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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오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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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르게 무더운 초여름 오후, 마당에 앉아 꼬박꼬박 졸고 있다.
커피 한잔 마셔서 졸음을 쫓을까, 하다가 댓돌 아래 늘어져 자는 강아지, 오월이를 보며, 커피를 마시는 대신 나른함을 즐겨보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은 저희끼리 놀이에 푹 빠져 엄마를 찾지도 않는다. 오뉴월 따스한 햇볕 아래 낮잠을 자는 견공들의 팔자에 견주며 이 평화로움을 즐길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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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함양,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찾아다니던 친구네가 서울을 떠나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양파와 마늘이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들판 넘어 함양 읍내가 내려다보인다.
친구네가 처음 점찍은 곳은 제주도였다. 살 집을 알아볼 때 제주 여행을 함께 다녀왔다. 늦가을 제주에는 폭우가 몰아쳐 뉴스에서 연일 수해 소식을 전해 주었다. 이틀 만에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몹시 불었다. 바람이 너무 세서 안 되겠어, 라고 하더니 대안으로 찾은 곳이 여기, 함양이었다. 용감하게 생면부지의 땅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는 친구네를 찾아가면서 제주도의 바람을 떠올렸다. 사나운 바람보다는 따스한 볕이 좋겠네! 함양(咸陽), 이름처럼 볕이 잘 드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따스한 볕이 낯선 땅, 낯선 생활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을 녹여주겠지. 내려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랫집에 사는 할머니를 ‘어무이’라 부르며 잘 지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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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대문이 없네?
대문이 없으니 초인종도 없고. 그냥 마당으로 쓱 들어가서 ‘우리 왔어요!’ 하고 외치는 허술한 경계가 오히려 낯설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들어서면서부터 동호수와 목적을 말해야 하고 입구에서 또 한 번 조그만 카메라 렌즈 앞에서 쭈뼛거리며 주인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도시의 절차에 비해 훨씬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타리가 없으니 집으로 드나드는 길과 방법도 여러 가지.
엄마, 이쪽으로 나가서 고추밭을 지나면 수돗가가 나와. 수돗가 옆 길로 들어오면 다시 마당이 나온다.
아이들은 집 안팎을 탐색하다가 새로운 길을 발견했고
엄마, 여기로 나가도 되는데!
다른 길을 알고 있다고, 자랑스레 뻐기기도 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은 정말 재미가 있었다. 숨을 곳도 많고 숨었다가 술래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면 다른 길로 내빼서 애를 먹이기도 했다.
너른 마당이 있는 집에 아이들을 풀어놓으니 아이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 옷 젖는다, 맨발로 다니면 안 돼. 흙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어떡하니? 눈앞에 있었으면 나도 모르게 바로 튀어나왔을 쓸모없는 잔소리로부터 해방!

‘그래도 괜찮아. 그럼 좀 어때?!’ 하고 마음이 스르르 풀어졌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내 눈치를 살피지 않으며 자유롭게 놀았고 나에게도 나른함에 취해있을 여유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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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디 따러 가자!
뽕나무를 발견한 아이들이 나른한 오후의 졸음을 쫓아 주었다. 생협의 생산지를 방문했을 때 먹어본 오디의 생김새와 맛을 아이들이 기억해내는 것이 신기했다.
뽕나무는 ‘들기름 다방’이라고 부르는 별채 뒤쪽에 서 있는데 돌아가는 길이 조금 험했다. 낭떠러지라서 혼자 가기 겁이 났는지 아루가 나를 불러낸 것이다.
정말, 뽕나무 가지에 볼록볼록 까맣게 익은 오디가 다닥다닥 매달려 있었다. 바닥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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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가 방귀를 뽕~뀌니까
대나무가 대끼놈! 하니까
참나무가 참아라~ 그랬다네.

바닥에 떨어진 오디를 주워담는 아이들 입에서 노래가 절로 나왔다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오디야, 오디야, 떨어져라
아이야, 아이야, 주어라
어른도, 어른도, 주어라

원래 대추야, 떨어져라, 하는 노래인데 높은 가지에 매달린 것은 키가 작아 따기 어려우니까 바람이 불어 떨어지길 바라며 노랫말을 바꿔 부르기도 했다.
한 그릇 다 채워 마당의 수돗가에서 씻어 먹었다. 한 웅큼 털어 넣고도 아쉬운지 다시 달려갔다.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생각이 나는지 그릇을 들고 뽕나무에게로 갔다. 몇 번 다녀보니 두려움이 없어져서, ‘엄마, 오디 따러가자!’ 는데 내가 꾸물거리니 나중에는 ‘엄마, 오디 따올게!’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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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아, 잠깐만!” 해람이는 혼자 보내기 걱정스러워 불렀는데 벌써 아루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혹시나, 넘어지는 상상을 해 봤다.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도 밑에 논이 있어서 큰 사고는 면할 것 같았다.
사실, 어딘가 어설프고 반듯하지 않은 이 집은 그 자체로 해람이에게 모험이었다. 어른들에겐 별것 아니지만, 앞마당의 마지막 몇 걸음의 급한 내리막이 해람이에겐 얼마나 아슬아슬한지! 높이가 제멋대로인, 울퉁불퉁 다듬어지지 않은 돌계단도 큰 도전이었으리라.
누나 따라 오디 주우러 가면서 해람이가 느꼈을 모험심과 작은 성취감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사흘 내내 오디에 대한 사랑은 꺼질 줄 몰랐다. 시시때때로 오디를 주워 먹었다. 냉장고의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은 쳐다보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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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두 손바닥은 오디 물이 들었구나
입술 언저리에도 보라빛이 들었구나
(네 마음 속 눈부신 노래, 이오덕 시, 백창우 개사, 작곡)

 

아이들의 손과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행복했다.
매일 누는 똥에도 보랏빛이 들었다.

 

함양을 떠나는 날, 아이들이 몹시 아쉬워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지막으로 오디를 주웠다. 오디의 나날도 절정을 찍었는지, 바닥에 떨어지면서 물러 터져버렸고, ‘오디 이’라고하는 조그만 벌레들의 습격도 대단했다. 아이들은 개의치 않고 끝까지 오디를 주워담았다.   좌린은 먼저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아이들과 남았다. 내친김에 지리산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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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굽어보는 하동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함양에서 주어온 오디를 설탕에 졸여 잼을 만들었다.

볼록볼록 과육이 살아 있는 오디 잼은 남은 여행 내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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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에 섞어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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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 발라먹고!

 

 

어제, 함양의 친구로부터 오디가 까맣게 익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 오디 먹고 싶어
우리 함양에 언제 가?
계절의 맛이란 이런 걸까? 신기하게도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오디를 기억해냈다. 오디따러 함양에 가자고 나를 졸라댔다. 그 덕분에 나도 작년 여름 함양에서 지낸 날들을 떠올리며 일 년 전에 찍은 사진과 일기를 들춰보았다.
달콤하고 물 많은, 더 맛있는 여름 과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들이 별맛도 없는 산 열매를 이렇게 좋아하고 기다리는 것이 참 신기하다. 하우스 시설 재배로 계절 감각도 없고, 저 멀리 외국에서 들여온 과일들까지 더해져 사시사철 온갖 과일이 넘쳐나는 세상에 아이들의 오디 사랑이 참 각별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먹을거리를, 포장되어 마트에 진열된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자연에서 나는 것임을 체득하는 것도 참 값진 경험이다.

 

 

나는 오디가 별로 맛이 없던데 너희는 왜 그렇게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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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오디 맛있어. 새콤하면서 씁쓸하고 달콤해.
우리 식구 중에서 가장 입맛이 까다롭다는 해람님의 말씀.

작년에 지리산 주변을 여행할 때 해람이가 오디를 많이 그렸다.

 

 

따는 맛에 먹는 거지. 주워담으며 하나씩 집어 먹을 때 얼마나 맛있는데! 아루님의 말씀.
아, 맞다. 보리수! 엄마, 우리 그때 하동에서는 보리수도 따 먹었잖아. 해람이는 씨 바르기 귀찮다고 안 먹고 나 혼자 많이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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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따서 씨 발라 먹는 거, 나는 그게 참 재미있더라.

 

 

아루가 학교에 다녀 마음대로 못 내려가는 우리를 위로하려고 하는 말일까. 함양의 친구 말에 따르면 올해의 오디는 작년만큼 맛이 달지 않단다. 생으로 먹기보다 잼 만들고 오디주라도 담가야겠다고.
오디주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여름방학에 내려가면 그 달콤한 오디주, 맛을 볼 수 있을까?

 

 


애착과 리더십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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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1_76.jpg» 한겨레 자료 사진

웬만한 육아 상식에 관심이 있는 엄마라면 ‘애착’이란 단어를 들어 보았으리라.
몇 년 전 교육방송(EBS) 다큐멘터리 ‘아기성장보고서’ 방송이후 `핫 키워드'로 떠오른 ‘애착’.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애착의 주요 형성기는 만 3살까지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아이의 성품은 물론이거니와 엄마들의 향후 몇 년의 육아가 편하다. 반대로 이 3년을 잘 못 보내면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애는 애대로 다 쓰면서 마음은 충족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애착. 애착이란 아기와 엄마 간에 생후 1년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감 즉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사랑이다. 이렇게 정의해 놓고 보니 좀 어렵다. 좀 더 쉽게 풀이해본다면 아기가 울 때 엄마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고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레 아기는 엄마를 믿고 신뢰하게 되는 과정 중에 애착은 형성된다.

