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울면 이불로 덮어버리고…
식단표 무시 1주 내내 시래깃국…우유 2통으로 80명 먹여
현재 생활시설의 어린이·청소년이 먹는 1인당 한끼 1520원짜리 식판. 열량은 600㎉로 김치를 빼면 반찬이 두가지뿐이다. 일반 학교급식은 750~850㎉로 친환경 식재료에 소고기나 야채 등이 더 들어간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
강동·송파 민간어린이집 비리 실태
중국산 먹여놓고 ‘유기농 식대’ 청구
업체선 리베이트 받아 챙겨
가족을 교사 등록뒤 보조금받아
특활 횟수 줄여 수업비 빼돌려
교사 선물 명목 수백만원 횡령도
서울 송파경찰서가 아동학대와 횡령 등의 혐의를 두고 수사중인 민간 어린이집들은 ‘어린이를 학대하기 위한 시설’로 봐도 될 정도였다. ‘어린이들을 돈으로 보고 장사를 해왔다’고 해도 반박하기가 어려워 보인다.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강동구·송파구 등에 어린이집 3곳을 운영하고 있는 정아무개(49·여)씨의 경우다. 정씨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면, 정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는 청과물 시장에서 팔리는 배추에서 떨어져나온 시래기를 싸게 사들여 아이들에게 먹였다. 다량으로 사들인 시래기 운반도 아이들에게 시켰다. 수업중인 아이들에게 시래기를 비롯한 식자재를 1층부터 4층 조리실까지 나르도록 했다.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정씨는 “아이들이 좋아한다”거나 “운동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미국산 쌀이나 중국산 김치는 원산지 표시를 국내산으로 위조했고, 더 나아가 학부모들에게 유기농이라고 속여 매달 최고 6만원까지 ‘유기농비’를 추가로 받아내기까지 했다. 정씨는 비싼 재료를 쓴 것처럼 납품업체에 매달 500만원을 내고는, 이 중 350여만원을 돌려받아 횡령했다. 경찰은 “정씨가 3년간 횡령한 7억3000여만원 중 1억여원이 식자재 리베이트를 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밖에도 20여곳의 어린이집은 하루에 1ℓ짜리 우유 2개를 80여명의 아이들에게 나눠 먹였다. 그러고도 정상적으로 배식한 것처럼 속여 월 50만~90만원씩 떼어먹었다.세금으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을 빼돌리기도 했다. 남편이나 딸, 친척 등을 거짓으로 보육교사로 등록해 보조금을 받거나, 고용하지 않은 운전기사나 보육도우미를 채용한 것처럼 속여 돈을 타내기도 했다. 또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아동을 원생으로 등록시켜 국고보조금을 받아냈다.음악·도예·체육 등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부모들에게서 받는 특별활동비도 빈번히 횡령했다. 어린이집은 부모들에게 특별활동비를 받고 특별활동 교육을 위탁한 업체에 전액을 지급했다는 증빙서류를 남긴 뒤 차명계좌 등으로 60~70%에 이르는 돈을 돌려받았다. 그 대신 어린이집에서는 주 2회 1시간씩 해야 하는 특별활동을 주 1회 20분~1시간씩만 진행했다.다수의 어린이집 원장들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공금을 쓰고 나서 보육교사와 회식했다고 영수증을 처리하거나, 보육교사에게 명절 선물을 준다며 수백만원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뒤 공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공사비, 교구 구입비 등을 부풀려 차액을 챙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은 어린이집 교사도 무더기로 입건됐다. 보육교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ㄱ보육교사원장 안아무개(50·여)씨는 1인당 200만~320만원을 받고 1년에 975시간에 이르는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노아무개(41·여)씨 등 16명에게 허위로 보육교사 수료증을 발급해줬다. 전 ㅅ대 교수이자 현직 목사인 김아무개(63)씨는 대학 제자인 어린이집 원장들과 안씨를 연결해주며 허위 수료증 발급을 알선하기도 했다.경찰 조사 결과, 보육교사원장 안씨는 주말반 강의를 개설하지도 않고 허위로 수료증을 발급해 왔다. 그러나 보육교사 자격증 발급을 맡은 한국보육진흥원은 자격증을 발급해줬고, 보건복지부는 위탁교육까지 맡겨 보육교사 양성제도의 허점이 드러냈다.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달거리, 너 정말 반갑구나..
처음 생리를 시작했을때 부터 주기가 불규칙했다.
고등학교때는 1년에 딱 두 번 했었다.
여름방학에 한 번, 겨울 방학에 한 번이었는데 그야말로 6개월치가 한번에
나오는 것 만큼 몸이 힘들기는 했다.
친구들은 편하니까 좋은거 아니냐고 부러워도 했지만 나는 좀 걱정이 되어서
대학때 병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
그때 나를 진찰한 의사는 '처녀의 생리 주기는 하나님만이 알 것'이라는 말로
내 걱정을 날려 주었다. 1년에 두 번을 하든, 세 번을 하든 생리가 일어난다면
그것도 주기가 될 수 있다고 하신 것이다. 그래서 그때부턴 걱정않고 살았다.
서른 세살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평생 불규칙하던 생리는
결혼한 그 달부터 딱딱 한달만에 나와 주더니 석달만에 첫 아이를 가졌다.
결혼과 동시에 내 인생의 모든 주기가 순리를 찾았구나.. 감격한 순간이었다.
첫 아이 낳고 23개월 간 수유하는 동안은 생리가 멈추어 있었고,
서른 일곱에 둘째 낳고는 한창 수유중인 14개월에 생리가 찾아왔다.
막내때는 생리가 찾아오는
시기가 더 빨랐다.
몸이 그만큼 좋아진거라 생각하고 상관없이 수유를 계속하다
38개월만에 끊었다.
3월 1일에 생리가 시작되길래, 날이 날인지라 한층 경건하게 내 몸을 돌보았고,
4월 1일에 또 생리가 시작되길래 만우절답게 명랑한 마음으로생리를 맞이하셨다.
그래서 5월 1일 근로자의 날 기념으로 생리가 오려니... 맘 놓고 있었다.
그런데..... 안 왔다.
어린이날 쯤 오려나? 어버이날 쯤? 아니면.. 스승의 날 무렵?? 설마 부처님 오신날????
5.18도 지나고, 부부의 날도 지나면서부터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워낙 주기가 정확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이렇게까지 늦추어 졌던 적은 없었다.
안그래도 요즘 안 오던 어지럼증도 있는 것이 그럼.. 혹시... 그래서?
자그마한 모래알 한 알에서도 심하게 창대한 바다를 보는 내 넘치는 상상력은
금새 초특급 심리 스릴러 어드벤쳐 영화 한 편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올 해 내 나이 마흔 넷. 지금 넷째가 생기면 마흔 다섯에 출산, 막내와는 다시 네 살 차이..
아아아. 내 몸이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아이들은 좋아하겠지. 철이 없으니까.. 그저 또 한명의 아이가 생기는 구나, 신나할꺼야.
일흔 넘으신 친정 엄마는 올 7월에 막내 여동생이 둘째를 낳은 것으로 당신 인생의
출산도우미 역할을 끝내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데 내가 넷째를 가졌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망연해 하실까.
아직도 내 품을 파고드는 우리 막내는 불쌍해서 어쩌나. 언니노릇, 누나 노릇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렇고 셋째 출산때에도 자궁경부가 약해서 출혈이 심했는데 이번에도 가정 분만을
할 수 있을까? 젖은 또 제대로 나올까? 세 아이는 천 기저귀 썼지만 이번엔 종이기저귀를
쓸지도 몰라.
이름은.... 막내와 똑같이 한글 이름으로... 음... '다움'이는 어떨까. 자기 답게 살라고
'다움'.. 왠지 근사하네? 세상에 언제 또 이런 이름을 맘 속에 품고 있었던가?
정말로 진짜로 넷째를 바라왔던 거야?
겨우 막내 젖 떼고 요즘 부쩍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아져서 강의도 하러 다니고
글도 더 의욕적으로 쓰고 있는데, 다시 임신에 출산, 수유에 신생아 돌보는 그 전쟁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는 없어, 정말 더 이상은 안돼...
이런 소설을 쓰기 시작하니 잠도 안 왔다.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거나, 임신 진단 시약이라도 사다가 테스트 해 보면 되겠지만
설마 설마 진짜 그런 일이 사실로 드러날까봐 선뜻 나서지지가 않았다.
이런 생각에 빠져 지내니까 몸도 더 으실으실 이상스럽게 느껴지고 빈혈기가 있는 듯
어지러운 것도 같고, 난데 없이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면 멀미까지 느껴졌다.
바야흐로 모래알 하나가 창대한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제서야 난 드디어 약국에 가서 진단키트를 사 왔다.
그리고 새벽에 비장한 마음으로 혼자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진단키트에 소변을 적셔 결과가 나오기까지 그 짧은 순간이 흡사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결과는.....
붉은 줄 하나... 임신이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간혹 이 진단키트로도 임신이 확인 안 되는 경우도 있다잖아?
끝까지 의혹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그 분이 와 있었다.
