트레스를 낮추는 프로그램이 임신부에게 적용
되어야 한다. 태아에게 위협이 되는 화학물질을 규제하거나 금지하고, 약물 중독 치료와 금연 프로그램을 해당 물질에 중독된 임신부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임신부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기타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고, 문제가 발견된 경우 상담과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신했을 때만 생기는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에 당 대사의 변화로 생기는데, 임신부의 당뇨병에 노출된 태아는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병이 있는 임신부의 혈당치를 임신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아이의 당뇨병 발병률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산전관리의 핵심은 태아와 유대관계다. 모성유대라는 개념은 예전에는 갓 태어난 아기와 산모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하였다. 갓 태어난 아기를 만지고 알아주었던 산모들은 이후 아이를 키우는 육아 기술도 더 훌륭하고, 아기가 발달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제는 모성유대를 태아 때부터 시작하며, 초음파스크린의 태아를 보고 애착을 느끼려고 하고 있다.
좋은 엄마란 무엇인가» 한겨레 사진 자료
이 후성유전학은 태내뿐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발휘된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마이클 미니(Michael Meaney)는 새끼 쥐를 잘 보살피는 어미 쥐에서 태어난 새끼 쥐를 우리에서 꺼내 새끼 쥐를 잘 보살피지 않은 어미 쥐에게 키우게 했다. 낳아준 엄마 쥐는 양육의 질이 높지만 실제 길러주는 어미 쥐는 양육의 질을 낮게 만든 것이다. 새끼 쥐가 어미가 되어 자신의 새끼를 키우는 것을 관찰해보니, 새끼 쥐는 낳아준 어미 쥐보다 길러준 어미 쥐의 양육 태도를 취했다. 더 놀라운 것은 새끼 쥐의 뇌를 촬영해보니 정서적인 것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발달이 낳아준 어미 쥐보다 길러준 어미 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관찰되었다. 낳아준 엄마보다는 길러준 엄마가 아이 정서의 뇌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모유를 빨리고, 유기농 재료로 이유식을 손수 만들어 아이에게 먹인다. 아기의 연령별 두뇌발달에 따라 뇌기반 자극을 주고, 생후 6개월부터는 문화센터에 다니고 요즘 유행하는 전집교구와 장난감으로 아이의 두뇌 계발을 돕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 한글과 영어 선행학습을 시작하고, 주말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으로 체험학습을 다닌다. 아이가 아무리 말썽을 부려도 자녀 교육서를 따라 아이를 잘 타일러야 한다. 이 뿐이 아니다. 엄마라면 교육정보에 능통해야 하고, 육아를 책임져야 하며, 아이가 최우선이어야 하며, 아빠와의 관계를 좋게 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이 시대는 아이의 재능을 빨리 알아봐야 하고, 아이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하고, 아이의 미래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엄마는 갑자기 슈퍼맨이라도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슈퍼우먼이 되어서 만들어가는 긴장된 모성이 아니라 아이와 상호작용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편안한 모성이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가장 좋은 엄마는 슈퍼맘이 아니라 편안한 엄마다. 아이가 엄마의 표정이나 말도 편안하다고 느껴야 하며, 혹시 아이가 많은 요구를 하더라도 능력에 부치면 못하겠다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선족 `이모'덕에 살아있는 다문화 체험
두 아이를 보살펴주고 계시는 육아 도우미(베이비 시터)는 중국 동포(조선족)다. (나는 육아 도우미를 평소 ‘이모’라 부른다) 이모는 젊은 나이에 남편과 이혼한 뒤 홀로 두 딸을 키우셨다. 큰 딸은 아직 미혼이고, 둘째 딸이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해 지난 일요일 돌을 맞았다. 둘째 딸은 지난해 추석 중국에서 친정 엄마만을 모시고 결혼식을 치렀다. 시댁 식구들이 중국으로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한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둘째 딸이 최근 한국에 입국했다. 시댁 식구들과 함께 딸 돌 잔치를 치르기 위해서다. 결혼식에 참석 못한 시댁 어른들이 손녀의 돌 잔치만은 제대로 치르자고 한 모양이다. 딸 결혼식이 있을 때도 내게 부담을 줄까봐 알리지 않았던 이모께서 손녀 돌이 다가온다는 얘기를 스치듯 얘기했다. 이모는 “딸 키울 땐 몰랐는데, 손녀를 보니까 왜 이리 이뻐요. ‘남들이 손주 이쁘다’ 할 땐 ‘뭐가 그렇게 이쁠까’ 싶었는데 막상 손녀 태어나니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웃음이 나오네요. 민지 외할머니가 그렇게 맛있는 음식 보내고 아이들 이뻐 어쩔줄 몰라 하는 이유 알겠다니까요”라고 말씀하셨다. 이모는 평소 우리 두 아이에게 손녀의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해 민지·민규는 이모 손녀를 친근하게 생각한다.
이모 손녀의 돌 잔치 날짜가 다가오자, 남편과 나는 축의금을 드릴 지, 선물을 드릴 지 고민하다 예쁜 옷을 선물로 준비했다. 설이 다가오면 통상적으로 명절 비용을 드리는데, 이중 부담이 되는데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아서였다. 예쁜 여자 아이 옷을 준비해 돌 잔치 전날 드리니 이모가 너무 기뻐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무 감사해요. 저희 지혜까지 이렇게 신경써주시고. 사모님·사장님(이모께서는 우리를 사모님·사장님이라고 부르신다. 그냥 민지 엄마, 민규 아빠라고 부르라 해도 한사코 사모님·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편하시다고 하신다) 시간 되시면 저희 손녀 돌 잔치 오세요. 어차피 주말마다 민지랑 민규 데리고 어디 놀러 나가시는데, 잔치 오셔서 조선족들 어떻게 돌 잔치 하는지도 보시고 중국 음식도 맛 보세요. 저는 이번 돌 잔치 아무도 안불렀어요. 알릴 사람도 없고 그래서요. 민지·민규~ 엄마랑 아빠랑 지혜 생일파티 오세요. 맛있는 것도 먹고 지혜도 보자~”
두 아이는 이모의 초대에 펄쩍펄쩍 뛰며 “엄마~ 나 지혜 보고 싶어”“와~ 신난다~ 우리 지혜 생일 파티 가는거야?”라고 말하며 좋아했다. 두 아이가 이모 손녀를 너무 보고싶어하는데다, 이모의 마지막 멘트 “저는 이번 돌 잔치 아무도 안불렀어요. 알릴 사람도 없고 그래서요”가 목에 가시걸린 듯 마음에 걸렸다. 이모의 말에 ‘나라도 가서 한 자리 차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집안에 잔치나 장례식이 있는 날에 누구나 그런 생각 한 번씩 들지 않나. 기쁨이든 슬픔이든 나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남편도 선뜻 가자고 해서 우리 식구는 모두 이모 손녀 돌잔치에 출동했다.