애착이 아이들의 대인관계 형성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실험은 여러 각도로 행해져왔다.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교의 한 반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가족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해하도록 했다. 그림을 분석한 결과, 두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한 그룹은 가족전체의 몸통을 전체적으로 고르게 그리고, 가족들의 표정이 모두 웃음을 띄고 있는 반면 또 한 그룹의 그림은 머리만 있고, 몸통은 없거나 가족들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예상하시다시피 안정 애착의 그룹과 불안정 애착의 그룹의 그림 특징이다. 다시 이 아이들을 적절히 섞어 10팀으로 나누어 과제를 준 후 리더를 뽑도록 했다. 실험결과 10명의 리더 중 7명이 안정 애착아 그룹이고, 단 2명의 불안정 애착아 중에서 리더가 나왔다. 리더십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우선 나와 아이가 어떤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닐까.

그렇다면 애착은 어떻게 형성될까?
생후 6개월이 된 아기는 주로 특정한 한 사람에게 애착을 형성한다. 낯선 사람이 오면 낯가림을 하고, 엄마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울기 시작하고, 기기 시작한 아이는 그냥 울기만 하지 않고 애착 대상인 엄마를 찾아 기어 다니기도 하는 것이다. 애착 대상자인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엄마가 안아주면 아기는 안심하며 좋아하는 것 이것이 애착의 현상이다.  이렇게 쌓여진 애착을 통해 3살 이후가 되면 유아가 몇 시간 또는 수 시간 엄마와 떨어져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초가 형성된다. 

우리아이가 나와 어떤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일상생활에서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이를 잠시 낯선 상황에 낯선 어른과 함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엄마가 없었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 아이라면 아이는 엄마가 밖으로 나갈 때 불안해하며 엄마를 따라가려 한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면 엄마 품에 안겨 금방 안정을 되찾고 다시 놀이 활동에  돌아가는 행동을 보인다. 

반면 불안정 애착관계를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이는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선 저항형이 있다. 엄마가 있어도 잘 울고 보채지만 엄마가 떠났을 때 극심한 불안을 보이고 엄마가 돌아오면 화를 내면서 엄마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이때 엄마가 안아주려 하면 엄마를 밀어버리는 등 양극적 반응을 보인다. 이런 유형은 비일관적인 양육태도를 보이는 부모한테서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이런 유형이 많다고 한다.      

회피형도 있다. 이 유형의 아이는 엄마가 나가자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엄마가 이름을 부르며 들어와도 엄마를 본체 만체하며 계속 장난감에 집중한다. 결국, 아이는 불안한 상황에서도 엄마가 자신의 든든한 안전기지가 아니라는 것, 또 엄마는 늘 자신에게 있는 듯 마는 듯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아이는 평소 엄마가 자신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키우기 위해 스스로 혼자 하게끔 내버려 두는 양육태도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혼돈형이다. 이 아이는 엄마가 돌아오면 몸이 굳어지거나 경직된 행동을 보인다. 이는 무척 드문 형이면서도 위험한 유형이다. 

그렇다면 어렸을 때 형성된 애착 유형은 평생 바뀌지 않을까? 인생에 있어서 애착형성의 중요한 두 번째 시기가 있다. 바로 결혼 시기다.
배우자와의 애착 형성은 충족되지 못한 애착을 정서적으로 더 보완해줄 수 있거나 아니면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여러분의 배우자와의 애착 형성은 어떠신지요?

“무상보육 정부지원금 없으면 9월 보육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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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청장들 조속 지원 촉구
“요구 거부땐 내달초 중대결심”

서울 자치구 구청장들이 오는 9~10월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정부에 조속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서울 25개 구청장으로 이뤄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4일 서울시청 새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와 정부가 열악한 지방정부의 재정여건을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 부담을 (지방정부에) 전가시키고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지난해 말 국회 의결에 따라 무상보육이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의 무상보육 대상자는 21만명 늘었다. 예산은 올해 5474억원에서 1조656억원으로 5182억원이 늘어나 자치구에서 추가로 분담해야 할 돈만 1241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올해 무상보육 정책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지난해 말 국회가 지원하기로 확정한 서울시와 자치구의 부담분인 1355억원을 즉각 지원하고, 하반기 보육예산 지방 분담금 부족분인 2698억원을 국비로 지원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영유아 보육사업의 국고 보조 비율도 현재 서울엔 20%, 다른 시·도엔 50%로 돼 있는데, 서울에 40%, 다른 시·도에 70%로 상향하도록 관련 법률을 이달 안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7개월째 계류돼 있다.

구청장들은 “요구를 외면할 경우 다음달 이후 발생할 보육대란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다음달 초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 구청장 25명 가운데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정부에 국비 지원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건의하려면, 서울시에도 무상보육 예산을 더 확보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이날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결의에 홀로 불참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0~5살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지방재정 부담을 덜어주려고 지자체가 져야 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가 추가 지원하기로 했는데, 정작 지자체는 마땅히 책임져야 할 부담분을 확보하지 않았다. 양육수당은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가, 보육료는 13개 자치구에서 추경 편성 계획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기용 손준현 기자 xeno@hani.co.kr

출산휴가 끝나면 자동으로 1년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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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어 SK도 이달부터 시행

롯데에 이어 에스케이(SK)그룹도 ‘육아휴직 자동전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출산휴가를 마치면 자동으로 1년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해, 여직원들이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에스케이그룹은 “출산 직원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육아휴직 자동전환제’를 도입하는 등 ‘여성리더 육성 강화·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이 방안에 따라,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여직원들은 이달부터 출산휴가 일정이 마무리되면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된다. 개인 사정에 따라 육아휴직의 시기와 기간은 조정할 수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부터 모든 계열사 여직원들에게 별도 신청을 할 필요 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에스케이는 또 주요 계열사의 직장보육시설을 새로 짓거나 확대하기로 했다. 늘어나는 수요를 고려해 보육시설 확대를 추진하고, 올해 안에 에스케이건설·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 어린이집을 새로 지을 받침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경기도와 이천시와 함께 2010년 전국 최초로 교대 근무자를 위한 ‘24시간 국·공립 어린이집’을 설립한 데 이어, 10월까지 회사가 소유한 부지에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눈에 보이지 않는 ‘3차 흡연’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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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권 건강강좌

흡연은 일반적으로 직접흡연과 간접흡연으로 분류한다. 흡연자가 직접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을 직접흡연이라 하고, 간접흡연은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담배 연기를 마시는 것으로 ‘2차 흡연’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3차 흡연’이라는 말이 학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3차 흡연’이라는 말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데이나파버 하버드 암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2009년 1월 소아과 분야의 가장 저명한 학술지인 <소아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때 3차 흡연은 담배를 피우고 끈 뒤 남아 있는 담배 연기 때문에 생긴 오염인데, 이를테면 담배를 피우고 난 뒤 주변의 카펫, 소파, 의류, 머리카락 등 몸에 수시간 혹은 수일 동안 남아 있는 담배 연기의 독성물질 집합체로 볼 수 있다.

흡연자가 머물렀던 공간에 비흡연자가 들어와 오랫동안 작업을 하거나 흡연자의 차량에 같이 타는 경우, 베란다나 집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 흡연자가 집에 있는 비흡연자 가족과 접촉한 경우가 해당된다.

2010년 4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연구에서는 실내에 남아 있는 담배 연기 잔유물이 공기 속 아질산과 반응해 발암성 니트로소아민을 만들어 잠재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고했다. 2012년 <소아호흡기학>이라는 국제학술지에는 우리나라 안양시에 사는 6~11살 3만1000여명의 초등학생 학부모에게 설문조사한 결과가 실렸다. 부모에게 흡연하는지를 묻고, 흡연을 한다면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흡연을 하는지 그러지 않는지를 질문했다. 그 뒤 비흡연군, 간접흡연군, 3차 흡연군 등 3개 군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비흡연군에 견줘 3차 흡연군에서 기침이나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며 높게 나타났다. 부모가 아이들 앞에서 직접흡연을 하지 않더라도 흡연자 부모의 몸이나 옷 등에 남아 있는 담배의 독성물질이 아이들에게 옮겨져서 호흡기 증상이나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 및 청소년들은 호흡이 빠르고 먼지가 묻어 있는 바닥 등에서 더 가까이 생활하기 때문에 어른이 마시는 먼지의 양보다 2배 정도 많이 흡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70㎏의 성인과 7㎏의 영아를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면 2 곱하기 10, 즉 20배만큼 더 노출이 될 수 있다.

3차 흡연이 어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부족하지만 성장기에 있는 영유아, 어린이들이 3차 흡연을 통해 각종 독성물질에 노출된다면 간접흡연 혹은 직접흡연과 비슷하게 신경계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호흡기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발생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3차 흡연을 통해 누구나 담배 연기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결론은 완전한 금연이 필요하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암정보교육과장(의학박사ㆍ가정의학전문의)

어린이 건강인형극 ‘정의의 응가맨과 컬러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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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편식 예방을 주제로 한 인형극 '정의의 응가맨과 컬러 푸드'가 오는 8·9일 오후 1시반, 3시반에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공연한다.