속옷에 묻어 있는 붉은 흔적이 이토록 반가울 수가...
중반부를 넘어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던 초특급 심리 스릴러 어드벤쳐 영화는
금새 시시한 코믹물로 변해 버렸다. 나는 실실 웃으면서 이참에 철분제를 좀 먹어볼까 생각했다.
남편은 셋째를 낳으면 바로 수술을 하겟다고 약속하더니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다.
알고보니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 놓으며 언제부터인가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대놓고 외치고 싶다.
남편이여.. 하루 빨리 약속 이행하라..
더 이상 스릴과 어드벤쳐가 넘치는 삶은 거부한다.
행복한 성생활을 위해 당신의 실천이 필요하다.
빠른 약속 이행, 부부 행복 보장한다, 보장한다!!!
아이들의 이갈이 잠버릇, 어떻게 해야할까?
» 한겨레 자료 사진."3살밖에 안된 아이가 잠잘 때 이를 갈아요. 어떻게 해야하죠?"
하고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꽤 많습니다.
이갈이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스트레스, 악기능계 장애, 교합 장애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에게 이갈이 잠버릇의 원인을 단정지어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성인에 있어서 이갈이 잠버릇에 대한 치과적인 치료법은 스플린트(교합안정장치)를 이용하여 턱관절에 가해지는 위해와 압력을 차단하고, 치아의 마모를 줄여주며 이 가는 소리로 인해 상대방에게 주는 피해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등 대증적 요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이들은 왜 이를 가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어른들에서 나타나는 이갈이 잠버릇 원인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아이들의 유치(젖니) 맹출기에 나타나는 특이 원인도 있을 것입니다.
6개월에서 12개월
이 시기에 젖니가 처음으로 맹출하게 되니까, 아이도 처음 나온 치아가 신기하기도 하고, 간질 간질하거나 아프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이를 가는 것 같습니다
만1세 - 만3세
이 시기에 송곳니부터 어금니까지 나오면서 유치(젖니)의 교합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발육과정 중에 자신의 교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이갈이 잠버릇으로 나타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또는 젖니 교합에 장애가 있어서 이를 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 갈때 나는 소리가 재밌어서 장난삼아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치가 맹출중이므로 이 날때 아프거나 간질간질한 느낌 때문에도 이를 갈수도 있습니다.
3세 이후
치아들의 교합이 안맞는 경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를 갈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유치 교합의 지속적 형성과정이라 할 수도 있겠고 병적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이로 나누어 보았으나 어린이 이갈이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들 수 있습니다. 즉, 동생이나 유치원에서의 친구들과의 관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이갈이 잠버릇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이를 가는 아이에게 자꾸만 이를 간다고 다그치거나 부모님이 걱정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많이 보여주면, 그 또한 아이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갈이 잠버릇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이갈이는 대부분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잠잘때 이를 간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기 보다는 지나가는 성장과정으로 보고 잠자기 전에 아이들과 가벼운 산책이나 조용한 음악 또는 책을 읽어줌으로써 편안한 분위기에서 잠자리에 들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 아이의 이갈이가 너무 심해 자고 일어나면 얼굴 주위나 턱이 아프다고 호소하거나, 이가 너무 닳는것 같은 경우, 또는 그로 인해 아이가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는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개선책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부모가정, 영유아 공교육비 월 9천원
전국 가구 평균의 14%에 불과
“적절한 돌봄 못받는 현실 반영”
한부모가정이 만 0~5살 영유아에게 한 달 동안 지출하는 공교육비는 평균 9000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의 1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비는 유치원이나 학교에 내는 납입금과 문방구비 등을 말하며, 개인과외나 학원비 등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는다.2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가구유형별 양육비 지출의 격차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부모 가정이 영유아 자녀 1명당 쓴 공교육비는 한달 평균 9000원으로 전국 평균인 6만4000원의 14.1%에 불과했다. 이는 기초수급가구의 영유아 공교육비인 2만4000원보다도 적고, 다문화가정이 지출한 5만7000원에 견줘 6분의 1 수준이다.사교육비 지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한부모가정의 0∼5살 영유아 자녀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평균 6만1000원으로, 전국 가구 평균인 11만4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다문화가구는 평균 8만1000원이었으며, 기초수급가구는 가장 적어 4만3000원에 그쳤다.연구팀은 “한부모가정의 영유아기 및 아동기 교육비 지출이 적다는 것은 한부모가정의 아동이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드림스타트나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제공하는 아동·청소년 교육 지원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중 기자himtrain@hani.co.kr
서울형 어린이집 비리 한번이면 퇴출
시, 내년부터 위법땐 명단 공개
불량급식, 보조금 횡령, 학대 등으로 어린이집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서울시가 29일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비리가 한번이라도 적발되면 서울형 어린이집 지정을 취소하는 등 어린이집 관리·감독 강화 대책을 내놨다.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이날 서울시 새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서울형 어린이집은 한번이라도 적발될 경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일정 수준 이상의 보육 환경을 갖춘 민간 보육시설을 서울시가 인증해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서울지역 어린이집은 서울형 어린이집 2878곳 등 모두 6538곳이다.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어린이집 점검 전담팀을 확충해, 현장 점검 때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회계 서류가 부실한 국공립·민간 어린이집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내년부턴 보조금 부정이나 아동 학대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받은 시설은 대표자와 원장의 이름, 어린이집 이름, 위반 행위와 처분 내역을 서울시 보육 누리집(iseoul.seoul.go.kr)에 공개한다. 민간 어린이집도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쓰는 회계관리시스템을 쓰도록 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어린이집 단속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주고 어린이집 대표·원장의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반면 우수 어린이집은 혜택을 확대하고 자문단 컨설팅도 한다.경찰청은 다음달부터 석달 동안 전국의 어린이집과 노인·장애인 복지시설의 운영비리를 특별단속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보육교사나 원생 등을 허위로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타는 행위 △식자재비·특별활동비 등을 부풀린 뒤 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행위 △돈을 아끼기 위해 불량식품을 급식하는 사례 △장애인 기초생활수급비나 노인요양보험료를 가로채는 행위 등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박기용 박현철 기자 xeno@hani.co.kr독서와 한글떼기의 간극
책을 많이 읽으면 한글을 저절로 뗄까요?
저는 사실 그 말을 믿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독서하는 환경에서 크다 보면 어느순간 한글을 뗀다는 그 말을요!
햇님군은 이제까지 꽤 많은 책을 접해왔고, 구립 도서관의 이용도 잦은 편이었어요.
작년엔 한달에 적어도 2-3번 도서관 방문. 올해의 경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책이 아주 많은 양은 아니었어도 꾸준했고, 어느순간 아이 홀로 쓱 보는 책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일까요?
글자 하나하나 토씨하나 틀리지않고 읽는, 낭독의 정확성!
그것이 아이에겐 없었어요.
동화구연하듯 문장의 말꼬리를 지어내기도 하고, 잘못 읽기도 하고, 바꿔 읽기도 했어요.
아니 왜 글자를 있는 그대로 읽지 못할까.
정말 의아스러웠습니다.
책을 너무 빨리 읽기때문이라는 말도 있었고, 놔두면 어느순간 고쳐진다는 말도 있었어요.
사람들의 말을 믿으면서 시간이 지나면, 읽기를 조금씩 시키다보면 나아질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한글책 낭독을 핵심과제로 생각하지 않은 헐랭이엄마가 아이에게 매일 한글책 낭독을 시켰을리 없지요.
어찌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고,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슬슬 불안해졌고, 어느날 아이를 보니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성격이 급해서, 다 알아서 책을 후루륵 읽은 것이 아닌, '한글을 몰라서'라는 판단이 섰어요.
대표적인 것이 '받침이 있는 글자'였습니다.
발화되는 것과 표기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도 자각이 덜했고,
그러다보니 책읽는 것이 너무 어려웠지요.
아이가 40개월 좀 넘었을때였나요.
한글에 관심이 생기는거 같길래 남들 다 한다는 모 학습지를 해봤다가
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에 이건 아니다싶어서 접어버리고, 별도의 한글교육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6세때 블로그 이웃님과 한글문제집과 기타 방법을 동원해서 온라인 품앗이 한글 교육을 진행했었어요.
그런데 그건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하루 10분정도로 잠깐 가볍게 진행한거였고,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한글 문제집을 사긴 했지만 아이에게 한번 쓱 읽어보게 하고 지나가는 식이었어요.
연필을 쥐고 글자를 쓰게 하면 힘들어할까봐 그냥 넘어갔지요.
남들 하는 구 땡땡이나 눈 땡땡 학습지같은거, 흔한 국어문제집 풀기. 독후활동이나 일기쓰기.
여타의 국어학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느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독서하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웠고,
초등학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불안해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12주째. 정말 제대로 마음 잡아 한글문제집 선정하고,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풀었어요.
한글책 낭독은 몇번 시킬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냥 기존의 독서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한권 골라 낭독을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책이라 몇번 읽었던 책이고, 유아수준에 어울리는 책이긴 했지만 두세군데 틀리는 것을 빼곤 낭독을 제법 잘 했어요.