돌 잔치는 중국 동포가 많이 모여사는 서울 대림역 근처 ‘연변 냉면’이라는 중화 요리 웨딩홀에서 진행됐다.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부부는 깜짝 놀랐다. 100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각 테이블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음식만 중국 요리고, 행사 내용이나 진행 절차는 한국 돌잔치와 거의 100% 흡사했다. 중화 요리집에서 한다길래 작고 소박한 곳이려니 생각했는데, 행사는 화려하고 음식도 진수성찬이었다.
이모께서는 맨 앞 테이블 자리를 비워놓고 우리 식구를 기다리고 계셨다. 이모네 손님들은 최근 입국한 이모 남동생 한 분과 이모가 주말마다 가는 교회에서 만나는 아는 언니·동생들 4명을 포함해 6~7명 정도였다. 나머지는 모두 딸 시댁쪽 손님들이었다. 이모는 딸 내외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사장님·사모님이세요”라며 우리 부부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귀빈 대접해주었다. 이모 친척분들과 이모의 친구분들은 우리 부부에게 친절한 인사를 건네고 계속 맛있는 음식과 술을 건네셨다.
“대단하세요~ 이렇게 돌 잔치까지 오시고~이런 한국 분 처음이예요.”“정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중국 음식이라고 안 드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맛있게 드시고 술도 잘 드시니 좋네요. 저희 누나 잘 부탁해요. 그냥 좋네요. 감사해요.” “아이고~ 아들·딸이 왜 이리 이뻐요. 사장님도 멋지시고 사모님도 너무 이쁘세요.”“언니가 교회에 오면 만날 민지·민규 애기만 하더니 실제 보니 정말 얘들이 착하고 이쁘고 잘 생겼네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즐기시고 가세요”
그날 들은 찬사의 말과 칭찬의 말에 우리 식구는 ‘칭찬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과분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의 경계에 있는 그들을 이방인 취급하고 은근히 낮게 깔보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얼마전 기사를 보니 대림역 근처에서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에 격분한 조선족과 한국인 간의 집단 폭행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40대 한국인 형제가 중국 동포들에게 “짱개(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다, 시끄럽다”고 수군대 중국 동포가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격분해 집단 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기사는 전한다. 또 조선족 관련한 사건·사고가 터지면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게 조선족이 범행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보도도 많다. 이명박 정권 이후 조선족에 대한 정책도 배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조선족들은 항상 그들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밑바닥 정서가 있는 듯했다. 적어도 내가 접한 8명의 조선족 이모들은 그랬다. 한국인 개인으로서 나는 나와 가까운 조선족들에게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싶었다. 그냥 한 인간으로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같은 민족이지만 중국 문화속에서 생활한 그들을 좀 더 알고 싶기도 했다.
그들의 문화를 거리낌없이 함께 즐기는 우리 식구가 그들에게는 마냥 신기하고 좋게 보였나보다. 이모 남동생은 취기에 기분이 한껏 올라 남편에게 계속 술을 권했다. 남편은 중국 술인 고량주를 거의 한 병 넘게 마셔야 했다. 중국 동포분들과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잘 이끌어가고 술도 잘 마시는 남편이 이날 나는 얼마나 멋있게 보였는지 모른다. 의외의 곳에서 남편의 매력을 발견한 셈이다. 나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권하는 중국식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연어, 잉어찜, 닭튀김, 탕수육, 송이버섯 볶음, 새우 찜, 족발 찜, 각종 떡과 냉면 등 15가지가 넘는 음식이 쉴새없이 나왔다. 이모 말로는 한국 웨딩홀은 시간 제한이 있어 서둘러 음식 먹어야 하지만, 중국 동포 웨딩홀에서는 시간이 무제한이라 한다. 그래서 음식을 천천히 먹고 맘껏 얘기를 하며 즐길 수 있다 했다. 중국 음식이지만 조선족의 입맛에 맞게 요리돼 우리 부부의 입맛에도 맞았다.
새로운 음식도 맛보고, 조선족들의 돌 잔치 문화도 생생하게 체험했다. 과분환 환대를 받고 맛있는 음식도 실컷 먹었다. 아이들도 중국 말과 한국 말이 섞인 곳에서 생생한 다문화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그저 모든 것이 즐겁고 새로울 뿐이었다. 한 아이가 태어나 1년이 되어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서 생일을 맞았고, 우리도 그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조선족, 한국인의 구분이 없었고, 그 시간만은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원없이 나눴다. 잔치 그 자체였다.
그날 돌 잔치에 다녀온 뒤 민지는 중국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평소 이모께서는 중국어로 숫자 읽는 법을 알려주시는데, 이제 딸은 중국어로 된 숫자송을 즐겨 듣고 있다. 중국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하나의 언어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이모와 중국에 꼭 한번 가고 싶다고도 말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조선족 이모와 함께 생활하면서 다른 문화에 대한 수용성과 포용성이 늘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다문화 세상이며, 더 국제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좀 더 삶을 풍요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중국 동포 이모와 함께 하는 생활 속에서 우리 가족은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초등학교 입학 자녀, 육아휴직 사용 방법은?
» 한겨레 사진 자료
Q.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데, 직장 선배는 아이 입학 때 회사를 그만두더라고요. ‘학교 입학하면 더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는데, 초등학생 자녀를 위한 육아휴직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1학년 1학기 동안만이라도 육아휴직을 쓰고 싶은데, 우선 1년 신청했다가 6개월만 써도 되는지 급여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요.