한국만화박물관의 2013년 기획 전시 '다이어터 건강만화전'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이 공연은 꼬마 요리사 파란이와 요리사 아저씨가 장티푸스를 물리치고 빼앗긴 컬러 푸드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건강 상식 알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아이들이 우리 몸이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컬러푸드를 먹어야 함을 깨닫게 한다.

(출처: 일간스포츠(http://isplus.joinsmsn.com/article/451/11720451.html?cloc=))


한국만화박물관 바로 가기

[오늘의 육아 한마디] 진심이 담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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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엄마.jpg» 진심이 담긴 말이 아니면 자녀에게 가벼운 말이 된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무심코 던지는 폭력적인 말은 부모와 자녀의 사이를 멀게 만든다. 한겨레 자료사진

 

말은 진실이 담겨 있어야만 제대로 된 힘을 가질 수가 있단다.
누군가가 내 말을 듣게 하려면 진실을 담아 진심으로 말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가벼운 말이 되고 말거야.
오랜 세월 동안 우리에게 전해 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어.
우리가 읽은 책들 가운데 많은 책들이 진심을 담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지.
그들은 이 세상이 진실하고 정의롭고 아름답기를,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어.
그런 바람은 우리 마음에도 스며들어
우리 역시 이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 가기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될거야.
말은, 그리고 이야기는, 행동이라는 열매를 맺게 하는 힘을 가진 작은 씨앗들이란다.

 

-<나는 책읽기가 정~~말 싫어요> 중 (김찬정 글, 이해정 그림, 낮은산 펴냄)
 
인도의 위대한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인도 사람들에게 절대적 존재였습니다.
사람들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그에게 묻고 의지했습니다.
어느날 한 어머니가 아이 문제로 간디를 찾았습니다.
아이가 사탕을 너무 먹어 고민이 많았지요.
그 어머니는 간디에게 사탕을 먹지 말라고
충고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간디가 일주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답니다.
어머니는 간디가 뭔가 특별한 얘기를 들려줄 것이라 생각하고
일주일 뒤에 찾아갔답니다.
간디는 한참 뜸을 들이다 아이에게
“사탕 먹지 마라"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간단하게 한마디 할 것을
일주일 전에 해주지 왜 일주일동안이나 뜸을 들였는지 따져 물었지요.

그러자 간디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진실이 담기지 않은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간디는 사탕을 좋아해서 자신도 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 동안 노력해서 사탕을 먹지 않게 되어
그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자꾸 “~ 하지 마라”고 말씀하시나요?
그 말에 진심을 담아 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것을 행동하라고 말하기 이전에
부모 스스로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고 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책을 자주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약속을 잘 지켜라”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 스스로 약속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게 되니까요.
오늘은 아이에게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의 진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2013년 6월5일 선아생각 anmadang@hani.co.kr

딸은 강하고 아빠는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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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있다보면 아이의 요구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할 때가 있다.

뭐라고 지적하기 귀찮을 때도 있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넘어갈 때도 있는데

사건은 잠시간의 고민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는 밤에 열리는 공연을 볼 생각으로 문을 나섰다.

시원한 캠핑장에서 밴드 공연을 볼 생각을 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상황,

아빠는 ‘토끼 보러 가자’로 뽀뇨에게 바람을 잡고 있었다.

뽀뇨도 기분이 좋았는지 문앞에 대기중인 세발 자전거를 탔다.

 

“뽀뇨, 빵빵이 타고 토끼 보러 갈거에요.” 하니

“자전가 타고 토끼 보러 갈거에요”라며 되받아 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고민했다.

번쩍 안아서 엘리베이터로 튈 것인가

아니면 아주 조금만 지켜볼 것인가.

후자를 선택했는데 세발 자전거가 엘리베이트에 탔다.

 

‘그래, 세발 자전거를 가지고 차에 타지 뭐’하고 엘리베이트에서 내렸는데

아빠를 보는둥 마는 둥하며 전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선선한 시간인지라 놀이터에 놀고 있는 ‘친구 은수’에게 잠시 들렀다 가자며 멈추게 하려 했는데

 ‘토끼 보러 간다’며 결국 아파트 정문을 세발 자전거로 나섰다.

 

‘그래, 바람도 시원한데 아파트 바로 앞까지만 가지 뭐’하고 착한 아빠의 동행이 시작되었는데

신호등을 한번 지나고(여기서 한번 싸운다. 결과는 말 안해도 뻔하다)

골목길을 한번 가로질러서 수백여 미터를 갔다.

중간에 한 가게안의 아이에게 눈길을 한참 주고는 다시 정주행,

조금만 더 가면 동네 블록의 끝이 나온다.

 

<토끼보러 나섰는데 결국 동네를 이렇게 한바퀴 돌고있다. 아빠는 끌려가고..>

세발자전거뽀뇨1.jpg

 

여기서 또 한번의 대전을 예상했다.

가로지르기에는 조금 큰 도로.

지금 돌아간다면 진짜 토끼도 볼 수 있고 공연도 볼 수 있다.

아빠는 세발 자전거의 방향을 힘으로 돌려세웠고

뽀뇨는 울음을 무기로 밀어부쳤다.

길 가로지르기는 안된다는 선에게 약간의 타협, 동네 한바퀴로 합의에 이른것이다.

 

절대 되돌아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갈수도 없고 그럴 명분도 없다.

아이가 좋아하는데 아빠라면 함께 동행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동네 한바퀴라는 합의가 이뤄지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뽀뇨는 발로 신나게 페달을 저으며 속력을 내었다가

내리막길에는 발브레이크로 절묘하게 정지한다.

옆에서 마음 조리며 따르거니 앞서거니 하는데 4살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자전거를 잘 다루는지..

 

동네 블록을 사각으로 돌아서 집으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분명히 ‘조금 있다가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하겠지’ 했는데

역시나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자전거가 잠시 멈추었다.

한번도 내리지 않고 타다가 갑자기 서 있길래 가서 “왜 그래요?”하고 물었더니 “잠시 쉰다고”.

“그래, 잠시 쉬어요”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그 자리에서 쉬를 했다.

기저귀를 안했는데..

 

축축한 바지를 입은 상태에서 또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쉬었다가 또 오르고 잠시 쉬었다가 또 오르고..

수백여 미터 오르막을 절대 내리지 않고 오르는 모습을 보고는

‘자전거가 정말 타고 싶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아까 아빠가 고집피운 것에 대한 미안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4살 뽀뇨가 아빠 생각보다 강하구나, 30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아빠가 딸아이의 고집에 생각보다 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중간에 완강히 버티며 울음으로 맞서는 아이를 보며 청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러기를 잘 한듯하다.

 

오늘 또 하나 배운다.

 

<내 생각보다 아이는 훨씬 강했다. 그래서 많이 놀랐다는..>

*아래 사진을 누르시면 뽀뇨 세발 자전거 타기 영상을 보실수 있어요.

세발자전거뽀뇨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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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무릉계곡과 삼화사 참선·명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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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엉덩이 자국’에 앉아 땀 식히니 여기가 무릉도원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의 쌍폭포. 두타산 자락 박달골에서 내려온 물길(왼쪽)과 청옥산 자락에서 내려온 두 물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한겨레 esc]여행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과 삼화사 참선·명상 체험, 묵호항 논골담길 탐방

계곡 트레킹, 용추폭포 앞 참선
촛대바위 해돋이 명상 등은
다른 템플스테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일정이다

짙푸르러지는 신록, 걷잡을 수 없는 때다. 전국의 높은 산 깊은 골 울창한 숲들이 앞다퉈 어두컴컴해지는 이때, 숲길 사랑하고 걷기 좋아하는 분들 또한 신선한 숲터널 걷고 싶은 마음 걷잡을 수 없을 터이다. 물소리 짙은 계곡길과 바람소리 세찬 능선길 두루 돌며, 몸과 마음을 신록에 푸욱 담갔다 건져올 수 있는 숲길로 가보자. 강원도 동해시 경치 좋기로 이름난 두타산(1352.7m)과 청옥산(1403.7m) 사이에 내뻗친 수려한 바위골짜기 무릉계곡이다. 선선한 오전에 신선이 살 듯한 숲길을 걷고, 오후엔 전망 좋고 그림 좋은 묵호항 비탈마을, 논골의 비좁은 골목길을 걸어볼 만하다.

소와 폭포 즐비한 명승, 선인 발자취도 촘촘

‘국민관광지 1호’ ‘명승 37호’ ‘아름다운 하천 100선’. 무릉계곡을 꾸며주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표현은 골짜기 이름 자체다. ‘신선이 살 만한 계곡’이란 뜻의 무릉계곡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향 무릉도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골짜기 들머리 금란정 앞 물길의 널찍한 암반에 새겨진 대형 글씨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도 신선들이 사는 이상향을 드러낸 글이다. 이 웅장한 글씨는 강릉부사를 지낸 봉래 양사언이 썼다(1571년)고도 하고 삼척부사를 지낸 옥호자 정하언 글씨(1751년)라는 얘기도 있다.

