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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짓만 해서 최고로 나쁜 괴물이 될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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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 많이 해 ‘일류괴물’ 되라는 엄마 
현실 속 부모들 닮아 후련하고도 ‘뜨끔

1416483837_00518613105_20141121.JPG 세상에서 가장 나쁜 괴물 되기
강혜숙 글·그림
한울림어린이·1만2000원

아기괴물은 괴롭다.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고 싶은데 엄마 괴물은 질색을 한다. 인간을 괴롭혀야 하는 괴물이 인간과 놀다니, 엄마괴물은 나쁜 괴물이 되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들을 부른다. 아기괴물은 엄마 몰래 빠져나와 놀이터에서 다시 만난 아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인간과 사이좋게 놀고 싶은데, 나쁜 괴물이 되기 싫은데 어떡하지? 머리를 맞댄 두 꼬마는 묘책을 찾아낸다. 바로 엄마말을 안듣고 하지 말라는 짓, 즉 착한 행동만 해서 엄마를 속썩여서 진짜 나쁜 괴물이 되는 것이다.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나쁜 괴물되기>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괴물을 등장시켜 현실의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나이로 치면 미운 여섯살이나 일곱살 쯤 됐을 법한 아기괴물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그렇듯 청개구리다. 엄마가 하라는 못된 짓은 안하고, 미워하고 괴롭혀야 하는 사람과 재미나게 놀 궁리만 한다. 반면 엄마괴물은 누구보다도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일류괴물로 키우고 싶은 아이의 ‘엇나가는’ 행동이 답답하기만 하다. 엄마는 ‘영재괴물’ ‘족집게 괴물 수학’같은 학습서들을 잔뜩 아기괴물에게 들이밀며 공부만 시키려고 한다. 엄마 괴물과 아빠 괴물은 “애가 아빠 닮아서 착한 짓이나 하고 다니는 거 아니에요” “나만큼 못된 짓 잘하는 괴물 있으면 나와보라구 해” 고함을 지르고 싸운다. 이런 엄마 아빠 괴물들의 모습도 영락없이 아이에게 한글이나 영어를 남보다 먼저, 많이 시키려고 현실을 부모들과 똑 닮았다.

어떻게 보면 뻔한 현실의 은유인데 유쾌하게 읽히는 이유는 의미의 도치때문이다. 이 나이때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착하게 행동해라”“못된 짓 하면 혼날 줄 알아”같은 꾸중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엄마괴물은 “나쁘게 행동하라”“착한 짓하면 혼날 줄 알아”라고 말한다. 어른들이 보면 유치할 지 몰라도 이런 말을 읽을 때 아이들이 느끼는 해방감이나 즐거움은 꽤 클 것같다. ‘비명소리 100일 완성’‘발냄새를 지독하게 만드는 약’ 등 책 구석구석 박혀있는 괴물 세상 학습서들의 제목이나 ‘ 마구 화내고 떼쓰고 울면서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소리치는’ 괴물보다 더 무서운 어린이를 소개하는 괴물 신문 기사 등 책 구석구석에 살뜰한 유머감각이 넘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신문 2014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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