A. 8세 자녀 둔 부모도 육아휴직 쓸 수 있어요. 최근 남녀고용평등법이 바뀌어1월 14일부터 만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 둔 부모도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어요. 법이 바뀌기 전에는 만6세 이하의 취학 전 자녀에 대해 사용이 가능했지요. 더구나 2008년 이후 출생한 아이에게만 적용됐기 때문에, 만6세 자녀가 있어도 실제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규정도 없어졌어요. 공무원은 이미 만8세 이하로 확대된 상태였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늦게나마 일반 사업장에도 확대된 것은 다행입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면, 육아휴직을 시작하려고 하는 날의 30일 전까지 ‘육아휴직신청서’를 사업주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질병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이며, 1주일 전에 신청하더라도 사업주가 허용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도 대체인력 채용, 업무 재배치 등을 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신청하고 협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아휴직 신청서에는 자녀의 이름, 생년월일, 휴직 시작 예정일과 종료 예정일, 신청 날짜 등을 적습니다. 종료 예정일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으니까 아이 맡길 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우선 1년 신청해 놓고 상황을 보아 일찍 복직하겠다는 경우도 있지만, 복직 날짜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에 제출하는 육아휴직신청서, 고용센터에 제출하는 육아휴직급여신청서 양식은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의 급여는 회사에서는 지급할 의무가 없고 고용센터에 신청해 받습니다. 휴직을 시작한 후 매달 신청할 수 있고, 끝나고 한꺼번에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금액은 통상임금의 40%인데 하한선 50만원, 상한선 100만원이고 이 중 15%는 육아휴직이 끝나고 6개월 이상 근무했을 때 한꺼번에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제로 일하고 있어서 월 통상임금이 80만원이면 그 40%가 32만원이지만 육아휴직 급여는 하한선인 50만원을 받을 수 있어요.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재직 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같은 자녀에 대해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인 경우가 아니면, 사업주는 이를 허용해야 합니다. 만약 거부하는 사업주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육아휴직 기간에 해고할 수 없고,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돼 승진, 퇴직금 등에 불이익이 없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어요. 만약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다른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 도움 받으세요.육아휴직은 사업장 규모나 업종, 직종에 상관 없이 여성과 남성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에서 보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5명 중 1명가량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용 대상이 확대된 점은 바람직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직장 문화도 하루빨리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여성신문 2014년 1월 15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눈이 오면 열리는 우리집 썰매장!
오랜만에 눈이 내렸다.
아이들은 모처럼 푹신 내린 눈을 반기더니 이내 집으로 올라오는
비탈길을 눈썰매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안그래도 길이 미끄러워 차를 아랫골목에 세워 두었더니 차가 오르내릴
일이 없는 비탈길은 놀기 딱 좋은 곳으로 바뀐 것이다.
세 아이들은 아침을 먹자 마자 밖으로 뛰어 나가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조금 타다가 꾀가 생겼는지 마당에 쌓여있는 눈을 퍼다가 눈썰매장 코스를 다지기 시작했다.
찬물을 조금씩 뿌려 더 미끄럽게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한동안은 날이 추워서 주로 집안에서만 놀던 아이들이 모처럼 내린 눈이 반가웠는지
한 나절, 아니 하루 종일 눈 속에서 노는 것이었다.
덕분에 나는 아이들의 요구대로 잘 미끄러지는 비닐 푸대를 여러장 찾느라
온 집안을 뒤져야 했다. 장갑이며 모자며 두꺼운 겨울옷도 한 번 놀고 나면
다 젖어 버리니 놀다 들어오면 벽난로 가에 널어 말리느라 애를 먹었다.
그래도 볼이 빨갛게 얼어가면서도 재미나서 또 미끄러져 내리고
다시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 또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눈 내린 날 마침 우리집에서 저녁부터 마을 공동체 모임이 있었는데
엄마랑 함께 온 동네 아이들은 밤 아홉시 넘도록 어른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추운 밤바람을 맞아가며 비탈길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타더니
다음날 다시 오겠다며 돌아갔다.
그러더니 정말 오늘 점심 무렵이 되자 두꺼운 방수 바지며 웃옷이며
만만의 장비를 갖추고 나타나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 두명은 따듯한 거실에서 벽난로를 쬐며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너무나 좋아했다.
필규 친구 다섯 명과 동생에 우리집 아이들까지 총 아홉명의 아이들은 점심 무렵부터 저녁이 될때까지
지치지도 않고 눈썰매를 탔다. 한동안 타다가 다시 눈을 모아 비탈길을 매끄럽게 다져놓고
다시 타곤 했는데 조용한 우리 마을에 모처럼 즐거운 아이들의 목소리며 웃음 소리가 종일 울려 퍼졌다.
어제는 종일 눈을 치운데다 밤 늦게까지 회의를 해서 고단하긴 했지만 우리집이 좋아서 몰려든
손님들이 종일 북적 북적 거리니 덩달아 나도 바빴다. 아홉 아이들 모두 탈 수 있는 두꺼운 비닐 푸대를
마련해주고 장갑이 젖은 아이들은 우리집 장갑을 찾아 바꾸어 주고, 중간 중간 물이며 간식 챙겨주다보니
정말이지 눈썰매장 주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이 집을 얻어서 들어올 때 제일 소망했던 것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운 집이었다.
마음껏 뛰어 놀고, 탐험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집.. 아파트에서 할 수 없는 온갖 재미난 놀이를
맘 놓고 할 수 있는 그런 집을 만들고 싶었다.
이제 우리집은 아이들 친구들이 제일 좋아하는 집이 되었다.
극장에 가는 것 보다도, 박물관에 가는 것 보다도 아이들 친구들은 우리집에 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산 비탈을 누비며 나뭇가지를 꺽어서 해리포터 놀이를 하기도 하고
윗 마당, 뒷 마당으로 뛰어 다니며 술래잡기를 할 수 있는 집이다.
여럿이서 동네 탐험도 다니고, 겨울이면 이렇게 마당에서 눈싸움이며 눈썰매를 탈 수 있는
집이니 우리집은 언제나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론 아이들이 왕창 놀러왔다 가면 온 집안이 엉망으로 어질러지고, 치우고 정리해야 하는
일은 늘어나지만 그래도 나는 좋다. 무엇보다 내 아이들이 즐겁게 어울려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 어울릴만한 어린 아이들이 없다보니 멀리서 이렇게 찾아주어야 내 아이들도
신나게 놀 수 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은 들어도 누군가 찾아오면 나도 신나서
냉장고를 뒤져 먹을 것을 장만하고 열심히 뒤치닥거리를 해주며 재미나게 놀 수 있게
돕는다. 가고 나면 산더미같은 뒷정리며 청소도 불평없이 해치운다.