숲길 명상 템플스테이로 이름난 삼화사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물길 따라 용추폭포로 가는 완만한 길과, 관음암으로 오르는 계단길이다. 무릉계곡 숲길 탐방 코스는 대체로 셋으로 나뉜다. 물길 따라 쌍폭포·용추폭포까지만 다녀오는 왕복 1시간30분 코스와 용추폭포 보고 내려와 문간재 들른 뒤 하늘문·신선바위·관음암 거쳐 내려오는 코스, 반대로 관음암으로 올라 하늘문·문간재·용추폭포 거쳐 물길 따라 내려오는 2시간30분~3시간짜리 코스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탐방길이지만, 내려다보고 올려다볼 경치가 많아 소요시간 가늠은 매번 어렵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아저씨는 “어디로 가든 한 바퀴 돌아오면 2시간30분”이라 했고, 관음암 주변에서 만난 어르신은 “발 빠른 사람은 2시간도 안 걸린다”고 했지만, 사진 찍고 구경하다 보니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관음암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오솔길 걸어 신선바위에 오르니 실낱같은 무릉계곡 물줄기가 산그늘에 잠겨 까마득하다. 거대한 바위 끝에 걸린, 물살에 파인 듯한 작은 웅덩이가 신선이 계곡 경치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는 자리다. ‘신선 엉덩이 자국’이란다. 절벽의 거대한 바위 틈새엔 대개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뿌리의 힘으로, 쪼개지고 있거나 언젠가는 쪼개질 바위들이다.

탐방길에서 가장 아찔한 지점은 피마름골의 하늘문 계단이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절벽 중간에 뚫린 바위구멍을 통해 이어진다. 비 올 땐 하늘문 쪽 코스는 피하는 게 좋다.

3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는 아래쪽 하단 폭포보다 물길 위로 올라 만나는 중간 폭포의 자태가 더 웅장하다. 용추폭포(하단) 바위 밑엔 ‘용추’라는 글씨가, 소 앞 널찍한 암반엔 ‘별유천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별유천지(비인간)’는 이태백의 이상향이요, ‘무릉도원’은 도연명의 이상향이니, 선인들은 이 골짜기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 셈이다.

동해시 묵호진동 논골마을 골목길(논골담길)을 탐방하는 대학생 짝.

숲길·폭포 참선, 일출 명상 진행하는 삼화사

흐르고 또 고이기를 되풀이하는 해맑은 물과,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폭포 소리를 화두로 삼아 심신의 때를 벗겨내고 싶다면, 고찰 삼화사 템플스테이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상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여느 절과 비슷하다. 하지만 경관 수려한 계곡과 동해 바다를 곁에 둔 사찰답게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계곡 숲길 트레킹, 용추폭포 앞 참선, 무릉반석 참선, 촛대바위 해돋이 명상 등은 다른 절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일정이다. 삼화사 템플스테이 운영자는 “매달 새로운 테마의 일정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며 “도시민들이 대자연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화사는 연원이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찰이지만, 상처가 많은 절집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왜병이 불태웠고, 영조 때는 산사태로 무너졌으며, 을사늑약 때 분연히 일어선 삼척 의병들을 공격하기 위해 왜병이 다시 불태웠다. 1977년엔 계곡 들머리에 쌍용양회가 들어서며 절을 통째로 옮기는 시련을 겪었다.

삼화사 템플스테이는 동해안 해돋이 명상, 폭포 참선 등 흥미로운 일정으로 짜인다

골목골목 벽화 이어진 묵호항 논골마을

포구로 내려와 사람살이 구경하며 바닷바람을 쐴 차례다. 묵호항 부근에 낡고 빛바랜 산비탈 마을이 기다린다. 계단식 집도 밭도, 굽이쳐오른 길도 좁디좁은 산동네지만, 오르내리며 만나고 헤어지는 골목들과 담벼락은 아주 환하고 아름답다. 3년 전부터 작업해 화사한 벽화마을로 거듭난 논골마을이다.

동해문화원의 생활문화 전승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골목마다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녹아든 벽화를 그리고 ‘논골 담(談)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논골1·3길, 그리고 등대오름길 등 3곳 골목길에 주민들 일상생활이 엿보이는 재미있는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어느 골목길로 올라도 길은 꼭대기에서 묵호등대와 만난다. 10여년 전까지 다닥다닥 붙어 있던 작은 집들은 허물어져 밭이 되거나, 일부는 빈 채 방치돼 있다.

주민들은 뱃일을 하거나, 오징어와 명태 말리기 작업으로 살아온 분들이다. 논골이란 지명은, 골목길이 시멘트로 포장되기 전까지, 덕장에서 말릴 오징어·명태를 이고 져나르느라 늘 논바닥처럼 질퍽거렸던 데서 나왔다.

50여가구 100여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남아 사시는 이 마을 골목길은, 이제 젊은 남녀들이 손잡고 팔짱끼고 누비는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남자친구와 벽화 보고 등대 구경하러 들렀다”는 성지영(21·동해 한중대 4년)씨는 “낡은 골목길도 보존하고 가꾸면 멋진 볼거리가 된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동해문화원 조연섭 사무국장은 “올해부턴 주민들 참여로, 작은 집터 40여곳을 갖가지 야채밭·꽃밭으로 가꾸는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논골2길 골목엔 트릭아트(입체벽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묵호항서 시원한 물회 한그릇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강릉분기점~동해고속도로~동해나들목~7번국도~효가사거리 우회전, 무릉계곡 표지판 따라간다.

먹을 곳 무릉계곡 들머리 주변에 무릉회관(033-534-8194) 등 산나물정식·비빔밥을 내는 식당이 20여곳 있다. 묵호항 도로변에는 물회를 내는 횟집들이 많다. 묵호수협 건너편 골목 묵호경로당 앞의 묵호식당(033-532-1526)은 최근 문 연, 푸짐한 양의 쟁반물회(사진)를 내는 곳. 횟집운영 7년 경력의 주인이 방어·청어·부실이 등 제철 활어를 직접 사서 회를 뜨고, 동치미국물 육수도 직접 만든다. 회와 야채, 육수, 소면을 따로 담아낸다. 1인 1만원. 조미료 안 쓰고, 음식 재활용도 안 한다는 집이다.

묵을 곳 천곡동과 망상동 일대에 호텔·모텔들이 많다. 천곡동 뉴동해관광호텔은 7월 중순 성수기 전까지 일반실 6만원.

문의 동해시청 관광진흥과 (033)530-2232, 동해문화원 (033)531-3298. 논골마을에서 묵호등대 앞 종점매점의 토박이 주민 손만택(75)씨를 찾거나, 잠수함 모양의 버스정류장(겸 미니도서관)에 교대로 근무하는 도우미 어르신을 찾으면 논골마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사진으로 보는 ‘강원 동해’ 여행

세살마을 세돌맞이 이벤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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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천대학교 세살마을 연구원입니다^^


세살마을은 영유아의 육아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곳으로,

가천대학교 부설 세살마을 연구원과 길병원, 뇌과학연구소가 여성가족부가 함께하며,

삼성생명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세살마을 세돌맞이 이벤트에서는,

세살마을에서 진행하는 '가정보듬이'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아래를 참조하세요^^!

 

  세살마을 세돌맞이.gif

 

세살마을 세돌맞이 이벤트 참여하기

아버지의 유산 ‘청개구리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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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 중학교 1학년이던 어느 일요일 오전, 시험 기간이라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방문을 열며 밭에 감자를 심어야 하니 도와달라고 하신다. 순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시험이란 이유로 거절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알았다며 혼자 밭으로 나가신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 이후에 공부가 되지 않는다. 집중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불안감이 몰려온다. 결국 방에서 뒤척거리다 1시쯤 밭에 가서 아버지를 도와 감자를 심었다. 마침 그 날은 어머니도 시장에 가셨고, 500평이나 되는 밭을 혼자 하시려니 감당이 되지 않아서 아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아버지를 도와드리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밀린 공부는 짧은 시간에도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집에서는 밤 12시 정도까지 공부를 하곤 했다. 그러면 가끔 11시 경에 아버지가 방문을 살짝 열고 한마디 하신다.

 

 “얘, 몸 상할라. 그만하고 자라” 그 말씀이 전부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아버지는 아들이 피곤할까봐 자라고 했는데 오히려 잠이 오지 않는다. 그 날은 결국 밤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잠이 든다. 

 

 그저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고 거절을 하지만 자발적으로 아버지를 도와드리는 것과 공부를 열심히 하라가 아니라 피곤하니 잠을 자라는 말을 하니 오히려 더 공부를 하고 싶어지는 마음에는 미묘한 감정이 있었다. 사람에게는 무엇을 하라고 억지로 시키면 하기가 싫어지고,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바로 ‘청개구리 법칙’이다.