신기했습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책을 골라 낭독을 하다니!
그리고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책 제대로 읽기에 도전하는 모습이 놀라웠지요.
매일 국어문제집을 풀더니 자신감이 생겼냐고, 그거 푼게 도움이 되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 문자를 손가락으로 일일히 짚어가며 읽지 않았던 것.
한글 문제집을 좀더 일찍 풀게 하거나 한글을 제대로? 갈켜주지 않은 것.
후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아니면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그냥 이 모습 그대로 조금은 늦었을지 모르는, 허나 크게 늦지도 않은 지금 이 타이밍에
한글 문제집을 풀기 시작하고, 낭독의 유창성을 찾고자 하는 지금 이 모습에 만족합니다.
한글쓰기?
걱정됩니다.
'지금 이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나만의 기대치가 갑자기 떠오르고,
내 기대치에 아이가 맞지않다 여겨지는 어떤 순간.
분명 또다시 불안해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주변에 친구와 언니를 붙잡고 고민을 풀어놓기 시작하겠죠.
교육서랑 책 등등에서 하는 말. 다 뻥이더라. 어쩌구 저쩌구 떠들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전 아직 8살짜리 애 엄마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어느순간 제 눈에 들어온 아이의 장점이 저를 한번 두들기더라구요.
내 아이만의 장점.
내 아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아이의 특징.
햇님군은 책을 읽을 때 그림을 잘 봅니다. 저는 미처 보지 않는 책속 그림을 잘 관찰해서 이야기를 하지요.
또한 한번 경험한 것들에 대해선 늘 연결하고, 다시 찾아보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확장합니다.
지난주 수립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던 한글명작 라푼젤.
몇일뒤 학교도서관에서 영어책 라푼젤을 빌려왔어요.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라푼젤의 마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마녀는 라푼젤을 사랑했어요.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고, 나만의 소중한 아이로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라푼젤은 외로웠지요.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한글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러나 한글이 중요하다고 남들 하는 학습지와 문제집 풀기와 어떤 준비, 다독. 이런 것들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천천히 아이의 성장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는 과정.
그것이 즐거운 경험이지 않을까요?
자칫 잘못하다간 아이를 위한다 이야기하면서 라푼젤 마녀가 될지도 모르지요!
불안이 아니고, 사교육의 도배가 아닌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내 육아. 내 교육.
피할 수 없으면 즐기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레이시아 국민 여행지, 카메런 하일랜드(Cameron highlands)를 가다.
한국을 소개하는 여행안내서에는 어떤 내용이 쓰여있을까? 언젠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여행안내서, 론리플래닛 한국편을 펼쳐보았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기도 했고, 여행안내서의 추천 명소를 따라가는 우리의 여행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외국인이 여행 안내서를 들고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답이 될 것 같았다.
그 책에서 추천하는 한국 최고의 여행지는 경주였다. 네게 일주일의 시간이 있다면 당장 경주로 달려가라, 첫 문장이 그랬다.
경주? 중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다녀온 이후로 한 번도 다시 가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경주가 추천 일 순위라는 것이 조금 놀라웠다.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이라면 경주의 유적과 유물들이 무척 색다르고 흥미롭게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안내서에 소개된 곳이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안내서에서 추천하는 유명한 여행지엔 볼거리가 많았지만, 여행자, 특히 외국인을 너무 의식하는 게 느껴져서 불편하기도 했다. 뭐랄까, 매일 먹는 밥상도 진짜 전통 음식도 아닌, 외국 사람 입맛에 맞게 신경 써서 차린 손님상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인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는 어떤 모습일까? 현지인들은 휴가를 어디서 어떻게 보낼까?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에 카메런 하일랜드(Cameron highland)를 일정에 넣은 것은 이런 호기심 때문이었다.
카메런 하일랜드(Cameron highland)는 해발 1300~1800미터의 말레이시아의 고산 지역이다. 섭씨 10~20도, 상대적으로 선선한 기후 때문에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단다. 말레이시아 게임의 Atrraction 카드에 소개되지 않아, 처음에는 이름조차 몰랐는데 다른 걸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말레이시아 국민 여행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학생들 방학이 끝나가는 요즘, 최고 성수기라서 게스트하우스 예약이 쉽지 않았다. 꽤 일찍, 한국에서부터 예약을 시도했는데 평이 좋은 게스트하우스의 가족실은 이미 fully booked! 라고 했다. 대체 뭐가 있길래, 얼마나 좋길래? 호기심과 함께 약간의 오기도 발동했다. 꼭 가봐야겠다고.
카메런 하일랜드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타만네가라, 쿠알라타한 마을에서 첫차를 타고 다시 제란툿으로 나와 거기서 여행사 미니 버스를 탔다. 여행사 직원이 두세 시간 걸린다고 했는데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직선거리로는 그리 멀지 않은데 구불구불 산을 돌아가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목적지 타나라타(Tanah Rata) 근처에서는 길도 많이 막혔다.
버스가 타만네가라 인근의 다른 마을을 돌며 여행자들을 태우고 막 도시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켁켁, 해람이 기침이 심상치 않다 싶은 순간, 왈칵.
버스 기다리며 점심을 양껏 먹었던 것이다. 해람이는 멀미 잘하니까 차 타기 한 두 시간 전에는 먹이지 말아야 하는데. 번번이 당하면서도 곧잘 잊어버린다. 다행히 주머니에 있던 비닐봉지를 갖다 대어 옷을 버리지 않고 잘 처리했다. 내 순발력에 스스로 깜짝 놀랄 정도로 재빠르게! 하지만, 좁은 버스에 시큼한 냄새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엄마, 나도! 켁켁.
냄새 때문인지 생전 멀미 한 번 안 해본 아루도 힘들어했다. 결국, 차를 세워 잠깐 쉬면서 차 안을 환기시키고서 다시 출발했다. 해람이는 버스 안에서 한 번 더 왈칵, 점심으로 먹은 걸 모두 게워냈다. 게스트하우스에 내려서는 물까지 다 토했다.
산으로 올라오면서, 열대의 정글 대신에 밭이 나타났다. 산등성이 짙푸른 차 밭이 인상적이었다. 타나라타(Tanah Rata)에 이르르니 알프스 산장을 닮은 리조트,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하는 침엽수들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무주와 비슷한 풍경이랄까. 사람들이 털모자를 쓰고 털목도리로 멋을 내었다. 쿠알라룸푸르, 타만네가라에 비해 덜 덥긴 하지만, 해지고 나서야 반소매 티셔츠에 얇은 겉옷을 덧입을 정도인데 털모자에 털목도리라니! 일 년 내내 더운 나라에 사는 이들에겐 이 정도 기온도 색다른 경험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에겐 열대의 해변과 정글이 매력적이지만 그것을 일상으로 누리는 여기 사람들은 눈 쌓인 겨울 풍경을 동경하겠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는 이 나라 사람들은 그래도 조금 선선한 이곳에서 겨울 기분을 내보는 것이리라.
다음날 아침, 타만네가라에서부터 같이 온 리카르도가 차밭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이곳의 주요 볼거리는 차 밭, 딸기, 선인장 등의 식물 농장, 그리고 안개 자욱하고 이끼 많은 숲이란다.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가 없어서 여행사 투어를 신청하거나 택시를 대절해야 하는데 잘 됐다. 리카르도랑 같이 가면 빡빡한 투어 일정을 바삐 쫓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좋고, 택시비를 나누어 낼 수 있어 좋고! 수완 좋은 리카르도랑 같이 다니면 바가지 쓸 일도 없을 것이다. 제란툿에서 여기 올 때 리카르도가 버스비 흥정하는 걸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는 흥정할 생각 못하고 부르는 대로 다 줬는데. 밀당과 흥정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는 우리는 물러서 있고 리카르도가 택시를 하나 빌렸다.
자가용 승용차는 아니지만, 택시를 타고 차밭 구경을 가려니 우리도 현지인들처럼 며칠 휴가를 내어 가족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길이 좀 막혔지만, 심하게 막혀서 7km의 거리를 두 시간 만에 도착했지만, 원래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휴가지에서는 길이 막히는 법이니까. 언제 도착해? 언제 도착해? 아이들이 묻다가 지쳐 잠이 들었고 우리는 창밖을 구경하며 리카르도의 여행담, 연애담을 들었다.
이곳의 최고 인기 상품은 딸기! 길가에 딸기 농장이 종종 나타났다. 농장에서 딸기 따는 체험을 하고 딸기 모양 기념품을 사는 것이 가족 여행의 정해진 코스인 것 같았다. 딸기가 그려진 우산, 털모자와 목도리, 귀마개, 티셔츠, 양말 등을 파는 기념품 가게도 많았다. 열대지방에서 자라지 않는 딸기, 열대과일에 비해 당도가 훨씬 떨어지지만, 귀하니까, 그만큼 사랑을 받는 것이리라.
엄마! 딸기 괴물이야!