아이들은 종일 눈썰매를 타다가 저녁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가고 난 집에는 내 아이들이 종일 버려놓은
여러벌의 웃옷들과 바지, 장갑 등 말리고 빨아야 할 옷가지들이
산더미처럼 나왔다. 두꺼운 옷들은 그냥 털어서 난롯가에 말리고
흙물이 벤 속옷들은 삶기 위해 따로 갈무리 해 두었다.
일거리는 잔뜩 생겼지만 종일 신나게 놀고, 많이 웃고, 잘 먹은
세 아이가 곤하게 곯아 떨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맙기만 하다.
겨울이 깊어가도록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니 그것이
제일 고맙다.
눈이 녹기 전에, 겨울이 가기 전에 동네 친구들 불러서
재미난 눈썰매를 더 많이 태워 줘야지.
이다음에 어린 날의 겨울을 생각하면 그저 신나게 놀고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
내 어린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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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를 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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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루에서의 셋째 날 투어는 Fast lane (The 'fast lane' in Lagang cave 라강 동굴의 지름길).
역시 배를 타고 동굴 근처까지 가서 선착장에서 동굴 입구까지 40분 정도 걸었다.
오늘 투어 그룹에는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없었다. 가이드와 우리 네 식구, 호젓하게 다닐 수 있었다.
벌레들
버섯?
곰팡이?
동굴 안에 전등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손전등에 의지하여 더듬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깔따구 같은 조그만 날벌레들이 떼를 지어 손전등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진짜 동굴 탐험을 하는 느낌이랄까. 조금 더 무섭고 신비스러웠다.
석회수 침식으로 만들어진 동굴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잭푸릇 벌려놓은 것 같다고.
숨은 박쥐 찾기. 잠자는데 불빛 비춰서 미안~
숨은 거미 찾기. 어둠 속에 조그맣게 형광으로 반짝이는 게 보였는데 거미 눈이었다!
동굴탐험을 마치고 나왔더니 본격적으로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선착장까지 걷는데 해람이가 몹시 징징거렸다.
원인은 이것. 샌들 속으로 흙이 들어온다고 발가락을 잔뜩 오므리고선 못 걷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어이없고 난감했다.
해람아, 샌들에 진흙이 들어와 불편하구나!
육아서들에 따르면 일단 아이의 기분과 상황에 공감해주는 것이 우선이라는데 내 머릿속에 이렇게 훌륭한 대사는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공감할 수가 없었다. 그까짓 진흙 조금 묻었다고 이렇게 엄살을 떠나 싶었다.
해람아,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마음을 바꿔봐. 괜찮다고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니거든.
어르고 달래어 보고 신경 쓰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도 해 보았지만 해람이의 발가락은 펴지지 않았다. 업어 주길 바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한참 후에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모른 체 했다.
마땅히 스스로 발가락을 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시도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헤아려주고 기다려주면 좋겠지만,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빗줄기는 굵어지고 가이드는 기다리고 있고.
그렇다고 일단 안아줄게,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어물어물 덮어버리는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화내지 않기, 윽박지르지 않고 아이를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서서 못 가겠다고 버티던 아이도 나의 단호함에 조금씩 끌려왔다. 그러나 끝끝내 발가락을 펴지는 않았다.
보트에 타고나서도 끝까지 발가락을 못 펴고 계심.
빗줄기는 금세 거세졌다.
조그만 보트에 몸을 싣고 빗속을 달렸다. 꽤 스릴 있었다.
이로써 사흘 동안의 동굴 투어가 모두 끝났다.
사슴동굴 (Deer cave), 랑 동굴 (Lang cave), 맑은물 동굴 (Clean water cave), 바람동굴 (Cave of the wind), 라강 동굴의 지름길 (Fast lane in Lagang cave)
물루에서 어린이가 갈 수 있는 동굴을 모두 다 본 거란다.
돌이켜보면 이 어마어마한 원시 동굴과 정글을 여행하는 것이 해람이에겐 힘에 겨웠을 것이다. 순간순간 눈을 반짝이며 새롭고 신기한 볼거리에 빨려들었지만 정해진 길을 정해진 시간 안에 나아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둡고 침침한 동굴 속에서 축축하고 미끄러운 바닥을 걷고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무더운 태양 아래, 흔들리는 빗줄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 조그만 아이에겐 얼마나 힘들었을까?
괜찮아, 충분히 할 수 있어, 라는 내 기준을 앞세우지 않았나. 아이의 힘들다는 표현을 외면한 건 아닌지. 그냥 업어줄 걸 그랬어, 진흙 묻은 샌들을 핑계로 버티던 아이에게 너그럽게 대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물루 국립공원은 국립공원 본부에서 모든 숙박과 투어를 관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공식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개인적으로 갈 수 있는 루트는 제한적이다. 론리플래닛 게시판을 보면 물루 국립공원이 지나치게 투어리스틱하다는 지적도 많다. 국립공원 내의 시설만 이용해야 하고 가격도 바깥 물가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가이드 투어를 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여야 하고 제 뜻대로 할 수 없으니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에겐 구속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이런 식으로 잘 관리되는 것이 좋았다.
볼리비아에서 아마존의 지류가 통과하는 루레나바께(Rurenabaque)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곳에선 조그만 마을에 여행사들이 줄지어 있어서 앞 다투어 호객행위를 했다. 여행사에서 설치한 숲 속의 캠프장에서 2박 3일 동안 지냈는데 시설이 열악한 것보다 각종 쓰레기와 분뇨가 마구 버려지는 상황이 참기 어려웠다.
밤에는 배를 타고 악어 사냥을 하고 낮에는 아나콘다를 찾아다녔다. 여행자들은 지리멸렬한 일상을 박차고 나온 자신의 용기를 보상받으려는 듯 진짜 악어를 품에 안고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 했고, 이런 여행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더 위험하고 더 야성적이고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진짜 정글!’ 그 덕분에 자연은 훼손되고 야생동물들은 붙잡혀 고통을 당했다.
여행사들이 하나같이 ecological 환경친화적이라는 말을 내세우는 것은 실제로 그렇지 못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물론 그곳의 방식은 훨씬 '인간적'이었다. 타이트한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모험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에게 아나콘다를 꼭 목에 걸어주겠다던 집념의 가이드와 무엇하나 풍족하지 않은 숲 속에서 뚝딱뚝딱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주던 다정다감한 요리사 아주머니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에 비해 지금 이곳은 모든 게 딱딱하고 사무적으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루레나바께에서 느낀 씁쓸함 보다는 훨씬 나았다.