 

  마대에 심은 고구마 순.jpg

  마대에 심은 고구마 순

 

이제 세월이 흘러 아들은 50대 중반이 되었으며 아버지는 80순을 훌쩍 넘으셨다. 1년 전, 아버지께서 우리집 이웃 동네로 이사를 왔다. 전 동네에서는 경노당에도 다니시고, 친구들도 만나셨는데 이제는 이 곳의 경로당에도 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낯설으신가보다. 이제는 만나는 친구들도 없다. 그래서 지난해 동네를 돌아다니며 1평짜리 텃밭을 구했으며 자주 그곳에 가곤 하셨다. 하지만 올해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가지 않으신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텃밭을 구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동네를 수없이 다닌 끝에 드디어 빈 땅을 발견했다. 그 곳은 아파트와 도로의 사이에 있는 자투리 땅이었는데, 그 형태가 마치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와 같이 입구가 매우 좁았다. 하지만 그 안은 15평 정도로 넓었다. 거기에는 쥐똥나무가 많이 심어져있었고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곳을 꼼꼼히 살핀 후, 텃밭으로 결정했다. 대략 2주 정도의 일정을 잡고 공사를 하기로 했다. 먼저 시선 차단용 펜스의 설치가 필요하다. 밖에서의 불필요한 시선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철물점에서 펜스 재료를 구입하고 꽃집에서는 계분과 꽃을 사면서 플라스틱 화분 8개를 공짜로 구했다. 양재동 꽃시장에 2번 가서 장미꽃 10그루와 펜스용 나무, 그리고 할미꽃, 비비추, 용담,원추리, 붓꽃 등 야생화도 구입했다. 하지만 그 곳의 땅은 공사 자재가 혼합되어서 매우 딱딱하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을 기다렸다. 비가 와야 땅이 물러지기 때문이다. 드디어 비가 오는 날, 4시간의 야간 공사를 감행했다. 우선 쥐똥나무를 외곽으로 이식하고 펜스도 설치했으며 화분에도 흙을 채워 넣었다. 그 칡흙같은 밤에 고구마순도 심었다. 물론 이 것의 생존을 높이기 위하여 순을 사다가 2주 동안 물에 담가두어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신공법(?)으로 심었는데 마대 자루에 거름과 흙을 섞어서 가득 채운 다음 바닥에 놓고 고구마 순을 심었다. 며칠 후, 딸이 좋아하는 토란과 돌아가신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한련화도 심었다. 이래서 2주간의 공사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버지에게 “아버지, 밭에 고구마를 심었어요”라고 보고를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즉시 “왜, 쓸데없이 그런 것을 심니”라며 핀잔을 주신다. 하지만 그 말씀의 로고스는 금방 해석이 되었다. “아들아, 너의 일도 하기 힘든데 왜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니. 아버지는 그런 것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씀을 하시고 아버지는 무척이나 궁금하셨나보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고구마 밭을 찾으려고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장소가 너무 은밀하여 결국 찾지를 못하셨다. 며칠 후, 밤에 아버지의 방에 들어가서 “아버지, 내일 고구마 밭에 가실래요”라고 하니 슬며시 동의를 하신다. 그래서 다음 날 밭에 함께 갔다.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곳은 집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었음을 아버지는 알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화분에 채소를 바로 심으시라는 말을 남기고 먼저 나왔다.

 

씨앗에서 나온 해바라기 새싹.jpg 

 

일주일 후, 과천에서 강의가 끝나고 그 근처에 사는 큰 누이의 집을 방문했다. 그래서 고구마 밭에 대한 자초지종을 말하니 “네가 아버지에게 청개구리를 써먹는구나”라고 웃는다. 그 날 저녁, 밭에 슬쩍 들르니, 6개의 화분에 상추와 고추가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고구마를 쌀포대에 심은 것에 대하여 아버지는 ‘옛날에 내가 해봤는데 다 죽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고구마는 50% 정도는 죽었지만 절반이 아직도 싱싱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청개구리 법칙은 휴머니즘이다. 그 속에는 배려와 믿음, 그리고 진정성이 있다. 피곤하니 이제 그만 자라는 말속에는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배려가 숨어있었다. 그래서 공부하란 말을 듣지 않고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그 유산은 또한 대물림이 되어 두 아이에게도 ‘공부해’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딸은 대학교에 들어갔다. 아들은 이미 고1이던 지난해 대학이 아니라 학과를 스스로 결정했으며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양육에서 청개구리 법칙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공부지상주의가 판치고, 선행학습이 기승을 부린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의 정석을 배우기도 한다. 남보다 잘 되기 위하여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부모들은 늘 강변한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고,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리고 창살이 없는 감옥에서 지내는 불행을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양육이 아니라 사육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아이들은 놀고 싶다. 그러나 노는 것은 사치라고 한다. 나중에 성공하면 마음껏 놀 수 있다고 아이를 달랜다. 놀이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아이들, 그리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은 점점 메말라간다. 그 결과 중학생이 되면 대화가 없는 가정이 현저하게 늘어나고, 중3보다 무서운 중2가 탄생하며, 중고생의 사망률 1위는 자살이란 사실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사는 것일까? 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일까? 결국, 부모는 부모의 잣대로 아이의 인생을 재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이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쌓이고, 반복되면서 부모의 인생도 고달파진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아파트 포플리즘이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누구나 나의 인생을 꿈꾸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프로이드도 15살이 되면 어른이나 아이나 비슷한 사고방식으로 산다고 말하고 있다. 이젠 아이들도 자기 주도 인생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부모의 믿음이 필요하다.

 

아버지가 심은 상추와 고추.jpg 

 

그동안 청개구리 법칙은 즐거웠고 유용했으며, 늘 양육의 중심에 있었다. 바로 아이가 스스로 하려고 만들기 때문이다. 그 비법은 별로 어렵지 않다. 아이를 끌고 가려고 하지 않고, 조금만 아이의 마음을 기다려주면 충분하다. 하지만 미래에는 청개구리 법칙이 더욱 그리운 시대가 될 것이라 예측되기에 많이 아쉽다.

 

어젯밤 퇴근하면서 텃밭에 가보니 진한 쟈스민 향이 코 끝을 스치운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쥐똥나무가 꽃을 활짝 피었으며, 거기에서 나는 향기였다. 경계목으로 천대받던 나무에서 새로운 발견이었다.


강요와 방임 사이, 비전보다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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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0_3.jpg» 한겨레 자료 사진.


철수는 공부에 대한 의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이였다. 철수는 IQ 검사에서는 영재수준이었지만 학교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여 성적이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좋아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는 자동차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 했다. 병원차부터 스포츠차까지, 철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자동차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동차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호기심이 많았다. 학교는 지루하기만 했다. 철수에게 진짜 공부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는 학교 도서관에서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자동차 기술을 다룬 책을 읽곤 했다. 자동차의 작동원리와 응용 방법, 자동차의 미래까지 닥치는 대로 읽어재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해 배우고 싶은 것을 보다 자유롭게 배울 수 있게 되고 나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빠들은 어떠한 비전이 아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일까를 고민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은 아이를 아빠가 원하는 모습에 끼워 맞출 위험이 있다. 어떠한 비전을 찾기 전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그것들을 갈고 닦기 위해 아빠가 해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요즘은 사회에서도 개인의 감성을 중요시하며 젊은이들도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고, 어떤 일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평가한다. 개성, 감성, 그리고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어떤 일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는지그 일에 얼마나 열중하였는지가 인생을 결정한다.


내 둘째 아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꾸미는 것을 좋아하였다. 한창 공부를 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여기저기서 다양한 캐릭터와 사진, 그림들을 모아서 홈페이지를 꾸미고 아빠에게 자랑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꾸미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우리집에서 누구보다도 컴퓨터나 인터넷을 잘 다루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유능감이 생기니 대학도 컴퓨터학과에 가고 이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최고가 되겠다며 학회발표도 열심히 하고 논문을 쓴다고 밤늦도록 끙끙거린다. 재미와 취미로 시작된 일이 아이의 미래가 되고 꿈이 된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빠져있던 일이 아이를 숙련하게 하고 그로 인한 유능감이 아이가 비전을 갖게 되는 기틀이 된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다.


물론 부모에게는 어설퍼 보이고 하찮아 보이는 일에 빠져있는 아이를 인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을 존중하고 방목한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자신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보장은 없다.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아이의 꿈이 언제 바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이의 꿈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려가면서 만들어지는 숙련과 유능감은 아이에게는 인생의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나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문학에 빠졌던 세월에 대학교수가 된 지금에 많은 도움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사실은 아이도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나를 믿고 놔주세요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아빠는 아이의 요구에 대답을 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껴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 즉 하고 싶은 것을 생기게 하여야 한다. 다만, 그 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열망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큰 꿈을 가진 아이들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에 다가간다. 원대한 꿈을 꾸기 위해서는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여야 하며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냥 그대로 해. 사람들은 몇 번 너를 무시할 수도 있지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야. 그때부터 열심히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는 거야.“

 

스파링파트너로서의 부모

내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였다. 너는 우리 집안에서 대학에 진학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거다. 너는 전문직에서 일하게 될 거다. 네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해 줄 거다. 또 엄마는 이런 자잘한 질문을 하곤 했다. 오늘 밤에는 어떻게 공부할 거니? 내일은 무엇을 할 거니? 시험 준비는 다 했니? 그런 독려와 질문 덕분에 나는 습관적으로 목표를 세우게 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


현대의 부모교육 이론에서는 스파링파트너와 같은 부모를 강조한다. 스파링파트너인 부모가 선수인 아이 대신 시합에 나서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그렇다고 마음대로 경기를 준비하라고 방임해서도 안 된다. 부모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능력과 기술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아이의 능력과 기술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능력을 계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적절하게 방향을 제시해줄 뿐이다.


