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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적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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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존감

20130916_5.jpg 댄 뉴하스 지음, 안진희 옮김. 양철북·1만5000원

이 책의 미덕은 제일 마지막, 3부에 있다. 3부의 주제는 ‘문제 해결하기’, 고로 이 책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 요령을 직접 알려주는 실용서라 하겠다. 무슨 문제를 말하는가? 부제가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3부에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심리·치유서를 뒤적여본 사람들이라면 부모의 양육 태도가 얼마나 내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설명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내 문제가 알고 보니 부모의 문제에서 비롯됐으며 그대로 뒀다간 결국 내 아이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당신과 부모 사이의 관계를 진단해주는 1부와 ‘문제 이해하기’ 편인 2부는 그런 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책이 말하는 핵심은 ‘통제적 부모’를 벗어나 독립하라는 것이다. 건강한 양육이란 “아이를 잘 키우고 그런 다음 자유롭게 놔주는 것”, 그 반대는 “아이를 잘 돌보지 않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묵살해 버리는 것”이다. ‘통제적 부모’는 아이의 섭식, 외모, 의사 결정, 사회생활 등을 직접 통제하려 들고, 괴롭히기, 박탈하기, 혼란시키기, 조종하기 등의 간접 수단을 사용한다. 책은 이를 ‘비열한 12가지 통제 방식’이라 부른다. 모두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다. 어린아이로서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어른이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3부를 펼치자. 문제 해결 1단계는 ‘정서적으로 집에서 독립하기’. 책은 부모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자신만의 독립 선언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부모와의 정서적 분리는 매우 힘든 일이다. 책은 독자들이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심리 문제를 상세히 적어두었다. 자신에 대한 책망, 죄책감, 불안,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건강한 가정을 보면 슬픔과 질투를 느낄 것이다. 부모에게 복수하고 싶거나 보상을 받고 싶다가도 자신의 독립이 부모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는 걱정에 시달릴 것이다.

그 과정을 견디면서 2단계인 ‘부모와의 관계에서 균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어떻게 해야 부모와 건강한 경계를 설정할 수 있을지, 부모에게 맞서야 하는지, 접촉을 줄이거나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책은 실제 사례를 들어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단계인 ‘자신의 인생을 재정립하기’에 이르도록 한다.

책을 쓴 미국의 임상 심리학 박사인 댄 뉴하스 역시 ‘통제적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지나 마음 공부를 한 뒤 20년 넘게 가족 문제 치료사로 살고 있다. ‘독립 선언’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봤기에 그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독자와 호흡을 맞춘다. 이 책이 따뜻한 실용서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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