동굴에 화려한 전등을 달아 놓거나 인공시설을 해놓지 않은 것도 좋았다. 중국 꾸이린(계림)에서도 규모가 큰 석회암 동굴을 본 적이 있는데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테마파크처럼 꾸미고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놓으니 자연의 신비로움이나 감동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굴에 전등을 환하게 켜 놓으면 이끼가 생겨 오염이 된단다. 조명을 최소화하고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이곳의 방식이 만족스러웠다.
국립공원의 가이드들은 스스로를 '정글 맨'이라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재미로 하는 이야긴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들은 정글에서 생활하던 부족 출신이었다. 전날 바람동굴, 맑은물 동굴을 안내해준 가이드 해리는 동굴 가는 길에 들른 원주민 마을에 사는 페난penan 족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블로우 파이프 blow pipe를 무척 신기해하니까 직접 나서서 화살 깎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real jungle man이라고 자랑하면서.
빽빽한 원시의 숲에서,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생명체들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다는 정글 부족 출신의 가이드는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들도 체득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와 신비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반세기 전까지 이 땅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완전히 쫓겨나고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Fast lane에 이르는 길은 널빤지가 깔려있지 않아 몇 번이나 물웅덩이를 지나야 했다. 가이드가 첫 번째 웅덩이에서 운동화와 양말을 벗으며 자신은 맨발이 더 편하다며 씩 웃었다.
한국, 아이들, 요즘의 날씨 등 사소한 대화를 나누다가 그가 우리의 여행에 대해 물었다. 그동안 일행들 쫓아다니기 바빴는데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뻤다. 나는 신이 나서 자랑스럽게 우리가 여행한 도시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아직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다른 세상을 여행하는 것은 멋진 일이겠죠?
여행을 하고 싶어도 우리에겐 쉽지 않아요.
돈이 많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내가 여행에 대해 너무 떠벌린 것 같아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당신이 사는 이곳은 너무 멋지고 훌륭해요.
나는 이곳을 여행하며 우리의 지구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자연을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살던 그 옛날 지구의 모습에 대해서요.
당신들은 현명하고 용감하게 자연을 보존하며 살아왔죠.
우리는 당신들이 지켜온 이곳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보러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가 이렇게 애써 찾아다니는 것들을 당신은 이미 지니고 있어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만회하려고 시작한 내 이야기가 나를 더욱 부끄럽게 했다. 나의 진심은 이곳의 잘 보존된 자연 속에서 내가 느낀 깊은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글 속에서 조화롭게, 필요 이상의 것을 탐하지 않고 서로가 평등하게 살아온 그들의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그에게 어떤 위로가 될까?
원했든 그렇지 않든 그들은 '문명화'되고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페난 Penan 마을에 들렀을 때 그곳에 함께 있던, 우리가 blow pipe 를 불 때 옆에서 돈을 받고 도와주던 이들이 해리의 아버지와 형제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해리는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했고 국립공원 유니폼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그와 어디선가 구호물자로 왔을 가슴팍에 한자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는 그의 동생은 다르게 보였다. 옷차림, 경제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가르고 줄 세우는 세상에서 그들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돈이 없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처럼 무기력한 말이 또 있을까.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이룰 수 있다는 말은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돈과 자원은 일부에 편중되어 누군가는 거리낌없이 쓰고 버리는데 빈곤과 기아에 쓰러지는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들은 함께 나누지 않는 것을 가장 큰 죄악으로 알았던 조상들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떠밀려온 것이다.
수많은 원주민의 역사가 그러하듯 그들은 '문명화'(civilization)라는 이유로 삶의 터전이며 그 자체로 목숨이나 다름없는 그들의 땅을 빼앗겼다.
The army and the police came to our blockade and threatened us and told us to take down our barricade. We said 'we are defending our land. It is very easy for you as soldiers and policemen. You are being paid. You have money in your pockets. You can buy what you need; rice and sugar. You have money in the bank. But for us, this forest is our money, this is our bank. This is the only place where we can find food'.' (Penan spokesman, 1987)
군대와 경찰이 우리가 막아놓은 바리케이드로 와서 우리를 위협했어요.
그리고 우리의 바리케이드를 허물어버리라고 했죠.
우리는 우리 땅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어요.
당신들에겐 쉬운 일이에요. 당신들은 돈을 받고 일해요.
당신들은 돈을 가지고 필요한 것을 사죠. 쌀과 설탕을.
당신들은 은행에 돈을 저금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이 숲이 우리의 돈이고 우리의 은행입니다.
이곳은 우리가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오랜 시간 저항하고 싸웠지만,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다. 극소수의 사람이 정글에 남았고 대부분은 마을에 정착하여 변화를 받아들였다.
페난 Penan족이 세상과 싸우고 저항한 시기는 보르네오 섬에서 무차별적인 대규모 벌목이 일어난 시기와 일치한다.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주는 숲의 70퍼센트 이상에 벌목 허가를 내주었다. 고용 창출과 경제 발전이라는 근사한 포장 뒤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챙기는 소수의 정치인과 사업가들이 있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
내게 보르네오 섬은 친근한 가구 회사 이름으로 각인되어 있다. 여기서 잘라낸 나무들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플랜테이션하는 주요 작물인 팜유(Palm oil)는 가공식품, 화장품, 세제 등 생필품에 두루두루 쓰인단다.
숲이 파괴되고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상황이 나 자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낸 결과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지구 전 생태계에 해를 입히리라는 걸 상상하면 더더욱 그렇다.
생물 다양성 Biological diversity, 물루에서 내가 느낀 감동은 그것이었다. 조그맣고 보잘것 없는 벌레로부터 다양한 동식물이 만들어낸 환경은 아름다웠다. 이들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는 것, 다양한 생물들이 촘촘한 그물처럼 연관을 맺고 있으며 수천 km 떨어져 사는 나 역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정글의 원주민들은 숲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급자족을 이루어냈고 ‘고맙다’는 단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돕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살았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미개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자연을 파괴하면서 얻은 각종 편리한 도구와 기계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것이 과연 더 ‘좋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좋은 삶’은 무엇인가?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 나이 마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내게 삶에 대한 질문은 내가 누리고 싶은 것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미래로 뻗어 나간다. 아이들의 세상이 평화롭기를,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자신의 본성을 잘 펼칠 수 있기를. 나의, 우리 세대의 ‘좋은 삶’이란 아이들이 이어갈 다음 세상에 대한 희망과 책임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내 삶이 아이들과,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페난 족까지,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이 촘촘한 그물망 속에서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꿈꾸고 노력하라, 물루에서 만난 생명들이 내게 속삭인다.