스파링파트너 부모는 아이의 길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하지만, 어떤 때는 질풍노도와 같이 아이를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할 때도 있다. 방임이나 속박이 아닌, 스파링파트너로서 아빠는 아이의 큰 울타리가 되어주고,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안아주면서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를 위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게 요즘 추세이다. 아이들에게 힘든 일을 하라고 하였을 때 아이가 그 일을 즐긴다고 생각하거나 그 일로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자기가 선택되었다고 생각하면 그 일이 훨씬 덜 힘든다. 반면에 자기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부모의 말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그 일이 힘이 들어 훨씬 빨리 피로해질 것이다. 아이들 중에는 아주 똑똑한데도 성취도가 낮은 경우가 있다. 이들이 가진 열정과 관심을 누군가가 건드려주지 않으면, 이들은 끝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존의 교육제도가 그런 역할을 하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러면 아이들이 교육제도의 한계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두각을 나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스파링파트너가 되어서 아이가 어릴 적부터 재미를 느끼던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하며,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면 세상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가장 좋은 교육법이란 없다

세상 모든 아이들의 능력이 다른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능력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를 둘러싼 주위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는 뛰어난 능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또 어떤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하였다고 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잡스의 아빠는 교육철학과 교육방식이 달랐지만 스파링파트너로서 아이를 지지하였다.


좌뇌형 리더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우리 아이들로 치면 중학생 때 정도였다. 처음 컴퓨터를 접한 아이는 밤새 컴퓨터만 다루며 공부를 소홀히 하기도 했다. 이때 빌 게이츠 아빠는 혼내지 않았다. 강압적으로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다그치는 대신 주간 복장 계획표, 주간 식사 계획표 등을 짜주어 계획적인 생활을 하도록 했다. 뭔가 몰입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의 단점을 아빠가 보완해준 것이다. 그 때문에 빌 게이츠는 지금도 일할 때도 쉴 때도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을 싫어한다. 여하튼 빌 게이츠의 아빠는 아이가 미국의 명문대학인 하버드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설립했을 때도, 아이의 결정을 존중했다. 빌 게이츠는 종종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이 가장 담고 싶은 인물로 자신의 아빠를 뽑는다. 아빠 덕분에 관심 분야도 다양하였고, 독서광이 될 수도 있었고, 그것이 진로를 결정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뇌형 리더는 스티브잡스는 머리는 좋지만 산만하고,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학교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공부는 바닥이었으며, 그의 양부모는 그의 돌발행동으로 학교에 불러 다녀야 했다. 그런 그가 놀라운 성공을 한 것은, 바로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부모에게 그것에 대한 인정을 받았으며, 그 방향을 향해서 열심히 달려갔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아빠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전자회로에 많은 관심을 보이자, 아들과 함께 중고 부품상을 돌아다니며 아이가 필요로 하는 부품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잡스는 자동차 수리 공구가 가득한 아빠 차고에서 부수고 조립하는 일을 계속하였다. 라디오와 전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부모는 엔지니어인 이웃사람에게 어린 잡스를 데려가 마이크와 스피커가 어떻게 작동하는 그 원리를 아이한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잡스는 그곳에서 전자공학의 기초를 배웠다고 한다. 한번은 교사가 아이가 공부에 너무나 흥미가 없다며 부모 면담을 신청했다. 그의 아빠는 잡스에게 공부에 호기심을 갖지 못한 것은 바보 같은 내용만 달달 외우게 하는 학교의 책임이지, 너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딸 예찬론 (부제 : 딸없인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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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하나만 키울 때는

아들 키우는 재미에 빠진 엄마들의 이야기를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아들을 낳아 키워보니 그때 들었던 엄마들의 말이 어떤 뜻이었는지

이젠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들들의 단순함, 순진함, 갖가지 본능에 너무나 충실한

그들의 수많은 인간다움(?)들이 엄마의 모성애를 마구마구 샘솟게 하고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아들의 그 어떤 부분들이

엄마의 보호본능 지수를 대책없이 높여준다는 걸

나도 이제 매순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과 함께 무아지경 상태로

놀고 있는 모습을 흐뭇한 엄마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낄 때

어떤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겨자색 고운 한복에 갓을 쓴 늠름한 아들을 보며 그의 모친이 하는 말;

"뉘집 도련님인데 이렇게 잘 생겼을꼬?!" (출처 : 성스)

 

만약 아들을 키워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깨알같은 재미를 모르고 지나갈 뻔

했으니, 엄마로서의 삶을 더 다양하고 풍성해게 해 주는 둘째가 참 이쁘다.

 

하지만!!  우리 아들에겐 너무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역시 딸이 좋다.

 

사촌들 중에도 딸이 귀하고 형제도 아래 위로 오빠와 남동생에 둘러쌓여

자란 나는 딸을 꼭 낳고 싶었다.

살면서 분수에 맞지않는 큰 욕심을 부린 적이 없지만,

아이를 낳는다면 꼭 하나만이라도 딸을 키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원대로 나는 첫딸을 낳았다.

순하고 착하기 그지없을 거란 모든 식구들의 예상을 깨고

예민*고집*내성적인 성격으로

이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부부는 고생을 무지 했다.

하지만 예민한 만큼 섬세하고 꼼꼼한 딸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었던

매 순간순간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해 주었다.

 

딸은 그렇게 5년이 넘게 혼자 자라다가

기다리던 동생을 보게 되었다.

동생이 엄마 뱃속에서 헤엄치듯 열 달을 지낸다는 얘길 듣고

'그럼 뱃속에서 아기가  수영복을 입고 있느냐'며 진지하게 묻던 딸은

다시 동생과 함께 지금까지  5년을 지내왔다.

엄마의 사랑을 나눌 수 밖에 없는 동생을 질투하기도 하고

나이 차이가 나는 동생에게 항상 양보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딸은 동생에게 든든한 누나가 되어주었다.

 

내가 바쁠 때면 동생 밥도 먹여주고 대충 씻겨도 주고

나쁜 생활습관도 교정?시켜주고, 책도 읽어주고 가끔 공부?도 가르쳐주고

세상에 나가서 지켜야 할 수많은 약속/규범들과

다년간 유치원과 학교생활에서 갈고닦은

고난이도의 인간관계 기술도 꼼꼼히 전수해 준다.

(누나의 이런 노력에도 별 발전이 없는 남동생은 좀 안타깝다;;^^)

 

이제 그런 딸이 벌써 4학년이 되었다.

사교육 보기를 돌같이 하던 이 엄마도

급속도로 난이도가 높아지는 교과과정에 긴장하며 딸의 학습력에

보탬이 될 갖가지 정보에 안테나를 세우곤 한다.

그런데 요즘 딸이 보여주는 생활 전반의 모습이 다소 흔들리던 엄마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학교 공부와 집에서 조금씩 하는 공부 외에는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누리더니

조금씩 자기만의 세계를 발견해가는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과 미술 시간을 무척 좋아하는 딸은

요즘 동물에 대한 책에 푹 빠져 산다.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거북이에 대한 모든 것>같은 책은 없을까?"  라고 묻거나

같이 동물에 관심이 많은 단짝 친구와 <시튼 동물기>시리즈를 돌아가며 읽고 있다.

동식물이나 자연현상과 연관된 것들, 무엇이든 손으로 그리고 만드는 것들이라면

몇 시간이고 몰두해서 혼자 자료를 찾고 책을 읽거나 만들곤 한다.

학교 생활도 재미있고 날마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새로운 걸 알아가는

하루하루가 늘 두근두근거리는 모양이다.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한 <빨강머리 앤>의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초여름의 이른 아침에 밥을 먹으며 조잘조잘 들려줄 때의 그 기쁨이란!

그런 열 살 즈음 아이의 일상을 지켜보는 엄마도

'오늘은 또 딸한테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까'설레이고 행복하다.

 

예민하고 부끄럼이 많아 험한 이 세상에 잘 적응할까 늘 걱정이었는데

그런 성격이기 때문에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세상의 세밀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엄마는 이제야 깨닫는다.

그리고 외부로부터 주입되는 교육이나 정보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이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고유한 성향들이 스멀스멀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것도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 외부의 다양한 자극과 교육을 아이에게 제공하는 게 절대 나쁜 건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정보가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그 아이만의 '무엇'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늦추거나 포기하고 싶게 만들지 않을까 그게 걱정스럽다.

내성적인 딸의 성격을 한때 심각하게 고민하며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내향적인 성격을 지지했던

작가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이 책에서 가져갈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통찰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느낌이라면 좋겠다.

장담하건대 그런 관점은 우리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의 삶에 참견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는 건

여전히 나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주 수줍어하고 한 발 앞서 나서기를 꺼리는 아이지만

자기 삶을 자기 방식대로 즐기며 살아가는 딸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방해하지 않고 그 뒤를 잘 지키는 것 아닐까 싶다.

언젠가 읽고 인상적이었던 '부끄러워도 씩씩할 수 있다'는 기사 제목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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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딸이 이번 주면 태어난 지 만으로 꼭10년이 된다.

유치원 마당 한 복판에서 같이 놀 친구를 못 찾아 소심하게 서 있다가

결국엔 훌쩍거리며 울던 아이.

그런 아이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많이 울었던

7년 전의 나에게 문자메시지라도 한통 보내고 싶다.

 

"유리, 잘 크고 있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라고.

 

딸이 태어난 달.

6월은 처음 엄마가 되어 서툴고 어설프기만 했던 지난 육아의 시간들을 늘 돌아보게 한다.