꾸벅꾸벅 졸던 해람이가 창밖의 풍경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카메론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멋지다는 차밭, 이곳에서 생산, 가공하는 차는 BOH라고, 꽤 유명한 브랜드란다. 차밭을 둘러보며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박물관에서 차 생산과정을 영상으로 보고 차 공장에서 가공하는 것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차를 구입하면 된다.(꼭 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 여기는 오설록 박물관 같아.
제주도의 오설록 박물관을 아이들도 기억해냈다.
우리, 거기서 녹차 케이크랑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그렇지, 케이크랑,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기억은 오래가는 법!
녹차 케이크 대신에 딸기 케이크. 생크림 잔뜩 바른 케이크 위에 딸기를 올린 모습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나는 밀크티를 마셨다. 홍차를 진하게 끓여 우유와 설탕을 타서 달게 마시는 차. 인도, 네팔에서는 짜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떼따릭(Teh Tarik)이라고 부른다.
짙은 초록의 물결, 계단식 차밭을 감상하며 차 한잔 마시는 여유.
차밭을 배경으로 가족사진도 찍어주고, 현지인 관광객들 틈에 섞여 차 박물관과 공장을 구경했다.
완벽한 가족 여행이 될 수 있었는데.
비구름이 몰려왔다. 한바탕 쏟아지고 사라지기를 기다렸는데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 했는데 주차장에 택시가 없었다. 우리를 여기까지 태워준 택시는 리카르도가 흥정한 가격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불만을 토로하며 가 버렸다. 괜찮아, 택시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리카르도의 말처럼 그럴 줄 알았다. 어찌 됐든 방법은 있겠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는데, 차 마시고, 박물관 보고, 차밭도 다 둘러봤는데, 여기서 할만한 건 다 했는데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일단 걸어보자. 브린창(Brinchang) 산까지 2킬로미터 정도 되니까, 잘하면 걸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걷다가 운이 좋으면 택시를 잡거나 지나가는 차를 얻어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비옷을 입고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걷지 않고 택시 탄다고 했잖아.
딸기 농장에는 언제 가는데?
아이들이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택시 타고 다니며 케이크 사 먹고 딸기 농장 체험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언제 어디서 차를 탈 거라는 기약도 없이 빗속을 걸어야 한다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터벅터벅,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는 우리들은 마법이 풀린 신데렐라 같았다. 호박 마차는 사라지고, 잔치는 끝났다.
걸으니까 좋잖아, 이렇게 멋진 풍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니까.
애써 명랑한 목소리로 아이들을 달래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좋아, 오르막길에서 조금 업어줄게.
아이들을 번갈아 업었다. 1킬로미터쯤 걸었을까. 갈림길 가까이 왔을 때 택시 한 대가 나타났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 택시비 흥정할 겨를도 없이 일단 올라탔다.
브린창 (Brinchang)산으로 가 주세요! 안개 자욱한 이끼 숲에 가봐야지. 원래 계획했던 다음 일정을 떠올렸다.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러워 못 간다고 기사가 말했다.
그럼 타나란타! (Tanah Rata) 그냥 숙소로 돌아가죠. 가는 길에 딸기 농장 한군데 들르고. 길이 너무 막혀서 타나란타까지도 갈 수 없다고 했다.
가까운 브린창(Brinchang) 읍내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타나란타 가는 로컬 버스를 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시장 구경을 했다. 옥수수와 고구마를 보니 반가워서 조금씩 사고 꼬치에 딸기를 끼워서 초콜릿을 끼얹은 초코 딸기 꼬치를 사 먹었다. 배가 고팠지만, 해람이가 버스 타고 멀미를 할지 모르니 다 같이 참기로 했다.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꼬르륵, 꼬르륵, 배꼽시계는 주책없이 자꾸 울리는데 버스는 언제 오는지, 길이 그렇게 막힌다는데 타나란타까지는 대체 몇 시간이 걸릴지...
얘들아, 여기 봐!
딸기
선인장
벌레잡이 식물
여러 가지 화분을 늘어놓고 파는 가게(화원)에서 아이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들을 발견했다. 아루는 예쁜 꽃들과 딸기를 좋아했고 해람이는 벌레잡이 식물에 관심이 많았다.
딸기 농장, 선인장 농장, 화훼농장이 여기 다 있네!
버스 정류장 옆에 있는 조그만 화원에서 오늘 하루, 못다한 갖가지 투어를 다 했다. 호박 마차를 잃고 심통 난 신데렐라들의 기분도 좀 나아졌다.
낡고 허름한 로컬버스에 올랐다. 돌아올 때도 두어 시간 걸렸지만, 상황이 그런 줄 알고 마음을 비우니 조금 나았다.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일차선 도로에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주차장처럼 보였다. 다시 무주 스키장 가는 길이 떠올랐다. 길가에 유럽의 집을 흉내 낸 펜션과 리조트들의 모습이 비슷했다. 꽉 막힌 도로까지, 우리가 주말이나 짧은 휴가를 보내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딸기 모형 앞에 아이들을 세워 두고 사진을 찍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깜찍하고 예쁜 딸기 모양 귀마개를 하고 옥수수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얘들아, 여기 봐~ 찰칵! 이 남자의 사진기에 찍힌 사진을 생각했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 거리를 남기고 싶어서,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 꽉 막히는 도로와 복잡한 인파를 참아낸 것이리라. 그 한 장의 사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타나라타에 도착해서 드디어 밥을 먹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아루가 고른 바나나 잎 정식.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자마자 자리에 누웠다. 피곤이 몰려온다. 남들 다 갈 때 따라가는 여행은 피곤해, 피곤해! 언제나 결론은 그렇지만, 나는 알고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이 되면, 요즘 이곳이 뜬다는 소문을 들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또 떠나게 될 것이라는 걸. 막히는 차들의 행렬 속에서 내가 미쳤지,를 연발하게 될지라도.
우리는 열대의 정글과 해변을 찾아 여길 오는데, 내가 찾는 걸 일상적으로 누리는 사람들은 또 다른 것을 찾아 떠난다. 행복은 쫓으면 쫓을수록 날아가 버리지만 실제로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파랑새 동화의 결말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쩌면 정말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런 삶의 진리에 다다르지 못했다. 어쩌면 삶이란, 우리 같은 보통 인간의 삶이란,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 아닐까. 그러다 문득 깨달음을 얻기도 하겠지만, 평생 모를 수도 있겠지.
[육아카툰25편] 엄만 김혜수가 아니여~
어느날 지호가
느닷없이 공룡 이름을 물어보더라.
다섯살 즈음되면 공룡에 관심이 많아진다더니
지호도 그런건가?
ㅎ ㅎ 짜식 벌써 다 컸군.
그런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티라노 사루스, 티라노 사에스, 티라노 사우니스...
티라노는 정확히 알겠는데
끝이름은 자신이 없더라.
.
.
.
저 지호야~ ㅋㅋ
고개를 갸우뚱하는 지호를 뒤로한 채
잽싸게 화장실에 가서 검색질을 한 결과,
아~ 티라노 사우르스!
정확하게는 티라노 사우르스 렉스란다.
티라노는 폭군의 뜻,
사우르스는 도마뱀, 렉스는 왕이라는 의미로
그만큼 티라노 사우르스는
육식동물 중에 가장 포악하고 무서운 동물이란다.
걸을 땐 시속 7km, 뛸때는 50km! 헉...
거의 전기 자동차 수준이며 ㅋㅋ
이빨도 매우 크고 날카로워
한번 물면 뼈까지 부서질 정도래. 무섭지? 지호야~
어휴... 이 정도로 이해하며 지호앞에서 아는 척,
그림도 대강 그려주며 설명을 해 주긴 했는데
담엔 또 무엇을 물어볼지.
아들래미가 다섯살이 되니 질문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네.
휴~ 지호야!
엄마는 <직장의 신> 김혜수가 아니거든!
엄마도 모르는 것이 많거든.