페난족 관련 참조한 글
http://en.wikipedia.org/wiki/Penan_people
http://www.bbc.co.uk/tribe/tribes/penan/index.shtml
서울 국공립 어린이집 올해 97곳 문연다
강화도 나들길에 '철새 보러 가는 길'조성
밤 젖
밤 젖
파랗게 깊은 밤
엄마들의 젖은
남몰래 일어나
새끼들을 먹인다.
산등성이 실루엣이
하늘에 펼쳐지듯
엄마들 젖 실루엣이
방 안마다 펼쳐진다.
- 최형주
아이들 ‘디지털 포로’로 만드는 어른들의 상술
‘디지털 육아’ 가르치는 통신사 “기업의 이해보단 사회적 책임”‘디지털 페어런팅’ 잡지 만들어» <디지털 페어런팅(육아)>
부모에 유해 콘텐츠 등 정보제공“인터넷 안전교육 어린 시기 효과적정부·기업·학교 등 각자 역할 해야”영국의 보다폰은 세계 3대 이동통신회사로 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에서 중독 위험을 비롯한 안전 문제에 대한 교육적인 접근을 펼쳐왔다. 보다폰의 전세계 휴대전화 가입자는 지난해 6월 기준 4억5360만명으로 중국 차이나모바일, 브라질 에어텔에 이어 3위다. 이 회사는 10년 전인 2004년 영국에서 어린이 유해 콘텐츠 온라인 필터(여과장치)를 가장 먼저 도입한 데 이어, 부모와 아이들에게 디지털 세상 접근법에 대한 최근 소식과 전문가 조언 등을 소개하는 온·오프라인 잡지 <디지털 페어런팅(육아)>(사진)을 발간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보다폰 영국 본사에서 소비자 정책과 콘텐츠 기준에 대한 최고책임을 맡고 있는 리사 펠턴과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시대 기업의 사회책임에 대해 물었다.-보다폰의 아동·청소년 디지털 안전 관련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보다폰의 정책은 크게 두 축이다. 첫째는 부모의 육아를 돕는 도구로, ‘부모 통제’ 기능(컴퓨터에서 사용시간과 접속 누리집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가디언’ 앱 등이다. 가디언 앱은 무료이며, 모바일 환경에서 자녀를 보호할 수 있다.여기에 교육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도구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디지털 페어런팅’ 누리집(vodafone.com/parents)은 아이에게 부적절한 콘텐츠와 사회관계망과 연계된 위험 등 관련 최신 자료를 부모에게 제공한다. 또 어린이 인기 누리집인 ‘모시 몬스터’에 나오는 몬스터 주인공들을 활용해 인터넷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설명하는 모시 몬스터 카드를 만들어 배포했다. 안전의 중요한 이슈들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기 위해 비영리 시민단체와 학계의 조언을 받아 함께 만들었다.”-지금까지 활동에 대한 평가는?“성공적이었다. 디지털 페어런팅은 3차례에 걸쳐 종이잡지로도 발행했는데 지금까지 100만부를 찍었다. 대부분 학교에 보냈고, 그곳에서 다시 학부모 등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다. 호응이 좋아 앱 버전도 만들었다. 가디언 앱은 20여개 국가에서 50만번 넘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모시 카드도 4개국에서 40만개 이상 배포했다. 필요한 학교에서는 무료로 파일을 내려받아 직접 만들 수 있다.”이런 활동이 기업의 마케팅 차원에서 어떤 득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그에 대한 뚜렷한 답은 피했다. 어맨다 앤드루스 대외협력 매니저는 “이 사업은 기업이 이해를 고려해서 내놓은 정책이 아니다. 꼭 필요하고 옳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다폰과 출판 작업을 진행한 영국 시민단체 ‘페어런트존’에 따르면 보다폰은 잡지 발행에 100만파운드(약 17억5000만원)가량을 투여했다고 한다.-왜 어린이에게 좀더 안전한 인터넷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나?“매력적인 디지털 기기가 쉴새없이 등장하는 요즘, 기술을 이해하고 안전을 지키는 것은 가정에 새로운 도전이다. 교육적 도구들도 이런 빠른 변화에 따라갈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안전은 어린 시기(3~13살)에 가르칠수록 효과적이다. 정부, 기업과 학교가 모두 각자의 강점을 살려 맡은 역할을 수행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상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기업과 부모, 또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중독 고쳐드려요”…부모 걱정 노린 ‘불안산업’
컴퓨터 쓰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창의력은 신체활동·인문학서 나와”미 발도로프 학교 사례‘사람 대 사람 교육’ 원칙 따라12살까지 디지털기기 노출 피해고교생 과정부터 프로그래밍 등원리·체험 위주의 컴퓨터 교육‘컴퓨터를 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학교’»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의 이정희 소장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2011년 10월22일 1면에 이런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첨단 디지털 기술 기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기술과 거리를 둔 발도르프 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이 학교 학부모의 4분의 3은 구글과 애플, 휼렛패커드(HP) 같은 디지털 기업 종사자라고 보도했다. 종이와 연필을 쓰고 바느질을 하지만 컴퓨터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 학교에 당시 구글 고위 간부의 자녀들이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디지털 시대의 대안교육으로 주목받는 발도르프 학교의 교육철학을 알아보기 위해 21일 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의 이정희(사진) 소장을 만났다.이 소장은 “발도르프 학교에선 학생들을 만 12살 때까지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발도르프 학교는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지 사람과 기계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이 학교에선 만 7살까지는 실제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교육하고, 초등학생 때는 감성을 길러주기 위한 예술교육 등을 강조한다. 상상력을 중요시하는 발도르프 학교에선 유아용 장난감도 명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나무토막, 인형을 사용한다. 이 소장은 “스마트폰 같은 영상기기들은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고 뇌 활동을 저하시킨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영유아를 디지털 기기에 노출시키도록 고안된 기업의 제품은 “아동 학대”를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극단적으로 스마트폰이 가져올 수 있는 공포를 과장해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이를 치료해주겠다며 비싼 돈을 받는 ‘대체의학’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틱장애 같은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른 사회에서 살면서 신체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소장은 “두뇌 균형성장 운동을 위해 한달에 100만원씩 내라는 서비스 상품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공차기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대신 발도르프 학교에선 고1(12살)부턴 컴퓨터를 철저히 가르친다. 이때부터 대부분의 학생이 자립적 판단력을 갖춘다고 보기 때문이다. 컴퓨터 교육도 몸으로 경험하고,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고1 때는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는 법을 배운다. 고2·고3 때는 컴퓨터 회로를 조립해보고, 프로그래밍을 해본다. 책읽기와 운동의 즐거움을 아는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하더라도 중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이 소장은 “발도르프에선 학생들이 자신의 발달 과정에 맞게 디지털 기기를 접하게 한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창의력은 스마트폰을 일찍 사용해서가 아니라 신체활동과 인문학적 소양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스마트폰 사달라 보채면 피처폰 사주고 태블릿피시 활용을
아들 키우기, 남자를 이해하는 지름길?!