아이가 부족한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과 함께

나 역시 부족한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남은 삶을 살고 싶다.

딸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추신: 아들아, 조만간에 <아들예찬론>도 쓸께. 기다려줘^^

 

 

[서천석의 내가 사랑한 그림책] 빨간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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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보다 사냥꾼을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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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로베리토 인노첸티 지음
서애경 옮김/사계절·1만9000원

고전의 현대화는 그림책의 세계에서 흔한 일이다. 지금의 그림책이 하는 구실을 예전에는 옛이야기들이 담당했다. 옛이야기에는 풍부한 상징이 담겨 있어 아이들을 쉽게 매혹시킨다. 샤를 페로와 그림 형제가 각기 다른 이야기로 정리한 ‘빨간 모자’ 역시 너무나 유명한 옛이야기로, 그간 많은 그림책 작가들에 의해 새로운 형태로 창조된 바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압도적인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이다.

인노첸티는 빨간 모자 이야기를 현대의 도시로 가져왔다. 낡은 아파트에 사는 소녀는 멀리 컨테이너를 개조한 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 댁에 문병을 간다. 그 길에는 ‘더 우드’라는 이름을 단 거대한 복합쇼핑몰이 있는데 이곳은 그림 형제 동화집에서 빨간 모자의 소녀가 헤매는 숲의 현대적인 변형이다. 하지만 가장 큰 변형은 늑대와 사냥꾼에게 있다. 인노첸티의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사냥꾼은 페로나 그림 형제의 이야기와는 달리 소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사냥꾼이 곧 늑대이다. 소녀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소녀를 해치는 사람이다. 동네 불량배들한테서 나를 구해주고, 할머니 집까지 태워준 그 선의의 사냥꾼이 바로 가면을 쓴 늑대이다. 잠시 친절을 베푸는 듯 안심시키고는 빨간 모자의 소녀를 자기 욕심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쯤 되면 부모들은 궁금하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어떤 사람도 믿지 말라고, 세상은 너무나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 이 그림책을 펼치는 중산층 부모들은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읽어줘도 될 것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고, 이 시대의 많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고 들려줘야 할 이야기다. 아이들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처음 만나는 늑대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이다. 그들 중 80%는 가족이나 친척이고 나머지는 이웃이나 교육기관에서 아이를 만나는 사람이다. 사냥꾼이 늑대인 것은 예외라기보다는 보편이다. 그렇게 숨길 수 없는 현실이라면 문제를 드러내고 아이와 함께 방법을 찾는 편이 현명하다.

이 그림책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읽어줄까? 이 그림책을 보여주었을 때 아이가 깊게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아이는 이미 자신이 놓인 위험한 처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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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그렇다면 아이와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대처할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아이가 별다른 공감을 못하고 막연한 무서움만 느낀다면 굳이 자세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이야기로 조심하자고 끝내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한번 넘어간 아이들도 분명 이 그림책이 다시 생각날 것이다. 한 살 더 먹고, 조금 더 세상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떠올릴 것이다. 부모가 보호하는 그 너머의 유혹과 위험을 느낄수록 아이는 어둠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아프지만 자기를 마지막 순간 지킬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임을 알아야 한다. 부모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로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지키기 어려운 결심이 아니다. 아이는 크고, 언제까지 아이를 품안에 넣어둘 순 없는 일이다. 오히려 부모가 진짜 관심을 가질 일은 범죄의 진짜 원인인 이 정신없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정말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의사

[6월 10일 새 그림책] 또 마트에 간 게 실수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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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트에 간 게 실수야

과소비, 패스트푸드 등 풍자 그림을 많이 그려온 캐나다 작가 엘리즈 그라벨의 그림책이다. 공구 하나를 사러 마트에 갔다가 이런저런 유혹에 과소비를 하게 된 토끼는 결국 공구를 사기도 전에 돈을 다 써버리고 만다. 5~7살.

20130610_2.jpg 정미애 옮김/토토북·1만원.


새 칼럼 2건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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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새 칼럼 2건을 소개합니다.


아빠 치과의사의 이 좋은 사랑,

최남숙 피디의 과학 육아 입니다.

선릉역 뉴연세치과 류성용 원장님과 최남숙 EBS TV 프로듀서께서 베이비트리와 함께 해주십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이용 바랍니다.

필자에 대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류성용
선릉역 뉴연세치과 류성용 원장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류 원장은 두 딸아이에게 듬직하고 각별한 딸바보 아빠이며, 약학을 전공한 아내를 미국에 유학 보낸 외조의 제왕이다. ‘달려라 꼴찌’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Dr.류성용의 행복한 치과 이야기’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치과의 비밀>이 있다.
이메일 : gnathia@hanmail.net       트위터 : gnathia       페이스북 : gnathia      
블로그 : http://blog.daum.net/gnathia


최남숙
EBS TV 프로듀서. 사춘기 열혈 10대 남매를 둔 직장맘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엄마. 그러나 그 말들이 혹여 또 다른 이 시대 잡음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소심한 여자. 10년전 <60분 부모>를 시작으로 관계회복 프로젝트 <달라졌어요> 부모, 부부, 고부, 가족 갈등편을 기획 제작하면서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철이 들어가는 중이다.
이메일 : dozziking@naver.com     

여름의 시작, 단오 ----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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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3년 단오(6월 13일)를 맞아 6월 8일(토)~13일(목)까지『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나보는 전통 세시 풍속-단오』를 개최한다. 전통 세시 체험, 어린이 체험 교육, 전통연희 등 총 12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이번 행사는 가족들과 함께 우리 전통 세시의 즐거움과 의미를 나누는 기회가 될 것이다.


ㅇ 2013년도 단오 행사 프로그램 안내


주제행사일운영시간장소내용참여방법
외국인
세시
체험
6.10(월)
10:00-11:30
11:30-12:00
전통문화
배움터
외국인 전통 세시 체험 교육
창포 샴푸 만들기,
창포물 머리감기
•참가비: 7,000원
•글로벌 빌리지 센터
  외국인 대상
특별
공연
6.10(월)
12:00-12:30
오촌댁
판소리, ‘춘향가’, ‘심청가’
남도민요 단오노래 등
•별도 접수 없음
•선착순 무료입장
6.15(토)
15:00-16:00
대강당
단오맞이 굿
세시
체험
6.10(월)
11:00-12:00
13:00-16:00
오촌댁
시원한 여름바람 맞이하세요
“단오 부채 만들기”
•참가비 무료
•현장참여(선착순 50명)
10:00-17:00
오촌댁 앞마당
기(氣)를 나누어드립니다
“단오부적 찍기 체험”
•참가비 무료
•현장참여(별도 접수 없음)
11:00-12:00
13:00-16:00
단오 음식 맛보세요
“수리취떡 만들기”
•참가비 무료
•현장참여(선착순 200명)
어린이
단오
체험
교육
6. 13(목)
10:00-12:00
14:00-16:00
오촌댁
마당
- 익모초 즙내서 맛보기
- 창포 머리감기 및 나누어주기
- 수리취떡 만들기
• 참가비 무료
• 관람객 현장 참여
6. 13(목)
10:00-12:00
14:00-16:00
어린이박물관
어울림방
- 단오 이야기
- 단오 부채 만들기
- 수리취떡 만들기
- 장명루 만들기
• 유치원생·초등학생
  기접수자 대상
6. 8(토)
~13(목)
09:00-18:00
어린이박물관
현관
- 단오 부적 찍기• 참가비 무료
• 관람객 현장 참여
특별전
6.24(월)
까지
09:00-18:30
기획 전시실Ⅰ
경남민속문화의 해 특별전
“끈질긴 삶과 신명, 경상남도”
•무료관람
•주말에는 19시까지 개방
연중
09:00-18:30
어린이박물관
다움채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
- 흥부 이야기 속으로
•무료관람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
* www.kidsnfm.go.kr
* 1회 50명씩 입장, 50분 관람
어린이박물관 특별전시
- 속닥속닥 재미난 통신여행

※ 상기 일정은 박물관 사정에 의하여 변동될 수 있습니다.