이해해 줄 수 있겠니? ^^;
<즐거운 아줌마> 블로그에 놀러오셔요~ ^^;
6월 서울대공원 옆 장미원 축제
엄마들의 적 ‘등센서’가 궁금해요
사진 한겨레 김은형.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습니다. 손가락질당할까 묻기 두려웠던 4차원 질문,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이 세상 최초의 질문,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답을 얻을 수 있는질문을 han21@hani.co.kr로 보내주십시오.이제 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초보 엄마인데요. 아기들은 왜 등만 땅에 닿으면 깨거나 울까요? 일명 ‘등센서’라고 하는데요. 등센서는 정말 모든 엄마의 적이자 궁금증입니다. 왜 그런지 꼭 알려주세요. 이왕이면 등센서 극복 방법도요.(한은정)고백부터! 하겠습니다(기사를 이렇게 저자세로 쓰긴 처음입니다). 사실! 저 남자입니다(사실이 아니라면 저는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요). 게다가! 미혼입니다(남자인데다 미혼이 죄는 아닌걸요). 당연히! 아이가 없습니다(미혼 남성이 반드시 ‘무자식’이어야 할 까닭은 없다는 ‘주의’입니다만). ‘육아의 고수’이신 전국의 엄마·아빠 틈에서 ‘상팔자’로 살아온 처지로서!(저에 대한 사회·문화적 ‘색깔론’입니다) 생물학적 한계에 결연히 맞서며 답을 찾아보겠습니다.각종 육아 사이트엔 한은정님처럼 등센서의 난감함을 호소하는 글이 수백 건씩 올라와 있습니다. 태어난지 4일밖에 안 된 아기가 벌써 본색을 드러냈다며 울상인 엄마가 있고, 19개월이나 됐는데도 여전히 ‘잠투정 작렬’이라며 위로하는 엄마도 있습니다. 바닥에만 누이면 울음 엔진에 시동을 건다는 ‘정통 등센서’부터, 등에 손만 대도 온몸을 오징어처럼 꼰다는 ‘초민감등센서’까지 성능도 다양합니다. 3년 전 <한겨레> 김은형 기자는 등센서를 “영화 <식스센스>보다 458배 공포스러운, 아기들에게만 있는 제6의 감각”으로 정의(<한겨레21> 812호)하기도 했습니다.먼저 사무실 동료들에게 ‘아기들은 왜 등센서를 달고 사는지 아냐’고 물어봤습니다. 6살 난 아들을 둔 옆자리 남자 기자는 ‘분리 불안’이란 전문용어를 쓰며 아는 체했습니다. “아빠가 아닌 ‘엄마’의 체온과 심장 박동을 느껴야 심리적 안정을 찾는 아기의 본능 탓”이란 주장입니다. “엄마만 죽을 노릇이었다”라며 헤헤거리는 이 인간의 정체는, ‘킬링캠프’ 칼럼을 연재하는 바로 그 ‘X기자’입니다.최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후배 여기자에게도 물었습니다. 그는 “내 아이는 하루 11시간을 자는 ‘슈퍼울트라 순둥이’로서 나와 등센서는 무관한 이야기” 라더니 “왜 결혼도 안 한 남자가 겁도 없이 이런 난제에 답을 하려고 덤비냐”며 저를 꾸짖었습니다.우울한 마음에 ‘엄마학교’ 서형숙 대표님(<거꾸로 사는 엄마> <엄마학교> 등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서 대표님은 등센서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등센서는 좋은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센서가 있다는 것은 아기가 싫고 좋은 것을 감각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며 “그만큼 아기가 똑똑해지고 있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서 대표님 첫째아이의 등센서는 18개월 동안 작동할 만큼 ‘고성능’이었다는군요. 서 대표님은 “언젠가 자기 남자와 여자를 찾아갈 아이들과 인생을 통틀어 몸과 마음을 틈 없이 밀착할 수 있는 시간은 이때뿐이므로 오히려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합니다.노하우도 있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업거나 안은 채 같이 옆으로 누우면 아기들은 엄마 등이나 품인 줄 알고 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 상태에서 아기 가슴을 살짝 눌러주면서 바닥으로 옮기면 엄마와 밀착된 느낌을 유지하며 잠을 잔다는군요. 물론! 제가 실험해볼 순 없었습니다.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엄마의 로망, 키즈 인테리어의 상상과 현실
집안 꾸미기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야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집안의 품격을 높여줄 거라 잔뜩 기대하며 장식용 소품으로 놓아두었던 물건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순식간에 생계형(?)소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얼마나 자주 한숨을 쉬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제대로 집안을 꾸미려면
최소한 두 아이 다 학교를 갈 때 쯤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큰아이가 후기 유아기를 보내던 때의 어떤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어릴 때 오히려 인테리어를 더 즐기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상과 현실 사이를 가장 자유롭게 넘나드는 7살 때의 어느 날,
큰아이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 여기저기에서 재밌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시계를 보며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5,10분 정도 되는 짧은 시간동안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들로 집안 구석구석을 장식해 둔 것이다.
자기가 없는 동안 기린 인형이 목마를까봐 물을 담아준다거나
아기인형 옷을 이쁘게 입혀 소파에 나란히 앉혀두거나
레고로 작은 집을 만들어 동물들을 그 안에 재미있게 배치해 둔다거나.
짧은 시간이지만 집을 나가기 전에 아이가 하는 이런 행동을
엄마인 내가 자세히 지켜볼 여유는 없었다.
부리나케 초간단 화장이라도 해야하고 둘째를 아기띠로 업거나 안아야하고
버스 선생님편에 보내야 할 물건들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바탕 전쟁같이 흐르는 시간 뒤에
휴.. 하고 집으로 돌아와 보면 그제서야 아이가 만들어 둔 그날의
'아침 인테리어'를 보며 귀엽기도 하고 가끔은 아이다운 상상력에 놀라기도 하면서
나도 그 짧은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아이가 만들고 간 흔적을 날마다 지켜보면서
늘 산만하고 정리정돈을 방해하는 주범으로만 여겼던 아이의 물건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가만 보니, 큰아이가 만들어놓은 인테리어가 재밌는 건
바로 '스토리가 있다'는 거였다.
서로 연관이 없을 듯한 장난감, 예를 들어 여자 아이의 장난감과
둘째인 남자아이의 장난감도 함께 등장시켜 일상과 연관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표현해내는 게 너무 재밌었다.
말끔하게 바닥에 떨어진 물건 하나 없이 어른들이 주인공인 집에서야
진정한 인테리어가 가능하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지금 가장 좋아하고 푹 빠져있는 물건들로
집안을 채우고 공간을 재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이사도 했으니
그동안 10년 엄마로 살면서 상상으로만 즐기고 있던 키즈인테리어를
현실로 모두 펼쳐보리라 마음먹었더랬다.
10년 동안 모인 책, 장난감, 작은 소품들도 적지 않다.
근데 막상 멍석이 깔리고 보니 그리 쉽지도 않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어
정말이지 진도가 안 나간다!
처음 내 마음속의 컨셉은 <어린이책방 겸 북카페>분위기였건만...
그나마 겨우 제자리를 잡은 곳들은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신었던 신발과 동물을 좋아하는 큰아이가 아끼는
소품인데, 저 다람쥐 바구니에는 도토리를 몇 개 넣어두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요즘 즐겨읽는 그림책이랑 지난 몇 달동안 <라이온 킹1,2,3>의 대사를 다 외울 정도로
푹 빠져 좋아했던 사자 가족, 둘째 손에 언제나 하나씩 들려있는 미니카.
이 코너는 수시로 소품이 바뀌는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일본에선 지금 가장 인기있는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 인형들.
내가 이렇게 배치해두면 아이들은 내려오도록 인형의 방향을 돌려놓는데
가방을 매고있으니, 외출하는 거니까 내려오는게 맞단다.
날씨가 더운 날은 개구리 인형의 빨간 조끼를 사정없이 벗겨놓기도 한다.
아이들이 아기 때부터 쓰던 작은 의자.
2만원 주고 사서 알뜰하게 너무 잘 썼다.
저기 앉아 밥도 먹고 그림도 그리고 했는데.
둘째도 이만큼 컸으니 의자가 이젠 작아 보인다.
다 쓰고 나면 소품 얹어두기에도 좋겠다 싶었는데 슬슬 그럴 때가 된 듯.
시도때도 없이 이렇게 울고 보채는데
키즈 인테리어는 무슨. 잡지책으로 대리만족하고 말지.
그렇게 마음을 접은 적도 참 많았지만, 아니 지금도 가끔 그렇지만...
아이들이 머무는 공간은 늘 꿈과 상상이 함께 한다.
수납바구니 속에서 뒤엉켜 있던 아이 물건들을 하나씩만 골라
잘 보이는 곳이나 혹은 구석진 곳에 다른 물건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듯
놓아두면 아이들은 거기에 자기 이야기를 더해 새로운 놀이를 발견하고 논다.
요즘 꽃무늬, 레이스, 이쁜 소품 같은 것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나를 느낀다.
치우고 돌아서기만 하면 난장판이 되는 집안을 너무 오랫동안 보아온 반작용이 아닐까
나름 분석하고 있다.
엄마는 끊임없이 치우고 장식하고
아이들은 그런 내 뒤를 기다렸다는 듯 따라다니며 만지고 저지레하는 일상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어 엄마로서의 로망을 펼쳐볼 생각이다.
이 날마다 숨막히게 반복되는 현실에
상상의 덧칠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기에.
요즘 나에게 인테리어는 살기 위한 몸부림같은 것이 되고 있는 것 같다.
[6월 3일 새 그림책] 워거즐튼무아 외
“아무튼 즐거워”라는 글씨를 거꾸로 읽은 왕자님이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뚱보 아줌마를 만나 공부만 하는 갑갑한 세계에서 벗어나 소풍을 가고 친구를 만나는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된다. 4살부터.
마쓰오카 교코 글, 오소코 레이코 그림, 송영숙 옮김/바람의 아이들·9000원.
토끼는 숨기쟁이
꼭꼭 숨어 꼭꼭 꽃 속에 꼭꼭 토끼가 숨었네. 문장을 읽으면 자연스레 노 래가 된다. 연둣빛 들판 노란 노을이 손끝으로 문댄 파스텔톤이다. 사이사이 토끼가 숨어 있다. 2살부터.