겨울 방학 숙제로 누나가 붓글씨를 쓰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
"우와~ 누나, 잘 쓴다!!! 나도 학교가면 이렇게 할 수 있어?"
"음.. 넌 .. 옷이나 안 버리면 다행일 거 같은데?!"
또래보다 좀 더 야무진 만 열 살 누나와
또래보다 많이 늦은 만 다섯 살을 코앞에 둔 남동생.
이 둘의 요즘 일상적인 대화는 늘 이런 식이다.
본격적인 3.5춘기에 들어서면서 매사에 냉소적으로 되어가는 누나는
철부지 동생을 늘 이렇게 말로 무시하거나 뭉개버리기 일쑤다.
사춘기가 가까워지면 후각도 예민해지는 건지, 누나는 동생에게 "냄새난다"는 말도 참
자주 한다. 그도 그럴것이, 노는데 한번 집중하면 화장실가는 걸 까먹거나 너무 오래 참아
오줌을 찔끔, 속옷에 자주 지리는 동생에게서 나는 묘한 냄새는 여자 아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향기 .. 그럴 때마다 누나가 외치는 한 마디,
"난 여동생이 갖고 싶었다구!!!"
이런 누나가 가끔은 싫어지기도 할 듯 한데, 온갖 무시와 굴욕에도 불구하고
누나에 대한 남동생의 외경심(?)은 나날이 깊어만 간다.
좀 더 옛날에 태어났다면 '몽실언니'같았을 지도 모르는 그의 누나는
실은 말로만 툭툭거릴 뿐,
동생에게 어떤 요구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훌륭한 해결사가 되어주기에..
집안에 있는 모든 장난감과 책, 도구들을 이용해 함께 놀아주는 누나는
어린 동생에게 그야말로 명품 놀이교사와도 같아 보인다.
다섯 살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난이도의 언어를 구사하며 상상의 놀이세계로 안내하고,
레고 블럭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마을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심심해할 새도 없이 누나만큼 야무지고 유쾌한 친구들을 데려와
언제든 놀이에 끼워주기 때문이다. 그가 있는 자리는 언제나 그녀들의 가.운.데.
그 위치를 잘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 놀이에서 제외될지 모르니,
그의 자리차지를 위한 노력은 거의 필사적이다.
큰 상자들을 연결해 집을 만들거나 하는 공사에 가까운 공작놀이도 다 누나들이 있어 가능한 일.
상자로 만든 집에 페트병 뚜껑으로 손잡이를 만들고 귀여운 우편함까지 달아 대문을 완성하는,
섬세한 누나들의 손놀림에 비해 동생은 손은 ...
닿기만 하면, 부서지고 파괴시키는 마법의 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30년동안 고이고이 보관해오신, 아빠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울트라맨 주제곡들이 담긴 LP판을 ... 동생은 작년 만 4살 생일 때 받았더랬다.
뛸듯이 기뻐하며 집에 가져와서 턴테이블에 올려 들은 게 고작 3일!
3일만에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부수고 만 실력의 소유자..
30년이란 긴 세월과 단 3일간의 짧은 부활의 시간을 가진 레코드 ..
그 뒤로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래서 CD가 발명된 거겠지;;
가족 모두의 한숨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누나의 영향력을 거의 절대적으로 받던 만2세 무렵까진
이 남동생의 취향이 가끔 의심스러운 적이 많았다.
주방놀이 장난감 앞에서 중얼거리며 오랫동안 요리를 하거나
누나가 아끼는 인형을 데리고 놀거나 포대기로 자주 업기놀이를 하면서
엄마처럼 작은 가방을 들고 수퍼에 가는 흉내를 내곤 했더랬다.
요즘도 가끔 누나가 이렇게 만들어놓곤 하는데, 은근히 즐기는 눈치..*^^*
하지만!!
이번주에 만5살 생일을 맞은 남동생은
강하고. 크고. 엄청 무겁고.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세계의 것들이라면 무조건
동경하는 남자 어린이의 세계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 되었다.
밥 먹으면서도 "엄마, 이거 먹으면 근육 생겨요??"
"이것 봐! 고기 먹으니까 팔이 단단해졌어. 누나, 만져봐!"
진지한 그의 물음에 응,응, 진짜 단단해졌네. 하며 건성으로 답해주는 식구들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밥을 먹는 내내, 팔뚝이나 가슴을 자주 만져보며 확인하는 그는
아주 심플한 영혼의 소유자..^^
엄마 아빠에겐 아직도 작고 귀엽기만 한 둘째지만.
아들은 요즘 부쩍 자신이 동경하는 세계를 찾아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멋지고, 강하고, 싸움놀이가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그런 남자 어린이의 세계로.
오랫동안 그의 곁을 머물던 누나의 향기를 벗어나
진짜 남자의 향기가 그에게서 풍겨나는 시기가 온 것일까.
요즘 수퍼에 장을 보러 가면, 무거운 장바구니를 나한테서 뺏듯이 들며 이런다.
"엄마, 이건 내가 들께!"
음.. 쫌 멋있네?! 딸 키우면서는 못 겪어봤던 기분인 걸.
근데, 아들이 내 장바구니를 가로채듯 들고간 진짜 이유는 자기가 젤 좋아하는 과자가
그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약 3초 후에 깨달은 뒤, 좀 씁쓸..