관련 문의 : 섭외교육과 양수미, 유하나(02-3704-3121/3131)
                어린이박물관과 민수영, 조우리(02-3704-4508/4511)

단오 관련 이미지
단오 부채 만들기
판소리 공연
단오 부채 만들기
판소리 공연
단오 부적
단오 부적 쓰기
단오 부적
단오 부적 찍기
단오 절식,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 절식,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 절식, 수리취떡 만들기
단오 절식, 수리취떡 만들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2013단오 행사 포스터







‘직장어린이집 대신 보육수당’ 내년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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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설치의무 위반땐 명단공개
중소기업서 설치땐 최대6억 지원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기업이 어린이집을 따로 두지 않고 보육수당으로 대체하는 것이 내년부터 금지된다. 또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어린이집을 짓거나 사들일 때 6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은 10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9월 현재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인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 919곳 가운데 어린이집을 둔 곳은 39.1%뿐이다. 35.2%는 보육수당 또는 위탁계약으로 의무를 대신하고 있다. 대체 보육수당 금지에 이어, 외부 어린이집과 계약을 맺고 직원 아이들을 맡기는 위탁계약제 역시 2016년까지 운영 성과를 평가한 뒤 2017년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 명단을 복지부·고용부 등 관계부처 누리집에 1년 동안 공개하고 5개 이상 일간지에도 게시하기로 했다. 복지부 누리집에 6개월만 공개하는 현행 규정보다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명단 공개만으로 의무 이행을 강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지원책으로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특례규정을 통해 기업이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때 어린이집을 설치하면 그 면적만큼 용적률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직장 어린이집이 사업장과 같은 건물에 있지 않으면 반드시 1층에 둬야 하는 규정도 고쳐 1~5층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정원이 50명 이상이면 옥외놀이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원칙도 없애 옥외·실내·대체놀이터 중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고용보험 기금을 통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비 지원 한도 역시 상향 조정된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경우 최대 3억원까지, 여러 중소기업이 함께 어린이집을 짓거나 사들이는 경우 최대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직장 어린이집 교사 1인당 인건비 지원액도 현행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오른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귀족’ 아닌 중산층 사교육비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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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5월23일치에 실린, ‘연 수업료·기숙사비 1500만원, 빈곤층엔 대안 없는 대안학교’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미인가 국제학교 6곳 가운데 5곳이 영어 몰입 교육을 하고 연간 수업료가 1000만원이 넘어 사실상 ‘귀족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교육부가 확인한 185개 미인가 대안학교의 평균 부담금도 연 6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 아이 학비로 연평균 600만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기사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몇 가지 설명하고 싶은 게 있다.


고액 학비를 내야 하는 귀족학교로 여겨지는 비인가 학교들은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미인가 국제학교를 말한다. 이런 학교의 특징은 국제교육을 표방하며 외국인 교사들이 영어 몰입 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부유층 비인가 국제학교와는 달라


고액 과외와 유명 강사의 학원 강의로도 성에 차지 않는 부모들의 욕구는 이제 이런 비인가 국제학교로 몰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있다. 정작 국가가 인가한 국제중은 입학을 둘러싼 비리가 끝없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국가에서 특정 부유층만을 위한 귀족학교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돈 많은 부모들이 자신들만의 국제중을 찾아 자녀를 보내는 일만 나쁘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이런 국제학교들은 똑같은 미인가 학교지만 성적으로 줄 세우는 공교육을 거부하고 배움과 삶이 함께 자랄 수 있는 공동체를 꿈꾸며 시작한 일반 대안학교들과는 출발점도 목표도 완전히 다르다. 물론 일반 대안학교라도 적지 않은 학비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연평균 600만원이라면 빈곤층은 쳐다볼 수도 없는 학교일 것이다. 그러니 여전히 대안학교는 돈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일까?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있는 사회라면 대안교육에 들어가는 연 600만원의 돈은 큰돈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을 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구당 월평균 22만8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민들은 가구당 월평균 58만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물론 고소득층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일반 중산층 가정에서도 월평균 30만~4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빈곤층은 공교육 안에서도 이미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중산층 가정의 평균 사교육비 정도를 학비로 내고 있을 뿐이다. 일반 부모들이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해 그 돈을 쓴다면 대안학교 부모들은 아이와 같이 살고 싶어서,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교육 공동체에 투자한다.


‘다양한 학업 방식’ 인정해줄 필요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아이를 돌리는 삶 대신 더 많이 뛰어놀고, 더 자유롭게 탐구하며 더 깊게 연대하며 사는 일상을 주고 싶어서 부모들은 다른 지출을 줄여가며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수행해온 많은 역할들이 아직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대안학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교육이 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담당해가며 이만큼 왔다. 큰 화제가 되고 있는 경기도의 혁신학교는 대안학교의 장점들을 공교육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모색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공교육도, 대안교육도 어느 한쪽만 정답은 아니다. 교육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교육 공동체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을 인정한다. 각각의 장점으로 우리 교육 환경을 더 풍성하고 다양하게 이끄는 동반자로서 대안교육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공교육이건 대안교육이건 간에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배움을 중단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미인가 대안교육시설에 대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는 교육부의 입장이 혹여나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눈물많은 아들, 그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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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규 6.jpg

 

아들이 3박 4일간의 먼나들이를 떠났다.

강원도 홍천이니 꽤 먼 곳이다.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는 1년에 두 번 3-4일간의 먼 나들이가 있다.

일종의 수학여행이다.

열한 살인 아들은 엄마와 떨어져 자는 것을 지금도 아주 아주 싫어한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자고 오는 일도 당연히 없다.

좋아하는 사촌형아네도, 할머니 집에서도 엄마와 함께가 아니면 저 혼자

자고 오는 일은 없다. 늘 엄마와 함께다.

주변에서는 너무 엄마를 찾는거 아니냐고, 이렇게 큰데도 여전히 엄마 타령이냐고

나무라는 사람들도 많지만 필규의 엄마사랑은 변함이 없다.

어제는 웬일인지 침대에서 아빠와 둘이 자겠단다.

늘 침대 아래에서 내 옆에 붙어자던 녀석이 3박 4일간의 여행을 앞두고

아빠와 자겠다니 웬일인가 싶었는데

'엄마랑 자면 먼나들이 갈때 엄마 생각이 더 난단말이예요'하며 눈물을 보였다.

아하... 그렇구나..

 

아침에 아들은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아서도 내내 내게서 눈길을 거두지 않다가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끝내 모자를 얼굴 아래까지 푹 눌러쓰고 내 눈길을 피했다.

얼굴이 가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버스 밖에서도 볼 수 가 있었다.

펑펑 울고 싶은 것을 친구들과 선생님, 다른 엄마들 앞이라 애써 애써 참고 있는 것이다.

'엄마, 오빠 우나봐요'

일곱살 큰 딸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저도 좀 슬픈 모양이었다.

'그러게... 오빠가... 힘들겠다'

 

창문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손 내밀어 제 엄마 손을 잡아보고, 다른 엄마들에게도

손을 흔드느라 야단스러운 버스 안에서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슬픈 일을

겪어내는 듯 했다. 버스가 떠나기전 이름을 불렀더니 눈물이 번진 붉어진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버스는 떠났다.

나도 눈물을 참느라 혼이 났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눈물이 참 많았다.

'헨델과 그레텔'을 읽으면서도 울었고, '플란다스의 개'에서 네로가 죽을때도 펑펑 울었고

'고녀석 맛있겠다'라는 그림책과, '강아지똥'을 읽을때에는 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했다.

영화를 같이 보면서도 참 많이 울었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펜텀이 크리스틴을 향해 절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케스트어웨이'를 볼 때는 무인도에서 살아온 주인공의 애인이

다른 사람과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알았을때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집에서 키운 개가 죽었을때 필규는 며칠을 울었다.

지금도 그 개 얘기만 나오면 울컥한다.

길에 떨어져 있던 아기새를 며칠 돌보다가 끝내 죽었을때도 필규는 오래 오래 울었다.

 

 필규 7.jpg

 

사내아이가 너무 눈물이 많은게 아니냐고, 마음이 이렇게 약해서 어떻게 하냐고

타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남자의 눈물에 대해 부정적이고

인색하다.

 

그러나 나는 아들의 눈물을 사랑한다.

작은 떨림에도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마는 그 섬세하고 보드라운 마음결을 사랑한다.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기에 나는 아들의 마음을 안다.

함께 책을 읽으며, 함께 영화를 보면서, 혹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우린 울컥해서

함께 운 적이 정말 많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아들의 표정만 봐도 마음속에서 일고 있는 떨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아들을 키우면서 우는 것에 대해 나무란적은 없었다.

같이 운 적이 더 많았다.

 

아들은 감정을 절대 감추지 않는다.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속상하고, 아쉽고

떨리고, 벅찬 기분을 그대로 다 표현한다. 그래서 때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나도 화가 더 날때도 있었지만 감정을 감추고 속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도무지 표현이 없어 무슨 기분인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남편보다

불같이 화내고, 열렬하게 기뻐하고, 크게 슬퍼하는 아들이 더 좋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것으로도 어른들이 앓고 있는 병의 절반은 없어지지 않을까.

어른이라는 가면을 쓰고 안 슬픈 척, 상처 안 받은 척, 화나지 않은 척 하느라

마음이 다 문드러져 가고 있는 모습을 대할때마다 우리도 때로는 아이처럼

기쁠때 기뻐하고, 슬플때 슬퍼하며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들과 함께 보낸 많은 시간속에 함께 울고, 함께 웃고, 기뻐하고, 열광하고

혹은 마음아파 하던 수많은 추억들이 있다. 감정에 솔직한 아들이 있어

냐 역시 감출 것 없이 함께 내 감정을 표현해 가며 살아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눈물이 많은 것이 약한것이 아니다.

잘 우는 사람이 오히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좀 더 눈물이 많아져야 이 사회가 좀 더 인간다와지지 않을까.

 

눈물 많은 아들이 멀리 여행을 떠났다.

가면 재미나게 잘 놀겠지만 그래도 잠자리에 들때는 또 엄마생각 하며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

눈물 많은 아들과 같이 울고 웃으면서 나도 기쁠땐 기뻐하며

슬플땐 슬퍼하며 펑펑 울며 살아야지.

 

엄숙하고 세련된 어른보다, 철 없어 보이지만 큰 소리로 울고 웃는

그런 아줌마로 살아가고 싶다.

 

아들아, 보고싶다.

금요일에 기쁘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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