마쓰노 마사코 글, 후루카와 노부코 그림, 이기웅 옮김/길벗어린이·1만원
우리 동네에는 코끼리가 살아요
우리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코끼리 때문에 일어나는 소동을 익살스런 그림으로 묘사했다. 마을 사람들은 덩치는 크지만 어린 코끼리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4살부터.
크리스티나 본 글, 칼라 이루스타 그림, 장지영 옮김/책속물고기·1만1000원
겁쟁이 소년이 사자왕이 된 까닭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트
그림, 김경희 옮김/창비·8500원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동화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지금껏 1억4500만권 이상이나 팔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받은 트로피를 두고 “창문을 열어 환기시킬 때 창틀 고임돌로 쓰면 아주 좋다”고 농담할 만큼 유명세에 연연하지 않았고 학대받는 사람과 동물들을 도우며 일생을 보냈다. 그녀는 늘 당돌하고 자유분방하고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작품 속에 즐겨 그렸지만 선과 악, 그리움과 죽음 같은 인생의 진지한 문제를 다룬 책도 여럿 발표했다. 일흔살 무렵 집필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은 시작부터 동화답지 않다. 씩씩한 요나탄 형이 동생 카알을 구하려다 그만 죽고 만다. 형은 평소 병약한 동생이 죽음을 두려워하자, 죽으면 땅속에 묻히는 게 아니라 새롭고 신나는 세계, 즉 ‘낭기열라’에 가는 거고, 거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형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요나탄의 말처럼 카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낭기열라로 가서 형과 살게 되지만 그곳에도 다툼이 있었다. 형제가 사는 벚나무 골짜기는 평화로웠지만 이웃한 들장미 골짜기는 독재자 탱일의 지배 아래 굶주림과 가난에 시름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낭기열라 전체의 평화가 위협받을 지도 몰랐다. 형은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 위험해도 해야 한다며 들장미 골짜기로 떠난다. 겁쟁이 울보였던 동생 카알 역시 돌아오지 않는 형을 찾으러 나서며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시작된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죽음, 용기, 자유 등 여러 메시지가 중첩되어 담겨 있는 수작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낭기열라와 낭길리마라는 상상의 공간이다. 낭기열라는 린드그렌이 만들어낸 말로 죽음 이후의 세계 혹은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은 어린 시절’을 의미한다. 낭기열라에서 죽으면 다시 낭길리마로 떠난다. 하지만 낭기열라나 낭길리마는 그저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꿈꾸는 낙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가와 희생이 필요하다. 형제는 낭기열라를 지키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악에 대항해 싸운다.
여기서 드는 의문, 어쨌든 낭기열라는 죽어야 가는 곳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해도 될까.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인생의 문제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쁘고 슬프고 외롭고 무서운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아이들 역시 그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린드그렌이 동화를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녀의 손자 니세는 죽음을 무서워했다. 마치 요나탄이 동생 카알에게 낭기열라에서 만나자고 했듯, 린드그렌은 동화를 읽어주며 손자를 위로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인생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거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
소심하고 겁이 많은 카알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독자라면 아마 카알이 언제 용기 있는 소년이 될까 조바심이 날 거다. 하지만 끝까지 카알은 카알이다. 형과 함께 낭길리마로 떠나려고 절벽을 뛰어내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카알은 두려웠다. 다만 두려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믿었을 뿐이다. “늘 무서워, 하지만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지금 해.” 이것이 카알이 겁쟁이 울보에서 사자왕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가방 캠페인 소식] 필리핀 이바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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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캠페인] ‘유치원 가방을 지구촌 아이들에게!’ 캠페인 소식
[1차 캠페인] 캄보디아에서 소식이 왔어요
책과 친한 아이 바란다면 이야기부터 들려주라
» 문현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상담실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어린이도서연구회 건물 마당에서 열린 '동화읽는어른'모임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동화를 읽고, 이야기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육아 멘토를 찾아서 ① `행복한 책읽기'의 전도사 문현주 어린이도서연구회 상담실장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각종 전집을 사들이고,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가 책과 친해질까. 15년 동안 어린이독서문화운동을 펼쳐온 문현주씨를 만나 아이가 책을 읽고 스스로 행복해지려면 부모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알아봤다.
“아들이 4살 때 한글을 뗐어요. 6살부터 백과사전을 달고 살았죠. 저는 아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 속에 있는 문장을 줄줄 말하니 아들이 그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처럼 책도 많이 사주고 아들에게 기대를 엄청 했죠. 그런데 웬 걸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는 선생님한테서 공부 잘하고 똑똑하다는 소리보다 산만하다는 소리만 들었죠. 어느 날은 아들이 매미를 잡는다고 하루종일 밖을 쏘다니다 들어와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그림 속에 매미도 없고, 풀도 나무도 없는 거예요. 매미를 잡는 자신을 그렸는데, 얼굴에 눈도 없고 입도 없고 팔다리는 있는데 손도 없고 발도 없었어요. 그 무렵 아이에게 야뇨증 증세도 나타나고, 눈동자도 심하게 흔들렸어요. 그 순간 ‘아차’ 싶었지요.”
문현주(45살) 어린이도서연구회(이하 어도연) 상담실장은 차분하게 자신의 얘기를 이어갔다. 어도연에서 15년 동안 활동해온 그를 지난달 28일 만났다. 33년 동안 어린이독서문화운동의 중추 역할을 담당해온 어도연(www.childbook,org)에서 그는 어린이책 관련 상담을 꾸준히 해왔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도 읽어주고,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도 참석한다.
‘어린이 책읽기의 멘토’인 만큼, 문 실장의 아이들은 ‘독서왕’일거라 예단했다. 그런데 그는 “두 아이를 키우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 시행착오때문에 그는 어린이와 어린이책에 대한 좀 더 분명한 관점을 세울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놀이치료를 1년 정도 했다. 나 역시 그때 부모상담을 하면서, 아이의 문제는 곧 내 상처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아이들을 방치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시절 자살 시도도 세 번이나 했다. 그는 자신에게 슬픔과 고통만 주는 가정을 탈출하기 위해 21살 때 결혼을 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그는 자신의 결핍감과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식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 영민한 아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었고, 아들이 자신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고함을 질렀다. 그는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따뜻한 교감이고, 책으로 아는 세상보다는 자기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세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당시에는 잘 몰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면서 그는 어도연 활동을 시작했다. 차차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책을 읽히려는 욕심도 버렸다. 그림책과 친해지면서 아이들의 세계도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24살, 18살이 된 아이들은 각자 자기 삶을 멋지게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지식 관련 책을 좋아하는 아들은 좋은 문장을 고르는 힘이 있고, 문학 책을 좋아하는 딸은 좋은 이야기를 고르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부모들이 ‘왜 내가 아이에게 책과 친해지게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욕심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어른의 잣대로, 아이에게 책을 들이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문 실장은 “아이에게 책은 아이가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책을 통해 부모가 원하는 정답을 주입하려 하고, 지식만을 채워 넣으려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 수준에 맞지도 않은 책을 마구 구입해서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내용을 확인하는 것, 아이에게 책 선택권을 주지 않고 부모가 원하는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무조건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아이에게서 책이 멀어지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책과 친해지게 하려면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라”고 조언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좋은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서 사람을 치유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란다. 1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굳이 책을 읽어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아이와 눈을 자주 맞추며 만져주고 안아주고, 부모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 지난 아이부터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들을 잘 이해하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 1~2권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굳이 많은 책을 읽어줄 필요도 없다. 그는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교감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요즘 부모들은 3~7살 유아에게 자연관찰책 수십권을 보여주고, 역사인물책이며 과학 동화, 수학 동화를 읽힙니다. 책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 하고, 아이에게 자꾸 교훈을 주려고 하죠. 그러나 이러한 부모들의 행동이 아이들을 자꾸 책과 멀어지게 만들고 자존감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알아야해요. 또 이렇게 얻은 지식은 온전히 아이의 것이 되지 못하죠. 아이들에게는 자연관찰책을 수십권 보는 것보다 직접 꽃향기를 맡아보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해요. 부모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고, 친구와 즐겁게 노는 것이 아이를 더 성장시킵니다. 책은 아이 생활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에요.”
문 실장은 ‘책과 친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간섭을 줄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똑같은 책을 읽어도 아이는 매번 다른 감정을 느끼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어른의 잣대로 자꾸 많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습을 위한 책읽기’가 판치는 세상에서 부모들의 고민도 많다. 그래도 ‘어린이가 스스로 행복한 책읽기’가 돼야 한다고 오늘도 그는 부모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우리 아이 책 어떻게 고를까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책을 고르면 아이들이 좀 더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어린이도서연구회는 해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추천 도서목록을 발표한다. 추천목록을 참고하되, 추천한 책을 모두 읽히지 않아도 된다. 문현주씨의 도움을 받아 연령별 발달 수준에 맞는 책에 대해 정리했다. 양선아 기자
1~3살 | 걷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이 늘어남. 의성어, 의태어가 들어간 말놀이 책, 까꿍놀이나 코코코 놀이 같은 자신이 하는 몸놀이가 들어있는 책이 책에 대한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다.추천 도서 : <열두때 동물 까꿍놀이>(보림), <도리도리 짝짜꿍>(보림), <달님 안녕>(한림), <손이 나왔네>(한림), <두드려 보아요>(사계절), <새로 다듬고 엮은 전래동요>(보림), <누구야 누구>(보리)
4~5살 | 끊임없이 질문하고 무엇이든 자기가 해보겠다고 나서며 집착과 소유욕, 고집이 늘어남. 소꼽놀이나 역할극 등 상상놀이를 소재로 한 다양한 이야기 그림책이 좋다.