아무튼 아들은 그렇게도 기다리고 벼르던 만5살의 생일을 맞았다.
4에서 5가 되는 날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랬던 건,
다름 아닌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 케잌을 먹고 싶어서..
아니 케잌보다 그 위에 장식된 장난감이 갖고 싶은게 더 큰 이유겠지만.
어떤 목적이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가장 강렬하게 내적 동기를 발동시키는 그..
딸과는 다른 아들의 세계, 여자와는 다른 남자의 세계를,
나는 세상에 태어난 지 5년밖에 안되는 아들을 통해 매일매일 배우고 있다.
생일 하루 전날밤, 아빠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까, 자기 전에 장난감은 다 치우고 자야지~"
아들이 냉큼 답하기를,
"아냐, 한 살 더 먹으려면 아직 하루 남았으니까 안 치워도 돼!"
캬... ...
남편과 나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럴 때 보면, 제법 똑똑한 거 같은데, 왜 아직 숫자도 제대로 모르는 거야??"
"내 말이 ...!!!!!"
“세계수준”의 좋은 유아교육현장을 찾아서!
» 한겨레 사진 자료
“친정엄마와의 약속된 육아 도움의 기간이 거의 막바지입니다. 새 학기부터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아내야 합니다. 열심히 정보 수집하고 있는데 좀 난감합니다. 이사한 지역의 현장 상황은 더 막막하네요. 인근 병설 유치원과 구립 어린이집에 대한 희망은 포기했고, 유아 놀이학교를 포함하여 사립 현장도 여기 저기 보고 있는데 역시 만만치 않네요. 몇 군데를 주목하고 있지만, 양질의 유아현장은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해야하나요?"
"추천 받은 유치원을 찾아가서 상담해 보면, 대부분 원장님들이 “7차 유아교육과정의 수행”을 강조하시고, 어린이집에서는 “누리과정”과 “서울 형과 평가인증시설”을 언급하시던데, 이런 인증장치들이 교육과 보육을 질적으로 보장한다는 뜻인가요? 놀이학교에서는 정신없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조하시던데, 아이에게 정말 유익한 것인가요?"
"저는 초보맘인데가 워킹맘이라 실상에 대한 정보가 취약한 편입니다. 세계수준의 좋은 유아현장이 국내에도 있을까요? 선택과정에서 어떤 측면이 결정적인가요...?”
이런 종류의 질문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에 답변 역시 단순할 수 없습니다. 취학 전까지 영유아기의 성장 과정이 그 사람의 전 생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교육학에서 뿐 아니라, 현대 심리학과 의학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생후 7년간의 발달은 아이에게 결정적이지만, 현대 가정의 육아 여건들은 대부분 열악합니다. 즉, 맞벌이 부모로서 대부분 가족구성원이 단출하여 어린 아이들은 가족 밖의 도움을 받으며 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영유아의 보육/교육은 사회적 과제로써 국가 차원에서 질적 향상을 이루어 내야합니다.
이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현재 “7차 유아교육과정 - 누리과정 - 표준보육과정 - 평가인증 - 서울 형”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표준화된 과정들의 도입과 통일된 지표에 의한 평가가 현장의 질을 얼마나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영유아 현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국식으로 표준화된 어떤 구조를 만들어 놓아서는 안 됩니다. 국가에서 정해놓은 틀에 따라 어린 아이들을 돌보며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훗날 세계시민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역랑을 쌓으려면, 영유아를 돌보는 유아교육/보육 현장에서 우선시 되어야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건강한 발달의 근본 토대는 무엇보다 정서적 안정입니다.
만3세까지 주 양육자로서 엄마나 할머니의 품에서 관계 맺음을 이루며 자라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 행운이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혈연의 친족관계가 아니더라도, 현장 교사가 바뀌지 않고 지속적으로 아이를 돌봐주면, 교사는 “관계인물”로서 아이 내면에 가족의 손길만큼이나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은 충분한 움직임과 창의적인 놀이를 보장받아야 합니다.
특히 유아현장에서 자유로운 놀이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판타지를 촉진시킵니다. 나아가 놀이과정에서 아이의 사회성 발달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유아현장의 세계적 동향은 예비학교(!)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또는 놀이학교에서 소위 “취학 능력”을 높이기 위해 - 쓰기, 읽기, 셈하기, 영어 등 - “취학 준비”를 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아기의 뇌 발달에서 무엇보다 창의적인 상상력과 판타지의 촉진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 미국과 유럽에서는 1960년대 시도한 유아기의 지적 교육을 효과 면에서 실패로 인정하고, 이미 1970년대부터 유아교육의 새로운 방향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그 이유는 만3세 시기에 읽기와 쓰기를 배운 아이들이 아동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으로 어떻게 발달했는지 추적 연구를 마친 결과, 이들이 정서적 결핍과 창조적인 판타지의 영역에서 미흡한 발달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유아기 발달의 주요과제는 지적 부분이 아니라 창의성과 사회성의 발달입니다.1)
Q. 아이가 두 돌 막 지난 후, 저는 남편과 이혼했습니다. 친정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네요. 아이가 곧 만3세가 됩니다.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다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데, 아이가 잘 적응할지 불안하네요.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제가 취업을 꼭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 고민은, 아빠의 빈자리를 생각해서 엄마라도 가정에 있어야하는지, 차라리 만6세 취학까지 기다렸다가 직업 활동을 시작해야 아이 정서에 좋은지 요즘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A. 발달심리학 분야의 최근 발표에서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 발달 사례가 학계의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즉, 키브츠 시스템에서 낮 동안 엄마들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를 탁아소 등 돌봄 현장에 맡겨져 성장한 경우, 이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한 추적 연구입니다. 놀라운 것은, 아침에 엄마와 떨어질 때, 아이는 분명 아픔을 느끼지만 저녁에 규칙적으로 다시 만나는 기쁨이 아이에게 치유의 효과를 가져 왔다는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성장의 조건에서도 보호 받음이 적어서 일어나는 증세나 애정 결핍증 같은 정서 발달의 문제가 전혀 없이 자라났다는 실증입니다. 다시 말해 돌봄의 인물이 가능한 안정적으로 이어지면, 아이에게 부모의 빈자리는 충분히 보완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낮 동안에 잘 놀고 있을 것이라는 엄마의 확신과 신뢰감 역시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