추천 도서: <이슬이의 첫 심부름>(한림), <그건 내 조끼야>(비룡소), <앨피가 일등이예요>(보림), <곰 사냥을 떠나자>(시공주니어)
6~7살 | 나와 가족, 친구에게로 관심이 확장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도 발달. 승부욕도 생기고, 도덕심과 독립심도 생김. 일상적 생활습관과 욕구충족에 관한 그림책, 옛이야기처럼 판타지가 담긴 책을 권한다.
추천 도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시공주니어), <반쪽이>(보림),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시공주니어), <훨훨 간다>(국민서관), <재주 많은 다섯친구>(보림),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한림),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재미마주)
초등학교 저학년 |도덕성 발달해 권선징악 이야기를 좋아함. 영웅적인 등장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수수께끼나 스무고개 놀이, 끝말잇기 놀이가 좋고, 옛이야기와 다양한 그림책이 좋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고,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도 생기고, 지적 호기심도 커짐. 인물이야기, 역사책, 생활동화, 과학지식책을 권한다.
추천 도서: 21세기 보편적인 걸작을 만나는 것을 권함. 많은 어린이들이 19세기 걸작에갇혀 현대의 세계 걸잘과 작가를 만나지 못하고, 제 3세계 어린이 문학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음. 아스트리트 린드그렌, 로알드 달, 에리히 케스트너, 필리파 피어스, 피터 헤르틀링, 구드룬 파우제방,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등등의 유명 작가들의 책을 읽고, 인권, 평화, 더불어 살기, 환경 오염, 유전공학의 폐해, 핵실험, 석유자원 고갈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 인종주의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한 책을 읽기를 권함.
책 관련 부모들이 자주하는 질문들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꾸준히 상담을 맡아온 문현주 상담실장은 수시로 부모들로부터 책 관련 질문들 받는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질문의 내용은 거의 달라진 것다. 부모들이 책과 관련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학습과 관련된 것인데, 다만 연령대가 낮아지고 교구를 포함한 책의 가격이 엄청 비싸졌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들을 추려보고, 문 실장의 도움을 얻어 그에 대한 답변을 정리했다. 양선아 기자
문: 20개월 된 아이가 책을 계속해서 가져오며 하룽도 30권이 넘는 책을 읽어달라고 합니다. 책을 가져와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금방 또 새 책을 가져오곤 합니다. 계속 책을 읽어줘야 할까요?
답: 12개월 미만 아이에게는 책을 권하지 않습니다. 이 시기이 아이들은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눈을 자주 맞추고, 안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0~3살까지의 아이에게는 애착 형성이 중요합니다. 책보다는 부모와의 친밀감이 더 중요해요. 아이가 자꾸 책을 가져오는 것은 엄마가 책을 가져왔을 때 가장 반응이 좋아서일 수 있습니다. 그 행동을 통해서 아이는 엄마와 놀고 있는 것입니다. 책은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읽어주고, 몸놀이를 많이 해주세요. 놀이 하듯 책을 가지고 놀아도 좋습니다.
문: 유치원에 간 아이가 친구를 때리고 과격해졌습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고칠 수 있는 책을 권해주세요.
답: 어른들은 자꾸 책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이야기고, 생활은 생활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자꾸 책을 통해 교훈을 주려 해서는 안됩니다. 교훈과 상관없이 이 시기의 아이들은 마녀가 나온 책을 보며 마녀를 무서워할 수도 있고, 나쁜 괴물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드넓은 세상을 알아가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판타지가 담긴 이야기책들을 읽어주세요. 자꾸 아이 행동을 수정하기 위한 책만 찾지 마시고요.
문: 자꾸 아이가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책만 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아이가 그 책만 좋아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어떤 그림이 좋을 수도 있고, 어떤 이야기가 좋을 수 있습니다. 먼저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이가 그 책을 좋아한다면 그 선택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호랑이가 좋아서 그 책을 읽는다면 호랑이 관련한 다양한 책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존중해주세요. 그것을 존중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책만 강요하면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고, 자존감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늘 아이가 보는 책과 엄마가 보여주고 싶은 책 한 권씩 보자고 아이에게 제안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문: 옛이야기는 권선징악적 이야기가 많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착한 것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자꾸 아이에게 착하 것만 강조하는 책을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답: 그것은 어른의 관점입니다. 그런 불안감은 어른의 경험에 바탕한 것이고, 아이들은 어렸을 때 아름다운 심성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이 험난하더라도 어렸을 때 권성징악적 이야기, 옳은 가치관과 옳은 철학을 말해주는 이야기를 많이 읽은 아이들은 심리적을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어른의 잣대로 함부로 아이들의 세계에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권성징악적 이야기가 발달 상황에도 맞습니다.
‘아들, 오늘은 아빠하고 회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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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이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본사에 내걸렸다. 이번 글귀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질문의 책’에서 가져왔다. 아빠와 아이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다. 교보생명 제공 |
‘프렌디 직원’ 만들기 나선 기업들
어린이날 축제 열고, 주말농장 분양, 국외현장 가족방문, 레고교육까지기업 가족친화 노력, 경영에도 도움, 수익성과 안정성 등 실적 개선 효과#1 권성환 삼성디스플레이 차장은 어린이날 아들 민준이를 데리고 놀이공원 대신 회사를 찾았다. 이날은 회사에 놀거리가 더 많기 때문이었다. 권 차장은 “아이가 어린이날 인파로 북적대는 놀이공원에 가는 것보다 마술쇼 등 회사 행사에 참여하는 걸 훨씬 더 즐거워한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권씨 같은 ‘프렌디’(친구 같은 아빠)를 지원하기 위해 매해 어린이날 축제를 열 뿐만 아니라, 아산사업장 근처 주말농장도 임직원 가족에게 분양했다. 이 회사 인사팀 관계자는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직원의 만족도가 높다. 6월에는 가족캠핑 행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2 두산중공업의 국외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5월이 아닌 방학을 기다린다. 두산중공업이 2011년 도입한 ‘국외 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 보내기’ 프로그램에 따라 방학 때 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아버지가 일하는 국외 현장을 방문하고, 다른 나라의 문화 체험도 할 수 있다. 2011년 열아홉 가족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50여 가족이 현장 방문 기회를 얻었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관리부문장은 “회사의 경쟁력은 사람이며, 임직원이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가정의 달’ 5월이 바삐 지나갔다. 회사에 다니는 남녀 직장인은 일은 일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챙겨야 할 때였다.기업도 가정의 달에 할 일이 많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4일 회사의 창의놀이방인 ‘포레카’에 어린이와 부모를 초청해 ‘어린이 레고 교육’을 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사원들의 고민을 해결해줬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안정적인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경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4조2교대제 도입이나 현대자동차의 밤샘노동 폐지 역시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어 가족친화경영의 범주에 속한다.최근엔 이런 기업의 노력이 회사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도 나왔다. 이홍식 고려대 교수(경제학)가 지난달 30일 여성가족부가 마련한 ‘가족친화 직장문화 만들기’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족친화경영을 한다고 인증받은’ 기업이 비인증 기업에 견줘 수익성과 안정성 등에서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친화경영을 토대로 다각적인 경영성과 분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분석 결과를 보면,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기업의 2010년 영업이익률(평균 22.45%)이 다른 기업의 평균(17.6%)을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 역시 인증 기업의 개선 속도가 비인증 기업보다 월등히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지’ 계량모델에 넣어 분석한 결과에선, 가족친화 인증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비인증 기업보다 1.64~1.95%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이홍식 교수는 “(경영실태조사 분석이) 가족친화경영과 기업의 성과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족친화경영을 유도하는) 인증제도가 기업의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업은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현재 국내 가족친화 인증 기업은 141곳에 불과하다. 지난달 여성가족부는 금융위원회와 함께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가족친화 인증기업 관련 정보를 한국거래소 자율공시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이완 기자 wani@hani.co.kr
내 슬픔 날려준 막내의 한 마디
결혼 11년째 세 아이를 키우는 동안 힘들다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세 끼 밥 해 먹이는 일도 힘들고, 매일 매일 난장판처럼 어질러지는 집안 치우는 일도 힘들고,
각각 다른 책을 들고 오며 먼저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것도 힘들고,
뭐만 아쉬우면 엄마부터 찾는 것도 힘들고, 정말이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면서도 여전히 버틸 수 있는 것은
내가 아이들에게 받는 특별한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들려주는 한 마디 말, 머리로 생각한 말이 아니라, 어린 마음에서 나오는 한 마디 말들이
나를 번쩍 일깨우고 단번에 위로해 주는 경험이란 애 키우는 엄마들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때 깜짝 놀랄만한 직관과 공감으로 엄마를 일으켜주던
아이의 그 이쁘고 빛나는 표현들은 엄마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보석이 된다.
요즘 남편과 내내 티격태격 중이었다.
그날도 퇴근한 남편과 언짢은 말이 몇 마디 오간 후 마음이 몹시 상해 혼자 앉아 있었다.
막내가 방글방글 웃으며 다가오기에 별 생각 없이 그냥 물었다.
이룸아.. 마음이 슬플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음... 이파리를 보세요.’
‘이파리?’
‘나무에 달려있는 이파리요’
‘아, 이파리.. 이파리를 보면 안 슬퍼져?’
‘네, 마음이 조아져요’
아하.. 나직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속상하던 마음이 순간 푸르게 물이 들어 내가 한 그루 서늘한 나무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작고 보드라운 막내를 꼭 끌어안고 어두운 창밖으로 빗물에 파들거리는 나뭇잎들을 오래 바라보았다.
정말 마음이 좋아졌다. 이렇게 쉽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을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구나.
이제는 열 한 살이라며 스스로 사춘기 초입이네 하며 예민하게 구는 큰 아이도
막내만할 때 나를 감동시키는 무수한 말들을 들려주던 사랑스런 아이였음을 새삼 생각했다.
큰 아이보다 말이 빨랐던 둘째는 서너살 무렵 ‘엄마, 힘들먼 내 손을 잡아도 좋아요’ 해서 나를 또 얼마나 눈물 나게 했던가.
돌이켜보면 아이를 키워 오는 내내 이런 선물을 받고 있었다.
늘 내가 더 주는 것처럼, 나만 더 힘든 것처럼 착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받아왔던 것이다.
내가 지치고, 외롭고,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마다 아이들이 내 곁에 있었다.
엄마의 감정을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제 존재를 내게 온통 다 기대어 오는 것으로 내 마음을 채워 주던 아이들이었다.
살아가면서 한 존재에게 이토록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와 사랑을 받는 순간이란
오로지 어린 아이들 내 품에서 키울 때 뿐 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그날 내 슬픔은 새들새들한 5월의 나뭇잎들을 오래 바라보는 동안 스르르 녹아 버렸다.
이젠 언제나 어디서건 나뭇잎들만 봐도 그날 내게 들려준 막내의 사랑스런 목소리를 떠올릴 것 이고,
그 기억만으로도 이기지 못할 슬픔은 없을 것 같다.
힘들다고 불평하기 전에 아이가 내게 준 선물들을 좀 더 자주 꺼내 보고 좀 더 많이 웃어야 겠다.
[부모특강] 통합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5가지 조건
〔⑤ 가정:외도=공교육:사교육 - 이승욱 공공상담소 소장 ]
» 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가 지난 5월 16일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성북구청.
“외도를 하는 여성들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는 메일을 보냅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이런 분들을 보면 이혼을 고려하지 않아요. 그 분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행복해졌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덜 내게 됐다’ ‘남편에게 더 잘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가정은 지키고 싶다고 얘기하죠. 혼외 관계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든 생각은 ‘가정이 중요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는데, 가정을 지킬 수 없는 행동으로 가정을 지킨다’는 겁니다. 주객이 전도된 삶이죠. 본말이 전도됐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교육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에서 ‘인증’받기 위해 사교육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학교에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학원에 다녀요.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학원에서 반짝반짝해요. 학원 선생님을 학교 선생님보다 더 좋아해요. 공교육을 지키려고 하는데, 공교육을 지킬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지요.”
이승욱 영남대 심리학과 겸임교수(정신분석 클리닉 ‘닛부타의숲’ 원장)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마지막 강연이 진행됐다. 이날 강연 주제는 ‘가정:외도=공교육:사교육’이었고, 400여명의 청중들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강연을 경청했다.
이 교수는 강연에서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된 인간으로의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성북구 부모특강’의 전체 강연 주제가 ‘정서 지능’이지만 사실 아이에게 있어 중요한 것이 ‘정서 지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지, 정서, 관계, 운동 등 모든 지능이 통합되고, 아이가 자기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가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도 자식을 키우면서 다시 재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면서, 본질을 외면하고 주변의 것에만 관심을 기울여서는 결코 부모든, 아이든 통합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부모는 어떤 본질적인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까? 이 교수는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신뢰 △인정 △자율성 △근면성 △방황/부정과 같은 5가지를 제시했다.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에게 있어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이라는 존재는 희망이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내지 못한다.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어떻게 생길까? 이 교수는 “나에 대한 신뢰와 타인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수유 방식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젖을 먹는 것은 아이에게 생존이 달린 문제이며, 엄마는 아이의 생존권을 지닌 사람이다. 특히 생후 6개월까지 아이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다. 이때 엄마가 아이에게 절대적 신뢰감을 안겨주는 것이 중요한데, 수유를 줄 때 일관성이 있느냐 여부가 그 신뢰의 기초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젖을 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2~3시간 마다 규칙적으로 주는 방식이 있고, 아이가 원할 때마다 주는 방식이 있다. 두 가지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고, 무엇이 더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가장 나쁜 수유 방식은 이 두 방식을 혼합해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신뢰는 예측가능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형성될 수 있는데, 엄마가 수유 방식을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이는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체력과 면역력”이라며 “신뢰감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적인 조건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엄마들은 수유 방식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으로 인간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정이 필요하다. 특히 엄마의 인정이 필요하다.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대체적으로 아이들이 최초로 말하는 단어는 ‘엄마’다. 그만큼 엄마는 아이에게 있어 최초의 타자이며, 존재의 집이 된다. 이 교수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내 존재를 인정받을 수 없다”며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바라봤느냐에 따라 아이가 스스로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느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간은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는 표현을 쓰면서 “내가 아이를 평소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면 아이는 스스로를 사랑스런 존재로 생각하고, 만약 쳐다보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스스로를 없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응시의 기억은 의식화되지 않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몸 속에 저장돼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서 또 자율성을 획득하려고 한다. 아이들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느껴보면서 세상을 탐험한다. 이것은 인간의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는 어떤가? 구획이 나눠진 아파트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간다. 또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을 통해 아이를 통제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자율성의 씨는 말라간다. 이 교수는 “심리학자들이 한국의 가정에서 2~3살 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하는지 조사해봤더니, “안돼”“하지마”와 같은 금지 명령어를 60~70%나 쓴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시기에 자율성의 근간이 잘 마련되지 않으면 이런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아이들이 싸우고, 담배를 피우는 등 일탈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상담실을 많이 찾았다면, 요즘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무기력함 때문에 상담실을 많이 찾는다. 심리학자들은 2~3살의 시기에 자율성이 씨가 말라서 그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발달 심리학적으로 자율성의 시기가 지나 초등학교 시절이 되면 성장을 위해 어떤 것들이 가장 필요할까? 이 교수는 “학령기 시절의 아이들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으려면 스스로 과제를 다 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것을 근면성이라고 부르는데, 부모들이 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수학 점수를 68점 맞았다고 하자. 그 아이는 열심히 공부를 해서 다음 시험에 80점을 맞았다. 그렇다면 아이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부모라면, 아이가 최선을 다해 80점을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칭찬을 해줘야 한다. 그 노력에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왜 100점을 맞지 못했지?”라고 아이에게 묻는다. 100점을 맞아 가면 어떤 엄마는 “시험이 쉬었나 보지? 100점 맞은 사람 몇 명이야?”라고 묻는다. 이렇게 과제를 잘 했느냐 여부에 따라 평가를 하면 아이는 절대 자신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아이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든다. 이 교수는 “평가와 인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과제를 잘 했느냐에 따라 평가를 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들어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더라도 끝없는 열등감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괴로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식은 그냥 인정해야 할 존재이지, 평가를 해서 잘 하면 칭찬을 해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방황의 시기, 부모를 부정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중학교 2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한마디로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변하는 시기다. ‘사회적인 신생아’가 되는 시기다.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은 이 시기를 잘 견디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한다. 또 부모의 뜻대로 아이를 이끌어가려 한다. 이 교수는 “아이들과의 관계는 파탄이 나도 공부는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성적이나 평가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성적이나 평가를 버리고 부모들은 아이와의 관계를 그냥 기꺼이 즐기고, 아이들에게 언제라도 돌아와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을 듣는 청중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농담으로 청중을 휘어잡는 이 교수의 강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아~’라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아이가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일까요? ‘엄마는 너를 사랑해’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 ‘엄마가 참 행복해’라고 말할 때라고 합니다. 내 옆에 있는 존재인 아이를 마음껏 즐길 수 없고, 기꺼이 즐길 수 없고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저는 그것이 외도라고 생각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삶, 본질을 죽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를 그냥 있는 그대로 즐깁시다.”
이 교수는 주객이 전도된 삶이 아니라 본질 그 자체를 추구하는 삶을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예방주사 늦게라도 맞혀야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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